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ster×Monster: Nihilism King Arc RAW novel - Chapter 381
몬스터×몬스터: 허무왕 편 (377)
“미워! 벨라딘 나빠!! 얼굴 보기 싫어!”
콰당탕! 터턱, 팍!
요란하게 창문이 덜렁거리는 소리가 났고, 창문턱을 밟고 박차고 누군가 튀어나가는 듯한 소리가 뒤를 이었다.
시알라는 한숨을 쉬면서 열린 문을 두드리면서 방안을 둘러봤다. 그리고 곧 의아한 표정부터 지었다. 덜컹거리려는 듯이 흔들대는 창문이 꽤 작아서 누가 조금 전에 그리로 튀어나갔는가 의심스럽잖은가.
하지만 벨라딘은 그 창문으로 고개를 들이대면서 외치고 있었다.
“애냐! 네가 애야! 철 좀 들라고! 이리 안 와! 너 나중에 볼기 맞을 줄 알아!”
까맣고 조금 짧아 보이는 머리카락이 벨라딘의 목덜미에서 살랑거리는 광경을 보면서 시알라는 한소리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볼기를 치겠다는 소리는 철없는 애한테 하는 소리잖아.”
“앙? 애도 아닌 것이 철이 없으면 볼기를 맞아야지!”
홱 돌아서면서 벨라딘이 성난 소리를 내질렀다.
그 모습에 시알라는 고개를 기울이면서 다시 창문을 바라봤고…….
“정말 저리로 뛰어나간 거야?”
도저히 사람이 지나갈 구멍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점을 짚어봤다.
벨라딘이 머리를 헝클고 긁적이면서 대답한다.
“머리통을 내밀 수 있잖아. 쟌은 요새 구멍이 아무리 좁아도 머리를 들락일 수 있으면 몸을 빼내는 재주가 생겼거든. 라비엔에 웬 도적단 놈들이 흘러들어왔나 했는데, 그 녀석들이랑 몇 번 어울리더니 그런 재주부터 배우고…… 진짜 언제 철들려고 저러는지!”
“무슨 재주든지 일단 익혀두면 언젠가 어디선가 써먹을 수 있다잖아?”
시알라가 어깨를 으쓱하면서 조용히 방안에 들어서며 위로하려는 듯이 말했다.
벨라딘은 혀를 차고 곧 한숨을 내쉬었다.
“잭이 애를 너무 받아줘서 저렇게 버릇이 없어진 걸까?”
결코 단정짓지 않으려 하는 말이었다.
시알라는 고개를 저었다.
“라비엔에서 저 정도면 버릇 없다고까지는 할 수는 없지. 그저…… 서두르고 있을 뿐이잖아. 잭이 없어지고 나서…… 쟌은 그때부터 서두르고 있었고, 지금도 그 급한 마음이 앞설 뿐이잖아.”
“그렇지. 근데, 새삼 날 위로해주려 온 거야?”
벅벅, 더 세게 머리를 긁적이며 헝클이다가 벨라딘이 고개를 삐딱하게 누이면서 시알라에게 갑작스럽게 물었다. 잔뜩 의심하고 싶다는 듯한 노골적인 표정을 띄운 채로!
“이런 꼴을 예상하고? 그럴 리가.”
작은 웃음과 함께 시알라가 고개를 저었다.
벨라딘은 혀를 날름하며 말한다.
“시끄러웠으니 예상할 수도 있잖아.”
“시끄럽기는 했지만, 창문 너머로 빠져나가는 쟌은 생각 못했지.”
가볍게 한편의 침대에 걸터앉으면서 시알라는 대꾸했다.
그리고 곧 시알라의 손이 침대를 더듬는 것을 보며 벨라딘이 뚱한 표정부터 지어보이며 말한다.
“내 침대에 뭐가 감춰져 있기를 기대하는 거야?”
“돌침대 구경도 오랜만이니까. 그런데, 이 방에 침대는 아래 위로 둘 뿐이잖아. 쟌이랑 둘이서 묵는 거야? 다른 애들은?”
작고 좁은 창, 방 한편의 암벽을 파내 꾸민 침대는 넓고 큰 계단처럼 담요가 깔려 있는 정도에 불과했다. 맞은편에는 옷장 대신 쓰라는 선반처럼 파놓은 채였고, 전체적으로 조금 좁은 느낌이었다. 특히나 한편에 짐을 쌓아둔 탓인지 꽤나 빡빡한 느낌이 더 심해 보였다. 때문에 둘이면 꽉 차버릴 듯했고…… 지금 시알라와 벨라딘이 나란히 침대를 한 층씩 차지하고 누우면 다른 사람은 간격을 두지 않고 나란히 서야 겨우 서넛이 더 방에 들어설 정도였다.
“응? 아, 테리랑 테루. 죽지 않았어.”
벨라딘은 시알라의 말투가 조금 조심스러워진 것을 느낀 듯이 웃음과 함께 대답하고 있었다. 때문에 시알라는 고개를 갸웃할 수밖에 없었다.
“죽지 않았는데 왜……?”
벨라딘의 파티는 기본적으로 넷이었다.
그 중 둘이 멀쩡히 살아있다면, 이렇게 둘이 머물 방을 구해서 둘만 있는 것이 조금 이상하잖은가?
히힛거리는 웃음과 함께 벨라딘이 머리를 긁적이며 대답한다.
“빚지고 이자닌에게 끌려갔지.”
“어?”
시알라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소리에 어리둥절하고 말았다.
벨라딘은 그런 시알라 곁에 나란히 앉으면서, 이번에는 흐흣하는 소리를 흘리면서 말한다.
“지금쯤 이자닌에게 죽도록 시달리면서 열심히 춤추고 있을 걸. 아, 괜찮아. 이자닌이랑 내가 절반씩 나누기로 했어.”
“나눠?”
“응. 테리랑 테루가 춤춰서 번 돈은 우리끼리 나누기로 했어.”
“아니, 저기…….”
“아, 앞뒤 설명 잘라먹었네? 뭐, 간단히 얘기하자면 테리랑 테루가 또 이상한 녀석에게 정보료를 줘야 한다고 도박판에 뛰어들었지. 이번에야말로 아빠의 원수인 몬스터의 정보를 알아낼 수 있다면서…… 맞아, 여전히 둘은 그러고 있어. 아무튼, 이번에는 나도 참을 수가 없어서 이자닌이랑 교섭을 했어. 둘을 도박판에서 거덜내고, 당분간 이자닌의 가게에서 춤추게 시키라고. 뭐, 둘이 알면 억울해할지도 모르지만 정보료 선금으로 얼마 정도 준답시고 우리 자금을 털어갔거든. 그거 다시 채울 때까지는 이자닌에게 사기도박 당했다는 얘기 안 해줄 거야. 아니, 빚 다 갚을 때까지 입 다물고 있어야 하는 거였지. 암튼 그동안 둘은 이자닌의 가게에 감금된 꼴이지! 차라리 그 편이 안전할 거야.”
“벨…….”
시알라의 입에서 어쩔 수 없다는 듯한 한숨이 새 나왔다.
벨라딘은 혀를 날름하면서 아직도 테리와 테루가 거덜댄 파티의 자금이 다 채워지지 않았다고 투덜거렸다. 그리고 시알라가 쓴웃음과 함께 귀를 기울이는데…….
“벨로서는 나름대로 최선을 다한 거야. 그 두 년이 이번에는 진짜로 위험한 곳에 닥치고 돌격할 낌새였거든.”
문가에서 불쑥 큰 머리를 들이밀면서 루비가 말하고 있었다.
벨라딘이 그 꼴을 보며 흠칫해서 외치듯이 말한다.
“자, 잠깐! 루비, 들어오려고요? 이 방은 좁아서 절대로 들어오지 않을 거라고 했잖아!”
“오호홋! 그거야 이 방에서 은밀한 여자만의 모임이 없을 때 얘기지!”
“여관에 손님이 있는데 주인이 놀러 다니는 거야? 손님 방 청소라도…….”
벨라딘은 루비가 큰 몸을 방에 들여놓지 못하게 하겠다는 듯이 손짓했다.
그러나 시알라는 여전히 벨라딘이 침대에 앉은 채이고, 문가로 뛰어나가 루비를 밀어낼 궁리는 전혀 하지 않는다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그 까닭은…….
“오호홋! 좀 당겨! 좁아서 몸이 잘 안 들어가잖아!”
루비의 이 소리에 훤히 밝혀졌다!
“그러니까, 들어오지 말라고!”
벨라딘이 다시 소리쳤고, 루비는 단호하게 고개를 젓는다!
“으, 은밀한 대화를 위해서! 젠장, 사내 놈들 다 나간 다음에 모일 거면 큰 방도 있는데 왜 여기 모이냐고!”
“아, 진짜! 어? 그건 또 뭔 소리야?”
벨라딘은 짜증을 내다가 갸웃하며 시알라를 바라봤다.
루비가 말한 사내 놈 중에는 시알라의 동생들도 올망졸망 끼어있잖은가?
시알라는 살그머니 입술을 깨물어 웃음을 참으며 답한다.
“내가 이 방에 온 거랑 같은 이유지. 이런 저런 소식을 조금씩 들어보려고, 다들 일단 주변을 한 바퀴씩 돌려고 나갔거든. 그 사이에 나는 벨에게 이런 저런 소식을 들으려 왔고…… 루비가 날 따라온 셈이네.”
“그래! 바로 지금이야말로 여자끼리 은밀한 대화아아! 읏차!”
빠득.
문턱 한편의 돌에 금이 가는 소리가 났고, 루비는 방안에 들어섰다.
쿵.
곧바로 허리를 펴던 루비의 머리가 천장을 찧었다.
시알라는 어이없어 그 광경을 바라봤고, 벨라딘은 질렸다는 듯이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루비는 성질을 냈다.
“벨! 너, 좀 큰 방으로 옮겨!”
“들어오질 말라고!”
둘이 툭탁대는 꼴을 보면서 시알라는 웃을 수밖에 없었다.
어쩐지 아주 오랜만에 보는 광경이 마침내 사람 사는 곳으로, 살아서 돌아왔다는 기분을 또렷하게 느끼게 해주지 않는가!
‘뭐, 이제 이쪽은 이만큼 하고 있으면 될 테고…… 투란, 잘 하고 있으려나?’
시알라는 지금쯤 쟌의 곁에서 맴돌 투란에 대해 떠올리며, 오랜만의 반가운 풍경을 마음껏 즐기기로 했다.
두리번, 두리번.
“와아!”
지나가는 사람들, 거리의 풍경을 제 자리에서 빙빙 돌며 본 다음에 투란은 가까이 있는 귀라면 누구라도 들을 수 있게 감탄하는 소리를 냈다. 그리고 곧바로 덧붙인다.
“길 잃어버렸네! 아핫, 아하핫.”
가까운 곳에서 이 소리를 들은 몇몇이 투란을 보며 피식 웃음을 흘렸지만, 딱히 나서서 어디를 찾느냐고 친절하게 묻지는 않았다. 그저 자신의 바쁜 갈 길에 조금 웃기는 녀석 하나를 구경했다고 여기는 듯, 스쳐 갈 뿐이었다.
투란은 그런 모습을 보면서 한층 더 신기하다는 듯이 제자리에서 맴돌았다. 입에서는 대놓고 놀라는 소리를 몇 번씩 냈고…….
“여기서 뭐 하는 거야? 에…… 투란? 맞지, 투란?”
지나가던 쟌이 다가오게 했다.
투란의 고개가 천천히 돌아갔고, 꼬리처럼 길게 묶은 머리카락을 휘날리는 쟌의 모습을 위아래로 훑어내리는 눈길이 느릿하게 움직였다.
“오? 에…… 잭?”
“쟌느닷! 제대로 기억 못하겠어? 사람 머리는 기억하고 생각하는 데 쓰라고 있다는 말도 몰라? 그런 머리를 달고 있으면서 어째서 제대로 기억하질 못하는 거야!”
쟌의 으르렁거림은 투란을 웃게 했다.
“아하핫, 미안. 흔한 이름이 아니라서, 귀에 쉽게 익질 않아 제대로 기억을 못했네. 아, 그러고 보니…… 쟌느는 라비엔에 익숙하지?”
“앙? 당연하지! 어딜 가려다 길을 잃어버렸어? 아니면 여관에서 나왔는데 돌아가질 못하는 거야? 참고로, 나 당분간 여관 쪽으로 갈 생각 없으니까 그쪽으로 길 안내는 묻지 말고!”
타탁거리면서 제 자리에서 발끝을 오르내리는 소리를 내면서 쟌은 한쪽을 향해 심술난 표정을 지으며 빠르게 말했다.
그 모습에 투란은 방긋 웃으면서 말한다.
“여관이 아니고, 거기는 혼자서도 돌아갈 수 있어. 오면서 길에 표시를 해놨거든. 후훗! 흠! 그러니까, 내가 찾으려는 곳은…….”
살짝 말소리를 낮추면서 주변을 둘러보며 은밀한 비밀이라는 시늉과 함께 투란의 말이 이어진다.
“고블린 잡아다 주면 돈 주는 데가 어디야? 그거 미리 말하고 잡으러 가야 하는 건지 무조건 잡아오면 되는 건지, 아무래도 물어봐야 할 것 같아서 찾는 중이거든.”
“하? 하앙? 뭔 재주로 고블린을 잡으려고?”
쟌은 삐딱하게 투란을 훑어내리면서 되묻고 있었다.
딱히 비밀스럽지도 않은 이야기를 뭘 그런 꼴로 묻느냐는 눈빛도 쟌의 눈동자에 선명했다.
투란은 곧 허리를 펴고 턱을 스윽 치켜 올리면서, 잔뜩 으슥대는 태도로 목소리까지 무게를 잡으며 대답한다.
“그건 비밀. 내 걱정해주는 거야? 그럴 필요 없어. 수백 마리는 못 잡아도…… 겁 없이 덤벼는 열 댓 마리는 바로 잡을 수 있다고! 음, 나머지도 덤벼들면 잡기는 하겠지만…… 겁이 많은 고블린이니까, 한 열 마리 잡고 나면 나머지는 도망가겠지? 음, 어렵네. 한 이, 삼십 마리만 잡으면…….”
“어이, 사람 앞에 놔두고 어딜 봐?”
말을 하면서 서서히 높이 올려다보다가 땅바닥을 내려다보다가 하면서 투란은 자기만의 생각에 잠긴 시늉을 했고, 쟌은 그런 투란에게 얼굴을 들이밀면서 조금 짜증난 표정을 지어보였다.
“어? 아, 미안. 맨날 놓치다보니…… 고블린 어디 있는 줄도 모르면서 걱정부터 했네.”
“하? 맨날 놓쳐?”
쟌은 어이없다는 듯이 투란을 다시 위 아래로 훑어봤다.
투란은 실실 웃음을 흘리면서 쟌의 휘날리는 꼬리 같은 머리카락을 눈으로 좇는 듯한 태도로 말한다.
“덤비면 때려잡을 수는 있는데, 도망가면 쫓아갈 수가 없거든. 뭐, 그렇다고 해도…… 고블린 한 마리당 따로 나오는 게 있으면…… 아예 못 잡는 것보다는 낫잖아? 그래서 확인을 좀 하고…… 정보도 좀 얻고…… 응? 왜?”
점차 가늘어지는 쟌의 눈길을 겨우 알아차렸다는 듯, 투란이 묻는 소리를 냈다.
쟌은 슬쩍 주변을 둘러봤고, 이쪽의 일에 살짝 귀를 기울이며 걸음이 느려지는 몇 명을 노려보는 시늉을 했다. 그리고는 바로 투란의 손목을 덥석 잡아당기면서 걷기 시작한다.
“잠깐 이리 좀 와봐. 따로 얘기 좀 하자.”
“응? 어어? 우왓, 따라갈게! 근데 어디로 가는 거야?”
휙휙 당기는 손길에 잠깐 당황한 소리를 내다가, 겨우 자세를 바로잡으며 따라가는 모습으로 투란이 물었다.
“조용히 얘기할 곳!”
쟌이 간략하게 대답할 때, 투란의 뇌리에는 어이없어하는 드라고니아의 말이 울려 퍼진다.
―미리 듣기는 했다만, 얘 진짜 뇌가 없냐? 아니, 이런 수작에 이렇게 넘어와? 투란, 진짜 얘 데리고 고블린 팩을 잡으러 갈 거냐? 이 녀석, 그냥 옆에 둬도 무슨 사고를 칠 것 같은데? 괜찮은 거야?
‘괜찮……게 해야지.’
투란은 소리 없이 이렇게 대답해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