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ster×Monster: Nihilism King Arc RAW novel - Chapter 434
몬스터×몬스터: 허무왕 편 (430)
화르르, 화아악!
‘얘, 왜 이러지?’
투란은 주변에 번져가는 불길을 보면서 슬그머니 무너지는 담장에 맞춰 쪼그리고 앉으면서 의아해 했다. 불꽃이 일렁이며 형성된 눈알로 뭔가 노려보는가 싶어서 제대로 시각을 갖췄나 했는데, 그 눈알에서 불길이 괄괄 쏟아져 나와 주변을 태우기 위해 번져나갈 뿐이었다. 그리고 갸웃거리면서 이리저리 둘러보는 듯한 몸짓…… 눈을 부라리는 듯한데, 보지는 못하고 불을 지르는 괴상한 키클롭스 숯덩이인 셈이다.
슬그머니 시커먼 담장과 맞붙어 시커먼 빛깔의 마그마 로드 살갗을 구분하나 못하나 시험해보던 것이 아주 엉뚱한 상황을 드러낸 꼴이 아닌가.
불길은 투란을 어쩌지 못한 채로 사그라들었고, 키클롭스는 잠시 계속 두리번거리는 기묘한 몸짓을 하다가 쿵쿵거리는 땅울림을 흘리면서 멀어져갔다. 아무래도 이쪽에서는 아무것도 찾을 수 없다는 듯…….
‘눈알이 붙어 있는데 보질 못하나?’
갸웃하면서 투란은 느릿하니…… 그러나 곧 빠른 걸음으로 키클롭스 숯덩이를 쫓아야 했다. 7미터 가까운 놈이 느긋하게 걸어도 그 한 걸음은 투란의 수십 걸음이었으므로!
키클롭스는 거침없이 한 방향을 향해 걸어나갔다.
작은 형체는 그대로 밟았고, 자기 허리춤까지 올라온 것은 손으로 밀어내면서.
―아무래도 너만을 보지 못하는 것 같군.
‘어?’
한참 키클롭스를 쫓다가 불쑥 뇌리를 울린 소리에 투란이 어리둥절했다.
드라고니아는 차분하게 말을 이었다.
―저 녀석의 행동을 봐라, 자신에게 방해가 되는 것은 제대로 치우고 있고 그냥 뭉개고 갈 수 있는 것은 그대로 들이치고 지나간다. 눈으로 불을 뿜지도 않으면서 말이야. 즉, 저 녀석의 시각이라든가 다른 감각은 매우 정상적이지만 그게 너에게 적용될 때에는 제대로 기능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엥? 왜?’
투란은 한층 더 갸웃할 수밖에 없었다.
조금 더 주의 깊고 조심스럽게 드라고니아가 이어 말한다.
―투란, 아까부터 주변의 몰튼노트 짐승들이 널 포착 못하고 있다. 네가 담장 곁에 붙으면서…… 그렇군, 마그마 로드의 껍질로 온몸을 감싼 다음부터야. 그때부터 저 몰튼노트 짐승들이랑 키클롭스가 널 감지할 수 없게 된 모양이다.
‘아니, 왜?’
팔과 다리만을 감싼 채로 늑대 무리를 부숴 놨을 때를 생각하면 다들 숯덩이 이빨을 들이대면서 잘만 덤볐잖은가? 설마 지금은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모두 마그마 로드의 형상이라서?
―불씨의 영향력이 너에게 닿는 순간, 마그마 로드의 성질이 발동하면서 모조리 흡수하는 탓으로 추측되는군. 네가 지금 형상이 된 다음부터, 너에게 닿는 모든 작은 불티, 몰튼노트의 불씨는 몽땅 마그마 로드의 껍질 속으로 빨려들어와서 사라지고, 그 때문에 몰튼노트의 감각 범위에서 넌 은폐된다고 봐야겠지.
드라고니아가 투란의 간단한 생각에 동의하듯이 말하고 있었다.
투란에게는 전혀 예상 밖의 상황이었다. 어이없어 겨우 한마디 나온 것은…….
‘헤?’
뭐라 달리 표현할 길이 없는 놀란 기분 그대로였다.
몬스터 사이의 상성이 이런 효과를 드러내기도 하는 것이던가?
하지만 드라고니아는 그 짧은 동안에도 나름대로 뭔가 분석하고 이해하는 부분이 있었던 모양이었다.
―몰튼노트의 감각이란 저 불티의 온도차로 발생하는 반향(反響)에 의존하는 탓이 아닐까 싶어. 좀 더 확인해보고 싶다면…….
‘몰래 따라가 보고 나서.’
가파른 언덕을 어기적대면서 기어오르는 키클롭스의 시커먼 형체를 보면서 투란은 걸음을 좀 더 빨리 하면서 대꾸했다. 흥미가 깊어진 드라고니아가 다음에 내놓을 얘기는 이것저것 요상하게 시험해보라 할 듯하니, 미리 피하는 투란이었다!
드라고니아는 이런 투란에게 가볍게, 아주 살짝 혀를 차는 듯한 소리를 되돌려주기는 했지만 더 이상 다른 얘기는 하지 않았다. 주변 환경이 계속해서 색다른 분위기를 띠면서 걸음마다 다른 분위기를 띤 탓인 듯했다.
여전히 새까맣게 숯이 된 듯한 풍경이었지만 점차 높은 언덕이 나타났고, 뭔가 무겁게 주변을 내리 누르는 듯한 압력이 바람결에 실려오는 느낌이었다.
키클롭스는 숯덩이인 몸에서 숯티끌을 흘려내면서 더욱 두텁고 은밀하게 강해지는 압박의 중심을 향해 다가갔다.
투란은 그 뒤를 쫓으면서 몰튼노트에 잠식되어 뼈다귀만 남은 듯한 숲의 나무를 봤고, 쥐와 개가 숯으로 된 뼈를 움직이면서 주변의 검은 티끌을 끌어모아 다시 원래의 살과 가죽이 있는 형태로 돌아가려는 듯이 바둥거리는 꼴도 봤다.
그리고 마침내 키클롭스가 높은 언덕 한굽이를 넘어섰을 때, 그 뒤를 따르던 투란은 검은 안개가 가득한 채로 흐릿하게 보였던 것이 굵고 둥그런 절벽처럼 앞에 떡하니 버티고 선 풍경을 볼 수 있었다.
‘이런, 뿔수리의 눈이었다면 멀리서 금방 봤을 텐데…….’
조금이라도 마그마 로드의 형상이 아닌 부분이 있다면 금세 몰튼노트의 불씨가 달라붙을 듯해서 세심하게 눈썹 하나까지 모조리 마그마 로드의 형상으로 덧씌운 채인 것을 투란은 살짝 아쉬워했다. 뿔수리의 눈을 썼다면 저 높은 절벽 정도는 한참 전에 보고 알았을 터이니!
그 미련을 떨치기 위해 고개를 젓고 나서 키클롭스가 다가가는 그 절벽을 향해, 언덕 아래쪽으로 한걸음 디뎠다가 곧바로 움찔하며 투란이 재빨리 발을 뺐다.
‘이게 뭐지?’
마그마 로드의 시커먼 살갗으로도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이 발끝이 닿았던 곳, 눈에 보이거나 뭔가가 놓여 있지 않은 채로 그어진 듯한 경계선 너머의 온도가 확연히 달랐다. 검은 숯가루가 잔뜩 휘날리는 이쪽도 꽤 높은 온도이기는 했다. 하지만 이 한걸음 너머로는 높은 온도에다가 바람마저 아주 단단하게 뭉쳐 있는 듯했다.
이렇게 노골적 온도차라면, 허투루 발 디디면 그냥 안 둔다는 압박으로 볼 수도 있었다. 그러나 투란에게 그 압박에 대해 세심한 관찰과 깊은 생각을 할 여유가 없었다. 발끝이 닿으면서 투란이 움찔한 것에 반응하듯, 절벽에서 큰소리와 함께 불길이 치솟고 있었으니!
‘뭐야, 지금 저 절벽을 누가 뚫은 거야?’
투란이 바라보는 굵고 넓은 절벽을 누군가 내던진 불의 창이 관통한 것처럼 보였다. 그리고 그 창에 꿰인 절벽의 정상, 삐죽거리는 봉우리가 돌아가면서 투란 쪽을 향해…… 불길이 이글거리는 눈구멍을 들이댄다!
그 크고 거대한 불길의 눈동자가 투란을 찾으려는 듯이 움직이니, 곧바로 상황이 급변(急變)하기 시작했다.
* * *
그르르…….
50미터 가까운 높이에서 내려다보는 거대한 머리는 시커멓고, 눈구멍이 활활 타오르는 불덩이로 가득 채워져 있었다. 그 불덩이는 눈알처럼 둥글었고, 눈알처럼 뭔가를 찾듯이 움직였다.
불의 눈길이 향한 곳에서는 시커먼 숯처럼 보이는 암반이 울끈불끈거렸고, 그 주변으로는 두 다리를 꼿꼿이 펴고 일어선 주제에 겨우 7미터가 될락 말락 한 키클롭스 무리 십 수 마리가 우왕좌왕하면서 가슴팍에 달린 눈을 부라리며 불길을 뿜어냈다.
콰앙!
거대한 머리 아래의 몸통, 거대한 체격이지만 가슴이라고 알 수 있는 큰 틀을 지닌 몸의 왼편이 뚫렸다. 사람이라면 분명히 심장이 관통되었다고 말할 수 있는 구멍이었고, 거대한 몸에 걸맞게 구멍보다는 절벽을 관통하는 동굴이 생겨났다고 하는 편이 더 어울릴 듯했다.
그 관통된 동굴로 곧바로 짙은 바람이 불어닥쳤다.
불티가 가득 휘날렸고, 불길이 이글거리면서 구멍 안으로 스며들려는 듯이 팔랑거렸다. 바람의 노골적인 방해가 아니었다면 뚫린 구멍은 불길로 금세 채워졌을 듯한 광경이었다.
그르륵!
거대한 머리가 고갯짓을 하듯 움직였고, 그 몸통에 어울리는 팔이 치솟으면서 가슴을 어루만지는 듯한 시늉을 했다. 주변에서 오락가락하는 이질적인 작은 뭔가에 대해서는 이미 관심이 사라진 모양이었다.
하지만 이런 거대한 뜻과 다르게, 주변을 오락가락하는 키클롭스 떼는 열심히 그 이질적인 존재를 탐색하고 있었으니…….
화아아!
눈알마다 다른 방향으로 뿜어져 나오는 불길이 사방을 메웠다.
하지만 그 불타는 눈길에 걸려서 나오는 것이 없었다.
대신 불길에 시달리고 달궈진 바람이 맹렬한 돌풍이 되어 회오리처럼 피어올랐다.
콰앙!
다시 거대한 절벽의 가슴 한곳, 심장 자리가 뚫렸다.
불길로 메워지고, 그 자리에 시커먼 숯덩이들이 몰려들어 다시 채워지는가 싶은 순간에 불의 창이 들이닥쳤고…… 뚫린 자리를 계속 뚫린 채로 두라고 강요한 셈이었다.
그르르, 그륵!
성난 듯한 소리는 바위가 맞물리면서 마찰하는 것처럼 울려 퍼졌다.
숯덩이로 이뤄진 듯한 키클롭스 무리가 그 울림에 호응하듯, 여태 하던 것과는 다르게 서로 다른 곳을 보면서 동시에 불길을 뿜어냈다.
화아아, 화르륵!
콰앙, 콰드득!
가슴이 뚫리면서도 거대한 머리통이 완전히 뒤를 보겠다는 듯이 뒤틀렸다.
절벽이 한 팔을 들어올렸고, 키클롭스의 불길이 짜놓은 그물의 한 곳을 향해 떨궜다. 이렇게 수십 미터에 달하는 기둥이 끊어지지 않은 채로 시커먼 땅을 내리찍는 순간을 놓치지 않겠다는 듯, 키클롭스 떼의 눈길이 한자리에 뭉쳤다.
불길, 돌기둥이 한곳에 집중되는 광경은 듣는 것만으로도 사람의 고막을 찢어놓을 듯한 폭음을 일으켰다.
와릉, 콰아앙!
* * *
―저게 소거법을 쓰다니!
‘소거법? 그건…… 마법이 아니잖아!’
―생각하는 방법이지! 자신의 감각이 단절되는 영역을 구분하기 위해서 이 주변 전체를 자신의 감각으로 관측하면서, 관측되지 않는 한 곳을 찍어버린 거다!
‘몰튼노트는 본능뿐이고 생각없다고, 방금 전에 네가 그러지 않았냐!’
―그 본능으로 쌓아온 잔꾀가 있는 모양이다. 투란, 너 지금 증발하는 중이야! 저게 지금 모자란 질(質)을 자기 덩치에서 뽑아낸 양(量)으로 때우려 하고 있다!
‘그건 또 뭔…… 어라? 마그마가 증발하네?’
―증발한다고 했잖아! 지금 네 체격이 너무 작아! 저놈, 이 주변 거의 몇 킬로미터에서 자신의 불길을 모조리 끌어모아 퍼붓고 있다! 바위를 녹이지 않은 채로 스며드는 자신의 특성을 이용해서 마그마 껍질을 곧바로 증발시키려 하고 있어!
‘하, 하, 하. 이런 짓도 본능적으로 한단 말이지? 그럼, 상아탑의 마스터가 놀랐던 용암왕의 재간을 보여줘야겠네?’
―여유 부릴 때냐!
‘문지기의 불길을 삼킬 때를 잊었냐? 내 체격이 작다고? 이렇게 불을 부어주는 놈이 있는데?’
―빨리 해!
* * *
그르르……?
거대한 머리통 한쪽이 무너져 내리는 것처럼 갸웃거렸다.
시커먼 조각이 평소에 없던 주름잡는 표정에 휘말려 뒤엉키면서 부서져 내렸다.
거대한 머리의 눈길, 키클롭스 무리의 눈길…… 뜨겁게 이글거리는 불의 눈길이 조금 전에 자신들이 집중해서 보고 내리쳤던 자리에 나타난 붉은 덩어리를 향해 있었다.
재가 되어 흩어지는 숯과 다른, 불과는 전혀 다른 물결을 지닌 덩어리였다.
물 속에 담그면 물을 바로 증발시키든가 자신이 식어버리든가 할, 용암의 덩어리가 키클롭스의 허리춤 정도에 닿을 크기로 나타나 있었다.
그 주변으로 몰아닥치는 불길을 모조리 삼키면서!
세찬 바람이 그 표면에 닿아 여린 파문을 일으켰지만, 헤집거나 파고들지 못한 채로 표피만 긁은 채로 지나치고 있었다.
거대한 머리통의 눈구멍이 커졌다.
마치 ‘오호? 이런 신기한 것이?’라고 눈을 부릅뜬 채로 내려다보는 듯!
그리고 그 신기함을 향해 손을 뻗었다.
산사태가 뭉친 채로 몰려오듯이, 수십 미터의 팔이 수 미터의 손아귀를 활짝 펼친 채로 꿀렁거리며 부풀어 오르는 시뻘건 용암의 덩어리를 움켜쥐기 위해 뻗고 있었다!
그런데, 그 손이 하나가 아니었다.
콰릉거리는 큰 울림과 함께, 용암 덩어리가 맺힌 사방으로, 수십 미터에서 수백 미터의 간격을 둔 채로 거대한 절벽이 새로 솟구쳐서는 새로운 머리통이 생겨난 채로 새로운 팔을 뻗어내고 있었다.
그 절벽마다 따로 갖춘 가슴팍, 심장 자리가 연이어 불의 창에 뚫리고 파괴되어 나가는 광경은 마치 용암의 덩어리를 향해 일제히 불기둥을 뿜어내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콰아앙, 콰콰!
* * *
‘에이, 씨! 홀시딘은 여기 없는데 왜 홀시딘의 마법은 저렇게 미쳐 날뛰고 있냐고! 이 마법사, 대체 무슨 짓을 했기에 수십 년 전에 박아놓은 마법이 아직까지 저러고 대거인의 심장을 뚫는 거냐고! 너, 정말 안 가르쳐줄 거야?’
―‘살아있는 마법’이라고 했잖아. 저것에 대해서는, 직접 물어봐라. 저건, 정말로 내가 설명할 일이 아니니까.
‘아, 진짜! 저놈의 생명의태(生命擬態)인지 뭔지, 짜증나! 그만 볼래!’
―여유 부리고 있었냐! 그럴 때가 아니잖아!
‘쳇, 현상금이 나올지 안 나올지 모르는 일에 이게 뭔 고생이냐고…… 정찰 나온 것뿐인데…… 에잇, 몰라! 잡아먹자!’
―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