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ster×Monster: Nihilism King Arc RAW novel - Chapter 449
몬스터×몬스터: 허무왕 편 (445)
작은 것이 꼬물꼬물, 몸에 끈적끈적하게 각질(角質)을 붙인 채로 쪼개진 열매 혹은 알 속에서 기어 나왔다. 작은 두 손으로 땅을 짚고 기던 것은 곧바로 몸을 일으키며 두 발로 섰고, 아장거리면서 무조건 보이는 앞으로 내딛으며 몸에 붙은 각질, 끈적끈적한 나무껍질로 보이는 것을 후벼내는 손짓을 했다.
나무 아래 가득한 풀밭 위로 작은 것들은 초록빛 몸을 움직이면서 두리번거리는 모습으로 뒤뚱거리며 잠시 걸었다.
워, 웨에!
작은 것을 내려다보고 있던 나무 얼굴이 입을 열었고, 이번에는 희끄무레한 조각을 제대로 토해냈다. 조각은 여러 개였고, 아장거리는 조그마한 셋의 주변에 세게 튕기며 굴렀다.
풀밭에서 아장거리고 뒤뚱대며 걷다 구르다 하던 작은 것들이 이에 곧바로 돌아봤다. 셋은 거의 동시에 조그마한 손으로 자기 주변을 더듬으면서 조각을 찾아 집어 올렸고…….
오드득, 와득, 우드득.
작은 입에서 나는 것이라 믿을 수 없는 거친 소리와 함께 씹어 삼켰다.
그리고 변했다.
‘헐?’
푸르스름한 눈빛으로, 수백 미터 저편을 바라보다가 투란이 입을 꽉 다문 채로 놀란 소리를 삼켰다. 빛의 화살은 여전히 투란 앞에 둥실거리며 뜬 채로 저쪽을 가리키는 중이었지만, 투란은 굵은 나무 가지 위에 올라앉은 채로 꼼짝 않고 있었다.
―호오, 저런 식으로 능력을 계승시킬 수 있었나.
드라고니아는 뭔가 탐구적인 태도로 투란이 바라보는 광경을 지켜보는 듯한 소리를 냈다.
이마와 눈가를 감싼 검은 가죽의 광택 사이로, 푸른 눈동자가 박힌 눈알이 크고 작은 형태로 여럿 박힌 모습으로 투란은 낯을 찌푸렸다. 드레이크의 시각은 중첩되면서 아르고누스에 의해 강화되며 무성한 나뭇가지, 그 좁은 틈새로 티끌보다 작게 보이는 저편의 광경을 바로 코앞에서 살점 하나까지 세면서 볼 수 있게 해주고 있었다.
덕분에 투란은 꼬마 트롤 세 마리가 몸을 키우면서 살갗 사이로 단단한 암석(巖石)의 질감을 지닌 껍질을 뿜어내면서 감싸는 광경을 아주 선명하게 보는 중이었다.
‘트롤이라더니, 바위 트롤이었나.’
―응? 얼핏 바위 트롤이라고 하지 않았나?
‘어? 홀시딘이 말한 적 있나?’
갸웃하면서 투란은 바위 트롤에 대해 들었던 기억을 더듬었다.
역시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오우거냐 트롤이냐를 놓고 엄청 싸우면서 말다툼을 벌이던 헌터들의 모습이었다. 그리고 지금 꾸역꾸역 덩치를 키우고 있는 바위 트롤의 형상을 보면서, 거기에 무쇠뿔 오우거의 모습을 겹쳐보면서 알 수 있었다.
‘차, 착각하기 쉬운데?’
무쇠뿔 오우거가 다른 오우거와 닮았는가는 알 수 없었다.
뿔 달린 것부터 많이 다른 느낌이었으니, 오히려 좀 색다른 모습일거란 생각이 먼저 든다. 하지만 어쨌든, 그 뿔을 빼고도 거의 3미터 50의 거대한 체격이었고 굵직하고 넓은 어깨와 우람하고 튼튼한 가슴팍과 굵은 다리는 뱃살이 찰랑대는 듯한 복부를 날씬하게 보일 지경이었다. 손발, 머리 언저리를 감은 듯한 검고 푸른 껍질은 제대로 된 격투가의 무장처럼 보였고!
한데 저 트롤 셋이 그런 형상을 흉내라도 내는 듯이 커지면서 바위 껍질을 두르고 있었다. 다만 복부가 빵빵하게 부푼 꼴이 가슴이나 다리의 우람하고 굵직함으로도 어찌할 수 없을 정도로 둥글고 넓게 퍼져 있는 것만 조금 다를 뿐!
가만히 가늠해보니, 팔다리 굵기라든가 어깨와 배의 폭은 무쇠뿔 오우거보다 더 커보이잖는가!
‘아니, 잠깐! 저것들 조금 전까지 쪼그맣다가 갑자기 다 컸어!’
문득 투란은 화들짝 놀랬다.
커지는 꼴을 신기하게 보다 보니, 어느새 저것들의 키가 3미터를 훌쩍 넘어서고 있잖은가!
거의 20센티가 더 높아진 다음에야 그 키의 확장이 멈췄다.
그러나 그 팔다리, 몸통의 두께는 그 뒤로도 잠깐 더 확장되었고…….
쿠에에에! 쿠워어어! 크워어엉!
세가닥 괴성이 숲을 뒤흔들면서 우렁차게 퍼졌다.
―흠, 저 정도면 오우거에게 덩치로 밀릴 일은 없어 보이는군. 게다가 물려받은 바위 조각도 보통이 아닌 모양이로군.
‘응? 바위 조각?’
―바위 트롤은 어떤 암석과 접촉했는가에 따라서 그 몸에 두르는 암석상(巖石狀)이 달라진다. 풀밭에서 제대로 된 돌을 얻지 못할 줄 알았는데, 나무랑 엮인 마마 트롤이 자신이 지니고 있던 암석 파편을 넘겨주면서 단숨에 성장해버렸어. 자세히 봐야겠지만, 저 암석상은 무쇠뿔 오우거의 무쇠나무 껍질보다 못하지 않아 보여.
‘바위 트롤이 그런 놈이었나.’
갸웃하면서 투란은 열심히 괴성을 울리면서 어미 곁을 떠나 제대로 나무를 짓밟고 꺾어 버리는 세 마리 트롤이 포악 떠는 꼴을 보는데…….
그르르!
‘어?’
깊은 동굴이 목젖을 울리는 듯한 소리가 숲을 가로질렀다.
워어어어!
포효와 함께 무쇠뿔 오우거가 나타났다.
손을 내밀면 바로 닿을 거리에 갑작스럽게 출현한 오우거의 모습에도 바위 트롤은 당황하지 않았다. 당황하는 대신에 냅다 주먹질을 할 뿐이었다. 두툼한 암석의 건틀릿을 낀 듯한 굵고 큰 주먹으로!
쾅!
무쇠껍질을 두른 오우거의 턱에 바위껍질을 두른 트롤의 주먹이 박혔다.
와득!
오우거가 턱을 움츠렸고, 트롤은 주먹을 빼지 못했다.
트롤의 주먹을 턱짓으로 움켜잡은 듯한 모습으로, 거대한 뿔을 기울이면서 오우거가 잠시 트롤을 내려다보는 듯했다.
그르르.
오우거가 다시 깊은 동굴처럼 목젖을 울렸고, 한 손이 바람처럼 트롤의 팔죽지를 잡았다. 순간적으로 트롤의 살갗에 바위조각이 돋아났다. 그러나…….
와득!
바위껍질이 으깨지면서 트롤의 살이 찢어졌다.
오우거의 손아귀가 힘을 주며 트롤의 팔을 내리 눌렀고, 턱과 손에 잡힌 트롤의 팔이 바로 부러지며 꺾여 버렸다.
크웟! 쿠어어! 크워어!
비명을 지르는 트롤, 고함을 지르는 트롤이 한꺼번에 움직이면서 오우거를 향해 주먹질을 하고 손을 내밀었다. 무쇠뿔이 흔들거렸고, 방향을 바꾸는가 싶더니 오우거가 곁에서 달려드는 트롤을 향해 잡고 있던 트롤을 방패삼듯이 들이댔다.
쿵!
두 마리 트롤이 부딪혔고, 그 사이에 다른 한 마리 트롤이 뽑아든 나무를 휘둘러 오우거를 내리찍고 있었다.
사앗, 촤아악!
흔들거리는 나뭇가지, 찰랑거리는 잎사귀가 바람을 가르는 소리를 냈지만 오우거의 등짝과 뒤통수를 할퀴고 스쳐간 정도에 불과했다. 무쇠뿔 두 가닥에 나뭇가지가 살짝 휘감기다가 뜯기는 꼴이었고, 오우거는 자신의 뒤통수에 등짝을 패는 트롤 쪽은 돌아보지도 않았다. 대신 오우거의 손이 잡고 있던 트롤을 당겼고, 다른 한 손이 굳게 쥔 주먹을 높이 치켜올렸다가 그 볼과 목을 꿰뚫겠다는 듯이 내리찍었다.
당겨진 트롤은 오우거를 뿌리치려고, 잡힌 팔과 잡히지 않은 팔을 허우적댔지만 한쪽 귓가에 닿고 볼을 내리누르며 목덜미로, 어깨와 가슴을 파고들어가는 오우거의 주먹을 어찌하지 못했다.
빠아― 악!
‘으아, 뚫은 거야?’
투란이 흠칫하며 놀랐다.
오우거의 주먹질은 거의 어깨까지 트롤의 몸통에 팔을 쑤셔넣고 있었다. 저 굵은 팔뚝을 무슨 물결 사이로 집어넣듯이 트롤 몸뚱이에 처박은 것이다! 그리고는 그 상태 그대로, 팔을 들어 올리는 시늉을 하니 트롤 몸이 함께 그대로 휘둘러진다!
그리고 그 뒤편에 있던 트롤이 트롤 몸통에 맞고 십수 미터를 바로 튕겨졌고 다시 몇 미터를 구르고 있으니…….
그르륵!
무쇠뿔 오우거가 팔을 휘둘러 트롤을 떨쳐내면서 돌아섰다.
여전히 나무 한그루를 통으로 뽑아 휘두르던 트롤과 마주 서려는 자세였고, 곧바로 떨어지는 나무를 한 손으로 받아내며 움켜쥔다!
오우거의 손을 감싼 무쇠껍질, 그 위로 감겨있던 넝쿨이 스르륵거리며 뱀처럼 잡은 나무 한그루를 감싸겠다는 듯이 휘감으며 옮겨갔다. 그 순간 나무의 색이 오우거의 무쇠껍질처럼 변했고, 찰랑이며 흩어져 있던 나뭇가지가 돌돌 말렸다.
트롤은 당황한 듯 오우거를 바라봤다.
어째서 트롤 자신이 뽑아 휘두르던 한 그루의 나무가 그럴듯한 몽둥이로 변한 채, 오우거의 손에 보다 그럴듯하게 쥐인 꼴이 되는가? 당황한 트롤이 통나무 몽둥이를 잡아당겼지만, 오우거의 손아귀에서 뺄 수는 없었다. 그리고…….
쿵, 쾅, 쿵, 쾅.
오우거는 가차 없이, 거침없이 무쇠껍질을 두른 듯한 몽둥이를 두 손으로 잡아 내리찍었고, 트롤의 머리통이 몸통 안으로 가라앉고 있었다.
또 한 마리 트롤, 저편으로 날려갔던 한 마리가 내달리면서 포효한 것은 몽둥이에 맞은 녀석이 그대로 뒤로 넘어갈 때였다.
쿠워어어어!
바위 트롤의 질주는 섬뜩할 정도로 빨랐다.
나무를 딛는 순간, 나무는 휘어지지 않고 바로 부러져나갔고 연속으로 나무 둥치를 밟은 트롤은 높이 치솟는 듯이 가속해서 오우거의 뿔을 향해 주먹을 내리꽂을 수 있었다.
콰앙!
돌아서던 오우거는 그대로 바위가 뭉친 듯한 주먹에 맞았고, 한쪽 뿔이 그대로 옆으로 밀려나며 두 뿔이 거의 겹쳐진 듯한 몰골이 돼야 했다. 덕분에 쥐고 있던 나무도 놓친 채로 오우거가 한쪽으로 휘청거리며 밀려나는데…….
트롤의 주먹질은 한 번으로 멈춰지지 않았다.
내지른 주먹의 방향으로 그대로 한 바퀴 돌리면서, 그 가속을 이용한 주먹질이 이어졌다. 오우거의 어깨가 그대로 함몰되었고, 휘청이며 들어 올렸던 팔꿈치가 패면서 부러졌다. 오우거의 발은 휘청대는 그 몸을 버티려는 듯이 계속 옆으로 디뎌지고 있었다.
쾅, 쾅, 쾅.
조금 전에 누군가 몽둥이질 당한 것을 갚겠다는 듯한 주먹질이 잠깐 이어졌다.
얼굴 한쪽, 어깨 한쪽, 팔 한쪽이 완전히 주먹질에 주저앉고 부러진 꼴인 채 밀려나던 오우거는 결국 괴물답게 아직 멀쩡한 반신을 들이대듯 돌리면서 포효했다.
크워어억!
콰앙!
아직 멀쩡한 오우거의 주먹이 가속한 트롤의 주먹과 마주쳤다.
바위 주먹과 무쇠 주먹이 동시에 그 껍질을 터뜨리면서 뭉개졌다.
살이 터지고, 피가 튀어올랐다.
트롤의 어깨가 뒤로 밀려났다. 하지만 트롤의 몸은 앞으로 기울어지고 있었다. 어깨가 빠진 채로 따로 밀려나는 광경이었다.
오우거의 어깨는 전혀 밀려나지 않고 팔을 지탱하면서 더욱 거세게 주먹을 밀어붙이고 있었다. 괴력이라는 오우거의 특성이 여지없이 그 위엄을 드러내는 듯했다. 오우거는 그 상태로 내뻗은 주먹을 바로 폈고, 곧장 트롤의 입안에 손을 집어넣어 아래턱을 움켜잡았다.
크워어!
괴성(怪聲), 이번에야말로 명백한 괴물의 외침을 터뜨리며 오우거가 짓이겨진 팔을 휘둘렀고, 힘줄뿐인 그 손이 트롤의 머리에 닿아 아직 멀쩡한 손가락뼈가 남았다는 듯이 더듬어 움직이며 트롤의 윗입술 사이로 파고들었다.
콰직, 빠득!
트롤의 입이 찢어지며, 머리가 위아래로 분리되려는 것처럼 뜯겼다.
그르륵!
오우거가 겹쳐진 무쇠뿔을 흔들면서 한층 더 깊은 괴물의 외침을 토해냈다.
오우거의 두 팔에 넝쿨이 힘줄처럼 번져가며 감겼다.
부러지고 일그러진 오우거의 팔이 트롤 목뼈를 향해 손가락을 움직였고, 턱을 잡은 손이 완강하게 당겨졌다. 다시 이어진 괴성과 괴력이 곧바로 결과를 토해낸다.
콰앗, 와드드― 득!
트롤의 머리 위가 뜯겨지면서 척추가 적나라한 몰골을 드러냈다.
크웍!
트롤의 척추는 어깨와 가슴뼈를 놓지 않았고, 오우거는 그런 사정 따위 알 바 아니란 듯이 두 팔에 힘을 주며 하던 짓을 계속했다.
결국 트롤 한 마리는 뼈와 살이 분리되면서 갈라지고 말았다.
그리고 한 마리가 이렇게 분해된 채로 피를 뿜어내며 내던져지는 사이, 다른 두 마리 트롤이 기우뚱거리면서 다시 일어서고 있었다. 오우거에게 맞아 함몰되었던 부분이 다시 울끈불끈하더니 제자리를 찾아가는 모양으로!
무쇠뿔 오우거는 그 광경을 지켜보기만 하지 않았다.
크워어어!
‘다 찢어놓네?’
투란은 질렸다는 듯, 소리 없이 웅얼거렸다.
―물어뜯어 삼키기도 하는군.
드라고니아도 조금 의외라는 듯이 대꾸했다.
‘음, 사냥감이었으니까 먹어치우는 건가? 어쨌든…… 아주 화려한 놈이잖아?’
―뭐, 화려해?
‘응, 몰튼노트보다 볼거리도 많았고…….’
―볼거리라니? 저게 ‘더 기간틱’보다 더 볼만했다고?
‘그 녀석은 너무 커서, 눈앞에서 산이 오락가락하는 꼴이 제대로 뭔가 본다는 느낌이 전혀 없었잖아!’
뭔가 투란에게 질렸다는 낌새를 뿜어내면서 드라고니아가 침묵했다.
투란은 무쇠뿔 오우거 하나가 바위 트롤 셋과의 난투(亂鬪)를 마무리 짓는 광경에 집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