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ster×Monster: Nihilism King Arc RAW novel - Chapter 539
몬스터×몬스터: 허무왕 편 (535)
후우…… 하아…… 후우웃!
“우으윽! 이게 뭐야.”
코와 입에 마스크를 좀 더 밀착시키면서 거칠게 숨을 내쉬고 들이쉬다가 투란은 결국 투덜거렸다.
―뭐가, 뭐야?
‘아니, 숨어서 한 놈씩 쏴 잡으려고 했는데 이게 뭐냐고! 왜 갑자기 싸움질이 돼버린 거냐고!’
한숨을 다시 들이쉬고 내쉬면서 투란은 이 상황이 왜 마음에 들지 않는가를 말했다. 사냥을 하려고 했더니, 느닷없이 마수와 난투가 돼버린 이 괴상한 상황!
―부엉이의 경고 탓이겠지.
드라고니아의 말에 투란은 머리 위에서 울어대던 부엉이를 찾아봤다.
부엉이는 투란이 그랬던 것처럼 독부엉이의 커다란 날개 아래 깔려 있었다.
날개 아래에서 부엉이를 꺼내보니, 완전히 죽은 채였다.
“이거…….”
―중독으로 죽었다.
드라고니아가 짧게 부엉이의 사망원인을 말했다.
투란에게는 어이없는 소리였다.
독부엉이도 아닌 부엉이가 독부엉이에게 경계하는 울음소리를 들려줬는데, 독부엉이는 그 위를 바로 덮쳐누르면서 그냥 죽여버렸다니…….
‘뭐야, 대체 왜 이렇게 되는 건데?’
뭐가 어떻게 된 일인지 그 영문을 알고 싶어지는 투란이었다.
―글쎄, 그렇게 흔한 경우는 아니지만…… 마수는 야수를, 보통 짐승을 기반으로 마력을 획득해서 변이하는데 그 과정에서 원래 기반이 된 짐승에 대한 제어능력을 획득하는 경우가 있기는 하다. 그러니까…… 이 경우에는 독부엉이 중에 부엉이 개체에 대해 지배력을 발휘한 놈이 있었다는 거지. 물론 자신이 지배했다고 해서 자신의 피붙이로 받아들인 거는 아니고…… 한마디로 쓰고 버릴 물건처럼 이용했다고 해야겠지.
‘흔한 경우는 아니라고?’
―그래, 분명히 아니다.
단호한 대답에 투란은 잠시 머리 위를 올려다봤다.
울어 젖힌 부엉이가 있던 자리는 생각보다 꽤 높았다.
둥지에서 흘러나온 독이 닿지 않을 것처럼 높았다.
만약 경고하는 울음을 터뜨린 다음, 날아든 독부엉이를 피해 재빨리 피해 도망쳤다면 이 부엉이는 죽지 않을 수도 있었다.
“마수라는 거, 진짜 몬스터가 아닌가?”
불쑥 마스크 안을 울리는 낮은 소리로 투란이 중얼거렸다.
―너의 문장으로…… 몬스터 엠블럼으로 확인해보지 그래?
드라고니아가 뭔 이상한 소리를 하냐는 듯이 말했다.
투란은 한숨을 쉬면서 죽은 부엉이를 독부엉이 위로 던졌다.
이용하고 버리고…… 딱히 독부엉이가 아니더라도, 이런 특이한 능력을 지닌 마수가 아니라도 보기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인간 중에서도, 사냥꾼 파티에서도 흔히 있는 일이었다.
예상 못한 몬스터와 만나서 뿔뿔이 흩어지는 파티…… 결국 누군가 미끼가 되어 죽는 사이에 도망치려 하는 속셈이 가득한 파티의 행동이다. 파티 멤버 전원이 동의한 것이라 해도…….
“마음에 안 드네.”
투란은 고개를 기우뚱하면서 툴툴거렸다.
그리고 이런 투란의 툴툴거림에 응하듯 둥지 쪽에서 끄억거리는 소리가 울려나왔다. 돌아보니 비비나비, 아직 어린 새끼 잔나비 모습을 한 녀석이 휘청거리면서 허우적대는 몸짓으로 일어서려 하고 있었다.
“저건 마음에 드네. 갈기 산맥에서 마수에게 먹히는 몬스터라, 괜히 궁금하잖아.”
피식 웃음과 함께, 투란은 어깨 너머로 손을 뻗어 검을 한 자루를 뽑아내며 둥지를 향해 나아갔다.
칼이 뽑히는 소리를 들은 듯, 비비나비가 작은 머리를 움찔거렸고 투란을 마주 봤다. 쪼이고 팬 몸통, 심지어 눈알이 덜렁거리면서 눈구멍에서 나와 흔들대는 험악한 몰골이었다. 엎어져서 꾸물거릴 때는 잘 보이지 않았는데 다가서는 투란에게 낯짝을 들이밀자 고스란히 보였다.
뭘 어쩌는가 보겠다는 듯, 뭔가 뒤틀린 기분을 느끼면서 투란은 느릿하니 걸음을 디뎠고 세차게 검을 휘두르며 위협하는 시늉을 보였다.
투란의 이런 모습을 잘 보려고 하는지, 작은 비비나비는 흘러내린 눈알을 다시 자기 눈구멍으로 밀어 넣고 있었다.
보던 투란이 어이없어 하는데…….
―제대로 꽂힌 모양이네?
드라고니아가 놀랍다는 듯이 중얼거렸다.
눈구멍에 밀어 넣어진 눈알이 데굴거렸고, 눈동자가 초점을 잡고 있으니 그 말이 맞기는 했다.
투란에게는 한층 더 어처구니없는 광경이었다.
‘뭐야, 저거 꼭 멜란드의 뿔비비처럼 회복하네? 여기까지 와서 비비나비가 저러는 꼴을 보다니…….’
―회복능력이 놀라워서 죽이기 힘들다고 했잖아.
드라고니아가 마치 자기는 예상했다는 듯, 당연한 것을 뭘 놀라냐는 듯이 말했다.
‘너도 조금 전에 놀란 거 알거든?’
투덜거리면서 투란은 조금 걸음을 서두르며 반쯤 달리듯이 비비나비에게 다가섰고, 비비나비는 어리고 작은 몸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듯 일어서며 아직은 가녀린 편에 속하는 두 팔을 휘두르며 맞서려 했다.
싸아— 퍼억!
베어가는 듯하다가 거칠게 후려 패는 소리가 울렸다.
바람결을 가르듯 휘둘러진 검이 비비나비의 작은 목덜미를 후려치는 순간에 일어난 세찬 타격음이었다.
―우악스럽구만.
드라고니아는 칼날로 베어내기보다 후려쳐서 끊어내는 광경을 짧게 평했다.
‘시꺼.’
깔끔하게 베어내지 못한 것이 조금 불만스러운 듯, 투란은 투덜거렸지만 덜렁거리면서 떨어질 듯 말 듯한 비비나비의 작은 몸을 밟고 한 번 더 장검으로 후려쳤다.
콱.
덜렁거리며 가늘게 매달렸던 머리가 완전히 옆으로 떨어져 굴렀다.
그런데 그 다음에 비비나비의 몸이 허우적거리면서 구르는 머리를 향해 손짓하고 발을 움직이잖는가!
“엥?”
―이 정도인 줄은 몰랐는데?
굴러간 머리에서 눈알이 열심히 굴렀고, 소리를 못내는 입이 뻐금거리며 몸을 부르는 듯한 광경이었다.
다 자란 비비나비라도 머리를 잘라내면 그대로 축 늘어지기 마련이었다.
그런데 아직 사흘이 되지 않은 어린 비비나비는 이대로 끊어진 목을 붙여주면 다시 멀쩡해질 듯하다!
“잠깐 사이에 독에서 회복되기도 했지…….”
―야, 삼키려고?
호기심이 배어있는 투란의 중얼거림에 드라고니아가 물었다.
투란은 검을 다시 등 뒤에 꽂아 넣으면서 말한다.
“주변에 아무도 없나 확인해줘. 뭐든 엿보지 않게…….”
드라고니아는 쓴웃음 짓는 듯한 기척을 잠시 보였지만 바로 윌 라이트의 마력으로 주변을 감싸며 투란을 은폐시켰다.
고개를 좌우로 눕혀보면서 투란은 손에 낀 장갑을 다시 꽉 조이듯이 당겼다.
“좋아, 이제 사냥의 마무리를 지어볼까!”
차림새를 확인하면서, 다시 그럴 듯한 갈기 산맥의 사냥꾼 모습인가를 점검하는 채로 주변을 둘러보기도 하면서 투란이 중얼거렸다.
독부엉이의 둥지에는 이제 비비나비의 흔적이 없었다.
볼트에 날개 한쪽, 가슴을 꿰인 채로 죽어 있는 독부엉이 한 마리가 둥지 가에 엎어진 채였다. 처음 엇나간 듯했던 볼트에 엉겁결에 꿰여 날아오르지 못한 녀석이었다. 그 말고 딴 녀석들은 어쨌든 투란 곁으로 들러붙으려 했는데…….
―마수 사냥 나와서 몬스터 잡아먹고 끝이냐?
드라고니아가 툴툴거렸다.
투란은 허공을 올려다보면서, 울창한 숲의 짙은 나무 그늘 아래에서 묘하게 트인 빈 터에 자리 잡은 둥지의 풍경을 기억하면서 혼잣말처럼 중얼거린다.
“때로는 예상할 수 없는 일도 있을 수 있지! 그래도 예상을 뛰어넘는 위기를 극복하고 사냥감을 들고 돌아가는 것이 사냥꾼! 좋아, 대충 은전 사십 닢이다! 돌아가야지!”
씩씩하게 어깨를 으쓱하면서 투란은 홱 돌아섰다.
―야, 딴소리하지 말고. 저 비비나비 새끼를 어쩔 거냐고! 문장 안에 들어와서 저렇게 겁에 질린 꼴은 처음이잖아!
잠깐 투란이 움찔했다.
드라고니아가 말한 대로이기는 했다.
몬스터 로드의 정신을 혼란스럽게 하는 본능의 발산 대신, 어린 비비나비는 보이드의 껍질에 싸이기가 무섭게 거의 죽은 시체처럼 늘어지더니, 계속 덜덜거리면서 잔뜩 겁먹은 몰골이었다. 뭔가 이대로 그 힘을 끌어내려 하면 투란이 겁쟁이가 되는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본성이 겁먹는 것인가 싶은 듯한 그 몰골은 투란이 몬스터에게 기대한 적이 전혀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투란은 드라고니아에게 뭐라 대꾸하지 않았고, 다시 한 번 씩씩함을 북돋우며 독부엉이를 챙길 준비를 했다. 깍지를 끼며 더욱 장갑을 꽉 조이고 배낭 안에서 스펫이 준비해준 보자기를 꺼내고…….
―손 둔해진다고 안 끼던 장갑을 왜 그리 열심히 챙겨?
드라고니아가 투란의 몰라라 하는 태도에 짜증이 난 듯이 핀잔을 주기 시작했다. 투란이 제대로 대답할 때까지 계속 잔소리할 낌새가 역력했다.
‘독부엉이를 직접 만질 거니까 장갑을 낀 거지! 뭘 그리 신경 쓰냐고! 어차피 비비나비 본능에 의지할 것도 아니고…… 그냥 회복능력이잖아. 저절로 작용하는 능력인데 뭘…….’
―그래, 별 필요도 없는 능력이지. 너한테는 전혀 쓸모가 없지! 그러니 저렇게 꼴사납게 두지 말고, 없애 버리라고! 저런 거랑 함께 있다는 것부터가 짜증 난다!
‘헐? 갑자기 뭔 짜증이야. 참아. 어쩌면…… 생각 못한 쓸모가 언젠가 생길 수도 있잖아? 그러니, 참아! 희귀한 몬스터라고, 저런 새끼 비비나비는!’
드라고니아의 말에 투란은 혀를 날름하면서 고개를 저었다.
그래도 드라고니아는 쉽게 빈정거림을 멈추지 않았으니…….
―쓸모? 너 겁에 질렸을 때 갑자기 상처 난 곳이 팍팍 회복되는 그런 상황? 있을 리가 없잖아! 상처 날 경우에 대비한 마법까지 잔뜩 준비해놨으면서 대체 뭔 상황을 기대하는 거냐! 몬스터 엠블럼이 무슨 수집품 보관소인 줄 알아? 이상한 녀석에게 낭비하지 말라고!
‘예에, 예에에!’
뇌리에 꽂히는 소리를 흘러내면서 투란은 숨어있던 나무 틈새에서 독부엉이를 한 마리씩 둥지로 옮겨왔다. 볼트를 뽑아내서 배낭에 챙겨 넣고…… 펼쳐놓은 보자기에 날개를 꺾듯이 접어 한 마리씩 둘둘 말고 감싸 꽁꽁 묶었다.
보자기에 싸인 네 마리 독부엉이를 다시 밧줄로 한 겹 더 묶으면서 투란은 쇠뇌도 함께 묶었다. 돌아가는 길에 쇠뇌를 장전해서 다시 쓸 일이 없으리라 여긴 것이다. 그리고 다 묶여서 제법 두툼해진 짐을 바라보니…….
“크다.”
옆구리에 낀다든가 어깨에 올려놓기가 꽤 애매한 모양이었다.
―성벽이 보이는 곳까지는 여우의 입에 담아두든, 마법으로 짊어지고 가든 하면 되잖아! 그런 쓸모없는 생각은 쓸모없는 걸 삼켜놓으니까……!
“머리에 이고 가야지.”
투덜투덜 잔소리가 점점 심해지는 것을 아예 들리지 않는다는 듯이 투란은 중얼거렸고, 큰 짐덩이를 바로 들어서 머리 위에 얹었다.
이런 투란의 모습은 잠깐 드라고니아를 침묵시켰다.
너무 뜻밖이라 잠시 할 말을 잃기라도 한 듯한 침묵이었지만, 드라고니아는 한숨과 함께 다시 투덜거린다.
―대체 이게 뭔 꼴이냐. 왜 이런 괴상한 꼴을 하는 거냐? 누가 안 보거든? 뭘 새삼스럽게 오러 마크만 품은 사냥꾼 흉내냐고!
‘으읏, 으으음! 이거, 균형 잡기 꽤 까탈스럽네! 말 걸지 마! 집중해야 하니까! 이런 걸 말로 듣고 생각만 해서 어떻게 알겠냐고! 해봐야 아는 거야, 해봐야!’
기우뚱거리는 몸짓으로 걸음을 내디디면서, 좁은 나무 틈새의 샛길을 노려보면서 투란이 대꾸했다.
돌아가는 길은 아무래도 생각보다 이런저런 희한한 꼴을 겪을 거라고, 굳이 따져보지 않아도 알 수가 있었다.
그래서 투란은 돌아가는 길은 헤매지 않기로 했다.
‘야, 길잡이 좀…….’
―좋은 기회다. 산속에서 헤매는 기분이 어떤가, 깊이 맛볼 기회가 그렇게 자주 있지는 않겠지! 자, 가고 싶은 곳으로 가봐! 상처 나고 겁나면 사흘도 못 된 비비나비가 고쳐줄 테니, 마음 놓고 헤매봐!
‘삐, 삐졌냐!’
―닥쳐!
‘쳇.’
어쨌든 독부엉이의 둥지에 오래 머물 생각은 없었기에 투란은 일단 걷기 시작했다. 머리 위에서 뒤뚱거리는 한 덩어리가 된 짐을 얹은 채로!
그렇게 해서…… 투란이 다시 알드바인의 북쪽 성벽을 보게 된 것은 독부엉이 둥지에서 떠나고 사흘째였다.
터벅터벅, 지친 걸음을 딛는 투란의 뇌리는 시끄러웠다.
‘야, 이 못된 놈! 길 가르쳐 주기 싫으면 가만히 있기나 하지!’
―좋은 경험이 되게 도왔는데 감사나 하시지.
‘가르쳐 주는 척하면서 엉뚱한 길로 빠지게 하다니!’
―원래 사람이 산에서 길을 잃고 헤매는 데는 샛길을 잘못 들어서 그런 거다. 여러 사람이 자주 겪는 일이잖아.
‘우워어어! 이 못된 드라고니아아아!’
―나가서 바로 사냥 마치고 돌아오는 모습보다 이게 훨씬 더 자연스럽다니까.
뻔뻔한 드라고니아의 말처럼, 투란은 자연스럽게 지친 모습으로 마수 사냥에서 돌아온 사냥꾼의 모습을 하고 있기는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