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ster×Monster: Nihilism King Arc RAW novel - Chapter 488
몬스터×몬스터: 허무왕 편 (484)
“줘, 준다고!”
버럭 외치는 홀시딘이었다.
투란이 ‘아핫!’ 하고 좋아라 하는 표정을 지었고, 네 남매는 ‘왜!’라는 표정으로 어이없어 했다.
홀시딘은 끄응 하면서 한숨 쉬는 모습으로 말을 잇는다.
“누군가 여기를 제대로 지키며 관리하겠다면, 저 밖의 우드 가디언을 줄일 수 있으니까. 저거 그냥 한번 박아놓고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 그런 수준의 아티팩트가 아니거든. 짧으면 한 달, 길어야 두어 달에 한 번은 반드시 마력을 다시 채워 넣거나 아예 주문을 새로 새겨넣어야 한다고. 달리 말하면 순전히 마법사의 시간과 마력이 필요한 물품인 게지.”
“아! 그래서 훔쳐가는 경우도 없었군요?”
퍼뜩 알았다는 듯 제란드가 중얼거렸다.
다시 한숨 쉬듯이 홀시딘이 말한다.
“기본적으로 몬스터에 반응하는 정도이고…… 알려지지 않은 몬스터의 경우에는 아예 반응을 하지 못하지. 게다가 새겨놓은 주문도 마력이 소실되면 함께 사라지니까, 알드바인에서나 쓸모 있고 쓸 수 있는 물품 정도란 거지. 관리하는 입장에서는 필요하지만 다루느라 지치게 하는 물건이고 말이야.”
“얼마나 줘요?”
투란이 독촉하는 눈초리를 번뜩거리며 물었다.
홀시딘은 슬쩍 그 눈길을 외면하는 듯이 고개를 돌리며 대답했다.
“……오십 닢, 은전.”
“하루에 오십 닢은 아닐 테고, 열흘? 보름? 한 사람에 오십 닢이면 결국 고블린을 열흘에 이, 삼십 마리는 잡을 거라고…… 아, 고블린 보상금은 따로 계산하고요?”
투란이 적극적으로 캐묻고 있었다.
홀시딘은 매우 소극적으로 얼버무리는 듯이 대답한다.
“아니, 그렇지는 않아. 그냥 상아탑에서 처리하는 게 더 싸게 먹히면, 사람 쓸 필요가 없으니까…….”
“……대체 어느 정도에 은전 오십 닢이란 거예요?”
“음, 그게…….”
캐묻는 쪽, 얼버무리는 쪽.
갑작스럽게 로열 가든의 풍경을 장식하게 된 둘의 모습에 네 남매는 얼떨떨해하다가 어리둥절해 했고, 곧이어 웃음을 참다가 견디지 못하게 된 듯이 소리 내서 웃고 말았다.
웃음소리는 풍경과 섞이며 맑게 퍼지는 듯했고, 홀시딘과 투란이 맹하니 네 남매를 둘러보면서 말을 멈추게 했다.
왜 웃는가 투란은 의아해서 갸웃했고, 홀시딘은 쓴웃음과 함께 머리를 긁적거리면서 이야기를 마무리 짓겠다는 듯이 빠르게 말한다.
“여기서 지금 떠들 얘기는 아니었구만! 뭐, 간단하게 말하자면 한 달에 은전 오십 닢, 파티 전체에 지급되는 급료(給料)야. 거기서 더 궁금한 게 있으면 나중에 물어보라고, 지금은…….”
“우에에! 파티 전체라면, 다섯 명이면 한 사람에 겨우 은전 열 닢! 한 달에 은전 열 닢이라니!”
“……고블린 안 잡고 못 들어오게 막고만 있어도 된다고! 경계만 잘하면 되니까! 우드 가디언의 수를 줄이는 데 대한 보상이라고! 따지지 마! 알드바인은 그런 곳이야!”
나중에 하자던 이야기를 결국 버럭 외침으로써 마무리 짓고 마는 홀시딘이었다.
입술을 삐죽거리면서 투란이 남매를 둘러보며 낮게 묻는다.
“괜찮은 급료인 거야?”
쓴웃음과 함께 제란드가 조금 냉정한 말투로 대답한다.
“조건을 고려하면 적당한 정도일거야. 고블린을 위협으로 여기지 않는 수준의 헌터에게는 말이야.”
“흐흠…….”
투란이 팔짱을 끼면서 홀시딘을 바라봤다.
이를 가는 표정과 함께 홀시딘이 손을 들어 올렸다.
금색 무늬가 맴도는 손목이 훤히 드러났고, 약간 거친 숨결 속에 홀시딘이 말한다.
“그 얘기는 나중에 자세히 하고! 지금 할 얘기는 이거! 로열 가든의 징표! 로열 클래스로서 알아야 할 일! 로열 클래스의 권리를 제대로 챙기고 싶다면, 잘 듣고 기억해야 한다고! 앙? 기억력이 좋지 못해? 그럴 경우라면, 불러내! 손들고, 로열 가든의 징표에 마음을 두고 불러내라고, 매뉴얼 스크립트! 옛날 위대한 대마도사가 기억을 보조하기 위한 도구로 활용했고, 후대에 전한 마법의 기록수첩!”
“……수첩?”
투란이 멍한 표정을 짓는 사이, 시알라가 갸웃하며 묻는다.
“잠깐, 그 매뉴얼이라는 거…… 자기 손으로 적는다는 뜻 아니에요?”
그사이에 페란드가 자신의 손을 올리고 ‘매뉴얼 스크립트’라고 중얼거리니 손가락에 금빛 고리가 맺히면서 바로 금빛 실을 뿌려냈고, 실이 엮이면서 허공에 돌돌 말린 금색 두루마리가 나타났다.
홀시딘이 그 두루마리를 흘깃하고 재빨리 손짓하며 말한다.
“아냐! 마법의 기록수첩이라고 했잖아! 자신이 직접 관리한다고 해서 매뉴얼이란 이름을 붙인 것뿐이야! 대마도사 취향이니까 따지지 마! 암튼, 그 두루마리 안에 기본적으로 징표를 이용해서 로열 클래스로서 무엇을 할 수 있는가에 대해 적혀있어. 거기에 자신의 경험을 추가로 기록하려면, 펼치고 말해. 소리를 바로 문자로 치환해서 기록해줄 거야. 원래…… 마법사가 자신의 주문을 적는데 쓰던 것이고, 이것저것 알게 된 것을 기록해서 전해주려 할 때 쓰는 마법이야. 로열 클래스에게는 징표를 통해 기본적으로 부여되는 거니까, 어떻게 활용하는가는 알아서 해야겠지.”
“……읽어야 하는 거라고요?”
열성적인 홀시딘의 목소리가 잠깐 쉬는 사이에 멜란드가 약간 더듬는 소리로 웅얼거렸다. 이에 바로 홀시딘이 귀를 쫑긋하면서 대꾸한다.
“보컬 글리프(Vocal Glyph)로 쓰여 있어. 다른 문자계는 자세한 의미 파악을 위해서 호출하면 겹쳐져서 나타나니까 읽는 데 별문제는…… 어이, 설마 보컬 글리프도 읽기 힘들다고 그러는 거냐!”
멜란드가 싹 고개를 돌리면서 외면했다.
그 탓에 제란드랑 얼굴이 마주치는 꼴이 되었고, 제란드는 바로 막내를 향해 가볍게 잔소리를 한다.
“계속 읽으란 것도 아니고, 무슨 일인가 한번 읽고 기억만 해두면 되잖아. 아니, 이제는 제대로 읽는 연습도 필요한가?”
“으읏!”
멜란드는 아예 눈을 질끈 감았다.
홀시딘은 ‘이놈 봐라?’라며 눈꼬리를 치켜 올렸고, 시알라와 제란드는 한숨 쉬는 시늉을 했다. 그사이에 두루마리를 펼쳐놓고 보던 페란드가 놀란 소리를 낸다.
“어, 이거…… 금전을 계속 소모하지 않는 마법이었어요?”
“응? 한번 크게 쓰고 나면 그다음에는 마력이 차오르기만 하면 언제나 활용 가능한 마법이야. 뭐, 그 한 번이 워낙 커서 그렇기는 하지만…….”
홀시딘이 미묘하게 아쉽다는 표정으로 중얼거렸고, 페란드는 고개를 저으며 말한다.
“아니, 이렇게 한 번 들어올 때마다…… 아, 로열 클래스가 아닌 경우로군요.”
“아, 그 부분에서 착각했나? 맞아, 로열 클래스의 정상적인 계약을 하지 않은 채로 로열 가든에 들락거리면 계속 금전이 소모되지. 하지만 이렇게 정상적으로 계약을 하고, 징표가 갖춰진 다음에 시련까지 끝내면…… 루트인 상아탑에 가까운 곳에서는 하루에 두 번, 로열 가든 속으로 들락거릴 수 있어. 뭐, 그러니까 로열 가든을 보물을 감추는 창고로 쓸 수도 있는 거고…….”
“엥? 그럼, 다른 로열 클래스가 감춰둔―!”
눈을 번뜩이면서 투란이 짚었다.
홀시딘이 가늘게 한 눈으로 투란에게 ‘고얀 놈!’ 하는 눈빛을 뿜어내며 말한다.
“웃기지 마. 지금은 시크릿 키퍼로서 내가 열었기 때문에 함께하는 로열 가든이 열린 것이고, 징표를 통해서 각자 자신만의 가든을 열 수 있어. 거기에 다른 사람이 멋대로 들어갈 수는 없지. 자신의 가든으로 초대 가능한 경우도 로열 클래스여야 하고…… 뭐, 이래저래 까다로운 조건이 몇 가지 더 있을 거야. 열리는 조건, 닫는 조건. 잘 활용하기 위해서는 그 조건을 잘 기억해두라고. 그리고…… 징표를 통해 내가 매뉴얼 스크립트에 따로 내용을 추가할 수가 있어. 위장할 신분에 대해 미리 알아둬야 할 일이 있다면 그런 것을 전해두는 거지. 그런 경우에는 두루마리가 두 장이 되고…… 대강 감이 왔나?”
“어…… 에…… 음…….”
투란은 팔짱을 끼고 발가락을 꼼지락거리면서 맹한 모습을 보였다.
멜란드는 ‘읽는 거야? 읽어야 되는 거야!’라고 웅얼거렸다.
시알라와 페란드는 귀를 기울였고, 제란드는 들으면서 징표를 바라봤다.
홀시딘은 잘 듣고 집중하는 셋에게 부드러운 눈길을, 딴짓하는 둘에게는 으르렁대는 눈길을 가차 없이 쏘아 보내면서 이야기를 계속했다.
로열 가든에 대해서…….
로열 클래스에 대해서…….
그리고 앞으로 갖출 수 있는 신분의 위장에 대해서.
마치 뭔가의 입문식처럼, 로열 가든의 풍경 속에서 투란과 네 남매는 상아탑의 마도사가 설명해주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렇게 해서 대강의 이야기가 끝났을 때, 투란은 드라고니아가 소리 없이 중얼거리는 것을 들었다.
―흥미로운 마법의 연계(連繫)로군. 상아탑의 특징이 꽤 분명하게 드러나는걸.
‘어? 재밌었냐? 다행이네…… 잘 들었겠구나?’
―얀마!
‘응, 그래. 한구석의 나도 잘 들었어.’
으르렁대는 기척에 대해 투란은 마음으로 싱긋 웃는 생각을 보내면서 차분하게 로열 가든을 둘러봤다.
이제 다시 고대의 거신목이 남긴 커다란 그루터기의 파편으로 돌아가야 할 때였다.
그러므로 들은 이야기를 간단히 정리해둘 필요가 있었으니,
“음, 그러니까 마스터 홀시딘…… 나중에 잘 모르면 물어보면 되는 거죠?”
“야아―!”
이야기하느라 컬컬해진 목에 물 한 모금을 붓고 있던 홀시딘이 물방울을 튕기면서 벌컥 성난 표정을 지었다. 그 표정을 향해 키득대는 웃음을 흘리고 투란이 네 남매를 둘러보며 말한다.
“그러면, 앞으로 은전 오십 닢을 받으면서 살 집은 어떻게 꾸밀까?”
“어? 그건…….”
멜란드가 마법사의 이야기에 지쳐 있다는 표정을 바로 내던지며 눈을 빛냈다.
이리저리 로열 가든의 징표를 살피면서 들은 이야기를 되짚으며 생각에 잠겨들던 시알라와 페란드가 ‘어?’ 하는 소리와 함께 마법의 두루마리를 사라지게 했다. 제란드도 느릿하니 꺼냈던 두루마리를 지우면서 말한다.
“나야…… 편히 잘 수 있는 큰 침낭…… 아니, 푹신하고 좋은 침대가 있는 방이 있으면 좋겠는데? 어쨌든 사냥꾼 노릇을 하고 싶으니까, 덤으로 사냥 도구를 둘 방도 하나 더 꾸며둘까?”
시알라가 고개를 끄덕이며 페란드를 바라봤다.
페란드는 머리를 긁적이다 말한다.
“대장간. 나무 안에 대장간은 역시 이상하려나?”
투란이 바로 여기에 대꾸한다.
“밖에 높이 튀어나온 뿌리 아래를 좀 더 파고, 뿌리를 아예 대들보 삼고 기둥을 따로 세워서 지붕을 둘러놓으면 그 안에 뭘 둬도 상관없을걸. 어차피 불 때울 화덕은 따로 만들어야 할 테고…… 나무에 기대고 붙여놓는 대장간 정도는 괜찮을 것 같은데?”
페란드가 ‘그런가?’ 하는 표정을 지었고, 제란드나 멜란드는 ‘해봐도 될 것 같은데?’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시알라가 이런 분위기에 보태겠다는 듯이 말한다.
“부엌은 나무 안이라도 괜찮을 거야. 그렇지?”
“……에, 누나?”
제란드가 그건 좀 아니냐는 듯한 말투로 소리 냈다.
시알라는 곧장 상쾌한 웃음을 지으면서 빠르게 이야기한다.
“돌을 깔아 새 바닥을 만들고 불티가 튀어 번지지 않게 돌벽도 만들고, 그 안에 화덕이랑 놓고 부엌을 꾸미면 별 문제 없을 거야! 어쨌든 여관에는 방이 여럿 필요하니까! 필요한 것도 이것저것 많으니까, 하나씩 마련하면서 익숙해져야지!”
본격적으로 여관을 꾸미겠다는 시알라의 말에 세 형제는 입을 다물었다.
일단 적응하면서 상황을 보겠다는 것이니, 여기서 더 뭐라 할 수는 없다는 듯! 덤으로 누나의 매서운 눈길을 피할 수 있다면 잠깐 동안의 침묵도 괜찮다는 듯!
그런데 투란은 그런 시알라에게 냉큼 묻는 소리를 내니,
“간판은? 시알라, 좋은 이름 미리 생각해둔 것 있어? 없으면 내가 지어도 될까?”
아예 부추길 궁리가 넘쳐나는 말이었다.
그저 하고 싶은 일을 일단 저질러보겠다고 동생들을 압박하던 시알라였지만, 투란이 눈을 반짝이는 모습에는 살짝 등골에 식은땀이 나는지 조금 더듬으며 대꾸한다.
“어? 아니, 그건…… 무슨 좋은 이름이라도 있어?”
“응! 여관이니까 일단 쉼터! 그치? 그런데 무슨 쉼터냐! 바로 황금매의 쉼터! 어때, 좋지? 딱 어울리지?”
푸앗!
시알라가 뭐라 하기 전에, 세 형제가 ‘어?’ 하는 중에 홀시딘이 느긋하니 돌아가는 꼴을 구경하며 여유롭게 마시던 한모금의 물을 바로 뿜어내고 있었다. 그리고 물방울을 튕기며 외친다.
“얀마!”
“응? 왜요? 황금색 매를 새긴 황동간판! 진짜 금은 아니어도 황금색 반짝거리는 매가 새겨진 간판! 멋있잖아요?”
“야아!”
“황금매란 말이 그렇게 거슬려요? 쳇! 그럼, 금빛매로 하자! 아, 대장간에도 간판이 필요하잖아? 페란드! 은빛매의 발톱, 어때? 금빛매의 쉼터, 은빛매의 발톱! 멋지지 않아? 좋잖아?”
상아탑의 마법사가 잔뜩 황당해 하고, 네 남매가 미묘하게 민망해 하는 와중에 투란은 환하게 즐거워하며 떠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