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ster×Monster: Nihilism King Arc RAW novel - Chapter 489
몬스터×몬스터: 허무왕 편 (485)
“대체 왜 황금매란 소리가 나오게 하려는 건데!”
“그 소리에 그렇게 민감할 필요가 없잖아요?”
“크어―! 민감해진다고!”
“민감하더라도 아무 상관없는 말이 되게 해야죠! 어쩌다 말이 나오더라고 그냥 그러려니 넘기게요!”
“뭐여―? 그게 뭔―!”
“뭔 일이 생기게 되면 어쩔 수 없이 입에 담아야 할 때가 있잖아요! 뜻대로 잘 안 돼서 어떻게든 황금매란 소리를 써야 할 때가 생길 경우가 없을 거라고 어떻게 장담해요? 세상 일 그렇게 뜻대로 돌아가는 거 아니잖아요! 그러니까―!”
“……아예 여관 주점 이름으로 들리게 미리 대비를 해놓는다?”
으르렁거리고 버럭대던 몇 마디를 주고받다가 갑작스럽게 홀시딘이 목소리를 팍 떨구면서 혼자만의 생각에 잠긴 것처럼 중얼거렸다. 열심히 마주 소리치던 투란은 ‘응?’ 하다가 ‘아.’ 하면서 자신이 조금 전에 한 말이 그런 거였구나 하는 표정을 얼른 꾸미면서 고개를 팍팍 끄덕여 보였다.
시알라와 세 형제는 그 꼴에 어이없어 했지만, 홀시딘은 나오는 대로 지껄이다 나온 생각이라 해도 별 상관하지 않는 듯이 투란의 말을 다시 되새기며 검토하는 모습이었다. 그리고 곧,
“그건 일리가 있어. 그렇게 해두면 여러 가지로 편안해지기는 하겠는데?”
매우 긍정적인 결론을 내린 것처럼 고개를 끄덕이잖는가.
시알라가 이 광경에 불쑥 한마디 한다.
“황금매란 이름에 그렇게까지 신경 쓸 사람이 많지는 않을 것 같은데요?”
홀시딘이 주춤하는 태도로 머리카락을 쓸어넘기면서 대답한다.
“상아탑의 마법사는 반드시 짚고 넘어가지. 우연히 나온 말인가, 뭔가 비슷한 것을 목격한 이야기인가…… 그냥 이야기라도 생각 없이 넘겼다가 큰일 겪는 것보다는 일단 한번 확인은 하는 게 마음 편하다고 말이야. 보통 쓰지 않는 말이니까 지나가다 들은 한마디라도 신중하게 짚어 볼 거야. 엉뚱한 소리 같지만 투란이 한 말은 분명히 그럴듯해.”
“아, 네…….”
맹하니 시알라는 고개를 끄덕여줄 수밖에 없었다.
세 형제도 ‘그런가?’라며 갸웃거릴 뿐이었다.
투란은 으스대는 태도로 어깨를 으쓱하면서 외치듯이 말한다.
“자, 그러면! 금빛매, 은빛매! 이름도 정했으니까…… 얼른 마법으로 빨리 짓자!”
“얀마! 집 짓고 꾸미는 마법을 그렇게 멋대로 과시하면 어쩌라고! 그거 높은 난이도에 수준도 꽤 되는 마법이거든! 그런 거 쓰면 바로 눈에 띈다고!”
차분해졌던 홀시딘이 다시 버럭 외쳐 대꾸했다.
그야말로 상아탑의 마법사가 뭔가 자꾸 일감을 늘려놓으려는 투란 덕분에 자꾸 성질이 나는 모습이었다. 잠깐 가라앉을 듯했던 분위기가 다시 끓어오르는 듯이 변하니 네 남매는 아예 구경꾼처럼 산 너머에서 뭔 일이 났나 보다 하는 표정을 짓기 시작했다.
물론 투란은 으쓱거리면서, 이번에는 제대로 생각해둔 바가 있다는 듯한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다시 떠드는데,
“쯧! 마스터 홀시딘, 당연히 은폐를 해야죠! 일단 단숨에 다 잘 지어놓고, 은폐해놓은 다음에 조금씩 은폐를 벗기면서 집 짓는 시늉을 하면 된다고요! 필요한 것도 이것저것 사 모으면서 그러면 괜찮아요! 들키지도 않고, 다 지은 집에서 편히 쉴 수도 있고! 좋잖아요!”
“……그냥 진짜로 조금씩 짓는다는 생각은 없냐?”
“진짜로 지으려면 몇 년 걸릴 테고, 제대로 지을 수도 없을걸요?”
“어? 그건…… 못 지어?”
홀시딘이 문득 네 남매를 보면서 묻고 있었다.
네 남매의 얼굴에 아주 어색한 표정이 떠올랐다.
이번에는 뭐라 부정할 방법이 없다는 듯!
한숨을 쉬며 홀시딘이 볼을 긁적였다.
“하긴 건축이라는 게…… 전문적인 일이기는 하지. 으흠…… 그러면, 내가 대강 지어주고 자네들이 조금씩 다듬는 거는 어떤가? 누가 와서 따지고 들면 나랑 좀 잘 아는 사이라고 하고 얼렁뚱땅 넘어가고, 따지는 녀석 없으면 열심히 지었다고 하면 되는 거고. 엉뚱하기는 하지만 이것도 나름대로 그럴듯한 의견이기는 하니까.”
“아, 뭐…….”
“그럼, 좋지요.”
“음…… 상관없기는 한데…….”
세 형제가 둘러보는 상아탑 마법사의 눈길에 움찔하는 태도로 고개를 끄덕이면서 누나를 바라봤다. 시알라는 어쩔 수 없다는 듯 어깨를 으쓱하며 세 형제의 의견에 보태듯이 말한다.
“도와주신다면 좋지요. 그리고…… 투란, 또 뭐 할 이야기 있어?”
“음? 으음―!”
툭 던진 말에 투란이 눈알을 열심히 굴렸다.
홀시딘부터 시작해서 시알라, 페란드, 제란드를 거쳐 멜란드까지 그런 투란을 보며 서로 눈치를 보내고 살피는 낯빛을 띠었다. ‘누가 좀 말려!’라는 무언(無言)의 의견이 가득한 눈치와 ‘누가 좀 나서면 안 돼?’라는 떠넘기는 태도였다.
하지만 결국 다시 투란이 입을 열 때까지, 다들 기다리는 꼴이 되었다.
아무래도 홀시딘은 다시 힘줘서 떠들기 싫은 듯했고, 네 남매는 마법사도 한 발 물러서게 해서 한창 으쓱대는 투란이랑 지금 옥신각신 툭탁대고 싶지 않다는 표정이 역력했다.
그리고 결국 투란은 뭔가 생각해냈다!
“아! 맞아, 이거! 이거 봐!”
가슴팍을 두 손 엄지로 쿡쿡 찌르며 하는 말이었다.
홀시딘은 ‘그게 왜?’라며 잠깐 눈을 깜박였고, 페란드가 갸웃거리다가 남매를 대표하듯 물었다.
“새로운 위장 문신이잖아? 그게 왜?”
몬스터 엠블럼을 감추기 위해 이런저런 문신을 이용하기로 했고, 어떤 모양이 그럴듯한가 이렇게 저렇게 자주 바꿔왔었다. 새삼 뭐 볼 것이 있는가, 네 남매로서는 의아해할 수밖에 없었다.
“아핫! 그렇게 보이지? 그런데 봐! 이거 오러 마크야! 알드바인 특제! 금전 두 닢짜리라고!”
“……어?”
“뭐?”
“그런 게 돼?”
세 형제가 바로 놀란 소리를 냈다.
오러 마크를 지닌 헌터가 간혹 몬스터 엠블럼을 전이받는 경우에 대해서는 들은 바가 있었다. 오러 마크가 깔끔하게 사라지고 몬스터 엠블럼이 꽉 자리 잡아버릴 뿐이라고! 새로운 마법의 각인을 거부하기 위해 오러를 뿜어내면 간신히 오러 마크를 지킬 수는 있다고 했지만…… 오러를 억압당하게 되면 오러 윌더의 오러 사인이라도 짓눌려서 사라진다고 했었다. 그리고 몬스터 엠블럼을 지닌 몬스터 로드에게는 오러 사인도, 그 파편이라는 오러 마크도 새겨지지 않는다.
투란은 지금 그런 소문과 상식에 완전히 어긋난 말을 하며, 아예 가슴의 새로운 문신을 기반으로 은근히 오러를 흘려내기까지 하며 증거를 보이고 있었다.
“홀시딘?”
시알라가 눈을 깜박거리다가 이 일의 원인이 될 듯한 사람의 이름을 불렀다.
홀시딘이 고개를 끄덕이면서 거의 ‘내가 범인이다!’라는 듯한 태도로 말한다.
“원래 안 된다. 하지만 너희에게는 되는 모양이야. 아무래도 황금매가 지닌 특성 때문이겠지. 너희는 일단 자기 몸에 마법을 거는 게 가능하잖아, 그러니까 마법 각인도 어느 정도 조정을 하면 새길 수 있는 것 같아. 그리고…… 그 마법 각인을 너희 스스로 새길 수 있을 경우, 한번 새긴 오러 마크 정도는 문제없이 복구할 수 있고 말이야. 투란을 통해 이런저런 실험을 하고 조정한 결과니까…… 개인차는 있어도, 아마 너희에게도 가능할 것 같아.”
“응, 응! 그리고 문장의 힘을 이용해서 이 마크를 한층 더 강화할 수 있어! 그냥 오러 마크를 찍은 경우보다 효율이 더 좋다는 거야! 게다가 이 헌터스 배너는 여러 가지 추가할 수도 있데! 그 추가분을 전부 추가하면 거의 오러 사인에 가까워진다고 했어! 아, 게다가 지금 이 정도 오러라도 문장을 덮으면 탐지도 안 돼!”
투란이 신난다는 표정으로 덧붙여 말했다.
그러나 네 남매는 잠시 얼빠진 표정을 지은 채로 뭐라 대꾸하지 못했다.
오러 마크를 지닌 헌터, 오러 윌더에 가까운 능력…… 몬스터 엠블럼을 새긴 몬스터 로드와 지독하게 차이 나는 대우를 받는 이들이고, 여러모로 존중받는 우월한 능력자였다. 어설픈 몬스터 로드는 감히 들이댈 수도 없는, 그야말로 격이 다른 새로운 인종(人種)으로 취급받았다.
이는 무엇보다 부적을 잃어버렸을 경우, 눈에 뵈는 게 없이 미쳐 날뛰기도 하는 몬스터 로드의 위험 때문이었다. 그럴 경우 아예 몬스터 취급해서 사냥해서 죽이는 것이 상식적인 판단으로 알려져 있을 정도였다.
굳이 따지자면, 오러 마크가 아닌 마법 각인을 새긴 경우라도 몬스터 로드보다는 더 안정적이고 분명한 전력(戰力)으로 취급된다.
황금매의 문장에 대해서 이러쿵저러쿵 설명할 수 없는 한, 몬스터 로드라는 점이 드러나면 반쯤 몬스터 취급 받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이 현재 상황이었다. 황금매의 문장이 밝혀지면 더 큰 문제가 될 테고!
하지만 지금 투란처럼 아예 오러 마크로 덧씌우듯 위장을 할 수 있다면…….
“멜란드는 쓰면 안 되겠네.”
불쑥 제란드가 말했다.
눈을 깜박거리며 왕성한 호기심을 드러내던 멜란드가 ‘엥? 왜?’라고 반박하려다가 ‘헛? 으악!’ 하는 짧은 비명을 질렀다. 아주 빠르게 풀이 죽는 멜란드의 모습에 투란이 바로 짚는다.
“벌써 팔뚝 자랑하고 다녔어?”
“어…… 고블린 부루탈이라고! 그 정도면 자랑해둬서 나쁠 게 없잖아! 제어도 꽤 쉬운 편에 속하고! 아, 젠장! 새길 수 있는 오러 마크라니!”
“음…… 괜찮아! 알드바인에서는 안정적인 몬스터 로드 멜란드, 다른 곳에 가면 오러 마크를 지닌 헌터 멜란드 하면 되잖아!”
투란은 즉각 답을 찾았다는 듯이 쾌활하게 외쳤다.
멜란드가 ‘에?’ 하며 눈을 깜박였고, 페란드와 제란드는 ‘과연!’이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시알라는 눈매를 가늘게 하며 살짝 심술궂게 말한다.
“너, 누구한테도 자랑할 수 있는 상급 몬스터 로드가 된다며?”
“응? 될 거야! 그치만…… 오러 마크의 헌터도 해보고 싶기는 하잖아!”
멜란드가 투덜거렸다.
시알라와 두 형이 철없어 보이는 막내를 놓고 미묘한 한숨을 내쉬었다.
투란은 히죽거렸고, 홀시딘이 쓴웃음과 함께 말한다.
“로열 클래스잖은가. 몇 가지 신분, 다른 모습을 꾸미고 다니려는 것이 원래 로열 클래스의 목적이라고. 어떻게 살든, 시크릿 키퍼인 내 지원을 받을 수 있으니까 지금 당장 걱정할 일은 아니야. 그보다…… 시알라, 자네도 오러 마크를 이용하겠나? 자네는 마법사로 꾸민다며?”
“네, 그래도 일단 익혀둬서 나쁠 것은 없어 보이네요. 방금 투란도 말했지만, 그동안 저희도 헌터스 배너에 대해서 가끔 들었거든요. 정말 신기한 알드바인의 오러 마크라더군요. 저도 다른 곳에 가서 새로운 시알라가 되어 써볼 일이 있을 수도 있잖아요?”
시알라는 ‘나도 배운다! 안 가르쳐주기 없기!’라고 강조하듯 말하고 있었다.
홀시딘은 ‘가르쳐줘! 준다고!’라는 표정과 함께 나름대로 차분하니 대꾸한다.
“아니, 배워두는 건 괜찮은데…… 자네라면 배틀메이지의 마법 각인을 이용하는 게 더 좋지 않나 해서. 마법사로 꾸미고서도 격투능력이 강화된 핑계를 쉽게 댈 수 있으니까.”
“배틀메이지요?”
시알라가 조금 놀라 홀시딘을 바라봤다.
상아탑의 마도사로서 위엄을 담으며 홀시딘이 도도한 웃음부터 뿌리고 말한다.
“알드바인의 상아탑에는 배틀메이지의 전통이 강하게 뿌리내리고 있지! 초대 마스터께서도, 이대 마스터께서도 기본적으로 배틀메이지셨거든. 뭐, 마스터 레벨에 올라서면 그런 구분은 별 의미가 없기는 해. 하지만 어쨌든 그 시작이 배틀메이지라서, 알드바인의 상아탑에는 배틀메이지의 마법 각인이 잔뜩 갖춰져 있지! 웬만한 오러 윌더 따위는 바로 짓누를 정도로 세질 수도 있다고!”
가만히 귀 기울이던 시알라가 표정을 살짝 구겼다.
세 형제는 ‘아, 누나라면 지금도 짓누르기는 할 거야.’라고 끄덕대는 중이었다.
그리고 투란이 슬쩍 묻는다.
“그 각인, 비싸요?”
홀시딘이 움찔했다.
시알라가 그 미묘한 태도를 놓치지 않고 묻는다.
“잘 안 팔리는 마법각인인가요?”
“……배틀메이지에 대해 관심이 적을 뿐이야!”
어쩔 수 없다는 듯이 홀시딘이 뚱하니 대답했다.
입꼬리를 살짝 치켜 올리면서 ‘잡았다!’라는 표정을 띠면서 시알라가 말한다.
“이것저것…… 좋은 연구가 될 수 있겠군요? 황금매를 이용한 마법각인, 지웠다 새겼다 자유로울 테니…… 만들어 놓기만 했던 것도 실험하기에는 좋네요, 황금매의 문장으로 마법사 흉내 내는 저라면 말이에요.”
“……공짜로 해줄게. 대신! 효과 확인은 내가 꼭 하게 해줘!”
홀시딘이 목소리에 힘을 줘서 대꾸했다.
세 형제도 투란도 입을 벙긋대는 꼴로 홀시딘을 바라봤고, 시알라는 고개를 흔쾌히 끄덕인다.
“좋아요!”
문득 투란은 드라고니아의 작은 소리가 뇌리에 울리는 것을 들었다.
―인간, 참 기묘하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