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ster×Monster: Nihilism King Arc RAW novel - Chapter 546
몬스터×몬스터: 허무왕 편 (542)
“한몫 줄 거지? 거들었잖아.”
졸린 목소리가 웅얼거리는 듯이 나왔다.
다들 똑똑히 들을 수 있었다.
투란은 어리둥절했다.
이게 뭔 소리인가?
조금 전에 한 괴상한 짓에 대한 설명인가?
쓰러져 목뼈 아래를 절단당해서, 척추 절단상태로 몸을 움직이지 못하는 작자들에게 콕콕 자국을 낸 것이 뭔가를 거들었다는 뜻인가?
대체 뭘?
이해하려 노력해도 전혀 이해가 가지 않는 소리였다.
한데 투란과 다르게 다들 뭔가 이해하는 낌새가 보이고 있었으니…….
“이 잠보! 망할 잠꾸러기 놈! 너 아직도 그러고 사냐!”
베즐이 바로 으르렁거렸다.
투덜대는 말투, 짜증 내는 모습…… 베즐이 딱 길드의 창구에서 보여주던 그대로였다. 조금 전의 격투에서 셋을 저리 만든 기척은 홀랑 사라진 채였다.
동시에 투란은 곁에서 라펜이 한숨 쉬는 소리를 들었다.
슬쩍 보니, 마켈도 불편한 표정으로 인상을 구기고 있었다.
라펜은 한숨 끝에 중얼거리는 소리도 낸다.
“어째 얌전히 졸고 있다 싶었더니…….”
베즐처럼, 저 졸고 있는 사내에 대해서 잘 알고 있는 낌새였다.
베즐 팀도 이미 저 사내에 대해서 알고 있는 듯했고…….
결국 투란은 자기만 저 졸음이 가득한 사내에 대해 모른다는 것을 분명히 알 수 있었다. 이런 궁금함을 참을 필요는 없었다.
“누구예요? 왜 저런데요?”
깔끔하고 빠르게 요점을 짚어 묻는 투란의 낮은 목소리에 라펜이 혀를 차며 대답을 해준다.
“슬리피…… 잠드는 마법에 걸린 몰골을 하고 다닌다고 그렇게 불러. 근데 저 얼빠진 놈은 졸다가 자기 이름을 생각하는 것도 귀찮다고 길드에 그걸 이름으로 등록을 해놨다지.”
“예?”
이건 또 뭔 소리인가?
투란이 눈을 깜박이며 묻는 말에 대한 대답이 전혀 아니란 표정을 지어 보였다.
라펜은 투란을 향해 더 대답하는 대신에 저쪽 사내, 여전히 졸린 눈을 끔벅대면서 ‘내 몫 줘.’라고 웅얼대는 슬리피를 향해 목소리를 높여 외친다.
“적당히 좀 해라! 다 끝난 다음에 침 발라 놓고 돈 뜯어낼 궁리라니! 보는 사람이 질릴 지경이라고!”
베즐도 팍팍 고개를 끄덕이면서 동의한다는 태도, 표정을 슬리피를 향해 마구 들이대고 있었다.
그러나 슬리피는 잠꼬대라도 하듯이, 하지만 선명한 목소리로 다시 주장하고 있었다.
“파티잖아…… 길드에 함께 등록된 파티라고…… 공역이든 뭐든…… 파티 결성 후에 생긴 이득은 공평하게 나눠야지. 너, 안 받을 거야? 그럼…… 저쪽 몫까지 내가 받아도 되는 건가? 음, 그래…… 현상금 분배할 거지?”
투란은 느릿느릿 나오는 말에 갑자기 다들 조용해지는 것을 알아차렸다.
베즐이 너무 어이가 없어서, 그런데 할 말을 잊은 것처럼 조용했고 그런 베즐을 보는 팀 멤버들도 마찬가지 표정이었다.
투란이 흘깃 보니 라펜도 ‘엥?’ 하더니 덩달아 입을 다물며 눈알을 굴리는데, 어째 이번 슬리피의 말에는 동감하고 찬성이라도 하는 듯하잖나? 그리고 잔뜩 구겨진 표정이었던 마켈이 고개를 갸웃하면서 표정을 피며 중얼거리니…….
“맞는…… 말인데?”
슬리피가 귀를 쫑긋하면서 바로 입술을 움직인다, 조금 더 목소리를 높이고 힘을 줬지만 역시나 졸음이 가득한 채로!
“규정이잖아…… 파티 결성 후에는…… 헌터의 관례이기도 할걸? 모르고 있더라도 파티 멤버에게는 이득을 나눠주는 게…… 당연하다고.”
베즐이 눈을 끔벅거리면서 ‘싫다! 그러니 어떻게든 이 상황을 피할 방법을 찾겠어!’라는 의도가 선명한 채로 분주히 생각을 거듭하려는 듯한 모습을 보였고, 베즐 팀의 멤버 한 명이 체념한 듯이 입을 열었다.
“그렇게 하지. 베즐, 우리 여기서 더 우물쭈물할 수 없다는 거 알지?”
“이런 씨! 그래, 나눠주마! 망할 놈! 잠벌레에다가 돈벌레까지 붙은 놈! 너, 그렇게 살다가 나중에 아주 크게 골탕 먹을 거야! 그 꼴 나면, 내가 꼭 들러붙어서 구경하며 즐겨줄 테니까 각오하라고!”
결국 분해 하면서도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베즐이 징징대는 소리를 질렀다.
슬리피는 만족한 듯, 뒤로 물러서면서 다시 졸린 채로 간신히 서 있는 모습이 되었다. 이제부터는 알 바 아니란 듯!
뭔가 굉장히 뻔뻔하고 대담한 작자라고 느껴지게 하는 태도였다.
어쨌든 이제 대강 상황이 정리되었나 해서 쓴웃음을 흘리려다가 투란은 전혀 아니란 것을 바로 깨달았다. 곧 참지 않고 바로 묻는 소리가 나직하게 라펜을 향해 투란의 입에서 튀어나간다.
“현상금 받으러 다시…… 돌아가요?”
아직 성벽이 높이 치솟고, 넓게 펼쳐져 까마득하니 시야를 가득 채운 풍경 앞이었다. 알드바인에서 완전히 떠난 상태라고 하기가 곤란한 곳이었다. 그러니까 이 쓰러진 채로 흙투성이가 되어 좀 더 지저분한 셋을 정리하려면 다시 성벽 아래 문을 지나 돌아가서 상금 문제를 정리하고 나오는 편이 깔끔하기는 했다.
그런데 나오자마자 도로 들어가서 ‘수배서가 뿌려진 상금 걸린 놈들 잡아왔어요.’라는 것도 조금 이상하잖나.
마켈이 바로 이를 입에 담는다.
“굉장히 병신 같겠구만. 성벽 나서자마자 도로 얼굴 들이대고 현상금부터 받고 갈래요, 하면…….”
라펜도 고개를 끄덕대며 이 말을 받는데…….
“길드 임무 맡아서 순찰 나간 놈들이 바로 돌아와 그러면 길드가 현상금 박탈할 수도 있겠는데?”
잔뜩 불길하고 좋지 못한 상황을 가정하고 있었다.
투란은 ‘우와, 그런가요?’라고 하며 알드바인의 성벽을 흘깃할 수밖에 없었다.
베즐이 높은 목소리로, 아직 성난 채로 말한다.
“그딴 짓 안 해! 젠장, 바운티 헌터 일에 대해서 전혀 모르고 사는구만! 좋겠다! 야, 갈 길 멀잖아. 얘네 헛소리 더 하기 전에 빨리 처리하자고.”
베즐의 팀 멤버, 수배서를 꺼낸 이가 바로 나섰다.
“잠깐만…… 금방 끝나.”
짧은 말고 함께 수배서가 한 장씩, 쓰러진 이들의 목덜미로 둘둘 말아 밀어 넣어졌고 곧바로 토치 라이터가 불꽃을 피워올렸다.
몸을 움직이지는 못하지만, 아직 목덜미를 통해 뜨거운 것을 느끼기는 하는지 쓰러진 셋이 움찔거렸다. 그리고 수배서는 환한 빛의 안개를 허공에 뿌리면서 사라지고 있었다.
―메시지 마법인데?
드라고니아가 바로 투란의 뇌리에 수배서를 통해, 어떤 마법이 해방되었는가를 떠들고 있었다.
‘어? 수배서에 마법까지?’
투란에게는 낯선 상황이었다.
라펜과 마켈에게도 낯선 모양이었다.
“뭐야? 뭔 수배서에서 빛이 나?”
“무슨 마법이야?”
둘의 놀란 소리에 베즐이 어깨를 으쓱하며 대답한다.
“말했잖아. 칠왕국에서 골고루 현상금 걸린 흉악한 놈들이라고. 죽든 살든 상관도 없으니까 잡아서 묻어놓고 수배서로 신호만 보내면 되는 거야. 우리가…… 우리 파티가 잡았다고 제대로 마킹해서 보낸 신호니까, 상금은 골고루 나눠서 계정에 지급되어 있을 거야. 나중에 웬 돈이냐고 따지지 말라고. 좋아 죽는구만!”
상금이 입금된다는 소리에 의아해 하던 라펜이 헤벌쭉 웃었고, 베즐은 짜증으로 말을 맺었다.
마켈이 ‘그래? 바운티 헌터도 아무나 하는 일은 아니구만.’ 이라고 웅얼거리다가 문득 생각났다는 듯이 목소리를 높여 말한다.
“어쨌든 신호를 받은 누군가 나와서 확인은 하겠네? 여기서 어물거리다가 괜히 욕먹지 말고 얼른 가자고. 상금 걸린 놈들 유인해서 쉽게 처리하려고 파티로 끌고 나왔네 어쩌네 하면 나중에 귀찮아져!”
베즐이 바로 고개를 끄덕이면서 대꾸한다.
“그럴 수도 있지. 이봐, 일단 좀 빨리 가자. 제대로 서로 소개하는 거는…… 나중에 쉬면서 하자고!”
여전히 알드바인의 상아탑이 높이 치솟고, 성벽이 길게 펼쳐진 풍경이 잘 보이기는 했지만 한편으로 듬성듬성한 수풀, 기울어진 비탈이 산기슭의 풍경을 또렷하게 드러내는 곳이었다.
베즐은 몇 킬로미터를 말없이 움직인 다음에 이곳에 멈췄고…….
“자, 그러면…… 이제 제대로 파티답게 확인 좀 하자. 우선 라펜, 마켈. 너네 파티 어떻게 된 거야? 둘만 따로 나온 거야?”
대뜸 묻는 말은 훅훅 거리고 숨을 몰아 내쉬던 라펜부터 발끈하게 했다.
“아냐! 공역을 비슷한 시기에 맞춰서 시작하고 한꺼번에 마치려고 했던 건데…… 이렇게 일이 꼬인 것뿐이야.”
마켈도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둘에 대해 베즐은 더 묻지 않았다.
대신 베즐이 투란에게 눈길을 보내며 묻는다.
“여기 이 어린 친구는? 너네 파티 새로운 멤버?”
라펜과 마켈이 고개를 휘휘 저었다.
베즐의 물음이 조금 무겁게 이어져 나온다.
“그럼, 이 친구에 대해서는 둘이 보증할 수 있어? 가는 동안 따로 신경 쓸 필요가 있나?”
투란은 입가에 조금 헛웃음을 매달았다.
베즐은 투란을 신뢰할 수 있는가, 투란이 일행에 걸림돌이 되지 않는가에 대해서 아주 신중하게…… 그러나 노골적으로 확인하려 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천천히 지켜보면서 파악한다는 짓 따위가 귀찮다는 모습이었다.
어느 정도는 투란에게 바로 이해가 가는 태도이기는 했다.
이놈이 어떤 놈인가 고민하면서 함께 몬스터를 만날 경우처럼 애매해지는 일도 드물다니까.
동반자를 믿을 수 있는가 어떤가는 헌터 파티에서 아주 중요한 문제였다.
여기서 투란이 ‘나, 믿을 만함!’ 이라고 해도 ‘이게 거짓말인가, 정말인가.’ 하는 고민을 해야 할 것이다.
라펜이 투덜대듯이 대답을 한다.
“신경 써 줄 필요는 없어. 수상하지도 않아. 그냥 알드바인에 도착한지 얼마 안 될 뿐이지…… 그러다 우리처럼 휘말린 것뿐이야. 근데, 이게 대체 뭔 일인가에 알고 있는 거야?”
베즐은 인상을 썼고, 짧게 되묻는다.
“못 들었어?”
마켈이 고개를 저었다.
“전혀. 이제 막 사냥감을 골라보려고 하던 참이었지. 다른 녀석들의 공역이 며칠 남았었거든. 분위기 파악하려는데 갑자기 강제 소집이라잖아.”
베즐 팀 멤버 중 누군가 이 소리에 작게 중얼거린다.
“그래도 잽싸게 들러붙었구만. 하여간 눈치는 빨라요.”
마켈은 그쪽을 쳐다보지도 않고 시원하게 대꾸한다.
“우리 말고 딴 애들이 더 좋아 보였어? 그럼 얼른 말했어야지. 우리 파고들 때 은근히 도와주길래 너네 팀도 차라리 우리가 낫다 생각하는 줄 알았는데.”
베즐이 쓴웃음과 함께 말한다.
“맞아. 차라리 너네가 나았지. 어이없는 놈들이 아주 잽싸게 끼어들기까지 하는 중이었으니까. 저 돈벌레…… 잠꾸러기는 아예 있는 줄도 몰랐고. 아무튼…… 일단, 어린 친구 이름은 뭐야?”
“투란, 본명입니다.”
투란은 짧고 분명하게 대답했다.
곧바로 저쪽에서 끙 하는 소리가 났다.
덩달아 피식거리는 소리 몇 마디가 울리기도 했다.
“이름 바꾸길 잘했구만.”
“이름 바꿨다는 거, 잊지 마라.”
“투란 아냐, 넌 테란이라고.”
“닥쳐라, 좀!”
그 툭탁거림을 보면서 투란은 곧 이름을 ‘테란’으로 바꾼 이를 확인했다.
소소한 놀림감을 찾아 좋아라 하는 멤버들 속에서 놀림당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홀로 강력하게 불태우는 원래 투란이었던 테란…….
그 분위기를 보니 문득 투란의 호기심이 입술 사이로 튀어나간다.
“카엘은 없어요?”
베즐이 풋 하는 소리와 함께 바로 손가락 둘을 들어올렸다.
라펜이 키득거리면서 입을 가리는 시늉을 하며 콕콕 베즐 팀의 둘을 짚어주며 말한다.
“쟤랑, 쟤. 저 둘이 카엘이야. 서로 이름 바꾸라고 하면서 고집부리다가 이제는 활카엘, 칼카엘이라고 불리지. 활잡이랑 칼잡이라서 말이야.”
“아, 예…….”
투란은 활잡이 카엘과 칼잡이 카엘이 울컥하는 표정인 것을 보면서 맹하니 고개를 끄덕였다.
묻기는 했지만, 정말 둘이나 있을 줄은 몰랐다!
마켈이 조금 유치하게 흘러가려는 분위기에 헛기침을 하면서 큰 소리를 낸다.
“친해지는 거는 천천히 하고, 대체 무슨 일이지? 베즐, 길드에서 가고 싶은 곳이 있다고 생떼까지 썼잖아. 대강이라도 말해달라고.”
베즐이 노려보는 두 카엘의 눈길을 피하며 살짝 헛기침부터 하고 이야기한다.
“남쪽 습지, 거기 밀림에서 몬스터 무리가 쫓겨나고 있다는 거야. 그래, 간단히 말하자면 딱 그 이야기인데…… 평소라면 남부 습지 깊은 곳까지 기어가서 계곡을 헤매고 밀림을 뒤져야 만날 수 있는 몬스터가 이쪽으로 튀어나온다는 거지. 이 알드바인의 평원, 엘데인으로 이어지는 들판에서는 힘이 아주 약화된 채로 말이야. 그런데 우리한테 정반대편인 갈기 산맥 쪽으로 정찰 루트를 주잖아! 젠장…….”
말을 하다가 역시 화가 난다는 듯이 투덜대는 베즐이었다.
하지만 마켈과 라펜은 그런 베즐의 투정에 전혀 찬성하지 못하는 표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