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ster×Monster: Nihilism King Arc RAW novel - Chapter 433
몬스터×몬스터: 허무왕 편 (429)
휘이이이, 쿠웅!
검게 물든 땅 위로 투란은 하늘로부터 내리꽂혔다.
땅 위로 구르거나 충격을 받거나 한 낌새는 전혀 없이 투란이 어깨를 돌리고 목을 돌리면서 두 다리로 땅을 디뎠다. 조금 전까지 둥실 떠 있던 두 발이 땅을 딛고, 그제야 투란의 주변을 맴돌던 바람결이 사라졌다.
“젠장, 현상금이 있어도 못 받는 수가 있다니!”
홀시딘이 몇 킬로미터를 날려준 마법이 사라져가는 것을 느끼면서 투란은 투덜거렸다. 혹시라도 듣고 있다면 제발 현상금을 내놓으라고 졸라대는 것처럼!
―현상금이라고 해 봐야 네가 지금 로열 가든에 쌓아놓은 금괴보다는…….
‘떽! 돈은 챙길 수 있을 때 놓치지 말고 챙겨야 하는 거야! 몬스터 상대하면서 반드시 알아야 할 상식이지!’
―몬스터 상대하는데 왜 돈을 챙기는 게 상식인 거냐!
‘필요하니까. 몬스터 상대한다고 장비 공짜로 주는 줄 알아? 공짜로 먹여주고 입혀주는 줄 알아? 그런 거 없어. 몬스터 헌터라면 한 푼도 놓치지 않고 챙길 줄 알아야 한다고. 몬스터 로드라면…… 사기꾼 조심하면서 꼭 챙겨야 하는 게 돈이지!’
다시 어깨를 으쓱하면서 투란은 잘 아는 척했다.
―투란, 너 그렇게 돈을 써본 적은 없는 것 같다만?
‘응? 그야 돈이 없었으니까. 하지만 그런 거 티내면 안 돼! 잘 아는 척해야지! 세상에는 뒤에서 칭찬만 하면서 현상금을 채가려는 못된 놈들이 잔뜩 있거든. 뭐, 홀시딘은 그렇게까지는 하지 않을 것 같긴 하지만…….’
―그냥 파랗게 질려버린 듯 하다만?
“웃차!”
투란은 뇌리에서 울리는 소리를 떨쳐내듯 입으로 소리내면서 껑충거리고 뛰어나갔다. 검고 단단한 땅에는 따로 발자국이 남지 않았고 희미한 재가 살짝 뭉클거리면서 밟힌 시늉을 할 뿐이었다.
“시, 시련인데!”
“시련도 치르고 현상금도 받고 좋군요!”
“아니, 그러니까 현상금은…….”
“오래된 골칫덩이라며요? 아, 그럼 한 해에 금전 한 닢씩 붙었을 수도 있겠네? 얼마나 붙었어요?”
“그러니까, 이걸 처리해도 네 정체를 밝힐 수가 없…….”
“에헤이! 상아탑의 마도사께서, 마스터 홀시딘께서 그런 부분은 알아서 해주시겠죠! 자, 그러니까 얼마나 현상금이 붙어 있어요?”
“젠장! 그 현상금은 지급되지 않는 수가 있단 말이야!”
“헐? 그럼, 저기 몰튼노트가 사고 쳐서 붙을 때까지 기다려요?”
“뭐, 인마?”
“붙어있는 현상금 받아내는 게 상아탑의 마스터에게 그렇게 힘든 일도 아닐 텐데요? 앗, 설마 없는 척하고 중간에 채가려고!”
“누가 그딴 치사한 짓을 해! 정말로, 너무 오래되어서 적립이 안 되고 있을 수도 있고, 지불포기가 되어서 사라졌을 수도 있는 현상금이라고!”
“웨에? 제엔장! 그럼, 받아낼 수 있으면 받아 주는 거죠?”
“그래! 알았다고! 받아낼 수 있나 확인해보고, 받아낼 방법이 있다면 동전 한 닢 안 남기고 받아주마! 됐냐!”
조금 전의 일은 투란의 뇌리 한구석으로 훨훨 날아가 희미해지고 있었다. 대신 투란은 드라고니아에게 묻는다.
‘너, 뭘 알고 있지?’
―앙? 몸으로 때워서 알아내는 게 네 방식 아니었어?
삐딱한 대꾸가 나왔다.
‘백 년에다가 오십 년 추가해서, 백오십 년이나 묵었다는 몬스터에 대해서 할 말이 전혀 없는 거야?’
투란은 피식 웃는 시늉을 하면서 되받아쳤다.
그리고 앞에 파삭거리면서 나타나는 늑대 떼를…… 늑대의 형상을 취한 한 무리의 숯덩이 조각상을 향해 내달렸다.
―몸으로 때우는구먼, 듣기도 전에.
투덜대는 드라고니아의 소리가 투란의 뇌리에 울리는 순간, 투란의 한 손이 숯덩이 늑대 한 마리의 목줄기를 움켜쥐었다.
카아!
눈구멍 속에서 불길이 맴돌았고, 열린 입속에서 불꽃이 찰랑거렸다.
‘호오?’
투란은 조금 전에 이 늑대 무리가 어떤 식으로 움직였는가를 되새겼고, 적대적인 자신의 행동에 어떻게 그 움직임이 바뀌었는가를 기억했다.
느릿하게, 숯가루를 휘날리면서 힘들게 한걸음 한걸음 딛는 모양이었고 간간이 숯가루 사이에서 불티가 튀는 꼴이었다. 마치 예전 마그마의 호숫가에서 보던 것과 비슷해 보였다. 하지만 투란이 달려들어 한 마리 잡아 올리자, 이 한 무리는 변했다. 불길이 눈구멍을 채운 것이 그 첫 번째 변화였고, 네 발이 바쁘게 움직이면서 검은 껍질에 틈새가 생기고 불꽃이 이글거리는 형태로 변한 것이 두 번째 변화였다. 그 다음에는 가차없이 이를 드러내고, 진짜 늑대 무리인 것처럼 투란에게 반격을 한다!
퍼억! 퍼석, 파앙!
‘버닝 데드…… 그 얘기랑 거의 똑같은데?’
손에 힘을 줘서 목줄기를 부수고, 발로 차고, 손바닥으로 후려쳐서 뭉개흩어버리면서 투란은 생각했다. 검게 타버린 시체, 불이 붙은 채로 새로운 희생자를 찾아 어기적거리면서 움직이다가 순간적으로 가속한다는 데드워커, 버닝 데드가 된 늑대무리라고 생각하면 딱 맞아 떨어지는 모습이었으니까. 그러나…….
―불티에 닿지 마라! 그게 살갗에 닿으면…….
드라고니아가 급히 경고했고, 그 순간에 이미 볼에 닿은 불티를 통해 투란은 느낄 수 있었다. 뜨거운 열기가 순식간에 뺨으로 번지며, 몸을 태우려 든다! 하지만 투란의 살갗은 검게 물들고, 부드럽게 찰랑이면서 순식간에 단단해지며 뺨에 닿은 불티에 대응했다.
‘없어졌네?’
불티의 고열(高熱)은 마그마 로드의 결정이 된 살갗 속으로 파고드는 순간, 사라졌다. 마그마 로드의 형상 속에 닿는 순간, 아무것도 남지 않은 채로 지워져버렸다. 때문에 투란은 자신의 손발을 다시 둘러봤다.
뺨의 변화가 빨랐던 까닭은 이미 마그마 로드의 형상을 팔다리에 두른 채였기 때문이었다. 이 팔다리로 후려친 늑대는 퍼석거리며 간단히 부서져갔고, 거기에 직접 닿은 손발, 팔뚝, 다리는 닿았다는 촉감 이외에는 아무것도 느끼지 못했다.
투란은 살짝 눈살을 찌푸렸다.
홀시딘이 마그마 로드의 형상을 투란이 갖춘 것을 알기 때문에 이곳에 데려다 놓았다는 부분이 새삼 떠올랐다.
‘이건, 어떻게 된 일이지?’
―상성(相性)이 이 정도일 줄은 몰랐군.
드라고니아도 조금 놀란 듯이 중얼거리고 있었다.
‘상성? 뭐 만들 때 따지는 거 아냐?’
―그래, 주로 연금술에서 따지기는 하지. 어쨌든 두 가지가 맞닥뜨렸을 때 서로 맞물려서 드러내는 성질…… 그걸 말하는 거고, 몰튼노트와 마그마 로드는…… 완벽하게 한쪽이 한쪽을 잡아먹는 관계야. 과연 홀시딘이 알자마자 머뭇거리지 않고 널 데려올만 하군.
설명을 들으면서 투란은 부서진 숯덩이 늑대의 파편을 집어올렸다.
숯가루가 휘날리고 가볍게 흩어지는데, 그 속에서 살짝 피어나는 불티는 뭔가 태울 것을 찾다가 없으면 허공에서 그냥 사라질 뿐이었다. 숯가루도 딱히 다른 조짐없이 그냥 흩어졌다.
‘블랙 애쉬처럼은 안 되나 보네.’
마그마 로드의 결정에서 흘러나온 블랙 애쉬는 다시 뭉쳐들지 못할지라도 분명하게 마그마 로드의 정수를 품고 있었다. 하지만 이 숯덩이의 파편, 가루 속에는 전혀 그런 낌새가 없었다. 몰튼노트는 그 깃든 형체가 부서지면, 작은 불티가 흩어지면 그대로 사라지는 모양이었다.
이를 확인하고 투란이 몇 걸음 다시 앞으로 내디뎠을 때, 드라고니아가 말한다.
―뒤를 봐라, 투란.
‘응?’
갑작스럽게 뒤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울리기도 했기에 투란은 돌아봤다.
부서진 늑대의 조각, 그 큰 덩어리에서 은은하게 불씨가 살아나는 듯한 낌새가 보였고 검은 티끌이 주변에서 몰려드는가 싶더니 늑대가 다시 모습을 갖춘 채로 어슬렁거리면서 일어고 있었다. 한 무리의 늑대가 다시 그 자리에 채우지는 광경이었다. 다만 조금 전의 일은 깨끗이 잊었다는 듯, 투란을 향해 불꽃을 품은 입을 열고 달려들거나 하지는 않았다. 그저 그 자리에서 맴돌며 어슬렁거리는 것이 자기 일이라는 듯, 이미 지나간 투란에게 전혀 신경 쓰지 않는 모습이었다.
‘이게 뭐야? 이런 건, 버닝 데드 이야기에 안 나오는데?’
투란은 어이가 없어서 잠시 숯덩이 늑대 무리를 바라봐야 했다.
한번 때려잡은 버닝 데드는 불이 꺼지고, 죽는다.
저렇게 숯가루 먼지가 모여서 되살아나지 않는다!
데드 워커 역시 어느 수준 이상으로 파괴하면, 그대로 끝이다.
저렇게 원래 형체가 남아있지 않은 상태에서 도로 발딱 일어나는 일은 없다!
―파이어 그릴의 이야기에는 비슷한 경우가 있지 않나?
‘어? 그야…… 불길 속에서 잘려나간 팔다리가 되살아난다는 얘기가 있긴 했지. 하지만 저건…… 다 때려부셔놨잖아! 방금 전에!
―그래, 그게 바로 이 지역의 문제가 심각한 까닭이다. 이 지역에서 사로잡힌 짐승은…… 저렇게 다시 몰튼노트의 기억에 따라 재구성된다. 투란, 이 몰튼노트는 영역화를 한 놈이란 말이다. 역병의 수해랑 비슷하게…… 하지만 더 크게 번져가는 걸 멈출 리가 없는 몬스터란 거지. 상아탑에서는, 아마 오래전부터 홀시딘 말고도 여럿이 이 지역을 감시하면서 자신들이 쳐놓은 그물에서, 에어레스의 봉쇄에서 이게 벗어나지 않도록 관리하고 있었을 거야.
‘음, 그리고 홀시딘은 그게 한계에 이르렀다고 생각하는 거겠군.’
투란은 늑대 무리를 남겨둔 채로 돌아서서 다시 앞으로 나아갔다.
그렇게 수백 미터를 나아가면서, 곰을 봤고 다시 늑대 무리를 봤고, 가끔 날아다니는 숯덩이 새도 봤다. 쥐와 작은 토끼같은 것도 있었고, 반쯤 부러지고 사라진 나무같은 것들은 횃불처럼 가지 끝이 활활 타오르다가 흩어지다가 하는 광경도 봤다.
그리고 마침내, 허물어져가는 마을의 풍경을 맞닥뜨렸을 때 투란은 잠시 걸음을 멈춰야 했다. 사람이, 숯덩이로 된 사람이 오락가락하는데 마을의 집과 건물은 거의 다 허물어진 채로 희미한 잔해만 남아 있는 풍경이었다. 사람 틈새로 개와 닭 따위도 어슬렁거리는 꼴을 보면서 투란은 낯을 찌푸릴 수밖에 없었다.
‘이상해…… 여기 마을이 있다가 날라갔다는 소리는 안 했잖아?’
―백 년 이상 된 옛날 일이라 잊었겠지.
‘그럴까? 그런데…… 이걸 대체 어떻게 하란 거지? 영역화한 몬스터를 몬스터 로드에게 어떻게 잡으란 거야? 홀시딘, 무슨 생각을 하는 거지?’
―얘기 듣기 전에 네 눈으로 먼저 보고 오겠다고 했잖아! 너, 지금 정찰 중이라고! 바로 없애겠다고 나온 게 아냐! 홀시딘은 일단 대강 둘러보고, 빨리 돌아오라고 했잖아!
‘음, 그랬었나?’
뒷머리를 긁적이면서, 투란은 잠시 불타버리고 재가 된 채로 과거의 그림자들이 숯덩이가 된 채로 오가는 마을의 잔해를 잠시 바라봤다. 그리고 얼마되지 않아 결코 사람이 사는 마을에는 있을 리가 없는 것이 다가오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에, 저건? 눈알이 가슴팍에 달렸나?’
―키클롭스?
마을 바깥 저쪽에서, 마을을 가로지르면서 건물의 잔해를 마저 무너뜨리고, 중간에 흐느적대며 오가는 사람의 형체는 그냥 걷어차고 뭉갠 다음에 불길을 쏟아내서는 되살려내는 괴상한 짓과 함께 그것은 다가왔다.
과거의 잔해에 불과해도 그나마 조금 남아서 그 앞에 놓여져 있던 기둥이나 담장은 무너지고 흩어졌지만, 사람의 모양은 흩어진 잔해 속에서 다시 형체를 갖추며 일어서는 광경이 어딘가 섬뜩하게 보였다.
투란은 주변을 둘러봤고 무너진 담장의 한쪽 귀퉁이에 붙어 섰다.
마그마 로드의 결정질이 검게 투란의 온몸에서 돋아났고, 새카만 담장에 달라붙은 투란의 모습은 그저 담장이 울퉁불퉁하니 튀어나와 그럴듯한 모양을 잡은 것처럼 보였다.
―야, 이게 숨는 거냐?
드라고니아는 어이없어 했지만, 투란은 꼼짝도 않고 다가오는 숯덩이 키클롭스의 형상을 가늠하며 지켜봤다.
눈알이 왜 가슴에 달린 것처럼 보였는가는 바싹 다가온 키클롭스의 모습을 보고 금세 알 수 있었다. 조금 떨어져 있을 때는 온통 새카만 그 색채 때문에 착각을 했지만, 가까이 다가오니 머리통이 가슴쪽으로 툭 떨궈질 것처럼 보일 정도로 고개가 숙여진 꼴이었다. 희한하게도 목이 길게 늘어나서 가슴팍에 머리가 붙었다고 해도 좋을 정도로 괴상한 몰골이었다. 그러나 그런 꼴일지라도 키클롭스의 키는 거의 7미터 가까이 돼 보였다. 저 머리통이 온전하게 어깨 사이에 자리 잡았다면, 분명히 7미터를 넘었을 것이다.
‘허리는 가늘고, 어깨랑 가슴은 넓고, 허벅지가 거의 허리랑 맞먹는 굵기라…… 이거, 숯덩이가 되기 전에도 키클롭스 중에서 제법 센 놈이었겠는데?’
투란은 키클롭스에 대해서 들었던 얘기를 되새기면서 평가했다.
6미터 언저리에서 배불뚝이 모양으로 포동포동하거나 6미터가 못 되면서 바싹 마른 키클롭스의 ‘보통’ 모습과는 확연히 다른 억센 놈이 이곳에 사로잡혀서 버닝 데드 키클롭스가 되어 돌아다니고 있다, 딱 이렇게 여겨진 것이다.
게다가 이놈, 지금 가슴팍에 늘어진 머리통의 큰 눈알에서 불길도 뿜어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