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ster×Monster: Nihilism King Arc RAW novel - Chapter 409
몬스터×몬스터: 허무왕 편 (405)
“몬스터의 형상을 하고 있지 않을 때는 몬스터의 괴력(怪力)을 보이면 안 되지!”
‘역병의 수해’에서 약속한 바였다.
황금매의 문장이 특별하기 때문에 마력을 이용해 강화된 체력을 과시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래서는 안 된다. 세상에서는 그렇게 잘난 척해서는 위험하다!
투란이 키린에게서 들은 바를 바탕으로, 어느 정도 선에서 자신의 실력을 감춰 두는 편이 안전하게 사는 법이라고 외치면서 네 남매에게 꺼낸 말이었다. 그리고 네 남매는 그 이야기에 아주 깊이 동감해 줬다.
그 결과, 투란과 네 남매는 평소에 드러낼 힘의 한계를 정해 놨다.
그 한계를 넘어설 때는 즉각적으로 경고와 함께 제약을 발휘하는 마법 또한 준비해 놨고!
그러나 앞으로 어떤 상황이 어떻게 쳐들어올지 어찌 안단 말인가?
그 한계를 지킬 수 없거나, 지키는 것이 오히려 이상하게 여겨질 수도 있는 처지가 되면 어쩔 것인가?
그런 여러 가지 경우에는 미리 준비된 손짓과 함께 한계 영역을 넓히기로 했다.
두 손에서 손가락을 둘씩 펴고 흔드는 투란의 손짓은 그런 의미였다.
한 명분의 힘에 반 명을 더해 유지되는 평소의 기본 체력을 두 명분에 반 명을 더한 체력으로 힘의 한계를 좀 더 넓히자는 것!
그 손짓을 보며 갸웃거리던 멜란드가 말을 잇는다.
“제란드 형은 속도는 이미 두 배니까, 힘만 좀 늘리면 되고…… 페란드 형은 반대로 힘이 이미 두 배고 속도만 좀 늘리면 되겠네? 음, 나는…….”
페란드와 제란드가 어이없다는 듯, 미묘하게 쓴웃음이 섞인 표정으로 멜란드를 바라봤다. 그사이에 멜란드가 말을 맺는다.
“그냥 한 사람 몫을 더하면 되겠네!”
“야!”
제란드가 타박하는 듯한 한마디를 던졌고, 페란드는 고개를 저으며 손가락 하나를 들어 올리며 말한다.
“넌 그대로 가도 되잖아. 이미 두 사람 몫을 꺼내 쓰는 중이니까.”
“그런 게 어딨어! 형들만 살그머니 더 세지려고? 안 되지! 공평하게 해야지!”
멜란드가 투덜거렸다.
이 광경을 내려다보면서 투란이 키득거리고 웃었다.
기본적으로 정해진 힘의 영역에서 세 형제는 조금씩 자기가 원하는 바에 따라서 한계의 폭을 넓혀 놓고 있었다. 제란드는 더 빠른 몸놀림을 위해 속도의 영역을 넓힌 채였고, 페란드는 버티고 지키는 힘을 더 원해서 순수한 힘의 한계선을 조금 더 높혀 놨다. 처음에 딱 약속대로 하던 멜란드는 두 형이 하는 짓에 울컥해서 자신은 몬스터 로드로 나설 거니까라면서, 아예 두 명분까지 한계 영역을 넓혀 놨다.
각자의 개성, 소망에 따라서 미묘하게 수정을 가한 셈이었다.
그리고 지금 다시 그 기본이 되는 한계를 넓히자는 투란의 말에 멜란드는 처음 투덜거렸던 소리를 되풀이하는 셈이었다. 막내인 자신만 약속대로 하고 형들은 왜 슬그머니 자기 좋을 대로 하냐고…….
아마 그냥 두면 또 세 형제는 티격태격하면서 툭탁대다가 목소리를 높일 터였다. 그러면 마부석에서 졸던 시알라가 뛰어들 상황이 될 테고!
네 남매만 있으면 모를까 지금은 잔뜩 귀를 기울이는 마법사도 있었다.
그래서 투란은 얼른 상황을 진정시키기로 작정하고 끼어들어 말한다.
“괜찮을 거야. 대강 봤지만, 알드바인 사람들 꽤 세 보였잖아. 멜란드가 말한 대로 해도 될 거야. 그래도 멜란드는 그만큼 좀 더 조심하기는 해야겠지만 말이야.”
“거봐! 내가 조금만 조심하면 된다니까!”
투란의 호응을 이끌어 냈다고 멜란드가 좋아라 하면서 말했다.
그러나 제란드는 오히려 고개를 팍팍 저으며 더 엄격한 태도로 말한다.
“바로 그게 문제라고! 너 조심하는 게 전혀 조심하지 않는 경우를 너무 봤거든? 그러니까 아예 문제를 일으키지 않도록 하자는 거잖아. 지금도 웬만한 사람이 보면 아주 터무니없어 보이잖아!”
말과 함께 제란드가 뭔가를 휘는 손짓을 해 보였고, 그 손짓에 멜란드는 조금 시무룩한 표정으로 변명하듯 말한다.
“조심한다니까! 설마…… 라비엔에서도 안 했잖아. 알드바인에서 내가 그러겠어? 숲도 아닌데…….”
페란드가 이에 보태듯이 말한다.
“그러니까 지금 그대로 충분하다는 거잖아. 어차피 상황 나빠지면 풀어질 건데, 미리 풀어놓았다가 부주의해서 엉뚱한 일이 생길까 봐 말이야. 게다가…… 너 또 이상한 놈들한테 이상한 꼴 당하면서 넋 놓고 있을 수도 있으니까.”
멜란드가 한층 더 시무룩한 표정을 지었다.
아무래도 페란드가 라비엔에서 있었던 일까지 들먹이는 듯하니, 멜란드에게는 뭐라 말하고 싶어도 잘못했다가는 더 잔소리가 심해질 듯하잖은가.
투란이 다시 끼어들어 한마디 더하는데…….
“가서 보면 적당한 선을 찾을 수 있겠지. 그러니까 가서…… 어?”
덜컹, 콰르르! 촤르르륵.
마차가 기우뚱하면서 갑자기 내리막길을 내달리기 시작했다.
이제까지 작은 비탈을 계속해서 올라가던 상황이 갑자기 뒤집힌 꼴이었다.
덕분에 투란은 마차 지붕에서 몸이 반대쪽으로 기울어지는 것을 느꼈고, 엎어졌던 몸을 일으켜 앉히면서 앞쪽을 봐야 했다. 세 형제도 갑작스럽게 경사가 뒤바뀐 것을 느끼면서 마차 앞쪽을 보기 위해 움직였다.
그리고 이 순간을 기억에 새기겠다는 듯, 마부석에서는 시알라의 목소리가 조금 크게 울려 나온다.
“알드바인……?”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높고 뾰족한 채로 우뚝 선 산…… 그 절반은 둥근 원통형 기둥이 박힌 듯한 몰골을 한 첨예한 모양의 산이었다. 그 산 아래에는 산 높이의 삼분의 일 정도로 길고 넓게 깔린 담장처럼 놓인 성벽이 있었다.
성벽 너머로는 하얗게 뭉클거리는 구름이 땅 아래에서 솟아나 치솟는 듯한 기이한 풍경이 펼쳐진 채로 저 너머에 대체 뭐가 있는가 알고 싶지 않느냐고 자극하는 모양이었다.
그렇게 보이는 성벽 도시의 왼편으로는 굽이치는 갈기 산맥의 풍경이 짙고 높은 수림(樹林)을 방벽처럼 내세운 채로 펼쳐져 있었고, 그 풍경에서 새어 나오는 듯한 은색(銀色)의 물줄기가 여러 갈래로 갈라진 채로 앞길을 수놓듯이 흐르고 있었다. 가장 큰 줄기는 성벽 쪽으로 흘러가 성벽 앞을 가로지르는 중이었고, 작은 줄기는 내리막인 들판의 곳곳을 갈라놓듯이 몇 가닥으로 쪼개진 채 흘렀다. 그 은색 줄기를 가로지르는 작은 호선(弧線)이 곳곳에 마디처럼 그어져 있었는데, 자세히 보면 모두 다리였다.
오른쪽 풍경은 낮은 수림이 까마득한 먼 곳까지 이어지면서 간간이 뭉쳐 있는 안개를 장식처럼 드러낸 듯한데, 그 속에 뭐가 담겼는가 알고 싶으면 위험을 각오하라고 경고라도 하는 듯했다. 왼쪽 산맥에서 흘러나온 은색의 물줄기는 대부분 그 오른쪽 풍경을 목적지로 삼아 흐르는 모양이었다.
세상을 가득 채운 듯한 넓은 풍경, 그 좌우가 아주 또렷한 기묘한 광경이었고 맞은 편은 그야말로 성벽이 담장이 되어 그 너머를 가려 주는 모양이 대단했다. 도대체 저 알드바인은 어떻게 이런 풍경 속에 저리 당당하게 자리 잡은 것인가…….
―클라우드 레이크…… 호숫가에 자리 잡은 도시였나?
‘응? 뭐라고?’
투란은 입술을 꽉 깨물면서 저절로 터져 나올 뻔한 소리를 억누르면서 드라고니아의 감회가 깊은 중얼거림에 대꾸해야 했다.
―저건 구름이 아니라, 안개라고. 얘기했잖아. 호수의 안개가 구름처럼…… 어이, 투란? 왜 그래?
‘넓어. 아직 거리가 꽤 있다고! 그런데 엄청 넓잖아! 게다가 라비엔이랑 달라! 저거 설마, 벽돌을 쌓아 만든 벽이야? 대체 어느 세월에 저렇게 쌓았대? 저 강에 걸린 다리! 저것도 멀어서 그렇지, 이런 마차 여러 대가 한꺼번에 지날 정도로 폭이 넓잖아! 그렇지? 그치? 맞지?’
―맞다. 거리에 현혹되지 않고 제대로 보는구나.
살짝 대견하다고 추켜세우는 듯한 대꾸였다.
하지만 투란은 그런 추임새는 무시하듯 더 급하게 묻고 있었다.
‘안개라고? 저 벽 너머에 호수가 있다고? 엄청 넓은 호수라고 했나? 와, 보고 싶은데! 프로브로 먼저 볼 수 있지?’
―서두르지 마. 게다가, 제대로 보다 말았냐? 저기는 저 산에 박힌 건축…… 상아탑의 지부라고 과시하고 있잖아. 안 읽었냐? 마력을 지닌 자라면 시각화해서 볼 수 있는 문자가 있잖아.
‘응? 문자? 저 동그란 기둥이 건축이라고?’
투란은 눈을 가늘게 하면서, 마력이 깃든 시각으로 다시 뾰족한 산과 거기 들이박힌 듯한 원통의 형상을 살폈다.
과연 거기에는 드라고니아의 말처럼 선명하고 읽기 쉬운 글자가 위에서 아래로 읽어 내리도록 반짝거리고 있었다. 마력을 지닌 자라면 쉽게 읽을 수 있도록, 멀리서도 간단히 파악할 수 있도록 과시하듯!
열일곱 번째 상아탑
‘열일곱?’
―개척 도시란 뜻이로군.
‘어? 개척……?’
―원래 상아탑은 열둘이다. 열세 번째부터는 적극적으로 춤추는 산맥의 깊은 경계와 맞닿은 지역에 새로 세운 거야. 수백 년 동안…… 몬스터의 대범람에 더욱 적극적으로 대항하기 위해서 세운 성벽으로 삼기 위해 마법사들이 끈질기게 자신들의 영역을 확보해서 넓혔지. 열일곱 번째가 클라우드 레이크의 경계였군.
드라고니아의 설명은 투란의 뇌리에 깊이 와 닿지 않았다.
지금 당장 투란의 마음을 사로잡는 것은 왼편으로 보이는 갈기 산맥, 정말 짐승의 갈기처럼 솟구치는 산맥이 점점 높아져 가는 풍경과 오른편으로 보이는 안개가 짙은 수림의 유혹하는 듯한 풍경…… 정면으로 성벽이 그 끝을 장식하는 넓은 들판과 이를 가르는 은색이 찬란한 강줄기였다.
성벽 왼편 귀퉁이, 갈기 산맥의 영향이라는 듯이 솟아났지만 오직 홀로 선다는 듯이 뾰족한 산은 투란에게 뿔수리를 만났던 곳을 떠올리게 했고, 거기 박힌 원통기둥 같은 상아탑은 저곳이 절대로 몬스터가 아닌 사람이 사는 곳이라고 외치는 듯했다.
지나오면서 보아 왔던, 그 스쳐 가던 풍경이 세상 넓구나 하는 기분이었다면 이곳은 넓으면서도 잘 짜인 것이 마치…….
‘정원인가? 누가 일부러 이렇게 만들어 둔 것 같잖아!’
샤오덴 할배의 작은 정원이 몇백 배, 몇천 배로 확대된 듯한 것이 심장이 저절로 두근거리게 했다. 라비엔의 성벽을 여기에 비교한다면, 정말 우악스럽게 우격다짐으로 돌을 끌어 올렸다고 해야 하는 다듬어진 광경!
―지형에 신경을 많이 쓰고 관리했겠지. 사람이 오가기 쉽게, 하지만 뭔가 쳐들어온다면 대응하기도 쉽게 말이야.
‘이 넓은 곳을! 미친 거 아냐?’
눈에 닿는 풍경 속에서, 은색 강줄기를 곳곳에서 가로지르는 다리가 가볍게 열을 넘어가는 것을 세다 말고 투란은 조금 질린 듯이 말해야 했다. 오직 드라고니아에게만 들리게, 그러니 소리 없어도 버럭 외치는 그 기분은 고스란히 담아서!
―미, 미쳐?
드라고니아는 투란의 이런 반응에 황당해했다.
하지만 투란은 그런 드라고니아의 반응보다 먼저 마차가 꽤 부드럽게 질주하고 있다는 것에 주의를 기울였다. 내리막길에 들어서고 나서 얼마 후부터, 바닥의 울퉁불퉁함에 반응하는 바퀴의 반응이 사라졌다. 그런데 어째 마차가 달리는 앞뒤의 길이…….
“벽돌 깔아 뒀어? 이 벌판에 벽돌을 박아 뒀어!”
외치면서 투란은 마부석 지붕에 몸을 던지면서 고개를 떨궜다.
그 거꾸로 내려진 얼굴을 보면서 시알라는 잠에서 덜 깬 듯이 부스스 눈을 비볐고, 루케인은 갑자기 뭔 소리냐는 듯이 떨떠름하게 대답을 한다.
“포석 도로잖아. 오가는 마차가 한둘이 아닌데…… 우리가 온 길은 좀 험악한 환경이라 어쩔 수 없었지만, 일단 이렇게 가까운데 포석 정도는…….”
“벽돌인데! 집 지을 때 쓰는 벽돌인데!”
투란이 다시 외쳤다.
시알라가 그 외침에 잠이 다 달아났다는 듯이 길을 바라봤고, 루케인이 뭔가 어이없어하는 꼴인 것을 알고 대신 말한다.
“정말로 마법사들은 자기네 도시 근처를 이런 식으로 정리해 두는군요. 포석이 된 길이라니…….”
이 소리는 루케인에게서 어쩔 수 없는 외침을 터뜨리게 했다.
“야, 너네 진짜! 도로 처음 보냐?”
“응!”
투란이 씩씩하게 대꾸했고, 시알라는 가벼운 헛기침과 함께 들릴락 말락 한 소리로 대답한다.
“말로는 들었어요…….”
이젠 질렸다는 표정으로 거꾸로 된 투란의 얼굴을 보고, 슬쩍 딴 데 보는 시늉을 하는 시알라까지 다시 보면서 루케인이 한숨을 푹 내쉬면서 말한다.
“어디들 살다 왔냐고…… 웬만한 도시에는 다 있다고, 이런 도로! 교역을 위해서 마차를 빨리 움직이게 하려고 왕국 안의 주요한 곳에는 모두 이렇게 포석 도로를 만들어 둔단 말이야! 굳이 마법사가 나서서 이러는 게 아니라고!”
“진짜? 마법사가 나서지 않으면, 저런 벽돌을 하나씩 사람 손으로 땅에 깐다고요?”
투란이 의심 가득한 눈초리로 되묻고 있었다.
루케인에게는 뭔가 말이 통하지 않는다는 절망을 선물하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