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ster×Monster: Nihilism King Arc RAW novel - Chapter 43
몬스터×몬스터: 허무왕 편 (43)
몬스터를 낳는 몬스터.
어미와 자식의 관계인 경우도 있고, 그럴 때는 보통 떼로 몰려다닌다.
하지만 그런 가족적인 관계와 완전히 다른 경우도 있었다.
어미가 아닌 지배자이고, 자식이 아닌 철저한 호위이자 방벽인 종자의 관계.
지배하고 낳는 몬스터가 존재하는 한, 그 종자이자 호위인 몬스터는 계속해서 나타난다. 그런 경우의 대표적인 본보기가 둥지형 몬스터였다. 둥지가 그 안에 사는 몬스터를 낳고, 거기서 태어난 몬스터는 둥지를 유지하고 지키는 데 모든 것을 바친다.
지배하는 몬스터에게 그런 종자, 호위는 어떻게 되든 상관없다.
그것이 파괴되든 말든, 지배자에게 끼치는 영향이라면 새로 낳을 필요성이 생겼다는 정도가 고작이니!
‘물결을 낳는 놈도 있었나?’
투란이 듣도 보도 못한 놈이었다.
이 투명하고 작은 돌이 그런 놈이라면?
이 녀석이 뿜어낸 물결이 완전히 독립된 별개의 몬스터라면?
투란은 천천히 감각을 다듬었다.
보는 것, 듣는 것, 닿으면서 느껴지는 것…… 섬세한 모든 감각을 다듬으며 악마의 심장이 부여하는 새로운 지각에 이르고 팔뚝 속의 돌 뼈가 주는 감각을 느끼고자 애썼다.
그 결과 투란은 금방 뭔가 애매한, 분명히 새로운 영역의 지각을 깨달았다.
‘물이…… 있다?’
돌 뼈는 주변에 자신을 지키는 물결이 머문다는 것을 안다.
그게 끝이었다.
그다음에 새롭게 뭔가 느끼거나 움직이거나 하는 쪽으로는 아무것도 없었다!
‘아니, 이 녀석 그러고 보니……!’
작은 바위 위에 둥실거리며 뜬 채로 튀는 물방울을 뿜어내는 물살만 쏟아 내고 있었잖나! 뭔가 전혀 쓸모없는 길바닥 돌멩이랑 똑같다! 아니, 주워 던질 수도 없으니 더 쓸모없다!
‘나 뭘 삼켰나?’
잠시 투란은 멍하니 생각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어쩌면 이 돌이 그 힘을 발휘할 특별한 환경이 있을 수도 있고, 투란이 미처 느끼지 못한 뭔가가 있을지도 몰랐다. 그러나 지금 이 순간에는 정말 투란은 아무것도 알 수가 없는, 그저 비어 버린 팔뚝 뼈를 대신 채워 줄 돌이다!
보글보글, 보글!
투란이 기분을 바꾸기 위해 크게 한숨을 내쉬니 저절로 거품이 코와 입에서 뿜어져 나갔다.
‘긍정적으로, 긍정적으로!’
자신을 위로하는 말, ‘된다 된다 하는 놈은 결국 되는 날이 오고, 안 된다 안 된다 하는 놈에게는 되는 날이 절대 오지 않으니 긍정적으로 사는 게 좋다’는 맨날 잃고 다니는 도박꾼의 말이었지만, 투란은 그래도 긍정적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그나마 뼈가 빈자리를 채울 수 있는 녀석이니 좋은 것이다!
단단해져 봐야 그냥 질긴 밧줄이 팽팽한 꼴에 불과한 덩굴줄기랑 다르게 딱딱하고 단단한 놈을 손에 넣으니, 새로운 능력도 생겼으니 좋은 것이다!
보글보글!
이번에는 저절로 나오는 한숨이 거품을 일으켰다.
투란은 조금 맹해진 채로 물결 속에 스러져 가는 거품을 보고, 그 너머에 눈길을 던졌다.
뭉쳐서 흩어지지 않는 물결, 투란의 팔뚝 속에 자리 잡은 돌 뼈가 이제는 조금 은은한 진동으로 야금야금 형성시키는 새로운 몬스터는 크기를 부풀리고 있었다. 부풀리면서 투란의 발아래를 채우고, 새로운 샘을 두껍게 바닥에 깔며 번지듯이 넓혀나갔다. 그 광경이 투란에게 조금 신기했다.
결국 투란은 어디서든 작은 샘을 만드는 재주가 생긴 꼴이 아닌가?
악마의 심장은 물속에 흠뻑 젖은 것을 즐기듯, 살갗을 덮은 껍질로 잔가시를 잔뜩 세운 채로 그 물을 들이쉬고 있었다. 뭉치며 모이는 이 물결은 튀는 물방울보다 좀 더 마시는 보람이 있는 듯, 투란의 몸에 힘이 쌓이고 있었다.
‘좋은 일이네?’
새로운 기력이 뭔가 근성을 두드리는 느낌이란 이런 것일까?
이렇게 살짝 여유마저 느껴지는 와중에 투란의 눈가에 묘한 광경이 보였다.
발아래를 채우며 번져 가던 물결이 저쪽에서 튀는 물방울의 작은 웅덩이와 만났다.
어디론가 흘러가려고 튀고 있지만 아직 조금 남은, 얕게 고인 웅덩이 속의 튀는 물방울이 새로 태어난 뭉쳐서 흩어지지 않으려는 물결과 만난 것이다.
‘따지고 보면 같은 핏줄…… 응?’
사이좋게 나란히 섞이는 꼴이 아니었다.
격렬하게 얕은 물웅덩이가 거의 한꺼번에 잘게 흔들리는 파문을 일으켰다. 그 파문 속에서 물방울이 한꺼번에 솟아올랐고, 물웅덩이는 얕았다는 것을 고려한다 하더라도 한순간에 마른 것처럼 비워졌다. 그 튀어 오른 물방울은 새로 흘러간 물결을 향해 소나기처럼 쏟아졌다.
쏴아아!
큰 소리가 나며 번져 가던 물결 속에서도 새로운 물방울이 튀어 오른다!
이 광경이 의미하는 바는 투란에게 꽤나 분명했다.
‘잡아먹는 거냐!’
튀는 물방울이 똑같이 돌에서 태어난 새로운 물결을 찍어 누르며 삼키고, 제 용량을 늘리며 덮치고 있었다. 소나기가 피어나듯 튀는 물방울은 저렇게 새로운 물결을 삼키고 투란에게까지 올 것인가?
잠깐 맹한 눈길로 투란이 지켜보는 사이, 상황은 정리되었다.
마구 튀던 물방울이 점차 길게 이어지는 꼬리를 단 것처럼 보이더니, 촤르르 튀는 높이가 줄어들고 잘게 일어났던 파문이 느슨해지면서 깔끔하게 정리되고 있었다.
결국 유유히 번져 가는 물결이 튀는 물방울 쪽을 잡아먹었다.
투란이 여기저기 둘러보니, 새로운 샘 주변을 이 물결이 모두 장악하며 번지는 광경이 분명했다. 가만히 서 있던 마른 나무도 아래부터 은근히 부서지면서 무너져 내리는 중이었다.
‘새로운 몬스터…….’
투란으로서는 이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잠시 투란의 눈길이 팔뚝을 향했다.
말랑하게 오그라든 샤벨투스의 이빨, 뚫린 구멍을 메우고 덮으며 물속인 것을 즐기는 듯한 넝쿨 가닥, 이제는 완연히 덮여서 보이지 않지만 분명히 느껴지는 돌 뼈…….
투란은 하나씩 정리하기로 했다.
오른손을 쥐었다 폈다 하며 엄지와 검지 틈새, 손등 쪽으로 샤벨투스의 이빨을 붙이고 실그물을 자아내어 묶고, 팔뚝의 너덜거리는 살갗을 손으로 문지르며 좀 더 깔끔하고 매끈하게 다듬었다. 그다음, 그냥 통뼈인 채로 손과 팔꿈치 사이에 버티고만 있는 돌 뼈, 물결을 낳는 돌을 향해 가만히 염원했다.
‘내 뼈…… 팔에 있어야 할 뼈가 되어야 한다.’
간단히 돌 뼈가 통으로 이어진 막대 같은 모양에서 사람의 팔에 제대로 갖춰진 골격으로 변해 갔다. 조각사가 돌을 깎아 형상을 만들듯, 저절로 오그라들면서 갖춰야 하는 형상으로 맞춰지는 과정이 또렷하게 투란의 심상 속에 스며들었다.
좀 더 손을 쥐었다 폈다 하며, 이제는 힘줄과 혈관이 억지로 당겨지면서 손뼈가 어색하던 느낌이 사라진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방금, 막대 통이었을 때와 달리 제대로 뼈대 역할을 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투란의 몸에 흐르던 돌의 힘도 몇 차례 진동하며 그 흐름을 바꾸었다. 중심이자 핵인 돌의 형상에 맞추듯 물결의 흐름에 새로운 파문이 더해지면서 더 두꺼운 물의 껍질이 돼 버렸다.
보글보글.
정신을 가다듬기 위해 심호흡하……려다가 결국 물만 코와 입으로 들이켜고 거품 같은 한숨을 내쉬면서, 투란은 눈꺼풀에 힘을 줬다.
악마의 심장이 긴장하듯 팽팽하게 온몸의 덩굴줄기를 단단히 조였다.
투란이 오른팔의 돌 뼈를 다시 사람의 것으로 되돌렸다.
순간, 돌의 힘이 사라지고 투란을 조여드는 거센 수압이 밀려왔다.
‘역시나…….’
이 새로운 물결은, 튀는 물방울과는 전혀 다른 몬스터였다.
돌의 힘이 낳은 새로운 몬스터 ‘물살’이었다.
그 성질은 투란이 소망했던 그대로, 흩어지지 않고 뭉친다는 것.
튀는 물방울마저 삼켜 버린 힘이 되는 성질이었다.
그래서 지금 그 힘을 자기 안에 담가진 투란을 억누르며 짓이기고 희석시켜 삼키려 하고 있었다. 물의 무게를 통해, 그 압력을 투란에게 쏟아붓고 있었다.
악마의 심장이 이에 바로 반응해서 ‘물살’을 들이마셨다!
투란의 몸에는 시원하고 단물을 마셨다는 듯이 새로운 기력이 쌓였고, 팽팽하게 당겨진 덩굴줄기는 들이마신 물살로 탱탱하게 부풀며 이 압력에 대항했다. 절대로 지칠 리가 없는 싸움, 완벽하게 승리가 보장된 상황이었다. 그저 다 들이마시는 데 시간이 좀 걸릴 뿐이다.
‘도전!’
투란은 정신을 가다듬으며 도박판의 한마디를 되새겼다.
자신의 패를 믿고, 돈을 올릴 때 내기꾼 중에 그리 외치는 작자가 있었다.
진정 도전하는 자가 되려면, 도박을 때려치우라는 야유에 더 크게 외치면서 돈을 올린다!
투란의 가슴에 선명하고 작은 검은 톱니바퀴가 드러났다.
어느 틈엔가 돌기 시작한 톱니바퀴에서 느릿하게 검은 잉크가 번져 나오고, 그 속도와 크기는 한순간에 확대되고 증폭되었다.
투란을 억누르려던 물살이 검게 물들어 버렸다.
치이이이이채애앵!
기묘한 소리가 살갗을 넘어 울려왔고, 투란은 눈앞에서 산산이 흩어지는 투명한 조각들을 볼 수 있었다. 잘 벗겨 낸 나무껍질 같기도 하고, 바구니 가득 담겨 있다가 흩어지는 꽃잎 같기도 하고, 으스러져 흩어지는 완전히 타고 남은 재처럼도 보였다.
새로 샘을 만들던 물살은 그렇게 사라졌다.
고요해진 풍경 속에서 투란은 두근거리는 심장과 함께 어느새 살갗과 넝쿨이 건조한 느낌인 것을 알아차렸다. 그 원인은 분명했다.
‘와, 들이마신 물까지 파고들다니!’
투란을 휘감은 물살, 악마의 심장 줄기가 들이쉬었지만 이어진 물방울의 가닥까지 몬스터 엠블럼의 마력이 스며들었다.
분명히 투란 자신의 고유 마력이었다.
악마의 심장을 이루는 것과 똑같은 성질의 마력이 두 가닥으로 갈라져, 전혀 다른 용무로 만났다. 한쪽은 몬스터의 정수를 삼키기 위해, 한쪽은 몬스터의 정수를 형성하기 위해 흘러나온 두 가닥.
깔끔하게 물살을 삼키던 마력의 흐름이 물러섰다.
악마의 심장 넝쿨에서 뿜어내는 힘과 공명한 다음, 바로 미련 없이 마력의 흐름이 되돌아간 것이다.
그리고 삼키기.
문장의 풍경 속에 새로운 물방울이 형성되는 과정을 투란은 되새겼다.
튀는 물방울이랑 정말 똑같았다.
미세한 안개, 너무나 흐릿한 에센스.
하지만 이 샘을 깡그리 말려 버릴 정도로 삼키고 나니, 새로 물방울이 둥실거리며 풍경 속에 나타났다.
마른 살갗을 문지르면서 투란은 그 풍경을 더듬어 되새겼다.
‘전혀 다른 놈처럼 따로 놀았지.’
작은 돌도, 튀는 물방울도, 뭉치는 물살도 서로에 대해 완전히 무관심하고 격리된 것처럼 따로 놀았다.
분명히 몬스터 로드가 같은 종류의 몬스터를 삼키게 되면, 그 에센스는 겹쳐지고 강화된다고 했다. 개별적인 개체로 활동하며 몬스터가 제각각 키운 특성이 하나로 합쳐진다고.
“그러니까 그랑츄를 여러 마리 잡아먹는 거야. 되도록 더 두꺼운 팔, 더 굵은 다리를 가진 놈으로. 삼키면 삼킬수록 강해지니까!”
맨날 그랑츄만 사냥해서 삼키는 몬스터 로드가 그렇게 자랑하고는 했다.
그 꼴을 보며 함께 다닌다는 몬스터 헌터는 겁이 많아 그렇다고, 아는 놈만 안전하게 잡으려 한다면서 웃었지만, 그 말이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니라고 했다. 삼키면 삼킬수록 그가 보이는 그랑츄의 괴력이 증가하기는 하는 것 같다고.
‘로잭…… 뭐 하고 있으려나.’
투란은 문득 이웃집 소년을 떠올렸다.
투란보다 몇 달 먼저 열여섯 살이 된 이웃집의 로잭은 나이가 차기 무섭게 몬스터 헌터를 따라 마을을 떠났다. 가족인 동생이랑 아버지는 알아서 살라고 차갑게 내버리듯이 떠났다. 그랬다고 그 아버지랑 동생이 아쉬워했냐 하면, 먹는 입이 줄었다고 좋아라 했다.
그 로잭이 따라간 것이 그랑츄만 사냥해 삼키는 몬스터 로드랑 그를 보며 웃어 대던 몬스터 헌터의 파티였다. 로잭은 그랑츄 사냥만으로 충분히 먹고 살 수 있다면서 그 파티에 헌터 견습으로 들어갔다.
샤오덴 할배는 그게 나름 잘 풀린 것이라 했다.
길드에 제대로 등록된 안정적인 파티이고, 로잭 같은 애들을 꼬셔서 어디다 내다 팔 놈들은 아니라고.
“물론 나중에 변해서 어떻게 될지는 모르는 일이지만.”
‘심술쟁이 할배!’
잘 나가다가 한마디 꼬인 소리를 붙이기도 했다.
투란은 천천히 엉덩이를 떼고 일어섰다.
묘한 현기증이 찾아왔다.
‘아, 이런…… 그새 또 마른 거냐.’
넘쳐 나던 물살이 사라지니 악마의 심장 넝쿨이 다시 탱탱함을 잃은 채로 살갗 속에 숨으며 처지고 있었다. 조금 어이가 없어서 투란은 자신에게 묻지 않을 수가 없었다.
‘난 잘 풀린 건가, 아니면…….’
쓴웃음과 함께 투란은 고개를 저으며 물음을 저 멀리 내던졌다.
지금은 살아남아야 할 때였다.
가진 것을 정리하고, 여기서 살아 나가야 했다.
투란의 가슴에서 검은 톱니바퀴가 흐려지다가 사라졌다.
투란은 문장의 풍경 속으로 마음을 던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