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ster×Monster: Nihilism King Arc RAW novel - Chapter 5
몬스터×몬스터: 허무왕 편 (5)
‘저게…… 먹을 거라고?’
인간적으로 투란은 황당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악마의 심장이 본능을 두들기며 신호하고 있었다.
저건 먹을 거라고!
‘아니, 쟤가 대체 몇 사람을 씹어 삼켰는지도 모르잖아!’
투란의 인간적인 마음이 다시 속삭였다.
그러나 몬스터 엠블럼이 형성한 괴물, 악마의 심장은 그딴 것 신경 쓸 까닭이 없다는 듯 위장 속 허기와 입안의 식욕을 자극했다.
투란은 멍하니 눈을 깜박이다가 시야가 이상한 것을 깨달았다.
한쪽 눈은 어쩐지 뿌옇게 보였고, 다른 쪽 눈은 보는 것이 먼 것인지 가까운 것인지 제대로 알 수가 없었다. 그러나 이렇게 엉망인 시야 속에서도 이빨거머리가 신나게 늪을 가로질러 헤엄쳐 오는 꼴은 참 잘 보였다.
‘그러고 보니, 저거…… 보면 바로 알 거라 했지.’
저 녀석의 이름이 왜 이빨거머리인가?
기본적인 꼬락서니는 대략 1미터 50센티쯤 도는 가죽 밧줄처럼 보인다. 그렇게 생긴 녀석이 몸길이의 절반을 반으로 쪼개서 한쪽 꼬리 ―혹은 머리― 부분이 두 줄기로 나눠지는데, 그 줄기 각각에 송곳니가 침을 질질 흘리는 꼴로 가지런하게 촘촘히 돋아난 흉악한 형상!
저 송곳니가 돋은 두 가닥으로 사냥감을 깨물고 휘감은 채 피를 쪽쪽 빨아 먹는 탓에 이빨거머리란 직관적인 이름이 붙었다고 했다.
그래서 보면 안다더니, 투란도 보고 바로 알 수밖에 없었다.
아직 피는 빨리지 않았지만!
어쨌든 투란의 팔뚝 가까이 온 이빨거머리, 저 뒤편에서 몇 마리 더 신나게 오는 중인데 가장 빠르게 먼저 도달한 녀석이 송곳니를 가지런하게 바싹 세우고 투란을 물어뜯으려 했다.
가만있으면 머리를 휘감긴 채로 송곳니가 얼굴에 촘촘하게 박힐 듯한 상황, 이쯤 되면 투란도 본능적으로 방어할 수밖에 없었다.
바로 팔뚝을 들어 올리면서 송곳니가 돋은 두 줄기 밧줄에 대항하니, 이빨거머리는 팔뚝도 상관없다는 듯이 달라붙으면서 이빨을 박았다. 그리고 쉼 없는 움직임으로, 갈라지지 않은 나머지 부분도 잽싸게 당겨 꼬이면서 이미 감은 자리에 덧씌워지듯 휘감겼다.
이대로 피를 쪽쪽 빨리고 바싹 말라비틀어진 꼴이 되면, 그다음에는 아작아작 씹어서 삼킨다고 했는데…….
‘……응?’
투란은 피가 빨리지 않는 것을 알아차렸다.
악마의 심장이 뻗어 낸 넝쿨, 혈관 줄기가 물린 부분에서 피를 모두 먼저 거둬 버린 것이다. 그러면 팔뚝은 핏기를 잃고 바싹 마른 꼴이 될 법했지만, 오히려 탱탱하게 힘줄과 팔뚝의 살가죽에 바람을 넣은 듯이 부풀었다. 그러더니 평소보다 배는 강한 힘으로 손이 이빨거머리의 끝을 잡아 쥐고 있었다.
그렇게 투란이 생각 없이 반사적으로 행동한 다음, 악마의 심장이 세차게 맥동했다.
투란의 그다음 동작은 자연스럽게, 아주 당연하다는 듯이 이어졌다.
으적, 으적!
“커어!”
너무 급하게 씹고 삼켜서 사레가 들리는가 싶었다.
하지만 사레들린 탓에 나와야 할 기침이 나오지 않았다.
오히려 허파가 위장이 된 것처럼 입안에서 숨결과 함께 조각난 이빨거머리의 살점을 깊이 들이켜 마셨다! 화들짝 놀란 투란이 기괴한 감각을 통해 지켜보니, 허파의 실핏줄 위로 촘촘하게 채워진 넝쿨의 가시가 살점을 더 잘게 토막 쳐서 혈관 안으로 직접 밀어 넣는다!
“후윽!”
한 번 더 숨을 깊이 들이쉬는 순간, 투란은 머리를 까닥했다.
팔뚝이 다시 입가에 닿았다. 입이 저절로 열려서는, 달라붙은 이빨거머리를 마구 씹어 댔다. 씹는 와중에 이빨거머리의 송곳니가 입안으로 들어온 것 같았고 그 날카로운 끝에 혀와 입안이 긁히는 듯싶기도 했지만, 그런 작은 상처는 순식간에 살갗의 혈관에서 흘러나오는 미세한 넝쿨이 실그물을 자아 덮어 버릴 뿐이었다. 그리고 송곳니는 곧장 투란의 이, 이미 실 넝쿨로 단단히 무장된 듯한 이에 씹히고 으스러졌다.
와드득!
‘턱이 세졌네!’
투란은 자신의 턱이며 얼굴을 덮은 근육조직이 근본적으로 강인해진 것을 그제야 깨달았다. 이 정도면 단단한 통뼈도 깨물고 씹어 부술 수 있을 듯했다!
그렇게 투란이 자신의 구강 구조에 대해 변화를 느낄 때, 팔뚝에서 씹히던 이빨거머리도 뒤늦게 상황을 느낀 듯이 태도를 바꿨다. 얼른 감았던 두 줄기를 풀고 달아나려는 동작을 보인 것이다. 하지만 이미 그 갈라지지 않은 끝자락을 투란의 손이 꽉 쥐고 있잖은가!
이빨거머리의 가죽 위로 기름기가 돋아났다.
미꾸라지처럼 빠져나갈 태세였다.
하지만 투란의 손바닥에는 까칠하게 돋은 잔가시가 날을 세우고 있었다.
눈에 거의 보이지 않을 법한 잔가시가 기름기 따위 무시한 채, 이빨거머리의 가죽을 물고 있는 셈이었다.
결국 이빨거머리는 그 악명이 무색하게도 투란에게 씹혀 먹혔다.
한 마리를 완전히 씹어 삼키고 난 투란은 혀를 날름거려 팔뚝을 핥아 대면서, 다음으로 다가오는 놈을 향해 다른 한 손을 뻗고 늪을 두드렸다. 그 자극에 이빨거머리가 더 빠르게 다가왔고, 몸을 가르며 송곳니를 드러내고서 바로 투란의 팔뚝을 휘감았다.
으적, 으적, 와그작, 꿀꺽.
다시 한 마리가 순식간에 투란의 입에 씹혀 먹혔다.
그리고 두 마리째를 마구 씹어 먹으면서 투란은 알아차렸다.
‘내장이…… 꼬여 있었나? 눈가의 상처도!’
몸이 완전히 정상으로 돌아왔다는 것은 착각이었다.
팔다리, 몸의 근육과 뼈대가 온전한 형태에 가깝게 틀을 잡은 것뿐이었다. 아직 머리의 상처, 몸속의 내장 부분은 껍질만 덮여 있었다.
더 이상의 손실을 막기 위해 덧기워 놓은 꼴에 불과했다.
악마의 심장은 이미 투란의 그런 상태를 파악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 이상 뭔가를 하기 위해서는 양분이 필요했다. 그래서 투란의 배고픔을 자극해 알려 준 것이었다.
투란이 두 마리가량의 이빨거머리를 삼키고 나자 목구멍과 위장 속의 넝쿨, 허파의 넝쿨이 일제히 혈관 안으로 그 조각들을 흡수해 바로 심장으로 보냈다.
악마의 심장은 격하게 맥동했고, 보급받은 양분으로 투란의 내장이 뒤틀린 것을 바로잡는 데 힘을 쏟았다.
마치 목구멍과 위장에 직접 돋아난 잔가시로 갈아 삼키는 것보다는 아무래도 투란이 본래 지닌 창자를 이용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는 듯, 그러니 머리 쪽의 뒤엉긴 상처보다 먼저 돌봐야 한다는 듯!
투란도 잠시 뒤에 그런 사정을 알아차렸다.
열심히 씹어 삼킨 두 마리 중 한 마리 분량이 순식간에 소모된 것이다!
낭비된 부분은 없었다.
악마의 심장은 혈관을 통해 직접 공급받은 양분을 괴물답게 바로 갈아서 연소시키며 피의 격류를 일으켰고, 그 격류가 내장 곳곳에 생겨난 뒤틀림을 바로잡고 찢긴 부분을 메웠다.
그러는 와중에 혈관 밖으로 피가 줄줄 흐르는, 이른바 밖에는 상처가 없고 안에 상처가 나서 생긴다는 내출혈이 이어졌지만, 악마의 심장이 투란의 몸에 드리운 덩굴줄기는 그 흘러넘친 피, 새 나간 피를 몽땅 도로 빨아들이며 한 방울도 놓치지 않았다.
한데 이 과정을 통해 복구된 영역이란 목구멍에서 똥구멍까지 이어지는 소화기 계통의 내장이었다. 그야말로 이제는 뭔가 삼켜도 목구멍에서 똥구멍으로 이어지는 창자의 통로를 무사히 여행할 수 있게 된 셈이다.
이게 대체 뭘 의미하는가?
투란은 아직 위장에 남은, 다시 생각해도 열심히 반사적으로 씹어 삼킨 이빨거머리가 그렇게 여행하는 것을 감각을 통해 알아차렸다.
‘어? 힘이 더 나네?’
그에 대한 간단한 소감이었다.
허파와 위장을 통해 억지로 삼켜 심장이 직접 소화하는 것보다 더 효율적으로 몸에 필요한 양분을 확보하고 있었다. 마치 악마의 심장이 투란의 내장과 일치하면서 능력을 대폭 상승시킨 듯이.
그 결과 투란은 더욱더 배가 고팠다!
아까 악마의 심장, 그 가녀린 넝쿨의 실 가닥이 머릿속에 뭔가를 헤집어서 생긴 감각과는 달랐다. 그냥 진짜로, 위장이 텅 비어서 배가 고픈 것이다!
‘기분은…… 괜찮네. 아니, 좋은 건가?’
마치 구멍 난 주머니를 때우고 난 후에 느끼는 든든한 기분 같았다.
투란은 입안에서 혀를 한 번 굴리고는, 한 손으로 나무를 좀 더 당겨 끌어안으며 다른 손으로 늪을 두드려 물결을 만들었다. 이빨거머리가 하나 더 걸리기를 바라면서.
하지만 이 유혹은 왠지 통하지 않았다.
두 마리의 이빨거머리가 씹히며 흘린 체액과 냄새가 번진 듯, 다른 녀석들은 이 먹잇감이 위험하다는 것을 눈치챈 것처럼 쉽게 다가오지 않았다.
잠시 난감함이 배고픔 위로 겹쳐지며 찾아와 투란을 생각하게 했다.
‘뭐 딴 방법 없나? 같은 늪에 있으니 악마의 심장이라면 뭔가 아는 게 있지 않을까?’
어느새 대화의 상대처럼 가슴속의 심장을 대하는 투란이었다.
하지만 본능만을 건드리는 악마의 심장, 본능만으로 움직이는 악마의 심장에다 투란이 뭘 어떻게 해서 생각을 전하고 받을 것인가?
문득 투란은 다시 기억해 냈다.
그 허풍 가득한 몬스터 로드가 읊어 대던 소리.
‘문장을 믿어라……라고 했지?’
투란은 가슴팍에서 흔적을 감춘 몬스터 엠블럼에 집중했다. 엠블럼을 통해서 악마의 심장이 무엇을 알고 느끼며 판단하는가 알고자 한 것이다. 단단한 뭔가가 응어리진 것처럼 느껴지고, 곧이어 문장의 파문을 느낄 수 있었다!
은은하고 섬세하며, 깊은…….
투란은 자신이 가슴속에서 두근거리는 심장을 섬세하게 지켜보고 만져 보고 귀 기울여 듣고, 맛보고, 냄새 맡는 듯한 감각을 깨달았다. 모든 감각이 일제히 심장에 전달되는 듯한 이상한 기분.
그래도 이제는 바로 물음만 던지면 악마의 심장이 대꾸해 줄 듯하잖나!
근거 없는 믿음이었다.
하지만 그러고 싶은 충동을 거부하지 못한 투란은 마음을 모은 의지로 자신의 심장이 된 악마의 심장에게 ‘어떻게 뭘 할 수 있지?’라고 물었는데, 그러자마자 즉각적으로 응답을 받았다.
강하고, 어떻게 보면 지독스럽게!
‘어!’
투란은 더 이상 ‘사람’으로서 지각하지 않았다.
악마의 심장으로서 자신의 몸을 계측하고 관망하고 있었다!
막연한 느낌이 아니었다.
섬세하게 손끝에서 발끝까지 번져 있는 넝쿨, 투란이 사람으로서 지닌 몸의 가장 가늘고 미세한 실핏줄보다 더 가늘고 여린 듯이 보이는 덩굴줄기들이 촉각을 시각처럼 발휘하며 보여 주고 있었다.
그 결과…….
―아직 복구까지는 멀었군.
악마의 심장으로서, 투란은 금방 결론 내릴 수 있었다.
악마의 심장이 본능적으로 투란의 목을 ‘복구’하기 위해, 사실상 무슨 헝겊 인형을 깁듯이 시작한 것은 이제 겨우 틀만 갖췄을 뿐이다. 굵직하고 큰 부분이 간신히 온전한 형상에 가까워진 것이고 이제 양분을 제대로 흡입할 준비가 된 것이었다.
몸의 회복은 그런 몸의 바탕이 복구된 다음, 잔뜩 섭취한 양분을 통해서 겨우 시작될 터였다.
그런 상황과 함께 자신의 머리통을 관망하고 계측하던 투란은 절망할 뻔했다.
‘우와, 이렇게 병신이 되어 있었나?’
눈과 귀가 뒤틀린 꼴인 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막연히 머리뼈, 두개골이 어딘가 부서졌다고 느꼈던 것은 상태를 그야말로 과소평가하고 있었던 셈이다. 으스러진 뼛조각이 두뇌 안쪽으로 깊이 파고들기도 했다! 비록 손가락 마디 하나 정도 크기였지만, 대가리에 그 정도 조각이 박히면 보통 사망했다고 봐도 되지 않나?
‘아니, 도대체 나 이 지경인데 어떻게 정신 줄 잡고 있었지?’
투란은 자신이 의식을 잃지 않은 채 끊임없이 생각하고 보이드 엠블럼의 공허에 시달린 것을 기억해 내고는 어이가 없었다. 설마 망할 놈의 보이드 엠블럼이 이따위 상처는 무시하고 사람을 괴롭힐 수 있는 능력을 갖췄던가!
인간적으로 어처구니없다, 어이없다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떠올랐지만 동시에 투란은 다시 악마의 심장처럼 이 상황을 되새기고도 있었다. 어떻게 보면 이는 마치 투란이 악마의 심장을 삼키기 전에 있던 일을 악마의 심장에게 들려주는 듯도 했고, 그 이야기에 대한 소감을 묻는 듯도 했다.
게다가 악마의 심장인 투란이 대답도 해 주고 있었다!
냉정함이 철철 넘쳐흘러서 듣기에 따라서는 피도 눈물도 없는 냉혹함이라고 여길 정도로 선명하게, 악마의 심장은 ‘기억’하고 ‘지각’하게 해 주었다.
이 늪에 굴러떨어진 투란이 어떤 몰골이었고 얼마나 먹음직했는가!
어째서 악마의 심장, 이 괴물 떼가 열심히 다가왔는가!
이는 어떻게 봐도 투란이 경험한 것과는 관점이 다른 ‘지식’이기도 했으니…….
‘맙소사, 완전히 심장으로 생각하는 중인 거야, 나?’
이런 기이하고 낯선 일에는 인간적인 관점에서 당연히 놀라야 하잖나?
하지만 ‘사람’으로서 투란이 놀라거나 말거나 악마의 심장인 투란은 아주 건조하고 담담하게, 그야말로 사람 환장하게 만들 정도로 태연하게 상황을 파악하며 생각하는 것이었다!
이에 대해 투란은 더 깊이 파고들고 싶었지만, 그럴 여유가 없었다.
늪이 격렬하게 흐르며 마치 홍수처럼 투란을 포함하여 주변의 모든 것을 휩쓸기 시작했으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