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ster×Monster: Nihilism King Arc RAW novel - Chapter 53
몬스터×몬스터: 허무왕 편 (53)
‘무시무시하네!’
투란은 전율할 수밖에 없었다.
몸통의 잔해, 방금 투란이 도려낸 심장의 빈자리에 작은 알처럼 뭔가 돋아나면서 맥동하고 있었다. 저건 작았지만 분명히 심장이었다!
여태 악마의 심장에 침식당하던 부분이 사라지자 아예 새로운 심장을 키워 내는 꼴이라니!
하지만 그 탓인지 반짝거림은 오히려 줄어들고 있었다.
투란이 악마의 심장을 도려내고 이리저리 이어진 넝쿨 가닥을 끊어 내자 쇠약해진 듯한 모습이었다. 이를 보며 투란은 약간 안도하면서도 손을 재빨리 움직였다. 우선 잘라 낸 심장이 약해지는 꼴에 활기를 띠고 움직이는 악마의 심장을 마구 도려내서 입에 넣고 씹었다.
그 안에 담긴 ‘기억’은 투란이 품은 악마의 심장에 좋은 배움을 줬고, 투란은 이제 악마의 심장을 벗은 이상한 심장을 들고, 얇게 저며 냈다.
치켜 올린 손을 타고 쏟아진 핏물이 투란의 가슴을 적셨다.
얇게 뜨인 심장의 살을 투란은 거침없이 입에 들이대고 삼켰다.
목을 타고 넘어간 순간, 격하게 반기는 위장 속의 덩굴줄기가 느껴졌다.
‘대단하군.’
그 괴이한 생명력은 소화되기 전부터 투란에게 옮겨 오기라도 하는 듯했다.
그렇게 기력을 좀 되찾고, 투란은 천천히 가슴에 쏟아지는 핏물을 느끼면서 이상한 심장이 붙어 있던 뭔가의 잔해를 바라봤다.
도려내진 혈관이 실 가닥처럼 꿈틀거리고, 맥동하는 작은 알에 들러붙는 듯한 꼴이 보였다. 악마의 심장을 도려내서 크기가 반으로 줄어든 심장의 끊어진 혈관도 꼬물꼬물 실핏줄을 움직여 제자리를 찾으려 하는 꼴이었다.
다시 갖다 대면 도로 붙어 버릴 수도 있다는 생각이 저절로 드는 광경이었다.
‘함께 삼킬 수도 있겠네.’
샤벨투스의 이빨에서 핏기를 빼서 손의 살갗에 감춰 넣으며 투란은 늪에서 몸을 빼서 올라앉았다. 반짝임은 이제 벼락을 부르지 못하니 조금 안심하고 자세를 편히 취한 셈이었다.
투란은 손에 든 심장을 무슨 헝겊 뭉치처럼 움직여 반짝임이 사그라든 팔, 거기에 묻은 진흙을 닦아 냈다. 팔은 의외로 멀쩡해서 손목과 손에 다친 흔적도 없었다.
‘재생된 건가?’
약간 의심하면서 그 손가락에 날카로운 타원형 손톱이 박힌 꼴을 보며 투란은 가슴에 마음을 모았다. 그리고 묻힌 피에 반응해서 문장이 열리기를 바랐다.
잠깐 뒤에 투란은 핏빛 톱니 고리가 가슴에 맺힌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한쪽 손에 핏빛을 머금듯이 받고, 한 손에 든 심장을 다시 제자리를 찾아 주듯이 잘라 냈던 자리에 밀어 넣었다. 뜯겨 나간 어깨, 가슴이 열린 꼴이라서 들이대는 것은 별로 어렵지 않았고, 그 결과도 잘 보였다.
‘헤에, 새로 자라는 놈이 가지를 뻗네!’
이미 새로운 심장을 키우기 위한 작은 알이 두근대며 생겨났다.
그런데 거기에 잘려 나간, 토막 난 심장을 대니 실핏줄이 더듬더듬 서로 엉기면서 작은 알이 흩어졌다. 실 가닥처럼 흩어진 작은 알의 잔해는 다시 돌아온 심장을 반기며 도로 붙일 것처럼 꿈틀거리고 있었다.
투란은 그 자리에 핏빛을 머금은 손을 대고 쥐었다.
곧 몬스터 엠블럼의 검은 금이 그물처럼 번져 가는 것이 느껴졌다.
잔해만 남은 녀석은 손톱 끝까지 검은 색조로 구석구석 물들었다.
투명하게 변한 심장이 먼저 으스러졌고, 남아 있는 잔해의 곳곳이 그 뒤를 따르듯이 투명하게 변해 으스러져 사라졌다. 손톱도, 온전하게 보였던 팔의 살갗도 모두 그렇게 되어 갔다. 마지막까지 으스러지지 않고 남은 것은 거의 반쯤 삭아 없어진 듯한 뼈대의 잔해뿐이었다.
이를 물끄러미 내려다보며 투란은 이 녀석의 손가락뼈가 네 가닥인 점에 주의했다. 진흙에 덮였을 때는 그냥 묻혀 있겠거니 했는데, 살점이 사라지고 드러난 꼴이 그랬다.
‘손가락이 넷, 심장조차 재생하는 놈이 뭐가 있지?’
알 수가 없었다.
투란이 이래저래 들은 놈들이 기억 한구석을 스쳐 가기는 하는데, 그중에 이렇게 심장만 남은 채로 악마의 심장에 맞설 정도로 굉장한 재생력을 지녔다는 놈은 전혀 없었다.
잠깐 딴생각에 빠진 투란에게 항의하듯 손바닥에서 팽팽하게 당겨진 것처럼 맴도는 핏빛의 고리가 꿈틀거렸다. 그대로 두면 터져서 사라질 듯한 꼴이다.
투란은 숨을 고르며 두툼한 그랑츄의 손아귀를 가슴에 댔다.
핏빛 톱니 고리가 가슴의 검은 톱니와 겹쳐지고 맞물리며 투란의 가슴에 새로운 색조가 번져 나갔다.
빠르게, 거침없이!
‘어!’
‘천칭의 문장’이 몬스터 에센스를 바로 발현시켜, 변이가 이뤄지고 있었다.
뭔가 생각하고 마음의 준비를 할 틈도 없이 빠른 변이였다.
그 변화하는 과정이 투란을 기겁하게 했다.
콰앙!
거센 심장 고동소리가 먼저 투란의 정신을 혼미하게 했다.
‘오, 오른쪽!’
심장 하나가 오른쪽에 불쑥 생겨나며 허파를 밀고, 내장의 위치를 뒤틀면서 거세고 험악하게 울어 댔다. 왼쪽에서 악마의 심장을 지워 버리듯이 자리 잡은 놈도 오른쪽과 호응하듯이 거세게 울렸다.
콰앙!
이 시점에서 투란은 악마의 심장이 주저 없이 해체된 것을 알아차렸다.
‘작은 늪’도 자신이 있어야 할 곳이 오로지 악마의 심장 속뿐이란 듯이 함께 해체되었다!
그리고 그 여파인 것처럼, 온몸에 퍼져 있던 넝쿨 가닥, 줄기가 모조리 해체되어 사라지는데, 그랑츄의 몸통, 팔과 다리마저 그 뒤를 따랐다.
‘어! 이거!’
당연히 투란은 위험을 느꼈고, 눈높이가 낮아지면서 늪에 담근 발목이 저절로 빠져나오는 꼴을 봐야 했다. 사람의 다리, 발을 덮은 사람의 살갗은 홀랑 벗겨지고 지글지글 녹아내리는 중이었다.
쿨럭.
숨이 저절로 피 냄새를 풍기며 꼬여 가기도 했다.
뭔가 바로 목구멍으로 토해져 나올 것 같았고, 투란은 반사적으로 두 손을 다 입가에 대고 막으려 하는데 왼손은 사람의 손이고 오른손은 뭔가 다른 것의 손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치, 침착……!’
속으로 되뇌었지만, 머리가 핑 돌면서 기절할 것 같은 상태를 어찌할 수 없었다. 하지만 투란은 그 상황에서 자신이 그대로 쓰러지지 않는 것도 자각했다. 이 정도면 피를 토하다 푹 쓰러질 법한데, 둔해진 감각으로도 살갗이 녹고 거뭇하게 물들면서 갈라져 벗겨지는 상황을 잘 느끼고 있었다.
콰앙, 콰쾅!
심장이 뛴다기보다는 그냥 쇠로 만든 북을 쇠망치로 후려패서 울게 하는 듯한 고동이 더욱 강렬하게, 가슴 두 곳에서 격한 맥동을 일으켰다. 그때마다 투란은 기절하지 못한 채로, 새로운 감각을 느껴야 했다.
살갗이 홀랑 벗겨져 나간 발목 언저리에 퍼릇한 핏줄이 뻗으면서 바로 새살이 돋아나고 있었다. 검게 물들며 갈라지던 왼손, 그 빨간 속살 사이로 역시 파리한 작은 핏줄이 지나더니 새살이 돋으며 검은빛이 녹아 없어지는 듯했다.
상처 입은 사람의 몸이 심장에서 줄줄이 흘러가는 핏줄과 함께 재생하고 있었다.
그리고 완전히 사람의 것이라 할 수 없게 된 오른손!
손바닥은 연한 새싹의 녹색이었고, 손등을 향해 치달리면서 점차 짙은 푸른 색조를 띠다가 손등에 이르러서는 아예 검붉은 가죽빛으로 변해 갔다. 이 형상은 그대로 팔과 손으로도 이어졌으니, 손목 안쪽, 팔뚝 안쪽으로는 연한 녹색이 바깥쪽으로는 짙은 검붉은 빛깔이 자리 잡으며 어깨를 넘어 가슴까지 이르는 듯했다.
‘손가락이…… 네 개?’
손이 평소 투란 손의 두세 배가량 커지면서 새끼손가락이 사라졌다.
가늘어 보이지만, 사실은 투란의 원래 손가락보다는 두 배는 굵고 길어진 손가락이 넷, 그 끝에 끝이 뾰족한 타원형으로 붙은 손톱.
콰쾅, 쾅!
두 개의 심장은 연이어 맥동했고, 그때마다 투란은 핑 돌던 느낌이 머리에서 뻥뻥 걷어차이듯이 떠나는 것을 느꼈다. 더불어 이제는 숨도 편안해졌고, 그랑츄의 형상을 벗어 버리고 사람으로 돌아온 손발이 멀쩡해지고 있었다.
자꾸 다치다 보면 뼈도 더 튼튼해지고 굳은살이 생기는 것처럼, 두 개의 심장이 쩌렁쩌렁 울리는 사이에 사람인 투란의 몸이 이 환경에 거뜬히 적응해 버린 듯한 꼴이었다.
‘그럴 리가 있냐!’
물론 투란은 바로 그런 생각을 단호하게 부정했다.
악마의 심장이 그렇게 적응한 사람의 몸을 구성하기 위해 꽤 오랫동안, 투란이 몬스터 로드가 된 이후로 줄곧 애써 왔지만 이 주변 환경은 그렇게 쉽게 적응을 허용하지 않았다. 때문에 계속 그 넝쿨 껍질을 몸에 두르고 있었잖은가!
한데 이 두 개의 심장은 강렬한 맥동을 퍼뜨리는 것만으로 거뜬히 적응한 몸을 만들어 낸 것이다.
투란에게는 왠지 쉽게 받아들일 수 없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그렇게 되고 있었다.
두 심장이 뿜어내는 재생력은 확실히 사람인 채 머물고 있는 투란의 몸을 그대로 강화시켜주며 무시무시한 위력을 보여 주고 있었다.
‘이렇게 될 줄이야…….’
잠깐 투란은 오도카니 앉은 채로 이 상황을 음미할 수밖에 없었다.
어쩌다가 이런 이상한 심장을 얻게 된 것일까?
두 개인 것도, 한쪽이 홀랑 까발려진 채고 왼쪽이기에 그냥 하나뿐인 심장이겠거니 했다가 몸으로 알게 되었다.
‘그냥 악마의 심장도 씹어 댈 정도로 기운차고 벼락만 뿜…… 어? 벼락!’
퍼뜩 투란은 네 손가락인 오른손을 뒤집어 보고 팔뚝과 손등을 살폈다.
반짝거리는 곳이 전혀 없었다.
뭔가 속에서 번쩍대며 밖으로 벼락을 불러 댈 낌새가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엥?”
투란은 문장에 집중해서 자신이 이 이상한 심장의 에센스 중에서 놓치거나 파묻은 것이 있나를 살폈다. 오른팔에서, 어깨를 넘어 가슴과 등에 잘 퍼진 이 이상한 몸은 아무 이상도 없고, 뭔가 놓친 낌새도 없었다.
번개라든가 벼락을 일으킬 단서도 전혀 없고!
“엥!”
그냥 두 개의 심장이 기세 좋게 뛰며, 사람의 몸조차 이 환경에서 버틸 수 있는 무시무시한 적응을 하게 하는 재생의 능력만 거침없이 뻗어 낼 뿐이었다.
어쩐지 억울하고 민망해질 수밖에 없었다.
‘그럼 대체 그게 뭐였지?’
새삼 앉은 자리 주변을 둘러봤지만 타 버린 흔적, 거뭇한 풍경에 변한 곳도 없었다.
투란은 그만 포기하기로 했다.
없는 것을 더 찾으며 징징대는 짓 따위…….
치이, 치이익.
순간, 투란의 귀가 저절로 쫑긋했다.
재빨리 눈길을 돌리니, 허공에 새하얀 광채가 일렁이며 그를 노려보는 듯이 오락가락하고 있었다.
‘설마!’
한 가지 가능성이 투란의 기억 속에서 툭 튀어나왔다.
“제일 구질구질하고 더러운 꼴이지. 실컷 날뛰던 놈을 잡았는데, 그놈이 질질 뭔가 흘리는 것을 싹 털고 나니 아무것도 없는 놈이었다…… 뭐, 그런 거. 그게 기생형 괴물이라더구만. 다른 놈에게 덧씌워진 채로, 그놈이 죽으면 잽싸게 질질 흐르든가 툭 떨어지면서 사라진다네. 쳇.”
두서없는 이야기라서 그때는 뭔 소리인가 바로 알아듣지 못했다.
하지만 나중에 갸웃거리면서 애들이랑 그 이야기를 주고받다가 알았다.
몬스터 중에는 다른 몬스터나 짐승에게 스며들어 활동하는 놈도 있다는 것, 그런 것을 기생하는 놈이라 하는데 스며든 몸이 망가지거나 하면 곧 새 몸을 찾아간다고 했다. 남은 것은 정말 아무것도 없는 껍데기라고.
만약 벼락을 후려 대는 반짝이는 빛이 이 이상한 심장을 지닌 놈에게 그냥 들러붙은 것이었다면, 그리고 지금 제가 잃어버린 것을 투란이 가로챘음을 알고 화를 내는 중이라면……?
‘나, 숯 되는 거야?’
투란의 인상이 구겨지고, 더러워지기 시작했다.
딱 느끼고 있는 기분 그대로!
치이이이이 파앗!
투란을 향해 허연 광채가 꽂히겠다는 듯이 그어져 왔다.
반사적으로 투란이 오른팔을 거기에 들이댔다.
“앗, 따가!”
손등을 꼬챙이 수백 개로 한꺼번에 찔린 느낌을 투란은 아주 소박하게 토해 냈다. 보통은 ‘끼아악!’이라든가 ‘끄아악!’ 하고 기절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지만, 투란이 느낀 바는 따갑다는 정도일 뿐!
갑자기 굵어지고 대담해진 신경 덕분에 투란은 그다음에 저 허연 빛이 손등 속에 똬리를 틀며 손목으로 팔뚝으로, 어깨를 지나 가슴으로 스며들면서 두 개의 심장 사이에 뻗어 오는 것도 고스란히 느낄 수가 있었다.
‘아니, 이게 대체 뭐야!’
사람이라면 견딜 수 없는 엄청난 고통이란 것이 왜 이해가 되는가?
그런데 이를 아무렇지도 않게 ‘아, 그런가 보다.’ 하는 이 마음가짐은 또 어디서 튀어나오는가?
투란은 실로 낯선 체험을 하며, 벼락을 뿜는 하얀 반짝임이 팔을 바싹 마르게 하고 오그라뜨리는 것을 봐야 했다!
“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