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ster×Monster: Nihilism King Arc RAW novel - Chapter 486
몬스터×몬스터: 허무왕 편 (482)
잠깐 동안 침묵이 맴돌았다.
“그건…… 왕국의 재난이라는 몬스터 몇 마리를 한꺼번에 잡아도 나올까 말까 하는 보상금 아닌가?”
띄엄띄엄, 겨우 입이 풀렸다는 듯이 페란드가 묻고 있었다.
제란드가 바로 이 말에 보태듯이 말한다.
“천 닢 이상의 보상금이 책정된 몬스터는…… 헌터가…… 헌터 파티가 사냥할 대상이 아니라고! 그건 군단 규모로 상대해야 하는 거잖아!”
멜란드는 팔꿈치로 투란을 쿡쿡 찌르면서 묻는다.
“……진짜로 잡은 거야? 몰아내지 않고 잡았어? 대체 뭘 잡았는데?”
세 형제가 입을 여는 사이에 깊이 숨을 들이쉬고 길게 내쉰 시알라가 묻는 말을 꺼낸다.
“그러니까…… 여태 금전 삼천오백 닢짜리 시련 하나를 해결하느라고…… 한 달 가까이 연락을 못했다?”
“응? 시련 하나? 아냐, 세 가지 모두 해결했어!”
투란은 도리도리 고개를 저으면서 상쾌하다는 듯이 목소리를 높였다.
네 남매는 다시 한번 목각인형처럼 굳어진 표정과 태도가 되었지만, 이번에는 아까보다 더 빠르게 말문을 다시 연다.
“뭘 어쨌다고!”
“겨우 한 달 만에?”
“우와! 다 해서 삼천오백 닢이었어? 그럼, 마리당 천이백…….”
“멜란드!”
페란드와 제란드가 겨우 한 달 만에 세 가지 시련이라는 세가지 사냥을 끝낸 것이냐고 황당해 하는 사이, 멜란드는 금전을 삼등분하고 있다가 시알라에게 매서운 눈초리를 받고 어물쩍 입을 다물었다.
이 광경에 투란이 홀시딘을 보며 묻는다.
“정말로…… 살아있다는 말만 메시지로 보내고 딴 얘기 하나도 안 했어요?”
슬쩍 움찔하면서도 홀시딘은 헛기침 한번과 함께 담담한 말투를 꾸며 대답한다.
“다른 얘기? 음…… 투란, 네가 하루 이틀 정도 상황 보러 간다고 하고서 나갔다가 하루 이틀 지나서 끝났어요, 라고 했던 상황에서 내가 느꼈던 기분? 마수 잡으러 다니면서 몬스터 어딨냐고 투덜거리던 얘기? 그런 걸 굳이 전할 필요는 없었을 것 같았는데…… 그런 얘기 궁금했나?”
시알라가 어처구니없다는 듯이 홀시딘을 보다가 눈길을 옮겨 투란을 바라봤다.
“투란……?”
마치 ‘이거 진짜야?’라고 홀시딘이 한 말에 대해 확인하려는 듯한 한마디와 세찬 눈빛이었고, 이 분위기에는 시알라뿐이 아니라 세 형제도 조금 질린 표정을 한 채로 동감하는 모습으로 투란을 쳐다보는 눈길을 보내고 있었다.
투란은 이 분위기를 바로 알아차렸다는 듯, 일단 홀시딘을 부릅뜬 눈으로 보면서 느릿하게 이야기를 늘어놓는데…….
“에이, 그렇게 이상하게 말하면 내가 나쁜 놈 같잖아요! 원래 몬스터 상태를 살펴보다가 틈이 보이고 해볼 만하면 바로 해치우는 게 당연하잖아요! 아, 보다보니까 나랑 상성이 꽤 잘 어울리는…… 아, 어울린다고 하니 이상한가? 암튼! 나한테 제대로 약점이 잡히는 경우라 볼 것 없이 해치운 거죠! 그리고 거미 마수는…… 너무 많았잖아요! 산과 숲에 와글와글! 마수를 이끈다는 몬스터는 보이지도 않은 채로 이십 일을 넘기고 있는데 당연히 투덜거리게 되죠!”
“잠깐, 투란! 거미 마수?”
“어, 산과 숲에 와글……? 그거 설마 쟈카라 산림?”
“레기온 워스파이더인가 하는 놈들 얘기야?”
멍하니 듣던 세 형제가 화들짝 놀란 소리를 내고 있었다.
투란은 눈을 껌뻑였다.
“어? 그 산속 거미 떼, 알고 있었나 보네?”
시알라가 아랫입술을 꽉 깨물다가 버럭 소리친다.
“홀시딘! 설마 투란이랑 달랑 둘이서 군단 거미의 성채라는 쟈카라 산림에 가 있었던 거예요?”
“성채? 아, 그렇게도 불린다고…….”
투란이 갸웃하다가 문득 홀시딘을 보면서, 홀시딘에게 들은 이야기 중에 있었다는 듯이 웅얼거렸다. 덕분에 홀시딘은 일단 투란을 흘겨보고, 놀란 채로 ‘이 마법사, 제정신인가?’라는 눈길을 거침없이 뿜어내는 네 남매를 향해 바쁘게 설명을 해야 했다. 아무래도 섀터드 세븐, 칠왕국의 경계 안에서 살았던 네 남매는 홀시딘이 투란을 데려갔던 쟈카라 산림에 대해서는 투란처럼 모를 수가 없는 듯하니까!
“그레이우드에서 오우거랑 트롤을 혼자 사냥했다고! 쟈카라 거미 떼가 아무리 대단해도 내가 지원하면 어떻게든 상대할 수 있다고 판단했단 말이야! 투란이라면 충분히 해낼 수 있다고…… 아, 근데 그건 너희가 더 잘 아는 일 아닌가? 마수가 아무리 대단해도 투란을 어쩌지 못한다는 거…….”
슬쩍 말꼬리를 돌려 네 남매에게 넌지시 던지는 소리는 홀시딘이 생각한 것보다 더 잘 먹힌 듯했다. 우선 세 형제가 가만히 ‘그건 그렇지.’라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으니까, 다만 누나인 시알라가 바로 세 형제를 흘겨보면서 하는 말은 홀시딘에게 조금 날카롭게 들렸다.
“방심한 몬스터 로드처럼 나약한 경우가 있던가요? 아무 것도 모르는 상대만큼 위험한 것이 없다는 거, 몬스터 헌터 곁에서 졸고만 있어도 금세 듣는 이야기잖아요. 투란에게 제대로 설명을 하기는 한 건가요, 마스터 홀시딘?”
“……하려고 했지. 다 듣기 전에 뛰쳐나가길래 마법으로 떠들기도 했었고.”
살짝 뒤로 빼는 말투로 홀시딘이 이번에는 투란에게 짐을 떠넘기며 으르렁대는 표정을 쏘아보내면서 대꾸했다.
시알라는 그 순간에 투란이 잠깐 움찔하는 꼴을 똑똑히 볼 수 있었다. 시알라의 입술이 저절로 달싹였고,
“투란…….”
어이없어 하며 한마디가 막 나오는 순간, 투란이 재빠르게 말한다.
“마스터 홀시딘! 삼천오백 닢이랑 별개로 계산한다고 했죠? 그렇죠? 쟈카라 거미 떼는 계산 따로라고 했으니까…… 금전이 더 늘어날 거야!”
순간, 시알라의 눈가에 핏대가 치솟았다.
그야말로 ‘이 인간이 지금 금전으로 때우려고 하는 거야?’라고 울컥하는 표정이었고 곁에서 페란드가 재빨리 누나의 팔뚝을 잡아 말릴까 말까 고민하는 듯했다. 제란드는 그런 형에게 ‘말려!’라는 눈짓을 하는 중이고!
하지만 멜란드가 피식 웃는 소리가 먼저 투란의 곁에서 울려나온다.
“그래? 그러면 뭐, 다해서 사천 닢이라고 하고…… 금괴 무게로 치면…… 음, 한 이 톤 정도 되는 거야? 투란, 나라면 금전 백 닢이라도 정말 신나겠지만…….”
금전을 금괴 2톤으로 환산하면서 왠지 한숨처럼 중얼거림이 이어지는 듯했다.
투란은 그런 멜란드를 향해 갸웃하며 말한다.
“응? 무슨 소리야? 멜란드, 금전 백 닢 정도가 아니라고! 사천 닢은 오우거가 있는 숲에서 아마 채웠을걸? 홀시딘, 오우거가 한 오백 닢 된다고 했었죠? 그러니까 다섯으로 나눠도 팔백 닢인데, 뭐가 백 닢이야? 에헤, 설마 나눗셈을 못한 거야?”
“……나눠?”
멜란드가 맹한 표정으로 투란을 보며 눈을 깜박였다.
투란을 사이에 두고 그 너머로 멜란드를 보는 홀시딘은 쓴웃음과 함께 ‘역시.’라는 표정을 지어보였다. 홀시딘이 눈동자를 굴려 멜란드 곁의 제란드, 그 곁으로 둥글게 앉은 페란드와 시알라를 거쳐 봐도 비슷한 분위기는 번지고 있었다.
다만 투란은 이런 분위기가 의아하다는 듯, 홀로 고개를 갸웃하고 있었다.
“왜?”
시알라가 멜란드를 흘깃했고, 페란드와 제란드도 마찬가지로 눈길을 쏘아보냈다. 누나와 형들의 압박을 느낀 멜란드가 울컥하는 표정을 살짝 띄우기는 했지만, 역시 참을 수 없는지 결국 묻는 소리를 꺼낸다.
“투란, 그 사냥에 우린 전혀…….”
“응? 뭔 소리야? 이건 우리가 함께 끝낸 시련이라고. 각자의 역할은 다르더라도, 함께 마친 시련이야!”
투란이 재빨리 멜란드의 말을 자르면서 홀시딘을 향해 단호하게 말했다.
한층 더 깊이 쓴웃음을 얼굴에 새기면서 홀시딘이 네 남매를 향해, 투란의 단호한 이야기를 보충하듯 말한다.
“시작할 때부터 확실하게 해놓고 시작했잖나. 자네들에게 부과되는 세 가지 시련…….”
홀시딘의 손이 가만히 올려졌고, 그 손목에서 금색 무늬가 빛났다.
거대한 고목의 안쪽, 작은 움막을 형성하고 있던 힘의 장벽 안으로 무늬가 번져갔고 풍경이 변화했다. 어느 새 일행은 알드바인의 거대한 나무 안에 임시로 그려놓은 마법의 움막 안이 아니라 로열 가든의 풍경 속에 앉아 있었다.
“……모두 완수되었지. 그러므로, 자네들은 이제 로열 클래스의 자격을 인정받고 그 권리를 행사할 수 있어. 또한…… 투란의 말대로 시련을 완수하며 얻은 보상은 모두에게 공평하게 나눠질 거야. 그 분배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나중에 알아서들 다시 계산해도 상관없어. 어쨌든 그건 나중 이야기고, 지금 알아둬야 할 일은 로열 클래스로서 얻는 여러 가지 권한인데 말이지. 투란?”
네 남매가 갑작스럽게 변해버린 주변의 풍경을 보며, 새삼스럽게 로열 가든의 마법에 대해 감탄할 때 투란은 약간 미심쩍은 표정으로 네 남매를 보고 있었다. 뭔가 할 말이 입술 사이로 들락날락 나올까 말까 하는 분위기가 휘날리는 모습이었다. 그리고 홀시딘이 잠깐 말을 멈추며 부르기가 무섭게, 투란의 입에서 그 말이 튀어나온다.
“설마…… 시련의 보상금을 내가 혼자 다 차지하는 거라고 생각했었어? 응? 그랬던 거야?”
풍경으로 눈길을 돌리던 네 남매가 움찔했다.
그 꼴이 바로 투란이 투덜거림을 이어간다.
“와아! 설마, 여기서 번 은전은 나 주지 않으려고 그런 생각을…… 했구만! 떼엑! 그럼 못써! 열심히 신분 확보하기 위해 애쓰는 노력을 다 같이 한건데, 금전이든 은전이든 나눠야지! 아, 잠깐…… 멜란드, 혹시 말이야…… 내가 가져온 금괴도 나누지 않고 나 혼자 다 갖는다고 생각하고 있었던 거야?”
“어? 에…… 그게 그러니까…….”
멜란드가 누나와 형들을 보면서 말을 더듬었다.
황금매의 문장과 관련해서 위험한 상황에 처할 수 있기 때문에 비밀을 유지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네 남매도 투란과 마찬가지로 로열 클래스가 되어야 한다……까지가 네 남매가 내린 결론이었다. 투란이 웩웩거리면서 힘들게 가져온 금괴는 거기에 쓰일 것이었고, 그 혜택이 생각보다 대단해서 감탄하고 놀란 것……까지가 네 남매에게 허용된 범위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니까 막내인 멜란드는 금괴를 한번 핥아라도 보겠다고 했고, 누나와 형들은 쓸모없는 미련을 떨쳐내라고 막내를 꾸짖어 온 셈이었는데…… 어째서인가 투란은 전혀 다른 결론과 생각을 지닌 듯하다?
그런데 이 일에 대해서 새삼 뭐라 하기에도 좀 이상하잖은가!
멜란드는 뭐라 해야 할지 알 수 없는 자신을 인정하고, 그 책임을 누나와 형들에게 떠넘기기로 했다.
“……누나? 형? 형!”
누나 시알라부터 차례대로 두 형―페란드, 제란드를 거치도록 눈동자를 굴려 눈길을 보내는 막내였다. 하지만 누나와 형들 또한 뭔가 애매하고 당황한 듯이 바로 막내를 도울 말을 찾지 못하는 듯하잖나.
이 어쩔 줄 몰라하는 네 남매를 보면서 홀시딘이 재미있다는 듯이 웃음 지었고, 투란은 한숨을 섞어 타박하듯 말한다.
“험한 곳에서 험악하게 만났기는 세란드랑 똑같은데…… 세란드의 동생이라도 역시 세란드만큼 대담하고 당당하지는 못한 거야? 세란드라면…… 그 험한 곳에서 만난 사람끼리 서로 돕는 게 당연하니까, 짐도 나눠 져야 한다고 팍팍 밀어붙이면서 다 나눠 갖는 게 당연하다고 했을 텐데 말이지. 그래서 팍팍 황금매도 나눠주고, 동생들 일도 떠맡기고 한 세란드랑 똑같을 필요는 없지만…… 그래도 그 험한 곳에서 만나 험한 꼴 함께 겪으면서 여기까지 왔잖아. 그렇다면 당연히 자기 몫을 주장할 정도는 되는 거라고.”
―어쭈?
드라고니아가 못 참겠다는 듯이 뚱한 소리를 투란의 마음에 울려줬다.
하지만 투란은 이를 깔끔하게 무시하고 이야기를 계속한다.
“몇 달이나 함께 그 위험한 수해를 건너놓고 이제 와서 자기 몫을 내놓으란 소리를 못한다면…… 세란드가 억울하다고 유령이 되어 뛰어올 것 같지 않아? 나 혼자 넘어온 게 아니잖아. 길잡이도 필요했고…… 함께 굴러다니면서 고생했는데…….”
―우와! 이런 거짓말을 이젠 마음 한구석 찔리는 곳도 없이 마구 뱉냐? 솔직히 말하라고! 수틀리거나 방해되면 죽일 작정으로 시작한 여행이었고 수해에서는 알게 모르게 몇 번씩 죽을 고비에 내던져놓은 일이 있으니까, 조금 마음이 찔리는 데가 있어서 금덩이라도 나눠줄 생각을 했다고 말이야!
‘시꺼. 지난 일은 오래 마음에 담아두는 게 아니야, 닥치고 있으라고!’
후욱, 숨을 깊이 들이쉬면서 말하느라 힘들었다는 시늉을 하며 마음속의 소란스러운 다른 의견을 눌러버리는 채로 투란이 느릿하고 차분하게 다시 말을 잇는다.
“게다가 아직 끝난 거 아니라고. 앞으로 한 일 년? 어쩌면 삼, 사 년 정도까지도 같이 있어야 된다고. 이 알드바인에서 말이야.”
“응? 알드바인에서?”
어딘가 멋쩍고 민망한 기분인 채로 듣던 제란드가 의아한 소리를 냈다.
투란이 머리를 긁적이면서 홀시딘을 바라봤다.
여기서부터는 뭔가 마법사의 설명이 더 알기 쉽지 않겠냐는 듯한 눈짓에 홀시딘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한다.
“적응해야 할 시간이 필요할 테니까. 알기 쉽게 말하자면…… 자네들, 알드바인의 여관에서보다 이 나무 안에서 더 오래 지냈지? 여기서 이렇게 마법의 움막을 짓고 있어도 된다는 걸 안 다음에 여관으로 간 적이 있기는 하나?”
네 남매는 잠깐 멈칫하다가 천천히 고개를 젓고 있었다.
홀시딘은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말을 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