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ster×Monster: Nihilism King Arc RAW novel - Chapter 515
몬스터×몬스터: 허무왕 편 (511)
Chapter 103. 연약한 자의 일상
홀시딘이 돌아갔다.
올 때처럼 마법의 길을 통해서, 밖에서는 왔다 간 흔적을 전혀 찾을 수 없게 자취를 감춘 채로 돌아갔다.
그리고 남은 것은 재와 뼈…… 먹고 남은 흔적이었다.
그나마 덤이란 듯이 연기가 닫혀있는 문 안을 맴돌면서 어떻게든 빠져나갈 구멍을 찾는 것처럼 자욱했다.
“흐흠…….”
투란이 담요 속에서 스윽, 이런 광경을 한번 둘러보고는 멜란드를 향해 말한다.
“이제는 걸레질할 만해 보이네? 음…….”
순간, 멜란드가 흠칫하면서 누나를 바라봤다.
시알라가 방긋 웃으면서 멜란드의 눈길을 똑바로 마주하며 말한다.
“정말 그러네? 다행이야, 걸레질할 보람이 생겼잖아?”
“그, 그 마, 마법……으로 하면……!”
“걸레질 자국을 남기자고! 자국!”
“혀, 형!”
덥석 어깨를 쥐어오는 누나에게서 벗어나기 위해 멜란드는 페란드와 제란드를 돌아보며 불렀는데, 둘은 스윽 고개를 돌리면서 딴소리를 한다.
“들거위 때문에 보다 만 것을 마저 보고 와야겠어.”
“음, 도구 놔둘 선반이랑 철괴 쌓아둘 선반이랑 역시 따로 놔야하나.”
하던 일에 대해 생각하면서 막내 이야기는 들은 척도 하지 않는 형들이다!
거기에 대해 멜란드가 뭐라 하기 전, 투란이 담요를 만 몸을 발딱 일으켜 세우면서 몸을 튕겨 한 걸음 정도 뛴다.
“웃차! 오, 제법 묵직한데?”
쿵, 쿵, 쿵.
혼잣말과 함께 투란은 자신의 방을 향해 몇 번 더 뛰다가 돌아보고 웃으며 네 남매에게 말한다.
“방에다 이거 갖다놓고 정리하고 잘게! 먹고 나니 졸립다!”
네 남매는 투란이 담요를 두른 채로 사라지는 광경을 보고나서 한마디씩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저거…… 몇 킬로였지?”
“백 킬로? 아니, 백오십 킬로그램은 넘지 않나?”
“어, 근데 투란은…… 헌터스 배너의 오러도 내지 않고 움직이잖아?”
“청소나 하자.”
누나의 말을 마지막으로 다시 세 형제는 각자의 상황에 몰입해 들어갔다.
투란은 침상 위에 몸을 던지면서 푸우핫 하고 입을 열어 숨을 세게 몰아 내쉬었다. 혀끝을 살짝 내밀면서 슬금슬금 담요 안에서 기어 나오면서 투란의 소리 없는 투덜거림이 시작되니…….
‘아으, 이게 뭐야! 생각보다 힘들잖아. 역시 깔고 자기만 해야 하나. 이거 덮고 잘 수는 없겠는데!’
―대체 왜 금덩이를 덮고 자려 했던 건데!
‘응? 아, 그건……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게 소원일 거라고 해서…… 한번 해보고 싶었는데, 음, 이거 역시 맞는 말이 아니었나봐. 금덩이에 파묻혀 죽는 게 소원이니 뭐니 하더니, 그렇게 되면 아주 많이 억울할 것 같아. 역시 금전은 쓰는 게 좋은 거야. 어휴, 힘들다.’
투란은 드라고니아의 어이없어 하는 말에 길게 늘어놓으면서 빠져나온 담요 두루마리를 펼치고는 금전이 드러난 쪽을 아래로 향해 침상을 덮었다. 그럭저럭 나무 위에 한 겹 담요가 깔린 모양이 그럴듯했다. 하지만 막상 그 위로 몸을 굴려보니, 담요 아래에 단단하게 박힌 금전이 꽤 선명하게 느껴지면서 돌밭을 구르는 기분!
‘역시 아냐!’
투덜거림은 이제 드라고니아에게 한숨을 쉬게 했다.
―그런 걸 꼭 해보고 느껴봐야 아냐! 잠깐 생각하면 금방 알 수 있잖아!
‘그런 걸 소원이라고 하는 사람도 있다니까! 그러니까 해보면 뭔가 생각한 거랑 다른 뭐가 될지도 모른다고 추측하는 게 당연하잖아!’
투란은 침상에 걸터앉아 툴툴거렸다.
자신은 당연하다 여기는 것을 한 번 더 확인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처럼.
뻔뻔한 말이라고 꽤 못마땅하게 여기는 낌새가 드라고니아에게서, 문장 속의 별빛 속에서 뭉클거리며 새어 나오는데 정작 드라고니아가 묻는 말은 전혀 다른 내용을 담고 전해져 온다.
―홀시딘이 위험한 일을 하려는 것 같던데…… 그대로 둘 거냐?
‘응? 위험? 상아탑의 마법사 중에서도…… 모른 척했어도 그랜드 마스터라도 마스터까지 아래로 두는 엄청난 마도사잖아. 내가 왜 걱정을 해?’
투란은 입술을 삐죽이면서 마치 앞에서 드라고니아가 노려보는 눈길을 외면하겠다는 듯이 고개도 홱 돌렸다.
―너, 아까 한 말 진심이라고 할 참이냐?
‘어, 아까 한 말?’
드라고니아가 새고기와 함께 이어진 요술쟁이의 공연 속에서 주고받았던 이야기를 들먹이며 되새겨주니…….
“내가 알드바인에 없더라도 걱정할 필요는 없어! 내게 무슨 일이 생기더라도 자네들을 위한 대비는 다 되어 있으니까!”
“엥? 무슨 일? 홀시딘, 위험한 일 하러 가는 거예요?”
“음? 왜, 걱정되나? 막 도와주고 싶어?”
“돌아올 때까지 우리랑 모르는 사람으로 해두죠.”
“뭐, 모르는 사람? 뭔 위험한 일 생기면 널 불러주마!”
“모르는 사람을 왜 불러요! 이상한 녀석들이랑 낯을 익히고 싶지 않다니까!”
“껄껄껄! 가면 씌워줄게!”
‘아, 그거. 진심이지! 당연히!’
투란은 단호하게 대답했다.
드라고니아가 되새겨준 것은 매우 괴상하게 뒤죽박죽이었다.
원래는 네 남매도 중간에 끼어들어 한두 마디씩 섞었지만, 드라고니아가 정리한 것은 투란과 홀시딘의 대화였고…… 그 내용은 위기에 처하면 홀시딘이 어떤 마법으로 투란을 불러 방패로 삼겠다고 으르렁대는 것과 투란이 완강하게 모르는 사람으로 위장하기 위해서 외면하겠다고 징징대는 것이 전부였다.
대강 들려주면 무슨 소리인가 어리둥절할 이야기…….
그나마 투란에게는 방금 전의 일이니 저 정도로 대답할 수 있었다.
홀시딘이 어딘가에서 위기에 처하더라도 투란과 네 남매는 모르는 척한다!
상아탑의 마스터 홀시딘이 알아서 헤쳐나갈 테니까!
상식적으로 당연한 판단과 대꾸인 셈인데, 뭔가 홀시딘이 삐친 척하고 저러면서 위기를 만들어서 불러낼 낌새로 으르렁거린 듯했다.
‘내가 따라가는 것도 아니잖아? 가까운 곳에 가는 것도 아닌 거고. 뭘 어떻게 할 수 있을 리가 없지.’
투란이 태평하게 덧붙이는 이야기에 드라고니아도 곧 납득한 듯했다.
―그건…… 일단 그렇기는 하군.
픽, 웃음과 함께 투란은 가만히 한 손을 펼쳤다.
손아귀에서 거미줄이 공명하는 것이 느껴지고 있었다.
‘뭐, 이것도 알드바인에 있는 동안에나 할 수 있는 짓인 것 같고…… 어라, 그새 또 뭘 하려나?’
―흠? 마스터 케이라의 방에 쳐들어갔나?
드라고니아가 갸웃했다.
이곳을 떠나 뭔가 상아탑 위아래를 오르내리는가 싶던 홀시딘이 어떤 방으로 문을 걷어차듯이 들어갔는데, 거기에는 케이라가 있는 듯했다.
“케이라! 깜박 잊을 뻔했구나! 잠깐 따라와봐라!”
홀시딘이 호쾌하게 외쳤고, 케이라는 두툼한 책을 덮으면서 갑작스럽게 쳐들어온 스승을 보며 눈가를 찌푸렸다.
“스승님, 지금 쉬셔야 할 때 아닌가요? 여행을 하려면…….”
“가는 길에 쉬면 된다! 뭐 걸어갈 것도 아니고, 내가 길을 열지 않아도 되잖아. 아, 그런 거 말고! 너에게 알려주고 맡겨야 할 것이 있다고! 자, 따라와! 어서!”
둥실둥실, 늘 하던 대로 허공에 뜬 채로 거침없이 외치는 홀시딘이었다.
케이라는 평소의 분위기를 고스란히 드러내는 스승을 향해, 자신도 평소랑 똑같다는 듯이 한숨을 쉬면서 느릿하니 책을 덮으며 일어섰다.
“어디로 가시는데요?”
케이라가 차분하게 다가가며 물으니, 홀시딘이 빙긋 웃는다.
“알드바인의 사대 마스터로서, 네가 알아야 할 것이 있는 곳. 뭐, 데스 메이지처럼 괴상하게 굉장한 것은 없다만…… 가자.”
마법의 길이 열렸고, 케이라는 그 길이 형성되며 향한 곳을 바로 느꼈다.
곧 미묘하게 울컥하는 소리가 케이라의 입에서 나온다.
“창고잖아요!”
“가자고!”
마법으로 케이라의 등을 떠밀며 홀시딘은 껄껄대는 웃음을 흘렸다.
그래서 알드바인의 두 마스터는 창고에 도달했는데…….
“아, 저번에 분명히 정리해뒀는데!”
케이라가 울퉁불퉁 쌓인 물품들을 둘러보면서 바로 투덜거림을 토해냈다.
“음? 아니, 잘 정리되어 있잖아?”
살짝 움찔하면서 홀시딘이 되물었지만…….
“줄 맞추고 간격까지 다 재놨거든요! 한바탕 헤집어 놓으셨잖아요! 엎어서 필요한 거 찾았다고 나머지를 그냥 마구 도로 쌓아두셨으면서!”
“아니야! 나의 정리법으로…….”
“그러니까 그 정리법! 저 말고 다들 모른단 말이에요! 안 쓴다고요! 이 창고 정리를 저 말고 할 수 없게 해두지 마시라고요!”
“어흠! 그건 까닭이 있다니까!”
스승을 향해 불평과 불만을 한꺼번에 터뜨리는 케이라였고, 적당히 변명하려던 홀시딘은 결국 뭔가 깊은 사연이 있다고 둘러대는 말까지 꺼내야 했다.
케이라가 팔짱을 낀 채로, 눈을 가늘게 하면서 묻는다.
“언젠가 알 일이라고 늘 핑계 대셨는데, 오늘은 알게 되는 건가요?”
“그, 그럼! 오늘이 바로 그날이야!”
평소보다 짙은 의심의 눈길에 홀시딘은 재빨리 앞장서면서, 케이라에게 잘 보이도록 손짓하며 대꾸했다.
“음? 정말이시네요?”
케이라는 마력이 담긴 손짓과 함께, 창고의 가득 쌓인 물품이 자리를 옮기고 선반의 배치가 바뀌는 광경을 보며 조금 놀란 소리를 냈다.
안도하는 듯한 한숨과 함께 홀시딘이 말한다.
“케이라, 나는 알드바인의 삼대 마스터. 그 의미는 내가 알드바인에서 세 번째로 승격한 마스터란 뜻이 아니란 거, 알고 있지?”
“세 번째로 알드바인을 주거(住居)로 삼은 마스터시죠.”
케이라는 담담하게 대답했다.
세 번째 마스터, 그러니까 삼대인 마스터라고 쉽게 불리고 사실 별 이상한 말은 아니었다. 하지만 냉정하게 따져보면 홀시딘은 알드바인에서 마스터가 된 다섯 번째 마도사였다.
이대 마스터인 엘투란, 그 세대에 한 명의 마스터가 더 출현했었다.
알드바인에서 성장해 마스터 랭크가 되었지만, 머물지 않고 떠난 마도사…….
그리고 홀시딘보다 십몇 년 연장자이면서도 동세대로 알려진 또 한 명의 마스터가 있었지만, 그 또한 떠났다.
춤추는 산맥을 떠돌며 마도사로서의 기량을 높이기 위해서, 보다 더 마스터 랭크에 어울리는 마도사가 되기 위해서 떠났고 돌아오지 않았다.
그리고 홀시딘 이후에는 케이라가 마스터 승격을 했다.
그 뒤로 어디 가지 않겠다고 했으니, 케이라는 자신을 확실하게 알드바인의 사대 마스터로서 자리매김하고 있는 셈이었다. 굳이 누군가에게 인정받을 필요도 없었고, 어찌 보면 현 상황에서는 홀시딘보다 더 깊이 알드바인을 파악하고 운영하는 쪽은 케이라라고 할 수도 있었다.
한데 스승은 새삼스럽게 왜 이런 이야기를 꺼내는가?
“마스터 엘투란께서 너에게 여러 가지 기대를 하고 대단한 것을 맡기시긴 한 모양이지만, 여기 이것에 대해서는 아니잖니.”
홀시딘이 열린 구역을 가리키면서 말했다.
케이라는 사슴 머리 박제가 도도하게 내려다보는 두툼한 탁자를 봤고, 이해했다.
“아케인 프레임!”
“그래, 이게 바로 사대 마스터로서 네가 알아야 할 마지막 조각일 거야.”
홀시딘은 손짓해서 케이라를 더 가까이 부르면서 깊은 감상에 젖은 듯한 목소리를 냈다. 그 감정은 곧바로 케이라에게 몇 마디를 끌어내는데…….
“데스 메이지 말고는 저에게 따로 맡기신 일 없거든요? 또 뭔가 있을까 의심하면서 떠보지 마시죠!”
“어흠! 내가 왜? 아냐, 난 내 제자가 나에게 뭘 감춘다는 생각은 전혀 하지 않아! 대놓고 알려주지 않는다고 하는 마도구의 제작법은 있어도, 절대로 숨기고 말하지 않는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니까! 뭐, 덕분에 오늘 좀 많이 놀라기는 했다만…….”
휙휙 고개를 젓다가 홀시딘은 표정을 이리저리 꾸미면서 자신은 정직하고, 케이라는 비밀이 많다는 듯한 시늉을 했다. 하지만 돌아온 것은 케이라의 수상하게 여기는 눈길…… 그리고 벼락같은 물음이었다.
“저거, 정령초잖아요! 뭔 재주로 저걸 저렇게 크게 키워놓으셨어요! 대체 어떻게? 마력으로 축적하는 게 아니잖아요! 저건 정령의 힘을…… 뭘 하신 거예요?”
“응? 아, 이거…… 껄껄껄! 물려받은 거야, 물려받은 거! 아케인 프레임을 처음 봐서 놀랬지? 그래, 놀랄 만할 거야! 음하하핫!”
잠깐 흠칫하다가 홀시딘은 곧 기운차게 웃으면서 제자가 놀라는 모습이 당연하다는 듯, 그래서 뿌듯하다는 듯이 으스대는 소리를 냈다.
케이라는 어이없어 하면서도 굵고 길게 놓인 정령초, 네 속성의 정령이 당장 뛰쳐나올 듯한 힘이 느껴지는 기둥 같은 네 개의 초를 바라봤다.
대체 이 터무니없는 것은 어디서 튀어나왔는가 의심하면서…….
투란은 묻지 않을 수가 없었다.
‘야, 저거 이상한 거였냐?’
―잘 모르겠군. 뭐, 귀하기는 귀한 거다만.
케이라의 태도에 대해 드라고니아도 조금 의아한 듯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