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ster×Monster: Nihilism King Arc RAW novel - Chapter 418
몬스터×몬스터: 허무왕 편 (414)
“우리 하나 만들어 줄까?”
“에? 우리?”
“돼지가 되고 싶다며? 그러니까 돼지우리 하나 만들어 주고 싶어지는걸!”
“엥? 돼지?”
갑작스럽게 돼지우리가 어쩌고 하는 홀시딘을 바라보면서 투란은 대체 뭔 소리를 하느냐고 눈을 껌벅거릴 수밖에 없었다. 언제 투란이 돼지가 되겠다고 했다고 이런 소리를 하는 것인가?
홀시딘은 자신의 말을 전혀 납득하지 못하는 낌새가 역력한 투란을 향해 결국 폭발하듯이 으르렁거리면서, 설명까지 퍼붓지 않을 수가 없었다.
“닥치는 대로 처먹고 맛있어, 맛있어하면서 비바람이 뚫지 못하는 지붕과 벽 사이에서 생각 없이 뒹굴뒹굴 편안해, 편안해, 하면서 살고 싶다며! 그게 돼지잖아! 그러니까 돼지우리가 필요하다는 거 아니냐고! 아, 이런 것까지 설명해야 하냐!”
잠시 투란의 눈이 두어 번 더 껌벅거렸다.
“뭔 소리를 하는 거야! 이 할배, 주름은 없는데 노망이라도 나셨나! 그런 돼지는 살찌면 언제 주인이 와서 쓱싹 토막 내서 요리해 먹을지 모르는 거잖아! 그렇게 언제 구운 고기가 될지 모르는 게 뭐가 편안해! 맨날 불안해서 꾸역꾸역 처먹는 거잖아, 그건! 누가 그딴 돼지가 되고 싶다는 거야!”
결코 홀시딘의 목소리에 뒤지지 않는 우렁찬 외침으로 반박하고 있었다.
하지만 홀시딘은 단숨에 투란의 말에 담긴 허점을 찾았다는 듯이 반박하니…….
“살아 있으면 언제 죽을지 모르는 건 마찬가지잖아! 돼지가 돼지우리 속에서 불안해하긴 뭘 불안해해! 편해서 뒹굴뒹굴하다가 도살장에 끌려갈 때나 멱따는 소리 지르지! 거기서 늙어 뒈지라고 하면 그대로 뒹굴뒹굴하면서 뒈질 때까지 나오지 않을걸! 그러니까 돼지가 돼지인 거라고!”
투란은 곧바로 깊은숨을 들이쉰 다음, 다시 한 번 반박하는 외침을 터뜨린다!
“먹으면서 살찌는 게 불안한데 뭐가 편안하다고! 언제 죽을지 모르니까, 살찌고 싶은 대로 늘어져서 살찔 수 있는 게 편안한 거잖아! 주인이 찾아와서 이놈 잡아먹어도 되나 맨날 쳐다보는데 그게 뭐가 편안하냐고!”
홀시딘이 잠깐 ‘응?’ 하는 소리를 냈다.
마치 ‘이놈 보게? 생각 없이 떠드는 게 아니었나?’ 하면서 살짝 신기한 듯한 표정도 잠깐 상아탑 마도사의 낯빛에 스쳐 갔다. 그러나 그 순간은 짧았고, 홀시딘은 다시 투란이 꿈꾸는 편안한 삶이 어째서 사람이 아닌 돼지에 가까운가를 논증(論證)하려는 듯한 소리를 토해 내려 했다.
파앙!
하지만 허공에서 커다란 북이 터지는 듯한 소리가 울렸고, 바로 뒤이어 시알라의 카랑카랑하고 높은 목소리가 날카롭게 홀시딘과 투란 사이를 가르듯이 퍼져 나왔다.
“그만! 돼지우리 속의 돼지에 대한 얘기는 거기까지만!”
이는 투란을 움찔하게 했고, 홀시딘은 발끈하게 했다.
움찔한 투란이 조금 어색한 표정으로 슬그머니 입을 다무는데, 발끈한 홀시딘은 시알라를 향해 이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가에 대해서 강조하고 싶다는 듯이 입을 열려고 했다.
“이건 사람이 사는…….”
“마스터 홀시딘, 닥쳐 주세요. 돼지 얘기는 나중에 한가할 때 해도 상관없잖아요? 지금 여기서…… 이 풍경 속에서 하실 얘기는 아니잖아요!”
시알라는 방긋 웃는 표정으로 홀시딘의 말을 뚝 자르면서 아주 가볍게, 하지만 굉장히 신랄하게 말하고 있었다. 그런 시알라의 표정은…… 홀시딘조차도 잠깐 움찔해서 입을 다물게 했다!
그 순간 투란과 세 형제는 상아탑의 마도사가 시알라의 눈길을 슬쩍 피하는 꼴을 봤고, 금세 느낄 수 있었다. 홀시딘의 주변에도 시알라 같은 사람이 있다! 그래서 홀시딘이 이러고 으르렁거릴 때면 시알라처럼 한마디 한다! 그 때문에 지금 홀시딘은 자기도 모르게 그 사람을 떠올리면서 움찔했다!
“누나가 있으신가.”
멜란드가 중얼거렸다.
낮은 목소리였지만 홀시딘은 제대로 들은 듯, 그리고 뭔 소리인가 바로 그 의미를 파악한 듯 한숨을 쉬며 대꾸한다.
“누나는 아니야. 다만…… 음, 뭐 가끔 내가 이렇게 말다툼에 몰입할 때는 방금 시알라처럼 사나운…… 어흠! 조금 거친 태도로 내게 주의를 주고는 하지. 어, 지금은 바빠서 잠시 다른 곳에 가 있기는 하지만…… 에잇, 지금 그 얘기를 할 때가 아니군! 하아…… 아, 대체 어디까지 얘기했지?”
“어디는 무슨, 갑자기 돼지…….”
투란이 입술을 삐죽거리면서 투덜거리려 하다가 푹푹 꽂혀오는 시알라의 눈빛에 말을 흐리면서 다시 입을 다물었다. 그런 투란에게서 천천히 눈길을 돌리면서 시알라는 다시 방긋 웃는 상쾌한 표정으로 홀시딘에게 말한다.
“시나리오. 어떻게 우리 정체를 은폐할 것인가에 대해서 말하고 있었죠. 그러다가 어떻게 살고 싶냐고 물으셨고요.”
또박또박 짚는 말투가 옆길로 새면 안 된다고 강력한 압박을 넣는 낌새였다.
홀시딘은 그런 시알라의 태도에 살짝 주눅 든 표정부터 지었다. 아무래도 이런 시알라의 말투, 태도가 평소 잔소리하는 사람을 잔뜩 떠올리게 하는 모양이었다. 덕분에 잠깐 투란과 으르렁대던 것을 옆으로 치워 놓은 듯, 홀시딘은 차분하게 조금 전의 기억을 되새기면서 말을 한다.
“은폐라기보다는 적절한 왜곡을 통해서 안전을 확보하려는 거지. 지나온 삶의 흔적이란 거, 생각보다 오래가면서 자신의 현재 삶에 드러나는 법이니까. 루케인이 짜 놓은 시나리오 중에서 내가 권하는 것은 은퇴를 고려하는, 한몫 세게 잡았으니까 이제는 몬스터 따위랑 엮이지 않는 편안한…… 아니, 평온한 생활을 원하는 몬스터 헌터 파티가 알드바인에 정착을 해 보려 한다, 아주 흔하면서도 당연하게 납득할 수 있는 이야기니까. 그걸 권해 보고 싶군.”
“여기, 알드바인에 정착이라고요?”
시알라가 고개를 살짝 갸웃하면서 되물었다.
홀시딘이 그 소리에 쓴웃음을 지으면서 덧붙여 설명한다.
“자네들에게 알드바인에 정착하라고 권하는 게 아니야. 알드바인에서 상당히 흔히 접할 수 있는 이야기라는 거지. 여기는 일단 상아탑의 자치도시니까, 은퇴한 몬스터 헌터가 적당히 살기 좋은 곳이거든. 몬스터 헌터의 경험이 필요하다고, 그 능력이 필요하다고 한물간 헌터까지 강제로 섭외하려는 귀족이나 왕실의 요청 따위가 없는 곳이고, 급하다는 핑계로 헌터의 장비를 취급하는 가게를 털어서 물품을 징발하는 일도 없는 곳이라서, 헌터 길드에서 이곳에 대공방을 차려 놓기도 했지. 그런 곳이니까, 한몫 잡은 몬스터 헌터에게는 나름대로 휴식기를 보내기 좋은 곳이야. 그래서 유명하잖아? 못 들었나?”
“들은 적 있어요.”
시알라는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알드바인에서 은퇴한다, 분명히 라비엔을 오가는 헌터 중에서 그런 얘기를 하는 경우가 있었다. 더불어 헌터 길드가 알드바인에 대공방을 두고 중요한 거점으로 삼고 있다는 것도…….
“그렇게 휴식하면서 은퇴를 고려한다고 전부 여기 눌러앉아 살지도 않으니까. 나중에 더 좋은 곳을 찾아 은퇴한다고 떠나는 경우도 흔하거든. 말하자면 나중에 뭘 하든 구속되지 않는 편리한 이야기란 거지. 그렇게 며칠 머무르고 있는 사이에 내가 시나리오를 받쳐 줄 몇 가지 이야기를 덧붙이고 간단한 증거를 꾸며 두면 되니까. 알드바인을 기점으로 새로운 신분으로, 새로운 과거를 지닌 채로 어디든 갈 수 있게 되는 거야.”
“그렇군요……. 그러면 시련의 의무, 그것도 그사이에 정해지는 건가요?”
시알라가 차분하게 홀시딘의 이야기를 정리하는 듯하다가 불쑥 물었다.
홀시딘은 투란을 흘겨보는 눈길부터 뿜어내면서 대답한다.
“그건 저 녀석, 투란 혼자 한다면서?”
“마스터 홀시딘, 우리가 함께 그 의무를 받아들인다고 했잖아요. 혼자 할 수 있는 일인지 아닌지, 그 의무가 뭔지 알고 난 다음에 정할 일이지요.”
시알라는 분명하고 진지하게 말하고 있었다.
홀시딘이 그 태도가 조금 흥미롭다는 듯이 시알라와 세 형제를 돌아보며 말한다.
“맞는 말이군. 정말로 함께 부과되는 시련을 처리할 작정이었다면…… 음, 정말 맹약은 제대로 지켜지는 셈인데…….”
“아니, 이 할배가 누굴 거짓말쟁이로 몰려고!”
투란이 어이없다는 듯이 으르렁대는 소리를 냈다.
홀시딘은 투란을 향해 혀를 날름하면서 이어 말한다.
“너랑 같이 잔머리를 굴린 거라면, 너 혼자 시련을 거쳐도 소용없을 뻔했거든! 그러니까 내게는 분명히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고! 로열 클래스의 자격은 마음가짐도 따지거든! 그런 마음가짐이라면, 그 의무를 자네들 중 몇이 나서서 해결하든 괜찮아. 한 사람에게 대뜸 떠넘기고 낄낄거리면서 늘어지려 했다면…… 로열 가든에 감금되는 수도 있었어.”
“가, 감금?”
투란이 화들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 표정에 홀시딘이 짓궂게 웃는 얼굴을 바로 들이대면서 말한다.
“그런 얘기는 못 들었나 보군? 시련이라는 의무가 부여되기 때문에 로열 클래스의 자격과 권한이 함께하는 거야. 소소한 부탁이니 뭐니, 꽤 간략하고 단순하게 듣기는 했어도 그거 꼭 들어줘야 한다는 말은 들었지?”
시무룩하니 입술을 삐죽거리면서 투란은 대답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 태도를 통해 홀시딘도 네 남매도 확실히 그런 얘기를 투란이 들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러니까 거절할 수 없는 그 부탁이 무슨 시련이란 소리에 그렇게 발끈했을 테고!
살짝 한숨을 쉬면서, 남매와 투란의 마음가짐이 처음 생각한 것처럼 완전히 사기 치려는 쪽은 아니라고 여기면서 안도한 듯 홀시딘이 말을 잇는다.
“로열 클래스에 부여되는 권한은 절대로 작은 게 아니야. 단순히 금전을 받았다고 덜렁 부여되는 것도 아니고. 필요한 상황이라면 상아탑이 전력을 다해서라도 지켜 줘야 하는 대상이란 의미도 있다고. 그러니까…….”
“에? 상아탑이 전력으로?”
투란이 눈을 휘둥그렇게 뜨면서 불쑥 끼어들었다.
홀시딘은 다시 낯을 구기면서 몇 마디를 더할 수밖에 없었다.
“에잇! 그 얘기도 못 들었어? 단지 금괴를 맡아 두고 적당히 과거를 조작해서 신분을 감추는 도움을 주는 것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고! 그러니까 황금매의 일조차 덮을 수 있는 큰 권한과 자격을 부여하니까, 시련이란 의무를 주기도 하는 거야! 아오오! 진짜 너한테 로열 클래스 얘기 해 준 놈 누구야? 대체 어떻게 얘기를 했길래!”
벅벅, 투란은 머리를 긁적이면서 홀시딘의 눈길과 물음을 외면했다.
누가 봐도 절대로 말해 주지 않겠다는 태도였다.
홀시딘이 더 파고들고 싶어 하는 듯이 불끈대는 표정을 지을 때, 시알라가 다시 그 낌새를 뚝 자르는 말을 먼저 했다.
“그렇다면 그 시련이란 거, 절대로 해결할 수 없는 무서운 일을 시키려는 건 아니겠지요? 시련이라고 시켜 놓고 상아탑에서는 구경만 하는 일도 아니겠고요?”
“어? 그야 당연하지! 마음가짐을 따지기까지 하는 이유가 그 때문이라고. 그 능력에 걸맞은, 조금 까다롭더라도 분명히 그 능력을 발휘해서 해결할 수 있는 수준의 의무를 부과하는 거야. 의무랍시고 덜렁 던져 주고 혼자 알아서 하라고도 안 해. 필요한 지원은 분명히 해 줄 거야.”
투덜대듯이 홀시딘은 시알라의 말에 길게 대꾸했다.
이는 시알라가 가만히 고개를 끄덕이게 했고…….
“정말 맹약이로군요. 서로에게 동시에 적용되는…….”
입술 사이로 나지막하게 납득하는 소리가 저절로 흘러나왔다.
이에 홀시딘이 다시 한숨 쉬는 표정으로, 이번에는 넋두리처럼 말한다.
“당연하잖아! 대체 왜들 그러냐고! 상아탑이 무슨 사기꾼 마법사들이 모여서 사기 칠 궁리라도 하는 곳인 줄 알아? 엄격한 규율이 있고, 서약이 있고…… 제멋대로 사는 로그 메이지한테 사기당하고 왜 상아탑 마법사에게 누명을 씌우는지…… 아, 생각하기도 싫군.”
이번에는 네 남매의 입가에 쓴웃음이 스쳐 갔다.
상아탑 마법사에 대한 세상의 온갖 소문에 대해서 상아탑의 마도사인 마스터 홀시딘이 짜증 내고 억울해하는 모습이 왠지 낯설면서도 흥미롭다!
하지만 투란은 입술을 삐죽하면서 그 소문에 한마디 보태듯 말하는데…….
“뜬금없이 돼지 얘기 꺼내니까 그러겠죠.”
“앙?
홀시딘이 다시 불끈하는 표정을 지으며 뭐라 반박하려 했다.
파앙!
시알라가 재빨리 다시 북 터지는 소리를 냈고, 이번에는 홀시딘의 눈에 그 광경이 훤히 비춰 들었다.
“어? 뭐야, 바람의 정령을 이용한 소리였어? 마력으로 그냥 큰 소리 낸 게 아니네?”
투란의 투덜거림은 금세 잊은 듯, 홀시딘은 강한 호기심을 드러내기부터 했다.
화르르, 휘잉! 쏴아아, 투둑.
시알라의 손을 휘감으며 작은 불꽃이 그 속을 넘나드는 바람결을 드러냈고, 바람결 속에서 물방울이 맴돌며 불꽃과 경쟁하는 듯한 모양이 만들어지면서 탁한 빛깔로 물들며 티끌을 끌어모아 뭉쳐 작은 흙덩이를 떨궜다.
“마스터 홀시딘, 비밀을 지키는 마법사라 해도…… 이런 걸 보고 듣고 나름대로 연구하는 거는 자유롭겠지요? 어디서 단서를 얻었나 밝힐 수 없다 해도, 큰 도움이 되는 지식이잖아요?”
한껏 호기심을 부추기는 광경을 보이다가 갑작스럽게 시알라가 묻는 말이었다.
홀시딘은 ‘응?’ 하다가 어깨를 으쓱하면서 대답한다.
“당연하지. 그런 비밀로 지켜야 할 지식도 그렇지만, 로열 가든의 시크릿 키퍼로서 얻을 수 있는 혜택은 마법사에게도 상당히 커. 그럼에도 루케인이 내게 이렇게 맹약을 넘긴 거는…… 역량이 부족한 것보다도, 자네들에 대한 배려가 더 크다고 해야 할 거야. 억지로 맹약을 유지하면서 혜택을 누리기보다는, 자네들의 요청에 좀 더 적극적으로 응하려 한 거니까. 뭐, 황금매를 감당하기 싫은 탓이 클 수도 있겠지만…….”
“그러면 이제 어떻게 해야 하지요? 시나리오도 고른 대로 한다면, 뭘 할 차례인가요?”
시알라는 다시 앞으로의 일에 대해 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