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ster×Monster: Nihilism King Arc RAW novel - Chapter 380
몬스터×몬스터: 허무왕 편 (376)
Chapter 76. 라비엔, 고블린 사냥
벨라딘은 쟌느를 끌고 올라갔다.
따로 둘만의 오붓한 시간을 만들겠다는 소리를 남긴 채로!
쟌느, 혹은 쟌이거나 잭이라는 소녀가 질질 끌려서 사라지는 광경을 보고 나서 투란이 잔뜩 궁금한 표정으로 묻는 소리를 낸다.
“대체 어떤 마법이야, 그 마탄은?”
“응? 어, 그건…….”
멜란드가 막 입을 열려는 순간이었다.
쿵!
탁자를 내리찍으면서 루비가 웃는 입가를 만들면서, 엄격한 눈매를 한 채로 멜란드와 투란을 둘러보며 말한다.
“음식 앞에 놔두고 잔소리 하는 거 아니란다! 멜란드, 어서 먹기나 해! 그리고…… 투란이라고? 남의 일에 너무 관심을 갖지 않는 편이 좋단다, 투란! 시알라, 라비엔에서 레이디 루비의 여관에 머물려면 주의해야 할 일이 있다는 거, 잊지 않았지?”
“여전하군요, 루비.”
시알라가 가볍게, 한숨 쉬는 것처럼 대꾸했다.
멜란드는 입술을 삐죽이면서 투덜거린다.
“쳇, 바로 문턱만 넘으면…….”
“문턱 넘어가서 떠들어!”
루비가 으르렁거렸다.
투란은 갸웃하면서 이게 무슨 일인가 하며 쳐다보았다.
“루비는 여관 손님에 대해서 누가 캐묻는 걸 좋아하지 않아. 그러니까, 여관 밖의 일을 여관 안으로 끌고 들어오지 말라는 거지. 괜한 일로 여관 손님을 불편하게 하지 말라고.”
시알라가 어깨를 으쓱하면서 설명했다.
투란은 고개를 끄덕였다.
“흠, 퍼브 마스터의 규칙 같은 거네?”
“비슷하다고 해야겠군. 그러니까, 먹기나 해! 모처럼 내놓은 특식이라고!”
루비는 투란의 말에 잠깐 눈살을 치켜뜨다가 한숨과 함께 대꾸했다.
그래서 투란은 얌전히 루비의 특식 하나를 입에 가져갔고…….
“매워어!”
입에 넣자마자 빼내면서 훅훅 숨을 토해내며 대체 뭘 입에 집어넣었는가를 관찰하는 자세가 되었다!
이 모습에 루비가 껄껄 웃으며 외친다.
“사내자식이! 맵건 쓰건, 가리지 않고 잘 먹을 줄 알아야지! 입이 짧으면 안 돼!”
“물, 물!”
* * *
“아직도 매워!”
투란이 투덜거렸다.
“익숙해지면 괜찮을 거야.”
멜란드가 히히거리면서 대꾸하고 있었다.
투란은 ‘진짜?’ 하면서 멜란드를 흘깃하고는 페란드와 제란드, 시알라를 둘러봤다. 정말로 익숙해질 수 있느냐고 따지는 듯한 눈길이 역력했다.
방안을 둘러보고, 침구를 더듬고 있던 시알라는 한숨부터 쉬었다.
방 안쪽 벽에 붙은 두 개의 문을 차례대로 열어 보던 페란드가 어깨를 으쓱하면서 말한다.
“루비 요리가 유난히 좀 맵지. 거기 익숙해질 수 있을까 의심스럽기는 하지만, 결국 먹을 수 있게 돼.”
제란드는 고개를 저었다.
“먹을 수 있고, 익숙해진다고 해서 덜 매운 것도 아니잖아. 루비는 어지간한 걸로는 혀에 자극이 오지 않는다고 독할 정도로 맵게 만든다고. 익숙해졌다 싶으면 더 매워지는 걸…….”
켈슨이 문가에 서 있다가 오가는 소리를 듣고 불쑥 묻는다.
“그 매운 걸, 오랜만에 먹는데 다들 괜찮았어?”
제란드가 혀를 날름하며 대답한다.
“맛을 느끼지 않고 먹는 법을 익혔죠. 이렇게 잘 써먹을 줄은 몰랐지만.”
시알라는 그런 제란드를 흘깃하며 ‘뭣이!’라는 투란에게 말한다.
“사람이 먹지 못할 요리는 아니야. 입에 맞으려면 시간이 걸리겠지만, 이것저것 맛보면서 익숙해져야 하잖아? 이제…… 사람 사는 곳이라고.”
투란은 뾰루퉁한 표정을 지었고, 멜란드는 누나를 바라보면서 눈을 가늘게 뜬 채로 말한다.
“누나, 손 끝에 이슬 매달고 계속 치유하면서 먹었잖…… 헉?”
두툼한 베개가 멜란드의 낯짝을 뭉개듯이 날아들었다.
시알라는 베개 한쪽을 꽉 쥔 채로 피하는 멜란드를 향해 으르렁거린다.
“너처럼 아예 단단한 혓바닥으로 맛을 피한 거랑 같냐! 맛보고 나서 화끈하게 붓는 걸 가라앉힌 것뿐이거든!”
누나와 막내가 베개를 끼고 툭탁거리는 광경을 보면서 페란드와 제란드는 거리를 두듯이 방안의 벽을 따라 살살 움직였다. 그 사이에 투란은 켈슨을 보면서 ‘혀는 괜찮아요?’라는 소리를 던지고 있었다.
켈슨은 방안의 작은 소동을 보다가 문득 들려온 투란의 말에 쓴웃음을 지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조금 큰 소리로 헛기침을 하며 묻는다.
“그런데…… 내 몫까지 지불해주고…… 꼭 필요한 일이었나?”
“응? 켈슨, 거의 보름 만에 돌아온 거잖아요? 따로 정해놓은 숙소도 없다면서요?”
멜란드가 시알라의 베개를 한 손으로 잡아 실랑이하는 몸짓을 하면서도 되묻고 있었다. 시알라 역시 실랑이하는 와중에 말한다.
“공짜 아니니까 걱정하지 말아요, 켈슨. 우리가 너무 오랜만에 와서 이것저것 라비엔에 새로 적응하는 일을 좀 도와줘요. 오래 걸리지는 않을 거예요. 그저 며칠 머무는 동안이니까, 잠깐 일감 얻었다고 생각해주고 도와줘요. 따로 은전도 드릴 테니까.”
시알라의 빠른 말투와 함께, 여전히 멜라드를 베개로 몇 대 더 치겠다는 손짓이 지속되는 광경을 보면서 켈슨은 머리를 긁적일 수밖에 없었다.
“알았어. 그럼, 호의를 받아들이도록 하지. 일단은 쉴거지? 쉰 다음에 움직인다고 생각하고 싶은데? 나도 입안이 얼얼해서 헹궈내고 씻고, 좀 자고 싶거든.”
“푹 쉬고 계셔요! 아, 그만해!”
멜란드가 한편으로 껑충 뛰면서 외쳤다.
시알라도 고개를 끄덕이며 말하는데…….
“때 되면 깨울 테니까, 쉬고 있어요.”
말과 함께 베개가 멜란드를 향해 세게 날아갔다.
켈슨은 작은 소동을 보면서 쓴웃음과 함께 문가에서 사라졌다.
같은 층에 따로 마련된 옆방으로 사라져가는 켈슨의 귓가에 가볍게 베개가 터지는 소리와 함께 누나와 막내를 말리는 페란드와 제란드의 목소리가 전해졌다.
“아, 베개까지 망가뜨리지는 말라고!”
“루비가 베개값을 얼마나 불러대는지 알면서!”
투란의 웃음소리가 잠깐 문턱을 넘어 흘렀다.
“도대체 여기가 어디야? 라비엔이 어느 나라 가까이에 있는 거야? 세트반은 어디 있는 나라지?”
투란이 바닥에 앉아서, 제란드가 문턱을 가로막듯이 경계서는 모습을 보며 묻고 있었다. 다른 무엇보다 투란에게는 낯선 나라 이름이라는 듯이.
시알라와 멜란드를 멀찍이 떼놓고도 그 중간에 버티고 선 페란드가 대답한다.
“음, 간단히 설명하자면…… 여긴 일곱 왕국…… 고대에는 하나인 나라였다가 이제는 일곱 개의 조각이 된 곳이지. 섀터드 세븐(Shattered Seven)이라고도 부르는 경우도 있고. 신생 칠왕국이라고 거창하게 불러 보겠다는 사람들도 있어.”
“형, 지금 무슨 퍼브의 학자처럼 말하고 있잖아. 투란, 브로큰 킹덤. 고대 왕국 에아본이 박살난 곳이야. 퍼브에서 아는 척하는 아저씨들, 자기네가 학자라고 하는 아저씨들 말에 따르면 한때는 해저드 랜드(Hazard Land)라던 곳이지.”
멜란드가 누나를 향해 투덜거리다가 페란드가 하는 이야기가 너무 어렵다고 고개를 저으면서 덧붙이고 있었다. 투란은 페란드의 말에 눈만 깜박거리다가 멜란드의 말에 ‘아!’ 하는 소리를 겨우 냈다. 그러나 여전히 갸웃하면서 투란의 묻는 소리가 다시 나온다.
“그러면, 상아탑의 중심이 있는 곳이네? 아, 그래서 마법사가 당장 떠날 수 없다고 한 건가.”
“아마 그럴 걸. 고블린 문제라고 했으니까…… 라비엔 전체에 영향을 끼칠 고블린이라면 루비가 말한 거랑, 루케인이 말한 거랑 같은 패거리가 맞을 거야. 어쨌든 루케인은 길드 일을 봐주는 파견 마법사니까.”
시알라가 조금 편안해진 차림새로 침대에 앉아 대꾸했다.
투란이 눈살을 살짝 찌푸린 다음에 중얼거린다.
“그거 고블린 팩인가 다 잡을 때까지 못 움직이려나?”
페란드가 갑주를 풀어 내리면서 대답한다.
“그건 아닐 걸. 라비엔의 길드에 파견된 마법사가 직접 사냥에 나서거나 하지는 않으니까. 음, 루케인이 한 말은 분명히 쳐들어올 때에 대한 대비라고 했었잖아? 이쪽으로 고블린이 바로 오지 않는 경우에는 길드 헌터들이 나설 테니까, 거기에 필요한 준비를 도울 테고…….”
제란드가 문가에 기대면서, 옷매무새를 조금 느슨하게 푸는 모습으로 보태 말한다.
“원래 바쁘기는 했겠지만, 고블린과 우리 일이 겹쳐지면서 조금 힘겨울 수도 있겠지. 무엇보다 식량 보급을 맡은 대상이 털린 건, 정말 길드 쪽에서는 큰일이니까. 마법사를 쉽게 보내줄 수도 없을 거야.”
“최소한 고블린 팩은 어떻게 해야 우리 일도 제대로 된다는 얘기네. 흠.”
투란이 귓가를 긁적거리면서 중얼거렸다.
시알라가 그런 투란을 보며 제란드에게 가볍게 손짓했다.
제란드는 시알라의 손짓에 살짝 손을 흔들었고, 문가에 부드러운 바람이 자리 잡으면서 방안을 한바퀴 선선한 느낌으로 도는 것이 모두에게 느껴졌다.
“됐어.”
멜란드가 제란드의 말에 손짓해서 허공을 더듬으며 부러운 듯이 말한다.
“아, 진짜 좋다, 윈드 월(Wind Wall)…….”
투란은 눈을 깜박거리면서 시알라를 바라봤다.
무슨 이야기를 하려고 제란드가 바람의 벽까지 둘러 소리가 새 나가는 것을 막았는지 궁금하잖은가.
시알라는 진지하게 묻는 말을 꺼내고 있었다.
“투란, 크게 티나는 짓은 하지 않는다고 했잖아. 라비엔에 들어오면서 제이크네 연합 쪽이랑 한바탕 한 거야, 그냥 그렇다고 할 수 있어. 어차피 제대로 본 것 같지도 않으니까. 대단한 걸 봤다고 소란 떠는 녀석들은 흔하고…… 하지만 라비엔에 위기가 될 수 있는 고블린 팩을 나서서 처리하는 거는 눈에 띄고 소문의 주인공이 되기 딱 좋다고. 루케인의 마법이 완성되기 전에는 나서지 않는 것이 좋다고 생각해.”
제란드도 누나의 말에 동의하듯 고개를 끄덕이며 보탠다.
“그런 일을 하고 드러나면 라비엔의 영웅이니 뭐니 하고 추켜세우면서 앞장 세워 등쳐먹으려는 놈들이 우르르 몰려나올 수도 있지. 그거 꽤나 귀찮아질 걸.”
투란은 일단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그렇겠지. 그런데…… 쟌느의 마탄, 그거 정말 오우거의 심장을 꿰뚫을 정도로 강해?”
돌연 꺼낸 투란의 물음이 페란드의 대꾸를 끌어낸다.
“쟌은…… 모르겠어. 지금 쟌이 어느 정도나 성장했는지 말이야. 하지만 쟌의 아버지 잭은…… 분명히 뚫었어. 라비엔의 오우거 헌터, 마탄의 잭이라고 유명했지.”
“그래서 이놈 저놈 들러붙기도 많이 들러붙었고.”
제란드가 씁쓸한 목소리로 덧붙였다.
그 모습에 투란이 다시 갸웃하며 묻는다.
“잘 아는 사이였어? 마탄의 잭이랑?”
“세란드 형이랑 잠깐 파티를 꾸민 적이 있는 사람이었어. 형의 행방을 쫓다가 알게 된 거야.”
페란드가 대답했다.
살짝 무거운 분위기가 맴돌았다.
투란은 잠시 남매가 지난날의 기억을 더듬는 것을 보다가 불쑥 말한다.
“그렇다면…… 쟌느가 고블린 팩을 몰살시킨다고 해도, 그러려니 넘어갈 수도 있겠네?”
분위기가 확 바뀌었다.
무슨 소리인가 하며 눈을 깜박거리던 남매가 제각각 소리를 낸다.
“응?”
멜란드는 당황하는 표정으로.
“뭐?”
페란드는 놀란 눈으로.
“투란?”
시알라는 뭘 하려느냐고 의심하는 눈빛으로.
“그렇……겠지?”
제란드는 가능성을 검토하며 긍정적인 대답을 했다.
투란이 어깨를 으쓱하면서, 차분하게 네 남매를 향해 말한다.
“여기 상황에 맞춰서 기다려줄 처지가 아니잖아. 우리 상황이 아무래도 우리가 생각한 것보다 더 골치 아픈 문제인 듯하니까. 먼저 무조건 마법을 걸라고 하지 않았으면, 어쩌면 지금 상아탑의 마법사가 우릴 잡겠다고 나설 수도 있는 일이었을 것 같거든. 그러니까…… 가능한 한 빨리 안전한 신분을 확보해야 해. 음, 걱정하지 마. 쟌느에게 나쁜 일이 되게는 하지 않을 거야. 아마…… 쟌느도 꽤 좋아할 일이 될걸.”
빙긋 웃으면서 번뜩거리는 투란의 눈빛은 네 남매를 침묵하게 했다.
루케인이 황금매의 문장을 놓고 경악하면서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뭔가 하려했던 일과 쟌느가 씩씩거리면서 여관에 들어서던 일이 기묘하게 남매의 마음속에 겹쳐지고 있었다.
전혀 상관없어 보이는 일이었는데, 라비엔이라는 요새도시에서 벌어지는 일이라는 까닭에 투란을 통해 엮이려 하고 있었다.
제란드가 조용히 생각을 더듬다가 말한다.
“그러면…… 우리도 도와야 하나?”
“응? 아니, 쟌느의 일에는 투란만이 끼면 될 거야. 투란이잖아. 나중에 누가 뭐라 묻고 쟌느가 답한다고 해도…… 투란이니까 괜찮아.”
투란이 혀를 날름하면서 대답하고 있었다.
네 남매는 쓴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