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ster×Monster: Nihilism King Arc RAW novel - Chapter 545
몬스터×몬스터: 허무왕 편 (541)
Chapter 109. 몬스터 스카우트
“안 늙어요?”
베즐이 조금 잠잠해진 다음에 꺼낸 말이었다.
“앙? 아직 백 년도 못 살았는데 뭘 벌써 늙어?”
궐련을 입술 한쪽 끝으로 몰아 물고, 두 손으로 늘어진 사내의 두 발목을 잡고 퍼브 안으로 질질 끌기 시작하면서 노인이 베즐에게 한 대꾸였다.
베즐은 더 뭐라 할 말이 없다는 듯이 고개를 저었고, 그의 팀 멤버들 또한 뭘 어쩌겠냐는 듯이 한숨을 쉴 뿐이었다. 라펜과 마켈 또한 은근히 이런 분위기에 동조하는 듯한데…….
투란은 늙은 헌터의 억세고 사나운 주먹질에 저들과 다르게 굉장히 놀란 표정을 짓는 셋을 분명히 알 수 있었다. 졸음에 시달리는 한 명은 뭔 일이 일어났는가 거의 관심이 없다는 듯한 태도지만, 너저분한 셋은 한 명의 지저분한 작자가 완전히 헤진 걸레 꼴로 두들겨 맞는 동안에 아주 놀란 모습이었다.
이런 상황에 대해서 누구에게 뭘 물어야 하는가?
투란의 머리가 살짝 라펜 쪽으로 기울어지면서 묻는 소리가 아주 낮게 나온다.
“어디로 데려가는 거래요?”
“어? 음…… 영감님! 그 녀석 데려다 어디다 쓰실 거예요?”
라펜은 투란의 물음에 살짝 대답하는 대신에 늙은 헌터를 향해 큰 소리로 묻고 있었다. 투란이 어이없어 라펜을 살짝 흘겨보는 사이, 늙은 헌터의 연기를 뿜어내는 입술 사이로 대답이 또박또박 나온다.
“어디다? 우선 정신부터 똑바로 때려잡은 다음에 생각해봐야지. 요새 은근히 칠왕국에서 사고치고 이리로 기어들어 오는 놈들이 많단 말이지. 옛날에는 바로 엘데인이나 루바인으로 갔는데…… 그런 얼간이들 때문에 시끄러워지기 전에 한 놈씩 본보기 삼아 다듬는 꼴을 보여줘야 딴 놈들이 얌전히 헌터답게 굴지 않겠냐? 그렇지?”
말끝의 물음은 너저분한 셋을 향해 쏘아보는 눈길과 함께 이뤄졌다.
투란은 문득 처맞은 한 명과 이 셋이 한 패거리가 아닌가 의심해봤다.
물론 패거리가 처맞는 꼴을 가만히 서서 구경만 하는 모습은 아닐 거라고 생각을 굳히게는 했지만…… 애초에 분위기 어떤가 보려고 한 명이 나서고 나머지는 어떤 일이 벌어지는가 끝까지 구경해볼 수도 있잖은가?
“출발한다며? 얼른 가!”
늙은 헌터는 퍼브 안으로 널브러진 사내를 밀어 넣으면서 문턱에서 베즐과 일행을 주욱 둘러보며 말하고 있었다.
베즐은 뒷머리를 긁적이며 휙 돌아섰고, 그 팀도 더 이상 퍼브의 늙은 헌터랑 그 안에서 벌어질 일에 대해서 끼어들지 않겠다는 듯이 돌아서고 있었다. 라펜이나 마켈 또한 어깨를 으쓱하며 투란에게 눈짓하고 턱짓했다.
투란은 아직 놀라운 상황에 대해 진정하지 못한 듯한 너저분한 셋을 흘깃하고 얼른 일행의 뒤에 따라붙었다. 앞으로 뭔 일이 벌어질지 모르지만 어쨌든 길드에서 부여한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바로 떠날 참인 듯하니 얌전히 따라가볼 작정이었다.
꾸벅꾸벅 걸으면서 졸고 있는 한 명도 바로 베즐 팀의 뒤를 어슬렁거리면서 쫓았고, 너저분한 셋도 서로를 흘깃거리다가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따라왔다.
성벽에 난 작은 문이 닫힐 때까지 아무 일도 없었다.
길드에서 나와 바로 출발하겠다고 한 말이 농담이 아니었다는 듯, 베즐 팀은 발걸음을 빨리 했고 바로 알드바인의 성벽에서 가장 가까운 문을 찾아 나온 것이다.
투란에게는 퍼브 앞에서의 일을 제외하고는 그냥 새롭게 임무를 맡고 나선 헌터 파티의 일에 순조롭게 어울린 듯했는데, 일행이 지나쳐온 성벽의 작은 문이 닫히고 말없이 100여 미터 정도를 나오고 나서 한 명이 말을 걸어오고 있었다.
“어이, 꼬마. 그거 물통이지? 탱탱하게 부푼 꼴이 아주 물이 넘쳐나는 것 같은데…… 술이라도 상관없으니까 한 모금만 마시게 해주겠나? 이제 한 팀이잖아. 바쁘게 나오느라고 아무것도 못 챙겼거든. 팀이니까 서로 도와야하지 않겠어?”
주절주절 늘어놓으면서, 당연하다는 듯이 투란의 허리춤에서 대롱거리는 마법 배낭…… 딱 가죽으로 된 물주머니로 보이는 마법 배낭에 손을 내밀고도 있었다. 투란이 뭐라 대답하든 일단 낚아채겠다는 손짓이었다.
투란은 바로 잰걸음을 디뎠고, 그 손길을 피해서 서너 걸음 더 멀어졌다.
손짓을 한 자, 너저분한 셋 중 한 명은 어이없다는 듯이 목소리를 높이고 있었다.
“뭐야, 겨우 물 한 모금 갖고 너무 하는 거 아냐? 아주 철철 넘쳐나는 물통으로 보이는구만! 응, 까불지 말고 어서 이리 내놔봐.”
말과 함께 손은 계속 내밀어졌고 투란을 향해 발이 옮겨지고도 있었다.
투란은 그를 시야에 둔 채로 흘깃 옆을 봤다.
라펜과 마켈이 인상을 잔뜩 찌푸린 채였고, 졸려하는 이는 여전히 반쯤 조는 모습이었다. 그리고 앞서가던 베즐 팀은 뒤에서 나는 소란에 멈추고 돌아서서 무슨 일인가 보는 듯했다.
너저분한 자의 목소리가 조금 더 커진 채로 울려 퍼진다.
“어이, 이거 팀이 되었는데 이러는 건 아니지 않나? 물 한 모금 나눠달라는데, 이래도 되는 거야? 꼬마, 얼른 물통 이리 내놓으라니까.”
투란은 가만히 한 손을 어깨 너머에 올렸다.
하클의 장비뿐 아니라 평소 북쪽 성벽을 넘어설 때의 장비 또한 착실하게 갖추고 있었으니 투란의 손은 곧바로 장검의 칼자루에 닿고 있었다. 이대로 꺼내서 찍어버릴 수도 있다는 위협이 아주 선명하게 드러나는 손짓인 셈이었다.
이런 투란의 태도는 너저분한 자의 입가에 작은 미소가 걸리게 했고, 목소리가 더 크게 울려 나오게 했다.
“어이, 이것 봐라? 팀 동료를 향해 지금 칼질하겠다는 거야? 어이쿠, 그럼 나도 어쩔 수가 없잖아?”
너저분하고 너덜거리는 소매 아래에서 작고 삐죽한 칼끝이 불쑥 튀어나왔다.
날카로운 꼬챙이 같은 작은 칼이 손바닥에서 엄지 하나에만 붙들린 채로 손끝과 나란히 칼끝을 내뻗은 것처럼 자리 잡았다.
“제대로 준비를 못해서 요것뿐이지만, 꼬마를 벌주는 데는 딱 어울리잖아? 이봐, 다들 보고 있지? 저 꼬마가 물 한 모금 안 주려고 지금 칼부림하려는 거 보이지? 이건 순전히 저놈 잘못이라고!”
투란은 떠드는 말에 베즐 팀과 일행이 어찌 반응하는가를 살짝 둘러봤다.
이 와중에도 졸린 표정으로 하품하는 이가 꽤 인상적이었고, 라펜이라 마켈은 다른 둘의 너저분한 작자와 꼬챙이 칼을 손에 든 작자를 번갈아 보면서 잔뜩 표정을 굳히고 있었다.
그런 광경을 눈에 담으면서 투란은 일행과 조금 거리가 둔 쪽으로 잰걸음으로 옮겨갔다. 장검을 빼서 휘둘러도 넉넉하게 여유가 있는 자리를 차지하려는 생각이었다.
투란에게 달려들려는 너저분한 자 또한 그런 의도에 동참한다는 듯, 그러나 보다 빠르게 투란을 어떻게 해보겠다는 듯이 걸음이 빨라졌다.
파악!
흙이 파여 나가는 발 구름과 함께 투란의 시야에서 베즐의 모습이 뒤틀렸다.
한순간에 저쪽에서 이쪽으로, 살짝 발을 들었다 내리찍는 순간에 길게 그 모습이 늘어지면서 옮겨온 듯한 광경이었다.
―응? 이거 오러…….
‘맞아, 오러 강화술의 걸음이야! 오러 윌더는 아니고…… 헌터스 배너!’
투란은 드라고니아가 짚는 바에 전적으로 동의했다.
베즐은 강화술에 의해 가속했고, 단숨에 너저분한 자랑 겹쳐지고 있었다.
우득, 와지근.
“끄어!”
퍽.
손목부터 잡혀 꽉 조여지며 부러진 듯했고, 팔이 거꾸로 접히면서 팔꿈치도 완전히 부서진 듯했다. 그리고 뒷머리를 잡혀 땅바닥에 얼굴로 망치질하듯이 내리 박혔다.
베즐은 그 손에서 작은 꼬챙이 칼을 훑어 빼앗았고, 곧바로 너저분한 자의 뒷목을 그었다. 소리도 없이 뒷목에서 핏줄기가 살짝 튀어오르는 듯했다.
―척추를 잘랐는데!
‘에?’
드라고니아의 지적에 투란은 눈을 크게 뜨며 잘 봐야 했다.
정말로 베즐은 투란에게 이러쿵저러쿵하면서 들러붙는 자의 목뼈 아래, 척추 윗부분을 꼬챙이 칼로 쑤셔서 잘라버린 모양이었다.
―목 아래는 전혀 움직이지 못하게 제압해버렸다. 그런데…… 인간이 저런 상처를 자연스럽게 치유할 수 있었냐?
‘뭔 소리야! 그냥 병신이라고, 병신!’
투란은 당황해서 두어 걸음 더 물러서며, 이번에는 라펜과 마켈 쪽으로 붙으면서 눈을 부릅뜬 채로 열심히 눈알을 굴리는 모습을 들이댔다.
이게 어찌 된 일이냐고, 베즐이 뭘 저렇게까지 하냐고…… 둘은 뭘 좀 아느냐고 묻는 노골적인 태도였다.
그리고 이에 대해 라펜이 명확하게 입에 담는다.
“베즐, 뭘 하는 거냐?”
마켈에게서도 미묘하게 베즐의 행동에 대해 놀라 경계하는 태도가 풍겨 나왔다.
베즐은 툭툭 무릎을 털면서, 꼬챙이 칼을 든 손으로 저쪽의 너저분한 둘을 겨냥하는 모습이었고 대답은 베즐 팀의 다른 사람이 하고 있었다.
“수배서(手配書)에 따르면, 데드 오어 얼라이브(Dead or Alive). 죽든 살든 상관없다고 되어 있었어. 괜찮아.”
“뭐?”
라펜이 베즐 팀의 멤버, 입을 연 이를 보며 ‘이건 또 뭔 소리야아?’ 하는 표정을 들이댔다.
그는 피식 웃으면서 저쪽을 향해 뚜벅뚜벅 걸어 나가는 베즐을 보며, 품속에서 두루마리 뭉치를 꺼내 펼치면서 대답을 이어간다.
“틴트 형제들…… 칠왕국 공통 수배서야. 나라를 건너면서 강도, 살인, 약탈을 되풀이하다가 경계도시로 피신했다가 하는 놈들이지. 사고 치고 몬스터 헌터인 척하면서…… 뭐, 실제로 몬스터 사냥도 가끔 하나 보던데 무리에서 낙오된 고블린 잡은 게 거의 전부야. 일 년 전부터 칠왕국 전체에 수배가 내리니까 이리저리 흩어진 채로 피신을 시작했지. 총 여덞 명이 한패거리로 핏줄과 상관없이 형제들이랍시고 뭉쳐 다녔는데…… 엘데인에서 선발로 보낸 둘이 잡혀 죽었고, 루바인에서도 둘이 죽었어. 그러니까 나머지가 그럭저럭 칠왕국의 입김이 적은 알드바인으로 숨어든 모양이지. 음, 퍼브 할배가 한 놈 채갔어도 이 셋이면 현상금 총액이 금전 두 닢 가까이 되겠는걸.”
“두루마리가 두껍군. 너네 대체 뭘 하고 다닌 거냐?”
수배서를 펼치고 읊조리는 모습에 저쪽에서 너저분한 둘이 바로 감췄던 단도를 손마다 쥐고 베즐을 맞이하는 사이, 마켈은 이쪽 베즐 팀 멤버를 향해 너무 어이없어 참을 수가 없다는 듯이 묻고 있었다.
두루마리를 펼쳐 라펜에게 내용을 확인시켜주고 다시 마는 사이에 대답이 나온다.
“룬디아크 공방은 주변에 몬스터가 없는 곳이라고. 마수도 없고…… 산짐승 따위는 구경도 못할 바다 위니까…… 그 섬도시에서 할 일이라고는 인간 사냥밖에 없었어. 그거 말고는 먹고살 길이 막막했단 말이야. 그러다 보니 수배서 모아갖고 다니면서 낯짝 들여다보는 버릇이 생겼지. 생각보다 이편이 몬스터 사냥보다 돈은 더 잘 벌리는 것 같더라고…….”
라펜과 마켈이 기막혀 하는 표정을 지었다.
투란은 ‘그게 대체 뭐야?’라는 기분에 푹 젖어서 눈을 깜박이면서 베즐과 너저분한 둘의 격돌을 관람할 수밖에 없었다.
투란을 노리다가 베즐에게 급습당해 늘어진 한 명과 다르게 둘은 처음부터 베즐을 노려보는 채로 손마다 단도를 쥔 모습이었고, 격렬하게 저항하려 했다. 하지만 베즐의 손놀림은 무슨 거리의 재주꾼처럼 둘의 손에서 단도를 모조리 떨궈냈고 공중에서 저글링 공처럼 굴렸다. 단도 저글링은 단도가 모조리 너저분한 이들의 어깨, 등뼈에 박힌 다음에 끝났다.
풀썩거리며 너저분한 둘이 마저 쓰러지는 광경 속에서 투란은 분명히 볼 수 있었다. 이번에도 베즐은 둘의 척추를, 목뼈 아래를 확실히 끊어 놨다.
―능숙하군. 쓰러진 녀석들의 육체적 역량은 상당했다. 오러 마크를 이용하고 있다고 해도 꽤 버틸 수 있을 정도로 강했어. 그런데 그걸 저렇게 기교를 발휘해서 혼자 제압하다니…… 저 베즐이란 인간, 무투술을 상당히 깊이 체득하고 있어. 오러 강화술을 익히기 전부터 몸에 배어있는 모양이다.
드라고니아는 이 상황에 아주 호기심을 느낀 것처럼 베즐과 그 팀 멤버들을 계량해보기 시작했다. 투란은 이를 무시하고 라펜과 마켈, 베즐 팀 멤버들의 분위기를 살폈다.
“이봐! 이놈들이 현상금 걸려 수배 중인 놈들이란 거 알았으면서 그냥 달고 나온 거였어?”
라펜이 짜증을 냈다.
길드의 임무에 이런 녀석들이 끼어들었는데, 애초에 잘라버리질 않고 성벽 너머로 데리고 나온 것이 몹시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의도를 확실히 드러내는 태도와 말투였다.
마켈 또한 동조하는 듯하기는 한데…….
“왜 끌고 나와서 기다린 거야?”
조금 진지하게 베즐 팀의 의도를 묻고 있었다.
이번에는 베즐이 이에 대답한다.
“알드바인이잖아. 수배서에 죽든 살든 상관없다고 써 있다고 우리 마음대로 때려죽여서 끌고 다닐 수는 없으니까. 성벽 안에서는 이렇게 썰어놓는 것도 못하게 되어있잖아. 예의를 차려서 적당히 대할 놈들이 아니니까. 그래도 설마 나오자마자 이렇게 발광할 줄은 몰랐어. 한 이틀은 지나야 까불 줄 알았지.”
혀를 차면서도 라펜은 하나 더 확인하겠다는 듯이 묻는다.
“퍼브에 끌려간 놈은?”
“아마 리더였을걸. 간보려고 하다가 영감 눈에 뜨인 건데…… 퍼브 할배들은 수배서에 관심이 없으니까. 그냥 길드 헌터의 임무를 우습게 아냐고 갱생시키려 하겠지. 뭐 다음에 보면 자기 이름도 홀랑 잊고 있을 테니 현상금은 날아갔어.”
베즐은 살짝 투덜대는 듯이 대답하고 있었다.
그사이에 투란은 졸던 작자가 슬쩍 단도를 꺼내서 쓰러진 셋의 허벅지를 쿡쿡 쑤시는 괴상한 광경을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