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ster×Monster: Nihilism King Arc RAW novel - Chapter 514
몬스터×몬스터: 허무왕 편 (510)
화르륵!
“으랏차!”
허공에 불길이 구렁이처럼 맴돌고, 그 속을 거뭇한 깃의 새가 왔다 갔다 하면서 불타올랐다. 깃털이 사라졌고, 배가 갈라지며 내장이 쏟아져 나오다가 불길에 날름 삼켜져 재가 되어 흩어졌다. 빙글거리며 도는 불구렁이의 혀가 날름거리면서 새를 구워 요리하고 있었다. 막판에 홀시딘이 그 위로 양념통을 흔들며 오락가락하는 모습은 불구름 위를 떠다니는 듯했다.
“자아, 먹자!”
유쾌하게 홀시딘이 외쳤을 때, 투란도 네 남매도 잠시 맹한 표정으로 바라만 보고 있었다. 얼른 다가가 허공에서 강림(降臨)한 듯이 접시에 담겨 놓인 새구이를 먹는다는 생각은 잠시 할 수가 없다는 듯!
“응? 뭐 해?”
홀시딘이 바닥에 털썩, 어느 틈에 두툼한 쿠션을 하나 깔아놓고 그 위에 내려앉으면서 말하고 있었다. 손은 거침없이 새 구이 다리 한쪽을 좌악 뜯어내는 채로!
“음, 어…… 접시가 소매 안에서 나왔지?”
뒤늦게 제란드가 뭔 말이라도 해야겠다는 듯이 입을 열었다.
“불뱀이야, 불뱀!”
멜란드는 다른 것보다 불길이 그려냈던 구렁이가 마음에 든 듯이 소리쳤다.
시알라가 멜란드의 뒷머리를 툭 치면서, 길가의 요술쟁이에게 감탄하듯 하지 말라고 눈을 한번 흘겨주고는 묻는다.
“상아탑의 마법사가…… 떠돌이 요술쟁이 흉내를 내신 거예요?”
뭔가 품위에 문제가 있는 거 아니냐고 따지는 듯한 물음이었다.
마법사 중에서도 진짜배기라고 하면 바로 꼽히는 상아탑의 마법사, 그 중에서도 마스터이기까지 한 홀시딘이 길가에서 마법사 흉내 내면서 밥벌이 하는 요술쟁이 흉내라니…… 어딘가 어긋난 느낌이잖은가.
“응? 에이, 내가 흉내를 낸 게 아니고 그 녀석들이 우리 흉내를 내는 거지! 요술쟁이 중에는 진짜 마법사도 있지만 가짜도 진짜 흉내를 내잖아? 로그메이지 녀석들도 가끔 밥벌이로 요술쟁이 노릇하고 말이야. 어쨌든! 먹자고!”
홀시딘은 호쾌하게 외쳤고, 으적거리면서 바로 구운 새 다리를 뜯어먹었다.
시알라가 뭐라 더 말할까 말까 하는데, 투란이 통통 튀면서…… 담요를 둘둘 만 탓에 그렇게 밖에 못하는 꼴로 홀시딘 옆에 쿵 하고 쓰러지면서 소리친다.
“딴 거! 불구렁이 말고 딴 거 없어요? 요술쟁이가 한 가지만 보여주는 거 아니잖아요! 딴 거 없어요?”
시알라는 말문이 막혔다.
상아탑의 품위 따위는 몰라라 하고 지금 구경할 수 있는 것은 모두 구경하겠다는 소리를 상아탑의 마법사에게 해대다니! 우연히 지나가던 상아탑 마법사를 퍼브에서 만나 그런 소리 했던 녀석들이 봉변당했다는 이야기를 투란은 들은 적이 없나!
한데 홀시딘은 꿀꺽하며 입안을 비우고 히죽 웃더니 소매 안에서 뭔가 꺼내 투란에게 보이며 묻는다.
“이게 뭔지 알아?”
“음? 딱딱하게 단단하게 만 연초! 에, 뭐라더라?”
“권연초(卷煙草), 간단하게 궐련이라고 하지! 이게 마법사의 손에서 어떤 요술이 되는가, 한번 볼래?”
“봐요, 봐! 얼른 보여줘요!”
반짝반짝 눈을 빛내며 투란이 외쳤고, 홀시딘은 흐뭇한 웃음과 함께 손에 쥔 궐련 끝에 댄 엄지를 튕겼다.
불꽃이 엄지 끝에서 번지며 궐련을 휘감았고…….
작은 인형의 손끝에서 붉은 실이 새어 나오면서 손에 살짝 쥐어진 도톰한 막대를 감아갔다. 인형은 투명한 반구체 속에 담겨진 채로 케이라의 책상에 놓여진 채였다. 둥근 책상의 앞을 책꽂이처럼 꾸며 막고, 그 안에 놓아둔 인형은 분명히 케이라의 스승인 홀시딘의 모습이었다.
의자에 기댄 채로 스승의 모형을 보면서 케이라는 한숨부터 쉬었다.
“설마 또 유아원(幼兒園)에 가셨나…….”
상아탑에는 갓난아기 때부터 맡겨지는 아이들이 있었다.
보통 아이들이 울며 보채는 소리가 부모를 부르는 정도라면, 그 아이들은 울며 보채는 사이에 이변(異變)을 일으킨다. 마력(魔力)이 아기 때부터 깃든 경우였고, 그야말로 타고난 마법의 재능을 지닌 아이들이었다. 하지만 그 부모가 마법사가 아니라면 날벼락이나 다름없는 재앙으로밖에는 보이지 않는 아이들이기도 했다. 애정이 있다 해도 어떻게 휘둘러질지 모르는 마력, 사물을 제대로 분별하지 못하는 아이들이 휘두르는 그 폭력은 가장 먼저 부모를 향하기 쉬우니까.
그래서 상아탑에 맡겨지는 아이들 중에서 가장 어린 아이들, 아직 다섯 살도 되지 않은 아이들을 모아 키우는 곳이 바로 유아원이었다. 신기한 것을 보면 금방 정신을 빼앗기는 아이들 앞에서 홀시딘은 가끔 요술쟁이처럼 공연했다.
일이 잘 풀리지 않거나 생각이 정리되지 않을 때, 자신의 생각에 갇힌 채로 벗어날 수가 없는 울화가 쌓일 때…… 홀시딘은 유아원이나 기본과정을 막 시작한 꼬맹이들 앞에서 위대한 마법을 배우면 이런 것을 할 수 있다, 하고 하급 마법사들도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요술쟁이의 공연을 하고는 했다.
그런 잔재주를 익히게 된 까닭이 뭐냐고 물으면, 홀시딘은 늘 케이라의 핑계를 대고는 했었다. 하지만 케이라가 다 자란 다음에도 같은 짓을 계속했고, 이제 그만해도 되지 않느냐고 하면 역시나 케이라 덕분에 버릇이 되었다는 핑계를 댄다!
“흐흠…….”
케이라는 살짝 눈매를 가늘게 하면서 스승의 인형을 노려봤다.
제자이기 때문에 스승의 머리카락이나 손톱, 몸에서 흘러 떨어진 잔털을 슬그머니 손에 넣을 기회가 많았던 어린 시절에 만든 인형이었다. 순수한 수용형(受用形)이기 때문에 세상 어딘가에서 홀시딘이 발산하는 마력의 파동을 받아들여 그 동작을 재현만 했다. 덕분에 홀시딘은 아직도 케이라가 이런 인형을 지녔다는 것을 모른다!
이번에 스승이 한 달간 행방을 감췄을 때, 케이라는 이 인형을 통해서 스승의 위치를 찾아볼까 말까를 고민했었다. 여기에 수용되는 마력을 추적하는 마법을 가한다면, 홀시딘이 바로 알아차리는 대신에 그 위치를 곧장 노출시킬 수밖에 없을 테니까. 물론 한번 인형을 들키면 홀시딘은 바로 그 대처법을 찾아낼 것이니, 두 번은 못 쓴다는 점에서 케이라는 망설이다가 쓰지 못했다.
알드바인에서라면 굳이 그렇게 스승의 위치를 찾을 필요도 없으니…….
“어디에 계시려나.”
케이라는 인형 곁에 놓인 상아탑의 모형, 알드바인 상아탑의 모형에 눈길을 보냈다. 작은 빛이 상아탑 안팎을 드나들었고, 마법의 시각(視覺)을 활성화 시키면 그 빛이 모두 명패를 달고 움직이는 광경이 보였다. 하지만 특별히 채색되어 바로 눈에 띄어야 할 스승의 명패는 없었다.
“설마 거리에서?”
약간 핏대가 돋은 낯빛으로 케이라는 욱한 듯한 소리를 냈다.
아이들은 자라기 마련이고, 유아원은 빌 수밖에 없었다.
조금 자란 아이들은 이것저것 배우고 익히며 바빠지기 마련이고 철없이 마스터랑 놀아줄 시간이 없어진다! 그 때문에 홀시딘은 간혹 요술쟁이 공연을 거리에 나가서 하기도 했다. 그나마 마스터로서의 자각은 잃지 않아서 가끔 거리를 찾아오는 떠돌이 요술쟁이라고 변장을 한 채로!
케이라의 손이 스윽 들어 올려졌고, 책상 한구석에 놓인 수정구슬을 향해 움직이려다가 멈췄다. 메시지 마법을 통해 묻는다면, 동시에 작용하는 케이라의 탐색 마법으로 스승의 위치를 바로 추적해낼 수는 있었다. 그러면 가차 없이 또 잔소리를 할 수도 있기는 한데…….
올려졌던 케이라의 손이 살며시 내려졌다.
“오늘은 모르는 척할까.”
중얼거림과 함께 케이라의 눈길이 스승의 인형과 조금 떨어진 자리에 놓인 꼬마 여자애의 인형을 향했다.
큰 지팡이를 한 손에 끼고, 옆구리에 강아지 같은 늑대를 낀 채로 두 다리를 쭉 펴고 앉은 꼬마 숙녀…….
“꼬맹이 케이라, 어떻게 생각해?”
불쑥 케이라가 물었고, 꼬마 숙녀의 인형이 벌떡 일어서면서 지팡이를 세게 디디며 옹알거린다.
“늑대를 잡는 위대한 마법사 케이라! 응, 맞아! 케이라, 스승님에게 시간이 필요해! 시간을 드려! 어제를 잊고 오늘을 즐기시도록! 내일을 향해 쉬게 해드려!”
다른 사람에게는 치익거리나 찌익거리는 소리에 불과하지만, 케이라는 자신의 인형이 하는 말을 제대로 들을 수 있었다. 미리 마구 짜 넣어둔 말을 제멋대로 조합해서 뱉어내는 것에 불과하지만…… 케이라의 마음에 담긴 문제와 연관된 낱말을 선별해서 멋대로 조합하는 소리기 때문에 생각하지 못한 관점에서 사물을 재검토하게도 해줬다. 그리고 지금 나온 말은 언젠가 흥미롭고 재미있어서 케이라가 일부러 심어둔 문장이니…….
“그렇구나……. 옛날 일이지만 그래도 다시 잊을 시간이 필요하시겠지.”
살짝 웃으면서 케이라는 자신의 어린 시절을 담은 인형을 손가락 끝으로 쓰다듬어줬다.
“늑대를 잡는 위대한 마법사 케이라! 또 어려운 일 있으면 불러줘!”
꼬마 숙녀 인형이 다시 다리를 쭉 펴면서 앉았다.
느긋하니 푹신한 의자에 몸을 파묻으면서 케이라는 두 손을 깍지 끼면서 중얼거린다.
“오늘은…… 봐드릴게요. 그랜드 마스터이시기도 하고, 완전히 뒤통수 맞은 기분이실 테니까. 오늘까지는…….”
그사이에 홀시딘의 인형은 파닥거리며 날아오르는 회색 종잇조각을 휘두르면서 아주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거기에 눈길을 보내면서 케이라의 입꼬리가 살짝 치켜올라갔다.
재와 연기를 이용하는 홀시딘의 요술쟁이 공연은 케이라가 어린 시절에 가장 좋아하던 것인데…….
아아아!
연기가 입을 열고 소리를 토해냈다.
재가 연기 속에서 춤을 추며 다양한 모양의 무늬를 지어냈다.
재와 연기의 무늬는 짐승이 되어 달리기도 했고, 새가 되어 날기도 했다.
재가 뭉치고 흩어지며 지어내는 모양에 맞춰 연기는 하늘이 되기도, 땅이 되기도 했고 때로는 흐르는 강이 되기도 했다.
홀시딘은 궐련을 태운 재와 연기를 향해 입김을 불고, 손짓을 하면서 이를 지켜보고 마냥 즐거운 듯이 웃었다.
투란은 담요를 감은 채로 앉아 재와 연기가 보여주는 광경에 완전히 마음을 뺏긴 듯이 헤벌레 웃는 표정인 채로 좋아하고 있었다. 세 형제 중에서 멜란드가 투란과 비슷한 표정을 짓는 사이, 페란드와 제란드는 이 광경을 마냥 즐겨도 되는가 어떤가 조금 난감한 채로…… 그래도 역시 신기한 기분은 누를 수 없는 듯이 조금 어색하게 즐기는 표정이었다.
시알라는 처음처럼 이게 뭔 짓이야 하는 당황한 표정을 지은 채로, 재와 연기 사이를 오가는 마력의 흐름에 놀라고 있었다. 아주 적은 마력이 끊임없이 오가고 유동하면서 재와 연기의 형상을 바꾸고, 유지하고 움직인다. 시알라가 사용하는 파이어 비트와 비슷하면서도 그 현란함의 수준이 다르잖은가.
이렇게 놀라는 시알라를 향해 홀시딘은 빙긋 한 번씩 웃으면서 더욱 기교(技巧)를 발휘해 보여주고, 느끼게 해주기도 했다. 마치 시알라에게 언젠가 이렇게 해보라고 권하기라도 하는 듯!
그리고 어느 순간, 재는 접시 주변에 흩어지면서 산과 강, 구름을 그려내며 장식되었다. 연기는 뭉클거리면서 새 구이 접시 주변에 사람이 앉아도 될 듯한 쿠션처럼 뭉쳤다.
“자, 어서 먹자니까!”
다시 한입 깨물고 내려놓았던 새 다리를 깨물면서 홀시딘이 외쳤다.
투란은 바로 연기 쿠션 위로 담요에 쌓인 몸을 던졌고…….
“오옷! 이거 잘 받쳐주잖아! 대단해요!”
노골적으로 좋아라 하면서 감탄하는 소리를 냈다.
시알라는 그 소리에 놀라며 얼른 연기 쿠션을 손으로 눌러봤고, 감탄할 수밖에 없어서 감탄했다. 단지 투란의 말처럼, 연기가 체중을 버텨준다는 점이 아니라 그 효과를 발휘하기 위해서 흐르는 마력이 여전히 파이어 비트 수준이라는 것…… 재와 연기의 공연을 보여줬던 그 마력의 잔재라는 것에 시알라는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똑같은 크기의 마력이라도, 홀시딘과 시알라 사이에는 그 사용 범위에 아주 큰 격차가 있잖은가.
마법사로서, 퍼브의 주인 노릇을 하며 살겠다는 시알라에게 이는 꽤나 큰 충격이었는데…….
“음, 이거…… 먹을 수 있는 새였나요? 여러 마리가 노려보다가 덤비길래 일단 한 마리 잡아왔는데 말이죠. 나머지는 한 마리 잡히니까 바로 도망쳤고요.”
제란드가 전혀 다른 방향에서 질문을 던지고 있었다.
그래도 홀시딘은 유쾌한 웃음과 함께 바로 답한다.
“여기 들거위가 원래 그래. 성질은 사납고 포악한데, 겁은 무지하게 많다더군! 원래 여기 호수를 누비던 괴수(怪獸)의 후예라는데, 물려받은 괴수의 능력이 알 낳는 거야. 아주 작은 체구라도 한 번에 삼사백 개를 낳거든. 이 호수 주변에 사는 짐승들에게는 아주 좋은 식량이지. 빨리 날고 빨리 낳고 빨리 자라고, 빨리 잡아먹히고! 세대 교체가 빠른 데다가 새대가리라서, 가끔 누가 자기네를 잡아먹나 잊고 다니기도 하지. 그래도 사람이랑 같은 곡식을 처먹는 것들이라서 알드바인에서는 보이는 대로 잡아 구워먹어. 응, 그래, 먹어도 되는 거라고!”
“아, 예…….”
제란드는 곁에서 페란드가 실룩이는 웃음과 한숨을 동시에 뱉는 꼴에 눈을 흘기며, 홀시딘의 장황한 설명을 들은 척도 하지 않는 투란과 멜란드가 새고기 조각에 입부터 들이대는 광경을 보면서, 누나조차도 어쩌겠냐는 듯이 날개를 뜯어가는 꼴을 보면서…… 마법사에게 물어본 내 잘못이란 듯이 대꾸할 수밖에 없었다.
어쨌든 다들 맛있게 먹으니, 괜찮은 사냥이잖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