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ster×Monster: Nihilism King Arc RAW novel - Chapter 458
몬스터×몬스터: 허무왕 편 (454)
“그 수상한 얼룩은 대체 뭐냐?”
―처음 보는 쟈카라 산림을 향해 왕성한 호기심을 품고 의욕적으로 뛰쳐나갈 준비를 하는 투란에게 홀시딘이 물었다. 이전에도 홀시딘이 잠깐 보고 갸웃했는데 이제는 더 이상 참을 수 없고 미룰 수 없다는 듯이 꺼낸 소리인 듯해서 투란은 빠르게 대답했다.
“위장이잖아요. 황금매 감추고, 적당히 오러 마크인 것처럼 둘러대려고 해 놓은 위장 마법인데요?”
“……오러 마크?”
“음? 우흐훗! 홀시딘, 몬스터 로드는 이런 재주도 부릴 수 있거든요! 자, 보세요! 으랏차, 어때요? 꼭 오러 같잖아요?”
“오러잖아.”
“그래요, 오러…… 어? 오러요?”
“상급 몬스터 로드가 오러를 활용한다는 건, 상아탑에서 아주 오래전부터 이미 알고 있던 일인데?”
“……그, 그랬어요?”
―뭐 하는 거냐? 키린이 알려 준 일이잖아? 설마 상아탑의 마도사가 모를까 봐 떠본 거냐?
드라고니아가 핀잔을 주는 사이에 홀시딘은 한숨을 내쉬고 있었다.
“투란, 위장을 하기 위해 덧칠하는 것까지는 좋은데 말이야…… 그게 어디서 누가 만든 오러 마크냐고 지나가던 마법사가 궁금해하면, 그때는 어쩌려고?”
“어, 그냥 우연히 만난 마법사가 싸게 새겨 준 오러 마크라고 하면 되잖아요?”
“……과연, 그건 마법에 대해 관심이 없는 녀석에게는 적당히 통할 소리군. 하지만 마법에 대해 약간이라도 관심을 가진 녀석이라든가, 길드 헌터에게는 왕성한 관심을 기울이도록 유도하는 짓이잖아.”
“왜요?”
“로그메이지 중에 오러 마크 새겨 준답시고 돈 받아 챙긴 뒤에 사람을 마법 실험 소재로 쓰는 놈들이 잔뜩 있으니까! 그 망할 녀석들 때문에 유래를 알 수 없는 문신을 달고 다니면서 오러 마크라고 하는 덜떨어진 경우를 보면 바로 움직인다고! 어디서, 언제 누가, 어떤 용도로 사용되는 마법 문신을 새겨 줬나 바로 길드부터 시작해서 상아탑까지 추적 들어간단 말이다!”
“……그냥 유능한 로그메이지를 질투해서 훼방 놓는 수작이 아니고요!”
“앙? 어떤 놈이 어디서 언제 그랬어? 샤오 마을 들락대는 놈 중에 로그메이지가 좀 있었나? 당장 그 주변을 깡그리 뒤져 보라고 전언 넣어 둬야겠군!”
“……헐, 잠깐만요! 그럼, 상아탑이나 길드는 이런 걸 보면 누가 언제 어떻게 그려 넣은 오러 마크인가 대충 다 안단 말이에요?”
“오러 마크의 형태나 성질에 대한 도감까지 있어! 누가 언제 어떻게 시작했는가, 어떤 특징의 오러를 발휘하게 해 주는가! 뭐, 그게 어디서 어떻게 누구를 통해 누구에게 각인되었는가 하는 개인적인 부분은 없지만…… 암튼! 정체 모를 오러 마크라면 바로 어떤 내막인지 파헤치려 한다고.”
“몰랐어요.”
맹하니, 민망해진 낯빛으로 투란은 대꾸할 수밖에 없었다.
굉장히 그럴듯한 방법이라고 좋아라 했는데…… 그러고 다녔다가는 아주 심각하게 괴상한 관심을 받을 수 있었다니!
―그야말로 헌터 흉내 내고 다니면서 적당히 섞여 든다는 네 야망을 뿌리 뽑는 상황이었군!
‘넌 왜 몰랐는데!’
―인간 사이의 일이잖아? 그렇게 마법의 각인에 얽힌 사연까지는 알 수가 없지. 귀중하고 특별한 오러 마크에 대한 기초적인 정보라면 드라코눔에서도 나름대로 수집한다만…….
‘젠장!’
한숨과 함께 좋은 발상이 날아갔다는 생각에 투란이 우울해하는데, 홀시딘이 그 얼굴을 보다가 묻는다.
“혹시 오러 마크를 지닌 헌터인 척하고 다닐 생각이었냐?”
“그런다고 했잖아요. 조금 약한 척하고, 이렇게 문신 덧씌우고 다니면 누가 알까 싶었죠, 뭐……. 오러 마크 아닌 그냥 마법 각인이라고 하면서 적당히 주문 쓰고 다닐까…….”
금방 다른 궁리를 하는 투란이었다.
홀시딘이 그 꼴을 보며 헛웃음부터 지었다.
이건 통상적인 몬스터 로드가 할 궁리가 아니다!
그러나 황금매의 몬스터 로드라면, 홀시딘으로서는 오히려 권장해야 할 일이기도 하잖은가?
“허, 하아…… 나쁜 생각은 아니군. 그러고 보니, 그런 위장이라면 당연히 내가 도와야 할 일이기도 하군. 시크릿 키퍼로서, 너의 진짜 모습을 감추고 신분 위장을 제대로 하게 말이야. 흐흠, 그렇다면…… 투란, 혹시 알드바인의 헌터스 배너라고 들어 본 적 있나? 알드바인만의 특별 제작인데 말이야.”
“없는데요?”
투란은 살짝 눈을 가늘게 뜨면서 ‘특별 제작’란 말에 귀를 쫑긋했다.
그러나 투란의 얼굴에는 특별하다는 말에 혹해서 엉뚱한 물품을 괜히 비싸게 주고 샀다는 이야기를 바로 떠올렸다는 표정이 노골적으로 뜨고 있었다.
그럼에도 홀시딘은 히죽 웃어 보였다. 마치 그 속내를 이미 완벽하게 간파했다는 듯, 느긋한 낯빛을 띤 홀시딘의 말이 이어진다.
“알드바인은 경계도시는 아니야, 하지만 경계도시만큼이나 위험한 곳이었지. 선대 마스터께서는 그런 알드바인에 가장 필요한 인재로서 몬스터 헌터를 꼽았네. 그래서 그들을 유인할 미끼로 뭐가 적당한가를 궁리했고, 그 결과 오러 마크가 가장 적절하다는 결론을 내리셨네.”
“에…… 미끼요?”
투란이 조금 황당하다는 듯이 웅얼거리는 말투로 짚었다.
이건 마치 헌터가 물었던 미끼이니, 너도 물어라 하는 듯하잖은가?
그것도 아예 대놓고 노골적으로!
그 때문에 당연히 어이없어 바라보는 투란을 향해 홀시딘은 보다 위풍당당한 태도로 말을 이어 간다?
“필요한 인재는 몬스터 헌터, 그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뭘까? 몬스터와 싸우고, 사냥이란 명목(名目)을 내세워 몬스터를 격퇴하는 그들에게 무엇이 가장 부족할까? 무엇을 채워 준다고 하면 그들을 제 발로 알드바인으로 오게 할까! 강력한 마도구? 그건 마법사도 아무 때나 쉽게 만들 수 있는 것은 아니야. 적당한 마법 물품? 알드바인에서 쉽게 공급할 수 있는 거라면 다른 곳에서 더 쉽게 구할 수 있겠지! 또 다른 여러 가지 상황, 조건을 고려해서 알드바인의 선대 마스터는 한 가지 결론에 도달했어! 다른 곳에서 쉽게 제공할 수 없는 것, 헌터라면…… 아니, 사람이라면 원초적으로 탐내는 어떤 것이어야 한다고 말이지. 그리고 헌터 길드에서 마법이 필요하지만 마법이 없을 때 무슨 짓을 하는가를 여러 가지 방향에서 조사했고, 한 가지를 찾아냈어! 오러 윌더가 아닌 헌터들이 오러 윌더의 힘을 발휘하기 위해 하는 짓! 돈에 여유 있고, 물자를 충분히 갖춘 채로 당당하게 상아탑을 찾을 수가 없는 녀석들이 저지르는, 마법사의 관점에서는 더할 나위 없이 멍청하지만 그럼에도 저지르는 짓! 심지어 엉터리 연금술사의 손에까지 의지하는 짓! 뭔지 알겠나?”
“……혹시 강화제?”
투란은 뜨거운 피라도 뿜어내듯이 떠들다가 불쑥 묻는 홀시딘의 목소리에 자신도 모르게, 아주 떨떠름하기는 하지만 어쩔 수 없이 호응해서 대꾸하고 말았다.
“그래, 강화…… 응? 강화제? 아니, 그거 말고!”
열기를 띠고 말을 이어 가려던 홀시딘이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투란도 자기가 꺼낸 말이 민망하다는 듯 멋쩍은 표정을 지었다.
그냥 되는대로 내뱉기는 했지만 아닌 것은 아니잖은가.
샤오콴 마을에서 헌터 사이에 가끔 서로 욕하다가 거론되기도 하는 약물이 강화제(强化劑)였다. 마시면 병신이라고, 그거 마셨냐고 말이다. 대화 중에 그렇게 나올 정도로, 어지간한 바보가 아니면 마실 리가 없고 헌터랍시고 까불다가 궁지에 몰려서 어쩔 수 없게 된 멍청이인 경우가 아니면 절대로 입에 대지 않는다고 하는 것이 바로 강화제였다.
강화제가 아주 잠깐 자신의 한계를 벗어난 괴력을 발휘하게 해 주기는 하지만, 그다음에 찾아오는 후유증으로 곧바로 몸을 망치게 하는 약물인 탓이다. 온갖 독극물, 심지어 몬스터에게서 뽑아낸 약재까지 섞어 만드는 것이라 결코 사람 몸에 적합할 리가 없는…… 약물인지 독물인지 모를 주제에 비약(秘藥)이라 불리기도 하는 것!
얼핏 들으면 한순간 정도는, 죽느냐 사느냐 하는 한순간 정도는 의지해도 좋을 듯한 약물이지만 샤오콴 마을에서 헌터들이 떠든 바에 따르면, 고작해야 평소 힘의 절반 정도를 더 발휘하게 해 줄 뿐이고 그 정도는 급한 상황에 몰린 사람이 좀 무리하면 되는 수준이라고 했다. 숙련된 헌터라면 단지 마음가짐을 고쳐먹는 정도로도 강화제 없이 그런 힘을 쓸 수 있으니, 그딴 거 마시면 병신이라는 소리가 저절로 나올 수밖에 없다고 했다.
물론 세상에는 그런 후유증, 부작용이 없는 전설적인 강화제도 있다고 하지만…….
“사기꾼이 제일 좋아하는 비약이지. 마신 놈이 뒈지니까, 딴 놈에게 그거 가짜라고 말할 시간조차 없이 말이야.”
그 소리 믿다가는 죽기 딱 좋다는 것이 헌터의 상식이었다.
“강화제 말고, 어떤 강화요?”
“오러 마크! 다양한 용도로 변화할 수 있는 가능성을 지닌, 유연한 형태의 오러 마크! 배틀메이지였던 알드바인의 선대 마스터가 도달한 결론이었지!”
“헤에, 그래서 만든 게……?”
“헌터스 배너, 금전 두 닢짜리 오러 마크다!”
“금전 두 닢? 어? 그거 오러 마크치고는…….”
“그래, 싸지! 파격적인 가격으로, 파격적인 효과를 얻을 수 있는 오러 마크! 단, 그걸 몸에 새기고 싶다면 알드바인으로 와야 하는 거야. 어때, 괜찮은 미끼 아닌가?”
어딘가 음흉하고 으스스한 웃음까지 머금은 채로 나오는 홀시딘의 말이었다.
투란은 잠시 맹하니, 멍한 채로 눈을 깜박거릴 수밖에 없었다.
오러 윌더, 그들은 강력하다.
단지 힘이 세고 빠른 것이 아니라 전투에 대한 전체적인 감각이 압도적으로 뛰어난, 사람으로서 도달할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선 영역에서 싸울 수 있는 자들이 바로 오러 윌더였다.
그런 오러 윌더를 만들어 내는 것이 바로 오러 사인.
하지만 오러 사인을 새기는 데 금전이 최소한 열 닢이 소모된다!
금덩이를 씹어 먹는 마법이라고 불리는 까닭이 따로 있지 않았다.
그나마 그것도 다른 조건과 필수품을 모두 갖췄을 경우이고, 다른 조건과 필수품을 금전으로 때우려고 하면 순식간에 수십 닢의 금전이 필요해지는 것이 바로 오러 사인이었다.
그 때문에 완성된 오러 사인이 아닌, 효과가 아주 많이 떨어지기는 하지만 그래도 그럭저럭 오러의 힘을 발휘하게 해 주는 오러 마크가 헌터 사이에서 제법 쓰였다. 문제는 그 오러 마크 또한 제대로 된 경우는 금전 다섯 닢은 필요하다는 것…….
“……제대로 된 오러 마크이기는 한 건가요?”
매우 의심스럽게, 투란은 이리 묻지 않을 수가 없었다.
마법사에게는 뭔가 화가 날 듯한 확인일 듯했지만 홀시딘은 흐흣 하고 웃기부터 하는 꼴이 이런 물음에 아주 익숙한 듯하다!
“은전 받고 대충 새겨 주는 마법 문신이 아니냐고 다들 의심하기도 했지! 한정된 시간, 제한된 조건하에서 잠깐 힘을 발휘하게 해 주는 거냐고 말이야.”
“음, 확실히 그런 게 많잖아요?”
“그래, 많지! 하지만 그런 어쭙잖은 거랑 다르게, 진짜 오러의 힘을 끌어내 주는 오러 마크! 상아탑의 상급 마도사가 보증하는 오러 마크가 금전 두 닢이라면? 공식적으로 헌터 길드에 증명한다면!”
“에, 음…… 확실히 한몫 크게 잡은 헌터라면 노릴 만하네요?”
“그렇지! 어중간한 놈들은 감히 넘보지 못하겠지만, 어느 정도 수준이 있는 헌터에게 금전 두 닢은 오래 쓸 장비품 가격으로 적당하거든! 즉, 어느 정도 수준이 있는 헌터를 알드바인으로 유인하는 데는 이보다 적당할 수가 없잖아!”
“으흠…… 금전 두 닢짜리 문신이 가짜라…….”
투란은 고개를 갸웃하면서, 이제까지 홀시딘이 쏟아 내던 열변의 시작으로 이야기를 되돌렸다. 계속해서 알드바인의 마스터 홀시딘이 자랑하는 소리를 듣고 있을 수는 없으니까, 적당히 끊을 작정이었다. 그런데…….
“응? 가짜? 왜 가짜? 넌 진짜를 꾸밀 수 있어!”
홀시딘이 눈을 부릅뜨면서 외친 소리가 투란을 확 붙들잖는가.
“……에? 잠깐만요. 그건 뭔 소리예요? 나는 몬스터 로드라고요. 황금매로 적당히 마법 문신이야 꾸밀 수 있겠지만, 오러 마크를 꾸며요?”
“엘레멘탈 링으로 스피릿 아티팩트 만드는 것보다 쉬워!”
“……예?”
―호오?
홀시딘이 왕성한 호기심과 함께 꺼낸 이야기는, 결국 도착하자마자 산림으로 뛰쳐나가려 했던 투란을 멈추게 했다. 그렇게 해서 도착한 첫째 날은 결국 마법으로 집 짓고, 마법으로 이뤄진 오러 마크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를 듣고…… 오러 마크를 꾸며 내는 데 거의 다 소모해야 했다.
잠시나마 투란이 그레이우드에서 정령의 궁전에 소모된 금전에 대해 잊을 수 있었던, 좋은 때였다.
그 또한 홀시딘이 ‘이 지식은 금전 스무 닢 이상의 가치를 지녔다!’라는 말을 꺼내는 순간 끝나고 말았지만!
‘후우…… 공짜로 오러 마크를 뜯어냈으니까, 조금 위안이 되었지. 후후훗!’
22일째를 대비하면서 투란은 거울 속의 오러 마크, 헌터스 배너를 보고 더듬으며 음흉한 웃음을 지어 보였다.
상아탑의 마도사 홀시딘처럼!
―진짜로 이걸 새겨 주는 떠돌이 마법사 노릇을 해 보려고?
드라고니아는 심각하게 걱정하는 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