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ster×Monster: Nihilism King Arc RAW novel - Chapter 415
몬스터×몬스터: 허무왕 편 (411)
Chapter 83. 로열 가든의 맹약
―하핫, 아하하! 그래, 키린 그놈이 하는 짓이 다 그렇지! 우하핫!
드라고니아가 소리 없이 뇌리를 쩌렁쩌렁 울리며 살짝 미친 듯이 웃는 것을 들으면서, 투란은 상아탑의 마스터 홀시딘의 멱살을 잡고 흔들어 대며 외쳐야 했다.
“뭔 소리냐고! 세 가지 시련이라니! 의무라니! 그런 얘기는 전혀 들은 적이 없거든요! 지금 막 꾸며 낸 소리지? 그렇지? 뭔 시련이야, 무슨 의무냐고!”
“그게 뭔 소리야? 로열 가든에 대해서 청하고서 거기에 의무가 따른다는 얘기는 전혀 들은 적이 없다고? 로열 클래스는…… 상아탑으로부터 들어오는 요청에 응할 의무가 있기 때문에 부여되는 권한이라고!”
“어…… 아!”
멱살 잡아 올린 홀시딘의 눈을 똑바로 보다가 투란은 문득 기억해 냈다.
“로열 클래스가 되면, 소소한 부탁 하나둘? 많아야 셋 정도는 상아탑에서도 부탁해 올 거야. 하지만 신경 쓰지 않아도 괜찮아. 너에게는 정말 소소한 일일 테니까.”
슬쩍 스쳐 지나가는 말투와 방긋 웃는 키린의 표정이 저절로 투란의 뇌리에 선명하게 떠올라 둥실둥실 떠다니는 듯하잖나!
“이제 기억난 모양이군?”
홀시딘이 고개를 흔들어 은발의 머리카락을 흔들면서, 여유로운 그 표정과 다르게 조금 날카롭게 말하면서 두 손으로는 멱살 잡은 투란의 손목을 붙잡아 떼려 하면서 잽싸게 한마디 더했다.
“의무는 무슨!”
그러나 투란은 두 손에 힘을 줘서 홀시딘의 멱살을 더 세게 움켜쥐는 태도로 더 세게 반발하는 소리를 뿜어내기 시작한다.
“그냥 소소하게 주고받는 부탁이겠지! 무슨 시련이니 뭐니 하는 의무일 리가 없다고!”
“뭐? 소소한? 자, 잠깐!”
조여드는 숨통과는 전혀 상관없이 홀시딘의 표정이 살짝 해쓱해졌다.
투란은 자신이 너무 손을 조였나 했지만, 곧 그냥 험악한 태도로 꽉 붙든 정도이고 홀시딘이 숨 쉬는 데는 전혀 지장이 없다는 것을 확인했다. 그렇다면 지금 홀시딘의 표정은……?
“너, 대체 누구한테 로열 가든에 대해서, 로열 클래스에 대해서 들었지? 설마…… 설마 마왕…… 아니, 패왕 키드릭 쪽에서 흘러나온 얘기를 듣고 온 거야?”
멱살 잡힌 상황은 홀랑 잊은 듯이 홀시딘이 급하게 묻고 있었다.
그리고 투란은 홀시딘이 말실수인 양 넘어가려던 한마디에 귀가 솔깃해서 되뇌어 보지 않을 수가 없다?
“마왕?”
순간적으로 움찔하며 홀시딘이 바로 세차게 부정한다!
“패왕, 패왕! 마왕이라고 안 했다!”
투란으로서는 뭔가 뚱한 표정으로 짚지 않을 수가 없잖은가?
“먼저 마왕이라고 했잖아요. 바로 고쳐 말해 놓고는…….”
“제, 젠장! 못 들은 걸로 해! 아무튼, 패왕 키드릭과 그쪽 누군가에게서 들은 이야기냐고!”
“저기요, 마법사님? 그보다 여기서 왜 갑자기 패왕이란 말을 마왕이라고 하면서, 이렇게 갑작스럽게 에테온의 옛날, 옛날! 옛날 임금님 얘기가 나오는지부터 설명해 줘야 하는 거 아닌가요?”
“제, 제기랄!”
일단 험한 욕부터 홀시딘의 입술 사이에서 불쑥 터져 나왔다.
덕분에 여유를 되찾은 듯, 투란은 냉큼 홀시딘을 얌전히 놔주면서 ‘아, 여기 먼지가 묻었네요!’라고 흰소리까지 웅얼대며 옷자락을 바로잡아 주고 어깨를 툭툭 털어 주는 시늉까지 할 수 있었다.
홀시딘은 잠시 그 모습을 가증스럽다는 듯이 보다가 퍼뜩 생각난 듯이 눈길을 옆으로 돌렸다. 이 자리에 투란만이 자신과 함께 있지 않다는 것을 뒤늦게 알아차린 듯…… 덕분에 홀시딘의 눈동자에는 아주 적나라하게, 노골적으로 묘한 분위기를 띤 네 남매의 모습이 고스란히 비쳤다.
우선 시알라는 팔짱을 끼고 한 손으로 입을 가린 시늉은 했지만, 터질 듯한 웃음을 억누르는 그 표정까지 숨기지는 못했다. 그리고 그 주변에서, 제란드는 머리를 긁적이면서 ‘그럼, 그렇지.’ 하는 묘한 태도를 띠었고 멜란드는 어느 틈엔가 쪼그리고 앉아 ‘역시 투란이 저렇지, 뭐.’ 하며 이 상황이 얼마나 오래가든 두고 보며 구경하는 자세였다! 그나마 페란드는 팔짱을 낀 채로 우뚝 서서 그냥 물끄러미 보는 모습이기는 한데, 갑옷 갖춰 입고 그러고 서 있으니 잠시 진열된 갑옷처럼 이 상황을 외면하고 싶다고 외치는 듯하잖나!
홀시딘은 그런 광경을 향해 뭐라 한마디 하지 않고는 참을 수가 없었다.
“그렇게 웃지만 말라고! 대체 어디서 로열 가든에 대해서 들었길래…… 너희도 뭐라고 말 좀 해 보라고!”
말투 속에 왜 이렇게 투란이 떼를 쓰는 소리를 하게 두냐고, 알면서 이러지 말라고 따지는 의미가 분명히 담겨 있었다.
“투란에게서 들은 이야기예요. 우리는 그런 게…… 이런 마법이 있는 줄도 몰랐어요.”
로열 가든의 풍경을 둘러보는 시늉을 하면서 시알라가 조금 차분해진 표정으로, 그러기 위해서 헛기침을 두어 번 하기는 했지만 웃음을 가라앉히고 나서 말했다.
홀시딘의 머리카락이 의지를 지니고 움직이는 것처럼 위로 솟구치면서 빳빳해졌다. 발끈하는 기분에 따라서 반응하는 듯한 모양으로 보였다.
멜란드나 제란드는 ‘과연 마법사!’라고 희미하게 중얼거리면서 꽤 희한한 짓을 한다고 바라보는 태도를 고스란히 드러냈다. 시알라는 그런 동생들을 슬쩍 손짓해서 입 다물라고 신호하며 말을 잇는다.
“마스터 홀시딘, 이곳에서 주고받는 이야기…… 우리가 보여 주는 것들이라든가 우리가 지나온 길에 대해서, 보고 들었던 이야기를 뭐든지 해도 비밀로 유지되는 것 맞나요? 시크릿 키퍼, 루케인이 그 역할에 대해서 말할 때는 대강 그런 뜻으로 말하던 것 같던데요?”
“아, 맞아. 그러니까 여기서는 쓸데없이 가식 차리면서 꽁알꽁알 숨길 필요가 없어. 내가 보고 듣는 모든 것, 그건 상아탑의 서약에 따라서 절대로 내게서, 나를 기반으로 하는 어떤 체계 안에서도 다른 누군가, 혹은 뭔가로도 누설되는 일 없다.”
홀시딘은 한숨을 쉬면서 아예 바닥에 털썩 앉으며 아무래도 오래 이야기해야 할 것 같다는 태도와 함께 한마디 한마디 고르듯이 말했다. 그런데 바로 그 앞에 냉큼 앉으면서 투란이 묻는 것은…….
“마왕이니 뭐니 하는 얘기, 그건 키드릭 임금님의 이야기를 누설한 거 아녜요? 로열 가든과 관련해서 있었던 일을 상아탑에서 누설하는 거잖아요?”
“아니거든! 그 망할 임금님이 자기 주변에 가까운 사람에게 이러쿵저러쿵 떠들고 다니면서 우릴 골탕 먹인 거라고! 아니, 비밀을 지켜 달라고 해 놓고 왜 자기 입으로 떠들고 다니냐고! 지켜져야 할 비밀이 새어 나갈 듯하면 알아서 경계심을 일깨워 주는 마법까지 써서 보호되고 있었는데, 왜 그 마법까지 무시하면서 자기 입으로 떠들고 다녔냔 말이야! 덕분에 엉뚱한 작자가 찾아와서 로열 가든이 어쩌고저쩌고 떠들면서 상아탑 욕을 하고 다닌 일이 한두 번인 줄 알아?”
뭔가 불을 뿜는 듯한 태도로 홀시딘은 마치 자신이 직접 겪은 억울한 일인 양 말하고 있었다. 순간…….
―아하하…… 그 임금님, 좀 그런 성격이었지…… 아하하…….
드라고니아가 뭔가 멋쩍은 말투로 중얼거리고 있잖는가.
아무도 듣지 못하는 말이었지만 투란이 살짝 뒷머리를 긁적이면서 뒷골이 당기는 것을 풀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슬쩍 한 발 빼듯이 말한다.
“그 옛날이야기를 뭘 그렇게 직접 겪은 것처럼 말해요?”
“응? 아하핫! 젠장, 말 없는 발…… 아니, 그게 아니고! 발 없는 말이 세상을 떠돌면서 쉬지 않고 사고 친다는 소리 들은 적 있겠지? 그래, 쓸데없는 소문이 번지는 바람에 이놈 저놈 앞뒤 분별도 못 하는 것들이 상아탑에 쳐들어와서 로열 가든 구경하고 싶다고 난동 부린 게…… 수십 년 동안 있던 일이라고! 내가 젊었을 적에도 사오 년에 한 번씩 어디서 이상한 소문 듣고 와서 그러는 놈들이 꼭 있었거든! 직접 겪은 일이라고! 난동 부리는 놈 중에 꼭 금괴 하나도 없이 와서 발광하는 놈들이 있고 말이야!”
어쩐지 앞뒤 분간 없이 분한 소리를 토해 내는 듯한 홀시딘이었다.
시알라가 그 앞에 가만히 앉으면서 한 손을 들어 올리면서 다시 말문을 연다.
“마스터 홀시딘, 우리는 제대로 금괴를 제공하면서 요청하고 있잖아요. 그런 억울한 경우랑 같은 취급을 하시면 곤란하지요. 게다가…… 만약 로열 가든, 이 마법을 요청하지 않았다면 라비엔에서 우리 가슴의 문장을 보자마다 루케인이 어떻게 했을지…… 알고 계시죠?”
“알아.”
한껏 소리를 뿜어내던 홀시딘이었지만, 어느 순간에 냉정을 되찾은 것처럼 짧게 대답하며 자신을 다스리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그 모습에 살짝 고개를 끄덕이면서, 손바닥 위에 작게 맴도는 불꽃을 피워 올리면서 시알라가 말을 잇는다.
“딱히 루케인만 그런 행동을 한 건 아니겠지요? 상아탑의 마법사라면, 다들 비슷할 것 같은데…… 당장 마스터 홀시딘도 이 로열 가든의 마법이 아니었다면…….”
“아까 보인 그대로, 너희를 당장 제압하고 구속하려고 했지. 그리고 대체 어디서 아우룸 아쿨리아를 각인받은 건지 알아내서 뿌리를 뽑으려…….”
홀시딘은 자신의 보였던 태도를 짚고 확인하듯이 대꾸하고 있었다.
하지만 투란이 불쑥 끼어들며 말을 자르고 묻는다.
“그러니까 그 아우룸 어쩌구는 무슨 소리예요? 루케인은 샤이닝 팔콘이라고 했던 것 같던데?”
“응? 뭐야, 그것도 모르고 있었어? 그 문장…… 황금의 매를 만들어 낸 금색의 마도사가 직접 붙인 문장의 명칭이 바로 아우룸 아쿨리아, 어느 신전(神殿)의 신화(神話)에만 쓰이는 언어, 그래서 신화어라고 하는 희귀한 언어에서 따온 이름이라고. 샤이닝 팔콘은 그 문장이 마법을 사용할 때 빛나니까, 빛나는 매라는 의미로 우리가 붙인 별칭이야. 뭐, 이러쿵저러쿵해 봐야 그냥 황금매라고 하는 것이 통상적인 표현이겠지만…… 그런데 대체 어디서 황금매의 문장을 얻었지? 그리고 어떻게…… 그걸 각인하고 있는 거야? 그 문장은 아무나 새길 수 있는 몬스터 엠블럼이 아니라고. 그건…….”
“적합한 몸이어야 한다고요? 그 얘기는 루케인이 했어요. 세란드가 적합자였고…… 음, 세란드는 맏이였어요. 시알라의 오빠이고, 맏형인데…….”
투란이 말을 고르면서 눈살을 찌푸렸다. 설명하려니 조금 어렵다는 듯한 태도였고, 시알라가 이를 돕듯이 말한다.
“우리 오빠에게 각인이 성공했기 때문에 한 핏줄인 우리를 찾아내서 각인을 하도록 유혹했죠. 거기 걸려서 무슨 일인지도 모르는 채로 실종된 오빠를 찾아서…… 우리 남매의 맏이인 세란드를 찾아 산맥 깊은 곳으로 갔다가 투란을 만났어요. 투란은 우리 오빠 세란드의 마지막을 지켜봤고, 오빠를 통해…… 음, 완성된 황금매를 물려받았고 말이죠.”
마스터 홀시딘의 눈매가 살짝 사나워졌다. 그 까닭이 바로 그 입을 통해 한마디로 튀어나오기까지 했다.
“완성된……?”
바로 투란이 고개를 저으며 말한다.
“그게 뭔 말인지 우리한테 물으면 곤란해요, 마법사님! 세란드는 그 괴상한 마법사 아겔페스랑 꽤 오랫동안 어울리면서 반쯤 마법사처럼 된 것 같았고, 아겔페스를 죽이면서…….”
“잠깐! 잠깐만! 아겔페스랑 어울려? 죽여? 금색의 마도사 아겔페스는 수백 년 전 사람이라고! 죽이긴 뭘 죽여? 어울리다니! 그게 대체 뭔 소리야!”
홀시딘이 화들짝 놀라서 투란의 말을 싹둑 자르면서 되묻고 있었다.
투란의 입술이 삐죽거렸다.
시알라가 그 꼴을 보면서 일단 손 위에 피워 올렸던 불꽃을 지우면서 한숨부터 짓는 표정을 한 채로 말한다.
“무슨 소리냐고 물어도, 모르지요. 우리가 아는 것이라고는, 우리가 겪은 일뿐이고…… 그걸 뭐라 설명할 수는 없어요. 그냥 겪은 그대로 말하는 수밖에 없는데…… 마스터 홀시딘, 그걸 듣고 파악하는 일은 상아탑에서 해 주길 바란다면 지나친 요청인가요?”
“아니! 전혀 지나치지 않아! 아주 타당해! 젠장, 어쩌다가 문장을 각인할 수 있는 마법의 도구가 전해졌다든가 어떤 미친놈이 그 마법을 전승받았다고 하는 경우는 어쩌다 보면 있을 수도 있겠지! 하지만 너네 얘기는 지금 전혀 그런 게 아니라는 거잖아! 그렇지?”
“우리는 그렇다고 생각해요.”
시알라의 고개가 가만히 끄덕여졌다.
홀시딘도 바로 고개를 끄덕거리면서 재촉하며 말한다.
“아는 그대로…… 겪은 그대로 말해 줘! 이건 정말 큰일이거든!”
막 시알라가 다시 이야기를 하려는 순간, 입술을 삐죽대던 투란이 으르렁대는 듯한 소리로 먼저 말한다.
“시련이니 의무니 하는 게 더 큰 일이거든요! 우리한테 꼭 그런 짓을 시켜야 하는 거예요? 그냥 했다 치고 넘어가면…….”
“그런 거 없다! 로열 가든의 규율에는 했다 치고 어쩌고 하는 거 없어! 상아탑이 융통성이 없는 게 아니고, 그 마법은 애초에 의무 위에 권한을 두게 되어 있거든! 빠져나갈 샛길 따위는 없어! 그러니까 로열 가든의 권리를 포기하든가…….”
“그러면 바로 마스터 홀시딘, 바로 우리 앞에 있는 젊은 할배 당신부터 우릴 때려잡으려 할 거라면서!”
투란이 꽥 소리쳤다.
홀시딘이 조금 움찔하면서, 슬쩍 그 눈길을 피하는 시늉을 하며 미약하게 고개를 끄덕이는 듯이 대꾸한다.
“그야 그렇지…… 그런데 젊은 할배는 뭐냐?”
“주름살 적으면서 머리카락만 나이 든 것 같은 사람이 젊은 할배지! 아무튼, 꼭 그 세 가지 시련인가 하는 과정을 거쳐야 하나요?”
투란이 투덜거리면서 정말 빠져나갈 샛길이 없냐고, 다시 생각해 보라는 듯이 확인하는 물음을 던지는 꼴에 마스터 홀시딘이 깊은 한숨을 쉬고 말았다.
“안 된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