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ster×Monster: Nihilism King Arc RAW novel - Chapter 518
몬스터×몬스터: 허무왕 편 (514)
사악.
부드럽게 흘러나오는 샤벨투스의 이빨, 날카로운 힘이 자연스럽게 뿜어져 나오는 듯한 몬스터 블레이드를 보면서 투란은 기억을 더듬었다.
아라크레온 여왕과 맞닥뜨렸을 때…….
깜짝 놀란 그 일격을 온몸에 뒤집어썼을 때…….
‘내가 이걸 손에 담은 채였지?’
정신없이 싸울 때였고, 샤벨투스의 이빨은 투란이 손에서 떼어놓지 않는 흉기(凶器)였다. 지금 보기만 해도 몸에서 땀이 뚝뚝 떨어지게 만드는 이 흉기를 투란은 계속해서 사용해왔다.
―투란? 너, 왜 갑자기 땀을…….
‘팔이건 다리건…… 허리도 스윽 지나가면 뚝 잘라지겠지?’
―응? 그야…… 야, 너 지금 네 손에 들린 칼날을 무서워하고 있는 게냐? 정신 나갔어? 대체 그걸 왜 무서워해!
‘자기 손에 든 칼 들고 뛰다가 자기 몸 베는 경우 많거든? 손에 쥐었다고 까불거리면 정말 크게 다치는 게 칼이라고! 이건 그런 보통 칼보다 몇 배나 날카로운 샤벨투스…… 아니, 이게 아니고! 생각 좀 하게 냅둬, 좀!’
얼굴부터 목덜미, 가슴으로 이어지며 샘솟는 땀방울이 줄줄 흐르는 것에 대한 변명을 늘어놓다가 투란은 다시 희미하고 가물거리는 기억에 매달렸다.
여왕의 일격…… 강력하게 구성되었고 웬만해서는 뭐든 견딜 듯했던 투란의 몸뚱이가 단숨에 날아갔었다. 손발에서 몸통까지, 깔끔하게!
‘그래, 분명히 손에 감춰든 이것도 같이 날아갔어!’
흐릿해도 뭔가 명확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지금 샤벨투스의 이빨은 투란의 손에서 그 날카로움을 자랑하고 있잖나!
‘악마의 심장’, 그 파편으로 이뤄진 칼집…… 피를 머금게도 하고, 빼내기도 해서 샤벨투스의 이빨을 마음대로 다루게 해주는 조각이 그 쓰임새를 제대로 발휘하고 있는 상태였다.
투란은 손에 힘을 뺐고, 손아귀에 연결된 ‘악마의 심장’ 조각이 피를 빼서 샤벨투스의 이빨이 날카로움을 잃고 말랑해지는 것을 느꼈다. 아주 작게 된 말랑한 조각이 자연스럽게 살갗 속으로 숨어 들어가는 느낌…… 이렇게 된 과정을 되새겨보니, 분명히 황금매와 ‘천칭’ 사이를 오가면서 샤벨투스의 이빨을 어느 쪽에서든 쓰게 하려고 시도한 결과였다.
‘그래, 그랬어. 그런데 이 이빨이 여왕의 그 끔찍한 짓거리를 버텨냈다고? 아니, 이 악마의 심장 조각은 버티질 못했어. 이건…… 그다음에 다시 만든 거야. 그런데 그 안에 여전히 샤벨투스의 이빨이 담겨 있다? 어떻게? 그건 샤오 할배가 만들어준 건데? 설마…….’
꿀꺽, 침을 삼키면서 땀을 훔쳐내고 나서 투란은 가만히 두 손을 내밀었다.
‘천칭’에 집중해서 다시 ‘악마의 심장’ 형상을 끌어내고…….
―뭐야, 벌써 그만하는 거냐? 사람의 기준인가 척도인가 안 잡고? 이제 키린이 시킨 짓은 그만하는 거야?
드라고니아는 투란이 다시 몬스터의 형상을 끌어내는 것을 느낀 듯, 묻고 있었다. 그렇게 포기할 정도로 겁이 났었냐고 어이없어 하는 것처럼…….
‘아냐! 관두는 게 아니라, 먼저 확인할 일이 있다고!’
울컥하는 기분으로 일단 투란은 세차게 부정했다.
―흐흠?
진짜냐고 잔뜩 의심하며 바라보는 듯한 드라고니아의 기척이 아주 노골적으로 투란의 마음속에 울려 퍼졌다.
투란은 일단 이를 무시한 채로, 온몸에서 샘솟던 땀이 순식간에 실핏줄 사이를 누비는 ‘악마의 심장’ 줄기로 흡수되어 상쾌해지는 것을 느끼면서 다시 샤벨투스의 이빨에 생각을 집중했다.
‘악마의 심장’과 함께 선명해진 생각, 그 속에서 투란은 확실히 샤벨투스의 이빨을 수납하기 위해 만들어낸 조각이 독립적이면서도 완전히 한 가지 기능만을 갖췄어도 역시 ‘악마의 심장’의 일부란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일부는 언제라도 ‘악마의 심장’에 의해서, 투란의 몬스터 엠블럼에서 형성되어 나온 몬스터의 형상을 통해서 재현 가능했다.
지금처럼 왼손 쪽으로 샤벨투스의 이빨이 감춰진 오른손에 맺힌 조각의 형상을 고스란히 형성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그러면 오른손에 담긴, 말랑해진 이빨 없이 왼손에서 몬스터 블레이드를 꺼낼 수 있는가?
촤악!
“어? 어어! 되잖아?”
꽉 쥔 오른쪽 주먹, 그와 다르게 살짝 샤벨투스의 이빨 뿌리…… 손잡이, 칼자루에 해당하는 부분을 왼손을 보면서 투란이 놀란 소리를 냈다. 오른손에서 뻗어 나올 몬스터 블레이드가 당연하다는 듯이 왼손에서 튀어나와 있었다.
―허? 이빨의 구성을 완전히 파악해낸 채였나? 과연…….
드라고니아도 조금 흥미로운 듯했다.
투란은 좋아라 하고 왼손으로 샤벨투스의 이빨을 꽉 쥔 채, 오른손을 펼쳤다.
그야말로 두 자루의 몬스터 블레이드, 샤벨투스의 이빨을 양손에 쥐고 싶다는 의도를 거침없이 드러낸 셈이었다.
촤악, 사악.
“엥?”
그런데 오른손에서 샤벨투스의 이빨이 튀어나가는 순간, 왼손의 것이 사라졌다.
―응?
잠깐 눈을 깜박이다가 투란은 두 손을 들어 올렸고, 왼손에 집중했다.
사악, 촤악!
오른손에서 샤벨투스의 이빨이 사라졌고, 왼손에 솟구쳐 나왔다.
촤아, 사아!
몇 번을 반복해도 마찬가지인 것을 바로 확인할 수 있었다.
“뭐야, 이게? 왜 이래?”
―잠깐, 이건 설마…….
가만히 구경하던 드라고니아도 놀란 듯한 소리를 냈다.
투란은 쌓인 울화를 토해내기 시작했다.
“대체 왜 한쪽을 꺼내면 다른 쪽이 사라져! 왜 이래? 뭐가 잘못된 거야!”
―다시, 천천히 해봐라.
프로브가, 윌 라이트의 마력이 투란의 두 손을 맴돌게 하면서 드라고니아가 아주 흥미로운 말투로 차분하게 권했다. 뭘 하든 제대로 바닥까지 파헤쳐내겠다는 듯!
후욱, 숨을 가다듬으면서 투란은 집중했다.
한쪽에서 꺼내면 한쪽에서 사라지는 샤벨투스의 괴상함…… 이번에는 제대로 세심하게 느껴볼 참으로!
사아아, 촤악!
몬스터 블레이드가 도도하게 왼손에 솟구치고 오른손에서 사라졌다.
이번에는 제대로, 아주 섬세하게 느낀 투란이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뭐야, 한쪽에서 뽑아내면 다른 쪽이…… 흐물흐물하게 바로 변해서 다시 심장 줄기가 되는 거야? 왜?”
견고하고 강인하며 날카로운 샤벨투스의 이빨을 이룬 것은 분명히 ‘악마의 심장’ 조각이었다. 하지만 한쪽이 튀어나가면 다른 쪽은 샤벨투스의 이빨로서 지닌 형질(形質), 특징을 잃어버리고 ‘악마의 심장’ 줄기 가닥이 되어 회수되는 현상이었다.
―유니크다. 투란, 이건 유니크의 특성형질(特性形質)이야.
‘뭐?’
투란은 입을 다문 채로 의아해하며 귀를 기울였다.
―이 샤벨투스의 이빨을 가공한 이가…… 그림스미스라고 했지? 샤오, 샤오덴 할배라고 했던가? 그가 몬스터 블레이드에 유니크의 특징을 구현해 부여해놨다.
‘무슨 소리야?’
―문자. 홀시딘이 확인해준 문장이 새겨져 있었잖아. 그게 샤벨투스의 이빨, 너의 몬스터 블레이드의 심핵(深劾)을 이루고 있어. 그 심핵이 있는 한, 그 심핵을 통해서 칼날은 피를 마실 때마다 원래 갖춰야 할 형체를 기억해내고 재현한다. 하지만 둘을 만들지 않고 오직 하나만, 단 하나만 만들어내는 거야. 너의 몬스터 형상, 악마의 심장에 그 심핵이 새겨지면서 들러붙었다. 악마의 심장은 이빨이나 살갗 따위를 재현할 수 있고…… 좀 알기 쉽게 말해서, 악마의 심장을 지닌 너는 결코 이 몬스터 블레이드를 잃어버릴 일이 없어. 하지만 두 자루를 휘두를 수도 없다. 유니크는 세계에 단 하나뿐인 존재, 세계로부터 그 유일무이(唯一無二)함을 인정받은 특성형질이니까.
‘그게 무슨 수작이여? 그럼, 샤벨투스의 이빨은 아무도 못 만든다고? 오직 나만 갖고 있다고? 말이 안 되잖아!’
―이 샤벨투스의 이빨만 그렇다고! 몬스터 블레이드야 소재만 있으면 다시 만들겠지. 하지만 너의 샤벨투스 이빨은 오직 하나뿐이며, 하나밖에 있을 수 없다고! 거기 새겨진 그림스미스의 문자 때문에 말이다! 쉽게 말해서, 다른 누군가가 샤벨투스의 발톱, 이빨을 얻어서 이런 몬스터 블레이드를 만들 수 있어도 이런 문자를 지닌 샤벨투스의 이빨은 오직 한 자루, 너에게 바쳐진 이 한 자루뿐이란 말이다!
‘바쳐지긴 무슨! 아니, 그 망할 할배! 미친 거 아냐? 재주가 있으면 있는 거지, 왜 이런 짓을 한 거냐고! 대체 왜!’
투란이 입술을 꽉 깨물면서 으르렁거렸다.
드라고니아는 이 의문에 잠깐 멈칫하다가 말을 잇는다.
―온갖 추측은 할 수 있겠다만…… 가장 좋은 방법은 가서 물어보는 것뿐이군. 이런 유니크 제작은 절대로 쉽다고 할 수가 없으니까.
투란은 세게 콧김을 뿜어내면서 두 손을 쥐었다 폈다 했다.
샤벨투스의 이빨이 두 손 사이를 오가듯이 솟았다 꺼졌다를 반복했다.
―안 된다고!
어떻게든 두 자루 한꺼번에 쥐겠다는 당찬 투란을 향해 드라고니아가 답답해하면서 짜증이 가득한 소리를 뇌리에 박아줬다.
“크엉!”
차마 큰소리는 못 내고, 그래도 낮은 소리라도 내면서 징징대려는 투란을 향해 드라고니아가 재빠르게 말한다. 또박또박, 그 뇌리에 콱콱 새겨지도록!
―야! 지금 너한테 별 필요도 없잖아! 그보다 날카로운 걸 만들려면 얼마든지 만들 수 있잖아! 굳이 왕이나 여왕까지도 아니지! 거미줄 중에 대충 한 가지 골라내도 그 정도 절삭(切削)은 가능하잖아! 뭘 그리 탐내냐고! 왕과 여왕의 거미줄을 이용하면 샤벨투스의 이빨이든 발톱이든 바로 동강낼 수도 있으면서 뭘 징징거려!
‘그게 아냐! 대체…… 그 할배, 나한테 왜 이러냐고!’
투란이 소리 없이 으르렁거렸다.
그 기분, 그 마음 깊이 쌓여있던 울화는 곧바로 문장 속의 별빛무리를 향해 쏟아져가는 듯했고 휘황한 반짝임을 불러내는 듯했다.
―그거야…… 역시 가서 물어봐야겠지. 당장 출발할래?
뭔가 다른 답이 있을까 궁리하는 척하다가 드라고니아가 말했다.
미묘하게 놀리는 듯한 낌새였지만, 투란은 입술을 삐죽하면서 바로 고개를 저었다.
‘젠장, 지금은 아냐! 애써 거점을 잡았다고! 시련까지 겪으면서 잡았는데, 이대로 갈 수는 없어! 키린이 그랬다고, 일단 잡은 거점을 제대로 굳혀놔야 몇 년 자리를 비워도 다시 돌아가서 있다고. 그러니까, 어딜 가든 돌아갈 자리 한 군데는 꼭 마련해놓으라고 말이야! 그러니까, 아직은 안 돼!’
―뭐, 키린이 시킨 대로 하려는 거는 너니까. 그럼, 다시 사람의 기준을 잡아봐야 하는 거냐?
‘어?’
당차고 단호하게 말하던 투란이 움찔하고 멈칫했다.
―왜?
드라고니아의 짧은 한마디는 명백하게 심술궂은 의도가 담겨져 있었다.
다시 덜덜 떨면서 땀 흘리며 무서워하는 몰골이 될 거냐고, 그 상황을 되새겨주게 하는 강력한 한마디잖은가.
그 놀리는 태도가 투란을 살짝 울컥하게 했다.
‘아직 왜 키린이 그러라고 했는지 모르거든? 알아내고 말거야!’
―호오? 과연 이제껏 겪고 모르는데 더 겪는다고 알 수 있을까? 더 소란 떨고 싶어 그러는 거는 아니겠지? 어쨌든 최소한 악마의 심장이라도 유지하고 있으면 괜찮아 보인다만…….
‘시꺼!’
투란은 다시 한 번 배짱을 부려봤다.
하지만 다시 생각만 해도 어딘가 땀이 솟을 듯한 기분이 명백했기 때문에 투란으로서는 드라고니아의 말이 틀렸다고 할 수가 없었다. 샤벨투스의 이빨에 대해 확인한다고 지금 악마의 심장만 형성한 채지만, 몸과 마음이 동시에 차분해져 있었고 뭐가 오든 대처할 수 있다는…… 사실은 아까랑 별다를 게 없는 수준인 듯한데도 기분은 확 달랐다.
이런 투란의 기분은 기억의 한 자락을 건드렸고…….
‘이거 무슨 가호를 잃어버렸다고 징징대던 사제인가 성기사인가 하던 아저씨들 하던 짓을 내가 하는 건가?’
샤오콴 마을에서 봤던 일을 떠올리게 했다.
―무슨 소리냐?
‘어, 옛날 일…… 신전의 사제인가 성기사인가 하는 아저씨들이 단체로 뭔 가호를 잃었다고 엄청나게 징징거리면서 마을에 왔었어. 뭔가를 증명해서 가호를 되찾겠다고 말이야. 다들 집게발 괴물한테 두들겨 맞고 죽었다는데…… 한 명이었나 두 명이었나가 가호를 되찾았다고 했어. 뭐, 마을로 돌아온 거는 한 명뿐이었지. 가호를 되찾았어도 맞아죽은 사제가 있다고 했던가? 성기사였나? 암튼, 헌터 아저씨들이 가호가 있든 없든 몬스터가 뭔 상관을 한다고 몬스터한테 가서 뭘 증명하려 드냐고 어이없어했었지.’
―지금 너랑은 좀 많이 다른 것 같다만?
‘같은 처지란 말이 아니고…… 그 아저씨들 징징거리는 것처럼 내가 징징…… 에이, 아냐. 가호인지 뭔지 어디다 기대고 빌려 쓰는 힘이랑 내가 쓸 수 있으면서도 자제하는 거랑 같을 리가 없기는 하네.’
그래서, 또 할 거냐?
‘으흐, 해야지. 뭐가 달라 보이는지, 방 안에 앉아서 모르는 게 뭔지 나가봐야 하니까.’
울상을 짓고 그런 소리를 하니까, 대단히 용기 있어 보이기는 하는구나.
‘닥쳐, 좀!’
으르렁대면서도 시무룩해진 채로 투란은 다시 잘 닫힌 방문을 노려봤다.
과연 오늘 안에 저 문을 열고 나갈 수 있을 것인가…… 스스로 의심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