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ster×Monster: Nihilism King Arc RAW novel - Chapter 414
몬스터×몬스터: 허무왕 편 (410)
“성질 좀 죽이시라고요! 말을 하면 좀 들으시란 말입니다! 그 성깔 때문에 빌어먹을 얼간이들한테 파나틱 플레임이란 소리까지 듣고 계시잖아요! 제발 말을 할 때는 좀 듣고 나서 행동을 하시라고요! 왜 말을 듣지 않고 대뜸 불부터 지르려고 하시냔 말입니다! 게다가 왜 헬 플레임이냐고요! 소박하게 파이어 볼이라고 있잖아요! 지나가던 애들도 다 아는 파, 이, 어, 볼! 뭣 때문에 남들은 금기(禁忌)니 뭐니 하는 지옥 불꽃을 끌어내는 주문부터 퍼질러 내냐고요! 로열 가든이 아니었으면……!”
“로열 가든? 진짜? 나, 이거 처음 봐!”
두 마법사의 모습은 곁에서 지켜보면 조금 괴상했다.
먼저 체격이 건장한 루케인, 백팔십 센티미터의 키에 걸맞은 몸집이었기 때문에 더욱 세 갈래 은발의 홀시딘과 비교될 수밖에 없었다. 홀시딘은 겨우 백오십 센티미터를 넘는 키였고, 체격 또한 그에 걸맞게 작았으니…….
루케인이 느닷없이 홀시딘의 멱살을 잡아 올린 채로 흔들면서 악악거리며 떠들어 대는 꼴은 노인으로 분장한 개구쟁이 꼬마를 훈계한다고 착각할 정도였다.
물론 훈계받는 개구쟁이가 된 홀시딘은 자기 머리가 까닥까닥하면서 거의 부러질지도 모를 정도로 거세게 흔들댄다는 것에는 전혀 관심이 없어 보이기는 했다. 그래서 변해 버린 주변 풍경을 설명하는 한마디가 나왔을 때, 바로 지금 자신의 집중된 관심의 대상을 짚는 한마디가 나왔을 때 곧바로 루케인의 말을 끊고 있었다.
덕분에 루케인도 겨우 진정한 듯, 길고 굵직한 한숨을 쉬면서 홀시딘의 멱살을 쥐었던 손을 풀며 뒤로 두어 걸음 물러섰다. 그다음에 다시 심호흡을 하면서 자신의 가슴에서 차오른 격정을 가라앉히는 시늉을 했고…….
“아우룸 아쿨리아보다…… 서약에 따라 로열 가든의 일이 우선입니다. 아시겠습니까? 알아들으…… 마스터 홀시딘!”
두리번거리다가 한구석을 보며 두둥실 떠가는 홀시딘의 모습에 발끈했다.
“저거…… 금이냐? 금이구나! 금이야! 집채만 한데! 몇 킬로…… 아니, 저건 톤 단위로 따져야겠군! 우와! 순도는? 순도가…… 으허헛? 이게 뭐야! 야아! 맛 좀 보자!”
홀시딘은 가속하며 로열 가든에 얌전히 놓인 채로 번쩍거리는 황금 더미를 향해 휘잉 날아가잖는가!
퍼억!
냅다 뛴 루케인은 가차 없이 팔을 휘둘러 날아가는 홀시딘의 복부를 팔뚝으로 감아쥐듯이 후려 팼다. 그리고 벼락 흉내를 내듯 소리친다.
“정신 차리세요! 상아탑의 마스터시잖아요! 순도 백이십 퍼센트 황금이라도 눈 돌아가면 안 됩니다! 혀 집어넣으시라고요! 먹는 거 아니잖아요!”
“맛! 맛! 먹어도 안 죽어! 순금(純金)은 인체(人體)에 무해(無害)하다! 맛만 보자, 맛 좀…….”
허공에서 허우적거리는 홀시딘이었지만, 둥실거리며 떠 있는 채로는 억세게 두 팔로 허리를 감고 당기는 루케인을 뿌리칠 수가 없었다.
“마법사구나.”
“어, 마법사지.”
“금은 역시 귀한 거야.”
“아까 그 불은 뭐였지?”
그리고 이 광경의 한구석에서 투란 일행은 도란도란 몇 마디를 주고받으면서 로열 가든의 풍경 속에 새로 자리 잡으려는 듯한 두 마법사의 툭탁거림을 지켜볼 뿐이었다.
이 작은 소동이 끝난 것은 결국 홀시딘이 한마디 묻고 루케인이 바로 대답을 한 다음이었다.
“에잇! 너, 왜 이렇게 침착해! 저런 걸 보고 왜 날 말릴 수가 있어?”
“로열 가든이잖습니까! 이 계약을 맡게 되시면 실컷 보실 수 있다고요! 두 눈으로 보는 풍경 한쪽에다가 아예 따로 시야를 두고 쉴 새 없이 볼 수 있단 말입니다!”
허공에서 허우적대던 홀시딘이 손짓 발짓을 멈췄고, 아주 의아한 눈빛으로 루케인을 바라보며…… 아주 낯선 녀석을 본다는 것처럼 위아래로 다시 훑어보면서 침착하게 다시 묻는다.
“로열 가든을…… 인계한다고?”
“예, 그러려고 라비엔에서 알드바인까지 바로 왔습니다.”
“왜?”
“왜냐니요! 제가 감당할 수가 없단 말입니다!”
“감당……? 너, 마력만 넉넉하면 바로 상급까지 승급할 수 있잖아? 라비엔에 갔던 까닭도 그 때문이고…… 로열 가든의 계약을 통해서 너의 모자란 마력을 채울 수 있으니까, 이건 오히려 네게 좋은 기회인데?”
뭔가 미쳐 날뛰듯이 눈 돌아갔던 모습과는 전혀 다르게 침착하게 하나씩 따져 묻는 홀시딘이었고, 루케인은 그런 분위기를 확인하고 나서야 홀시딘에게서 두어 걸음 떨어지면서 차분하게 대답을 한다.
“보통은 그렇죠. 하지만 보세요. 아우룸 아쿨리아, 바로 보셨잖습니까? 이 다섯은 황금매의 문장을 지녔다고요. 그리고…… 저 황금을 위탁하면서, 로열 클래스의 보호를 원하거든요. 이것저것 따져 봤을 때, 지금 제가 유지할 수 있는…… 제어할 수 있는 마력의 범위를 한참 벗어납니다. 그러니까 마스터 레벨에 이른 마법사, 상급 마도사의 기량이 필요한…….”
“너, 아직도 그놈의 마력의 자가수급(自家收給)인가 하는 이론에 매달려 있냐? 자기 한계를 넓히기 전에는 지나친 마력을 다루면 안 된다고 계속 고집부리려고?”
홀시딘은 루케인의 말을 뚝 자르면서 핀잔을 줬다.
순간 루케인은 눈가에 실룩임이 살짝 피어났고…….
“헬 플레임은 완성된 주문이잖습니까? 그런데 뭘 개량하신다고 오늘도 실험까지 하면서 상아탑의 내부 구조에 영향을 끼치고 계셨나요?”
자신의 일과는 전혀 상관없는 홀시딘의 일을 짚으며 반박하는 듯한 말을 늘어놓고 있었다.
그리고 잠시, 두 마법사는 서로의 나이도 지위도 상관하지 않는 고집스러운 태도를 자랑하듯이 서로를 바라봤다. 결국 둘은 거의 동시에 한숨을 쉬었고, 고개를 젓고 말았다.
하지만 홀시딘은 곧 윗사람답게 한마디 더한다.
“내가 하는 일이 한심해 보이면, 나처럼 하지 마. 아무리 매달려도…… 답을 얻을 수 없는 일도 있다고 일찌감치 깨닫는 것도 좋아 보이더라. 케이라는 할 수 있는 일만 하는 것 같지만…… 오히려 훨씬 빠르게 성장했잖아.”
루케인이 쓴웃음과 함께, 여전히 지고 싶지 않다는 듯한 말투로 대꾸한다.
“그런 천재가 못 되니까요, 저는…… 아, 젠장. 제 이야기 하려고 온 게 아니잖습니까? 아무튼 일단 제가 맺은 로열 가든의 계약은 임시거든요. 가계약 상태니까, 일단 인계받으시고 완성해 주세요. 음, 그리고 제 기억은…….”
홀시딘이 고개를 끄덕이다가 바로 말을 자르며 묻는다.
“시나리오, 하나는 아니겠지?”
“몇 가지 준비했습니다.”
“그래…… 자, 그러면…… 겁도 없이 황금매를 품은 채로 상아탑에 뛰어들어 보호를 원하신 분들, 여기까지 우리가 나눈 이야기를 통해 일이 어떻게 돌아가는가 이해는 하고 계신가?”
홀시딘은 느닷없이 투란을 보고, 시알라를 보고 세 형제를 둘러보면서 묻고 있었다. 루케인이 흠칫하면서 어색한 웃음을 지었고, 투란은 바로 씩씩한 대답을 해 버리는데…….
“전혀! 뭔 소리인지 하나도 모르겠어요!”
“썩을.”
네 남매 역시 투란과 비슷한 표정으로 열심히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에 홀시딘은 짧게, 가득한 불만을 한마디 욕설로 표현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흐흠, 그러니까 루케인은…… 중급 마도사라고 하지만, 그게 순전히 마력이 부족한 탓일 뿐이란 거죠? 그리고 마력이 부족한 까닭은 상아탑의 마법사답지 않게 자기만의 마력을, 상아탑에서 서약을 맺은 자에게 부여되는 마력과는 색다른 마력을 쌓으려 하기 때문이고요? 그래서 우리를 여기까지 데려와서 로열 가든을 다른 마법사…… 거리낌 없이 큰 마력을 다루는 마법사에게 인계하려 한다, 그거네요? 로열 가든을 맡는 것만으로도 아주 큰 마력을 부여받을 수 있는데, 그거까지 거부하면서 말이에요.”
“그래, 고집쟁이 바보라서 좋은 기회를 스스로 버리는 거지.”
까닥까닥, 손가락을 접었다 폈다 하면서 투란이 조금 전에 들은 말을 순서대로 짚듯이 되뇌었고 홀시딘은 한구석에서 태연한 표정을 짓고 있는 루케인을 흘깃하면서 조금 지루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여 주고 있었다.
투란은 조금 희한하다는 듯이 루케인을 바라봤고, 시알라가 침착하게 말을 이으며 정리한다.
“상아탑의 서약 때문에 우릴 여기 데려온 까닭이라든가 오면서 있었던 일도 전혀 다른 사정으로 둘러대는 거짓말로…… 기억까지 바꿔 놓기 위한 이야기도 미리 몇 가지 꾸며 놨고요?”
“뭐, 로열 가든을 통해 신분을 감추고 보호받는 클래스가 되려면 어쩔 수 없이 몇 가지 과거를 감출 수 있는 위장된 이야기가 필요하기도 하지. 그 꾸며 낸 과거를 우리는 시나리오라고 하는 것뿐이고…… 귀찮은 일 떠넘기는 녀석이기는 하지만, 일단 맡은 일은 꾸역꾸역 처리하거든. 그래서 몇 가지 준비해 왔으니까, 그중 하나를 고르면 되는 거야. 그러면…… 내게 계약이 넘어오면서 루케인은…… 거짓된 기억을 품은 채로 로열 가든에서 떨어져 나간다.”
홀시딘은 조용히, 잔잔하게 되풀이하며 대답해 주고 있었다.
투란이 잠깐 눈을 깜박이다가 루케인에게 말한다.
“그래도 괜찮아요? 로열 가든은…… 상아탑의 마도사에게도 좋은 기회라면서요? 이런 기억을…… 전부 잃어버리는 거잖아요? 괜찮아요?”
슬쩍 쌓여있는 황금, 로열 가든의 풍경에 손짓하며 묻는 말이었고, 루케인은 쓴웃음을 짓고 투란과 네 남매를 둘러보면서 대답한다.
“기억은 조작되지만, 즐겁고 기뻤던 감정은 마음속에 여전히 남는다. 내게는 그 정도면 충분해. 아주 좋았던 일이라고 해서 계속해서 정신 속에서 되풀이하면서 되뇌는 짓은 싫다. 그저 아련하고 깊게, 그 기분만 남아 있으면 나는 괜찮아.”
이 말은 시알라가 미묘하게 고개를 끄덕이게 했고, 세 형제도 차례대로 ‘아, 그렇구나.’ 하는 듯이 받아들이는 모습이었다.
투란은 갸웃하면서 ‘그런가?’ 하고 루케인을 바라보며 조금 더 생각하려는 듯하는데…….
―현명한 자로군.
짧고 또렷하게 드라고니아가 루케인을 평하고 있었다.
‘그래? 너까지 그러면야…….’
투란은 더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루케인이 자신의 길을 골라 가겠다는데, 더 이상 뭐라 하기도 어렵잖은가.
게다가 홀시딘은 이 지루한 설명이 언제 끝나느냐고 노려보는 중이니…….
곧 투란은 단정하게 서면서, 아주 정중하게 홀시딘을 향해 새로운 태도로 말문을 연다.
“상아탑의 마도사, 홀시딘에게 청합니다. 왕의 율법과 서약에 따르는 자로서, 우리의 로열 가든을 맡아 주겠습니까? 마도사 루케인으로부터의 인계를 받아들이겠습니까?”
홀시딘이 잠시 눈을 깜박거렸다.
매우 희한하게, 조금 전에 우악거리던 투란과 전혀 다른 정중한 모습이 갑자기 어디서 나왔느냐고 따지는 듯!
그러나 홀시딘은 그런 의문을 깊이 가슴에 파묻으면서 대답을 해야 했다.
루케인이 한 손을 들어 올렸고, 다섯 개의 고리가 그 손가락에서 빛을 뿜어내며 루케인의 온몸에 기묘한 무늬를 그려 내다가 가지를 치고 줄기를 뻗어 홀시딘을 향해 몰려오고 있었으므로!
“왕의 율법과 서약에 따라, 나 홀시딘은 상아탑의 마도사로서 이 책무를 받아들이겠다. 시크릿 키퍼로서, 자신의 사명을 수행하겠다. 루케인, 그대를 로열 가든의 의무에서 해방하노니…… 준비된 거짓을 품고 물러가라.”
홀시딘의 담담한 읊조림은 마법을 이끌었고, 루케인이 가만히 눈을 감은 채로 둥실거리면서 허공에 눕게 했다. 그런 루케인의 몸에서 빛나던 황금빛 무늬는 홀시딘에게 옮겨졌고, 손가락에서 손목을 타고 움직이는 다섯 가닥의 빛줄기가 팔찌처럼 채워지고 나서 사라졌다.
남은 흔적은 그저 홀시딘의 왼쪽 팔뚝에 걸린…… 아주 오래된 빛바랜 금색의 무늬일 뿐이었다.
홀시딘은 새로운, 그러나 아주 오래된 듯이 자연스럽게 무늬가 자리 잡은 팔뚝을 가만히 쓰다듬다가 루케인을 향해 손짓했다. 루케인은 허공에서, 로열 가든의 풍경 속에서 사라졌다.
“자기 거처에서 깨어나면, 여기까지 오면서 있던 일은 그럴듯하게 기억하겠지만…… 중요한 부분은 모두 달라진 채일 거야. 걱정할 필요 없다. 원래 이런저런 일을 겪다 보면 서로 간에 같은 일이라도 다르게 아는 경우가 많다고 여길 테니까. 루케인에게 준비된 거짓된 기억도 곧 알게 될 테니까, 거기 맞춰 주기 어렵지 않을 거야.”
루케인이 사라진 자리를 보면서 짓는 네 남매와 투란의 조금 복잡한 표정을 보면서 홀시딘이 다독이는 듯이 말했다.
찰싹, 곧 투란이 자기 볼을 두 손으로 두드리고서 쾌활하게 말한다.
“좋아요! 자, 그러면 우리는 이제 그럴듯하게 준비되고 보장된 신분으로 헌터 길드와 상아탑에게 쫓길 일 없이 살 수 있게 되는 거죠?”
네 남매가 이 소리에 조금 긴장한 표정을 지었다.
마침내 네 남매는 맏이인 세란드를 찾아 헤맸던 세월을 끝내려고 하고 있는 것이다. 그 길고 긴 여정이 드디어 이 자리에서 끝을 맺으려 하는 참이니 어쩔 수 없었다.
홀시딘은 그런 네 남매의 긴장을 느낀 듯, 투란이 꾸미는 쾌활함의 그늘에 감춰진 ‘수틀리면 가만 안 둔다!’라는 의지를 알아차린 것처럼, 이런 미묘한 긴장을 풀어 주겠다는 듯이 밝은 태도로 유쾌하게 답한다.
“그럼! 로열 클래스의 세 가지 시련의 의무만 다하면 그다음에는 뭘 어떻게 하고 살더라도…….”
“잠깐, 의무? 세 가지 시련?”
투란이 되묻지 않을 수 없는 소리가 섞여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