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ster×Monster: Nihilism King Arc RAW novel - Chapter 441
몬스터×몬스터: 허무왕 편 (437)
“왜! 웃지 말라고요!”
투란은 버럭 다시 소리를 쳤다.
홀시딘은 갸웃하면서 대꾸한다.
“왜? 뭐가 잘못되었나?”
너무 태연하고 뻔뻔한 모습의 마법사였으니, 투란으로서는 다시 한 번 제대로 발끈하는 표정을 짓지 않을 수가 없었다.
“두 번째 시련이라니! 하나 겨우 끝났구만! 뭔 시련을 쉬지 않고 계속 치르냐고요! 이런 사냥 한번 하고 나면 어느 정도 휴식을 해야…….”
“그래, 내일까지 쉬라고. 자아, 여기 폭신하고 부드러운 침구도 있잖나? 얼른 쉬어. 내일까지 푸욱 쉬라니까. 내일 출발할 테니, 얼른 쉬지 않으면 내일 굉장히 피곤해질 수도 있다고.”
“뭐가 내일이야아앗! 방금, 오늘 겨우 끝낸 사냥이라고요오옷! 몬스터를 하루도 쉬지 않고 잡으러 다니는 놈이 어딨어! 이런 거라면 적어도 서너 달은 몸 추스르면서 쉬는 거잖아요옷!”
투란은 바로 침구로 몸을 던져 팔다리로 발버둥치는 모습을 하며, 말 그대로 온몸으로 거부하는 몸짓을 보였다. 그 모습에 홀시딘은 살짝 눈물 자국을 손가락으로 눌러 닦아 없애면서 담담하게 말한다.
“누가 내일 바로 사냥을 시작한다고 했나? 내일 출발한다고. 오늘은 푹 쉬고 내일 길을 떠난다는 것뿐이잖아. 거기 도착한다고 해서 당장 시련을 시작할 것도 아니야. 미리 알아둬야 할 것이 꽤 있으니까. 이번처럼 일단 가서 보느니 뭐니 하는 소리는 하지 말라고. 깜짝 놀랐다니까, 가자마자 시련 끝내고 그런 모습으로 돌아올 줄이야. 아, 정말 심장이 덜컹 해서 멈추는 줄 알았네.”
“거짓말하지 말아요. 나 돌아오는 거라고 뻔히 알고서 빤히 쳐다보고 있었던 거, 알아봤거든요?”
투란이 누운 채로 고개만 살짝 들어 올리면서 투덜거렸다.
홀시딘은 부정하지 않았다.
단지 투란을 외면한 채로, 한쪽에서 하얗고 얇은 종이를 한 뭉치 꺼내서 늘어놓으며 펜과 잉크를 준비할 뿐이었다. 마치 이제부터는 자신이 하는 일에 투란이 전혀 도움이 안 되니까 아예 모르는 척한다는 듯한 태도였다.
그 모습에 투란이 살짝 어이없어 하는 표정을 지을 때, 투란의 뇌리에서는 진심으로 어이없어 하는 소리가 울리고 있었다.
―비밀을 쌓아놓고 사기 치는 너나, 사기를 치든 말든 상관없이 밀어붙이는 저 마도사나…… 인간들, 대체 왜 이러는 거냐?
‘응? 왜 이러냐니! 사람을 날로 우려먹고 뜯어먹으려고 하잖아! 그냥 당할 수는 없지! 아, 근데 지금 뭐 하는 거래? 저 귀한 종이로 마법을 쓰려나? 뭔지 알아보겠어?’
―귀한 종이냐. 그리 귀한 마법은 아니다. 단지, 요새는 잘 안쓰는 마법일 텐데 무슨 생각인지 모르겠군. 메신저 마법이 효율이 훨씬 좋을 텐데 말이야. 응? 아, 저거 혼자 날아가는 편지야. 페이퍼 액터…… 종이가 그리 귀하지 않기 때문에 대량생산이 가능했기 때문에 시작된 마법이지. 짐승 모양으로 만들어서 짐승처럼 날뛰게 할 수 있거든. 편지라면 새의 형태로 만들어서 날리겠지.
‘종이를? 종이짝처럼 잘 찢어진다는 말도 있는데, 종이로 짐승을?’
―바보냐? 마법으로 완성된 짐승이 찢어질 리가 있냐! 진짜 짐승을 찢어버릴걸! 너, 마법이 무슨 애들 흙장난인 줄 알아? 마법 쓸 줄 아는 놈이 어떻게 그딴 소리를 하냐고! 정신 차려!
‘모르는 마법이다, 뭐…….’
투란은 찔끔해서 슬그머니 눈길을 홀시딘의 바쁜 두 손에 집중시키면서 드라고니아의 잔소리를 외면하려 했다. 홀시딘은 투란이 호기심 가득한 눈길을 보내든 말든 자기 일에 열중하는 모습이었다.
하얀 종이 뭉치 위로 뚝뚝 떨어진 검푸른 잉크 방울은 곧바로 맨 위의 종이를 투과해서 그 아래로 스며들고 있었다. 맨 윗장에 써진 문자가 곧장 맨 아래쪽 종이까지 물들이면서 새겨지는 광경이었다.
홀시딘은 그렇게 여러 장의 편지를 한번에 쓰고 있었다.
그리 복잡하고 긴 사연은 아닌 듯, 홀시딘은 고작 몇 줄을 썼고 바로 종이를 한꺼번에 돌돌 말아서 두 손에 쥐고 일어서며 가볍게…… 보통은 귀에 들리지 않을 작은 소리를 아주 빠르게 내뱉었다.
‘헤에? 주문이 저렇게 빨리?’
투란은 뭔가 짧은 두어 마디에 불과한 소리가 곧바로 종이 두루마리에 세찬 마력의 파동을 일으키는 것을 느끼며 놀랐다. 저 속도는 윌 라이트에 의해 마법이 펼쳐지는 것보다 더 빠른 듯하잖나.
투란의 낌새를 느낀 드라고니아가 투덜거림을 토해낸다.
―미리 준비해둔 종이라고! 촉매로 물들여놓고 필요에 따라 주문을 간략화시켜서 사용하는 준비된 마법이었을 뿐이야. 너도 제대로 준비하면…….
‘아, 새 됐어!’
종이 두루마리가 순식간에 움찔거리면서 홀시딘의 손아귀에서 튀어나갔고, 낱장으로 흩어지는가 싶더니 곧장 날개를 퍼덕이는 하얀 새가 되어 날아가는 광경이 펼쳐졌다. 한 무리의 새가 흩어져서 제각각 다른 방향으로, 빠르게 날아 사라져가고 있었다.
투란은 눈을 깜박거리면서 바로 앉았고, 몸을 앞으로 기울이며 홀시딘에게 묻는 소리를 꺼낸다.
“그거, 새 말고 다른 것도 되는 거예요?”
―야, 된다고 했잖아!
드라고니아가 은근히 성질내는 소리를 던졌지만, 투란은 홀시딘을 향한 눈길을 거둘 생각이 전혀 없었다. 이 눈길이 꽤 부담스러운 듯, 홀시딘은 슬쩍 한걸음 옆으로 떼며 되묻는다.
“어, 왜?”
어정쩡한 대꾸였고, 왜 마법의 비밀을 탐색하냐고 따지는 듯한 소리였다.
“에, 그러니까…… 새가 날았잖아요. 다른 거, 개가 되면 냄새도 맡고…… 곰이 되면 데리고 다니면서 함께 싸우거나 할 수 있고, 말이 되면…… 마차에 묶어서 부려먹을 수도 있고…… 종이로 만들어서 그렇게 할 수 있는가 궁금하잖아요!”
투란은 오로지 순수한 호기심 때문이라고 열심히 손짓하며 말했다.
이에 홀시딘은 잠깐 멍한 표정을 짓다가 곧 쓴웃음을 띄운 채로 대답한다.
“그렇게 부려먹을 수 있는 짐승을 종이로 구현해내는 마법만 후벼파는 놈들이 있기는 하지. 다른데 전혀 관심이 없이 종이만 다루려고 하고, 그나마 조금 시야가 넓은가 싶으면 종이랑 함께 쓸 수 있는 잉크나 가위, 그 정도만 더해서 연구하는 경우라서…… 아예 페이퍼 메이지라고 부르는 녀석들이야. 뭐, 난 그렇게까지 연구한 경우는 아니라서 말이야.”
“몬스터는요? 종이로 몬스터도 만들 수 있어요?”
“뭐? 그렇게까지 하는 놈 얘기는 못 들어봤는걸?”
갸웃하면서도 ‘혹시 그런 놈도 있지 않을까?’ 하는 묘한 의심을 하는 말투로 홀시딘은 대답하고 있었다.
“혹시 마법사가 만들어내는 비실이 오우거가 그렇게 종이로 된 거 아닌가요?”
“비, 비실이 오우거?”
“예! 비실거리고 홀쭉하게 생긴 오우거!”
“가디언 얘기였구나. 그런 거면 거의 쓸모없을 텐데? 아, 혹시 로그메이지 녀석들이 대충 만든 거라도 본 거냐?”
“에? 로그메이지…… 그건 잘 모르겠지만, 짐만 들고 다니는 짐꾼 비실이 오우거! 종이로 만들 수 있는 건가요?”
“안 만들지. 페이퍼 메이지라면, 그렇게 볼품없는 거는 만들지 않아. 은근히 모양에 신경 엄청 쓰는 녀석들이라서…… 만든다면 차라리 갑옷 입은 기사 형태의 가디언을 만들겠지. 아, 기왕 말 나온 김에 나도 좀 묻자. 투란, 너 오우거에 대해 얼마나 알지? 가디언으로 구현된 오우거 말고, 진짜 오우거에 대해서 들은 적 있나?”
“오우거? 진짜……? 음…….”
투란은 잠시 머리를 긁적였다.
두꺼비 머리통을 한 오우거 비슷한 놈도 봤고, 오우거라 부르는 게 그리 부족해 보이지 않는 크고 힘센 그랑츄도 봤다. 한편으로는 짐꾼 노릇하는…… 전혀 오우거 같지 않은 가디언인데 그 주인이 박박 오우거라 우기는 꼴도 봤고, 옛날이야기 속에서 기사를 만나 열심히 박살나주는 오우거의 전설은 아주 익숙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 어느 것도, 어쩐지 지금 홀시딘이 묻는 ‘진짜 오우거’는 아닐 듯하잖나?
“그 진짜 오우거라는 게 뭔데요?”
어쩔 수 없이 이렇게 되묻고 마는 투란이었다.
한데, 이 물음이 투란의 입술 사이에서 나오는 순간 입이 좌악 볼을 가르며 찢어질 듯한 홀시딘의 저 표정은 대체 뭔가! 마치 덫을 놨는데 짐승이 바로 걸렸다는 듯한 낯짝이라니!
“그레이우드라는 곳이 있다. 발 들여놓지 말라고 친절하게, 헌터 길드와 상아탑에서 금지구역으로 지정해놓은 금단의 숲이지! 거기 진짜 오우거가 있지! 무쇠뿔 오우거라고 부르는, 무쇠보다 더 단단한 뿔을 지닌 오우거가 말이야!”
“아, 네.”
투란은 ‘그래서 어쩌라고요?’라는 표정과 함께, 덫을 피하는 자세로 대답했다.
홀시딘이 보다 열의가 넘쳐나는 표정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며 말한다.
“내일 우리가 만나러 갈 놈이지!”
짧은 얘기였다.
투란은 심드렁하니 꾸민 말투로 ‘아, 네.’라고 반사적으로 대답하다가 화들짝 놀란 소리를 바로 질러야 했다.
“에, 뭐라고요? 오우거랑 친구였어요?”
“응? 친구? 하핫! 어느 동네 옛날 얘기냐, 그건! 그 무쇠뿔 오우거가 바로 두 번째 시련이니까, 가는 거야! 자, 우선 푹 쉬어야 했지? 자, 쉬어!”
“자, 잠깐만요! 오우거가 시련? 왜요?”
투란이 빠르게 휘휘 내젓는 손짓을 하면서, 조금 심각한 말투로 물었다.
홀시딘은 거침없이 방긋 웃음을 지으면서 바로 대답한다.
“왜는, 잡으러 가는 거지.”
“마스터 홀시딘! 장난치지 마시라고요! 오우거가 아무리 대단하다고 해도, 몰튼노트 절벽에다가 구멍 뻥뻥 뚫는 마법을 쓸 줄 아는 마스터 홀시딘이 그걸 시련이라고 말할 리가 없다는 거, 잘 알거든요? 숨기지 말고 말해요! 그놈, 정말 오우거예요? 이제 와서 쉬운 일을 맡길 것도 아니면서!”
“시련인데 쉬운 일을 맡길 리가 없잖아? 당연히 어려운 일이지…… 하지만 두 번째 시련은 정말로 그놈, 그레이우드의 무쇠뿔 오우거를 잡는 거 맞아.”
“뭔 놈의 오우거인데, 직접 안 잡고 시련으로 넘기는 거예요?”
투란이 눈을 가늘게 하면서, 잔뜩 의심하는 눈초리를 들이대며 물었다.
드라고니아는 이때 투란의 뇌리에 그 의심을 보채는 듯한 소리를 보태고 있었다.
―그레이우드? 아, 그 요정이 떠난 숲인가? 거기 오우거가 단단한 뿔 한 쌍을 지녔다는 얘기는 들은 적 있군. 하지만 그 오우거는 몬스터로 분류되지 않을 텐데? 대체 무슨 얘기를 하는 거지, 이 마법사 설마 뭔 사기를 치려는 건가!
덕분에 투란의 눈길에서는 더욱 깊은 의심이 노골적으로 뿜어져 나오는 듯했고, 홀시딘은 이를 알아차렸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한다.
“요점만 간단히 말하자면, 마법으로 못 잡는 놈이야. 헌터 파티가 잡을 수도 없는 놈이고…… 마법이면서도 마법이라 할 수 없는 힘, 헌터 파티가 도전할 수도 없는 괴물에 도전할 수 있는 자. 그러면서도 홀로 오우거를 상대할 역량이 있는 누군가가 꼭 필요한 경우이고, 꽤 오랫동안 적임자를 찾고 있던 토벌 대상? 얘기가 복잡해졌나? 뭐, 간단히 말해서 투란 너 말고 딴 녀석이 잡기에는 아주 곤란하다, 이런 얘기야. 시련이라 불릴 만큼 골 아픈 놈이라고.”
투란의 눈이 저절로 껌벅였다.
그 표정을 보면서 홀시딘이 키득거리는 괴상한 웃음을 지었다.
“투란, 무쇠뿔 오우거는 이제까지 네가 들었던 옛날이야기에 나온 적이 없을 거야. 그레이우드의 수호자, 토벌도 사냥도 필요 없는 숲을 지키는 폭군. 그 무쇠뿔 오우거가 몬스터가 돼 버린 거는 대강 이십여 년 전이고…… 피해를 줄이려고 정보를 꽤 봉쇄해놨거든. 헌터 길드에서도, 상아탑에서도 말이지.”
“피해를 줄이려고……?”
“풀려난 오우거를 상대해 본 헌터 파티는 많으니까. 상대가 요정의 절규 속에서 태어난 진짜 숲의 폭군이라고 해도 어떻게 상황 봐서 당해낼 수 있지 않을까 싶어 사냥에 나설 놈들도 있거든. 그런 경우에는 정말 영문도 모르고 몽땅 죽어나갈 테니까, 헌터 길드에서도 제대로 된 대책이 세워질 때까지는 정보를 막고 아예 접근하지 못하게 막아둔 거지. 그래놨는데도 그레이우드의 다른 사냥감에 홀려서 숲을 들락이다가 죽어 나가 놈들이 적지 않았지. 그리고 이제는…… 요 몇 년 사이에 더 숨기기도 곤란한 상황이 자꾸 터지고 있어서 이 주변으로는 슬슬 소문이 퍼지고 있거든.”
실실, 실룩이는 웃음 속에 마침내 답을 찾아내서 행복하다는 표정으로 홀시딘은 말하고 있었다. 그 꼴을 보는 투란은 도대체 이게 무슨 소리인가 감을 잡지 못해서 혼란스러움이 가득했다.
―뭔가 대단히 꼬인 상황인 모양이로군.
드라고니아도 홀시딘의 말을 납득할 수 없는 듯, 갸웃하며 이리 말하고 있었다.
어쩔 수 없이 투란은 확인해서 물어야 했다.
“길드에…… 헌터 길드에 몬스터 격퇴할 대책이 없다고요? 어쨌든 오우거인데?”
너무 유명하기 때문에 아주 강한 몬스터의 대표로 꼽히면서도 오우거에 대한 사냥법은 거의 완벽하게 갖춰진 채가 아니던가?
적어도 투란은 그렇게 들었다.
그 때문에 요정의 숲을 홀로 지키면서 격렬한 충돌 속에 장렬하게 스러져간 오우거 이야기가 그리도 애달프면서도 멋지지 않던가!
“그래, 없어. 아니, 쓸 수 없는 한 가지 방법뿐이라고 해야겠군. 마법이 먹히지 않는데다가 죽지도 않는 오우거를 사냥할 방법은 몬스터 로드가 때려누이고 삼키는 것뿐이지. 그런데…….”
“잠시만요! 지금 죽지 않는다고 했어요? 분명히 죽지 않는다고 했지요?”
“응. 무쇠뿔 오우거는 지금 불사신(不死身)이야.”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