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ster×Monster: Nihilism King Arc RAW novel - Chapter 411
몬스터×몬스터: 허무왕 편 (407)
멜란드는 칼끝으로 묶여 있는 한 명의 볼을 살짝 긁으면서 묻고 있었다.
그 칼끝에 닿은 한 명은 몸을 움찔했고, 가시 돋친 그물에 감긴 탓에 찔린 자리가 조금 더 깊어진 듯이 끄응 하는 신음을 흘렸다. 그리고 그 곁에 묶인 다른 한 명이 멜란드를 향해 대답을 한다.
“흥! 겁주려고 해 봐야 소용없어! 마법사에게 아부하는 앞잡이 따위가 우릴 죽일 수 있을 리가 없으니까!”
“응? 어째서?”
갸웃하면서 멜란드는 칼날을 입을 연 녀석의 목줄에 갖다 대며 다시 물었다. 도대체 이 녀석들이 하는 말은 멜란드에게 전혀 납득이 가지 않으므로!
“젠장, 그딴 식으로 겁주는 게 통할 거 같아?”
“너처럼 마법 도구를 잔뜩 처두르고 다니는 놈들은 절대로 마법사의 비위를 거스르지 못하지!”
앞서거니 뒤서거니 묶인 녀석 중에 두엇이 입을 놀리고 있었다.
멜란드는 흘깃 멀어져 가는 마차의 낌새를 가늠하면서도 다시 묻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 때문에 이번에는 조금 더 세세히 물어야 했다.
“도대체 그게 무슨 뜻이야? 길가에 숨어 있다 튀어나온 강도가 먼저 날 죽이려고 했는데, 내가 죽이면 안 된다는 규칙이라도 있어? 이 알드바인 근처에서 그런 규칙을 따르지 않으면 마법사가 뭐라고 하는 거야?”
낯선 곳에 왔으니, 어쩔 수 없이 이 근처의 분위기라든가 관습, 풍속에 대해서 제대로 확인하는 듯한 물음이었다. 이는 열넷이나 되는 녀석들 중 몇몇이 흠칫한 표정을 짓게 했고 움찔거리면서 멜란드를 다시 보게 했다.
그중 한 명이 후욱 숨을 몰아쉬고 애써 비웃는 표정을 지으면서 대꾸한다.
“하하! 뭐야, 마치 알드바인에는…… 이 근처로는 처음 와 본 것처럼 떠드네?”
멜란드는 솔직하게 대답하기로 했다.
“처음인데?”
짧고 간결하게, 아주 진실한 한마디로!
이는 그물에 묶인 녀석들 사이에서 가벼운 동요를 일으켰고, 그중 몇몇은 퍼릇하게 낯빛이 바뀌기도 했다. 그중 한 명이 살짝 떨리는 목소리로 멜란드를 핀잔하듯, 떠보는 듯이 말한다.
“처음? 그래서 우리에게 현상금 걸린 것도 모르셨다, 이거야?”
“현상금 걸려 있었어? 헤에…… 그냥 어쩌다 강도짓 하는 놈들이라서 대강 털어도 되겠나 했는데, 정말 현상금까지 걸려 있었어?”
멜란드가 눈을 반짝거리면서 되물었다.
이런 멜란드의 태도는 강도 패거리의 표정에 그늘이 잔뜩 내려앉게 했다.
그리고 그중에서 재빠르게 생각을 정리한 한 명이 빠르게 말한다.
“마법사에게 알랑대면서 현상금을 받으려 하는 주제에 시침을 떼네? 하, 그렇다면 넌 알드바인에서 현상금 걸린 자를 죽여서 데려오면 현상금 안 주는 것도 모르고 있었겠네?”
“엥? 그거 진짜야? 와, 그래서 예전에 알드바인의 현상금 헌터는 낙인을 가지고 다녀요, 어째요 하는 얘기가 있었나? 그 소문이 진짜였어? 정말로 헌터가 직접 사형을 집행하거나 하는 일은 못 하게 하는 거야?”
멜란드의 호기심 가득한 대꾸는 강도 패거리가 잠시 입을 다물게 했다.
멜란드가 지금 꺼낸 이야기는 알드바인의 현상금 사냥꾼에 대한 소문이었다.
알드바인이란 이름이 거론되는 곳에서는 술안주로 자주 거론되는 아주 유명한 이야기였다. 알드바인이 아닌 곳에서 막 알드바인에 도착한 이들에게는 그저 이야기겠거니 하면서 설마 그러려고 하는…….
그 때문에 알드바인 근처에서 현상금을 노리다가 한 푼도 못 받는 경우에 대한 이야기도 많았다. 어차피 사형선고가 내린 현상범이라면 죽여서 증거만 챙겨 가도 되겠거니 하다가 한 푼도 못 받는 경우…….
“주, 죽이면 진짜 한 푼도 안 나온다!”
“서, 설마 죽여도 현상금이 나온다고 착각하는 거냐? 여긴 알드바인이라고!”
“죽인 자에 대해서는 현상금 한 푼도 없어!”
조금 다급하게, 두서없이 몇 명이 바쁘게 떠들어 댔다.
그 꼴을 보면서 멜란드는 알 수 있었다.
이 녀석들은 멜란드가 현상금을 노리고 자기네를 잡았다면 절대로 죽일 리는 없을 거라고 확신하고 떠들고 있었던 것이다. 죽이지 않을 거라고 확신했으니, 묶인 꼴로도 태연하게 큰소리를 치며 협박도 서슴지 않을 수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지금 이 강도 패거리는 멜란드가 그런 상황을 전혀 모른다는 것을 깨달았고, 당황해서 떠들어 대고 있었다.
“주, 중상을 입히면 현상금이 줄어들어!”
“맞아! 치료비를 현상금에서 뺀단 말이야!”
“머, 멀쩡하게 잡아가야 할걸!”
“이보다 더한 상처가 나면…… 절대로 현상금 온전히 다 못 받아!”
이 웅성거림이 점차 커지는 것을 들으면서 멜란드는 고개를 갸웃했고,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심술궂게 중얼거리고 있었다.
“팔다리 잘라서 붕대 감아 놓고 도망 못 가게 하는 정도는 괜찮으려나?”
이는 아무렇지도 않게 엽기적(獵奇的)인 인간 구속법을 토해 낸 셈이었고, 강도 패거리가 화들짝 놀라 기겁해서 다시 와글거리며 멜란드에게 반발한다.
“그런 중상을 입히면 안 된다고!”
“거짓말 아니거든!”
“마법사들이 얼마나 이상한 놈들인데!”
“상처입히지 않고 잡아가야 제값을 쳐준다니까!”
잠깐 귀를 앵앵거리게 할 정도로 쳐들어오는 소리에 멜란드는 살짝 귓구멍을 새끼손가락으로 후비는 시늉을 하다가 불쑥 묻는다.
“혹시 알드바인의 현상금 사냥꾼이 왜 낙인의 도구 같은 걸 갖고 다니는지 알아?”
고요함이 순식간에 찾아왔다.
하지만 이 고요함은 금세 사라졌다.
서로 눈치를 보던 패거리 중에 한 명이 입술을 잘근거리며 깨물다가 입을 열어 대답을 했기 때문이었다.
“그건…… 이렇게 묶어 놓고 자기가 잡았다는 표식으로 낙인을 찍는 미친 새끼들이나 갖고 다니는 거라고!”
“응? 표식? 아, 아하!”
멜란드는 문득 깨달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알드바인의 현상금 사냥꾼은 낙인(烙印)의 도구를 갖고 다닌다고 했다.
무슨 가축을 몰고 다니는 몰이꾼도 아닌데 대체 뭔 낙인의 도구인가 했는데, 그 부분에서 이야기꾼이 필수품이니 뭐니 하며 떠들다가 술에 곯아떨어지는 바람에 자세히 듣지 못했다. 그래서 멜란드는 궁금해했다.
대체 왜 현상금 걸린 녀석들을 쫓으면서 낙인의 도구를 갖고 다니는가…….
이렇게 잡아 놓고 다른 사냥꾼이 채 갈 것을 대비해서 아예 자신의 낙인을 찍어 놓는 것이다!
히죽, 멜란드의 입가에 웃음이 걸렸다.
그 웃음을 본 강도 패거리는 소름이 돋는다는 표정을 바로 드러냈다.
주섬주섬, 멜란드의 손이 자신의 뒷주머니를 더듬었고 곧이어 네모난 쇠테 하나가 들려 나왔다. 그 모양을 보자마자 몇 명이 바로 다시 떠들기 시작했다.
“너, 너클 가드?”
“왜? 왜! 왜 그딴 걸 꺼내는데!”
“무, 묶어 놨잖아! 왜 팰 준비를…….”
주먹질할 때, 그 파괴력을 높이면서 손가락 관절을 보호하는 도구.
딱 그런 모양을 한 넓적한 쇠테였다. 그런데…….
“에이, 그냥 이 장갑만으로 패도 되는데 새삼 이걸 꺼냈겠어?”
멜란드는 방긋 웃으면서 이리 말하고 있다?
그리고 그 증명이라는 것처럼 주먹에 끼워진 쇠테의 한 부분이 빨갛게, 무늬를 그려 내듯이 달아오르고 있잖은가!
“에?”
“서, 설마!”
입만 벙긋거리는가 하면, 어렵게 쥐어짜 낸 소리가 나왔다.
멜란드는 바로 앞에서 엉덩이를 밀며 뒤로 물러서려는 한 명, 가시 돋은 그물이 몸을 파고들거나 말거나 멀어지려는 한 명에게 성큼 다가갔고 냉큼 그 목을 쥐면서 그 이마에 너클 가드의 달아오른 부분을 들이댔다.
치익!
살 타는 소리와 냄새가 바로 퍼져 나갔다.
“가만히 있어, 움직이면 세게 눌러야 한다고!”
숨통이 조여져서 비명도 못 지르는 꼴이었지만, 몸부림은 아주 심했다.
그리고 잠깐 얼빠진 꼴로 이를 보던 강도 패거리가 고함과 비명이 섞인 괴성을 질러 대면서 발버둥 치기 시작했다. 가시 그물에 옷과 살갗이 찢기고 핏방울이 튀었지만, 살이 타면서 고기 굽는 냄새가 바로 자기 이마에서 치솟을 수 있다는 상황은 피하고 싶다는 듯!
하지만 멜란드는 전혀 머뭇거리지 않았고, 아주 빠르게 강도 패거리를 한 명씩 세어 가며 그 이마에 너클 가드로 낙인을 박았다.
“열넷! 좋아, 다 찍었다!”
상쾌하게 외치는 멜란드를 향해 곧바로 열네 쌍의 증오에 가득 찬 눈길이 무시무시하게 쏟아졌다. 하지만 멜란드는 콧등에 주름을 잡고 킁킁거리면서 태연하게 그 눈길에 대해 대꾸까지 한다.
“너무 화내지 말라고, 내가 너네처럼 덤불 아래에 비료로 파묻은 것도 아니잖아? 안 그래? 이마에 덴 자국 좀 났다고 그렇게 노려보지 말라니까? 그 정도 상처는…… 뭐, 나중에 연금술사에게 연고 좀 사다 발라도 흉터 없이 나을걸? 자아, 그럼 난 가 볼게!”
휘파람을 보는 표정을 지으면서 멜란드는 짐을 들어 올렸다.
비료 얘기에 움찔하고 조용해졌던 강도 패거리는 그 짐을 보며 화들짝 놀랐다.
자신들을 잡아 묶으면서 한편으로는 칼, 도끼, 쇠뭉치를 비롯한 배낭, 보따리까지 다 한자리에 모아 두고 쌓아 놓았던 것을 기운 좋게 다 짊어지고 있는 까닭이 뭔가! 사람을 묶고 여유가 넘쳐나서 짐을 싸는 재주까지 보이며 그냥 자랑하고 과시했던 것이 아니었던가?
이마에서 느껴지는 고통을 참으며 한 명이 묻는다.
“뭐, 뭐 하는 거야? 그거, 우리 거…….”
“현상금 나오면 좋겠는데, 안 나와도 내 용돈은 벌어 둬야 하잖아? 그럼, 이야기대로 되는가 알드바인에 가서 마법사에게 말해 볼게! 잘 있어! 너무 무리해서 움직이지 말라고, 그거 꽤 잘 묶었거든? 여기 작은 나무랑 풀잎 뿌리까지 다 끄집어내지 않으면 가시에 찔려서 아프기만 할 거야. 그러니, 얌전히 있어! 그럼 나 간다!”
파파팟!
요란한 발소리를 내면서 멜란드는 묶인 강도 패거리 앞에서 바로 멀어졌다.
그 모습이 순식간에 작아지고 까마득해졌다.
투란은 갸웃하다가 아래를 내려다보면서 묻는다.
“알드바인의 상금 사냥꾼이라니, 그게 무슨 얘기야?”
제란드가 쓴웃음과 함께 투란을 올려다봤고, 투란이 두 손을 귀에 대고 눈을 깜박대는 모습을 확인하면서 대답한다.
“라비엔에서 가끔 알드바인에서 왔다는 헌터가 떠들던 이야기야. 알드바인에서 사람 사냥하면서 좋은 시절 보냈는데 어쩌다가 라비엔에 와서 몬스터랑 엮인 채로 살게 되었나 모르겠다고 말이지.”
“짐승도 아니고 사람에게 낙인을 찍으면서 사냥하는 거야? 문명인이라서 그런가…….”
투란이 중얼거리면서 귓가에 댔던 손을 뗐다.
동시에 투란의 귓가에서 맴돌던 바람이 흩어졌다.
말문이 막힌 듯 제란드는 잠시 눈을 깜박였고, 페란드가 쓴웃음과 함께 투란에게 말한다.
“아니, 문명인이니 뭐니 하는 얘기랑은 상관없는 걸 거야. 그저…… 강도를 다루는 법이겠지. 아마도…….”
“흐흠, 어쨌든 알드바인은 굉장히 이상한 곳이네. 마법사의 도시라서 그런지도 모르겠어.”
투란이 다시 중얼거렸고, 이번에는 페란드도 입을 다물었다.
마법사가 무슨 하는 짓에 대해서는 역시 설명할 수 없다는 듯…….
그리고 마부석에서 루케인은 살짝 미친 듯한 외침을 터뜨리고 있었다.
“달려라! 내 마력을 실컷 처먹고 있잖아! 어서 달려! 번개처럼, 벼락처럼! 얼른 성벽 너머로 가자!”
“마차 뒤집어져요! 좀 조심하라고요!”
시알라가 루케인의 외침에 호응해서 목소리를 높이고 있었다.
덕분에 멜란드는 짐을 한가득 머리에 이고 달려오면서 외쳐야 했다.
“잠깐만! 왜 속도를 올리고 있냐고!”
어찌 되었든 결국 멜란드는 마차에 짐을 내던지면서 올라탈 수 있었다. 그러나 투덜거림은 멈추지 않았으니…….
“내가 빠르기는 하지만 너무하잖아! 왜 갑자기 속도를 올린 거야? 루케인이 대체 왜 그런 거야?”
말과 함께 두리번거렸지만, 두 형도 투란도 뭔가 키득거리는 웃음만 흘릴 뿐이었다. 마치 멜란드가 저쪽에서 뭔가 하는 사이에 이쪽에서도 뭔가 재미있었다고 약이라도 올리는 것처럼!
그리고 시알라가 루케인 곁에서 외치는 소리가 다시 높게 울려 퍼진다.
“휘는 길목에서는 속도 좀 줄이라니까아! 루케인, 정신 차려요옷!”
“마차 넘어가지 않게 잘 받쳐 줘어! 믿고 달린다, 시알라!”
“뭘 믿고 달려? 속도를 줄이라고! 성벽에 닿기 전에 물에 처박히게 생겼잖아요!”
“다리 있어! 건넌다아!”
촤아악!
수면 바로 아래 숨겨진 듯한 다리를 건너, 마차는 거의 높은 성벽 아래의 굵은 뿌리에 들이박을 것처럼 질주했다.
이제는 멈추려 해도 멈출 수 없는 듯했다.
“부딪히잖아!”
시알라가 놀란 소리를 질렀다.
하지만 곧 마차 주변에 어둠이 내려앉았고, 어느새 마차는 어두운 통로를 달리고 있었다.
“환영?”
“비밀 통로야! 급할 경우에 쓸 수 있지! 곧바로 상아탑으로 들어갈 수 있어. 거리를 지나치지 않고!”
뒤늦은 루케인의 설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