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ster×Monster: Nihilism King Arc RAW novel - Chapter 461
몬스터×몬스터: 허무왕 편 (457)
다섯 마리의 붉은 거미가 움찔거렸다.
다섯이 협력한 그물질, 벌레의 고치처럼 뭉쳐 놓은 실그물의 덩어리가 붉게 변하면서 그 색채가 다섯의 주변으로도 번지고 있었다.
붉게, 끈적거리면서 아주 뜨겁게!
키이, 키이이―
다섯 거미가 서로를 향해 일제히 작은 소음을 쏘아 냈다.
이 상황에 대해 서로 의논하는 듯한, 마치 대화라도 하는 듯한 소음이었다.
그리고 다섯 마리는 결국 택했다.
더 빠르게 더 촘촘하게, 마수답게 온몸에서 끌어내는 가늘면서도 투명한 탓에 어지간한 시각에는 거의 포착될 리가 없는 거미 실이 두툼하고 굵은 덩어리로 보일 정도가 된 고치를 한번 더 휘감아 버리는 것으로!
고치에서 뿜어 나오는 붉은 색채는 다섯 거미가 무슨 짓을 하든 상관없다는 듯이 투명한 실을 샅샅이 타고 번지면서 붉은 광채를 띠게 했다. 그 때문에 조금 전에는 거의 보이지 않는 채로 주변 나무를 휘감으며 높은 꼭대기까지 걸려 있던 거미의 그물이 얼마나 크고 넓은 우리를 지은 채로 침입자를 맞이하고 있었는가가 훤히 드러나고 있었다.
다섯 마리의 거미는 세공(細工)을 업(業)으로 삼는 장인(匠人)이 보면 기꺼이 자신의 팔과 바꿔 갈아 끼우고 싶다고 할 다리의 정교한 움직임으로 사방에 펼쳐 놓았던 그물을 끌어당기고, 자신의 몸에서 새로 뽑아낸 실과 엮으며 고치를 더 두껍고 단단하게 감아 조였다.
사람이 하는 실뜨기 놀이가 놀라운 수준에서 전개되는 듯한 광경이었다.
다양한 무늬가 허공에 나타났다 사라지며 거미와 상관없이 살아 있는 것처럼 꿈틀거리면서 움직이고 조여든다!
실의 미세한 가닥마저 붉게 물든 탓에 그 움직임이 훤히 드러나고 있었고, 감긴 채로 축이 되어 버텨 주는 나무의 껍질 위로도 붉은 광택이 요사(妖邪)스럽게 번져 가는 듯했다.
불길이 폭발적으로 치솟은 것은 거미들의 그런 바쁜 움직임이 정점에 도달해서 길고 가는…… 그래도 웬만한 사람의 팔뚝보다는 굵어 보이는 다리가 거의 사람 눈에는 제대로 보이지 않을 속도로 움직일 때였다.
불길은 고치 안에서 불쑥 튀어나온 뿔 두 가닥을 중심으로, 실이 맺혀 있는 모든 곳에서 한꺼번에 피어올랐고 소용돌이쳤다. 불의 회오리는 강한 압력을 휘몰아 붙였다. 교차하는 실의 그물에 의지해서 허공을 디딘 듯이 보이던 다섯 마리 거미가 바로 고치 쪽으로 밀려갔다.
팽팽하던 실이 흐느적거리면서 엉기는 듯이 보였지만, 다섯 마리 거미의 신속한 발놀림은…… 거미답게 여덟 개씩 지닌 탓에 사십 가닥이나 되는 발놀림의 섬세함은 그 흐느적거리는 실을 다시 당기고 엮어 기둥이 되는 나무를 바꿔치기하면서 버티게 했다.
실의 섬세한 무늬가 새로이 허공에서 움직였고…….
고치 안에서 튀어나온, 조금 더 자세하게 살피면 고치 위에서 붉은 색채를 바탕으로 새로 자라난 듯한 두 뿔이 떨리면서 불길은 더욱 거센 회오리를 일으켰다. 주변의 나무를 모조리 휘감아 삼킬 듯이!
쿠릉, 파아―!
회오리 속에서 기묘한 천둥이 일어났고, 허공을 찢는 번개의 가지가 나타났다.
시퍼런 번개가 회오리를 타듯이 가지에 가지를 치며 한 바퀴 맴돌고 나자 다섯 마리 거미가 뻣뻣하게 굳어졌다.
회오리는 저항하지 못하는 다섯 마리 거미를 한꺼번에 고치로 들러붙게 밀었다.
붉게 달아오른 고치는 찰랑이는 듯했고, 곧바로 다섯 마리 거미가 그 안으로 절반쯤 파묻힌 채로 파르르 하며 다리와 몸을 떠는 광경이 펼쳐졌다. 그리고―.
‘뭐야! 왜 이것들도 마수야!’
―투란은 불의 회오리 속에서 소리 없이 화를 내고 있었다.
―저번에 봤던 녀석들이 강화된 형태로군. 껍질도 실의 특성도…….
드라고니아가 흥미롭다는 듯이 중얼거렸다.
‘그럼 뭐 하냐고! 제엔―자아―앙!’
―뭐 하려는 거냐?
성난 외침을 소리 없이 터뜨리면서 드러내는 투란의 움직임에 드라고니아가 의아해했다. 투란은 대답하지 않았지만, 드라고니아는 그 움직임을 보며 알 수 있었다.
마그마 로드의 형상에서 끌어낸 ‘플레임 불’의 뿔이 부르르 떨었고, 주변의 불길이 더욱 강렬하고 거센 회오리가 되어 거미의 실을 모조리 잡아당기면서 나무를 불덩이로 바꾸고 있었다.
벌겋게 찰랑대는 듯이 보이는 고치에 반쯤 박힌 거미의 몸통은 붉은 가죽이 발광(發光)하는 듯하다가 시커멓게 변하면서 쩍쩍 갈라졌다. 갈라진 틈새 속에서 불티가 튀어 올랐고, 회오리치는 불길이 그 틈새로 스며들며 불티를 삼키니…… 어느새 거미가 숯으로 된 조각인 것처럼 보일 지경이었다.
화아― 우지끈, 쿵.
세월을 품고 굵어진 나무가 결국 버티지 못하고 하나씩 꺾이면서 고치가 땅에 내리꽂혔다. 그 충격 때문인 것처럼 고치에 파묻혔던 거미가 숯덩이처럼 시커먼 몰골로 튕겨 나왔다. 그리고 다리를 떨다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불의 회오리가 주변을 모두 시커멓게 태워 가며 나무 속을 파먹었고, 불티가 타지 않는 땅으로 번지며 숯 빛깔로 물들이는 것처럼 보였다.
다섯 마리의 거미가 길고 가는 다리를 쓱쓱 뻗으면서 고치의 주변을 맴돌았고, 부러진 나무의 잔해를 끌어당겨 서서히 거뭇해져 가는 고치로 밀어 넣었다. 고치는 새로운 먹이를 먹으며 성장하듯이 부풀어 올랐고, 광택이 나는 검은 숯 빛깔로 물들어져 갔다.
콰륵, 와드득!
돌이 뭉개지고 마찰하며 흐르고 부서지는 소리와 함께 고치가 팔다리를, 머리를 뻗으면서 일어섰다. 시커멓게 변한 땅에 두 발이 뿌리처럼 박힌 모습으로!
다섯 마리의 숯 조각으로 꾸며진 듯한 거미가 갑작스럽게 나타나는 거인…… 4, 5미터의 키에 높이 솟은 불타는 뿔을 지닌 우람해서 가슴에서 허리, 엉덩이가 한 덩어리로 보이는 배불뚝이 같은 거인의 주변에 자리 잡았다. 마치 경계를 서는 듯, 호위병이라도 된 듯!
―이렇게 써먹는 꼴을 보면 홀시딘이 황당하겠구먼.
‘응? 왜? 마그마 로드보다는 이쪽이 더 평범하구먼! 이건 여차하면 버닝 데드를 좀 키운 거라고 우길 수 있다고! 몰튼노트가 그게 좋단 말이지.’
―거미 마수까지 순식간에 거느린 채로 말이냐? 어디 가도 통하지 않을 거짓말이잖아!
‘누가 떠들고 다닐 작정이래! 혹시나 이러고 있는 걸 들킬 때 얘기지! 하지만 들킬 일 없잖아. 게다가 시크릿 키퍼가 있는데 뭘…… 아, 그보다 홀시딘이 준 비컨 화살, 아직 유지되나?’
―높이 띄워 놨잖아. 이제 계획대로 할 거냐?
‘이 지경인데도 뭐가 튀어나올 낌새가 없잖아. 얘네는 아예 여기 자리 잡던 중이었고…….’
뿔 아래에서 불티가 휘날리는 눈알이 붉은 구슬처럼 움직였지만, 주변에서 새로 드러나는 이상한 풍경은 없었다. 그저 얽히고설킨 채로 멀리 펼쳐진 거미의 그물이 땅과 나무 사이로 잔뜩 맺힌 꼴만 보다 분명히 느껴질 뿐이었다.
크르륵, 입가에서 기묘한 소리를 내면서 투란이 두툼하고 굵은 손을 위로 들어 올렸다. 위에서 내려오는 뭔가를 받으려는 듯한 동작이었고, 시커먼 광택을 띤 거인의 손 위로 허공에서 희뿌연 빛깔의 화살이 사뿐히 내려왔다. 손 위에 둥실거리면서 뜬 화살을 향해 투란의 그렁그렁한 목소리가, 그 덩치에 어울리지 않는 낮은 속삭임으로 흘러나온다.
“홀시딘, 일단 내가 이 지역을 장악한 것 같아요. 근데 역시 마수인 거미만 나오고 있어요. 예전보다 더 강한 새 품종이기는 한데, 얘네는 그냥 이 근처를 사냥터로 삼은 모양이고…… 괴상하게 서로 잘 어울리는 정도가 조금 특이하게 보였어요.”
말을 마친 뒤, 투란은 손을 뒤집어 땅으로 화살을 내리눌렀다.
둥실둥실 뜬 채로 투란의 속삭임을 모두 들은 화살은 시커먼 빛깔의 땅바닥에 짙은 갈색으로 생겨난 틈새로 박혀 들어갔다. 갈색의 흙빛이 꿈틀거렸고, 투란이 다시 속삭인다.
“테라트, 홀시딘에게.”
검게 물든 바닥, 그 틈새에 작게 생겨난 흙덩이가 둥글게 빚어졌고 세게 떨었다.
흙덩이의 떨림이 잠시 멈췄다가 다시 부르르 떨리기 시작하면서 홀시딘의 목소리가 흙덩이로부터 징징 울려 나온다.
“그 특이한 녀석들이 바로 거미 군단의 상위 계층이다. 군단을 이끄는 몬스터 거미를 가장 가까이에서 호위하는 놈들이지. 그놈들이 있다는 건, 그 근처 어딘가에 몬스터 거미가 숨어 있다는 증거야. 물론 그놈들 잡은 채로 돌아서면, 새로 호위를 세울 뿐이다. 그러니까…… 이제 끌어내자고. 스피릿 아티팩트와 몬스터 로드의 힘을 빌려 쓰는 상아탑 마법을 즐겨 봐, 투란!”
“흐흠, 기다리고 있어요.”
대답하고 나서 투란은 잠시 매끈하고 반들거리는 흙덩이를 내려다봤다.
거인의 몸을 한 탓에 꽤 작아 보이기는 했지만 흙덩이는 거의 2, 30센티 정도의 굵기의 알처럼 보였고 투란의 스피릿 아티팩트 테라트가 깃든 채였다. 홀시딘의 곁에도 테라트의 파편이 있었고, 덕분에 조금 전에 그 공명을 이용해 소리를 중계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제는 홀시딘의 마법을 중계할 참이니…….
‘이거 정말 나중에 아무 탈 없겠지?’
―로열 가든의 시크릿 키퍼가 너에게 해로운 짓을 할 리가 있냐? 온갖 마법적인 서약과 율법에 의한 제약도 그렇지만, 홀시딘이 네게 직접 약속한 것도 있는데 못 믿어?
‘마법사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으면 안 된다고…… 그게 인간 사회의 상식이지.’
―얼간이들이 억지 쓰는 소리로 들린다만?
‘쳇, 나중에 호된 꼴 안 당하려면 적당한 경계심은 꼭 필요하다고!’
―그렇군, 홀시딘은 정말로 널 많이 경계해야겠어. 이렇게 의심 많은 녀석의 비밀을 지키려면 참으로 골 아픈 일이 많을 테니까!
‘시끄러워―! 아, 온다.’
매끈한 흙덩이로부터 울려 나오는 테라트의 신호, 마력으로 새로운 구조가 만들어지는 것을 느끼면서 투란은 주의를 기울였다. ‘더 기간틱’의 아주 작아진 모습인 듯한 거인의 주변에서 새로 몰튼노트의 마수가 된 거미 다섯 마리가 더욱 경계를 강화하듯이 긴 다리로 주변을 더듬었다.
테라트 안에서 형성된 마법이 곧 투란에게서 몬스터 로드의 고유 마력을 끌어당겼고, 발동했다.
장렬(壯烈)한 파동이 땅속으로 깊이, 허공으로 넓게 퍼져 나갔다.
귀로 듣는 소리가 아닌 몸으로 느껴야 하는 파동은 곧 사방에서 소란스러운 반응을 이끌어 냈지만, 투란은 그런 소란에 전혀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어?”
크르릉 하는 듯한 소리가 돼 버린, 사람이었다면 얼빠진 듯이 자신도 모르게 뿜어냈을 거인의 한마디를 개미의 기침처럼 파묻어 버리는 거대한 굉음이 땅을 출렁이게 하면서, 그대로 땅을 뒤집어엎고 바로 한구석에서 터져 나왔기 때문이다.
뭔가 포효하는 듯했지만, 소리가 전혀 없었다.
몰튼노트의 표피(表皮) 중에서 약한 부분이 그대로 갈라진 채로 불티를 뿜어내는 속을 드러냈고…… 한순간에 뭔가 휘둘러지며 앞을 스쳐 간다 싶은 순간에 테라트가 맺은 흙덩이가 박살 나서 티끌이 되어 흩어졌다.
그 자리로 불티가 튀었고 검게 물들여지면서 투란의 몰튼노트가 반사적으로 영역을 장악해 나가기는 했지만.
―호오? 제대로 건드린 모양인데? 저건 척 봐도 몬스터로군. 좋겠구나?
드라고니아가 투란을 향해 슬그머니 놀리는 듯한 말을 흘려 내고 있었다.
투란은 이 말에 바로 반응할 수가 없었다.
제대로 서 있기도 힘들 정도로, 5미터를 넘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4미터는 되는 거인의 몸집까지 출렁거리는 땅울림에 껑충거릴 지경이었고 소리라 할 수 없는 포효와 함께 사방의 나무를…… 아예 숲을 통째로 뽑아 휘두르고 있는 듯한 ‘거미’처럼 다리가 여덟 개인 괴물을 제대로 보기 바빴다!
물론 드라고니아는 이런 투란의 상태가 더욱 재미있다는 듯이 놀리는 소리를 더하고 있었으니…….
―몬스터야, 저건 척 봐도 몬스터라고. 기뻐할 일 아니냐?
여러 박자 늦게 투란은 겨우 이에 답할 수 있었다.
‘지, 징그러워! 뭐야 저게! 뭐 저리 못생긴 놈이 거미 흉내를 내고 있냐고! 달걀 괴물이냐? 낯짝도 달걀 닮았는데…… 저거 눈깔이야 뭐야? 뭐가 셋이나 달려 있어! 등에 짊어진 거는 또 뭐고! 저게 다리야, 뼈다귀만 남은 날개야! 대체 뭐 저렇게 생긴 놈이 다 있냐고! 엄청 징그럽잖아!’
―흠, 징그러운 거냐? 저 정도로?
드라고니아의 이번 말은 놀린다기보다는 꽤 의외란 듯이 갸웃하는 듯했다.
그래서 투란은 다시 한번, 수백 미터의 땅을 출렁이게 하면서 숲을 통째로 눕혀 뽑아 휘둘러 대는 듯한 몬스터를 다시 바라봤다.
여전히 그 갸름한 달걀 형태의 머리통, 등에 짊어진 길쭉한 타원의 통 모양…… 그 통의 아래에서 튀어나와 하늘을 쑤시고 있는 듯한 굵은 네 다리가 끝으로 갈수록 가늘어지는 모양을 한 것과 다르게 가슴 쪽으로 튀어나온 네 다리는 끝까지 굵은 모양인 채로…… 가슴과 등이 구분되는 듯한 형체를 한 몬스터!
반듯한 거미를 이리저리 분지르고 다시 강제로 접착시켜 뭉개 놓으면 저런 모양이 아닐까 싶은 괴상한 몰골의 몬스터였다.
‘징그럽잖아! 저 살갗 좀 봐! 저거 잔털이 계속 꼬물거리는 가죽이라고!’
쓸데없이 예민한 몰튼노트의 감각을 통해 몬스터의 표피가 매끈해 보이는 것과 다르게 잔털이 가득한 채로 쉼 없이 움직이는 것을 느끼면서 투란은 더욱 징그러워했다. 그러는 사이에 갑작스럽게 로열 가든의 징표가 투란의 손끝을 울리는 듯했고, 홀시딘의 말이 빠르게 전해져 오는데…….
“투란! 조심해라! 그놈은 바람의 군단장이라고 하는―!”
또다시 소리라 할 수 없는 처절한 포효가 울렸고, 마력까지 뒤트는 그 울림과 함께 투란은 손끝에 힘을 줘서 징표를 잠들게 했다.
‘그러니까 저거 꽤 유명한가 보네…… 근데 왜 바람이 어쩌구 하는……?’
이리 의아해하며 투란이 잠깐 더 바라보는 사이에 숲은 더욱 들뜬 채로 휘둘려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