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ster×Monster: Nihilism King Arc RAW novel - Chapter 522
몬스터×몬스터: 허무왕 편 (518)
“와아! 이 두 자루는 칼날 모양이 다르네요?”
“그래, 다양한 형태를 시도하려고 마음먹고 있었거든.”
투란은 하클이 꺼내온 네 번째와 얌전히 놓여있던 세 번째 검의 칼날 형태를 보면서 감탄했고, 하클은 새삼스럽게 자신의 제작품에 감탄하는 투란의 모습을 즐기듯이 대답을 했다.
세 번째 검은 끝이 두 갈래로 갈라지며 갈고리처럼 휘었고, 네 번째 검은 그 끝이 곡괭이 형태로 삐죽하니 이빨을 내민 듯한 모양이 칼날 쪽으로도 영향을 끼친 것처럼 거친 톱니 모양을 하고 있었다. 이런 모양이 자루 안에 감춰져 있다가 잠금을 풀면 낮고 작은 소리와 함께 튀어나오며 갖춰지는 것이다.
“이렇게 네 자루가 전부예요?”
“일단 만들어뒀던 것은 말이지…… 칼날 모양과 상관없이 값은 모두 은전 오십 닢이야.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성능은…….”
“전표 받으시죠? 덤은 주실 거죠?”
“어.”
하클이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이 녀석이 정말 자기 말을 알아들었나 하는 생각에 재차 묻는 말을 투란은 바지 주머니에서 전표를 꺼내 탈탈 털면서 끊고 묻고 있었다. 그야말로 하클로서는 어정쩡하니 하다가 끊긴 말을 포기하고 엉거주춤하는 대답을 할 수밖에 없다!
“웃차, 은전 오십 닢! 맞죠?”
바로 눈앞에서 전표를 세어 보이고, 쓰윽 내미는 투란.
하클은 아주 잠깐 망설였다.
뭔가 철없는 녀석을 속이는 기분이 꽤 깊이 뱃속을 울리기는 하는데…… 초롱초롱 반짝반짝하는 이 투란은 전혀 물러설 낌새가 없잖은가! 그래서 하클은 마지막 양심으로 한마디 더해보고, 안 되면 포기하기로 마음먹었다.
“나중에 후회하고 돈 물어내라고 해도 안 되는 거, 알지? 나 이 전표 바로 다 써버릴 거야.”
“나중에 후회하고 돈 물어줄 테니까 인힐트 블레이드 돌려달라고 하면, 하나에 금전 다섯 닢씩 내놓으셔야 할 거에요. 덤도 안 돌려줘요!”
투란이 개구쟁이처럼, 하클이 말을 따라하듯이 대꾸했다.
이쯤이면 하클로서는 양심을 지켰다고 할 수 있잖은가?
“좋아, 팔지.”
대답과 함께 바로 전표가 하클의 손으로 넘어왔다.
투란은 바로 네 자루의 인힐트 블레이드, 마법물품이 아닌 인힐트 블레이드를 자신의 바지 옆으로 푹푹 꽂아 넣었다. 투척용 단검을 꽂기 위한 주머니를 칼날 없는 칼자루 넷이 나란히 채워 넣은 셈이었다. 그리고 바로 투란의 두 손이 내밀어지면서 방긋거리는 말이 나온다.
“덤! 기왕 덤인데, 두 개 주면 안 될까요?”
뭔가 등골에 식은땀이 맺힐 정도로 어이없다는 것을 느끼면서도 하클의 입은 대꾸를 하고 있었다.
“팔려고 만들지를 않아서…… 쓰던 걸로 서너 개 있을 뿐이야. 기왕 손님에게 주는 덤이라면, 새로 만들어야 할 것 같은데 지금 당장 가져가야 하나?”
“새 거로 둘! 좋아요!”
내민 손을 꾹 쥐어 거두면서 투란이 상쾌한 웃음과 함께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바로 그 눈동자가 스윽 주변을 훑는 것을 하클은 바로 알아차렸다.
또 뭔가 재미있는 것이 있는가 파헤치겠다는 눈길이었고, 투란은 그 의도를 숨기지 않고 바로 입으로 토해낸다.
“근데…… 다른 것도 팔고 있는 것 같은데…… 저거 설마 시스 암밴드는 아니겠죠?”
“아냐. 유틸리티 밴드야. 네 가지 기능을 지녔지.”
한 쌍으로 나란히 놓인 팔뚝 보호대를 보며 하클은 조금 씁쓸하니 대답했다.
그래도 인힐트 블레이드랑 다르게 나름대로 효용성이 좋으니 언젠가 팔리겠거니 했는데, 역시나 인힐트 블레이드처럼 안 팔렸다!
“어떤 기능인데 네 가지나 돼요?”
초롱초롱, 반짝반짝.
투란의 눈빛과 묻는 말투가 하클에게 쓴웃음을 짓게 했다.
“너클 블레이드……라고 알아?”
“주먹질할 때 손등에 붙여놓은 칼날이잖아요? 그거…… 단검 대용으로 팔뚝에 감춰놨다가 급할 때 바로 튀어나오게 한다는 그거!”
투란이 고개를 팍팍 끄덕이면서 대답을 하는데, 슬금슬금 유틸리티 밴드 쪽으로 걸음을 옮기고 손을 꼼지락거리는 꼴이 바로 벽에서 떼어 시험해보고 싶어하는 생각이 훤히 드러났다.
하클은 그런 투란의 몸짓을 무시하듯이 말을 잇는다.
“팜 블레이드도 알겠군?”
“음? 그건 손바닥 쪽으로 칼날이 나오게 하는 거잖아요? 어? 저거 손등, 손바닥 양쪽으로 다 칼날을 뺄 수 있어요?”
“그래, 그리고 새끼손가락 쪽으로 작은 볼트도 쏠 수 있지. 핑키 볼트(Pinky Bolt)라고도 하는데, 한 서너 발 장전되는 게 고작이기는 하지만…… 엄지 쪽으로는 후크 라인이 장치되어 있고…….”
“어떻게 쓰는 거예요?”
하클의 말이 이어질 때, 이미 벽에서 한 쌍의 암밴드를 떼어낸 투란이 이리저리 뒤집어보다가 묻고 있었다. 살짝 벽을 겨냥해 흔들어도 보고 하는데, 전혀 암밴드가 반응하지 않아서 조금 답답해하는 채로!
잠깐 이야기하면서 그 낑낑대는 꼴을 구경만 하는 시늉을 하다가 하클이 묻는 말이 나오자 곧바로 대답을 한다.
“끼워야 해. 일단 잠긴 상태이니까, 손에 끼워서 첫 잠금이 풀리지. 시험은 한쪽만 해도 되니까, 둘 다 한꺼번에 끼우려 하지 말라고!”
두 손을 허우적대면서 동시에 암밴드를 끼우려다가 헛손질부터 해대는 투란의 모습에 하클이 결국 잔소리를 하고 말았다.
“음? 아하하, 그래야겠네요.”
대꾸를 하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투란은 암밴드 한쪽을 벽에 걸지 않고 겨드랑이 쪽에 끼워놓고는 다른 하나에 왼손을 밀어 넣고 있었다.
달칵.
가볍게 뭔가 튀는 소리가 암밴드에서 울렸다.
“어? 와!”
손등, 손바닥을 덮는 회색의 단단한 가죽 덮개…… 장갑 모양에서 딱 손가락 부분이 없는 형태였다. 그리고 팔오금을 향해 밀려나오는 회색 가죽처럼 보이는 얇은 철판이 인힐트 블레이드의 칼날과 비슷한 조립과정을 보이면서 팔꿈치를 감싸고 부드럽게 조이고 있었다. 살짝 팔꿈치 쪽까지 감긴 그 형태는 감싼 부분을 완전히 감싸고 보호하는 모양이었다.
투란이 그 모양을 자세히 보려고 이리저리 움직이려 하는 순간…….
“함부로 사람 겨누지 말라고! 움직임에 따라 작동하는 거니까, 일단 손끝을 벽 쪽으로…… 아니, 여기 판자를 겨눠!”
하클은 곁에서 사람 몸통 크기의 판자를 방패처럼 들어 올리다가 결국 벽에 걸면서 다급하게 외쳐야 했다.
그 태도가 투란에게 바로 묻게 한다.
“아, 이거 끼면 바로 위험해지는 거예요?”
“제대로 다루면 안전해! 하지만 넌 지금 잠그고 푸는 것도 잘 모르잖아. 아, 일단 핑키 볼트는 말이지…… 아니다, 우선 기본동작 범위부터 설정해야 하지!”
하클이 살짝 허둥지둥하다가 설명하는 순서를 헷갈린 듯했다.
투란은 머뭇거리지 않고 바로 또 묻는다.
“이거 만들고 오래되었군요? 자기가 만들고 까먹다니!”
“한두 가지 만든 게 아니거든! 여러 가지 다루다 보면 가끔 헷갈릴 때도 있어! 암튼 우선 네 손 움직이는 범위랑 암밴드를 맞춰놔야 하니까…… 따라 해봐.”
울컥하다가 하클이 손을 움직여 보였고, 투란은 그 손의 동작을 따라했다.
“어? 뭐가 막 손등, 팔목으로 간질거리는데요?”
“그래, 그 미묘한 근육과 골격의 움직임에 암밴드가 반응해서 작동하니까. 사람마다 손 크기가 다르고 팔뚝 굵기도 달라서 일단 이렇게 끼운 다음에 기본적인 설정을 해야 해. 뭐, 다른 사람 팔뚝에 끼울 일이 없다면 한 번만 해도 되는 거니까. 거기랑 거기, 그게 기본 잠금이고…….”
투덜거리듯이 설명하면서 하클은 투란에게 팔오금 쪽에 붙은 장식을 움직여서 어떻게 암밴드의 기능을 잠그고 열어두는가를 알려줬다. 그다음에 손가락의 움직임을 알려주고…….
피잉, 퍽!
“으앗, 진짜 나간다! 쪼만한 쇠뇌살이네요?”
“그래서 핑키 볼트라고.”
판자에 꽂힌 12센티가량의 가느다란 볼트를 놓고 투란이 신기해했고, 하클은 한숨을 쉬면서 아주 오랜만이었지만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암밴드의 기능에 안심하는 듯했다.
“이렇게 해서 잠그고 하면…… 아, 안 나간다. 이렇게 해서 풀면…….”
피잉, 핑. 퍽, 퍽.
핑키 볼트 둘이 더 판자에 꽂혔다.
“어? 셋만 장전되어 있었나 본데요? 더 안 나가네!”
“그렇다고 했잖아. 장전할 때는 굳이 암밴드를 벗을 필요는 없어. 팔꿈치 쪽의 장식을 돌리면…… 그래, 그렇게 구멍 서넛 보이지? 거기 볼트를 밀어 넣고 닫아걸고 팔을 흔들면 장전되는 거야. 에, 그리고 블레이드는…….”
손짓과 설명이 이어졌다.
그리고 투란은 곧바로 너클 블레이드가 손등을 덮으면서 쑤욱 뻗어 나오는 광경을 확인했다. 인힐트 블레이드와 비슷하지만 훨씬 단순했으니, 그저 가운데로 밀려들어가듯 접혀져 있던 칼날이 손목 쪽에서 돌출되어 나오면서 펼쳐지는 정도에 불과했다. 팜 블레이드도 마찬가지였다.
인힐트 블레이드를 봤다면 거의 감탄할 일이 없을 듯한 두 가지 칼날이었지만, 투란은 감탄했다.
“우와! 얘네는 대체 어떻게 길어지는 거래요? 주먹 끝에서 20센티까지 뻗잖아요! 손바닥 쪽은 아예 30센티는 되겠네!”
이는 하클을 잠깐 놀라게 했지만 곧바로 으쓱거리는 기분을 담은 대답을 하게도 했다.
“절반 정도는 인힐트 블레이드랑 같거든. 검의 강도를 강화시키려고 손 범위 바깥으로는 단순한 형태지만, 손목이랑 손가락 뿌리까지는 길이만 확보하기 위해 인힐트 블레이드처럼 만들었지. 잘 알아보네?”
“훗! 보는 눈이 있으니까요!”
슬쩍 칭찬하며 묻는 말에 투란이 바로 으쓱하며 대꾸했다.
어이없어 쓴웃음을 지으면서도 하클은 마지막 남은 후크 라인에 대해서 설명을 잇는다.
“칼날이든 볼트든, 껍질 두껍고 거친 놈들에게는 별로 쓸모없겠지만 후크 라인은 자기 활동영역을 넓혀주는 거니까 이래저래 쓸모가 많아. 그걸 작동하려면…….”
피잇, 팍.
가벼운 소리와 함께, 투란이 내민 왼손의 엄지와 검지 사이로 가늘게 뻗어 나온 실끝이 판자에 꽂혔다. 곧이어 실이 팽팽해지면서 판자가 기울어지고 투란의 손을 향해 당겨졌다. 판자를 받아들면서 투란은 갸웃하며 말한다.
“으흠! 이거…… 꽂히지 않으면 쓸모가 없는 건가요? 이렇게 끝이 가는 바늘인데, 뭐 걸어서 던져 감기도록 하기도 힘들어 보이잖아요?”
“그래 보여? 후훗, 이쪽 철판에 다시 쏴봐.”
어쩐지 음흉해 보이는 하클의 대답에 투란은 일단 조금 전에 들은 대로 후크 라인을 회수한 다음에 철판을 향해 다시 쐈다. 그저 가벼운 손놀림, 팔의 움직임에 저절로 감기고 다시 쏘아져나가는 과정은 자연스럽고 매끄러워 아주 익숙해보였다.
팅, 착.
쇠끝이 쇠에 부딪히는 작은 소리와 함께 실끝이 철판에 들러붙었다.
“어? 뭐야, 들러붙기도 해요? 아니, 끈끈이도 안 발린 거잖아요?”
실이 팽팽해지면서 작은 철판이 판자보다 조금 무겁게 당겨지는 광경을 보며 투란이 놀란 소리를 냈다.
하클이 어깨를 으쓱하면서 말한다.
“이 바늘은 뚫고 들어간 다음에 안쪽에서 펼쳐지지. 하지만 뚫지 못하는 단단한 것에 부딪히면 그 표면에서 펼쳐지면서 들러붙어. 바늘과 실, 이 후크 라인은 두 가지가 하나로 만들어진 거야. 바람의 미세한 압력을 이용할 수 있게 말이야. 흔해 보인다고 흔한 물건이 아니라, 이거지! 뭐, 암밴드 안의 태엽과 감개가 강력해서 사람 두엇 정도는 매달아놔도 잘 감길 정도기도 하고 말이야. 어때?”
“우아아앗! 대단해요! 머리카락보다 쪼오금 더 굵은데! 바람의 힘이라니! 무슨 정령을 감춰둔 실 같잖아요! 마법도 아닌데, 마법도구 같잖아요! 우아아! 그래서 얼마예요?”
“어?”
투란의 아낌없는 감탄에 어깨를 으쓱하면서 한껏 자랑스러운 표정을 짓던 하클은 그 말끝마디에 붙은 소리에 흠칫하며 눈을 깜박이는 꼴이 되었다.
이미 은전 오십 닢짜리를 넷…… 금전 두 닢이나 써버린 투란이잖은가.
그래서 평소처럼 ‘안 살 놈은 가라! 입 아프게 설명하기 싫다!’라는 태도를 치우고 그냥 구경이나 시켜줄 생각으로 유틸리티 밴드를 끼워도 보게 했고, 그 기능을 설명해주고 오랜만에 작동하는 것을 자신도 감회 깊게 다시 보기도 했다.
하지만 하클은 이미 금전 두 닢을 흩날린 녀석이 또 뭔가 사겠다고 의지를 불태울 거란 생각은 못했다.
“얼마예요? 이 검 네 자루보다 비싸요? 한 쌍으로 파는 거니까, 조금 비싸보이기는 하네! 암튼, 얼마예요? 덤도 더 주는 거죠?”
당황한 하클을 향해 투란의 입은 멈추지 않고 나불나불 소리를 쏟아내고 있었다.
덕분에 하클은 까마득한 기억 너머의 투덜거림과 홀시딘의 목소리를 동시에 되새길 수 있었다.
“아니, 칼날이나 새끼살 필요 없다고요! 그냥 싸게 후크 라인 암밴드만……!”
“봉이야, 잡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