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ster×Monster: Nihilism King Arc RAW novel - Chapter 41
몬스터×몬스터: 허무왕 편 (41)
Chapter 9. 작은 늪에서
화악!
몸을 스쳐 가는 압력이 거센 바람 같았다.
물결이 그렇게 투란을 밀어 뒤로 자빠뜨렸고 뒹굴게 했다.
등에 닿는 바닥의 딱딱함이 투란의 입에서 신음을 자아내게도 했다.
물결은 주변을 마구 헤집듯이 흘렀고, 물방울이 요란하게 튀어 올랐다.
갑작스럽게 평온한 연못에 소나기가 쏘아지는 듯한 광경이 펼쳐졌다.
그 연못의 물결에 휩쓸린 채로, 멍하니 한쪽에서 쓰러져 있던 투란의 마음은 꽤나 복잡했다.
‘뭐지, 이게?’
거꾸로 뒹굴었지만, 보통이라면 어디 세게 부딪치는 순간에 멍이 박히고 뼈다귀가 쑤신다는 느낌이 찾아올 정도였지만,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강하게 맥동한 악마의 심장이 뿜어낸 격류, 핏줄을 통해 몸에 번져 간 그 격렬한 파문이 투란의 아픔을 삼켰고 몸속에 스며드는 저 물방울의 거센 압력에 저항했다.
그래서 투란은 그냥 멍한 기분으로 부스스하니 막 잠에서 깨어난 졸린 사람처럼 몸을 일으켜 앉을 수가 있었다.
엉덩이에 깔린 물결은 그저 두꺼운 방패 정도의 높이였고, 투란의 배꼽까지도 올라오지 못했다. 그 찰랑임, 요란하게 튀어 오르는 물방울은 뭔가를 찾는 듯하지만 역시나 투란의 주변을 튀어 다닐 뿐이고, 투란에게 닿으면 그냥 맹물이 되어서 흐르다가 쑥쑥 빨리거나 할 뿐이었다.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면서 투란은 순식간에 이 주변을 물결로 후려 팬 녀석, 작은 바위 위의 쪼그만 돌을 노려봤다. 이 얕은 연못을 채우는 물결은 정말 저 작은 돌 안에서 쏟아져 나왔고, 이 튀는 물방울을 뿜어내는 물결은 여기저기로 뭔가 찾아서 헤매며 흘러가는 중이었다.
저 물방울은 우선 낮은 곳을 찾다가, 막히면 그냥 줄줄이 튀어 오르며 높은 자리로도 간다!
훤히 눈에 보이고 느껴지는 상황이었지만 아직 투란에게는 애매한 생각만 맴돌고 있었다.
‘물방울을 아무리 삼켜도 희미했던 게…… 저놈이 본체라서 그런가? 본체가 아니면 제대로 된 에센스를 간직하지 못하는 거야? 하지만 이 많이 마실수록 또렷해지는데.’
가슴에 튀어 올랐다가 바로 튀어 나가는 물방울은 연못의 흐름에 따라 금세 투란에게서 떠난다. 하지만 뭔가 좀 더 호기심을 품은 것처럼 투란의 몸에 붙어 흐르는 몇 방울, 가슴의 검은 톱니바퀴에 닿은 것은 어느 틈엔가 투란에게 삼켜지고 있었다.
이전보다 좀 더 짙은 느낌이었지만, 그래도 여전히 문장 안에서 물방울은 희미하고 흐릿한 바람결에 가까운 안개였다. 제대로 뭔가 끌어낼 수 없는, 그저 삼켰다는 자취만 남아 있는 채였다.
‘저 돌을 삼키면 이 물방울을 다루게 되려나?’
결국 투란이 생각할 수 있는 끝은 이랬다.
그러기 위해서는 손가락 댔다가 확 밀려난 이 상황을 처리해야 하는 것이다.
첨벙첨벙.
투란은 일단 일어나서 얕은 물을 밟으며 주변을 잠시 걸었다.
작은 돌에 손을 대려 했던 때와 다르게, 점차 물방울은 튀어 오르는 것을 멈추면서 잔잔해지고 있었다. 그저 넘쳐 나게 되었으니 어디론가 흘러간다는 듯이 보다 낮은 곳을 찾아 헤매듯이 바쁘게 밀려 나가는 흐름만이 남았다. 높은 곳을 향해서도 과격하게 튀어 오르던 분위기가 잠잠해진 듯이.
발등, 발가락 사이의 실그물과 덩굴줄기 속으로 물이 쭉쭉 빨려 오면서 투란은 상쾌함과 활력을 느꼈다. 목이 마를 때, 큰 대접을 한 번에 들이켜고 난 후의 느낌이었다.
투란은 이런 느낌 속에서도 마른 나무를 잊지 않고 바라봤다.
어느새 연못의 물결에 휩쓸리고, 튀는 물방울을 뒤집어쓴 듯했지만 나무는 여전히 말라비틀어진 그대로였다. 바닥에서 주워 올린 나뭇가지도 물결 사이에서 꺼내 올렸다고 할 수 없을 만큼 말라 부스러졌다.
손에 묻은 나무의 마른 잔해를 털어내면서 투란은 작은 바위를 가늠했다.
그 위에 떠 있는 돌에만 정신을 쏟아 손을 내밀게 했던 작은 바위, 괄괄 거리는 물결을 받으며 그냥 거기 있는 바위의 높이는 대략 투란의 무릎 정도이고, 폭은 두 손을 어깨 넓이로 짚을 정도가 되었다.
살짝 혀로 입술을 핥으며, 입가의 물기와 숨을 세차게 들이쉬면서 투란은 다시 작은 바위 앞에 섰다.
처음 건드렸을 때 넘쳐 나온 물살이 불어서 이제 샘가의 풍경이라기보다는 작은 늪처럼 돼 버린 풍경이었다. 한 번 더 쏟아져 나오면 본격적으로 이 주변을 완전히 장악하는 큰 연못이 되거나 할지도 몰랐다.
‘혹은 넘쳐흘러서 고무쇠가 쓰러진 곳까지 갈지도 모르겠네.’
그 물결에 떠내려가는 어이없는 일이 없을까?
먼저 투란의 발끝이 작은 바위를 툭툭 쳤다.
아무 일 없었다.
천천히 발바닥으로 작은 바위를 더듬어 올라가, 결국 슬그머니 뻗은 발이 작은 바위에 올려져 착 달라붙은 꼴을 꾸몄다.
역시 별일 없었다.
조금 손에 힘을 주고, 투란은 살짝 몸을 숙이며 작은 바위를 단단히 잡아갔다.
엉덩이를 잔뜩 뒤로 빼고 가능한 한 작은 돌에게서 멀어지는 자세였다. 그렇게 작은 바위를 잡은 채로 투란은 잠시 돌을 노려봤다.
투명한 돌은 뭔가 직접 닿으려 찔러오는 것이 아니라면 아예 반응하지 않는다. 그게 아무리 가까워 보이는 곳이라도!
투란은 이 추측을 지금 손발로 확실하게 확인했다.
‘좋아. 그렇다면…….’
‘천칭의 문장’에 정신을 모으며 투란이 입을 연다.
“반갑다, 난 투란이야. 몬스터 로드지!”
소리와 함께 가슴팍을 그대로 투명한 일렁임 같은 돌을 향해 들이밀었다.
두 손으로는 작은 바위를 꽉 잡고, 검은 톱니바퀴를 굴리면서.
콰아아아아아!
격류가 소용돌이가 되었다.
목표는 단 하나, 투명한 돌을 향해 밀고 들어오는 사람, 투란이었다.
입을 연 탓에 투란의 입속으로 가장 먼저 밀려와 볼을 빵빵하게 부풀리면서 거의 입을 찢어 놓을 듯한 기세로 시작된 격류였다. 하지만 그 격류 속으로 검은 잉크가 번지기 시작한 것이 더 빨라서, 격류는 투란의 입을 찢지 못했다.
격류 속으로 흘러간 검은 잉크, 그 뿌리가 되는 톱니바퀴의 맹렬한 회전이 가속되면서 검은 색채의 소용돌이는 순식간에 투란의 가슴속으로 스며들며 사라져야 했다. 그리고 남는 것은 바람결의 자취 같은 투명함.
작은 바위 위에 둥실거리던 투명한 돌이 순식간에 아래로 출렁하듯이 내려앉았고, 쏟아내던 물결이 멈칫했다. 작은 바위를 꽉 쥔 두 손에 더 힘을 주면서 투란은 그대로 가슴팍을 돌을 향해 들이댔다.
몬스터 엠블럼, ‘천칭의 문장’이 그려 낸 검은 톱니바퀴가 사나운 회전과 함께 돌에 맞닿았다.
‘으극!’
투란의 낯빛이 일그러졌다.
이 작은 돌에서 흘러나온 격렬한 물결은 아무리 크게 강한 압력이 담겨 있어도, 한순간에 바람결처럼 변해 흘러갔다. 투란이 단지 두 손만으로 작은 바위를 잡고 버틸 수 있는 압력만 남긴 채로.
하지만 이 투명하고 작은 돌은 그처럼 간단하지 않았다.
‘무거워!’
돌은 작았지만, 톱니바퀴가 이 돌을 향해 검은 잉크를 쏟아부으려 하는 순간부터 가슴에 쇠뭉치를 매단 느낌이었다. 투란의 몸보다 무게가 열 배는 될 듯한 쇠뭉치가 갑자기 가슴에 매달린 듯했다.
투란은 그대로 기울어지면서 몸을 떨궜고, 작은 돌 위에 엎어지는 꼴이 되었다.
그 사이에도 검은 톱니바퀴, 몬스터 엠블럼은 멈추지 않았다.
작은 돌의 투명한 형상 속으로 검은 색채가 처음에는 옅게, 점차 짙게 퍼져 갔다.
* * *
심연의 시커먼 나선 가닥이 노골적으로 천칭의 축을 관통하며 뻗어 나오는 광경이었다. 문장의 풍경 속에서, 시커먼 나선이 천칭이 꼭대기 받침에 휘감는 듯한 원을 그리고 나선으로 위로 뻗어 톱니 마개 틈새로 그 가닥을 내미는 것이 선명해졌다.
그 가닥의 끝에 걸린 것은 그대로 문장의 풍경 속으로 끌려왔다.
투란은 두 가지 형상을 볼 수 있었다.
머리통만큼 큰 짙은 물방울, 투명해서 그 안에서 여린 빛이 배어 나오는 듯한 작은 돌…….
‘둘?’
의아함이 생겨났지만, 그보다 투란은 문장이 닫히는 것을 먼저 신경 써야 했다.
어느새 삼키기가 끝나고 있었다.
천칭의 꼭대기 받침 위에, 두 개의 기묘한 것을 남기면서!
* * *
쩍!
가슴이 작은 바위에 찰싹 찍혔다.
“큭!”
투란의 입에서 자연스럽게 비명이 나왔다.
어느새 몸이 작은 바위에 떨궈진 꼴인 것을 뒤늦게 알아차렸다.
‘아, 이러지 않으려고 손으로 버틴 건데…… 어?’
푸석거리며 손에서 부서져 나가는 바위의 조각, 그 바람에 손이 미끄러진 듯이 바위 옆으로 늘어져 있었다. 다시 보니 손이 닿았던 부분이 깨진 상태잖은가.
조금 놀라고, 조금 멍해져서 투란은 몸을 일으킬 생각보다 먼저 두 손을 눈앞으로 옮겼다. 손목에서 팔딱대는 힘줄이 보였고, 손이 보다 두껍게 느껴졌다. 힘을 제대로 쓰겠다고 손아귀에 힘줄을 팍팍 몰아넣고 키워 놓은 꼴이었다.
잠시 바위 위에 엎어진 채로 손이 가라앉는 꼴을 구경하다가 투란은 한 손으로 가슴을 대고 있는 작은 바위를 다시 잡아 봤다. 살짝 긁히는 느낌과 함께 작은 바위가 슬쩍 부서지는 듯했다. 하지만 파고들어 확 뜯어낸 모양은 아니었다.
‘손톱도 안 키웠는데…….’
묘한 기분이었다.
손에 대체 얼마나 힘이 들어갔기에 이 작은 바위를 움켜쥐고 뜯어내듯이 부술 수 있었을까?
가슴을 떼고 무릎으로 앉아 보니, 부서진 자리만 손 크기로 확 파여 들어간 것이 정말 괴력이 발휘된 모양이었다.
이는 순전히 악마의 심장에 의해 강화된 근력!
은근히 기뻐하며 투란은 몸을 제대로 일으켰고, 발목까지 바닥을 파고든 발을 봤다. 두 발이 모두 이 단단한 돌 같은 바닥에 발목까지 박힌 꼴이라니.
손발로 바위를 으깨면서 버티며 작은 돌과 그 돌이 쏟아 내는 폭포 같은 격류를 이겨 냈다!
뭔가 제대로 몬스터 로드다운 힘을 쓴 듯하잖은가!
하지만 그다음에 찾아온 피로가 투란의 기쁨을 뚝 잘라 버렸다.
그대로 작은 바위에 걸터앉으면서 투란은 주변을 둘러봤다.
발아래 샘은 말랐고, 더 이상 물결을 뿜어내던 돌도 없었다.
하지만 저 멀리 튀면서 어딘가로 뭔가를 찾아 흐르는 물결은 여전히 거기 있었다. 이미 떠난 샘에는 더 관심이 없다는 듯, 멀리 가려는 듯했다.
그 꼴을 보다가 투란은 위를 올려다봤다.
‘잠깐이 아닌가?’
어쩐지 반나절 정도는 훅 지나간 듯한 풍경이었다.
제대로 하늘의 풍경이 시간을 반영하고 있다면, 거의 해 뜰 무렵의 아침에 시작한 짓을 정오를 넘겨서야 끝맺은 듯도 했다.
‘몰입으로 시간을 잊었나?’
몬스터 로드가 몬스터를 삼킬 때, 흔히 생겨나는 일이었다.
에센스의 농도가 짙고 용량이 크다 보면 그 삼키기에 집중한 몬스터 로드가 잠깐 시간이 얼마나 지났나를 잊는 꼬락서니.
옆에서 누가 얘기해 준다면 금방 알게 될 일이지만, 지금 투란으로서는 혼자 가늠해 볼 수밖에 없었다.
삼켜진 것이 두 개이니, 어쩌면 이 과정에 정말 몰입해서 시간에 대한 감각을 잊었을 수도 있잖은가?
‘아, 두 개!’
문장의 풍경을 떠올리면서 투란은 손을 모았다.
왼손으로 오른손을 덮듯이 겹치고, 투란의 눈길이 오른쪽 팔뚝을 향했다.
‘왜 둘이지? 따로 형성할 수 있는 건가?’
의문에 대해 답을 해 줄 사람 따위는 없었다.
누가 있다 하더라도 이런 물방울 괴물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일 가능성도 없다.
이럴 경우에는 몬스터 로드인 투란이 자신의 체험 속에서 터득해야 할 뿐!
샤오콴 마을에서 보고 들은 것을 기억하며 투란은 천천히 팔뚝 위로 물방울을 이끌어 냈다.
물집처럼 살갗이 피어올랐다.
살갗이 사라지고 짙은 물색이 남았다.
물 너머로 붉은 속살이 훤히 보이는 것이 기괴했고, 그 속살이 다시 물방울로 변해가는 것은 더욱 괴상했다.
투란에게는 뼈와 살이 변화하는 광경을 이토록 선명하게, 자기 몸을 통해서 관찰하는 것도 아주 낯설고 신기했다.
어느 순간에 물방울이 튀며 손목이 괄괄 쏟아져 사라지는 꼴은, 그래서 진정 투란이 상상도 못 한 첫 경험이었다!
“쿠에!”
손등에서, 팔꿈치 쪽에서, 바로 넝쿨 가닥이 촤르륵 뻗어 나갔다.
손과 팔이 덩굴줄기로 이어지는 황당한 광경 속에서 투란은 튀어 나간 물방울을 회수하기 위해 집중해야 했다.
허벅지로 쏟아지고, 다리를 타고 흘러가려는 물방울은 투란의 고유 마력으로 형성된 몬스터이며 투란의 피와 살이 아니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