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ster×Monster: Nihilism King Arc RAW novel - Chapter 45
몬스터×몬스터: 허무왕 편 (45)
작은 돌은 심장 속에 생겨났다.
심장의 구조, 방을 나누는 그 한복판을 차지하며 벽 틈새에 장식처럼 떡하니 작게 버티고 자리 잡았다. 그렇게 손바닥에 있던 돌의 형상이 치워지고, 날름 심장에 돌이 자리 잡는 순간 투란은 심장을 휘감는 무거움에 기울어져 엎어지고 말았다.
‘그, 그랬어! 이놈 무거웠어!’
새삼 되새기면서 투란은 대체 자신이 뭔 짓을 했는가 기가 막혔다.
그러나 반성할 여유가 없었다.
심장에 자리 잡은 작은 돌이, 이제 진짜 엄지손톱보다 작은 크기가 돼 버린 채로 엄청나게 무거운 힘을 꾸역꾸역 토해 내고 있었다. 그 힘은 ‘한 몸’을 싹 덮기 위해서 무럭무럭 뻗었고, 투란이 몸을 바닥에 엎은 채로 꼼짝도 못할 정도로 무게를 달아 줬다.
이 상황이 투란에게 던지는 의문은 분명했다.
‘왜? 왜 못 움직이지?’
몸에 이런 힘이 퍼진다 해도 투란은 움직일 수 있었다.
갑자기 놀라 엎어졌다 해도 일어날 수 있어야 했다.
한데 이 무게감은 팔다리를 꽉 누르고 몸을 바닥에 붙들면서 꼼짝도 못하게 한다!
투란의 정신은 급하게 지금 돌이 뿜어내는 힘이 이전보다 훨씬 세졌는가를 가늠하려 했다. 과연 이 무게감은 투란의 몸이 감당할 수준을 넘어섰는가? 아니면 투란에게 무슨 이상이 생긴 것인가?
티잉.
맑은 천칭의 울림이 들리는 듯한 환청 속에서 투란은 명확하게 저울질하듯 가늠할 수 있었다.
‘힘이 더 세지기는 했어. 하지만 이렇게 못 움직일 정도는 아니라고!’
분명했다.
작은 돌은 작아진 만큼 불안한 듯이 더 거센 힘을 토해 냈다.
하지만 투란의 몸 전체에 그 힘이 맴돌면서 그 거센 흐름이 조금 여유를 찾았고, 무엇보다 안전한 몸의 깊숙한 곳이라는 투란의 의식과 닿으면서 슬쩍 가벼워졌다.
한데 그래도 투란이 몸을 움직일 수가 없다!
악마의 심장이 강화시킨 근력이라면 깔고 앉았던 작은 바위도 한 손으로 들어 올릴 정도일 텐데…… 이 정도 더해진 무게감에 쓰러질 리가 없을 텐데…….
‘어!’
순간 투란은 팔다리의 감각이 달라진 것을 깨달았다.
정교한 지각 능력이 없어진 듯, 굉장히 둔해진 듯한 감각은 무게 탓이 아니었다.
팔다리에 스며들어 힘줄, 핏줄과 엮여 있던 덩굴줄기가 없었다.
악마의 심장에서 흘러나온 실그물이 팔다리에서 사라지고 없었다.
그 대신이라는 듯이 작은 돌의 힘이 팔다리에 맴돌 뿐이었다.
그 때문에 투란은 움직이지 못하는 꼴이 되었고!
‘이건 대체 어떻게!’
설명해 줄 사람 따위는 없었다.
투란은 황당한 심정으로 계속 반복해서 몸을 관찰하며, 작은 돌의 상태에 주의를 기울일 수밖에 없었다. 몸이 움직이기를 기대하면서.
살랑.
미묘한 바람결이 스쳐 갔다.
투란은 늘어진 머리카락이 눈앞에서 살랑거리는 꼴을 봤다.
‘아니, 왜 움직이냐?’
머리카락 한 올 한 올 속에도 돌의 힘은 분명히 맴돌고 있었다.
투란의 기분은 아주 기묘해질 수밖에 없었다.
심장에 작은 돌이 생겨나면서 악마의 심장이 기괴하게 위축되고 오그라든 채였다. 가장 먼저 팔다리의 넝쿨이 모두 다시 사람의 핏줄, 힘줄로 되돌아갔고, 내장 속을 헤집으며 번져 있던 줄기까지 악마의 심장은 치워 놓았다.
이 상태를 깨닫고 나서 투란이 놀란 일은 그럼에도 목에서 피를 토하거나 하는 일은 없었다는 점인데, 그 이유가 숨을 쉬지 않고 있는 탓인 것을 깨닫고 어이가 없었다.
악마의 심장을 웅크리게 하고 투란의 팔다리에서 치워 버린 작은 돌의 힘, 그 꾸역꾸역 몰려나온 힘은 투란을 마치 돌이 된 것처럼 굳혀 버렸다. 그리고 심장 안에서 뭔가 끙끙거리듯이 작은 돌은 물살을 배어 내는 중이다!
투란에게는 한층 더 뜻밖이었던 일은 작은 돌이 생각은 없지만 그 본능이 쉬지 않고 꾸물거리며 움직이고 있다는 점이었다. 심장 속에서 피와 만나고, 이어진 심장의 힘줄, 자리 잡은 악마의 심장을 모두 그 힘으로 물들이고도 돌은 쉬지 않고 물살을 줄줄 흘려 내고 있었다.
이 때문에 투란은 몬스터 로드로서 쉽게 이 상황에 대처할 수가 없었다.
이 작은 돌이 토해 내는 물살은 기본적으로 독립된 몬스터이고, 대체 지금 투란의 피와 살, 악마의 심장을 두루두루 어루만지며 토해 내는 이 물살이 어떤 성질인지 알 수가 없었다.
그저 돌의 힘이 맴도는 동안에는 몸을 해치는 일이 없다는 점에 기댈 뿐이다.
‘도대체 왜 악마의 심장이 갑자기 이렇게 얌전 떠는 거지?’
의식의 형성조차 되질 않았다.
본능을 언어로 표현하는, 그런 의식의 형성만 가능해도 투란은 자문자답하듯이 이 상황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말을 해 볼 텐데 그럴 수가 없었다.
작은 돌의 괴력이 그야말로 압도적이라 악마의 심장은 숨죽이며 버티는 것이 고작일 뿐인 듯했다.
이런 상황이었지만 투란의 마음 한구석에는 또 다른 생각이 분명하게 맴돌고 있기도 했다.
작은 돌이 지금 꾸물거리는 이 짓이 투란의 심장에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
이 꾸물거림이 끝나는 순간, 다시 악마의 심장이 힘차게 그 넝쿨을 뻗어 낼 것이라는 것.
그러니까 지금 작은 돌의 꾸물거림을 참아야 했다.
묵묵히 지켜보면서.
출렁.
어느새 투란은 몸이 살짝 젖어 가는 것을 느꼈다.
엎어진 투란의 주변으로 얕게 물이 고이고 있었다.
‘튀지 않네? 뭉치지도 않고…….’
물을 놓고 할 평가는 아니지만, 투란이 먼저 떠올린 생각은 이 얕게 고이는 물이 몬스터의 성질머리를 보이지 않는다는 것부터였다. 그가 모르는 새로운 성질의 물일 수도 있겠지만.
‘이거 어디서 오는 거야?’
목을 돌릴 처지도 아니라서 투란은 그냥 이 물이 얕은 채로 출렁이며 쌓이는 꼴을 봐야 했다. 바닥이 원래 샘이었던 것을 그대로 이용하듯, 물은 고여 갔다.
돌이 된 듯이 멍하니 이를 지켜보며 작은 돌의 활동을, 꾸준하지만 느릿느릿해서 사람을 그냥 돌로 만들어 버릴 듯한 힘의 흐름을 느끼면서 투란은 기다렸다. 하지만 기다림의 끝이 대체 언제인지 알 수 없었고, 몸을 꼼짝도 못하고 있는 것은 사람의 본능이 아니었다.
그래서 어느 순간, 투란은 자신도 모르게 몸을 뒤척였다.
“어어어?”
입에서 새는 소리를 내며 목이 돌아갔고, 어깨도 약간 결린 느낌과 함께 꿈틀거렸다.
도대체 언제부터 이렇게 움직일 수 있게 된 것일까?
여전히 작은 돌이 흘려 내는 무거운 힘은 그대로인 듯했다.
투란은 손끝을 움직여 봤고, 돌의 힘이 담긴 채로 무겁게 움직이는 것을 확인했다.
곧바로 엎어진 자세에서 팔에 힘을 주고 투란이 머리를 들고 가슴을 땅에서 떼어 내는데, 출렁거리며 고인 물이 얼굴부터 덕지덕지 들러붙은 채로 걸쭉하게 늘어지고 있었다.
‘물이 아니냐!’
고이는 꼴은 분명히 물이라 여겼는데, 지금이 끈적거리며 덩어리진 채로 흐르는 꼴은 진흙탕, 혹은 늪의 형상이라 여겨질 뿐이었다.
가장 먼저 투란은 이 이상하게 고인 끈적이는 흙탕물, 늪의 파편 같은 것이 어디서부터 흘러왔나를 찾기 위해 주변을 둘러봤다. 고개 돌리는 것도 여전히 무거웠고, 그냥 겨우 움직이기는 하는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했다. 하지만 이런 소소한 부분을 곧 잊어야 했다.
‘뭐야, 왜 내 몸 주변에만……?’
이 끈적이는 흙탕물, 고이는 과정을 쭈욱 지켜봐야 했던 이상한 늪의 형상은 딱 투란의 몸을 중심으로 이뤄져 있었다.
아주 작은 늪에 빠져 있는 꼴이라니.
투란은 잠시 이 상황을 이해하지 못했다.
엎어진 채로 있는 사이에 뭔 일이 생긴 것인가?
여전히 좀 무거운 몸을 꿈틀거리며 앉으면서 투란은 좀 더 눈을 부릅뜨고 주변을 둘러봤다.
‘좁혀졌다?’
투란이 엎어진 꼴이었을 때와 앉았을 때, 이 작은 흙탕물의 폭과 넓이가 달라졌다.
마치 투란만 딸랑 빠트리려는 늪처럼, 끈적이는 흙탕물이 조여든 꼴이었다.
그 조여드는 흙탕물의 찰랑임에 호응하는 것은 묵직한 투란의 몸이었다.
‘설마?’
어렴풋이 겨우 한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돌의 힘에 호응하는 물살, 비록 끈적끈적하고 조그마한 흙탕물이 가득한 늪의 꼴을 하고 있지만, 이거 심장 속의 작은 돌이 만든 것이 아닌가?
‘뭘 한 거냐?’
스스로에게 묻듯이 투란은 되뇌었다.
답은 금세 심장 속에서 투란의 마음으로 스며들었다.
한 몸, 작은 돌, 물살…….
“한 몸을 지키기 위해 작은 돌은 물살을…… 새로 낳았다?”
사람의 말로 생각해서 중얼거려 보니, 이런 소리가 투란의 입에서 나왔다.
작은 돌의 본능이 이 소리에 동의하듯, 은은한 힘이 온몸에서 맥동했다.
늪이 돼 버린 조그마한 물살이 끈적끈적하게 투란의 몸을 타고 올라오듯, 돌의 힘을 따르듯 꿈틀거렸다. 그러면서 닿은 살갗 속으로 슬그머니 스며들기도 한다!
“어으윽!”
괴상한 소리가 저절로 투란의 입에서 튀어나왔다.
어느 순간에 투란은 작은 돌이 한 짓을 완벽하게 납득했다.
작은 돌은 몬스터의 본능에 따라, 투란의 의지에 호응해서 움직였다.
그러니까 투란의 몸에 적응하기 위해서, 자신과 하나인 투란의 몸을 지키면서 작은 돌을 지키는 물살을 꾸며 낸 것이다. 아무것도 없는 허공에 줄줄이 뿜어내는 물살과 다른, 사람의 몸에 잘 적응하는, 끈적대며 돌돌 뭉치는 이 작은 늪을 낳아 버린 것이다!
그렇게 태어난 작은 늪은 돌의 힘을 흘리는, 돌이 한 몸으로 인정한 투란에게 달라붙어 끈적끈적하게 덕지덕지 엉기려 하는 중이고!
몬스터 로드로서 몬스터를 이렇게 잘 몸에 적응시킨 것은 실로 대단한 일이라고 생각을 해야 하겠지만, 그게 아주 당연한 일이겠지만, 투란은 이 상황이 전혀 기쁘지 않았다!
“이게 뭐야!”
꽤액, 저절로 화난 소리가 터져 나왔다.
그러면서 투란이 벌떡 일어서는 순간, 팔다리에서 우드득거리고 꽈드득거리는 괴상한 소리가 울려 나왔다. 돌의 힘에 의해 돌처럼 굳어진 팔다리가 돌이 엉기며 미끄러지는 소리를 내 버린 것이다.
그리고 바닥에 깔린 채로 엉덩이가 떨어진 것을 느낀 작은 늪은 더욱 열심히 투란의 다리를 타고 기어오른다! 어떻게든 투란의 몸을 덮고, 보호하겠다는 듯한 근성이 넘쳐 나는 움직임이잖은가!
‘흙투성이야, 흙투성이 애새끼 소리 듣는다고!’
투란은 이 꼴로 어디 다니면 듣게 될 소리를 아주 쉽게 예상했고, 자신 있게 그렇다고 외칠 수 있었다.
온갖 놈팡이들이 전부 비웃으면서 손가락질할 것이다!
진흙탕에서 노는 몬스터 로드, 흙투성이라고 별명이 붙을 것이다!
‘그건 안 돼애애!’
부르짖으면서, 투란은 사람으로서의 존엄을 지킬 것을 결심했다.
그러려면 먼저 이놈의 작은 늪을…….
‘두근거려 봐! 사람인 채로도 섰잖아! 소리도 냈잖아!’
악마의 심장이 웅크림을 풀었다.
작은 돌이 투란의 몸에 적응한 것처럼, 악마의 심장도 작은 돌의 힘에 적응을 마친 것처럼 핏줄과 힘줄, 살점 사이로 누비며 새롭게 덩굴줄기를 뻗어 냈고, 투란의 몸은 이전의 기억에 따라 핏줄과 힘줄을 자연스럽게 악마의 심장과 이어지는 넝쿨로 변화시켰다.
살갗이 열리고 몸을 타고 올라오며 스며들던 늪이 삼켜졌다.
악마의 심장이 쿵쾅거리며 거세게 울렸고, 품고 있는 작은 돌은 그에 호응하듯 새로운 물살을 낳아 심장 속을 채웠다.
‘아! 뭔 난장판이냐, 이거…….’
아주 잠깐 뒤에 투란은 몸속에서 벌어지는 상황을 이렇게 느껴야 했다.
작은 돌은 온몸을 감싸는 물살, 한 몸이니까 당연하다는 듯이 그 정도 규모의 물살을 유지하겠다고 끈적대는 늪의 진액을 토해 냈고, 악마의 심장은 몸을 깔끔하게 정리하겠다가 살갗에 스며드는 흙탕물 덩어리를 닥치는 대로 삼켜 깨끗하게 소화시켜 몸에 흐르게 했다.
그러면 작은 돌이 다시 꾸역꾸역 끈적대는 하지만 몸속에서는 일단 아주 맑지만 몸 밖으로 흘러가며 피와 살이 섞인 것처럼 혼탁해지는 검붉은 늪의 진액이 돼 버리는 물살을 토해 냈고, 악마의 심장은 다시 이를 들이켜고 맑게 몸에 되돌리고…….
‘그만해! 적당히 좀 하라고, 적당히!’
이 괴상해진 상태가 몸을 해치는 것은 아니었다.
다만 투란에게 사람답지 못한 꼬락서니를 부여할 뿐이고, 아주 멋없는 망측한 몰골을 강요할 뿐이다!
그래서 투란은 세상에서 제일 애매모호하다는 한마디를 힘차게 외쳐야 했다. 적당히!
투란에게 사람다운 모습을, 망측하지 않은 몰골을 부여할 적절한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대체 무엇인가?
작은 돌의 힘이 강하게 요구하는 듯한 느낌에 투란은 반사적으로, 순수한 본능처럼 답을 떠올렸다.
‘작은 늪’이면 된다고.
악마의 심장을 채워 줄 작은 늪.
몬스터 로드 투란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딱 그 정도가 아닌가?
심장에 박힌 작은 돌은 곧바로 이를 받아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