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ster×Monster: Nihilism King Arc RAW novel - Chapter 506
몬스터×몬스터: 허무왕 편 (502)
“혹시 칼날이 불을 뿜지는 않아?”
도리도리.
“번개라든가, 볼트를 날리지도 않고?”
도리도리!
“베고 지난 자리에서 계속 출혈을 일으킨다든가는?”
도리도리도리!
“독이 발린 것도 아니고!”
페란드와 제란드가 번갈아가면서 물었고, 투란의 고개는 다시 좌우로 저어지면서 징징대는 표정과 한숨을 푹푹 내쉬는 숨결만 세졌다.
“그러니까…… 언제나 날카로운 상태를 유지하고 혹시 이가 나가서 흠이 파여도 그걸 쇳가루 같은 것을 먹여서 다시 메우고 재생시켜주는 마법이랑, 칼자루 속으로 쏙쏙 감춰졌다 멀쩡하게 튀어나오는 것 말고 아무 특징이 없는, 그냥 검이란 말이지?”
두 형제가 ‘그게 뭐야!’라고 따지는 사이에 한숨 쉬며 바라보던 시알라가 결국 마무리 짓겠다는 듯이 말하고 있었다.
투란이 시알라를 향해 울먹대는 듯한 표정으로 맹렬히 고개를 끄덕였다.
두 형제가 맹한 눈길로 칼날을 삼킨 칼자루, 인힐트 블레이드를 바라봤고…… 시알라는 이제 결론이란 듯이 말한다.
“칼 한 자루로 모든 것을 해결한다는 무적의 칼잡이라면 아주 좋아라 하겠네. 어디 가서 그런 사람 하나 찾아내서…… 몇 푼 더해 팔든가, 아니면 투란이 구한 원가로 넘기면 되겠네.”
“쿠에엑! 그런 인간이 어딨겠냐고!”
투란이 벌러덩 뒤로 넘어가는 시늉을 하면서 절망적이란 듯이 외쳤다.
그 꼴을 보면서 시알라가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애매하다는 표정을 짓는 사이, 제란드가 손끝으로 따악 하는 소리를 내면서 말한다.
“투란, 망가뜨리자! 몬스터 로드의 힘으로 망가뜨린 다음에 하루도 못 가서 망가진 엉터리 물건이라고 하면…….”
이 소리에 시알라와 페란드는 어처구니없다는 듯이 제란드를 쳐다봤다.
홀시딘이 상대가 누군지도 모르고 판 것도 아니잖은가.
그런 얄팍한 수작이 통할 리가 없을 텐데!
한데 투란이 일어나 앉으면서 한숨 섞어 하는 말…….
“이거 몬스터 로드의 손에서도 버티는 마도구야.”
이 소리가 곧바로 셋을 흠칫하게 했다!
“어? 몬스터 로드의 힘에서 버텨?”
“뭐? 그냥 버틴다고?”
“특별한 문장의 힘으로 버티게 한다는 거야?”
혹시나 하면서 투란을 바라보며 묻는 소리가 나왔다.
투란이 입술을 삐죽거리면서 보다 자세한 설명을 하려는 순간, 다시 나무 벽에 구멍이 열렸다.
“좋았어, 다음은?”
홀시딘의 목소리가 경쾌하게 울렸고, 왠지 환한 웃음을 머금은 멜란드가 구멍 속에서 훌쩍 뛰어 나왔다. 그리고 누가 다시 뭐라 하기 전에 홀시딘의 손짓이 바로 제란드를 향해 이뤄졌다.
“우어?”
제란드는 짧은 괴성을 남긴 채로 구멍 속으로 사라졌다.
구멍도 다시 닫힌 것처럼 없어졌다.
시알라와 페란드는 뭔가 등골에 식은땀이 나는 기분 속에서 이 광경을 지켜보는데, 멜란드가 아주 신난 듯이 입을 열고 있었다.
“누나, 형! 투란! 이거 봐! 이거!”
“샀구나!”
투란이 바로 대꾸해 외쳤다.
멜란드는 곧바로, 아주 빠르고 당당하게 이 소리에 답한다.
“응! 샀어! 진짜 좋은 거라고! 이거 봐!”
투란은 입을 반쯤 벌리고 할 말을 잃었다는 표정을, 페란드는 쓴웃음을 지었고 시알라는 혀를 차면서 바로 묻는다.
“뭔데 그렇게 좋아하는 거니?”
“정령의 부적을 새겨넣은 마도구야! 알드바인에서 수십 년간 연구해서 만들어낸 거래! 따로 조정하지 않아도 쓸 수 있고, 아주 이상한 곳 아니면 항상 효과를 발휘한다는 거야! 황금…… 그러니까 우리 같은 경우에는 언제 어디서든 효과를 끌어낼 수도 있고 말이야!”
신난 멜란드였지만 중간에 함부로 거론하다가 누가 엿들을까 하는 것에도 마음을 쓴 것처럼 조심하는 태도였다. 그럼에도 여전히 좋아서 어쩔 줄 모르는 기분은 한껏 드러내고 있지만!
그리고 이 소리는 투란의 표정을 꿈틀하게 했다.
“뭐? 잠깐! 정령의 부적이라니? 나한테는 그런 거 안 보여줬는데!”
“응? 아, 그 얘기 들었어. 투란은 하급 헌터 할 거라서 필요 없어서 안 보여줬다던걸? 난 몬스터 로드로 지낸다고 했잖아. 그래서 몬스터 로드가 가지고 있어도 이상해 보이지 않고 당연한 걸로 보여줬다고…….”
“크엉! 홀시이이디이이인!”
투란이 분하다는 듯이 이를 가는 표정을 지으며 구멍이 사라진 자리를 노려봤다.
시알라와 페란드는 그런 투란을 잠시 어처구니없어 하면서, 새삼스럽지만 역시 어쩔 수가 없다고 한숨과 쓴웃음이 새는 표정을 지으면서 바라봤다. 그리고 그런 형과 누나, 투란의 상태에 전혀 신경 쓰지 않는 듯이 멜란드는 기분 좋게 자랑을 계속 늘어놓는데…….
“이거 보라니까! 얼음 칼날을 뿜어내는 단도! 불꽃을 일으키는 가죽장갑! 믿어져? 이게 전부 몬스터 로드가 쓸 수 있는 마도구라고!”
“그런 거 없어도 할 수 있잖아!”
투란이 씩씩거리면서 완전히 부럽다는 표정과 함께 멜란드에게 외쳤다.
멜란드는 그 표정을 알아차렸다는 듯이 흐흣거렸다.
“부러워? 아, 투란도 뭐 샀다면서? 뭐 샀어? 뭐야, 좀 보여줘!”
“나는…… 이게 아니고! 멜란드! 얼마나 쓴 거야!”
움찔하면서 눈동자를 이리저리 돌리다가 투란은 퍼뜩 생각났다는 듯이 되묻고 있었다. 무엇을 샀는가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듯, 눈가에 가득 금전이나 은전을 채운 듯한 번뜩임을 띄운 채로!
이 순간, 멜란드도 흠칫하면서 눈동자를 다른 곳으로 굴려댔다.
그 표정, 태도에 시알라가 낯을 찌푸렸고, 페란드는 한숨 섞인 물음을 던진다.
“그냥 말만 들어도 은전이 아니라 금전 나올 것 같잖아. 둘 다…… 얼마나 썼어?”
멜란드는 투란을 흘깃했고, 투란이 ‘아!’ 하는 소리를 내며 새삼 아까워하는 표정을 짓는 광경을 확인하고는 재빠르게 말한다.
“투란보다 적게 썼어! 그건 분명해!”
“뭣! 얼음칼날을 뿜어내는 단도! 불꽃을 가죽장갑! 배낭 열어봐! 두 가지만 산 거 아니잖아! 말만 들어도 전부 대단한 마도구 같은데 나보다 적게 썼을 리가!”
투란이 바로 반발했다.
멜란드가 고개를 팍팍 저으며 말한다.
“아냐! 홀시딘 마법사가 투란이 금전 열두 닢까지 썼다고 해서 난 절대로 열 닢 이하로만 쓰겠다고 했다고!”
“크억? 내가 쓴 금전 수까지 가르쳐줬……!”
투란이 가슴을 부여잡는 시늉을 하면서 데굴거리려 했다.
그 꼴을 보다가 시알라가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목소리를 높여 외친다.
“그냥 뭐 샀는가 꺼내봐! 투란은 금전 열두 닢, 멜란드는 금전 열…… 닢씩이나 썼다고! 너 대체 뭘 산 거야!”
말하다가 울컥한 듯, 멜란드를 향해 사나운 눈길을 보내는 시알라였고 멜란드는 화들짝 놀라 투란 곁으로, 뒤로 숨으려는 듯이 슬슬 몸을 옮기면서도 일단 배낭을 내밀면서 대답을 한다.
“어, 엉터리 산 거 아니거든! 게다가 이런 거 만들어줬는데, 그냥 아무것도 안 사주는 것도 아니잖아! 보라고, 누나! 이 마법 배낭!”
“나랑 버클 모양이 다르네?”
투란이 내밀어진 멜란드의 마법 배낭, 전체적인 형태는 거의 같지만 버클 모양만큼은 완전히 다른 것을 짚으면서 의아해 했다.
곧 둘이 배낭을 나란히 하고 비교하니, 멜란드의 배낭 버클은 금색의 황동판이었고 정면을 똑바로 바라보는 매가 금전 한 닢을 문 채로 나뭇가지에 앉은 형상이었다.
“우리는 간판을 따라 만들어준다고 했거든. 투란은 이번에 사냥한 괴물 모양에서 따왔다던데?”
“어, 이거…… 괴물 거미 머리통이 이거랑 비슷해.”
둘이 고개를 끄덕대면서 서로의 배낭을 신기하게 비교하는 꼴을 보다가 페란드가 불쑥 한마디 던진다.
“그래서, 뭘 사 왔다고?”
둘이 움찔했고, 시알라는 한숨을 쉬며 중얼거리는데…….
“금전 한 닢 이상 가는 걸 팍팍 집어 온 거는 아닌 모양인데…… 금전 몇 닢짜리도 집어왔냐!”
말을 하다보니 투란도 멜란드도 다시 움찔하는 꼴에 바로 목소리가 높아졌다.
투란이 먼저 허둥지둥하면서 바쁘게 대꾸한다.
“아니, 그러니까…… 금전만 담는 주머니도 금전 두 닢, 세 닢 하잖아? 그런데 이 폴딩 벨트는 금전도 서른 닢까지 팍팍 담는 주머니가 달린 데다가 옆에 검이나 활, 화살, 창도 지정해서 막 담을 수 있는 허리띠거든! 배낭도 여기 매달아두면 그냥 물통으로 알기 쉽고……!”
폭이 넓고 두터운 가죽에 쇠장식을 덧댄 벨트를 흔들면서 하는 얘기였다.
멜란드도 누나의 눈매가 심상치 않은 것을 보며 곁에서 얼른 입을 놀리니…….
“아주 희귀한 흉갑(胸甲)이라고! 정령수가 깃들 수 있는 흉갑이라서 몬스터 로드가 부적 대신도 쓸 수 있는 귀한 거야! 이건 상아탑의 마법사가 숲의 사제랑 협력까지 해서 만든 거라니까! 겨우 하나 제대로 뽑아낸 거고…… 아, 이것도 주머니가 있어! 비상시에 입을 옷이라든가, 작은 도구 몇 가지를 거뜬히 담을 수 이는 숲의 요술이 걸린 주머니야! 희귀한 거라고, 희귀한 거!”
시알라와 페란드는 둘을 보면서 뭐라 해야할지 정말 난감하다는 표정을 짓는데, 투란이 멜란드를 향해 볼멘소리를 꺼낸다.
“나한테 안 보여준 거잖아, 그거! 아니, 왜 나한테는……!”
멜란드가 끙끙거리면서 누나와 형의 눈치를 살피면서 대꾸한다.
“투란은 몬스터 헌터, 나는 몬스터 로드 한다고 그래서 그랬다니까! 내가 본 거는 대부분 몬스터 로드를 위해 특별하게 구상된 거라고 했어!”
“제, 제엔장!”
투란이 억울한 표정을 짓는데, 문득 멜란드가 말한다.
“그 폴딩 벨트…… 어째 제란드가 딱 좋아할 것 같은데?”
“응?”
“어?”
투란과 멜란드가 눈을 껌벅였다.
시알라가 바로 묻는다.
“그거 딱 하나뿐인 거였어?”
“이 벨트…… 사는 사람에 맞춰서 조금씩 조정해서 팔려고 여러 개 만들었다고 했는데…….”
투란이 대답과 함께 멜란드를 바라봤다.
멜란드는 ‘넌 왜 안 샀어?’라고 묻는 듯한 눈길에 바로 대답한다.
“정령수의 흉갑, 여기에 웬만한 거는 다 감추고 다닐 수 있다고 해서…… 아니, 그 전에 나한테는 그 벨트 안 보여줬다고! 그러고 보니, 그 칼자루는 뭐야? 칼날도 안 붙어 있는데 뭔 마도구야?”
“응? 뭐야, 멜란드는 이거 못 봤어? 이건…….”
시잉!
시원한 바람과 함께 투란의 말을 자르듯이 구멍이 열렸고 홀시딘의 얼굴과 함께 제란드가 스윽 걸어 나왔다. 곧바로 홀시딘의 눈동자가 데굴거리고 구르는가 싶은 순간, 페란드가 구멍 속으로 바로 빨려 들어갔다.
“자, 기다리라고!”
한마디 통쾌하다는 듯이 남긴 채로 홀시딘은 구멍과 함께, 페란드를 끌고 사라졌다.
시알라가 너무 어처구니가 없어 참을 수 없다는 듯이 외친 소리가 그 빈자리를 향해 울려 퍼진다.
“아니, 대체 왜! 뭘 지금 당장 전부 하시려는…… 벌써 갔잖아! 투란, 대체 마스터 홀시딘이 왜 저렇게 바빠?”
투란이 납치된 듯한 페란드의 빈자리를 보며 맹한 표정을 보였고, 멜란드도 ‘아, 또…….’ 하는 사이에 제란드가 대답한다.
“어디 가신다는데? 뭔가 상아탑의 큰일 때문에 적어도 한달, 어쩌면 서너달 정도 알드바인을 떠날 일이 있어서 그 전에 우리에게 해줄 수 있는 일은 전부 해두고 가고 싶다고…….”
“그거 폴딩 벨트?”
“맞네, 폴딩 벨트!”
투란과 멜란드는 제란드가 설명하는 홀시딘의 사정 따위는 알 바 아니란 듯이 제란드의 허리춤을 향해 번뜩대는 눈빛을 쏘아 보내는 채로 말하고 있었다. 시알라는 그런 둘의 말에 제란드의 허리춤을 내려다봤고…….
“정말로 새 벨트네? 늑대 머리 장식은…… 설마 은장식이냐?”
“아냐! 알루멘으로 은색 광택만 낸 거야! 진짜 은 아냐!”
제란드가 재빠르게 고개를 저으면서 은장식처럼 귀한 것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폴딩 벨트 맞지?”
그러나 투란과 멜란드가 합창하듯이 흐흐거리는 표정으로 묻고 있는 소리에는 부정하지 못하는 제란드였다.
“음, 어, 이건…… 금전 두 닢이었어. 금전 주머니만 해도 서너 닢인데, 금전 주머니 역할에다가 덤으로…….”
“뭐? 두 닢이라니! 내 거는 세 닢에 팔더니, 그건 왜 두 닢이야아아! 정말 왜 그러냐고요오! 홀시디이인!”
투란이 발라당 뒤로 넘어가면서 손발로 바닥을 퉁탕거리면서 꽥꽥거렸다.
멜란드가 이 기회를 놓칠 수 없다는 듯이 재빨리 말한다.
“어? 투란의 벨트가 금전 세 닢이야? 내 흉갑도 제란드 형처럼 금전 두 닢이었는데?”
제란드 또한 얼른 옮겨간 관심에 보탠다는 듯이 입을 놀리니…….
“투란이 산 벨트는 내 거보다 더 좋은 거라고 들었어. 지정된 품목을 바꿀 수 있다면서? 내 거는 딱 지정된 품목만 들어간다던데 말이지.”
“벨트에 뭘 바꿔 차고 다닌다고오오! 나한테는 이것뿐이랬다고! 으아아, 홀시딘 정말……!”
투란은 그딴 소리 모르겠다는 듯이 징징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