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ster×Monster: Nihilism King Arc RAW novel - Chapter 436
몬스터×몬스터: 허무왕 편 (432)
‘오오! 겁먹은 거 같아! 겁먹은 거겠지?’
―아니, 너무 어처구니가 없어서 잠시 정신줄을 놓은 것 같다만?
‘응? 아니, 뭐가 어처구니가 없어? 이건 겁먹을 상황이잖아!’
―대체 뭘 어떻게 생각하면 이게 겁먹을 상황이 되는 거냐!
‘커다란 몬스터가 박살나서 이제 끝났구나 싶을 때 그 속에서 작은 몬스터가 툭 튀어나왔는데 당연히 겁나는 상황이지! 끝이 아니라 시작하는 거잖아!’
―그 작은 놈이 나불대면서 자기가 몬스터가 아니라고 훤히 밝혔잖아! 그리고 아까부터 말하지 않았냐? 홀시딘, 저 상아탑의 마도사는 시크릿 키퍼로서 너의 위치를 정확히는 아니더라도 대강은 알고 있다고!
‘에? 그럼, 조금 전에도 내가 버닝 데드 아닌 거 뻔히 알고 있다고?’
―네 입으로 밝힌 거나 마찬가지라고!
‘근데 왜 표정이 저래?’
―어이가 없으니 저러지!
‘쳇.’
투란은 뇌리를 울리는 드라고니아의 으르렁거림에 가볍게 숨을 몰아 내쉬면서 몰튼노트의 형상을 몸에서 떨쳐냈다. 버닝 데드라 불리는 형체가 흩어지면서 검은 재가 투란의 몸에서 흘러내렸고, 불길로 이뤄진 팔다리가 사람의 살갗으로 변해갔다.
홀시딘은 그런 투란을 보면서 미묘한 한숨과 함께 묻는 소리를 낸다.
“가볍게, 그냥 가볍게 둘러보는 정찰만 하고 온다고 하지 않았나? 빨리 보내주면 빨리 돌아온다고 하고…… 어제 갔었잖아?”
투란이 움찔했다.
저 말대로 어제 그래서 바람 마법으로 투란을 단숨에 몇 킬로미터 저편으로 홀시딘이 날려줬었다. 하지만 돌아온 것은 오늘…… 그냥 돌아온 것도 아니고 아주 고약한 장난을 구상해서 돌아왔다. 별 효과는 없는 듯했지만, 그래도 지금 홀시딘이 뭔가 시무룩하니 따져묻는 소리를 들으니 괜히 변명을 해야 한다는 사명이 느껴진다!
“그건…… 어, 그건 모두 홀시딘 탓이에요!”
“탓?”
홀시딘은 전혀 이해하지 못한 듯, 멀뚱하니 투란을 바라봤다.
지금 도대체 무슨 소리를 하고 있는 것인가?
한편 투란의 뇌리에도 드라고니아의 잔소리가 울리는 중이었다.
―뭔 헛소리를 하려는 거야?
‘훗, 이럴 때는 재빨리 남 탓하는 거야!’
―뭐?
‘그냥 구경이나 하셔!’
번개처럼 생각을 흘려보낸 뒤, 투란이 후욱 숨을 몰아서 들이쉬며 외침을 터뜨리듯이 말한다.
“그 거인인가 뭔가의 가슴에 구멍을 뻥뻥 뚫는 마법! 그거, 홀시딘이 걸어둔 마법이잖아요! 그거 때문에 그 큰 녀석이 가슴으로 불을 펑펑 쏟아내면서 그 큰 팔을 막 휘두르고…… 덕분에 이리저리 퉁겨나가면서 쪼만한 키클롭스 녀석들이랑 부딪히고, 피하기도 어려웠다고요! 그래서 싸울 수밖에 없었어요! 아, 대체 뭘 어떻게 해놨던 거예요? 꽤 오래전에 걸어둔 마법 같던데…… 음, 뭐 덕분에 시커먼 거인인가 뭔가가 그 자리에서 별로 움직이질 못하기도 했지만…… 덕분에 그 가슴팍에 뚫린 구멍을 이용해서 잡아먹…… 어흠! 처치하기는 했지만, 대체 그게 무슨 마법이었어요? 그거 아니었으면 정말로 정찰만 하고 왔다고요! 그것 때문에 녀석이 꼼짝 못하는 꼴이었고, 나도 도망치기 이상해서, 그냥 싸운 거라고요! 다, 그 이상한 마법 탓이었어요! 근데 그 마법은 홀시딘 마법이었으니까…… 이렇게 이틀째에 돌아오게 된 것도, 억지로 그걸 잡아삼킬…… 큼! 처치할 때까지 싸워야 했다고요! 그러니까, 홀시딘 탓이라고요! 인정하죠?”
―야, 이 사기꾼아!
드라고니아가 진저리 치는 듯한 소리를 쩌렁쩌렁 투란의 뇌리에 꽂아넣었다.
하지만 투란은 그 소리를 버티면서 들은 척도 하지 않았고, 홀시딘을 바라보면서 ‘그 마법 탓!’ 이라고 눈을 부릅뜨고 강조하는 표정을 지을 뿐이었다. 한데…….
“그러니까, 그 마법 덕분에 꼼짝 못하는 몰튼노트의 대거인을…… 그 자리에서 때려잡아 버렸다는 거야? 그 마법이 있어서, 저곳의 몰튼노트를 정리했다고?”
“어, 그렇죠! 근데, 대체 뭔 마법이었어요? 아주 이상하던데.”
“이상해?”
“며칠 전에 걸어둔 마법이 아니었잖아요? 몇 년…… 착각인지 모르지만, 거의 몇십 년 느낌이 팍팍 났다고요. 도대체 무슨 마법인데 그렇게 오래 묵은 채로 그런 덩치 가슴팍에 계속 구멍을 뻥뻥 뚫고 있었데요? 심지어 그 놈이 새로운 형체를 만들려고…… 아, 그렇지! 알고 있었죠? 저 검게 변한 땅 위에서 버닝 데드가 되어 돌아다니는 녀석들, 때려잡아도 금방 다시 만들어지고 되살아나는 것처럼 되는 거 말이에요. 그 이상하게 생겨먹은 키클롭스도 자꾸 다시 만들어졌고, 내가 끌고 나온 거인, 대거인 맞죠? 그것도 다시 되살아나는 것처럼 도로 만들어지던데…… 그 때마다 가슴팍에 구멍을 뚫어버렸어요. 거인인가는 어떻게 되살아나도 구멍 뚫린 꼴이 되어서 거기서 꼼짝도 못하게 해놓은 것 같던데…… 어떻게 한 거예요?”
투란은 홀시딘이 아주 먼 곳을 바라보면서 아련한 표정인 것을 보고, 아무래도 설명이 부족한가 싶어서 열심히 말했다. 드라고니아가 ‘살아있는 마법’이라고 말한 것이 대체 뭔가 알아내기 위해서.
과연 홀시딘도 투란이 무슨 말을 하는지 뭘 묻고 있는지 겨우 알아차린 듯, 입을 열기는 하는데…….
“그래, 그랬군. 그랬어…… 그 마법이…… 투란이 몰튼노트를 제압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는 거지?”
목이 쉰 듯한 소리를 내고 있잖은가!
투란은 어리둥절했고, 슬그머니 한걸음 뒤로 뺄 준비부터 하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죠. 그게 아니었다면 몰튼노트 거인인가가 벌써 옛날에 마법 장벽을 넘어다녔을 걸요? 그걸로 막아둔 거잖아요? 맞죠?”
“허허…… 허허허…… 알아…… 봤어?”
“당연히!”
“허헛, 허허…… 으허허허…… 허어엉! 으허어엉, 어엉!”
“헉? 호, 홀시딘? 마스터 홀시딘?”
투란은 재빨리 두걸음 뒤로 물러섰지만, 당황스러움을 어찌할 수가 없었다.
홀시딘이 볼을 실룩거리면서 괴상하게 웃는가 싶더니만, 갑자기 입을 크게 벌린 채로 목놓아 울고 있잖은가! 눈물도 두 눈가에서 펑펑 쏟아져 나오는 것이 두개골 속에 무슨 물통을 숨겨뒀다가 퍼부어 내는 듯한 몰골이었다.
‘왜, 왜 이래? 웃는 척하다가 왜 이리 처울어!’
투란에게는 전혀 납득이 가지 않는 상황이었다.
그리고 홀시딘은 터진 울음을 자제할 생각이 전혀 없는 듯…….
“흐어어엉! 제론! 어……흐으응! 하펠! 들었어! 도움이 되었단다아아! 으허허헝! 파나틱 플레임이…… 너네가 도움이 되었다잖아! 허어어어엉! 들었냐고! 이 미친놈들아! 허어어엉! 알아본다잖아, 수십 년 동안…… 니네가 거길 지켜온 것을…… 당연히 알 수 있다잖아! 허어어엉!”
뭔가 투란이 무슨 말인가 알아들을 수 없는 소리를 쏟아내면서 더욱 거세게 울어제끼고 있었다.
‘으아아, 도대체 왜 이래! 이 할배 대체 왜……!’
투란은 입을 벙긋거리면서 손발을 허우적대는 꼴로 홀시딘을 바라봤고, 홀시딘은 멀리 치솟는 바람의 검은 잔해, 오랜 옛날의 추억을 더듬으면서 울음을 그치지 않았다.
* * *
휘이잇!
“불티가 튄다! 바람으로 막아!”
콰앗!
“네가 막아야지, 하펠!”
퍼억!
“젠장, 나 여유 없다고! 홀!”
화르륵!
“야! 불이 아냐!”
“야, 인마! 바람, 바람이라고!”
쿠아아아!
“닥치고 뒤로 튀기나 해!”
아이본 탈렉 홀 시디넬은 바람이라고 외치는 두 명의 동료 마법사를 향해 거친 소리를 터뜨리면서 손짓했다. 뜨겁고 사나운 마력이 그 손짓에 따라 움직였고, 불꽃을 형성했다.
새파랗게 타오르는 불꽃이 홀의 손짓에 흔들대는 꼴을 보는 순간, 제론과 하펠은 더 이상 따질 여유를 잃은 표정인 채로 전력으로 달리면서 자신들의 몸을 휘감는 마법의 바람을 일으켰다.
세 마법사의 로브가 제멋대로 불의 열기와 바람의 흔들림을 반영하며 펄럭였고, 불티를 튀어 올리면서 세 사람의 마법사를 향해서 포악한 몸짓으로 다가오는 시커먼 키클롭스, 하나뿐인 눈이 달린 머리통이 가슴팍에 달린 듯한 키클롭스의 걸음도 빨라졌다.
키클롭스의 추격을 받으며 제론, 하펠 둘은 가속한 움직임으로 짙은 갈색 머리카락을 휘날리는 홀의 곁을 지나쳤다. 홀은 둘이 그렇게 자신을 스쳐가는 순간, 손을 뒤집는 듯한 손짓을 했다.
새파란 마법의 불꽃이 시커먼 키클롭스를 덮쳤다.
허공을 찢는 소리와 푸릇한 광채가 7미터에 가까운 키클롭스의 형체를 잠시 지워버린 것처럼 보였다.
그워어어!
새파란 불길 속에서 짙고 탁한 괴성이 울려나왔다.
키클롭스의 형체가 급격하게 축소되었고, 검게 찰랑대는 그림자가 순식간에 녹아내리듯이 파란 불꽃 속에서 사라졌다.
“좋았어! 봤어? 이게 바로 나의…….”
퍽, 퍽!
자랑스럽게 돌아서면서 자랑하는 소리를 늘어놓으려는 홀의 머리 위로 두 마법사의 주먹이 떨어져 내렸다. 아무 대비도 없이 제대로 주먹마디에 머리를 찍힌 홀의 짜증은 제대로 터질 수밖에 없었다.
“아프잖아!”
바로 홀의 앞에 더 꽉 쥔 주먹을 내밀면서 제론이 으르렁거린다.
“아프라고 때렸거든?”
하펠은 때린 손으로 홀의 어깨를 꽉 잡아가면서 낮게 위협적인 소리를 낸다.
“미쳤냐? 우리가 아직 저쪽에 있는데 헬플레임이야? 미쳤어? 미쳤구나! 죽어볼래? 앙!”
홀은 둘이 동시에 화를 내는 꼴을 보면서 입술부터 삐죽거렸다.
“잘 했잖아? 그냥 도망쳤으면 또 반나절을 숨바꼭질하면서 뛰어야 했는데!”
제론과 하펠이 한숨을 세게 내쉬면서 홀을 노려봤다.
홀 또한 그 눈길을 마주 보면서 더욱 고집스럽게 말한다.
“내가 헬플레임을 쓰지 않았으면, 저게 휘날리는 불티에 쫓겨서 또 한참을 뛰며 맴돌았어야 했잖아! 벌써 몇 번씩 그랬잖아! 차라리 이렇게 한방에 정리하는 게 낫잖아! 틀렸어? 내가 틀렸냐고!”
하펠이 혀를 차는 소리를 냈고, 제론이 다시 한숨을 쉬면서 대꾸한다.
“홀, 저게 적응력이 있을 경우에 대해서는 생각 안했냐?”
“몰튼노트에게 무슨 적응력이…….”
홀이 투덜대는 대꾸를 하려 했고, 곧장 하펠의 손가락이 홀의 이마를 세게 튕겼다. 따악 소리와 함께 하펠의 목소리가 크게 울린다.
“버닝 데드가 상황변화에 얼마나 빨리 대처하는가! 얕보지 말라고 들었을 텐데?”
“아으! 아프다고! 얕보지 않았어! 얕보지 않았으니까 바로 헬플레임을 썼잖아! 이 정도면 적응력이 있다고 해도 대처가 되고, 이 몰튼노트는 지금 영역화한 상태라서 환경에 적응하지 않는다는 것도 고려했다고! 내가 쓰는 마법 따위, 저놈에게는 그냥 잠깐 스쳐가는 바람 정도라는 것도 파악하고 썼다고!”
홀이 씩씩대면서 제론과 하펠의 손에 닿지 않게 거리를 두면서 길게 외쳤다.
제론과 하펠은 이 소리에 흘깃 서로를 바라봤다. 오가는 눈길 속에 둘은 곧 어정쩡한 목소리로 한마디씩 주고 받는다.
“그렇기도…….”
“하지.”
홀이 그런 둘을 향해 발끈해서 목청을 높여 말한다.
“어이! 이봐요, 나보다 두 살씩 더 많은 동기분들? 그쯤에서 사과하시지? 내 머리통에 혹 만든 죄에 대해 얼른 사과해! 반나절을 쫓길 위기에서 구해줬잖아!”
“음…… 그렇다는 것은…….”
제론이 슬쩍 멀리 보는 시늉을 하면서 말을 흐렸다.
하펠은 히죽 웃음을 떠올리면서 제론의 말을 잇듯이 말한다.
“앞으로 적어도 반나절, 아니면 하루 정도 홀은 마법을 쓸 수 없는 거네? 우와, 마법을 못 쓰는 마법사를 뭐라 해야 하지?”
“부화하지 않는 달걀.”
제론이 재빨리 대답했다.
홀은 그런 둘을 향해 입만 벙긋거리는 모습이었다.
하펠이 스윽 주먹을 쥐어 올리면서 나긋한 소리로 말한다.
“그런 달걀은 파삭 깨서 재빨리 지져 먹어야 한다지?”
홀이 조금 당황한 태도로 슬쩍 한발 뒤로 더 빼면서 더듬거리는 소리로 대꾸한다.
“새, 생명의 은인이다…… 조, 존중 좀…….”
“이 두 살 어리고 성질 급한데다가 심심하면 헬플레임부터 쏟아내려는 꼬맹아! 마법사라면 가끔 뛰어야 할 때가 있다는 것도 이제 그만 깨달으라고!”
하펠은 주먹을 휘두르면서 내달렸고, 홀은 아예 몸을 돌려 도주했다.
쫓고 쫓기는 두 동기를 보면서 제론이 한숨을 쉬었다.
“깨달았으면 멈추는 것도 얼른 좀 알아라. 하아.”
둘이 티격태격하는 곳에서 눈길을 돌리며 제론은 검게 물든 채로 치솟는 바람의 장벽 너머를 바라봤다.
몰튼노트, 그로 인해 새카맣게 변해버린 평야가 그들 앞에 펼쳐져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