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ster×Monster: Nihilism King Arc RAW novel - Chapter 422
몬스터×몬스터: 허무왕 편 (418)
“버려졌다는 말은, 투란 자네가 어떤 부모에게서 태어났는지 모른다는 소리 아닌가?”
일단 확인하듯이 묻는 말이었다.
투란은 상아탑의 마도사, 마스터 홀시딘이 이런 것까지 묻는다는 상황에 어처구니없다는 표정부터 살짝 지어 보였지만, 그래도 꾹 참는다는 듯이 대답한다.
“당연하잖아요? 버려진 애가 그런 걸 어떻게 알아요? 애 버릴 때 여기 잠깐 뒀다 나중에 찾아가겠다, 뭐 그런 생각으로 버리는 부모도 있나요? 애 놔두고 잊어먹었다가 잃어버린 경우도 있다지만…… 난 그냥 길가에 버려진 채였고 누가 주워서 샤오콴 마을로 데려간 것뿐이라고요.”
조금씩 미묘하게 꿈틀거리는 마법사의 얼굴을 보면서, 투란은 뭔가 조금 더 자세히 설명을 해야 한다는 기분을 느꼈고 중얼거리듯이 길게 말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홀시딘은 여전히 부족하다는 표정이잖은가?
“그건 좀 이상한데…… 정말로 자네 부모가 누군지 모른다면, 대체 그림 로드 샤오칸이 뭣 때문에 이런 관례에 따른 물품을 만들어 줬지? 그분이 그냥 버려진 아이에게 이런 증정품을 만들어 줄 리는 없을 텐데? 혹시 자네 말고 다른 아이들에게도 이런 비슷한 걸 만들어 줬나? 그 마을에서 자란 아이라면 다 하나씩 받는 거야?”
“장갑이나 장화는 가끔 만들어 줬어요. 나도 장화 한 벌 받기도 했고.”
마음 깊은 곳에서 대체 이 마법사가 왜 이러나 의아해하면서도 투란은 얌전히 대답하며 기억을 더듬었다.
샤오덴…… 샤오 할배는 분명히 아이들이 열여섯을 넘었다 싶으면 간단한 헝겊이나 가죽 쪼가리를 끌어모아 작은 선물을 하고는 했다. 그 선물을 하면서 하는 소리가 ‘이제 뒈지든 말든 너 알아서 할 일이다.’라는 거라서 받는 입장에서는 ‘할배의 저주’라고 투덜거리는 했지만!
‘그래도 장갑이나 장화 한 벌은 있는 게 좋으니까 받기는 했지.’
투란도 투덜대면서 없는 것보다 있는 것이 낫다 싶은 장화를 받았다.
그 때문에 이 샤벨투스의 이빨을 굳이 남의 손을 거쳐 넘겨준 것이 이상하다 여길 수밖에 없었다. 샤오 할배가 두 가지를 주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들었으니까. 하지만 샤오 할배 말고는 이런 걸 만들어 투란에게 줄 사람도 없었다. 한데 지금 보니 마법사는 투란보다 더 이상하게 여긴다? 대체 왜?
도리도리, 은발 세 가닥을 잔뜩 치켜세운 채로 홀시딘은 조금 세게 고개부터 저어 보이면서 또박또박 투란을 파헤치겠다는 듯이 말한다.
“그런 장화나 장갑은 그저 아는 어른 입장에서 대강 선물하는 거잖아. 이런 몬스터 블레이드는 그런 거랑 격이 다르지! 이렇게 제대로 된 무기를 증정…… 분명히 증정이라고 헌사까지 새겨서 주는 거는, 솔로얀이나 로그람의 오래된 전통(傳統)을 따르는 관례라고. 크든 작든, 그 가문의 아이가 다 자랐고 한 사람 몫을 하게 되었다는 증거로 건네주는 징표! 투란, 이 몬스터 블레이드에 이런 헌사를 새긴 것은 분명히 그 전통을 따르고 있다는 증거로 남긴 거야. 그러니까…… 샤오…… 그분은 분명히 네가 어느 가문에 속해 있는가를 알기 때문에…… 어? 투, 투란?”
차분하게 생각을 정리해 말하던 마법사를 당황시킬 정도로 투란의 표정은 험악해지고 있었다. 동시에 투란의 뇌리에서는 드라고니아가 아주 세게 외치고 있었다.
―투란! 진정해라!
‘썩을! 이게 진정할 일이야!’
―누구에게 화를 내는 거지? 너에게 감춰진 일을 알려 주는 마법사에게? 호의로서 말해 주는 자에게 화풀이할 참이냐?
‘아냐!’
숨을 크게 들이쉬면서 투란은 자신의 격동하려는 심장을 진정했다.
하지만 투란의 뇌리에 떠오른 샤오 할배의 모습, 되뇌어지는 그 목소리는…….
“부모? 널 키워 준 사람이 네 부모야.”
“낳아 줬다고 버릴 권리도 있다는 부모 따위를 뭣 때문에 찾아?”
“옛날얘기에 푹 빠져서 정신 못 차리냐?”
“버려진 사연? 그딴 거 알아서 좋을 일 없다.”
“왜? 버린 부모를 찾아내면 네가 무슨 괴물 왕자님이라도 될 것 같냐?”
“얼빠진 소리 하지 말고, 잔기술이라도 착실하게 익혀.”
“나이가 차면, 그때 가서 미친 짓을 한다고 말릴 사람 없다.”
“낳아 준 부모 따위는 잊고 제대로 살길이나 찾아.”
하나같이 구박하는 말뿐이라니!
어린아이의 작은 소망과 꿈을 팍팍 짓이기는 못된 할배, 그게 바로 샤오덴 할배였잖나!
‘그래도 좋은 마음으로 몰래 이런 걸 줬다 싶었는데, 그게 끝까지 감추는 일이 있어서 그런 거였나? 아오, 이 망할 할배를 진짜…….’
투란은 잠깐 눈을 감았다 뜨면서 숨을 내쉬며 일그러진 얼굴을 손으로 문질러 폈다. 그러고 나서 보니, 홀시딘이 정말 충격받은 표정으로 쳐다보고 있잖은가!
“어, 마법사님 때문이 아니에요. 그냥…… 어, 음…….”
“알았어. 전혀 짐작도 못 하고 있었나 보군?”
할 말을 쉽게 찾지 못하는 투란에게 홀시딘이 다독이듯 말했다.
하지만 홀시딘의 몸은 미묘하게 떨고 있는 듯했고, 마력이 잔뜩 뭉쳐서 만약의 경우에 대비하는 태도가 너무 또렷했다.
대체 조금 전에 투란에게서 홀시딘은 무엇을 본 걸까?
새삼 물어보는 것도 괴상하게 느껴지니, 투란은 그냥 홀시딘의 말대로라고 인정하듯 고개를 끄덕이면서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홀시딘도 조금 전에 봤던 투란의 모습을 되새겨 보는 듯, 너무 놀란 자신을 진정하는 것처럼 잠깐 입을 다물었다.
기묘하고 짧은 침묵이었다.
입으로 내지 않은 의문이 둘 사이에서 신나게 춤을 추며 맴도는 듯한 분위기였다.
도대체 샤오콴 마을의 샤오덴 할배는 투란에게 뭘 감춰 놓고 숨겼을까?
대체 그림 로드 샤오칸이 무엇 때문에 관례에 따른 증정까지 하면서도 정작 본인에게 제대로 말해 준 것이 전혀 없을까?
투란과 홀시딘은 의혹을 공유하고 의아해하면서 조금 전에 주고받았던 서로의 격동을 가라앉혔다. 그리고 투란이 고른 숨결을 흘리며 샤벨투스의 이빨을 다시 살펴보는 모습에 홀시딘이 담담한 태도를 갖추고 입을 연다.
“그 문자는 상아탑에서 공적인 문서, 고대 왕국의 전통에 따라 왜곡을 막기 위해 고안된 비문(秘文)을 기원으로 삼은 거야. 무기 장인들이 사용할 때는 각자 개성에 따라 여러 가지 변형을 가해서 아는 사람만 알아보게 해 놓지. 아까도 말했지만, 그림스미스라 불리는 독특한 분이라서 옛날에 상아탑의 마법사가 연구를 했기에…….”
“그 옛날이란 말은 왜 붙이는 거예요?”
차분하게 투란이 마법사의 말을 뚝 자르면서 물었다.
멀리 돌아가듯 기억을 더듬어보니, 키린도 이런저런 말을 했다.
샤오 마을의 할배는 꽤 오래 살았다고…….
하지만 대체 얼마나 오래 살았기에 젊어 보이지만 할배가 분명한 홀시딘조차도 ‘옛날’이라고 하는 걸까? 더듬어 보면, 키린의 이야기도 거의 오십 년 이전이니까 그보다 더 오래된 것일까?
‘어? 우와, 그러고 보니 키린도 젊은 할배였구나!’
―뭔 헛소리야?
멋대로 흘러가는 투란의 생각에 드라고니아가 바로 핀잔을 줬다.
홀시딘은 투란이 격정을 가라앉힌 듯한 분위기가 조금 낯설고 이상한 듯이 갸웃하면서 대답을 꺼냈다.
“왜 옛날이냐고 하면…… 음, 그러고 보니 거의 금색의 마도사가 전성기일 무렵부터 할라트의 재앙을 거쳐서, 대범람이 일어나고…… 어림잡아도 수백 년은 살아온 분이로군. 아겔페스가 살아서 돌아다닌다는 소리가 당연하게 여겨질 얘기였군.”
벅벅, 말을 하다가 머리를 긁적거리면서 홀시딘은 새삼스럽게 민망한 표정도 짓고 있었다. 수백 년 전의 아겔페스가 살아 돌아다닐 리가 없네 어쩌네 했는데, 가만 생각하니 이미 그런 장수(長壽)를 누리고 사는 사람이 따로 있잖은가!
꼴각.
침이 말라비틀어진 채로 목구멍을 타고 넘는 듯한 기분이 으스스했다.
입술 사이로 저절로 새어 나오는 목소리가 자기 목소리인가도 헷갈린다!
“며, 며, 몇백 년을 사, 사, 살았……? 그, 그, 그럼 설마…… 설마 망령!”
부르르 몸이 떨렸고, 앞뒤 가리지 않는 소리가 묻는 말의 앞뒤로 마구 달라붙고 있었다.
‘우왓! 내가 망령을 할배라고 부르며 자랐어!’라든가 ‘그렇게 오래 묵은 괴물일 줄이야!’라든가 ‘마을에서 사라진 사람들은 혹시 잡아먹힌 게 아닐까!’라든가…….
그러면서 파르르 떨며 다시 마른침을 삼키는 투란이었다.
잠깐 이게 뭔 소리인가 하고 멀뚱하게 보던 홀시딘이 결국 인내심의 한계를 넘어서서 폭발해 버리듯이 외친다.
“아냐! 그런 거 아니거든!”
“한정된 조건에서의 수명 연장! 상위 마법 중에서도 비슷한 게 있어. 하지만 그 한정된 조건이 꽤나 까다롭기 때문에 멋대로 세상을 나돌아 다니면서 모험을 즐기면서 오래 살 수는 없다고. 그림 존을 형성하고, 그 안에서 나오지 않는다는 조건 아래에서 샤오칸, 그림 로드는 수백 년을 버티면서 살아온 거야. 거기서 벗어나면 다시 정상적으로 나이가 들게 된다고. 왜 그렇게 살아남아야 했는가는…… 내가 말해 줄 얘기가 아니니까 묻지 마! 말해 줄 수 있는 거는, 그렇게 살면서 그림 존의 특성을 이용해서 여러 가지 물품을 만들어 냈고, 그게 꽤 훌륭한 거였다고. 그 때문에 그림 존의 블랙스미스, 그림스미스란 호칭도 생겼고. 그러니까…… 괴물도 아니고 망령도 아니라고!”
씩씩거리면서 홀시딘은 투란에게 샤오 할배에 대해서 변호했다.
물론 투란은 정신이 반쯤 나간 듯한 표정을 지은 채로 ‘헤에, 그렇구나.’ ‘뭐든 상관없지, 난 이미 떠난 마을인데.’ ‘다음에 보면 죽나 안 죽나 바로 칼질부터 해 볼까?’ 따위의 웅얼거림을 토해 내면서 듣고 바로 흘린다는 꼴을 보였으니…… 결국 홀시딘이 떠들다가 지친 표정으로 멈춰야 했다. 하지만 그래도 홀시딘은 하던 이야기의 마무리는 짓지 않을 수가 없었다.
“아무튼! 그래서, 어쩔 거야? 결국 투란, 너의 진짜 신분은 너도 모른다는 거잖아? 그러면 비밀이고 뭐고…… 조사해 줄까?”
갸웃하다 보니 마법사의 호기심이 실린 듯, 말끝에 물음이 붙어 나왔다.
이 묻는 소리가 투란의 정신을 차리게 했다.
“조사?”
“그래, 어디서 어떻게 주워졌는가부터 시작해서 그 버려질 무렵에 그 주변에서 무슨 일이 있었나를 차례대로 더듬다 보면 뭔가 네 신분에 대한 단서가…….”
홀시딘이 하는 말은 투란의 마음 깊은 곳을 쿡쿡 찌르는 듯했다.
조사할 수 있다, 마법사가 조사한다면, 투란이 궁금해하는 일은 모두 찾아낼지도 모른다! 마법사가, 상아탑의 마도사가 조사한다면!
순간적으로 투란은 ‘그래요! 전부 다 캐내 줘요!’라고 외칠 뻔했다.
하지만 그 충동은 뇌리 한구석에서 산뜻하게 울려 나온 소리, 온몸을 움켜쥐는 듯한 강렬한 불꽃의 기억을 불러낸 채로 억제되고 말았다.
“서둘지 마라, 투란. 네 일을 다른 사람에게 기대거나 묻지 마. 로열 클래스의 자격을 획득한 다음, 모험을 하면서 배워. 로열 클래스가 되어서 마법사랑 친해졌다고 마법으로 문제를 해결해 줄 거라고 기대하지 말고, 세상을 둘러보면서 천천히…… 천천히 나고 자란 곳으로 돌아가 볼 필요가 있어. 많은 것을 보고, 듣고, 겪은 다음에…… 누구 앞에 서도 당당할 수 있게 되면, 그때는 아무도 네게 거짓말을 할 수 없을 테니까. 아무도 네 것을 놓고 네 것이 아니라고 말할 수 없을 때까지, 지혜와 힘을 키워!”
‘키린, 키린은 뭘 알고 있었던 거예요?’
로열 클래스, 로열 가든의 맹약에 대해서 말해 주면서 아무렇지도 않게 그냥 덧붙여 놓은 잔소리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에, 불꽃을 통해 각인된 기억은…… 키린의 목소리는 분명하게 투란을 자제시키고 있었다. 마치 지금 이 순간을 위해 준비된 것처럼!
그 때문에 투란은 잠깐 숨을 멈췄다가 내쉬면서, 아주 침착해진 소리로 홀시딘에게 말할 수 있었다.
“하지 말아요. 샤오 할배라면 누가 주변을 그렇게 쑤시고 다니면 잡아서 거꾸로 캐내려 들 거예요. 괴물인지 망령인지…… 그렇게 수백 년 묵은 할배라면, 내가 직접 목을 조르기 전에는 나에 대해 아무에게도 제대로 말할 리가 없을 테니까. 목을 조를 때는 갑자기 찾아가서 뒤통수를 패고 단숨에 졸라야 털어놓을 테니까, 미리 자극해둘 필요는 없어요.”
“어, 그런가?”
뭔가 한마디 한마디 더해질 때마다 투란이 음침하고 으스스한 분위기를 띄우려 하는데, 홀시딘에게는 뭔가 아까와는 달리 개구쟁이가 장난칠 궁리를 하는 듯이 느껴졌다. 그러니 대꾸도 저절로 ‘그러든가.’ 하는 소리처럼 나갈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할 말을 했다는 듯 투란이 한숨을 몰아 내쉬었고, 퍼뜩 생각났다는 듯이 얼른 덧붙여 묻는다.
“내가 투란이 맞다는 거, 이제 확실히 알아본 거죠? 할라트인가 뭔가가 아니란 거, 확인한 거죠?”
“어? 어…… 그런 것 같군.”
한데 홀시딘이 대꾸는 뭔가 찝찝하고 찜찜한 분위기가 짙다?
“왜요? 뭐 문제라도 있는 거예요?”
“음, 문제라기보다는…….”
조금 더 난감한 홀시딘의 표정은 대체 무슨 뜻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