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ster×Monster: Nihilism King Arc RAW novel - Chapter 407
몬스터×몬스터: 허무왕 편 (403)
펄럭, 펄럭!
마차 지붕 양옆으로 매달아 놓은 드레드 울프의 가죽 둘이 불쑥 지나가는 바람을 맞으며 잠시 찰랑거리듯이 흔들렸다. 마차가 내달릴 때는 깃발처럼 휘날리고 있었지만, 멈추고 나니 바람이 흔들어 주지 않으면 안 되는 모양이었다. 그야말로 더 이상 살아 있지 않은 늑대에게서 벗겨 낸 가죽이라고 증명하는 꼴이었다.
그리고 그걸 본 한 명이 외치기 시작했다.
“드레드 울프야! 이 친구들, 드레드 울프를 사냥했어!”
곧이어 기병 일행이 마차 주변을 맴돌면서 놀라 웅성거렸다.
“이거, 설마 램피지 알파?”
“털 빛깔이랑 크기는 램피지 알파야!”
“아니, 그것들 요새 빅울프 떼를 몰고 다닌다고 했잖아?”
“맞아! 우리가 듣고 쫓아온 것도 빅울프의 발걸음이었지.”
철갑과 철검, 말에게조차 갑편을 두른 기병들이 내는 소리를 듣던 세마인이 결국 동류인 마법사에게 묻는다.
“대체 이게 어떻게 된 거야, 루케인?”
이에 대해 루케인은 아주 상쾌한 손짓과 함께 대답한다.
“급한 일이라고 했잖아. 방해받을 수가 없어서 아주 우수한 헌터들의 도움을 받는 중이지. 이 마차의 방호 마법으로 어떻게 안 되는 놈들이랑 만날 경우까지 대비해서 말이야. 저건…… 테러 주문에 겁먹지 않고 빅울프를 몰고 온 녀석들이라서 처리해야 했어. 그뿐이야.”
단순한 듯하면서도 나름대로 요점을 짚는 설명이었다.
마차를 가로막으면서 동료들이 마차 주변에서 떠드는 소리를 듣고 있는 기병의 대장이 조금 기막힌 표정으로 루케인 곁의 시알라를, 마차 위의 투란을 두리번거리듯이 둘러봤다.
그런 대장을 보면서 루케인이 빠르게 물음을 덧붙인다.
“그런데 뭔가 우리에게 용건이 있으신가?”
세마인이 루케인을 돕듯이 대장을 향해 말한다.
“그래, 무슨 일이냐고, 레스? 우리도 바쁘지만, 저쪽도 바쁘잖아.”
레스는 자신과 함께 온 마법사인 세마인까지 재촉하는 소리에 쓴웃음을 지었지만, 머뭇거리지 않고 왜 마차 앞을 잠깐 가로막았는지 바로 이야기한다.
“오면서 고블린의 흔적을 보지 않았습니까?”
많은 말을 덧붙이거나 이쪽 사정에 대한 설명은 전혀 없이 딱 용건만 꺼낸 듯한 말이었고, 당연히 루케인은 갸웃했다.
“고블린?”
어쩔 수 없이 세마인이 중재라도 하듯이 말한다.
“고블린 호드가 발생한 얘기는 알고 있지? 얼마 전에 세트반과 쥬레인에서 군단을 동원해서 토벌한 고블린 호드 말이야.”
“알지. 그 녀석들 중에서 제일 골치 아프다는 팩 하나가 라비엔 주변에서 사고 치는 바람에 아주 곤란할 뻔했으니까. 하지만 그놈들은 정리했어. 그래서 내가 이 급한 일에 직접 나설 수 있는…… 여유 같지 않은 여유가 생긴 거라고.”
세마인은 대답하는 루케인의 손짓과 태도를 보면서 다시 말하는데, 마치 대장인 레쓰에게 설명하는 듯했다.
“과연…… 세트반의 왕자를 상처 입힌 팩은 산맥의 경계 안쪽 깊은 곳으로 도주했다더니…… 다행이군, 처리했다니 말이야. 하지만 그 호드의 찢긴 팩은 하나가 아니야. 사방으로 흩어졌어. 경계 도시 양쪽에 대략 천 단위로 뭉쳐 다니는 놈들이 확인되기도 했지. 그리고 이쪽으로도 수십 마리에서 백여 마리의 규모가 되는 팩들이 흘러들었다고 해.”
“흠? 수십에서…… 백까지?”
루케인은 세마인과 함께 있는 기병들을 둘러보면서 의아한 소리를 냈다.
레쓰가 그 의아함에 쓴웃음을 지을 때, 마차 지붕 위에서 귀를 기울이던 투란이 감탄하는 소리를 터뜨린다.
“우와, 일곱 명 정도밖에 안 되는데 수십인지 백인지…… 천이 될지도 모를 고블린 팩을 잡으러 가는 길이었다는 거예요?”
루케인의 표정이 실룩였고, 세마인은 약간 어이없다는 듯이 마차 위에 엎어진 채로 이쪽을 향해 얼굴만 들이대는 꼴인 투란을 바라봤다. 투란을 보며 한숨을 한번 쉬면서 레쓰는 말을 몰아 한쪽으로 비켜서면서 목소리를 높여 대답한다.
“잡으러 가는 길은 아니고…… 그놈들이 어디서 뭘 하고 있는가를 정찰하는 길이지요. 그래서 묻고 싶은 겁니다, 오는 길에 고블린의 흔적을 본 것이 있나 말이죠. 우리가 정찰하는 지역에 일부러 빅울프의 영역은 빼놓고 있는데, 제대로 된 흔적이 없었어요. 그러니까 설마설마하는 생각이기는 하지만…….”
“그렇군. 고블린은 무리 규모가 작으면 강한 놈들 곁에 들러붙듯이 숨어 지내는 경우도 있었지. 무슨 말인지 알겠어.”
루케인이 시원하게 레쓰의 말을 자르면서 말했다.
거꾸로 머리를 떨군 투란이 그런 루케인을 향해 묻는다.
“그게 뭔 소리예요?”
“고블린이 자기보다 강한 빅울프 무리를 방패 삼아 그 영역 안에서 숨어 다닌다는 소리지!”
조금 삐딱한 말투로 루케인은 빠르게 투란에게 답했다.
투란은 눈을 껌벅거리면서 되묻는다.
“몬스터가 마수가 이끄는 짐승을 방패 삼아요?”
루케인은 자꾸 시간 끌듯이 묻는 투란을 살짝 노려봤고, 세마인이 갸웃하면서 투란의 태도를 이상하게 여기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마법사와 기병 다섯을 이끄는 대장인 레쓰는 투란의 의문이 당연하다는 듯이 대답을 한다.
“보통 상황과는 아예 거꾸로이기는 한데, 여기 하이랜드에서는 가끔 있는 일이죠. 멀리서 오신 분에게는 확실히 낯설겠군요. 조금 설명하자면, 군단과 싸우고 흩어진 고블린의 잔당은 몬스터로서의 포악한 본능보다는 개체로서의 생존 본능이 먼저 드러납니다. 그러니까 호드가 되어서 거칠 것 없이 날뛸 때랑은 다르게 적은 무리 속에서는 아주 쉽게 겁을 먹고 숨어다니려 한다, 뭐 그런 얘기죠. 그러면서 자신들이 숨을 곳으로는 자기네한테 겁을 줄 정도의 강한 뭔가의 영역 안을 고를 때가 있고 말이죠.”
루케인과 세마인은 눈을 깜박거리면서 ‘그랬나?’ 하고 서로를 흘깃거렸다.
마차 지붕에서 듣던 투란은 머리를 긁적이다가 레쓰가 말을 마치고 바라보는 눈길에 답한다.
“그렇게 말하니까…… 그럼, 그게 겁먹고 엎드린 채로 기고 있는 들개 떼가 아닐 수도 있는 것 같기는 한데…… 시알라, 그거 들개 아니었어?”
시알라가 두건을 흔들면서 대꾸한다.
“너무 멀었어. 정확하게 뭔지는 몰라서 그냥 넘어갔잖아. 마차 근처로 다가올 낌새도 전혀 없었고…… 빅울프가 가로막는 길목 쪽에도 얼씬도 하지 않았으니까.”
세마인은 이 소리에 루케인을 향해 떨떠름하니 묻는 소리를 던진다.
“넌 그런 거 전혀 못 봤어?”
“우수한 헌터의 안목이랑 마법사의 안목은 서로 다루는 영역이 다르거든? 너도 나랑 똑같이 생각하고 있었잖아!”
루케인은 세마인이 ‘넌 왜 몰라?’라는 듯이 묻는 말투에 불끈해서 대답하고 있었다. 세마인이 말 위에 키득거리는 웃음을 머금으면서 레쓰를 향해 말한다.
“그쪽으로 갈 건가?”
레쓰는 바로 고개를 끄덕였고, 말을 몰아 마부석 가까이 오면서 투란에게 묻는다.
“여기서 어느 쪽으로 가면 그 흔적을 볼 수 있을까요?”
“음…… 저쪽 정도? 어째 많이 애매한데…… 아무튼 여기서 가자면 대강 저쪽일 거예요. 하지만 지금 가서 제대로 흔적이 보일지는…….”
“고맙소! 가자!”
레쓰는 말을 몰면서 높이 휘파람을 불었다.
마차 주변에서 늑대 가죽을 보던 기병들이 바로 그 휘파람 소리를 따르듯이 말을 몰았고, 세마인이 엉덩이를 들썩이면서 가장 늦게 그 뒤를 따라 말을 몰아갔다. 그 모습이 사라질 무렵에 시알라는 떨떠름하게 한숨을 쉬면서 다시 마차를 움직이기 시작하는 루케인에게 묻는다.
“아까 그 손짓, 뭐였어요?”
“응? 아, 마력을 느꼈나?”
“주문은 아니었잖아요.”
“어, 아니야. 뭐랄까…… 상아탑 마법사끼리는 서로 마력의 무늬를 그려서 보여 주는 재간이 있다고 해야 할까? 정확하게 말하자면 다른 존재의 마력 패턴을 간파하는 견습생 시절의 훈련 성과인 셈인데…… 그걸 응용해서 자기 마력으로 자아낸 글자를 보여 주는 거야. 그러니까 입으로 떠들면서 동시에 손으로도 떠드는 거지.”
덜컹, 콰르르르.
루케인의 설명과 함께 마차가 다시 요란을 떨면서 내달리기 시작했다.
시알라는 그 설명에 납득하면서도 갸웃거리는 말을 토해 낸다.
“글자라니…… 전혀 그렇게 보이는 것 같지 않던데…….”
“원래 그래. 상아탑 마법사끼리만 써먹는 까닭이 그 때문이지. 오랫동안 아는 사이이고, 상아탑의 표준에 맞춰서 패턴을 그려 내거든. 보통 쓰는 문자를 그려서 보여 준다기보다는 잔뜩 흘려 쓴 글씨의 흔적을 보여 주면서 추측하게 하는 거라서…… 상아탑 출신이 아니면 저게 뭔 짓인가 하게 되는 거야. 그래도…… 예민하네, 시알라. 보통은 그냥 뭔 주문을 외우려나 마나 하고 넘어가거든! 자, 달리자!”
덜컹, 터엉! 두두두드!
두드듯!
“대장, 대장! 레쓰!”
“왜?”
옆으로 다가와 보조를 맞추며 부르는 동료를 보며 레쓰는 조금 거칠게 대꾸했다. 지금은 한참 속도를 올려서 말을 몰아야 할 때인데, 뭐가 급하다고…… 전혀 급할 일이 없는데 저리 간격을 좁혀 투레질하는 말끼리 성질 돋울 정도로 목소리를 높여 부르는가 따지는 듯한 대꾸였다.
“램피지 알파 한 쌍에게 걸린 현상금이 꽤 높은 거 알지?”
“앙?”
“그 녀석들을 저렇게 간단히 잡을 정도인데, 좀 도와 달라고 해도 괜찮지 않았냐고!”
“급한 일 있다잖아.”
대장 레쓰의 대꾸에 가까이 붙어 달리는 폴슨이 면갑을 살짝 올리면서 찌푸린 표정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급하다고 해도 그 정도라면, 그냥 쫓는 게 아니라 아예 토벌을…….”
“임무를 괜히 확대하려고 하지 마! 마법사끼리 얘기하는 거 못 봤어? 세마인도 잡을 생각을 못 했다고! 무슨 급한 일인지까지 캐물어서 거절당하면 기분이 좀 낫냐?”
대답을 다 했다는 듯, 레쓰는 더 빠르게 말을 재촉하면서 앞으로 나아갔다.
폴슨은 조금 불만 섞인 표정을 지었지만, 곧 말의 속도를 살짝 늦춰 마법사 세마인이 헉헉거리는 쪽으로 가까이 가면서 묻는다.
“마법사!”
“허억, 헉! 말 걸……지 마! 혀 깨물기…… 싫어!”
“세마인, 아까 일행의 급한 일이란 게 뭡니까? 그냥 좀 도와 달라면…….”
“허억! 켁켁…… 그럴…… 여유가…… 없어!”
대꾸하는 세마인의 모습은 달리는 말 위에서 대꾸할 여유가 없다고 웅변하는 듯했다. 폴슨은 혀를 찼지만, 더 묻기가 어려웠다. 그 때문에 선두의 레쓰를 쫓는 다른 동료들이 돌아보는 눈짓에 어깨를 으쓱하면서 자신의 기마 속도를 높일 뿐이었다.
“페란드! 페란드 갑옷보다 더 잘 만들어진 것 같던데!”
투란은 마차 뒤편으로 고개를 떨구면서 외치고 있었다.
거꾸로 드리워진 투란의 얼굴을 흘깃하면서, 멀어져 가는 마법사와 기병 일행에게 눈길을 준 채로 페란드가 가볍게 대꾸한다.
“응. 분명히 제대로 된 공방 장인의 솜씨였어. 조임쇠, 잠금쇠, 기동 나사와 철사 매듭까지…… 내 거랑은 수준이 다르더군.”
“잘 봤는데, 만들 수 있겠어?”
투란이 거꾸로지만 아주 흥미진진해하는 것이 고스란히 드러난 얼굴로 또 묻고 있었다. 페란드는 조금 쓰게 웃으면서 일단 고개를 저었다.
“무리야…… 지금은.”
“응? 지금은 무리? 그러면?”
“언젠가는 되겠지. 뭐, 알드바인에는 헌터 대공방이 있다니까…… 갑주 공방도 분명히 있을 거야. 그러니까…… 언젠가는 나도 저런 갑옷을 만들 수 있겠지.”
“오홋! 그럼, 말 갑옷도?”
“어? 말 갑옷?”
뜬금없이 이어진 물음에 페란드는 잠시 주춤했다.
분명히 저 기병들은 자기 몸에만 무장을 하고 있지 않았다.
그 기마 쪽 역시 단단하게 무장이 된 상태였다.
말의 머리, 다리, 발목 언저리를 단단히 포장하듯이 감산 철편(鐵片)…… 말을 장식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말을 몰고 직접 전투를 하기 위한 무장이었다. 그 또한 기수(騎手)들의 무장처럼 기동성과 방어성을 동시에 갖춘 것…….
제란드가 페란드를 대신하듯 투란을 올려다보며 말한다.
“거기까지 자세히 볼 여유는 없었지. 페란드 형은 말 탈 생각을 한 적이 없으니까, 마구(馬具) 쪽으로는 신경 안 썼을걸? 그렇지, 형?”
“어, 그랬네.”
페란드는 머리를 긁적거리면서 대답했다.
제란드의 말처럼, 확실히 페란드가 먼저 관심을 가진 부분은 사람이 입은 갑옷 쪽이었다. 말이 아무리 수준 높고 신기한 무장을 했더라도 당장 눈길을 주지 않았던 것이다. 그 마구를 제작한 장인의 솜씨가 갑옷 제작한 솜씨보다 못하지가 않은데!
“말을 탄다라…… 재밌을까?”
투란이 갸웃하면서 왕성하게 호기심의 방향을 틀고 있었다.
그리고 투란처럼 색다른 호기심을 품은 듯한 멜란드가 바닥에 앉아 멀어져 가는 기병 일행을 보면서 중얼거린다.
“근처 고블린을 전멸시키려고 하나…… 대단한 무장에다가 솜씨도 엄청 좋아 보이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