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ster×Monster: Nihilism King Arc RAW novel - Chapter 452
몬스터×몬스터: 허무왕 편 (448)
투란은 난감하고, 곤란했다.
마마 트롤이 그 모습을 확실하게 드러내고, 마그마 로드가 위협적인 자태를 뽐내면 무쇠뿔 오우거에게는 다른 선택지가 없을 거라고 생각하고 시작한 계획이었다. 마마 트롤을 잡아 들이밀면서 무쇠뿔 오우거를 낚는다는!
예정과 살짝 달라진 부분은 마마 트롤이 지닌 능력, 접촉한 암석상을 이용해 살갗을 바위조각으로 덮는 그 능력이 마그마 로드의 결정질에도 통하는 것을 보고 투란이 혹해서 삼켜버린 정도였다. 어차피 마마 트롤의 형상을 빌려 쓰나 그냥 잡아서 내걸든가 결과에는 변함이 없을 것 아닌가.
무쇠뿔 오우거에게 마마 트롤은 일단 때려잡고 봐야 할 대상일 테니까.
노골적으로 숲을 잡아먹는 용암의 자태는 숲을 지키는 오우거로서 분명히 어떻게 해야 할 테니까!
그런데 예정보다 늦어지는가 싶던 무쇠뿔 오우거가 아예 예정과 다르게 투란이 내거는 미끼를 무시한 채로 자기가 지켜야 할 숲을 때려 부수는 데 전념하고 있다니!
‘아오옷! 진짜 제멋대로라니까, 예측할 수 없는 몬스터라고 자랑하는 거냐고!’
―아무래도 네가 한 짓이 뭔가 영향을 끼친 것 같은데…… 이제 어쩔 거냐?
‘내가 한 짓? 젠장, 어쩌긴 뭘 어째!’
투란은 드라고니아의 잔소리를 미묘한 핀잔으로 느끼면서 숨을 크게 몰아 내쉬고 두 손을 활짝 펼쳤다.
반구형으로 펼쳐져 있던 마그마 로드의 형상이 사라졌고, 바닥에 뿌려져 있던 검은 이슬 같던 잉크도 사라졌다. 나무를 숯으로 만들며 자리 잡았던 몰튼노트의 형상 또한 사라졌다. 테라트는 더 깊이 땅속으로 가라앉혀놓으며 투란은 두 손에 새로운 형상을 부여했다.
두텁고 큰 두 손, 거칠고 두터운 가죽 같은 살갗에 쌓인 손이 주먹을 쥔 채로 발아래를 찍었다. 반구형의 벽과 지붕이 사라진 다음에도 남아 있던 마그마 로드의 형상이 맺힌 땅에 닿으면서 마마 트롤의 두 손이 검은 결정질로 덮였다.
검은 재가 휘날리고 잠시 불티가 튀는가 싶었지만, 투란의 두 팔에 맺힌 마마 트롤의 손으로 바닥의 검은 잉크가 찰랑거리며 옮겨 붙으면서 안정되었다.
“내 특제, 바위 마마 트롤이다. 이리 와라, 이 망할 오우거야!”
중얼거림과 함께 투란은 일어섰고 두 주먹을 세게 마주쳤다.
콰앙, 쩌어어엉!
돌이 격돌하고 쇠가 비명을 지르는 듯한, 이상하게 뒤엉킨 음향이 세차게 숲을 가로지르면서 울려 퍼졌다. 뒤이어 두텁게 변한 투란의 목과 입에서 우렁찬 트롤의 외침이 터진다.
웨어어!
―반응하는군?
드라고니아가 무쇠뿔 오우거가 숲을 때려 부수다가 멈칫하는 상황을 확인하면서 말했다. 투란은 더욱 거세게 트롤의 목청을 돋워 소리 질렀고…….
쿠쿵, 콰지직!
무쇠뿔 오우거가 숲을 가로지르는 소리는 아련하게 시작해서 아주 빠르게 가까워졌다. 굵은 나무가 우거진 숲을 그대로 돌파하면서, 앞을 가로막는 것은 거목(巨木)이든 조그마한 잡목(雜木)이든 상관없이 그대로 뭉개고 오는 기척을 거침없이 드러내는 돌파(突破)였다.
그 결과 10여 킬로미터를 관통하는, 최소 2미터의 폭에 최대로는 3, 4미터의 폭을 지닌 잔해(殘骸)의 통로가 뚫리면서 무쇠뿔 오우거가 그 모습을 드러냈을 때…….
투란은 목을 까닥거리면서, 숨을 골랐다.
두 팔은 여전히 트롤의 형상이, 발아래에는 잔잔하게 퍼져 있는 검은 결정질의 마그마 로드의 형상이 남아 있는 채였지만 잠깐 소리 지르느라 형성했던 가슴과 목은 다시 사람의 것으로 되돌려서 고르는 숨결이었다.
무쇠뿔 오우거는 그런 투란을 향해 거친 숨결을 뿜어내며 금세 달려들 듯하다가 우뚝 섰다.
‘응?’
투란의 눈살이 찌푸려졌다.
저렇게 미친 듯이 돌진해 왔는데, 갑자기 뭘 살피는 모습은 뭔가?
몬스터라면 일단 어딘가로 돌진한 다음에는 거기 뭐가 있는가 따위는 전혀 생각하지 않고 일단 덮치게 정상일 텐데?
숲을 부숴 댈 정도로 이상해진 녀석이 갑자기 뭔가 살피는 저 꼴은 뭔가?
―이상하군.
드라고니아 역시 갸웃하는 소리를 냈다.
‘아니, 저거 지금…… 설마?’
투란은 어이없어서, 우두커니 선 채로 갸웃거리는 듯한…… 꼼짝도 않는 채로 단지 분위기만 그런 무쇠뿔 오우거랑 눈을 마주칠 수밖에 없었다. 살짝 찌푸려진 듯한 오우거의 눈매는 분명히 투란에게 묻고 있는 듯하다?
‘너, 누구냐?’라고!
투란이 의심을 품는 순간, 오우거가 두 가닥 높은 뿔을 갸우뚱하면서 머리를 돌렸다. 그 태도는 ‘난 널 보러 여기 오지 않았다.’라고 분명하게 말하는 듯이 느껴진다!
투란은 한층 더 어이없어서 잠시 무쇠뿔 오우거를 보기만 하는데…….
크릉, 크응.
거센 콧김과 함께 무쇠뿔 오우거가 가까이 솟은 높은 나무에 뿔을 대고 문질렀다. 뿔을 감은 넝쿨이 사락거리면서 나무를 더듬었다. 나무는 바람결에 따라 흔들릴 뿐, 움직이는 넝쿨에도, 껍질에 슥슥 문질러지는 뿔에도 반응하지 않았다.
크르르!
성난 소리와 함께 오우거의 한 손이 대뜸 나무를 움켜쥐었다.
무쇠껍질의 손아귀가 그대로 부풀어 올랐고, 나무가 뿌리째 뽑혀 나왔다.
크웍!
한층 더 성난 소리를 울려내면서 오우거는 뿔을 흔들고, 나무를 허공에 휘둘러댔다. 활짝 펼쳐진 가지가 오우거의 몸에 닿아 흔들리고, 뿌리는 허공에서 흙을 털어내며 너덜거리는 광경이 훤히 투란의 눈앞에서 펼쳐졌다.
‘설마?’
가슴 한쪽이 욱신 조이는 느낌이 찾아왔다.
투란은 곧바로 오른손을 내밀었고…… 트롤의 형상을 손에 여전히 머물고 있는 윌 라이트에 의지를 모아 속삭였다.
“볼트, 플레임.”
손가락 사이로 ‘메자이 볼트’가 맺혔고, 그 위로 불이 번졌다.
파이어 볼트(Fire bolt)는 곧장 무쇠뿔 오우거의 가슴, 목을 감싸고 가슴 위를 덮은 무쇠 껍질 아래로 날아가 꽂혔다.
퍽.
조금 둔탁한 소리가 났고, 겨우 볼트의 끝이 오우거의 살갗에 얕은 주름을 잡으면서 매달린 듯한 꼴이 되었다. 그래도 불꽃은 곧장 그 살갗 위로 옮겨가면서 마법의 목적을 충실히 달성하겠다는 듯이 번지는 시늉을 했다. 남은 것은 고작해야 살갗 위에 옅은 그을음에 불과했지만!
―통하는군…… 정령의 가호는 확실히 사라졌어.
드라고니아가 투란이 뭘 알아내려 하는지 알았다는 듯, 결과를 확인해주듯이 말했다. 투란은 대꾸하지 않았지만, 무쇠뿔 오우거는 자신의 가슴팍을 내려다보면서 드라고니아가 한 말의 의미를 곱씹는 듯한…… 듣지도 못한 소리, 들었다 해도 이해할 리가 없는 말에 대해 반응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높이 휘둘러지던 나무가 기울어지면서 땅을 짚었고, 무쇠뿔 오우거의 손은 여전히 그 나무를 잡고 있지만 더 휘두를 기분은 아니란 것처럼 맥이 풀린 모양을 드러냈다.
‘트롤을 팰 때는…… 몽둥이가 되어줬어.’
투란이 불쑥 소리 없이 중얼거렸다.
드라고니아도 무슨 말인가 알았다는 듯, 바로 대꾸한다.
―아, 그랬지. 여기까지, 달려오기도 했어. 분명하군. 저 녀석…… 더 이상 요정의 길을 다닐 수 없고, 정령의 가호도 잃었다. 이제는…… 무쇠뿔이 특징일 뿐인…… 몬스터 오우거다.
‘그래…… 바위 트롤에게 잡혔을 때랑 같은 나무 모양이지. 이 숲…… 마마 트롤의 영향에서 벗어나서…… 잠깐, 정령의 나무가 가깝잖아? 그거, 정상인가 아닌가 확인할 수 있나?’
투란은 서서히 심장이 조여들고 욱신거리는 기분이 짙어지는 것을 느끼면서, 뭔가 마지막 끈이라도 잡는 것처럼 묻고 있었다.
―아주 정상이다. 왕성하고, 기운이 넘친다고 해야 할 정도로. 두 그루가 되어서 그런지, 서로 공명하며 아주 활발하기도 하군.
드라고니아가 프로브를 잠시 지휘하는 듯하다가 대답했다.
크워엇!
돌연 무쇠뿔 오우거가 괴성을 질렀다.
하지만 투란을 향해 냅다 덤벼들거나 하지 않았다.
가까운 나무를 향해 손을 내밀고, 뿔을 휘저으면서 부러뜨리고 자빠뜨리면서 으르렁거릴 뿐이었다. 뿌리째 뽑혀 나온 나무가 던져졌고, 다리에 부딪히고 밟힌 나무는 굵기에 상관없이 가차 없이 꺾였다.
투란은 낯을 구긴 채로 그 난동(亂動)을 바라봤다.
제대로 된 말이 아닌 소리일 뿐이었고, 뭔가 똑바로 그 의미를 전하는 짓과는 아주 거리가 먼 오우거의 난동이었다. 그저 몬스터가 미쳐 날뛰는 난장판일 뿐이었다. 하지만 투란의 가슴 한곳에서 욱신거리며 조이는 느낌은 더 짙어졌고, 무쇠뿔 오우거의 분노와 절규가 무엇 때문인가 분명하게 공감하고 있었다.
―투란……?
콰앙!
시커먼 바위가 뭉쳐진 듯한, 트롤의 두 주먹이 마주쳤다.
우득, 와드득!
굵은 주먹에 어우러지겠다는 것처럼, 어깨와 가슴이 격렬한 소리를 일으키면서 형체를 키웠고 그 급한 속도에 뼈마디가 엇갈리며 속살을 헤집는 소리가 요란하게 울려 퍼졌다. 뒤이어 웅웅거리고 울리는 트롤의 목젖이 울리면서 사나운 외침이 터져 나온다.
“이리 와, 징징거리지 말고! 잃어버린 거는 관심 끊고! 널 버린 거한테 매달려서 징징거리지 말란 말이야!”
무쇠뿔 오우거는 우악스러운 트롤의 외침에 멈췄고, 투란을 돌아보고 있었다.
조금 전까지 두 주먹, 팔뚝이 좀 괴상하게 컸던 투란 대신에 완연하게 트롤의 형상을 뒤집어쓴 투란이었다. 두르고 있는 암석상은 어디선가 주워온 단단한 바위 대신에 시커먼 수정 같은 결정이었지만…….
무쇠뿔 오우거는 입가에 기묘한 실룩임, 눈가의 잔 떨림, 두터운 얼굴가죽에서 미세한 움직임을 통해 마마 트롤을 보며 반가워하는 낌새를 확연히 드러내고 있었다. 마치 이제 자신이 뭘 해야 하는지 알게 되었다는 듯!
쾅!
투란이 다시 주먹을 마주치고, 높이 치켜들면서 외친다.
“덤비라고, 이 징징아!”
―야…….
드라고니아가 뭔가 어이없어 한마디 하려는 듯했다.
크워어!
“그래, 덤벼!”
무쇠뿔 오우거의 포효, 투란의 으르렁거림이 엇갈렸다.
드라고니아는 말문을 닫고 말았다.
콰직, 쿵!
무쇠뿔 오우거가 완전히 몸을 틀고, 한발 세게 디디면서 자세를 잡았다.
콰앙!
투란은 치켜올린 두 손으로 손뼉을 쳤다.
크르르!
거세게 목젖을 울린 오우거는 자신의 두 뿔을 두 손으로 하나씩 움켜쥐었고, 뽑아냈다.
콰득, 우직.
휘어진 두 뿔이 무쇠뿔 오우거의 손에서 단검처럼 잡혔고, 뿔이 있던 자리에서는 핏줄기가 넓고 길게 뿜어져 나왔다.
쿵!
오우거의 한 발이 세게 디뎌지는 순간, 투란은 봤다.
단숨에 높이 치솟은 오우거가 뿜어져 나오는 핏줄기를 날개처럼 펼치면서 두 손에 쥔 뿔을 치켜올리는 광경…… 길게 퍼진 핏줄기의 날개 속에서 넝쿨이 샘솟으며 그물을 자아내며 나뒹구는 나무토막, 나무둥치를 휘감아 당겨 투란을 중심으로 울타리를 치듯이 휘둘러지고 있었다.
크워어어어― 엉!
오우거의 포효가 쩌렁쩌렁 숲을 울리며 퍼져나갔다.
마치 자신이 지금 어디에서 무엇을 하는지 알리겠다는 듯…….
그리고 시커먼 결정을 두툼히 키워 덮은 마마 트롤의 두 어깨에 무쇠뿔 두 가닥이 내리꽂히며 그 몸통을 짓이겨 뭉개면서 파고들었다. 어깨를 꿰고 등을 뚫고, 멈추지 않은 채로 다시 배 쪽으로 당겨지면서 두 다리를 꿰고 땅을 뚫을 때까지…… 오우거의 괴력은 무쇠뿔을 멈추게 하지 않았다.
하지만 어깨가 갈라지고, 땅을 향해 기울어지던 트롤의 두 팔은 땅에서 솟아올라온 시커먼 줄기에 의해 받쳐졌다. 곧바로 두 손이 날 듯이 움직여 오우거의 머리통을 움켜쥐었다. 그런 트롤의 몸통 또한 땅에서 솟아난 시커먼 줄기가 등을 밀며 받쳐주고 있었으니…….
꽈앙!
암석상을 두른 트롤의 머리와 무쇠껍질로 싸인 오우거의 머리가 격돌했다.
한 번, 두 번…… 꽝꽝거리는 머리 찧기는 멈추지 않았다.
처음 한 번은 엉겁결에 들이박힌 오우거였지만, 두 번째부터는 질 수 없다는 듯이 마주쳐 갔고 더불어 주먹질로 트롤의 가슴과 배를 후려치기도 했다.
꽝, 쾅, 쿵.
이마끼리, 몸통과 주먹이, 뒤이어 무릎과 가슴팍이 거칠게 맞물리면서 격돌했다.
트롤의 몸을 감싼 암석상은 부서지지 않았지만, 그 살갗 아래는 격돌할 때마다 힘에 밀려나면서 일그러지고 파여 들어갔다. 어떻게 봐도 트롤의 피하조직(皮下組織)이 오우거의 괴력에 버티지 못하는 광경이었다.
그러나 땅에서 솟아난 검은 결정의 가닥들은 마마 트롤의 형상을 붙들고, 오우거 앞에 버티게 해주고 있었다. 거대한 손이 작은 인형을 들이대 주듯이.
꽈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