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ster×Monster: Nihilism King Arc RAW novel - Chapter 420
몬스터×몬스터: 허무왕 편 (416)
Chapter 84. 재앙의 왕자(王者)
“투란.”
자기 가슴에 손가락질을 하면서, 투란이 말했다.
손끝이 아예 가슴팍을 쿡쿡 쑤시는 시늉이었다.
결코 다른 곳을, 다른 누구를 가리키는 이름이 아니라고 강조하는 듯한!
그야말로 어린아이를 향해 말을 가르치는 태도였다.
그렇게 투란은 상아탑의 마도사 홀시딘을 향해 자기 이름을 말하고 있었고, 어이없어하는 마도사의 표정을 확인하고는 조금 더 길게 말한다!
“투우우라아아안! 투란!”
이렇게 해도 못 알아들으면 그냥 바보라고 선언이라도 할 낌새가 아닌가!
곧바로 어처구니없어하는, 한편으로는 쓴웃음으로 얼굴을 뒤틀면서 홀시딘이 살짝 으르렁대는 소리를 토해 낸다.
“지금 그 이름이란 걸 누가 몰라! 내 말은…….”
“대체 누구예요, 할라트가 누군데 나랑 착각하는 건데요? 나랑 닮았어요? 비슷하게 생겼나?”
투란은 머뭇거리지 않고 재촉하면서 묻고 있었다.
어디에 사는 누군지 모를 할라트가 자신과 닮아서 착각하느냐는 물음은 잠시 홀시딘을 침묵하게 했다. 그 침묵 속에서 홀시딘은 눈을 가늘게 하면서 잔뜩 의심하는 표정을 지어 보였고, 투란은 그 모습이 한심하다는 듯이 한숨을 푸욱 내쉬면서 말을 잇는다.
“난 투란이라고요.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계속 투란이란 이름으로만 불렸다고요. 다른 이름…… 그 할라트인가 뭔가 하는 이름으로는 불린 적 없어요. 대체 왜 내가 할라트냐고 묻는 거예요?”
이는 단지 홀시딘에게만 말한 것이 아니었다.
상아탑의 마도사가 전혀 알 수 없는, 투란 뇌리에서만 속삭임을 흘리고 있는 드라고니아를 향해서도 살짝 짜증과 불만을 터뜨린 말이었다. 그 때문에 한창 할라트에 대해서, 금색의 마도사 아겔페스와 함께 옛날 날뛰었다는 황금매의 몬스터 로드에 대해서 떠들던 드라고니아도 잠시 침묵하고 있었다.
잠시 조금 더 깊이 생각을 하는 듯했던 홀시딘이 어쩔 수 없다는 듯, 입을 연다.
“너네…… 저 남매랑 너는…… 금색의 마도사일지 모르는 누군가를 만났다고 했다. 아겔페스, 본인을 말이야. 수백 년 전에 살았던 마도사를 이제 와서 만났다고 말이지. 그게 진짜인지 아닌지는 알 수 없다고 했지만…… 황금매의 문장은 너희가 만났던 마법사가 진짜 아겔페스일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여길 수 있는 증거야. 그리고 다른 한편으로는 거의 대마도사에 근접했던 아겔페스라면…… 어쩌면 정말로 어떤 비전 마법을 이용해서 이제까지 살아남았을 수도 있겠지. 그렇다면…… 아겔페스가 그렇게 살아서 자신이 만들어 낸 몬스터 엠블럼 황금매를 실험하는 중이었다면, 할라트 역시 그럴 가능성이 크다. 아니, 단순히 능력만 따진다면 오히려 할라트가 아겔페스보다 더 생존해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도 할 수 있겠지. 왜냐고? 할라트는 몬스터 로드였지만 아겔페스가 할 줄 아는 것은 전부 할 수 있는 황금매의 몬스터 로드였으니까 말이야. 조금 전에 시알라가 시범을 보인 것과는 격이 다른…… 진정한 상위 마법의 비전일지라도 할라트에게는 가능했어. 그러니까…….”
“그러니까! 왜 내가 할라트인가 의심했냐고요! 딴소리하지 말고, 그 할라트가 나랑 닮았어요?”
맹하니 뭔가 마법사가 심각하게 하는 이야기를 듣고 있던 투란은 결국 고개를 저으면서 으르렁대는 외침으로 그 말을 막고 싶다는 듯이 묻고 말았다.
이는 살짝 홀시딘의 눈가를 꿈틀하며 치켜 올라가게 했다. 그러나 홀시딘은 마찬가지로 버럭 소리치는 대신, 오히려 더 차분하고 담담하게 이야기를 잇는다!
“저 남매에 대해서는 루케인이 충분한 정보를 남겨줬다. 하지만 넌 아니야, 투란. 사람 사는 곳이라면 아주 흔하고 어디서든 쉽게 들을 수 있는 이름이지만 너에 대해서 루케인은 아무런 기억도 넘기지 못했어. 넌, 저 남매와 함께 갑자기 라비엔에 나타났고 느닷없이 로열 클래스를 요구했으며, 사라진 마법사의 자리를 대신 메꿨다. 그리고 그 사라진 마법사를 아겔페스라고 말했지! 아무렇지도 않게 죽였다고도 했고…… 금색의 마도사가 여전히 살아 있을 수도 있다고 하면서 말이야! 게다가 시알라가 보인 엘레멘탈 링의 응용, 그건 금색의 마도사가 보이지 못한 것인데 시알라는 너에게서 배웠다고 했잖아. 투란, 너는 시알라와 동생들을 내세워서 너 자신의 불충분하고 아리송한 신분을 증명하려고 했어. 내 앞에서 마법을 시범 보이고, 오는 길에서 네 남매가 그 힘을 발휘하게 하면서…… 정작 너 자신은 그런 능력을 거의 보이지 않았어. 대체 왜 그랬을까? 역병의 수해를 넘어오는 일 또한 네가 주도한 거잖아? 그런 능력은 수백 년이 흘렀다고 해도, 내게는 할라트만 떠오르게 한다. 황금매를 지녔고, 마법사의 한계를 넘는 독특한 발상의 마법을 구사하는 몬스터 로드. 만약 금색의 마도사가 그 세월을 넘어 살아남았다면…… 황금매의 할라트, 재앙의 왕자 역시 그럴 수 있…….”
“뭔 왕자요?”
투란은 홀시딘의 말을 다시 자르면서, 이번에는 마음 깊은 곳을 향해서도 똑같이 묻고 있었다.
‘이게 뭔 소리야? 할라트인가 뭔가 하는 작자, 왕자님이었어? 키린처럼?’
―아니다. 그건 그냥 인간 사이에서 불리던 별명이야. 할라트는 자신이 선택받았다고 생각했고, 인간을 이끌어야 하는 사명(使命)을 부여받았다고 주장했지. 쉽게 말해서, 자신으로부터 새로운 왕국, 왕가가 시작되어야 한다고 여겼고 그걸 강요했다. 그래서 그 영향력을 벗어날 수 없는 인간 사이에서 나름대로 왕이라 불렸지만, 좋은 뜻보다는 나쁜 뜻을 강조해서 재앙(災殃)을 일으켜서 왕이 된 자, 재앙의 왕자(王者)라고 불리기는 했다. 키린은 에테온의 왕의 아들, 패왕 키드릭의 아들이기 때문에 왕자(王子)님이라 불린 거고, 그거랑 다른 경우야.
드라고니아의 설명은 길었지만, 거의 한순간에 투란의 뇌리에 새겨졌다.
그리고 말이 끊긴 홀시딘은 조금 더 의심스럽게 눈을 가늘게 하면서 투란을 향해 느릿하니 대답을 하는 중인데…….
“별명이다. 스스로 왕이 된 자, 하지만 재앙을 부르는 할라트를 무시할 수가 없었기 때문에…… 그 힘이 거의 나라 몇을 마음대로 휘두를 정도는 되었으니까, 그래서 재앙을 부르면서 왕이 된 자라고, 재앙의 왕자라고 부르기도 했어.”
“그런 옛날얘기는 들어 본 적이 없거든요? 내가 들은 왕자님 이야기는…… 괴물 왕자님, 에테온의 키린 왕자님 이야기가 거의 대부분이었고…… 음, 가끔 모험을 하는 이상한 왕자님 이야기가 좀 있기는 했지만, 괴물 왕자님 키린 이야기만큼 재미가 없어서 거의 다 까먹었네. 암튼! 그런 재앙 어쩌구 하는 왕자님 얘기는 몰라! 모른다고! 그런데 왜 내가 그런 모르는 얘기의 주인공이야? 젠장, 기왕이면 아는 얘기로…… 아니, 이게 아니지! 그거 못된 놈이잖아요? 아니, 기왕이면 좋은 왕자님으로 오해를 할 것이지, 왜 못된 재앙을 일으키는 작자로 누명을 씌우냐고! 억울해! 뭐야, 대체 나한테 왜 이러는 거야!”
담담하게 간을 보며 나오는 마법사의 이야기가 살짝 잦아드는 순간, 투란은 우왁 하고 괴성을 지르듯이 말을 쏟아 내고 있었다.
과연 이는 상아탑의 마도사 홀시딘에게도 조금 그럴듯하게 느껴진 모양이었다. 살짝 헛기침을 하면서 홀시딘이 한발 물러선 말투로 묻는다.
“지금 네 상황이 그만큼 이상하다는 거야! 그러니까 말하라고! 대체 넌 어디서 어떻게 살다 온 녀석인가! 루케인은 계약을 떠넘길 예정이라서 아예 더 파고들어 묻지 않았던 거고, 난 계약을 맡았으니까 묻는 거야!”
“어? 어, 잠깐만요…… 그러니까 이건 결국 로열 클래스의 은밀한 이야기? 그런데 이렇게 막 크게 떠들고 있어도 되는 건가! 아, 막 새어 나가는 이야기가 돼 버린 거잖아요? 누가 엿듣고 상아탑의 마스터가 그랬어 어쨌어 하면서 날 재앙의 어쩌구로 착각하면 어쩌라고!”
돌연 투란이 두리번거리면서, 주변에 누가 없나를 살피는 눈짓과 함께 말했다.
홀시딘은 이 소리에 끄응 하는 소리부터 내고 자신의 팔뚝을 들어 올리면서 대꾸한다.
“느끼고 있지 않았나? 시크릿 키퍼로서, 나의 마력으로 이 시연장은 처음부터…… 시알라 남매가 떠나고 나서 줄곧 봉쇄된 채야. 여기서 너랑 나랑 주고받은 모든 이야기는 로열 클래스의 비밀로서 지켜지고 다른 곳에 누설될 일이 없는 거라고! 그러니까 내가 너에게 할라트의 이름을 꺼내면서 물을 수 있었던 거기도 하고! 할라트, 황금매에 얽힌 이야기는 아무 데서나 마구 떠들 것이 원래 아니거든!”
“그런 걸 지금 말해요?”
투란이 뚱한 표정을 지으면서 핀잔을 줬다.
홀시딘의 세 갈래 은발은 부르르 떨리는 듯했다.
“그걸 지금 말 꺼내면서 큰일 난 것처럼 떠든 게 누군데! 내 마력이 주변을 감싼 걸 뻔히 느끼고 있었으면서!”
“음, 여기서 또 무슨 마법 실험이라도 하려는 줄 알았죠. 나 가고 난 다음에 바로 실험하려는 줄 알았어요. 에잇, 지금 그딴 얘기가 중요한 게 아니고! 그래서 어쩌라고요! 갑자기 누명을 씌워 놓고 나더러 어쩌란 말이에요? 로열 클래스인데, 계약 맺자마자 누명을 씌우다니! 마스터 홀시딘, 이상하잖아요!”
“뭐가 이상해! 네 정체에 대해서 말하라고! 대체 어디서 어떻게 굴러먹다가 황금매를 새기고 여기까지 온 거냐고! 뭔 소리를 하든, 난 그 비밀을 지키도록 서약한 마법사야! 몽땅 다 털어놓으란 말이야!”
홀시딘의 대꾸는 어느 틈엔가 투란과 닮은 말투가 되어 있었다.
덕분에 투란은 갑자기 이해하기가 쉽다는 듯…….
“아, 그런가? 그러고 보니 시크릿 키퍼가 그런 뜻이었지. 아니, 근데 대체 무슨 얘기를 해야 내가 투란이고 투란일 뿐이라고 설명할 수가 있죠?”
고개를 끄덕거리다가 돌연 당황한 소리로 되묻고 있었다.
그 모습에 홀시딘이 어깨를 축 늘어뜨렸다.
“누가 너한테 자기 존재 증명을 하라고 했냐! 그냥 네 신변에 얽힌 이야기, 어디서 살았는가 어디서 자랐는가! 그냥 살던 곳이랑, 그 살던 곳에 대한 이야기를 하라고! 어린 시절부터 이제까지, 아무도 없는 곳에서 혼자 살아서 아무도 널 모른다거나 그런 건 아니잖아? 설마 그런 거냐?”
“설마는 무슨! 그런 거라면…… 음, 그러고 보니 이건 정말 아무한테도 말한 적이 없네?”
발끈하다가 투란은 고개를 갸웃하면서 중얼거렸다.
홀시딘은 그런 투란의 모습에 마찬가지로 고개를 갸웃하면서 묻는다.
“시알라 남매에게도 네 과거에 대해 말한 적이 없어?”
“딱히 들려줄 만한 얘기도 없었거든요. 그런 거 얘기할 시간이 없기도 했고, 뭐 나름대로 바쁜 탓이었네요. 음, 그렇다면 내가 자란 마을…… 찾아온 사람들 말로는 마을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작은 곳이기는 하지만 아무튼 샤오콴 마을이라고 불렀어요. 큰 나무가 있고, 나무 그늘 아래에 나무랑 큰 잎사귀로 지은 집들이 좀 있는…… 아, 거기 샤오덴 할배가 어쩌면 유명한 사람일 수도 있다던데…… 아세요?”
띄엄띄엄 말을 꺼내던 투란은 홀시딘이 ‘샤오? 샤오?’ 그러면서 기억을 더듬는 모습에 갸웃하며 묻지 않을 수가 없었다. 정말 한두 번은 어디선가 들어 본 것을 되새겨 보는 듯하잖나.
문득 투란은 마법사가 아주 작은 일이라도 저렇게 더듬어서 기억해 낼 수 있다는 것을 떠올리면서 기다렸다. 보통 사람에게는 없는 마법사만의 재주라고도 했는데, 직접 눈앞에서 보고 있자니 신기하니까!
그렇게 기다린 투란을 향해 갑작스럽게 홀시딘이 중얼중얼하다가 눈을 크게 뜨면서 소리치기 시작했으니…….
“샤오…… 그림스미스 샤오? 그분이 사는 곳이라면…… 잠깐, 너 진짜로 기가둠 왕국 쪽에서 산맥을 타고 넘어왔다는 거냐! 그곳 이름을 아는 경우는…… 이쪽에는 거의 없다고!”
“거짓말한 적 없다고요. 내 이름도, 내가 거기서 어릴 때부터 줄곧 살던 것도 전부 진짜예요. 여기가 브로큰 킹덤이란 소리에…… 칠왕국이니 뭐니 하면서 여기서는 그렇게도 부르지 않는다면서요? 설마 이렇게 먼 곳일 줄은 상상도 못 했지! 아, 근데 진짜로 샤오덴…… 샤오 할배가 그렇게 유명한 사람이에요? 설마 마스터 홀시딘이 알 줄은 상상도 못 했거든요.”
투덜투덜하면서도 나름대로 이제 말이 통하는구나 하는 안도감에 투란이 떠든 얘기는 아무래도 완전히 그 의미를 전달하지 못한 모양이었다.
“증거! 증거를 대 봐! 네가 정말 그림스미스 샤오와 아는 사이란 증거!”
홀시딘이 바로 투란에게 손가락질을 하면서 의심 넘쳐나는 외침을 터뜨리지 않는가!
안도하던 투란으로서는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처음에는 할라트니 뭐니 하더니, 이제는 살던 곳에서 살았다는 증거를 대라니!
아니, 도대체 어떻게 증거를 대란 말인가!
어릴 때부터 줄곧 봐 온 샤오 할배, 샤오콴 마을에 심술궂은 샤오덴 할배에 대해서 무슨 말을 해야 한단 말인가!
홀시딘의 태도를 보니, 무슨 소리를 하든 ‘그딴 거 증거 아니야!’라고 배 째라고 버틸 낌새도 슬쩍 엿보이는데!
“대체 뭘 어쩌라고요! 이름 아는 사람도 드물다면서!”
“물건! 그곳에서 자랐다면, 그곳에서 만들어진 물건 하나 정도는 있지 않아? 쉽게 몸에서 떨어질 리가 없는 물건 하나 정도는 갖고 있겠지? 설마 역병의 수해를 넘으면서 다 잃어버렸다고는…….”
“하나 있어요!”
투란은 기쁘게 대답할 수 있었다.
오른손을 활짝 펼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