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ster×Monster: Nihilism King Arc RAW novel - Chapter 410
몬스터×몬스터: 허무왕 편 (406)
Chapter 82. 알드바인의 마도사
차르르, 바퀴가 부드럽게 굴렀고 바퀴축도 튀거나 하지 않는 채로 안정적으로 유지되었다. 하지만 마차를 몰아세우는 마법사 루케인은 안정적이지 못했다.
“달려라! 어서 가자!”
누가 보채는 듯, 서두르지 않으면 뒤통수에 벼락이라도 꽂힐지 모른다는 듯한 불안한 모습이었다. 어쩔 수 없이 곁에서 시알라가 한마디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루케인, 그렇게 서두를 필요가…….”
“시끄러워! 도시를 보고 인간이 미쳤다고 외치는 녀석이랑 더 오래 있고 싶지 않아! 난 문명인이라고! 도시는 문명인에게 당연한 삶의 터전이라고! 미친놈들이 시간 남아돌아서 벽돌 쌓고 날뛰는 곳이 아니란 말이야!”
“그렇게까지 말하지는 않았잖아요.”
시알라는 한숨을 쉬면서, 마차 지붕을 흘깃하면서 시야 밖이라 보이지 않지만 그 위에서 투덜대는 투란의 희미한 목소리 위로 루케인이 내지르는 소리에 살짝 반발을 해 봤다.
그래서 루케인은 더 격하게 반발한다!
“더 심했지! 입 다문 척하지만, 지금도 떠들고 싶어 하는 거 알거든! 입술 움직이면서 투덜거리는 게 다 느껴지거든! 어느 할 일 없는 인간들이 벽돌을 짊어 나르고 길바닥에 한 장 한 장 깔아 두고 저렇게 성벽을…… 저렇게 넓게 높이 쌓았냐고, 대체 얼마나 미쳤길래 심심하다고 저 짓을 했냐고 하는 중이잖아! 투란, 소리 안 내도 나 지금 네 입술 움직이는 꼴 알고 있거든! 달려라! 어서 가잣!”
“굳이 입술 모양까지 왜 읽어요?”
시알라가 조금 질렸다는 듯이 중얼거렸다.
루케인은 여기에도 격하게 반응하니…….
“나도 듣기 싫었어! 그 입술 모양 보기 싫었어! 그치만 마차를 달리게 하려고 하다 보니 마력의 감지 범위가 늘어났단 말이야! 저절로 알게 된 거라고!”
“그럼, 마차 속도를 줄이고 천천히 가면…….”
“싫어! 문명인으로서 문명의 터전을 보고 얼마나 미친놈들이길래 저러고 사냐는 놈이랑 더 오래 있고 싶지 않아! 저 도시의 웅장한 성벽을 보면 인간이 세대를 거쳐서 얼마나 끈기 있게 문명을 쌓아 올렸는가를 생각하면서 감탄해야 하는 거라고! 대를 이어 미친놈들이 대체 뭔 짓을 했냐고 황당해하다니!”
“아니, 그걸 다 보고 듣고 있었어요?”
이번에는 시알라가 두건을 살짝 치켜올리면서 루케인을 어이없다는 듯이 바라봤다. 분명히 투란이 저 알드바인의 웅장한…… 굳이 루케인이 짚지 않아도 보는 사람의 눈을 의심하게 할 정도로 웅장한 자태를 놓고 너무 어이가 없는지 지껄인 소리가 맞기는 했다. 하지만 그건 그만큼 저 도시의 모습에 깊이 감동하며 놀랐다는 뜻 아닌가? 굳이 투란의 입에서 나온 소리를 곧이곧대로 그 말의 의미대로 받아들일 까닭이 없을 텐데…… 루케인은 지금 그러고 있다?
의아해하는 시알라를 향해 루케인은 그 속내에 답하듯이 외친다.
“저 녀석, 진심이거든! 난 느낄 수 있다고! 그냥 놀라서 쌍욕을 뱉는 게 아니라고! 투란, 너 지금 진짜로 미친 인간들이 저런 도시를 건설했다고 생각하지!”
“에이, 설마.”
시알라가 주춤하다가 황급히 한마디를 덧붙이고 있었다.
그럴 리가 없다는 듯한 말투를 담은 한마디였지만, 시알라도 어렴풋이 느끼고 있었다. 루케인이 말한 대로 투란은 진심으로, 인간이 제정신이 아니고서야 저런 도시를…… 한 장씩 벽돌을 쌓아 올려서 건설하는 것은 미치지 않고는 어림도 없다고 생각할 수 있었다.
그리고 시알라 자신도 거의 비슷한 감정을 느끼고 있었다.
알드바인의 웅장한 자태가 주는 감동, 그러나 만약 이렇게 바로 눈으로 보고 직접 느껴지는 이 풍경이 아니었다면…… 다른 곳에서 그저 말로만 들은 것뿐이었다면 정말로 이런 풍경 속에 저런 도시가 있을 거란 생각은 하지 않았을 터였고, 그저 잔뜩 과장된 부풀린 이야기라고 반쯤 헛소리일 거라고 판단했을 터였다.
왜냐하면 저 낮게 깔린 듯한 성벽은 어림잡아도 대강 5, 60미터의 높이에 이르고 있었다. 지형의 굴곡에 따라 몇 미터씩 높이에 차이가 있어도, 그 정도의 높이를 유지하는 성벽인데 그걸 라비엔처럼 강대한 마도사가 한순간에 쌓아 올린 것이 아니라 사람이 손으로 쌓아 올렸다. 역시 이런 도시를 처음 보는 입장에서는 미친놈들이라고 생각하기가 딱 좋잖은가?
‘아, 이게 아니잖아!’
문득 시알라는 자신이 루케인이 아니라 투란에게 기울어진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 고개를 저었다. 지금 질주하는 마차의 속도가 장난이 아닌지라 루케인을 다독여야 할 때였다. 이러다가 아주 잠깐 잘못 기우뚱하면 마차가 기울어지다가 엎어질 수도 있는 속도였다. 바닥의 포석 덕분에 마차가 달리는 속도가 점점 올라가고 있는 덕분이었다.
그러니까 일단 투란이 시알라의 ‘설마’ 하는 소리에 동참해서 농담이었다고 하는 것이 가장 좋은 선택인 듯한데…….
“아, 진짜! 대체 마법사가 있는데 왜 사람들이 직접 몸을 써서 저렇게 했냐고요오! 이상하잖아아아!”
투란은 다시 입으로 소리를 내면서 허공을 향해 울부짖듯이 투덜거리고 있잖은가!
“시끄러워! 달려랏!”
루케인은 바로 이렇게 격하게 반응하면서 오토바타의 모형마가 더욱 빨리 다리를 움직이도록 마법을 쏟아부었다. 당연히 마차의 질주는 더욱 빨라졌다. 덕분에 도로가 쭉 뻗은 양옆으로 무성한 덤불에서 튀어나오던 사람들은 기겁하고 다시 덤불 속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시알라는 갑자기 도로 양편에서 튀어나오다가 후다닥 사라지는 사람들을 보고 잠깐 눈을 깜박이다가 묻지 않을 수가 없었다.
“저건…… 누구예요? 뭘 하려던 거래요?”
루케인의 대답은 짧게 나온다.
“노상강도.”
“에, 뭐요?”
“길 가는 사람 물건 뺏는 도적놈들이라고!”
“그냥 들어갔는데요?”
시알라가 마부석에서 옆으로 고개를 내밀며, 벌써 꽤 멀어진 덤불에서 악악대며 이쪽을 향해 욕설을 퍼붓는 듯한 패거리를 확인하며 되물었다.
“그야 말발굽에 밟히고 마차 바퀴에 깔려 죽을까 봐 겁나서 들어간 거지. 보통 말이었다면 누가 저러고 튀어나오는 순간에 놀라 멈추다가 자기가 끌던 마차에 엉덩이가 찍히는 꼴이 될 테고, 마차는 옆으로 넘어졌을걸.”
어느새 냉정하게 상황을 분석해 버린 듯, 루케인의 답변은 빠르게 나왔다.
그 소리에 시알라는 다시 루케인을 흘깃하면서 묻는다.
“알고 있었어요?”
“알 게 뭐야!”
루케인은 시원하게 부정해 버렸다.
시알라로서는 혹시나 루케인이 마법의 감각으로 덤불 속에서 나온 저들에 대해 미리 간파했는가 했는데…….
“엉뚱한 사람들이 나왔으면 치고 지나갔을 거란 소리예요?”
꽤 위험한 질주 아닌가, 이거!
그러나 루케인의 대답은 역시나 시원하게 나온다.
“달리는 말을 놀래려 하는 놈들은 치고 지나가도 괜찮아! 제정신 박힌 놈들이라면 위험하다고 본능적으로 느끼고 옆으로 비켜선다고!”
“저 사람들, 도적인 건 맞아요?”
“칼 들고 나온 거 봤잖아.”
“그건 그렇죠…….”
시알라는 쓴웃음과 함께 루케인의 판단이 옳다고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아주 쏜살같이 지나치기는 했지만, 덤불 속에서 나온 패거리가 그물과 칼, 도끼, 쇠몽둥이 따위로 꽤 의기양양하게 달리는 말을 겁줘서 마차를 엎을 의도를 명백하게 드러낸 것은 분명히 봤다. 루케인의 설명을 듣기 전, 잠깐 동안은 그런 의도가 강도질 때문이란 것까지는 생각이 닿지 않았지만…….
“저기 저 강도들 털고 와도 되나?”
갑자기 투란의 머리가 마부석에 앞으로 거꾸로 떨궈지면서 묻는 말이었다.
루케인은 울컥 짜증 나는 표정을 짓기는 했지만, 어느 틈엔가 아주 냉정한 말투로 이에 답하는 소리를 내기도 한다.
“마차 속도 줄이지 않을 거야! 멈추지도 않을 거야! 성벽에 닿기 전까지 마차 따라잡아서 다시 올라탈 수 있으면 갔다 오든가!”
“응!”
씩씩한 대답과 함께 투란의 머리가 마부석 지붕 위로 쑥 사라졌다.
시알라가 잠시 눈을 껌벅이다가 루케인을 보며 묻는다.
“털어도 된다고요?”
“당연히 되지! 알드바인 근처에서 노상강도는 다들 알아서 처리한다고.”
“아니, 그럼 강도가 다른 사람을 털고 강도를 털었을 뿐이라고 하면요?”
“응? 세상 그렇게 만만할 리가 있나! 그런 놈들은 자기네가 강도인 걸 숨기려고 사람을 죽이지! 아, 깜박했네! 투란, 죽이면 안 된다! 그럼 일이 복잡해져!”
루케인의 대답은 뭔가 뒤죽박죽이었다.
시알라가 그 의미에 대해 다시 따져 묻기 전에 마차 지붕 쪽에서 투란의 대답이 힘차게 터져 나온다.
“멜란드, 죽이면 안 된대! 죽이지는 마!”
“어? 멜란드?”
시알라는 루케인에게 묻는 것을 살짝 잊고 마부석에서 몸을 내밀어 뒤편의 상황을 바라봤다.
포석을 밟지 않고 도로의 가를 따라 흙먼지를 튕겨 올리면서 멜란드가 덤불 쪽으로 내달리고 있었다. 덤불 속에서 칼 들고 마차를 바라보며 욕하던 녀석들이 당황하는 모습이 아주 작게 보이는 중이었다.
시알라가 바로 마차 지붕을 보며 소리친다.
“투란? 왜……?”
어째서 물어본 투란이 아니라 멜란드가 뛰고 있는가?
보통 이럴 때 호기심을 드러낸 투란이라면 말리기도 어렵게 직접 내달리고 있을 텐데?
투란이 마차 지붕에서 머리를 내밀며 시알라에게 답한다.
“멜란드 발이 빠르잖아. 게다가…… 멜란드가 뭔가 봤나 봐.”
마차 뒤편에서 제란드도 고개를 내밀며 누나를 향해 말하는데…….
“누나, 못 들었어? 멜란드가 저 녀석들이 강도라면 가진 거 뺏어도 되잖냐고 물어본 거였는데?”
시알라의 인상이 바로 구겨지고 말았다.
그러니까 멜란드가 뒤편에서 뭐라 웅얼거렸고 투란은 지붕에서 그 소리를 앞으로 전했을 뿐이란 말이었다. 그 답을 전해 듣고 멜란드가 냅다 내달리는 중이고!
“제란드, 멜란드 괜찮은가 잘 지켜봐!”
시알라는 어쩔 수 없이 이렇게 말해야 했다.
멜란드의 발이라면, 별일 없다면 이 정도 마차 속도는 분명히 다시 따라잡을 수 있었다. 저쪽에서 강도들에게 아주 이상한 꼴만 당하지 않는다면…….
대답은 제란드 대신에 지붕 위에서 투란이 했다.
“괜찮아. 마법이 깃든 물품은 하나도 없었고, 그냥 큰 배낭에다가 먹을 거랑 무기랑 따로 싸 짊어지고 덤불 안쪽에서 야영 중인 모양이었으니까. 멜란드를 해칠 수는 없을 거야. 물론 멜란드도…… 죽이진 않을 거야. 잘 들었다고 손 흔들었거든.”
시알라는 한숨을 쉬며 마부석에 똑바로 앉으면서 중얼거린다.
“대체 뭘 봤길래…….”
곁에서 루케인이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그냥 용돈이 필요한 거 아닌가? 투란이 파악했으니, 일단 안전한 거는 확인되었고 저 녀석들의 무기나 배낭만 털어와도 알드바인의 대장간에 넘기면 몇 푼 건질 수 있으니까 말이야.”
“그런 거면, 아주 매를 버는 짓이라고요!”
불끈 주먹을 쥐면서 시알라가 낮지만 날카롭게 대꾸했다.
나중에 반드시 멜란드가 왜 뛰어나갔는가를 확인하겠다는 의지가 시알라의 분위기를 꽤 험악하게 변화시키는데…….
멜란드는 목을 살짝 움츠렸다.
갑자기 등골이 서늘해지는 까닭은 멜란드 뒤편에 자리한 놈이 휘두르는 칼날 탓이 아니었다. 그 칼날이 닿기 전에 멜란드는 자신이 앞으로 서너 걸음 딛는 중이었고, 앞에서 쇠몽둥이를 휘두르는 녀석의 멱살을 잡아 칼날의 먹이가 되라고 뒤로 던져 줬으니까.
동료의 칼날에 맞은 놈이 비명을 질렀고, 동료를 칼날로 찍은 놈도 비명을 질렀다.
하지만 멜란드는 그런 비명 소리가 귀에 들리지 않는다는 듯, 덤불 속의 패거리를 헤집고 다녔다. 가시가 돋은 그물을 빼앗고, 도끼를 낚아채서 옆으로 던져 놓고, 패거리 주변을 뒤지며 밧줄을 찾아내고, 밧줄과 그물을 이용해 패거리를 묶고…….
멜란드가 덤불 속의 패거리를 한 덩어리로 묶는 데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그 때문에 덤불 속의 패거리는 멍한 눈길로 멜란드를 바라봐야 했다.
열넷이나 되는 무장한 패거리 사이를 헤집는 멜란드의 털끝 하나 건드리지 못한 까닭이 대체 뭔가, 뒤늦게 생각하는 듯했다. 그리고 그중 한 명이 뭔가 생각났다는 듯이 입으로 옮겨 내뱉는다.
“스피드 부츠……?”
겁나게 빨리 뛰어왔고, 뭔 낌새를 잡을 수가 없이 걷는 시늉을 하면서 일행을 밧줄로 감고 그물에 말아 버렸다. 힘이 엄청나게 세거나 요령이 좋은 무투가 따위랑은 달랐다.
그들 앞에 나타난 멜란드는 그냥 빨랐을 뿐이다.
보통 사람보다 몇 배나…… 그 태평한 걸음걸이가 그렇게 빨랐을 뿐이다.
과연 이 소리는 금세 묶인 패거리에게 이 상황을 납득시킨 모양이었다.
“더러운 마법사의 앞잡이 새끼!”
“두고 보자, 나중에 네놈 부츠를 뺏고 네 발목을 잘라 버릴 테다!”
갑작스럽게 욕설과 함께 협박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멜란드에게는 별로 와 닿지 않는 소리였기는 했다.
하지만 궁금하잖은가?
“왜 갑자기 큰소리치는 거지?”
쇠몽둥이랑 칼을 든 채로 묶인 자신들을 내려다보는 사람에게 할 소리는 아닐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