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ster×Monster: Nihilism King Arc RAW novel - Chapter 402
몬스터×몬스터: 허무왕 편 (398)
‘망할…….’
로이는 자신의 손목을 내려다보면서 자신의 신세를 한탄했다.
붉은 무늬로 새겨진 가느다란 문신은 팔찌처럼 손목을 감싸고 있었고, 로이의 맥동(脈動)에 따라서 미묘한 마력의 파동을 일으키고 있었다. 마치 로이가 죽어서 맥동이 멈추면 이 파동도 멈출 듯했다. 그러면서 파동이 멈추면 맥동 또한 멈추고, 로이는 죽는다는 사실을 선명하게 알려주는 듯…….
‘악랄한 마녀 같으니라고!’
로이는 다시 시알라를 향해 저주 섞인 감정을 뿜어냈고, 급격한 흥분이 심장을 자극해서 이뤄진 맥동은 보다 손목에서 조금 더 세찬 마력의 파동을 불러냈다. 더불어 로이의 마력도 기묘할 정도로 뛰어오르는 듯했고, 로이는 시알라의 경고가 다시금 귓가에 들려오는 듯했다.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구속은 아니야. 급한 상황이라 흥분해서 심장 박동이 치솟으면 잠시 동안 네게 쓸 수 있는 마력도 증가할 테니까. 적당히 도움이 되겠지? 물론 로이 네가 자신을 제대로 다스리지 못한다면, 마력은 일방적으로 소모될 테고 넌 아주 빨리 마력 탈진을 겪게 될 거야.”
‘그게 뭔 증가냐고!’
부글거리는 기분이 로이의 숨결을 거칠게 했다.
하지만 로이는 그런 자신의 숨을 참으면서 억지로 자신을 진정시켜야 했다.
맥동이 빨라지면서 문신에서 일어나는 파동도 빠르고 거세졌고, 그럴수록 자신이 지닌 마력이 더 크고 빠르게 소모된다!
시알라가 채워진 이 문신의 마법은 로이의 마력을 보다 빠르고 크게 끌어내도록 해줄 뿐이지, 로이 자신이 원래 지니고 있는 마력의 총량을 키워주는 것이 아니었다. 그러니 흥분한 상태에서 빠르게, 더 많이 쥐어짜낸 마력을 소모하면…… 로이는 얼마동안 마법사로서의 기능을 강제로 정지당하는 마력 탈진의 상태가 되고 만다!
그렇게 해서 문신의 마력 파동이 멈출 경우…… 로이의 맥박도 멈춘다!
즉 지금의 로이는 마력 탈진이 되면, 죽느냐 사느냐 하는 상황을 바로 겪을 수밖에 없는 꼴! 절대로 마력을 함부로 쓸 수가 없는 처지가 되고 만 셈이었다. 어떤 상황에서도 살기 위해서는 마력을 남겨둬야 하는…….
‘대체 어디서 이런 사악한 주술(呪術)을 배운 거냐고, 마녀!’
로이는 눈앞에 없는 시알라를 향해 소리도 내지 못하고 울부짖을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이런 로이의 표정을 바라본 이가 혀를 차며 말하는 소리가 로이 귓가를 두드렸다.
“뭐가 그렇게 불만이지? 마법의 사슬치고는 꽤 가볍잖아? 딱히 제약을 둔 것도 아니라고 하던데…….”
로이는 어이없어 하면서 말한 이를 바라봐야 했다.
켈슨이 삐딱한 눈길을 보다 노골적으로 드러낸 채로 로이를 마주 보고 있었다. 여차하면 로이가 죽어도 전혀 상관없다는 그 눈빛의 의미가 고스란히 드러난 채였다. 그래서 울컥하면서도 로이는 자신을 진정시키면서 차분하게 물어야 했다.
“마법에 대해서 좀 아시나봐요, 켈슨씨?”
정중한 척, 그러나 상대방의 무지에 대해서 비꼬는 말투였다.
켈슨이 이를 드러내면서 대놓고 짓는 비웃음과 함께 대답한다.
“너 하기에 따라서는 아주 큰 도움이 되는 좋은 마법이라고 그러던 걸? 시알라가 한 말을 넌 전혀 믿지 못하나봐? 너 자신에게 직접 물어보는 게 어때? 너랑 시알라 중에 누가 더 믿을만한 사람인가 말이야.”
로이의 얼굴이 붉어졌다.
하지만 로이는 곧 눈을 반쯤 감고, 입술을 꽉 깨물면서 자신의 숨을 고르면서 치솟는 심장 박동을 억눌러서 얼굴에 치솟은 핏기를 지울 수 있었다. 손목의 무늬에서 맥동과 함께 치솟은 마력의 파동은 로이가 이렇게 자신을 진정시키는 데 바로 도움이 되었다.
“젠장.”
켈슨의 말은 홀랑 잊은 듯, 로이는 다시 자신의 손목을 내려다보면서 이를 갈고 말았다. 마법사가 마력으로 자신의 신체를 제어하는 것은 어떻게 보면 기본적인 부분이었다. 마력이 뭉클거리며 치솟는 상황에서 그렇게 하는 것은 매우 쉬운 일이었다. 처음 자신의 마력을 느끼는, 겨우 마법이 뭔가요 하는 초보만 아니라면!
그러므로 로이가 자신을 제어할 수 있는 동안에는 정말 이 손목에 걸린 시알라의 주술은 별 위협이 아니었다. 다만…….
“크큭, 그만 놀리라고 켈슨. 이 마법사가 불만스러운 건 자네에게 코가 꿰였다는 것 때문이잖아. 자네 곁에 붙어 있지 않으면 바싹 말라서 죽는다면서? 그러니까 자네 가는 곳마다 졸졸 따라가야 하는 강아지 꼴이라 불만인 거잖아.”
로이와 켈슨이 마주 앉은 탁자의 한편에 두 발을 올려놓은 제이크의 말은 로이를 한숨짓게 했다.
“저기요, 제이크 씨? 당신은 왜 여기 있는 겁니까?”
“응? 뭐야, 그 문신은 마법사의 기억도 오락가락하게 하는 거야? 어허, 그건 참 큰 문제잖아?”
능글거리는 말은 로이의 눈가에 핏대가 치솟게 했다.
물론 로이는 바로 자신의 치솟는 혈압을 진정시켰고, 맥동이 빨라지지 않도록 다스렸다. 그런 모습을 보고 켈슨이 제이크를 향해 눈살을 찌푸리며 말한다.
“제이크, 네 설명이 말이 된다고 생각하나?”
“왜? 어디가 말이 안 되는데?”
천연덕스럽게, 그리고 이번에는 능글거리지 않고 조금 진지하게 제이크가 되묻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탁자 위에 두 발을 올려놓고 잔뜩 의자에 몸을 기대서 반쯤 눕고 앉은 자세에는 전혀 변화가 없는 모습인 제이크이기도 했다.
켈슨은 그 뻔뻔함에 감탄을 넘어서 짜증난다는 표정을 지었고, 로이는 차분함을 유지하는 목소리로 묻는다.
“그러니까, 제이크 씨. 정말로 켈슨 씨의 손등을 뚫은 일이 미안해서, 당분간 혼자일 켈슨 씨의 말동무가 되어 주겠다고요?”
“응. 덤으로, 켈슨이 지금 하려는 일에 도움이 되는 일이 있다면…… 가볍게 돕기도 하고 말이야.”
다시 능글거리는 말투로 로이에게 대답하는 제이크의 태도는 매우 당당했고, 누가 봐도 많이 뻔뻔했다. 전혀 거리낌 없는 이 태도에 켈슨이 자기 눈가를 손끝으로 꾹 누르면서 말한다.
“대체 언제부터 그렇게 섬세한 성격이셨는데? 눈곱만큼도 미안해하지 않으면서 대체 왜 나한테 들러붙으려 하냐고!”
“오호? 아니, 마법사가 들러붙는 것에 대해서는 아무렇지도 않으면서 내가 같이 있겠다는 거에는 왜 이리 민감하신가?”
제이크는 낄낄거리면서 켈슨의 말투를 흉내 내고 있었다.
로이가 이 꼴을 보면서 다시 불끈하는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로이는 또다시 깊이 숨을 들이쉬었다가 내쉬면서 진정하는 모습으로 말한다.
“팀에서도 잠시 떠나 있는다면서요? 차라리 지금부터 벌어지려는 소동을 좀 자세히 지켜보고 싶다고 하는 편이 어때요? 그렇다면…….”
“에이, 뭘 그런 걸 일부러 말할 필요까지 있어? 그냥 다 그렇게 넘어가는 거지!”
제이크는 히죽거리면서 로이의 말을 자르고 있었다.
이는 로이와 켈슨을 동시에 어이없게 했다.
그런 둘을 보며 제이크가 낄낄거리는 소리와 함께 고개를 돌려 바를 향해 외친다.
“루비! 우리 요리 언제 나와요? 꽤 기다렸는데?”
“닥치고 처먹을 거면 바로 줄 수 있어. 하지만 제대로 된 고기 스튜를 먹고 싶다면 기다려.”
바 너머, 비스듬히 서 있는 벽 너머의 부엌에서 루비의 험악한 대꾸가 튀어나오고 있었다. 그 소리에 귀를 쫑긋하는 듯하면서 제이크가 낮은 목소리로 켈슨과 로이에게 말한다.
“정말 여기서 식사할 거야? 다른 곳에서 제대로 된 음식을 먹는 편이…….”
“다 들린다! 닥치고 기다려!”
제이크의 말을 끊는 루비의 외침이 바로 터져 나왔다.
제이크는 다시 목소리를 높여 투덜거린다.
“라비엔의 여관이 한두 곳이냐고. 왜 하필이면 여기야? 덫의 쇠못이 그대로 박혀 있는 사슴발을 구워 내미는 루비네인데…….”
“저 망할 놈이!”
루비가 바 쪽으로 고개를 내밀면서 으르렁거렸다.
제이크는 그런 루비를 향해 히죽 웃으며 말을 잇는다.
“어허, 손님 패서 내쫓으려고요? 그냥 다 함께 나가줄까요? 여기 둘도 웬만하면 나가고 싶은 눈치인데?”
“끙! 닥치고 기다려!”
손에 든 넓고 큰 부엌칼을 휘둘러 보이면서…… 목을 긋는 시늉으로 더 떠들지 말라고 협박하는 태도로 루비가 다시 외치고는 부엌으로 도로 들어갔다.
켈슨이 그 꼴을 보면서 한숨을 쉬었다.
로이는 그런 켈슨에게 나지막하게 말한다.
“아무리 미리 여관비를 내줬다고 해도…… 웬만하면 다른 곳으로 가는 게 좋지 않아요? 여기는…… 손님이 남성이면 험하게 굴린다는 루비네 여관이잖아요?”
제이크는 킥킥거렸고, 켈슨은 딱딱하게 굳은 표정으로 로이에게 대답한다.
“여기는 네가 멋대로 날뛸 수 없는 몇 안 되는 곳이기도 하지.”
“젠장, 아니 이 꼴로 내가 뭘 어쩐다고!”
로이가 손목을 들어 보이면서 억울해했다.
켈슨은 더 말하기 싫다는 듯이 입을 다물었다.
제이크는 구경만 하겠다는 듯이 넉살좋게 웃어 보였다.
“와아! 뭐야, 이쁜 문신이네? 어라? 길드에 들러붙어 노는 로그 메이지잖아? 여기서 뭐 하고 있어요?”
쟌은 계단을 내려오면서 경쾌하게 떠들고 있었다.
쟌의 뒤를 따라 벨라딘이 내려오다가 이 소리에 대꾸한다.
“뭘 하기는, 여기 묵고 있는 손님 노릇을 하고 있지. 루비, 아직도 요리 중이에요? 벌써 두 시간은 넘게 요리하고 있는 거 같은데?”
쟌이 쪼르르 바 앞에 붙어서 부엌을 엿보는 시늉을 하며 말한다.
“우와! 루비가 요리를 두 시간 넘게 하다니! 대체 어디서 가져온 썩은 고기를 요리하는 중인데요? 아직도 썩은 냄새가 안 빠져요?”
이는 신나고 유쾌한 외침이었고, 기다리는 세 남자를 동시에 놀라게 했다.
“써, 썩은 고기?”
로이가 당황한 소리를 내면서 켈슨을 바라봤다.
여기 머물겠다고 한 당신이 책임지라는 로이의 눈길에 켈슨이 더듬는 소리를 낸다.
“루, 루비! 이제 그런 짓 안 한다며!”
제이크는 볼을 부풀려서 큰 한숨을 쉬는 시늉을 하면서 말한다.
“양심적이네, 그래도 썩은 냄새 안 나게 하려고 애쓴다니…… 근데 어제 멀쩡한 식재료가 도착했잖아? 왜 식재료 없어서 사람 구워 먹을까 말까 하는 때의 요리가 나오는 걸 기다리는 거야?”
켈슨은 말 끝에 슬그머니 자신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제이크의 이야기를 외면할 수가 없었다. 바로 의자에서 엉덩이를 떼면서 외친다.
“아, 그러고 보니 너무 오래 기다렸어! 길드에 가서 일이 어떻게 돌아가나 확인해야겠지! 엉뚱한 녀석들이 사기꾼으로 오해받을 수도 있잖아. 어이, 로이! 새로 들어온 정보를 확인해주기로 했잖아? 루비, 오늘 식사는 일단 그냥 넘기기로 하자고! 식대는 먹은 걸로 계산해도 괜찮으니까!”
말이 끝날 무렵에는 켈슨과 로이는 이미 여관문을 넘어서는 중이었다.
부리나케 달아나는 둘을 보면서 제이크는 키득거리는 표정을 한 채로 느긋하게 일어섰다.
“루비, 횡재했네요? 먹지도 않았는데 식대는 낸 걸로 한다잖아요.”
이 소리의 여운이 아직 끝나기도 전에 부엌에서 거친 루비의 외침이 터진다.
“이 새끼들이! 거기 안 서! 처먹고 가라고!”
바로 쟌이 바에 머리를 붙이면서 덩달아 외친다.
“아, 칼은 왜 던져요!”
부엌칼이 쟌의 머리 위를 지나서 입구 곁의 벽을 향해 힘차게 날아가 꽂히는 중이었다.
제이크가 문턱에 선 채로 꽂히는 부엌칼을 봤고…….
“어이쿠, 요리사의 집념은 무섭구만! 거기 꼬맹이 아가씨, 대신 좀 먹어달라고!”
유쾌해하는 소리와 함께 나가 버렸다.
쟌은 몸을 일으키면서 투덜거리는 소리로 제이크 쪽을 향해 외친다.
“누가 꼬맹이야! 왜 내가 루비의 썩은 고기 요리를 대신 먹어야 하는데!”
“배 불렀냐앗! 주면 주는 대로 처먹을 것이지! 어디서 요리 재료를 따지려고 들엇!”
루비가 으르렁거리면서 부엌에서 나오는데, 손에는 큰 접시가 들린 채였다.
물끄러미 구경하는 듯했던 벨라딘이 그 접시를 보며 말한다.
“요리하다 말고 그냥 내오면 어떻게 해요? 아직 요리 덜 된 거 아니에요?”
“저놈들이 도망가잖아!”
루비가 억울하다는 듯이 외쳤다.
쟌이 귀를 막는 시늉을 하면서 함께 외친다.
“아오오! 소리 좀 지르지 말아요! 바쁘면 그냥 갈 수도 있지! 게다가 돈은 낸다잖아요!”
“돈이 문제냐! 내가 이거 요리하는 데 걸린 시간은! 여기 들어간 고기는! 이게 웬 낭비냐고! 저것들 잡아다가 입에 쑤셔 넣고 말겠어!”
루비가 바 위에 접시를 세게 내려놓으면서 으르렁거리고 있었다.
벨라딘과 쟌은 어이없어 하며 그런 루비를 바라봤고…….
투란은 마차 지붕 위에서 먼 하늘을 보면서 소리죽여 키득거리고 웃었다.
‘와, 대단하네! 진짜 저 아줌마 대단해!’
라비엔에서 프로브의 기척은 점차 희미해지고 있었고, 여관의 작은 소란은 투란에게 거의 마지막으로 전해오는 소식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