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ster×Monster: Nihilism King Arc RAW novel - Chapter 406
몬스터×몬스터: 허무왕 편 (402)
“흠…… 형, 전혀 도움이 안 되는 얘기 아닌가?”
멜란드가 나직하게, 시원하게 열린 밤하늘을 올려다보면서 곁을 향해 속삭였다. 막내를 가운데 끼고 누운 페란드와 제란드는 피식 웃음과 함께 제각각 대꾸한다.
“가 보면 알겠지.”
“마법사잖아…… 뭐든 그 시작은 어쩌고 하는 게 당연하지.”
누나가 물어본 말은 거기선 대체 뭘 해 먹고사느냐 하는, 몬스터 사냥이라든가 마수 사냥 말고 거기 사는 사람들은 무슨 일을 하며 사는가 하는 소소한 물음이었다. 장사하는 이들만 와글거리는지, 아니면 호수에서 낚시를 하면서 지내는지, 혹은 밭을 갈아 식량을 얻어 소박하게 사는지 하는 것이 궁금했을 뿐이었다.
하지만 루케인은 마법사답게 알드바인이 어떻게 지금의 모습인가를 그 시작부터 밝히겠다는 듯이 떠들어 버린 것이다. 그야말로 흔히 보는 마법사의 말버릇, ‘그게 어떻게 그렇게 된 거냐 하면 말이지!’라는 이야기 방식이었다.
따지고 보면 마법사인 루케인에게는 그런 소소한 사람들의 생활 방식에 대해서는 굳이 대답할 필요가 없는 일일 수도 있었다. 그러므로 페란드는 가서 직접 보면 알 수 있다고, 제란드는 마법사다운 대답이라고 웃어 버린 것이다.
그 와중에 투란은 가는 길에 경계 도시에 들러 볼 것인가를 궁금해했고…….
“어쨌든 밤마다 몬스터가 덮칠까 하는 걱정은 없는 곳이겠지.”
멜란드는 작은 소망을 담아 중얼거리고 눈을 감았다.
아침 해가 뜨면 또다시 마차로 질주할 일이 기다린다는 것이 분명하니까.
두두두드! 쿵, 덜컹!
거칠게 질주하는 마차의 바퀴가 돌을 밟으며 출렁거렸다.
그러나 마차는 튀어 오르지도, 어느 쪽을 기울지도 않았다.
울퉁불퉁한 땅을 밟고 구르고 있는 바퀴였지만, 바퀴 축이 오르내리면서 마차 전체의 균형에는 전혀 영향을 끼치지 않게 하는 탓이었다.
‘신기해!’
투란이 그 바퀴와 축의 움직임을 느끼면서 즐거워할 때, 큰 땅울림이 마차의 뒤를 쫓아 다시 한 번 울린다.
쿵, 쿵! 덜컹.
마차는 그 땅울림에 호응하듯 가볍게 다시 출렁거리는 축의 움직임으로 노골적인 소음을 흘렸다.
“아, 진짜!”
덤이라는 듯, 마법사 루케인의 짜증도 새어 나왔다.
이번에는 단순히 짜증을 한번 토해 내고 멈추기 싫은 듯, 루케인이 마부석 위를 보며 지붕 너머를 향해 외친다.
“투란! 저거 계속 저러고 쫓아오게 냅둘 거야? 다른 놈들 다 갔는데, 저 한 마리는 계속 따라오잖아! 어떻게 좀 해 보라고!”
“흐흠…….”
투란은 새는 소리로 궁리하는 척하면서, 루케인이 가리키는 한 마리 빅울프를 바라봤다.
환한 햇살 아래에서 마차 뒤를 졸졸 따라오는 모양이지만, 가끔 거리를 좁히기 위해 빅울프가 크게 한 번씩 뛸 때마다 쿵쿵거리는 땅울림이 마차를 따라잡고 조금씩 튀어 오르게 하고 있었다.
새삼 그 꼴을 보면서 투란의 입에서는 자연스럽게 중얼대는 소리가 새어 나온다.
“저 녀석 참, 괴상하네.”
아침이 되어 다시 마차가 달리기 시작할 때, 빅울프 무리는 엉거주춤하면서 새로운 우두머리가 된 일행을 마지못해 잠깐 따라오는 척했다. 거기에 대고 투란이, 멜란드가 으르렁대는 시늉을 해 보였고 다들 멀리 가라는 그 신호를 받아들인 듯이 재빠르게 달아나 버렸다.
그런데 한 마리, 묘하게 종종걸음으로 살살 마차를 따라 오는 한 마리가 남아 있었다. 마치 우두머리가 이제부터 뭘 하려나 궁금하다는 듯한 묘한 태도였다. 그 한 마리를 보며 재미있어하던 멜란드는 그냥 저러다 말겠지 하면서 마차 안에 드러누워 버렸다. 투란은 마차 지붕에서 그 한 마리와 간간이 눈을 마주치면서, 키득거리면서 구경하는 중이었다.
그리고 해가 높이 떠서 한낮이 되었음에도 계속 저렇게 따라오는 빅울프에 대해 루케인이 마침내 의견을 내놓은 것이다. 저대로 계속 두면 안 된다고…….
“이대로 알드바인에 도착하면, 어떻게 될 것 같아요?”
투란이 마부석 지붕을 두드리면서 물었다.
“바로 잡아서 가죽을 홀랑 벗겨 버릴걸. 알드바인 근처에 가면, 저 정도 덩치는 일단 크다는 것만으로도 경보를 울게 할 거야. 그러면 무슨 일인지 묻기 전에 알드바인의 경비대가 뛰쳐나와 쳐들어오는 마수를 해결하려 하겠지. 물론 저 녀석은 그저 덩치만 클 뿐이지만…… 저 덩치면 그냥 마수 취급 당해도 억울하지는 않을걸?”
루케인의 대답에 투란은 쓴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투란의 뇌리에는 드라고니아가 투덜대는 의견을 쏟아 넣고 있었다.
―인간의 편견은 한결같이 멍청하군! 덩치가 크다고 마수니 괴물이니 하다니! 세상에는 인간의 눈높이로는 가늠할 수 없는 큰 짐승이 한둘이 아닐 텐데!
‘그렇다 치고…… 저거 왜 나랑 눈 마주치면서 계속 따라오는 건지…… 너, 아까부터 짐작 가는 게 있다면서? 뭐야, 이제 좀 말해 줘.’
투란은 소리 없이 물었다.
이제는 투란과 눈이 마주치면 살살 꼬리를 흔들면서 귀도 제법 쫑긋 세우는 빅울프는…… 그 체격의 규모와 상관없이 어딘가 강아지 같은 느낌이라 꽤 귀엽잖은가. 이대로 데려가서 알드바인의 사냥꾼들에게 껍질이 홀랑 벗겨지게 내버려 두기는 조금 아닌 듯한 기분이 투란의 가슴에서 몽글거리고 있었다.
―음? 음, 그건…… 아무래도 저 녀석에게는 마수의 성향이 좀 더 짙은 모양이라는 거다. 그 성향이 아무래도 그림 울프를 기원으로 하는 것 같고…… 쉽게 말해서 저 녀석은 다른 동족보다 더 그림 울프의 존재에 더 영향을 받는 모양이고, 네 안에 있는 그림 울프에 반응해서 졸졸 따라온다 이거지.
‘에? 아니, 내가 삼킨 그림 울프를…… 쟤가 어떻게 반응하는 건데? 몬스터 로드가 형성하기 전에 그 존재를 안다는 거야?’
투란에게는 조금 놀라운 이야기였다.
저 산맥 깊은 곳에서 삼킨 붉은 늑대의 존재를 냄새 맡고 쫓아오는 중이라니!
―뭔 헛소리야? 너, 어제 달빛을 보고 그림 울프의 형상을 살짝 끌어냈다고. 그때 저 녀석이 가장 민감하게 반응했고, 다른 늑대 녀석들도 어렴풋이 느끼고 있었다. 그래서 아침부터 널 자신들의 우두머리처럼 우러러봤잖아.
‘어, 엥? 그, 그랬다고?’
―뭘 새삼 놀라고 있나? 웨어울프가 늑대들 사이에 서면 바로 우두머리 노릇을 하는 거, 몰랐어?
‘아, 그 얘기는…… 들은 적 있어.’
투란은 쿵쿵거리면서 마차의 바퀴 축을 오르내리게 하는 빅울프의 꼬리가 조금 더 활발하게 살랑거리는 광경을 바라보면서 기억해 냈다.
웨어비스트 중에는 그 짐승 쪽 형상을 이용해서 같은 품종의 짐승을 지배하는 경우가 있다고 했다. 웨어울프는 늑대를, 웨어베어는 곰을……. 그 때문에 웨어비스트 타입의 몬스터가 발생할 경우, 그 주변의 짐승들이 심상찮게 움직이는 경우가 많다고 하잖던가. 그렇게 흔한 경우는 아니었고, 오히려 짐승들이 달려들어서 우열을 가리자고 하는 경우가 더 많다는 말도 있었다. 한데…….
―투란, 그건 그냥 그런 경우가 있는 게 아냐. 웨어비스트 계통에겐 아주 흔한 일이다. 대체 왜 그걸 희귀한 경우라고 여기는지 모르겠다만, 웨어비스트는 자신이 품은 것과 같은 품종의 짐승에게는 기본적으로 지배력을 발휘할 수 있다. 그 능력이 뛰어날 경우에는 다른 품종의 짐승까지도 어느 정도 지배할 수 있다고.
드라고니아가 어딘가 신랄하게 짚어 주고 있었다.
투란이 들었던 소문이랑은 꽤 다르잖은가!
‘에? 그게 그런 능력이라고!’
―그림 울프는 웨어울프의 형상이지만, 웨어울프와는 조금 다르긴 해. 그러나 늑대종의 짐승이라면, 오히려 더 강력하게 지배할 수 있다. 드레드 울프도 그렇게 바로 때려잡지 않았다면, 네가 그림 울프의 형상을 새끼손가락 정도만 끌어냈어도 바로 네 앞에서 꼬리를 말았을 거야.
‘야, 그 얘기를 지금 하냐!’
―아무 말 듣지 않고 파이로를 불기둥 모양으로 끌어내서 주먹질부터 한 건, 어디의 누구였는데?
‘칫! 흥! 그런데 밤에 내가 드레드 울프 핏덩이 가슴에 바르는 꼴도 그냥 구경만 했어?’
―미련 떠는 꼴이 너무 멍청해서 뭐라 할 말이 없는 광경이었지.
‘으잇! 못됐어!’
투란은 투덜거리는 기분을 자기 안으로 깊이 갈무리했다.
그리고 그림 울프의 형상을 마음에 품고, 그 눈동자를 자신의 눈알 위로 겹쳐 내면서 그림 울프가 지닌 본능의 힘을 더듬었다. 곧바로 누런빛이 맴돌게 된 투란의 눈동자는 빠르게 빅울프의 눈동자와 마주쳤고…….
쿠웅!
커엉! 쿠어워어어!
“으앗, 뭐야! 뭐 한 거야, 투란?”
루케인이 빅울프의 웅장한 울부짖음에 놀라서, 갑작스럽게 세차게 땅을 밟으면서 밝은 하늘의 높은 해를 보면서 터뜨린 그 울음소리에 대해 따져 묻고 있었다.
투란은 그 소리에 답하지 않고 빅울프를 향해 손짓하며 작게 말하기부터 했다.
“훠이! 훠이, 이제 그만 가 봐라. 다치기 전에…….”
커엉, 크어엉!
긴 울부짖음이 다시 터졌고, 곧이어 귀를 완전히 세우고 꼬리를 잔뜩 치켜올린 채로 흔들어 대는 빅울프가 더욱 큰 땅울림 소리를 내면서 멀어져 갔다. 마치 새로운 사명(使命)을 받았다는 듯한 힘찬 뜀박질이었다.
덜컥, 페란드가 마차 지붕에 한쪽 팔을 걸쳐 몸을 당겨 올리면서 묻는다.
“투란, 뭘 한 거야?”
“하핫, 정말 뭘 한 거지? 전에 삼킨 늑대 비슷했던 녀석이 생각나서…… 그냥 잠깐 그 눈알을 굴리면서 노려봤는데…… 시킨 대로 하네?”
살짝 어이없어하는 표정을 고스란히 드러낸 채로, 투란이 멋쩍고 민망한 듯이 대꾸하고 있었다. 그 모습에 페란드는 픽 웃었고, 다시 아래로 내려갔다. 곧이어 제란드가 불쑥 두 손으로 지붕을 잡고 윗몸을 걸치면서 말한다.
“그거 또 할 수 있는 거야?”
“그, 글쎄? 되려나?”
“흠, 다시 되면 필요할 때 꽤 쓸 만하겠는데…… 저 덩치 좋은 녀석들이랑 다시 만나고 싶지는 않네. 저것들…… 너무 커.”
“음…… 역시 그렇지.”
투란이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고, 제란드도 할 말 다 했다는 듯이 다시 아래로 몸을 떨궜다. 그리고 루케인이 마법사답게 투덜거리는 소리는 마부석 지붕을 넘어 울려 나온다.
“쫓아 보낼 수 있었으면 일찌감치 쫓을 것이지…… 아, 이제 좀 조용히 달려 보겠네.”
다시 마차가 가속하기 시작했다.
지축을 울리듯이 따라붙은 빅울프가 없다는 이유로 더 큰 소음을 일으키겠다는 듯이 요란한 바퀴의 덜컹거림이 이어졌다.
지붕 위에서 기우뚱거리면서 투란이 투덜거린다.
“아니, 이게 무슨 조용히야! 하여간 마법사는…….”
두두두, 달가닥! 히이잉! 푸룻! 투릇!
요란한 발굽 소리와 함께, 말의 거친 숨결과 투레질하는 소리가 다가왔다.
“진짜 말이잖아?”
투란이 지붕 위에서 외칠 때, 루케인은 마차를 세웠다.
루케인과 함께 마부석에 앉아 있던 시알라가 조용히 두건 아래에서 속삭인다.
“루케인, 누군지 알아요?”
“알아. 싸울 일은 없을 거야. 왜 여기 있는가는 조금 이상하지만, 물어보면 알겠지.”
시알라에게서 흘러나오는 마력의 기척을 느낀 듯, 루케인이 살짝 고개를 저으면서 대답하고 있었다. 그냥 두면 시알라처럼 저쪽에서도 이쪽을 수상하게 여길 테고 곱게 말로 할 일이 괜한 다툼으로 이어질 수 있어서 만류하는 고갯짓이었다.
시알라는 가만히 주먹을 쥐면서 마력을 거두었다.
그리고 다가오는 이들도 칼자루에서 손을 떼고 있었다.
그중 한 명, 다른 이들과는 조금 다른 복장을 한 이가 조금 힘겨운 듯한 목소리를 애써 올리면서 묻는다.
“루케인? 맞지, 루케인이지?”
“응? 세마인? 아니, 네가 여기에 웬일이야? 알드바인에서 이렇게 멀리 나오다니…… 무슨 일이야?”
“어이! 라비엔에 있을 녀석이 여기 있는 것부터 설명해야 하는 거 아냐?”
“아주 급한 일이 있어서 알드바인으로 가는 길이지.”
말 위에서 지친 기색이 가득한 세마인, 차림새가 딱 봐도 ‘나, 옆에 있는 놈들처럼 칼부림하는 사람 아니고 마법사야.’라고 외치는 듯한 이는 루케인의 대꾸에 잠깐 눈살을 찌푸렸다.
하지만 시알라는 세마인이 두건을 연 얼굴 위로 곧 납득하는 표정이 떠오르는 것을 분명히 볼 수 있었다. 루케인이 대꾸하면서 하는 손짓을 잠깐 주목한 다음이었다. 시알라에게는 명확하지 않았지만, 그 손짓에 미묘한 마력의 흐름이 나타났다 사라진 다음이기도 했다.
“뭐, 급하다면 할 수 없지. 그럼…….”
“잠시만요, 마법사!”
세마인이 일행에게 어서 가자고 고갯짓하며 말고삐를 당기니, 그중 한 명이 반대로 말을 몰아 마차를 살짝 가로막으면서 입을 열고 있었다. 루케인은 그를 흘깃 바라봤고, 세마인도 ‘왜?’ 하면서 조금 언짢은 표정을 짓는 중이었다.
두 마법사의 그런 눈길에 살짝 곤혹스러운 듯하면서도 입을 연 이는 자신의 의견을 말하려 했다. 그러나…….
“어? 대장! 드레드 울프야! 이 친구들, 드레드 울프를 사냥했어!”
마차 곁으로 움직이다가 지붕 한구석에 걸려 깃발처럼 휘날리다가 축 늘어진 마수의 가죽을 보고 한 명이 외치는 소리가 먼저 터져 나왔다.
작은 술렁임이 기병(騎兵)처럼 보이는 세마인 일행에게서 바로 피어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