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ster×Monster: Nihilism King Arc RAW novel - Chapter 544
몬스터×몬스터: 허무왕 편 (540)
“투란, 너도 이번 소집에 참여해야 하지? 어쨌든 너도 등록된 헌터잖아? 하지만 혼자서 어디에 낄지 애매할 거야. 우리도 둘만 남아서 낯선 녀석들이랑 섞이는 게 애매해서 이러고 있거든. 그러니까 조금이라도 낯익고 쓸 만하다 싶은 녀석이랑 함께 가고 싶다, 이거지. 자, 이제 왜 널 보자마자 라펜이 주절거렸는가 이해했지?”
마켈이 갑작스럽게, 이제까지 투란이 봐온 것과 전혀 다르게 빠른 말투로 얘기했다. 잠깐 놀라면서 투란은 엉겁결에 ‘어, 에, 응, 그랬군요.’라고 더듬대는 몇 마디로 호응할 수밖에 없었다.
라펜은 마켈을 어이없다는 듯이 흘깃하면서도 보태듯이 말한다.
“베즐 팀, 저 성깔은 좀 그래 보이지만 실력은 괜찮거든. 저 녀석들 숫자 맞춰주는 셈치고…… 아, 벌써 붙는 놈들 있네! 야, 우리도 가자! 투란, 너도! 아는 얼굴 많고 실력 괜찮은 팀에 들러붙자고!”
말을 하다가 꽥꽥 목청을 높이는 베즐 근처로 슬금슬금 모여드는 헌터들, 이제까지 그 목소리가 귀에 거슬리지만 참고 들었다는 몇몇이 다가가는 광경을 보고 라펜이 빠르게 투란의 어깨를 두드리고 마켈에게 고갯짓하면서 앞장서고 있었다.
마켈이 혀를 차며 투란에게 마무리하듯 말한다.
“단순한 공역이겠지만 나가면 무슨 일이 생길지 몰라. 그러니까 최대한 아는 얼굴, 급할 때 믿을만한 실력을 어느 정도 갖춘 사람이랑 함께 가는 게 그나마 낫다는 거야. 투란, 같이 가자.”
“그렇군요.”
투란은 겨우 납득했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말을 마친 마켈은 투란이 어쩌겠다는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서 바로 라펜의 뒤를 밟듯이 나가고 있었다. 할 얘기는 다 했으니 다음은 투란이 알아서 하란 듯한 태도였다.
그 사이에도 베즐과 그 팀의 주변으로 슬금슬금 몇몇이 다가서는 중이었고, 베즐의 목소리는 높이 울려 퍼진다.
“……잖아! 다른 상급, 아니 중급 팀까지도 알아서 하라고 보냈다면서! 우리도 그렇게 해달라는 거잖아! 누가 무슨 규정을 어겨달랬냐고! 상급 문턱인 우리한테는 왜 팀 멤버 아닌 녀석들까지 섞어서 가라고 하냔 말이야! 이거 이상하잖아! 불공평하구만!”
“뭐가 불공평해! 이미 팀 배치가 끝난 다음에 왔으니 그렇지! 다른 팀 배치한 곳에 보내달라고 떼를 쓰면서 뭐가 불공평해! 늦게 왔으면 늦게 온데로 맡은 일을 하란 말이잖아!”
창구 안에서, 좁은 창구로 고개를 들이밀면서 으르렁거리는 이도 베즐 못지않은 고성(高聲)을 질러대고 있었다.
그리고 슬슬 이 오가는 소리를 거슬려 하는 이들이, 혹은 이제 마무리 짓기를 원하는 이들이 한두 마디씩 던지기 시작했다.
“어, 그만 좀 합시다.”
“거참, 줄서서 기다리잖아.”
“먼저 일 받는 게 싫으면 물러나든가.”
“다른 사람부터 일 받게 합시다!”
“그쪽 팀만 바쁜 거 아니거든!”
투란은 이 어수선한 틈을 타서 라펜이 슬그머니 목소리 높여 외치는 소리를 포착할 수 있었다.
“산기슭 한 바퀴 시원하게 돌고 오는 건데 빨리 좀 배치해줘요! 간만에 소풍가는 기분 좀 내보자고! 후딱 다녀온다니까!”
한데 긴장감 따위는 전혀 없는, 공역을 소풍삼아 해치우겠다는 이 말이 묘하게 베즐과 그 팀, 주변을 건드린 듯했다. 특히나 금세 끝날 일이라는 의미를 잔뜩 담은 말꼬리는 제법 세게 베즐 팀을 자극한 모양이었다.
창구를 향해 소리지르던 베즐이 돌아보며 눈을 깜박였고, 그런 팀 리더를 바라보는 멤버들이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더 뭐라 따지지 말고 그냥 후다닥 다녀오자는 것으로, 말없이 팀의 의견이 정해진 듯했다.
베즐은 한숨을 쉬면서 창구를 통해 내밀어진 얼굴을 향해 말한다.
“빨리 다녀올 수 있는 걸로 부탁해요.”
“여태 악악대지 않았으면 벌써 출발했을 거잖아!”
얼굴이 사라지면서 투덜거리는 소리가 남겨졌다.
베즐이 울컥해서 창구에 머리를 들이대고 뭐라 하려는데, 바로 그 팀 멤버 둘이 베즐의 팔을 한 짝씩 붙들고 당기면서 외친다.
“베즐 세븐, 어느 루트로 다녀오면 돼요?”
“빨리빨리!”
이에 창구 안에서 밖의 낌새를 알면서도 모르는 척, 하지만 짜증은 가득 담은 목소리가 대답을 했다.
“베즐 세븐, 일곱 명! 거기 뒤에 줄선 녀석들, 선착순으로 열다섯까지 자르니까 차례대로 이름대고 순찰 등록해!”
우르르!
베즐의 팀, 일곱 명이 옆으로 비켜서기가 무섭게 그 창구를 향해 여럿이 몰려들었다. 라펜과 마켈이 그 틈에 끼어 있었고, 투란도 재빨리 둘의 뒤에 붙었다. 살짝 경쟁이 붙은 분위기였지만, 라펜과 마켈이 나란히 서는 듯하면서 휙휙 어깨로 밀어젖히며 서두르니 그럭저럭 앞쪽으로 다가설 수 있었다.
그 와중에 와글거리고 투덜대는 소리가 울려 퍼지기는 했는데…….
“아, 밀지 마!”
“새치기냐!”
“내가 먼저라고!”
시끄러운 투덜거림에 대해 창구 안에서 으르렁거리는 소리가 바로 터져 나온다.
“옆으로 가! 옆 창구 비는 거 안보이냐? 야, 옆으로 밀어버려!”
다툼을 중재하기보다는 부추기는 듯한 말이었다.
덕분에 잠깐 아옹다옹하는 밀고 당기기가 있었다.
라펜과 마켈은 그 틈새를 헤집고 들어가 창구에 재빨리 손을 들이밀면서 자기 이름을 등록했다. 투란도 그런 둘에게 바싹 붙어서 창구 안에 손을 내밀고 이름을 말했다.
“투란!”
“본명이냐?”
“넵!”
“진짜네? 쳇.”
가명(假名)이었으면 버럭 소리 지르기라도 할 듯한 낌새로 투덜대는 창구 담당이었다. 베즐과 툭탁거리는 사이에 쌓인 불만이 더 커졌다는 듯…….
그사이에 투란은 창구 안에 놓인 금속판이 자신의 손에 가벼운 빛을 쏘이고, 등록된 헌터의 신분을 확인하는 과정을 놓치지 않고 지켜봤다. 창구 틈새에 얼굴을 들이댄 채로! 덕분에 투란은 창구 안에서 가시처럼 수염 돋은 얼굴로, 정말 퀭한 눈동자가 핏대가 서서 며칠 잠도 못 자고 일을 하는 길드 멤버를 봤고 이해할 수 있었다.
갑자기 몰아닥친 일에 피로가 쌓였는데 베즐이 소란을 떨었으니 엄청 짜증 날 수밖에 없잖은가. 아마 여기서 패달라는 의뢰라도 넣으면 모클처럼 곧장 창구에서 뛰쳐나올 듯했다.
“야, 끝났으니까 저리 가!”
자신의 얼굴을 신기한 듯 보는 투란에게 창구 담당이 으르렁거렸다.
투란은 재빨리 멀어졌고, 다른 누군가가 뒤이어 등록을 했고…….
잠시 후에 창구 안에서 베즐을 향해 우렁찬 소리가 터져 나온다.
“베즐! 여기, 이 녀석까지야! 너네 팀 일곱, 추가로 여덟! 총인원 열다섯! 순찰 루트 받아가!”
베즐이 입술을 삐죽거리면서 꿍얼대는 표정으로 다시 창구로 가서 두루마리 하나를 받아왔다. 그리고 자신의 팀 멤버 근처에서 배회하는 추가인원 여덟을 보며 을러대는 소리를 곧장 토해낸다.
“바로 출발할 거야. 준비 안 된 녀석은 당장 빠져. 걸음 느린 놈도 빠져. 보조 맞춰줄 생각 없으니까, 자신 없으면 당장 빠져! 쳐지지 않을 자신 있는 놈만 따라와!”
창구 안에서 이 소리에 응한 것처럼, 베즐을 향해 을러대는 소리가 바로 튀어나온다.
“하나라도 놓고 가기만 해봐! 전부 데려가서 전부 데려오는 게 피곤하지 않을 거다! 길드 일을 우습게 보면 앞으로 사는데 지장 많이 생길 줄 알아!”
“아, 진짜! 누가 우습다고 했냐고! 안 될 놈 빠지면 될 놈 다시 붙여주면 되잖아! 이런 말에 쪼그라드는 녀석들을 데리고 어딜 가냐고!”
베즐이 지지 않겠다는 듯이 으르렁거렸다.
“길드가 바보냐! 다 될 만하니까 붙여놨어! 얼른 가!”
“크응!”
마찬가지로 지지 않겠다는 듯이 반발해 나오는 창구를 향해 베즐은 코방귀 끼는 시늉을 했다. 하지만 여기서 더 뭐라 하면 결국 다시 아까 하던 짓의 되풀이라는 것은 누가 봐도 명백했으니, 베즐 팀의 멤버들이 가까이서 고개를 저었고 베즐도 더 뭐라 하지 않았다.
이 사이에 투란은 라펜과 마켈이 그 와글거리는 틈새를 뚫는 재주랑 비슷하게 뒤이어 창구에 도달해서 나란히 서 있는 서넛을 곁눈질로 훑어봤다. 어딘가 지저분하고 술냄새가 잔뜩 풍기는데, 베즐 팀에 들러붙으려 한 의도나 몇 사람을 제치고 새치기한 짓은 멀쩡한 라펜, 마켈이랑 비슷했다.
투란에게 이 지저분한 서넛, 그 중 한 명은 투란처럼 앞의 너저분한 셋의 뒤에 바싹 붙어서 창구에 도달한 것을 기억하면서 조금 이상한 느낌이었다. 아무래도 당장 출발하기에는 지닌 물품이 조금 모자란 듯한데, 베즐의 말을 무시하고 저대로 따라붙을 참인가?
베즐은 다시 일행을 둘러보면서 단호하게 말한다.
“문턱 넘어서면 끝이야. 마지막으로 말하지, 따라붙을 자신 없으면 빠져.”
약간 위협적인 말투였지만 투란은 라펜과 마켈이 꿈쩍 않는 것을 보며 얌전히 둘의 한걸음 뒤에서 물러서지 않았다. 너저분한 서넛, 그리고 어딘가 졸려 하는 또 한 명 또한 베즐의 말을 흘려듣는 듯했다.
베즐이 홱 몸을 돌리며 외친다.
“그럼, 간다.”
길드 창구 근처에서 여럿이 한숨 쉬는 소리가 나직하게 퍼졌다.
마치 이제 겨우 시끄러운 놈들이 가서 다행이란 것처럼.
투란은 그 분위기에 살짝 어이없어 하면서도 라펜과 마켈의 뒤를 졸졸 따르듯이 베즐 팀의 뒤를 쫓았다.
그런데, 길드의 문턱을 넘어 바로 옆의 퍼브 입구를 지날 즈음해서 돌연 너저분한 서넛 중 한 명, 투란처럼 셋의 뒤를 쫓았던 이가 베즐을 향해 외치며 발을 멈추고 있었다.
“어이, 진짜로 이대로 가려고? 이봐, 혹시 내가 먹고 마실 것도 전부 그쪽에서 책임지는 거야? 아니야? 에, 그러면 곤란하잖아. 아, 바쁘다고? 그럼 이건 어때? 난 여기서 얌전히 빠져줄 테니까…… 함께 다녀온 것으로 해주는 거 말이야. 응, 좋지 않아? 내가 지금 따라가면 부담만 주는 거잖아? 하지만 내가 빠지면 부담도 덜고, 그쪽은 하고 싶은 대로 하는 거고…… 좋지 않아?”
갑작스런 말은 베즐과 그 팀을 멈추게 했고, 나머지 일행도 함께 퍼브 입구 앞에서 멈출 수밖에 없었다.
―뭐냐, 이 이상한 인간은?
드라고니아가 전혀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갸웃거리는 말을 했지만 투란은 그 말을 흘려들으며 베즐 쪽을, 라펜과 마켈을 재빨리 훑어봤다.
지저분한 셋은 한편으로 비켜서면서 말 꺼낸 이가 몰골은 자신들과 닮았지만 그 의견은 전혀 자신들과 다르다는 듯이…… 그러나 이제 어떻게 될 것인가는 몹시 흥미롭다는 듯이 구경하는 모습이었다.
졸려 하는 이는 여전히 졸려서 이런 일 따위는 모르겠다는 태도이고 라펜과 마켈은 인상을 조금 찌푸린 채로 길드 문턱을 넘어서자마자 딴소리하는 이를 노려보는 중이었다.
한데 베즐은, 그 팀 멤버 모두가 꽤나 차분하게 떠드는 이를 물끄러미 바라보기만 하고 있었다.
투란에게는 조금 의아한 일이었다.
베즐 팀 멤버들이야 안에서도 저런 모습이었지만 베즐은 마음에 들지 않는 일에 끝없이 고함을 질러대고 있었잖나? 문턱 넘자마자 이상한 소리 하는 이도 이상했지만, 베즐도 꽤 이상하게 다른 사람처럼 보였다.
그 침묵을 향해 말이 이어진다.
“으흠, 내가 좀 얄미워 보이나? 그래도 이렇게 바로 얘기하니 다행이잖아? 가면서 이것저것 기대지 않고 말이야. 그럼, 그렇게 하는 걸로 하고…….”
스윽 발길을 돌려 히죽 웃음과 함께 갈라서려는 몸짓까지 하는데, 베즐은 여전히 고요했다. 가든 말든 전혀 상관이 없다는 것인지, 어이가 없어서 할 말이 없다는 것인지 알 수 없는 태도였다.
그런데 빠지겠다는 너저분한 작자가 한걸음 더 떼는 순간, 투란은 전혀 엉뚱한 곳에서 반응하는 누군가를 봐야했다.
‘에?’
―음?
드라고니아도 의아해 하는 사람…….
등불이 걸렸던 아래에 흔들의자를 갖다 놓고 앉아 굵고 단단한 궐련(卷煙)을 피우고 있던 노인이었다. 거의 축 늘어져서 일어날 리가 없어 보였던 노인이 휙 하고 두어 걸음 만에 일행에서 빠지려는 너저분한 자 곁에 섰고, 가차 없이 주먹을 내질렀다.
퍼억! 퍽!
얼굴 좌우로 연타(連打)가 들어갔고, 얼굴이 가차없이 찌그러지는 광경이었다.
“알드바인에는…… 처음인가봐?”
그리고 노인의 궐련을 문 입술 사이에서, 연초의 짙은 연기와 함께 목소리가 울려나왔다.
“이 늙다아리!”
얼굴이 찌그러졌는데도 입을 열면서, 비틀거리는 몸이 구부정한데도 균형을 잡으면서 그 한 손이 흔들렸고 소매 안에서 툭 튀어나온 것이 요란하게 칼날을 펼쳤다. 접는 칼을 소매 안에 숨겼다가 꺼낸 것이다.
갑자기 맞은 것에 대해 바로 칼날로 응징하겠다는 듯이 그는 노인을 향해, 처맞은 상태 따위는 가볍다는 듯이 달려들었고…….
치익!
노인이 입에 물려 있던 궐련이 칼을 쥔 손등에 불타는 꼭지를 들이대며 비비적거렸다.
“여기는 말이야, 헌터의 대공방이 있는 곳이거든. 마법사는 헌터 일에 간섭하는 것을 헌터만큼이나 귀찮아하지. 그러니 어쩌겠어? 길드 규율에 대해서 잔소리할 사람은 심심하고 늙은 헌터뿐이거든. 근데, 몬스터 헌터란 애들이 말로 하면 듣겠니? 이럴 수밖에 없잖아. 근데 전혀 미안하지 않아서 참 좋구나!”
궐련 불에 지져지는 고통에도 이를 악문 이의 손에서 작은 칼이 다시 휘둘러졌다.
그렇게 칼날이 허공을 긁고 난 다음에는 머리부터 몸통, 가리지 않고 골고루 처맞는 광경이 뼈와 살이 뭉개지는 소리와 함께 펼쳐졌다.
뻐억! 퍽, 퍽, 퍽! 와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