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ster×Monster: Nihilism King Arc RAW novel - Chapter 513
몬스터×몬스터: 허무왕 편 (509)
“더 세게! 빡빡 밀어!”
“아니, 이미 깨끗하잖아!”
“걸레질한 흔적을 남기란 말이야!”
“그건 그냥 대강 해도 되잖아!”
“세게 힘줘서 흔적을 정성껏 남기라고!”
“누나아!”
바닥에 쪼그리고 앉은 채로, 손에는 두툼한 천 뭉치를 걸레 삼아 쥔 채로 멜란드는 시알라를 향해 ‘이건 좀 아니잖아!’라는 항의를 하려고 시도했다. 하지만 시알라는 바로 앞에서 또 다른 거뭇한 걸레를 들어 올리면서 ‘더 따지면 네 얼굴도 문질러주마!’라는 혹독한 눈길을 대답삼아 쏘아 보냈다.
어쩔 수 없이 꽁알대는 표정인 채로 시무룩하니 멜란드는 투덜거리면서도 다시 걸레질을 할 수밖에 없었다.
“깨끗하구만…… 마법으로 씻어냈으면서…… 아직 개점(開店)도 안 했으면서…… 마법 좀 쓰면 어떻다고…… 무슨 걸레질 흔적을 남긴다고…… 우잇, 제란드 형 따라갈 걸! 히잉, 페란드 형이나 도울걸!”
“닥치고 똑바로 해라!”
전혀 멈출 낌새가 없는 것을 알았다는 듯, 시알라가 다시 으르렁거렸다.
시무룩한 표정은 그대로였지만, 그래도 멜란드의 입은 다물어졌다.
뻑뻑, 빡빡.
잠시 동안 걸레뭉치가 요란한 소리를 냈고…….
“아직도 하고 있는 거야?”
문가에 거꾸로 머리를 늘어뜨린 투란이 묻는 소리를 더했다.
멜란드가 잽싸게 억울한 기분을 터뜨리듯이 입을 연다.
“투란, 걸레질한 자국이 잘 보이지? 아주 깨끗하지? 더 안 해도 될 것 같지!”
명백하게 누나의 폭거에 대항하는 일에 동참해달라는 요청이었다.
하지만 투란은 시알라가 번뜩하고 노려보는 순간, 멜란드의 간절한 요청을 깔끔하게 거부하는 대답을 한다.
“음, 밖에 있다 보니 안이 너무 어두워 보여. 잘 모르겠는걸?”
“투, 투란?”
멜란드가 걸레 든 손을 올리면서 낭떠러지에 매달린 사람이 밧줄 한 가닥을 원하는 듯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시알라가 바로 그 손을 내리 누르면서 세찬 잔소리를 한다.
“걸레로 바닥을 문지르라고! 허공을 문지르지 말고!”
“아, 뭐가 생기는데?”
시알라의 말에 멜란드가 손을 내릴 때, 투란이 문턱으로 내려서면서 허공을 가리키면서 외쳤다.
시알라와 멜란드는 재빨리 일어서서 투란의 손끝이 향하는 방향을 보면서 걸레를 내던질 준비를 하는데…….
“어이! 투란!”
허공이 출렁하더니, 홀시딘이 툭 튀어나오면서 외치고 있잖은가.
투란은 그런 홀시딘을 향해 대놓고 ‘어?’ 하는 소리를 냈고, 시알라가 걸레를 바닥에 떨궈 발로 밟아 문지르면서 묻는다.
“어디 가신다면서요? 바쁘시다더니?”
“응? 아, 바빠! 준비하고…… 아마 오늘 밤이나 내일 아침이면 떠날 거야. 그 전에, 투란이 간절히 바라던 것이 있잖아. 깜박 잊었는데, 생각난 김에 얼른 만들어왔지! 자, 봐라! 이 담요!”
왠지 지친 기색으로, 그러나 히죽거리는 조금 묘한 웃음을 띤 채로 홀시딘이 품에서 돌돌 말린 담요를 꺼내 내밀고 있었다.
투란이 재빨리 쪼르르 그 앞으로 가면서 목소리를 높이니…….
“오오! 설마, 이걸 벌써!”
멜란드가 얼른 그 곁으로 붙으면서, 걸레는 어깨 너머로 휭하니 내던지면서 묻는다.
“뭔데? 뭐야? 뭐예요?”
멜란드에게 연이은 히죽대는 웃음을 날려주고 홀시딘이 어깨를 으슥하면서 투란을 향해 은근한 목소리로 말한다.
“꿈과…… 희망이겠지?”
“음흐흣! 음핫! 당연하죠!”
은근하고 음흉한 척하는 투란의 대꾸였다.
이 광경에 시알라는 한숨을 쉬면서 귓가를 긁적였다. 그리고 심드렁하니 이 분위기에 맞춰준다는 듯이 중얼거린다.
“예에, 좋은 거겠군요, 뭔지 얼른 펴보시죠?”
그래서 시알라가 보는 앞에서 투란, 멜란드, 홀시딘은 담요를 활짝 펼치면서 머리를 맞댔고…….
“우아앗! 반짝여!”
“오오오! 깨끗해!”
“껄껄! 어떠냐, 멋있지? 좋지?”
연이어 펼쳐진 담요를 보며 감상과 소감을 토해냈다.
하지만 그렇게 셋이 감탄하는 사이, 시알라는 그 담요가 뭔가 보다가 어처구니없어 할 말을 잃고 말았다.
펼쳐진 담요는 촘촘한 그물 한 겹을 덧씌운 듯했고, 그 그물코 속에는 반짝거리는…… 새로 닦아 광택을 돋보이게 한 것이 분명한 금전이 자리 잡고 있었다. 그물코의 크기가 금전보다 조금 작은 정도인 데다가 은근히 테두리 윤곽과 맞물린 채로 꽉 조이는 꼴이 웬만큼 담요를 털어도 금전이 탈탈 쏟아질 염려는 없어 보이기는 했다.
그런데, 이게 뭔가?
“서, 설마?”
문득 시알라는 투란이 예전부터 쫑알거리던 말을 떠올리면서 간신히 입을 열 수 있었다. 이는 바로 멜란드의 유쾌한 웃음과 함께 터진 물음이 대변하는 듯한데…….
“와아아! 진짜로 만들었잖아! 금전 덮고 자는 거야? 아니, 이거 까는 담요인가? 덮어도 되고 깔아도 되나?”
“덮어도 보고 깔아도 보지, 뭐! 음하핫!”
투란이 좋아라 대꾸하고 있었다.
홀시딘은 그런 둘을 보면서 흐뭇하게 껄껄거렸고, 시알라는 갑자기 머리 한구석이 아파 오는 느낌에 손으로 이마를 짚어볼 수밖에 없었다.
하는 짓의 수준을 말하자면 분명히 어린애 장난 같았다.
금전을 깔고 자고 싶다는 투란이나, 정말로 깔든 덮든 할 수 있는 금전 박힌 담요를 만들어 온 홀시딘이나, 그걸 보고 좋다고 하하거리는 멜란드나…….
셋 모두 어린애처럼 히죽거리며 좋아라 하고 있었다.
그러나 저 담요에 꿰인 금전…… 얼핏 봐도 짧은 쪽이 열 줄, 긴 쪽으로는 스물에서 서른 줄 사이는 될 듯하게 나란히 꿰어 있었다. 즉, 대강 셈해 봐도 일단 최저 이백 닢의 금전이란 상황! 최고라면 당연히 금전 삼백 닢!
‘아오, 진짜로 만들어 오면 어쩌냐고!’
시알라는 다시 생각해봐도 골이 찌근거리는 상황이란 것을 느꼈다.
“뭐야, 무슨 일 있어?”
페란드가 아래층에 있다가 위층의 기묘한 낌새를 느낀 것처럼 올라와 묻고 있었다.
누나의 골 아파하는 표정, 그 앞에서 좋아라 하는 상아탑의 마도사와 투란, 멜란드까지 둘러본 다음에…… 페란드의 눈길이 담요를 향했다.
“이게 뭐야?”
봤으니 모를 수는 없지만, 그래도 페란드는 이렇게 묻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이에 대해 투란이 먼저 대꾸한다.
“내 꿈!”
“멋지지 않나? 껄껄껄!”
뒤이어 상아탑의 마법사가 웃음을 더하고 있었다.
페란드가 ‘어, 응. 네.’라고 웅얼거리며 이에 대꾸하는데…….
“나도 갖고 싶어!”
멜란드는 아주 부러워하는 목소리로 담요 끝자락을 손끝으로 더듬으면서 이 분위기를 더욱 부추기고 있었다.
“오? 자네도? 이런! 진작 말했으면…….”
“안 돼요!”
홀시딘이 흐흣 하며 하는 말에 시알라가 한편에서 바로 나서면서, 곧바로 멜란드의 뒷덜미를 잡아끌면서 반대했다.
“으익? 누, 누나?”
“어? 왜? 상금은 넉넉한데!”
멜란드가 질질 당겨지면서 억울한 표정을 짓고, 투란은 이 좋은 것을 왜 반대하냐고 묻는 소리를 내고 있었다. 이에 덧붙이듯이 홀시딘도 한마디 한다.
“분배된 상금은 충분하다네! 원한다면…….”
“전표 쓸 거예요! 전표! 아직 다 짓지도 않은 퍼브, 여관이라고요! 일단 그렇잖아요! 투란 방이야 깊고 은밀해서 괜찮다지만, 얘는 바람 휭휭 부는 자리 찾는 애라고요! 게다가…… 멜란드, 너 아직 금전 한 닢도 온전하게 네 힘으로 벌지 못했어! 버는 법도 제대로 알기 전에 어딜 쓰는 법부터 몸에 배게 하려고! 어림도 없어!”
시알라의 대답은 기다렸다는 듯이 신랄하게, 매몰차고 우렁차게 터져 나왔다.
홀시딘이 ‘아하.’ 하는 소리를 내면서 뭔가 납득하는 표정을 짓는데, 멜란드가 억울해서 참을 수 없다는 듯이 외친다.
“한 닢도 못 벌다니! 그럴 리가 없잖아! 수해에서 못 가져와서 그렇지!”
“거기서 뭘 가져와, 가져오긴! 다 같이 현상금 걸려 쫓길 일 있냐!”
시알라의 손이 아예 멜란드의 귓불을 잡아당겼다
“아파! 귓불 약하다고! 아프다니까!”
페란드는 누나와 동생의 모습에 한숨을 쉬었고, 스르륵 그 곁으로 옮겨온 홀시딘이 살짝 귓속말처럼 묻는다.
“수해에서 얻은 것을 일부러 두고 왔나?”
“수해에 들어가기 전에 얻은 것도 다 버리고 왔죠. 지나오면서 안전하려나 싶었는데, 미리 처리된 것이 아니면 가지고 나올 수가 없더라고요. 눈치채는 게 늦었으면 큰 실수 할 뻔했던 거죠.”
“흐흠, 잘했군.”
“예? 아, 예.”
페란드는 홀시딘이 진심으로 칭찬하는 소리에 어리둥절했지만, 곧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달루스 팀의 장비는 역병에 견뎌내면서 역병을 옮기지도 않았다. 하지만 다른 것들…… 마법으로 생성한 장비조차도 헬임프의 불꽃으로 그을리는 순간이 지나고 나면 얼마 못 가서 바로 역병이 깃든 상태가 되고는 했다. 겨우 장비에 불과했지만 가지고 나와 누군가 손을 대면 바로 역병이 들러붙을 위험한 물건이 된 것이다.
때문에 하루에 한 번씩 새롭게 마법으로 장비를 생성하면서 헬임프의 불꽃으로 그을려놓는 일을 반복해야 했는데…… 다시 생성하지 못하는 것들, 역병의 수해에서 도착하기 전에 하나둘씩 모았던 것들은 모두 버려야 했다.
단지 투란이 몬스터의 힘으로 삼켰고, 마법의 방벽 안에 잠깐씩 뱉어놨던 황금만이 무사했을 뿐이었다. 그나마 다행이기는 했지만…… 그래도 다시 생각하니 아쉽기는 했다. 멜란드가 외치는 것처럼…….
“근데, 정말로 투란처럼 저런 담요를 갖고 싶지 않나?”
슬쩍 페란드에게 홀시딘이 다시 건네는 말이었다.
페란드는 문득 지난 기억에서 벗어나 투란을 봤고, 자신도 모르게 입가를 실룩이면서 헛웃음을 흘릴 수밖에 없었다.
멜란드가 누나에게 붙잡혀 징징대는 사이, 투란은 담요 위에…… 금전 위에 뒹굴다가 몸에 감은 채로 뭔 고치 흉내를 내면서 바닥을 데굴데굴 굴러다니고 있었다. 누가 보면 그냥 담요를 몸에 감고 뒹구는 장난을 치는구나 싶은 모습이었다. 금전이 드러난 쪽과 드러나지 않은 쪽, 담요의 양면이 다른 덕분이었다.
“어때?”
다시 은근하게 홀시딘의 목소리가 페란드의 귓가에 꽂혔다.
페란드가 한마디만 하면 시알라의 눈이라도 피해 만들어줄 듯한 유혹이었다.
반짝거리는 홀시딘의 눈망울에 어쩔 수 없이 페란드는 일단 대답을 하는데…….
“어, 저는…… 그냥 배낭에 얌전히 갖고 다닐 서른 닢 정도면 됩니다. 네, 그 정도면…… 심심할 때 세면서…….”
“페란드, 거기서 지금 뭐라 속닥이는 거지!”
시알라가 낮게 웅얼거리면서 나오는 페란드의 목소리를 놓치지 않겠다는 듯이 우렁차게 외치고 있었다. 재빠르게 페란드의 입에서 살짝 바뀐 이야기가 나온다.
“언젠가 금전이 되려니 하고 볼 수 있는 은전이면 충분하죠! 암요, 그렇죠! 응, 왜 누나? 뭐라고 했어?”
슬그머니 이쪽 이야기는 원래 이런 것이고, 누나가 물을 때 미처 듣지 못했다는 시늉을 하면서 페란드는 뻔뻔하고 빳빳하게 고개를 쳐들어 보였다.
시알라는 멜란드의 목을 팔뚝으로 감아 조르면서 페란드를 살짝 흘겨봤지만, 바쁘니까 더 따지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으면서 일단 넘어가는 듯했다. 그리고 그 주변을 투란이 담요를 감은 채로 빙빙 돌면서 웃으며 떠든다.
“우아앗! 좋아, 이거 정말 좋아! 기분 최고야!”
“투란, 부러워! 케켁!”
멜란드가 목이 졸려도 할 말은 한다는 듯이 떠들었고, 시알라의 팔뚝에 힘이 더 들어가는 듯했다.
페란드는 슬슬 이 난잡한 광경이 부담스럽다는 표정이 되는데, 슬쩍 홀시딘이 입을 가리고 소리를 낮춰서 말한다.
“알아들었네. 노란색으로 물든 은전으로…… 마흔 닢 정도 마련해줄게!”
“예? 아, 예. 고맙습니다.”
약간 괴상한 소리가 뭔 뜻인지 알아듣고, 페란드가 어색한 표정으로 감사했다.
분위기에 휩쓸려 말한 것뿐인데, 어째서 이 상아탑의 마법사는 진지하게 정말로 저질러 놓으려 하는가 하는 의문이 들기는 했지만…… 페란드는 묻지 않았다. 마법사의 사정은 마법사에게 맡길 일이니까. 페란드로서는 그저 슬쩍 홀시딘의 표정을 살펴보는 것이 최선이었다.
‘응?’
미묘하게, 너무 웃어서 그런지 어떤지 홀시딘의 눈가에 눈물방울이 맺힌 듯한 것이 조금 이상했지만 그래도 페란드는 묻지 않았다.
“어이, 형. 이게 뭔 일이야?”
그 대신이란 듯, 제란드가 문턱을 넘어서면서 이 난해한 상황이 뭐냐고 묻고 있었을 뿐이다.
“어? 왔…… 뭐니, 그건?”
돌아보다가 페란드는 제란드의 손에 축 늘어진 채로 붙들려 발가락 끝과 날개 끝을 꿈틀대는 큼직한 새를 확인하고 놀라 물었고…….
“호오? 성벽 주변에 들거위가 산다더니, 제법 빨리 나는 놈이라는데 잡아왔나?”
홀시딘은 새의 정체를 바로 알아차린 듯이 유쾌하게 떠들었다.
제란드는 곧 들거위를 들어 올리면서 묻는다.
“이거, 먹을 수 있나요?”
“응! 구워줄까?”
홀시딘이 어쩐지 더욱 유쾌하게 되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