Monster×Monster: Nihilism King Arc RAW novel - Chapter 377
몬스터×몬스터: 허무왕 편 (373)
쿨럭.
“마, 마법사!”
투란이 황당해하는 듯한 소리를 냈다!
루비의 손아귀에서 이글거리며 나타난 불꽃의 둥글거리는 꼴을 보면서도, 어처구니없다는 듯!
루비는 이런 투란의 반응에 표정을 구기면서 손을 오므렸다.
불꽃이 사라졌고, 루비의 큰 목소리가 그 자리를 채우듯이 퍼져 나온다.
“아니, 왜 놀라! 여기서 내가 마법사인 줄 모르는 사람이 없는데! 우리 여관에 올 정도면 그런 건 알고 있어야지! 우리 여관에서 어떻게 더운물, 찬물을 욕실에 흐르게 하는지 알아야 제대로 숙박비를 낼 거 아냐!”
“물?”
투란이 다시 눈을 깜박이며 이게 무슨 소리냐고, 잔뜩 궁금한 표정을 지었다.
페란드가 곁에서 가만히 루비의 어이없어하는 표정을 회피하는 눈길로 말한다.
“루비의 여관에는 목욕을 위한 방이 따로 있어. 거기서 물이 따뜻하게도 시원하게도 나와. 루비의 마법으로 물을 데우거든.”
“왜?”
투란이 다시 의아해하며 작게 물었다.
순간, 페란드의 설명을 지켜보며 듣던 루비가 투란을 따라 하듯 어이없는 표정을 짓고 말았다.
“대체 어디 살다 온 거야? 목욕을 해본 적이 없니?”
“목욕하는데 더운물, 찬물이 뭔 상관이 있어요? 깨끗한 물인가 아닌가만 따지면 되는 거 아닌가?”
투란이 루비를 향해 마찬가지로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어 보이면서 되물었다.
이는 바로 루비의 눈길이 네 남매를 둘러보게 했다.
“이 녀석, 진짜 어디서 살다 온 녀석이야?”
시알라부터 페란드, 제란드에 멜란드까지 입꼬리를 살살 흘리는 표정을 지었다. 웃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애매하다는 듯한 모습이었다. 그리고 투란은…….
“혹시 마도구 가진 것 있어요? 그걸로 불꽃 마법을 쓰는 거 아니에요?”
오히려 루비가 마법사란 사실을 계속해서 의아하다는 듯이 목소리를 높였다!
이 물음은 루비가 두 눈가를 한꺼번에 치켜올리게 했고, 탁자 위에 큼직한 손을 올려 주먹부터 쥐게 했다.
“투란. 여기 루비 언니를 겉으로 보이는 모습만 보고 판단하면 안 돼!”
시알라가 먼저 입을 열어 차분하게 또박또박 한 말을 먼저 꺼냈다.
루비는 손을 주춤했고, 그 사이에 시알라의 말이 부드럽게, 흐르는 물처럼 거침없이 이어진다.
“이 언니가 비록 그량츄에게 지지 않는 몸집이고, 그 몸집에 어울리는 맷집으로 실제로 그량츄랑 주먹질을 했었다고 해도! 때려눕힌 그랑츄의 입을 열고 마법의 불길을 쏟아부어 내장을 태워 맨손으로 껍질을 벗겨낸 일이 있다고 해도! 라비엔에서는 착실하…….”
쿠당탕.
투란은 살짝 맹하니 눈을 깜박이면서 루비가 의자째로 뒤로 넘어가는 광경을 바라봤다. 시알라가 처음 한 말에 손을 멈칫하면서 활짝 웃는가 싶더니, 이어지는 말에 갑자기 목덜미를 잡는 모습으로 몸을 뒤로 기울이다가 의자 다리가 삐걱하고 미끄러지는 바람에 저리 된 것이기는 한데…….
켈슨은 넘어가는 루비를 보며, 시알라를 살짝 퀭한 눈으로 바라봤다.
혹시 다른 사람을 잘못 봤는가 하는 의심을 살짝 담은 눈길로 켈슨이 세 형제를 둘러보면서 ‘너네 누나 맞지?’라는 소리 없는 질문을 던지려 하니…….
페란드나 제란드, 멜란드는 켈슨만큼이나 퀭한 눈으로 누나를 바라보잖는가!
이렇게 모인 눈길 속에서도 시알라의 말은 이어지며 맺어지고 있었다!
“게 여관을 운영하는 믿을 만한 언니라고! 은전을 봐야 식사 준비를 해주고, 은전을 봐야 묵을 방 청소를 해주고, 은전을 봐도 끼니 준비는 나중에 한가할 때나 해주겠다는 이상한 여관 주인이 아니라니까!”
“어, 조, 좋은 사람이구나.”
투란은 번뜩거리는 시알라의 눈빛을 느끼면서 엉겁결에 대꾸해줄 수밖에 없었다.
시알라는 곧바로 투란의 대꾸에 도로 대꾸한다.
“그럼! 절대로 찾아온 손님의 한 끼 내놓지도 않고 무슨 사정이 어쩌니저쩌니할 언니가 아니지!”
“아오옷! 시알라! 굶었니?”
벌떡 일어서면서…… 위풍당당한 체격이 시알라를 내리누를 듯한 자세가 된 채로 루비가 약간 갈라진 목소리로 묻고 있었다.
한데, 시알라의 고개는 냉큼 끄덕여졌다?
그리고 곧바로 시알라의 입에서 뭔가 쫑알거리는 듯한 소리가 낮고 길게 이어져서 줄줄 흘러넘치니…….
“조금 배가 심하게 고프기는 하죠. 딱히 굶지는 않았어요. 뭐, 경계망루에서 오는 동안 먹은 거라고는 켈슨이 먹을 만하다고 해서 잔뜩 따온 넝쿨딸기뿐이기는 하지만…… 아, 켈슨 말대로 제법 맛은 있었어요. 그런데 어떻게 해요, 루비는 식량 사정 때문에 굶었어요? 음, 큰일은 아니겠죠? 적어도 루비는 이 체격이 가늘어지고 바싹 마를 때까지는 굶어도 티가 안 날 거 아녜요?”
“배 채울 거라면 있어! 맛은 딱 내 입맛이야! 그래도 먹을…… 갖다 줄게.”
루비는 시알라가 두 손을 비비면서 고개를 끄덕대는 모습을 보면서 포기했다는 표정을 짓고 말았다. 자기 입맛에만 맞는 음식이라고 강조해도 이러니, 더 이상 할 말이 있을 리가 없다!
투덜거림과 함께 루비가 여관 안쪽으로 사라졌고, 시알라는 퀭한 눈을 껌벅거리는 켈슨과 세 형제에게 나직하고 빠른 소리로 말한다.
“루비가 뭘 내오든지 간에 배 속에 꽉꽉 쌓아둔다고 생각하고 마구 쑤셔 넣어둬! 켈슨, 무조건 먹어요. 배에서 목으로 다시 게워낼 정도라고 느낄 때까지 먹어둬야 해요. 투란, 우리가 완전히 배가 불렀을 때…… 그 전에는 말고! 다들 배가 꽉 찼다고 하면, 남은 음식 싹 쓸어담아 줘. 그 전에는 그냥 적당히 먹고!”
세 형제가 ‘엥?’ 하며, 퀭했던 눈 속에 한껏 의아함을 담았다.
켈슨은 ‘어?’ 하다가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묻는다.
“시알라, 그게 무슨……?”
투란도 탁자 위로 머리를 기울이면서 살그머니 속삭여 묻는다.
“저 루비가 가져오는 게 이 라비엔의 마지막 식량인 거야?”
이 물음은 켈슨을 흠칫하게 했다.
그리고 세 형제는 ‘아!’ 하는 소리를 내면서 바로 시알라에게 알아들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켈슨이 잠깐 부정하고 싶다는 듯이 시알라를 보며 말한다.
“마, 마지막일 리가 없잖아? 대체 왜 그런 생각을…….”
시알라가 켈슨을 보면서 낮고 분명한 소리로 말한다.
“켈슨, 루비는 예전 모습 그대로잖아요. 켈슨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루비가 은전을 보고도 요리를 미리 해두지 않은 채로 정말 누군가 먹을 사람이 있는가부터 따졌다고요. 옛날에 루비가 한 이야기, 켈슨도 알고 있잖아요? 이 여관에 찾아온 손님에게 제대로 된 요리를 내놓을 수 없었던 시절…… 먹을 사람이 없으면 돈과 상관없이 요리를 하지 않았다던 이야기!”
“그, 그렇게까지 상황이 나쁠 거라고 생각한단 말이야?”
켈슨은 부르르 떨면서 중얼거렸다.
아무래도 시알라가 너무 앞서 나간다고 여기는 듯한 켈슨의 모습이었다.
그렇게까지 심할 일은 아닐 거라는 듯…….
하지만 시알라는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켈슨, 세트반은 일곱 왕국 중에서 고대왕국의 전승이 가장 분명하게 남겨진 곳이에요. 그곳의 왕국 군대는 고대왕국이면서도 여전히 건재한 에테온이나 바로크의 군단병 못지않은 실력을 지녔어요. 거기 왕자라면, 전승에 따라 훈련받은 전사이거나 마법사일 거예요. 최소한 고블린 호드를 상대할 정도의 지략을 지녔으니까 출정했을 거라고요. 어설픈 짓을 하다가 당했을 리가 없어요. 게다가…… 라비엔으로 오는 대상이라면 몬스터 헌터를 가드로 채용했을 게 분명하잖아요. 그것도 보통내기 헌터가 아니고, 도적단이든 몬스터 떼든 제대로 상대할 수 있는 용병 계통일 거예요. 그런데도 전멸했다면…….”
켈슨은 시알라의 말이 이어질수록 표정이 굳어졌다.
그 표정에는 당황스러움, 자책하는 낯빛과 함께 어딘가 창피해서 숨고 싶어 하는 듯한 기분까지 담겨 있었다. 마치 ‘왜 이런 당연한 걸 설명까지 듣고 나서야 알아차리냐!’라고 켈슨이 자신을 윽박지르는 듯한 분위기였다.
때문에 켈슨이 시알라에게 무슨 말이라도 해서 이 부끄러움을 조금이라도 덜고자 입술을 달싹이려 하는데…….
“자아! 루비의 특식이야! 마음껏 먹어! 이 쟁반을 다 비워도 좋아!”
루비가 자신의 윗몸을 거의 가릴 듯한 쟁반을 들고나오며 외치고 있었다.
그 광경을 흘깃하는 순간, 켈슨의 머리가 텅 비워져 버렸다.
조금 전까지 시알라가 고려했던 모든 상황, 예전에 켈슨이 초보였던 이들에게 당연히 주변을 살펴야 한다면서 늘어놓았던 때라면 시알라보다 먼저 알아차렸을…… 루비가 살짝 틈을 보인 채로 감춰놓은 정보에 대한 여러 가지 대처, 고려할 일이 켈슨의 뇌리에서 싹 지워져 버렸다.
대신 켈슨은 말을 더듬는 소리를 내고 말았다.
“어, 그, 그게 무, 무슨 요리야?”
“발 요리!”
텅!
얕은 테를 지닌 쟁반 위에 수북이 쌓여 있는 ‘음식’이 살짝 흔들렸다.
하지만 아래가 넓게 퍼진 원뿔처럼 쌓아 올려진 ‘음식’은 쟁반 위에 균형을 잡은 채로 탁자에 놓일 때까지 가는 떨림만 보일 뿐, 결코 무너지지 않았다!
투란이 그 ‘음식’의 한 조각을 집어 올리며 중얼거린다.
“발톱이 달렸네? 어, 이거 혹시 닭……?”
“닭발이지! 닭이 날지 못할지라도 나름대로 새거든! 그러니 당연히 발톱이 있지! 싸움닭이라면 그 발톱에 칼날도 붙여둔다고! 호홋, 하지만 이렇게 요리되면 새콤하고 쫄깃한…….”
루비의 설명을 듣는 둥 마는 둥 하며 투란은 또 하나의 ‘음식’을 집으며 중얼거린다.
“와, 여긴 물갈퀴가 달렸…….”
“오리발이니까!”
루비는 호쾌하게 하던 설명을 내던지고 외쳐줬다.
이에 멜란드가 또 하나의 ‘음식’ 조각을 들어 올리며 묻는다.
“루비 아…… 누나, 여기 쇠편자가 아직도 붙어 있는데요?”
“아! 그거 떼고 삶아 볶는 거였는데 깜박했다! 멜란드, 망아지 발에 편자 붙은 게 이상하지는 않잖아?”
“저, 루비 누님? 쇠편자를 삶고 볶는 요리에 웬만하면 집어넣지 않을 텐데요?”
멜란드가 부르르 떠는 목소리로 삐딱한 눈빛과 함께 되물었다.
루비는 살짝 입을 손끝으로 가리는 시늉을 하면서 바로 답한다!
“멜란드, 사나이라면 쇠라도 씹어먹을 줄 알아야지! 굳이 먹기 싫다면, 그냥 떼서 내던지고 먹으면 되잖아? 사나이라면 그런 사소한 편자 따위에 신경 쓰는 거 아냐!”
멜란드가 질린 얼굴을 할 때, 그 곁에서 비슷하게 질린 얼굴을 한 페란드는 시알라를 향해 묻는 소리를 내고 있었다.
“누나? 그거 대체…… 소야?”
시알라는 이미 ‘음식’ 중에 큰 것 하나를 집어 깨물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면서 루비가 보다 호쾌하게 페란드에게 말하니…….
“송아지 발도 물론 있지! 하지만 저건 돼지 다리야. 음, 아마 멧돼지였을걸? 가축으로 키운 거랑 사냥해 온 거랑 섞여서…… 어느 쪽이든, 먹을 만해! 자, 다들 사양 말고 먹어야지? 배고프다며?”
말투에 스며 있는 분위기가 먹지 않으면 그냥 두지 않겠다는 듯한 협박처럼 느껴지잖는가!
오독오독, 냠, 냠.
소리 내면서 멧돼지인지 아닌지 애매한 돼지 발을 뜯어먹는 시알라에게 잠시 눈길이 모였다.
의기양양하게 먹으라고 권하던 루비는 뭔가 흐뭇한 미소를 지었고, 세 형제는 미묘한 한숨을 쉬면서 조금 전에 시알라가 했던 말을 되새기는 표정부터 지은 다음에 루비의 특식을 하나씩 집이 입으로 가져갔다.
투란은 한 손에 하나씩 집었던 닭발과 오리발을 둘러보다가 닭발부터 입에 넣고 살그머니 깨물면서 맛보기 시작했다.
“음, 냠. 음? 어, 이거 뼈가……?”
“살살 녹지? 오호홋, 그래! 그게 바로 이 루비의 특식이지! 뼛속까지 부드럽게 삶고 고아낼 수 있는 나만의 요리비법! 이 루비가 그 비법 때문에 마법까지 익혔다는 거 아니겠어? 자, 뼈까지 꼭꼭 씹어 먹으라고!”
루비는 투란이 어리둥절해서 꺼내려는 말을 낚아채듯이 유쾌하게 웃으면서 외치고 있었다.
켈슨이 그런 루비의 모습에 이젠 포기했다는 듯한 표정으로 한숨을 쉬었다. 하지만 곧 켈슨의 손도 루비의 특식 하나를 골라 집어 올리는데…….
“이거 고양이 발이야?”
발목이 툭 잘린 뭉툭한 꼴을 보면서 저절로 켈슨의 입에서 황당해하는 소리가 튀어나왔다. 물론 루비는 당당하게 대답한다!
“개발도 있거든? 개든 고양이든, 사람이 먹어도 되는 거야! 나라에 따라서는 굉장한 명품 요리의 소재라고! 닥치고 먹어!”
“쇳덩이를 요리에 섞는 경우는 없을걸요.”
우물우물하면서 멜란드가 중얼거렸다.
루비는 그런 멜란드를 흘깃 쏘아보고는 다시 유쾌하게 웃는다.
“멜란드, 여전히 막내답게 투정이 심하구나! 누나랑 형들을 보고 배워야지! 먹을 거 놓고 투정하는 거 아냐! 새콤하고 달콤한 이 루비 누님의 요리잖아! 쇳조각이 섞여 있다고 해도…….”
“매워! 매워어!”
투란이 혀를 내밀면서 훅훅거리는 숨결과 함께 소리쳤다.
그리고 이에 루비가 뭐라 하려는데…….
“아오, 왜 이렇게 시끄러워요? 루비, 나 며칠 못 잤다고요. 조용히 해주겠다더니…… 응? 설마……, 시알라?”
여관 안쪽, 위층에서 계단을 따라 누군가 나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