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ster×Monster: Nihilism King Arc RAW novel - Chapter 419
몬스터×몬스터: 허무왕 편 (415)
“능숙하구만. 정말 닮았네…….”
홀시딘은 칭찬인지 넋두리인지 모를 소리를 중얼거렸다.
아무래도 시알라가 자신의 주의를 끌고 일을 진행시키는 솜씨가 지금 곁에 없는 누군가의 잔소리를 잔뜩 떠올리게 하는 모양이었다.
하지만 곧 홀시딘은 마음을 다잡은 듯이 시알라의 물음에 답한다.
“일단 로열 가든에서 나가면, 기본적으로 필요한 몇 가지는 바로 갖춰질 거야. 당분간 알드바인에 머물기 쉽게, 전표도 지급될 거고…… 루케인은 자네들을 그저 라비엔에서 여기까지 고용해 왔을 뿐이라고 기억할 거야. 아, 루케인이 자네들을 고른 까닭을 그 달루스 팀의 유품을 발견한 거랑 엮어도 될까? 꽤 유능하다고 해서, 급하게 고르느라 유품을 가져온 일과 엮인 걸로 말이야. 그 유능함은 오면서 램피지 알파를 사냥하면서 고스란히 드러난 걸로 하고 말이야.”
“달루스 팀의 유품을 어디서 어떻게 구했는가도 적당히 둘러대 줄 수 있겠어요?”
돌연 투란이 진지하게 묻고 있었다.
네 남매가 고개를 끄덕였고, 홀시딘은 ‘어?’ 하다가 묻는다.
“그 얘기는…… 루케인이 듣지 못한 일인 것 같은데?”
“역병의 수해를 넘은 얘기는 하지 않았으니까요.”
투란이 뚝 자른 요점을 말했다.
잠시 홀시딘이 침묵했다.
폭발적인 외침이 홀시딘의 입에서 터져 나온 것은 금방이었다.
“거길 왜 넘어 다녀! 미쳤냐! 너네 멀쩡해? 역병 옮아 갖고 다니고 있는 거야? 그런 거냐! 이런 망할…….”
네 남매가 쓴웃음과 한숨을 풀어놓았고, 투란은 손가락 하나를 세우면서 대답을 한다.
“누가 좋아서 그랬데요? 어쩔 수 없었다고! 게다가 이걸로 해결 봤으니까, 역병이 옮지도 않았고 옮기지도 않았다고요! 아, 의심하지 말고 잘 보고 좀 믿어 봐요! 마법사잖아, 역병이 옮았는가 아닌가 확인할 줄 알잖아요! 상아탑의 마스터면서!”
이글이글, 투란이 흔들어 보이는 손가락 끝에서 피어나는 불꽃의 붉은 아지랑이가 곧바로 홀시딘의 눈동자에 비쳤고 칭얼대는 듯한 투란의 목소리는 홀시딘의 귓가로 또렷하게 파고들면서 홀시딘의 입을 열게 했다.
“몬스터? 지옥의 불길을 일으키는 몬스터?”
“맞아요, 무슨 임프라고 하던데…… 음…….”
사락, 손가락을 접으면서 손끝에 돋아났던 불꽃의 핏줄을 지우면서 투란이 기억날 듯 말 듯 하다는 태도로 대꾸하고 있었다. 과연 홀시딘은 그 애매모호한 말을 보충하고 설명하듯 곧바로 말한다.
“버닝 베인(Burning Vein)! 인페르널 임프(Infernal Imp)! 그건 춤추는 산맥의 깊은 곳…… 어디 있는지 잘 모른다는 몬스터인데! 너네, 대체 어디서……?”
“역병의 수해를 넘으면 바로 그거 소굴이에요.”
“뭐?”
“그 어쩌구 임프는 역병의 수해에서 역병에는 걸리지 않지만 작아요. 아주 꼬맹이처럼 작고 약해서…… 핏줄이 불타는 것 말고는 별다른 능력 없는…… 아, 날개도 달려서 파닥대고 날기도 하지만 높이 빨리, 오래 날지도 못한다고요.”
“그 얘기는…… 이런 젠장!”
홀시딘의 눈동자가 뭔가를 더듬듯이 빠르게 흔들렸고, 곧바로 두 손으로 자기 볼을 감싸 쥐는 모습이 되었다. 아주 잠깐이었지만 홀시딘은 뭔가를 알아차린 듯한데, 그게 굉장히 고민스럽다는 듯하다?
투란이 머뭇거림 없이 바로 묻는다.
“왜요? 왜? 왜? 뭔데?”
그야말로 호기심을 참을 수 없다는 듯한 묻는 소리에 홀시딘이 신음 같은 목소리로 답한다.
“네 말대로라면…… 역병의 수해는 인페르널 몬스터가 세상으로 나오는 걸 막아 주는 방벽이라고! 그러니까 그 역병이 가득한, 크고 넓은 숲을 그 자리에 그 모양 그대로 둬야 한다는 얘기잖아!”
“어, 그래요? 그런데…… 어떻게 할 수는 있었던 거예요?”
갸웃하면서 투란이 다시 호기심을 멈추지 않겠다는 듯이 묻고 있었다.
그리고 이번에는 시알라도 바로 덧붙이듯 묻는다.
“그걸 어떻게 하겠다는 건지 짐작도 못 하겠군요. 게다가…… 마스터 홀시딘, 설마 지금 역병의 수해를 어떻게 할 방법을 시도해 보고 있는 건가요? 그 너머에 뭐가 있는지 전혀 짐작도 못 하고?”
홀시딘이 울고 싶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고,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을 보였다. 그 모습에 곧바로 페란드가 의아해하며 묻는 소리를 살짝 낸다.
“그 작은 임프가 수해보다 더 위험하다는 건가요? 돌로 때려죽일 수도 있고, 난다고 해도 별로 빠르지도 않아서 화살로 잡기도 쉬운데?”
“앙?”
고개를 쳐든 홀시딘이 입을 벙긋거리다가 뭐라 할 말을 찾기 어렵다는 듯이 괴상한 소리를 내고 말았다. 곧이어 홀시딘의 눈길이 페란드부터 시알라, 투란을 거쳐 제란드와 멜란드까지 두루두루 둘러봤고…….
“그런 소리 하는 걸 보니, 때려잡았구나?”
그렇게 약간 멍하니 내놓는 소리에 투란이 다시 손가락을 홀시딘 눈앞에서 오락가락 흔들면서 대꾸한다.
“잡았으니까 이렇게 써먹고 있잖아요?”
살짝 도드라진 손끝의 핏줄 속에서 이글거리는 불의 아지랑이가 아른거렸다.
홀시딘의 입에서 헛웃음이 흘러나온다.
“하, 하, 하. 그렇지, 그래…… 그러니까 그걸로 역병을 태우고 건너왔다 이거지…… 아, 잠깐 몸에 걸친 옷은? 물품은?”
곧바로 시알라가 한 손을 들어 올렸고, 주먹을 쥐었다 폈다 해 보였다.
그 주먹에는 검은 가죽, 적동(赤銅), 황동(黃銅), 거친 나무껍질 따위가 연이어 씌워졌다 벗겨졌다를 되풀이했다.
그 광경을 보며 홀시딘이 중얼거린다.
“그게 있었군. 금색의 무장술(武裝術). 버닝 베인에서 자아낸 불꽃을 이용하고, 건넌 다음에 재생성이라……. 과연, 그런 수가 있었어. 그렇다면…… 달루스 녀석들의 유품을 찾아낸 곳도 역병이 가득한 숲의 안쪽이었다는 건가? 흠…….”
“마법사님?”
딱, 따닥!
손가락을 마법사 앞에서 열심히 튕기면서 투란이 은근히 부르는 소리를 냈다.
홀시딘이 그 손짓과 소리에 발끈한다.
“제정신이야! 정신 줄 안 놨어! 젠장, 정말 너희를 어쩌면 좋으냐!”
“뭘 어째요? 비밀을 지켜 주고 시나리오대로…….”
투란이 씩씩하게 대꾸하니, 홀시딘은 세상을 다 날려 버릴 듯한 한숨부터 뿜어낸다!
“하으아아아! 도대체 어디서부터 얼마큼 감춰 둬야 하는 거냐고! 우선 그 수해를 넘은 것부터 떠들고 다닐 일이 아니잖아! 게다가 그 너머의 몬스터에 대해서 겪었다면…… 그런 소리가 한마디라도 마법사 귓구멍에 박히면…… 시크릿 키퍼인 내가 아닌 딴 놈들에게는 바로 연구와 실험 대상이라고! 삼킨 게 없다고 해도 거기서 뭘 보고 들었나를 숨 쉬는 사이마다 무슨 일이 있었냐고 물어볼 거다!”
“에? 설마 시크릿 키퍼 아니었으면 홀시딘부터 우릴……?”
투란이 ‘에이, 설마 아니죠?’란 표정을 가득 띤 채로 냉큼 물었다.
“당연히 연구와 실험을 위해 여러 가지로 너네한테 접근하겠지!”
홀시딘은 눈을 번뜩거리면서 압도적인 긍정을 담아 대답하잖는가!
이에 투란이 어벙한 표정을 짓자, 시알라가 재빨리 말한다.
“다행이네요. 그 모든 사정을 잘 알고 계신 마스터 홀시딘이 우리의 시크릿 키퍼라니 말이에요.”
“난 지금 내가 저주받고 있다고 생각되는데? 기분도 딱 저주받은 기분이고 말이야. 이런 엄청난 연구 소재를, 묻기는커녕 파묻고 감춰야 하다니!”
투덜대는 소리로 홀시딘이 대꾸했다.
네 남매는 흠칫하면서도 곧이어 안도하는 한숨을 쉬었고, 투란은 ‘에이, 그러지 마세요!’라는 것처럼 하하거리면서 농담을 들었다는 시늉을 했다.
그런 꼴을 주욱 둘러보며 홀시딘은 혀를 차는 소리와 함께 말을 잇는다.
“시치미 떼지 마. 남에게 뭔 소리 듣기 전에 이미 너희 자신이 먼저 알고 있던 일이잖아. 루케인 앞에서 보인 능력, 나름대로 대단해 보이기는 했지만 결국 어느 정도 괜찮은 능력이 있다고 과시하는 수준에 잘 맞춰 보여 준 거잖아. 그 점은 정말 칭찬해야겠군. 루케인이 꽤나 눈치 빠른데 거기서 그 정도로 얼버무려 놓다니…… 아니, 그 녀석 조금은 눈치챘을려나? 그래서 아쉽지 않으려고 기억을 지워 놓으려 한 건가? 흠…….”
혼잣말처럼 소리 내다가 갸웃하면서 홀시딘이 다시 뭔가 깊은 생각에 빠질 낌새를 보이기가 무섭게 투란이 슬그머니 그 앞에서 손뼉을 칠 자세를 취했다. 홀시딘은 그런 투란을 향해 바로 눈길을 들이대는 표정부터 지어 보였다.
“필요한 생각을 하는 것뿐이다! 혼자만의 생각에 빠져서 주변 쳐다보지도 못하는 상태의 마법사가 아니라고! 젠장…… 율법과 서약의 제한만 아니었어도…….”
“마스터 홀시딘?”
시알라는 계속 혼잣말처럼 떠드는 홀시딘의 아쉬움을 짚는 것처럼 부르는 소리를 냈다. 살짝 위협적인 느낌이 맴도는 소리였고, 홀시딘은 고개를 저으면서 자기 뺨을 찰싹 두 손으로 치며 대답한다.
“알아. 내 의무. 내가 해야 할 일. 해서는 안 되는 일. 그래, 그러면…… 일단 로열 가든에서 나가게 되면…… 완전한 조작이 끝날 때까지, 오면서 한 것처럼 적당히 자신을 위장하고 있어. 그리고…… 알드바인을 둘러보면서 은퇴할까 말까 하는 파티처럼 행동해. 아까 말한 대로 기본적으로 필요한 여관비라든가, 식사 비용으로 쓸 전표는 준비해 줄 테니까. 뭐, 램피지 알파의 현상금을 분배받은 걸로 해 두는 게 무난하겠지. 상아탑에서 관리하는 여관도 알려 줄게. 투란, 넌 잠깐 나랑 더 이야기하기로 하고…… 시알라, 자네는 동생들과 함께 여관을 잡고 그럴듯하게 말을 맞춰 놓으라고. 오면서 하던 대로. 루케인이랑 겪어 봐서 알겠지만, 당분간은 내가 자네들 주변을 지켜본다는 것도 잊지 말라고. 괜한 말썽에 엮이지 않도록, 조심하게.”
짜악!
홀시딘의 가벼운 손뼉 소리가 울리면서 로열 가든의 풍경이 흐릿하게 변하며 사라져 갔다.
휘이잉!
허공에서 몰아닥친 바람이 넓고 큰 반원형의 광장을 메우려는 듯이 거친 소리를 냈다. 어느 틈엔가 처음에 홀시딘이 홀로 있던 시연장의 풍경 속에 투란과 네 남매는 선 채로 억센 바람을 맞이하는 꼴이 되어 있었다.
“우어?”
짙고 강한 바람에 몸이 기울어지는 것을 느끼자마자 투란이 놀랐다는 시늉을 가득 담은 소리를 질렀다. 이 소리에 홀시딘이 곧바로 손을 휘저었고, 한구석에 허공을 향해 훤히 열려 있던 틈새가 메워졌다. 얇은 벽이 위아래에서 치솟아 생긴 모양이었다. 바람이 가라앉았고, 홀시딘은 다시 자신의 머리를 쓰다듬었다가 시알라를 향해 손짓하면서 말한다.
“이걸 가져가. 상아탑 아래층으로 안내해 줄 거야. 그리고 손님 맞이하는 마법사를 만나서 보여 주면 전표랑 가까운 여관을 소개해 줄 거야.”
시알라는 홀시딘이 은발 가닥을 끌어내듯이 만들어 낸 은색의 구슬을 바라봤다. 작지만 빛을 그려 내는 마력이 담겨 있었고, 화살촉 모양을 그려 내며 방향을 가리키고 있었다. 둥실거리며 화살표를 품은 구슬이 다가오는 것을 향해 손을 내밀면서 시알라가 말한다.
“투란?”
“먼저 가. 나도 얘기 끝나면 마법사님이 그런 거 주겠지. 줄 거죠?”
투란이 말하다가 홀시딘을 바라봤고, 안 주면 곤란하다는 듯이 물었다.
홀시딘은 혀를 차는 소리를 먼저 내고 말한다.
“줄 거야. 시알라가 갖고 있는 저걸 쫓아가는 걸로 말이야. 그러니 걱정하지 말게, 시알라. 투란은…… 별일 없을 테니까.”
시알라가 살짝 눈가를 찌푸렸다.
세 형제도 조금 묘한 눈길로 홀시딘을 바라봤다.
왠지 조금 전의 말투가 별일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하는 듯한 낌새가 있잖은가?
투란이 홀시딘을 흘깃하고 네 남매에게 말한다.
“아무 일 없을 거야. 서약한 마법사인걸!”
곧바로 홀시딘이 구겨진 표정을 지었고, 시알라는 쓴웃음을 지었다.
세 형제도 가볍게 헛웃음을 흘릴 수밖에 없었다.
분명히 로열 가든의 맹약이 있었고, 홀시딘은 그 때문에 이것저것 위험한 짓을 할 수 없게 되었다고 투덜거린 것이 조금 전의 일이었다.
“알았어, 가서 방 잡아 놓을게.”
시알라가 은색 구슬의 화살표가 가리키는 방향으로 나아갔고, 세 형제는 그런 누나의 뒤를 쫓았다. 이렇게 네 남매가 떠나고 나니…….
어느덧 사방이 막힌 시연장은 구석구석에 빛을 발하는 조각들로 밝혀진 채이기는 하지만, 홀시딘과 투란만이 머무는 폐쇄된 구역이 돼 버렸다.
조금 희한한 밀폐된 상황을 느낀 듯, 투란이 머리를 긁적거리면서 묻는다.
“뭘 묻고 싶어서 그러세요?”
홀시딘은 잠깐 망설이는 듯하다가, 결국 어쩔 수 없다고 각오한 듯한 표정으로 묻는다.
“너, 할라트인가?”
투란은 잠깐 눈을 깜박거리면서 홀시딘을 바라봤다.
투란이라는 자신의 이름을 가명으로 여겨서 묻는…… 그런 물음이 아니었다.
과연 드라고니아 역시 어처구니없다는 듯이 속삭이고 있잖은가.
―이런…… 설마 저런 의심을 할 줄이야.
‘뭔 의심?’
도대체 상아탑의 마도사, 마스터 홀시딘은 지금 투란에게 뭘 묻고 있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