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ster×Monster: Nihilism King Arc RAW novel - Chapter 432
몬스터×몬스터: 허무왕 편 (428)
―몰튼노트? 어, 그건…… 여기가 그곳이었나 보군! 몰튼노트가 자리 잡은 불길의 평야! 와, 이 마법사 재밌군? 내가 키린이랑 엮인 시절에도 거의 백 년 이상 해결 보지 못한 몬스터를 처리해달라는 건데?
‘뭐?’
투란은 순식간에 머릿속이 헝클어지고 복잡해졌다.
가만히 짚어보면 드라고니아가 키린과 엮인 시절이란…… 못 잡아도 오십 년 전이었다. 때문에 산맥 깊은 곳에서 키린을 만나고 나서 투란이 몹시 놀라지 않았던가. 솔직히 이제 와서 가짜라고 해도 투란으로서는 ‘그렇군, 역시 그랬어!’ 하고 넘어가 줄 수 있었다. 십 년이란 투란에게 인생의 절반을 넘는 시간이고, 이십 년은 투란이 살아본 적이 없는 시간이다. 그 두 배를 넘는 오십 년이란…… 왠지 쉽지 않아 보인다!
그런데 몬스터가 그 오십 년에 추가로 백 년을 이 자리에서 버텼다?
‘난 처음 듣는 몬스터인데? 잠깐, 홀시딘은 샤오 마을에 대해서 이상하게 잘 아는 것 같잖아? 그러고 보니 키린도 알고 있었다고 했었지?’
투란과 다르게 샤오덴, 샤오 할배는 키린조차 알 정도로 오래 살았다고 했다.
홀시딘 또한 안다고 했었고 지금 마을과 할배의 아는 바를 증명하는 듯하다.
투란은 잠깐 고민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여기서 캐물어야 하는가?
하지만 그 순간에 투란의 뇌리에는 오러클 아저씨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여기서 있던 일을 다른 곳에서 떠들면 미친놈 취급 받을 거야. 멀리 떠나서 여행을 한다면…… 여기랑 다른 풍속에 익숙해져야 할걸. 뭔 소리냐고? 염소가 키울 수 있는 가장 큰 가축이니 뭐니 하는 소리를 하지 말란 거지. 개도 품종을 따져서 키울지 말지 결정한다는 것도 떠들지 말고 말이야. 세상은…… 샤오 마을을 이해하지 못해. 미친놈 취급받느니, 세상물정 모르는 촌뜨기 애송이 취급받는 게 낫다 그거야. 그렇게 사람 멍청이 취급하는 놈들은 대부분 얼빠진 멍청이지만! 자기가 똑똑한 줄 아는 그 멍청이들은…… 음? 아, 내가 애 데리고 뭔 소리를 하는 거지? 하아…… 간만에 취했나.”
‘키린도 비슷한 말을…… 으, 강제로 새겨줬잖아?’
문득 떠올랐던 오러클 아저씨랑 다르게, 키린은 투란이 잊을 수 없도록 ‘각인’시켜 줬다!
“투란, 네가 아는 것에 갇히지 마라. 새로운 곳에 가면, 새로운 것을 보고 배워. 이전에 봤던 거랑 똑같아 보이더라도 새로운 곳에서는 아주 다른 것일 수 있어. 그렇게 새로운 것을 배우는 널 보고 멍청하다고 비웃는 녀석들이 있다면, 그건 상대할 필요가 없는 녀석들이야. 너에게 그 새로운 것에 대해 알려주는 사람들이랑은 사이좋게 지내는 편이 좋아. 하지만 알려주는 척하고 거짓말 하는 녀석들도 있으니까 조심하고. 네가 모르는 일에 대해 알려주려고 노력하는 사람에게는 친절하게! 그런 사람은 오랫동안 믿을 수 있는 경우가 많으니까. 그런 시늉을 하는 사기꾼은 조심하고!”
아직은 제대로 납득이 가지 않는, 투란에게는 뭔가 오락가락하는 이야기였다.
어쨌든 투란은 지금 홀시딘에게 샤오 마을이나 그쪽 마구간 사정에 대해 아는 척하는 까닭에 대해서 물을 수가 없었다.
샤오 마을에서 소나 말은 이틀 이상 놔두면 뭔가에 홀려 도망치거나 미쳐 날뛰고, 도망친 소나 말이 한 달이나 두 달 뒤에 두 발로 걷는 시늉을 하면서 마물(魔物)이 되어 주변에서 얼쩡거린다는 소리를 해봐야 지금 아무 소용이 없으므로! 그 덕분에 어떤 기사가 한 달 만에 돌아온 자기 말이랑 싸우다 죽었다는 이야기도 지금 떠들 필요가 없잖은가?
그래서 투란은 당장 닥쳐올 듯한 일에 대해 묻기로 했다.
“몰튼노트가 대체 뭔데요?”
헝클어졌던 투란의 생각이 이 물음과 함께 조금 단순해졌다.
홀시딘은 잠깐 투란이 인상을 팍 찌푸렸다가 묘하게 평온해진 표정으로 묻는 모습에 빙긋 웃기부터 했다. 징징대는 소리부터 시작해서 온갖 투정을 다 부리다가 막상 상대해야 할 몬스터 이야기가 나오자 집중하는 모습이 마음에 든다는 듯!
“파이어 그릴에 대해서는 들어본 적 있겠지?”
“음? 그렇죠.”
투란은 간단히 고개를 끄덕였다.
괴물왕자 이야기에 바로 등장하는 몬스터 아닌가!
게다가 투란은 키린에게서 직접 듣기도 해서, 다양한 이야기 중에 그것이 진짜라고 ‘알고’도 있었다.
“파이어 그릴의 특징에 대해서는 얼마나 알지?”
“괴물이든 짐승이든 가리지 않고 씌워져서 불덩이 괴물로 만드는 놈!”
“바위나 쇳덩이에는?”
“에? 그건…… 그런 얘기는 못 들었는데요? 파이어 그릴이 바위나 쇳덩이에도 씌워지는 거였어요?”
“아니. 파이어 그릴은 철저하게 살아서 움직이는 것에 파고들고, 변이시킨다. 그게 파이어 그릴의 한계같은 거지. 정령으로부터 기원하고, 살아있는…… 생명의 약동 속으로 파고들어 그 상태를 불길로 변이시키는 것. 그게 파이어 그릴이야.”
“몰튼노트랑 무슨 관계가……?”
갸웃하면서 투란이 말끝을 흐린 채로 물었다.
파이어 그릴이 살아있는 것만 덮친다는 부분은 새로웠다.
하지만 그건 지금 시련이 어쩌구하는 상황의 대상인 몰튼노트랑 뭔 관계가 있는가? 왠지 홀시딘이 파이어 그릴 설명에 푹 빠져서 그냥 넘어갈 듯하니 일단 짚어보지 않을 수가 없는 투란이었다.
과연, 홀시딘은 ‘아…….’ 하는 소리를 내고는 헛기침을 하고 나서 자연스럽게 이야기가 넘어간다는 듯이 말하니…….
“몰튼노트 역시 파이어 그릴처럼 불꽃 정령에서 기원한 몬스터다. 파이어 그릴처럼 뭔가에 스며들고 변이시켜. 파이어 그릴과 다른 점은 이게 암석이나 쇳덩이처럼 살아있지 않은 것을 그 대상, 먹잇감으로 삼는다는 거야.”
“헤에? 그럼, 움직이지 않고 그냥 활활 타오르면서 그 자리에 가만히 있다는 말인가요?”
투란이 흘깃, 저 언덕 너머에서 솟구치는 붉은 빛의 흔적을 눈으로 쫓으면서 물었다. 듣다 보니 저 너머에 바위, 돌멩이가 잔뜩 불이 붙은 채로 타오르고 있는 탓처럼 느껴지는 이야기잖나.
“움직인다. 시체를 태워서 그 잔해를 들쑤시고, 그걸 움직이지.”
“엥? 그건 혹시 데드워커 중에서 버닝 데드? 브로큰 킹덤 쪽에 꽤 자주 보이는 거라던데? 잠깐, 바위나 쇳덩이에 스며드는 놈이 시체를 들쑤셔요?”
“바위나 쇳덩이처럼 생명현상이 없는 것에 스며든다, 이게 정확한 표현이지.”
“헐? 시체는……? 그럼, 혹시 바위나 쇳덩이도 움직이는 거 아니에요?”
투란은 홀시딘이 하는 말의 앞뒤에 맞지 않는 부분을 떠올리면서 물었다.
순간 홀시딘의 표정이 조금 미묘하게 꿈틀거렸다.
“원래 생명현상이 없던 것은 움직이지 못해. 바위나 쇳덩이에는 스며든 채로 불길을 뿜어내기만 하지. 하지만 그 불길에 닿은 것이 살아움직이던 것, 시체인 경우에는 숯덩이가 된 꼴로 움직이지.”
“괴상하네?”
“괴물이지.”
“뭐, 몬스터가 그렇긴 하겠지만요.”
투란은 중얼거릴 수밖에 없었다.
몬스터는 애초에 이치에 맞지 않는 성질과 형상을 갖기 마련이었다.
거기서 이치에 닿는 생각이 통하지 않는 것이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한번 성질과 형상이 자리 잡혀 나타난 몬스터는, 그 성질과 형상을 바꾸지 않는다.
“근데, 파이어 그릴이라면…… 몬스터 헌터가 제법 사냥하고 다니는 거잖아요? 굳이 시련이라고…… 음, 쉬운 걸로 골라준 건가요?”
―전혀 아니지.
드라고니아가 먼저 피식 새는 듯한 웃음이 섞인 말투로 한마디했다.
그 소리 없는 한마디에 투란은 반응하지 않았다. 대신 홀시딘을 향해 기대에 찬 눈빛을 보낼 뿐이었다. 혹시나 하는 묘한 기대……, 역시나 홀시딘의 고개는 저어지고 있었다.
“여기 몰튼노트는 다른 곳 녀석들이랑 다르다. 그래서 오랫동안 처리하지 못하고 이렇게 불타는 평야라는 지형이 생겨났고, 회피하는 지역이 되었지.”
“다르다면?”
“거인의 시체, 그냥 거인도 아닌 대거인(大巨人)의 시체를 얻은 놈이거든.”
“대거인?”
투란은 당황해서 되뇌였다.
거인이란 한마디는 익숙했다.
기가둠 왕국의 거인 병사 얘기는 자주 들었고, 직접 봤다는 사람이 샤오콴 마을에 종종 들러서 갖은 투정을 부려대는 꼴도 봤으니까. 정작 거인 병사는 샤오콴 마을에 오지 않았다 해도, 어딘가 익숙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하지만 ‘대거인’이란 한마디는 뭔가 투란이 아는 거인과 어긋나 있다는 느낌을 강하게 울린다. 홀시딘이 강조하는 까닭이 분명하게 있다는 듯.
“신장 80미터 이상, 팔다리 길이만 수십 미터에 달하는 고대종. 대범람의 시기에 간혹 산맥 깊은 곳에서 튀어나오는 인간형 괴물. 대거인이라고 하는 거는 그런…….”
“자, 잠깐! 잠깐만요, 신장이면…… 키가 80미터?”
“그래. 몰튼노트는 시체를 숯으로 만들고 움직이지. 보통은 그저 버닝 데드라는…… 데드워커 중에서 불붙은 데드워커 품종을 불러일으키는 것이 고작이고, 그럴듯하고 골치아픈 경우라고 해봐야 큰 곰이나 하마 정도야. 뭐, 버닝 데드의 원인이 전부 몰튼노트 때문이 아니기도 하지만, 어쨌든 그럭저럭 상대할 만하고 딱히 몰튼노트가 씌워진 버닝 데드라고 아주 특별한 취급은 하지 않는다. 하지만 여기, 이 불타는 평야를 만들어낸 놈은 아주 특별한 경우야. 유니크한 몬스터 몰튼노트라고 해야겠지.”
“80미터짜리 거인이 불타는 채로 움직인다고요!”
길어진 홀시딘의 설명을 싹 무시하듯, 투란은 한부분만 짚었다.
그 정도면 알드바인의 성벽에 턱걸이로 기어올라설 듯한 느낌이잖은가.
라비엔이라면 그 돌기둥같은 한곳을 끌어안고 기어오를 듯하고!
홀시딘이 가볍게 한숨을 쉬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때문에 투란은 한소리 더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게 돌아다니게 여태 그냥 뒀다고요?”
“아니! 그럴 리가 있냐!”
살짝 울컥한 듯, 홀시딘이 바로 부정했다.
투란은 저쪽 풍경을 다시 바라봤다.
“지역을 봉쇄해서 그게 다른 곳으로 움직이지 못하게 해뒀지. 꽤 오랫동안 그렇게 해서 나름대로 평온하게 했다만…….”
“때려잡을 이유가 생겼군요?”
“그래. 더이상 잡아둘 수가 없는 꼴이 되어 가고 있지. 그래서…… 여러 가지 방법을 연구하고 있었다.”
“오? 여러 가지 방법을 연구하는데 나한테 떠넘기는 거예요?”
투란이 입술을 삐죽이니, 홀시딘이 으스스한 웃음을 띠고 답한다.
“가장 좋은 방법이 나타났으니까! 여태 궁리해온 어떤 수단보다도 좋은 대책이 말이야!”
말과 함께 홀시딘의 손끝이 투란을 가리키기도 했다.
투란은 약간 질린 표정을 했지만, 그래도 다시 묻는다.
“무슨 방법으로 여태 저기서 꼼짝 못하게 했는데요?”
“에어레스(Airless). 바람과 바람의 틈새, 불꽃이 넘을 수 없는 바람이 없는 틈새를 만들어서 놈을 가뒀다.”
“바람이 없는……?”
투란이 갸웃했다.
―바람이 사라진 곳에서 불은 꺼진다. 그걸 이용해 바람을 교차시켜 울타리를 세운 거지. 크고 넓은…….
드라고니아가 말로 하는 사이, 홀시딘은 두 손을 휘저으면서 투란 앞에 간단한 시범을 보이고 있었다. 한 손에서 불꽃이 피어오르고, 한 손에서 불어간 바람이 갈래를 나누면서 불꽃을 반대방향으로 맴돌며 감싸는 듯한 순간…… 불꽃의 한자락이 교차되는 바람결 틈새에서 사라졌다.
“흠…… 대강 알겠군요. 그래서, 저거 대체 얼마나 넓은 거예요?”
“대강 지름 20킬로미터…….”
“킬로미터!”
수십 미터짜리를 가두기에는 좀 지나친 느낌이라 투란은 ‘왜?’ 하는 표정을 지었는데, 홀시딘이 슬쩍 말을 이어간다.
“지역 봉쇄 이후에 몰튼노트는 자기 주변을 몽땅 불길로 물들였고, 이제는 봉쇄지역 안쪽은 그냥 몰튼노트가 된 상황이 돼 버렸지.”
“그건 가뒀다기보다는 키웠다는 소리 같잖아요?”
“결과적으로 그렇게 된 셈이지.”
홀시딘이 순순히 인정을 했고, 투란은 조금 더 질린 표정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80미터짜리 거인이 어쩌구 하더니, 갑자기 수백배로 규모를 키우고 있다니!
‘아니, 이게 대체 뭔 소리야?’
차라리 불타는 대거인인가 뭔가를 때려잡는 쪽이 더 낫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저절로 치솟는 상황이었다.
―그렇지 않아, 투란. 직접 몰튼노트의 대거인을 보게 되면…… 알 수 있을 거야.
드리고니아가 미묘하게 쓴웃음을 얹은 듯한 말투로 속삭였다.
그래서 투란은 일단 한숨을 대놓고 쉰 다음에 말했다.
“말로 들어서는 대체 뭐가 어떻다는 건지 헷갈리기만 하네요. 일단 저 근처를 내가 직접 돌아보고 오는 게 더 알기 쉽겠어요. 그럼, 그 전에 현상금 얘기를 마무리짓기로 하죠.”
“어? 에? 현상금?”
홀시딘이 눈을 동그랗게 떴고, 투란은 음침한 표정을 한껏 꾸민 다음에 말한다.
“장난쳐요? 분명히 있을 텐데요, 현상금!”
“아니, 그건…….”
홀시딘은 분명히 당황하고 있었다.
투란은 보다 더 음흉한 표정을 한껏 꾸몄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