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ster×Monster: Nihilism King Arc RAW novel - Chapter 429
몬스터×몬스터: 허무왕 편 (425)
“호기심도 많고, 즐거워 보이는군.”
홀시딘이 재미있어하면서 중얼거렸다.
알드바인을 찾아오는 여행자는 이곳저곳을 둘러본 경우가 많았다.
그 때문에 알드바인의 풍경 속에서 자신이 아는 곳을 겹쳐보며 향수(鄕愁)에 젖거나 어긋난 곳을 보면서 의아함과 희한해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이 투란 일행은 익숙한 것이 전혀 없다는 듯, 그저 낯선 곳을 한 걸음씩 디디면서 신기해하고 있을 뿐이었다. 세상을 둘러본 경험이 거의 없는 듯, 마치 어느 나라의 산골 깊은 곳에서 살다가 덜렁덜렁 춤추는 산맥의 마성에 휘둘려 나돌다가 알드바인 같은 도시에 처음 온 것처럼!
문득 홀시딘은 고개를 갸웃했다.
‘그럴 수도 있겠네? 가만있어 봐, 이 녀석들의 확실한 과거라면…….’
루케인을 통해 전해 온 시알라 남매의 정보를 다시 검토해 보면서, 홀시딘은 문득 떠오른 생각이 상당히 그럴듯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네 남매가 라비엔에 나타난 까닭은 세란드라는 맏이를 찾기 위해서였다. 그 전에는 거의 어느 곳에서도 그 존재를 드러낸 적이 없었다.
그런 부분은 실종된 맏이 세란드 역시 마찬가지였다.
세란드도 라비엔에 느닷없이 나타났고, 어느 정도 스펠 캐스터로서 자신을 드러냈기 때문에 길드에도 그 이름이 알려졌다.
하지만 세란드도, 그 실종 후에 나타났던 네 남매의 경우에도 직접적으로 라비엔의 헌터 길드 쪽에 모습을 드러내지는 않았다. 대부분의 경우 그 이름을 전하면서 그들과 함께했던 마법사…… 이제는 그 정체가 금색의 마도사 아겔페스라고 드러난 마법사를 거쳐서만 알려진 채였다.
홀시딘에게는 아직 의아한 부분이 많았지만, 정말로 그 마도사가 과거에 알려졌던 금색의 마도사 본인이라고 한다면…… 많은 부분이 더욱 쉽게 납득이 되었다. 아겔페스는 황금매의 문장을 새겨 넣을 수 있는 적성자를 찾기 위해서 세상을 떠돌다가 세란드를 발견했고, 그 동생들에게서도 적정자의 가능성을 엿볼 수 있었을 터였다. 그 때문에 세란드는 물론, 형제자매가 헌터 길드나 상아탑에 노출되는 경우를 막았을 것이다.
그러니까 이렇게 특이한 네 남매가, 세란드가 상아탑의 관심을 끌지 않은 채로…… 헌터 길드에서도 그다지 큰 소문이 나지 않은 채로 그냥 자신들만의 사연으로 라비엔에서 나돌아 다닌다고 여길 수 있었을 것이다.
‘아무래도 이 녀석들, 투란만큼은 아니지만 사람이 적은 산골 출신일 가능성이 크지? 거의 도시라고 하기 힘든 촌락 정도려나? 음…… 아, 그러고 보니 드레드 울프와 좋지 못한 사연도 있다고 했지? 루케인이 제대로 듣지 못했지만, 분명히 램피지 알파랑 어떻게 엮여 있는 낌새가 있다고 했으니…… 그렇군. 이 녀석들, 전부 알드바인 규모의 도시 근처에도 안 가 봤어! 아하…… 이대로 둬도 제대로 적응하려나? 흠…….’
갸웃하면서 홀시딘은 다시 펼쳐진 지도를 내려다봤다.
두 손으로 천천히 귀부터 뒷머리까지 머리를 쓸어내다가 결국 깍지 낀 채로 목뒤를 받치는 자세가 된 다음, 홀시딘의 입이 열렸다.
“웬만하면 그냥 알드바인에 머무르게 하고 싶은데, 그편이 이모저모로 다 함께 편안하고 편리한데 말이지. 진짜로 바라는 게 뭔지 애매하니…… 에잇, 나중에 어떻게 되겠지.”
자기 자신을 설득하는 듯한 소리를 내뱉고 나서 홀시딘은 수정판을 바라봤다.
분주하게 오가는 소식이 있다는 듯, 수정판은 알드바인의 상아탑에서 발신하고 수신하는 다양한 신호가 있다고 표시하고 있었다. 마스터의 수정판이기 때문에 보이는 현상이었고, 평소에는 꺼 둔 채로 간섭하지 않을 테니 날 귀찮게 굴지 말라고 쳐다보지도 않는 것이었다.
하지만 지금 홀시딘은 이 모든 신호의 단편을 직접 받아들이면서, 귀찮은 상황을 스스로 간섭해 나가고 있었다. 루케인이 라비엔으로 귀환하고, 투란 일행이 정착할 때까지 아주 미묘하게 손을 봐야 하므로!
그리고 홀시딘은 한 가지 신호는 확실하게 미리 마크해 놓고 통째로 엿보고 있었다.
“흠, 케이라도 참…… 너무 성질 급하잖아. 소식 보낸 지 몇 시간 되지도 않았는데 벌써 귀환 준비라니…… 순찰을 그리 서두르면 안 되는데 말이지.”
알드바인의 마스터 케이라가 난데없이 보낸 홀시딘의 전언에 꽤 과격하게 반응해 나오고 있었고, 이를 예측했던 때문이었다.
홀시딘은 잠시 손가락을 꼽아 봤다.
혼잣말로 케이라가 당장 돌아올 듯이 말했지만, 홀시딘의 메시지를 받고 나서 케이라는 순찰 경로를 조절한 채로 가속하고 있을 뿐이었다.
그 속도 덕분에 직접 보지 않아도, 따로 주고받은 소식이 없어도 홀시딘은 알 수 있었다. 케이라가 잔뜩 성질이 난 상태지만 맡은 임무를 내팽개치는 대신에 속도를 올려서 돌아올 생각을 했고, 이대로 별다른 일이 없다면 겨우 이레나, 여드레면 당장 집무실이 문짝을 때려 부수고 쳐들어와 홀시딘의 목을 조르려 할 터!
“훗, 케이라…… 내 예상을 뛰어넘는 성장을 해서, 이 스승이 예측한 것보다 훨씬 빠르게 마스터 레벨 마도사가 되었다고는 해도! 아직은 내 목을 조르게 두지는 않겠다! 후훗!”
누가 보면 악당이 음모라도 꾸미는 듯한 소리를 낸 다음, 홀시딘은 지도책을 덮어서 소매 안으로 떨궜다. 두께와 크기로 보면 전혀 소맷자락으로 감출 수 없을 듯한 지도책이 바로 사라졌다.
곧이어 홀시딘은 자신의 방, 집무실을 샅샅이 뒤지기 시작했다.
* * *
“페가서스? 그게 뭐야?”
눈을 깜박거리면서 투란이 간판을 향해 중얼거리고 있었다.
“이 여관 이름이잖아? 페가서스의 여물통……? 아니, 왜 여물통이야?”
멜란드도 간판에 적힌 이름을 읽다가 조금 어이없다는 듯이 웅얼거렸다.
분명히 사람들이 오가는 꼴이 사람이 숙박하는 여관인 듯하데, 이름에 여물통이라는 묘한 부분이 들어가 있으니 이상했다.
제란드가 잠깐 주변을 둘러보다가 둘이 갸웃거리는 꼴을 뒤늦게 알아차린 듯이 말한다.
“마구간이 있는 여관이잖아. 이전 여관에는 마구간이 없었잖아. 여물통이라고 해 놓으면 무슨 낙원이니 저택이니 하는 것보다 알기 쉽게 마구간이 있는 여관이라고 알릴 수 있으니까.”
“어? 아, 그렇다고 했지!”
투란이 조금 전에 들렀던 여관 몇 곳에서 살짝 흘려들었던 이야기를 떠올리며 잠깐 납득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곧 투란의 고개는 갸웃하며 다시 처음의 의문이 튀어나온다.
“그런데 페가서스가 뭐야?”
멜란드가 ‘어? 여물통 얘기가 그 얘기였어?’라며 고개를 갸웃하는 사이, 페란드가 배낭끈을 당겨 짐을 등에 바싹 붙이면서 투란에게 대답한다.
“말 이름이겠지? 어느 전설에 나오는 유명한 말 이름이니까, 여물통 앞에 붙여 둔 거 아니겠어?”
“응? 그러려나?”
투란은 미심쩍은 듯이 다시 고개를 갸웃했다.
시알라가 문 옆에 세워 둔 간판을 흘깃하며 여관 문을 향해 내디디면서 말한다.
“궁금하면 들어가서 물어보면 되잖아.”
“아, 그러네.”
투란이 재빨리 시알라의 뒤를 따랐다.
문턱을 넘는 사람을 보자마자 여관 안에서 큰 소리가 났다.
“어서 옵쇼! 말과 사람이 동시에 머무를 수 있는 알드바인의 명품 여관, 페가서스의 여물통에 잘 오셨습니다!”
“페가서스가 뭐예요!”
냉큼 소리친 사람, 계산대 뒤에 선 사람을 향해 얼굴을 들이밀면서 투란이 묻는 소리부터 들이댔다. 잠깐 계산대 뒤에서 습관적으로 반가운 웃음을 띠던 이가 ‘엥?’ 하는 소리부터 냈지만, 곧이어 투란 곁으로 다가서는 손님들의 모습을 흘깃하고는 잽싸게 대답을 한다.
“오호, 페가서스 신화를 들어 본 적이 없으시군요! 그것은…….”
“옴파레온 신전 동화에 나오는 날개 달린 망아지, 그게 페가서스야. 어이, 주인! 우리 여관비부터 계산해 주고 새 손님 맞으시라고! 우리가 좀 바쁘거든! 아, 옛날얘기 좋아하는데 내가 끊었나? 그거 참 미안하군! 하지만 이 여관에 묵으면 아주 자세히 듣게 될 테니까 아쉬워하지 마. 여기 여관의 이야기꾼이 자네들 지쳐 떨어질 때까지 페가서스 얘기를 해 줄 테니까 말이야.”
여관 주인의 말을 뚝 자르면서 계산대로 다가온, 위층 계단에서 쿵쾅거리고 한 무리의 앞장을 선 사람이 목소리를 높여 말하고 있었다. 투란도, 네 남매도 잠시 비켜서서 그 무리가 우르르 몰려 나가는 것을 지켜보면서 그 말을 들어야 했다.
계산대의 여관 주인은 나가는 손님에게 여관비에 대해서 대답하고 나서 투덜거리는 소리를 덧붙인다.
“진짜 재밌는 부분을 그렇게 미리 까 버리면 곤란합니다! 페가서스 날개가 돋는 부분이 얼마나 신나는 부분인데!”
“절벽에서 떨어져 뒈질 뻔한 부분이잖아? 대체 그게 어디가 신나?”
“에이, 그런 위기를 통해 잠자던 날개를 깨우고 훨훨 날아오르잖습니까!”
“날아오르면 뭘 해, 그다음에는 석화의 마녀 메듀시아랑 싸우는 전장에 끌려 나가고, 거기서 주인을 잃었다며!”
여관비를 지불하면서도 나가는 손님은 여관 주인의 말에 따박따박 대꾸하고 있었다. 이 오가는 소리를 듣던 투란도 옆에서 한마디 꺼낼 수밖에 없었다.
“아니, 제대로 이야기 안 해 주고 그렇게 뚝뚝 중간을 던져 버리면…… 재밌는 이야기를 재미없게 듣는 수가 있잖아요!”
“응? 호오, 이야기 좋아하는 친구였나? 후후훗!”
문턱을 넘어서려던 손님이 음침한 표정을 꾸미면서 투란을 쳐다봤다.
순간 투란은 귀를 막기 위해 손을 들어 올렸다.
“주인 잃은 페가서스는 격노를 참지 못하고 뿜어냈고, 그렇게 뿜어낸 격노는 불길이 되어 도시를 태웠으니, 그게 바로 날개 달린 괴물 망아지 페가서스! 신의 축복으로 돋은 날개를 일깨웠지만, 괴물이 되고 만 비극의 신수! 이야기 끝! 아하핫, 즐거운 시간 보내라고!”
하지만 계단 서넛 내려오면서 수십 마디를 토했던 이의 입은 거침없이 움직이면서 페가서스 이야기를 끝장내 버렸다!
미처 귀를 다 막지 못했던 투란은 몽땅 들을 수밖에 없었고…….
“우어억! 저 심술쟁이 대체 누구야!”
그렇게 외쳤다.
하지만 이미 여관 문턱을 넘어 사라진 심술쟁이는 대답하지 않았고, 여관 주인은 계산대 너머에서 투란을 향해 은근하게 말을 한다.
“이야기의 맛만 보신 겁니다! 페가서스의 비극적이고 아름다운 이야기는 저녁에 우리 여관 퍼브에서 좀 더 자세하게! 좀 더 즐겁고 재미나게 들을 수 있죠! 그 이야기를 다 들으시면, 왜 우리 여관 이름이 페가서스의 여물통인가를 아시게 될 겁니다!”
“마구간이 있어서 아니에요?”
투란이 뚱한 소리로 말했다.
여관 주인은 고개를 팍팍 저었다.
“그럴 리가요! 페가서스의 여물통이란 엄청난 보물입니다! 그 보물의 이름을 따서 지은 거라고요! 겨우 마구간이 있다는 걸 알리기 위해서가 아니죠! 자, 더 자세한 이야기를 듣고 싶으신가요? 그럼, 일단 하룻밤 묵어 보시죠!”
살살 꼬드기는 이 말에 투란이 눈을 반짝였고, 이런 투란의 표정을 바라본 시알라는 한숨과 함께 말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일단 하루는 여기서 묵기로 하지. 우리 말이 없으니까, 마구간 비용은 빼고 계산해 줘요.”
“에? 아, 물론이죠!”
여관 주인은 어딘가 찔린 듯, 조금 아쉬운 표정을 지었지만 조금 전에 심술궂은 손님이 나갈 때 오갔던 여관비 계산하는 이야기를 시알라가 아주 자세히 되뇔 듯한 낌새를 보이자 곧바로 고개를 끄덕이면서 짧게 대꾸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여관 주인에게 투란이 바로 묻는다.
“얘기, 언제 시작해요?”
여관 주인은 상냥한 웃음과 함께 대답한다.
“여러분께서 식사 주문을 하시고, 자리에 앉아 식사를 시작하시면 우리 여관의 음유시인이 바로 이야기를 시작할 겁니다. 아, 식사비는 숙박비랑 따로 계산되고 선금입니다. 손님 중에는 입맛에 맞는 식당을 따로 알고 계신 경우도 많아서 말이지요. 식사, 여기서 하실 거지요?”
시알라는 여관 주인을 향해 가늘고 날카롭게 눈빛을 흘려보냈다.
하지만 뭔가 단련된 듯한 여관 주인의 얼굴에서 상냥한 웃음과 뻔뻔한 표정은 사라지질 않았다.
페란드가 톡톡 누나의 어깨를 손끝으로 건드리며 말한다.
“다른 곳도 비슷했잖아. 마구간 비용을 빼면, 이곳이 좀 싸기도 하고…… 어차피 아는 식당도 없으니 오늘은 여기서 식사도 해결하자고.”
제란드도 곁에서 보태듯이 말한다.
“음, 슬슬 정해야지 이대로면 해 지고 나서도 나돌아 다녀야 할 거야. 누나, 오늘은 여기서 쉬자.”
시알라가 혀를 차면서, 어쩔 수 없이 한번 속아 준다는 표정을 지은 다음에 말한다.
“오늘은 그렇게 해야겠네. 식사는…….”
“고기 있죠? 고기! 풀잎만 내오는 거 아니죠?”
멜란드가 냉큼 나서면서 계산대 너머의 여관 주인을 압박하듯이 말하고 있었다.
고기 없다고 하면 바로 나가서 해 진 뒤의 거리라도 헤맬거라 협박하듯!
거기에 투란이 보태듯 말한다.
“에이, 당연히 고기 있겠지. 마구간도 있는데!”
“응?”
“어?”
잠시, 여관 주인과 세 형제가 동시에 서로를 흘깃거리면서 어리둥절했고 시알라가 깊은 한숨과 함께 말한다.
“투란, 마구간은 말을 잡아먹을 준비를 하는 곳이 아니야.”
“어? 아니, 그럼 여관에서 말을 뭣에 써?”
투란이 매우 의아해하는 듯한 소리를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