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ster×Monster: Nihilism King Arc RAW novel - Chapter 55
몬스터×몬스터: 허무왕 편 (55)
구르다 일어서다 하며 달리는 그랑츄의 모습은 험악하고 포악했다.
그러나 그 앞에 도도하게 선 늑대 머리, 온몸에 털이 돋고 사람처럼 두 발로 서서 두 팔을 늘어뜨린 붉은 털 가닥을 길게 휘날리는 늑대 머리의 괴물은 그런 그랑츄를 전혀 두려워하는 모습이 아니었다.
2미터 40센티쯤 되는 두껍고 굵은 통나무 같은 팔과 다리, 회색의 살갗이 바위보다 더 튼튼해 보이는 그랑츄의 생김새 탓인지 늑대 머리가 호리호리하게 보일 지경이었다.
투란은 저렇게 생긴 저주받은 마물에 대해 적지 않게 듣고 살아왔다.
웨어울프라고 하는, 자신의 저주를 다른 사람에게 옮기는 마물.
‘그랑츄랑 맞서는 웨어울프도 다 있나!’
의아함이 투란의 뇌리에서 새록새록 피어났다.
사람이라면 웨어울프에게 물리거나 할퀼 때, 저주가 옮아서 한 달 뒤에 만월과 함께 새로운 웨어울프로 인생이 반전당하는 꼴을 겪는 수가 있으니 굉장히 무서워해야 할 마물이었다. 일단 변하면, 가족이고 친구고 몰라보고 물어뜯으려 광기에 젖어 날뛰는 저주받은 짐승이니까!
하지만 그랑츄라면 그딴 거 관심 있을 리가 없다!
물면 물어라 할 테고, 그럴 리는 없겠지만 혹시 변하는 경우라 해도 저 덩치의 괴물이 털이 좀 많고 늑대를 닮은 괴물이 된다 해서 인생 반전이고 뭐고 있을 리가 없잖나.
‘아니, 늑대 이빨이 박히기는 하려나?’
호리호리한 웨어울프의 키가 듣던 것보다 좀 크다고 해 봐야, 잿빛바위의 그랑츄가 지닌 단단함 앞에서 어쩔 것인가?
그리고 방금 투란의 머릿속을 스쳐 간 생각처럼, 저주고 나발이고 싹 무시하고 달려가는 저 꼬락서니는 그런 거 진짜 알 게 뭐냐는 태도였다!
게다가 한 마리도 아니지 않나.
투란은 눈에 뵈는 것 없이 스쳐 간 그랑츄가 저쪽 일을 처리하고 자신에게 볼일이 있을 경우에 대해 미리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그 생각은 눈에 보이는 광경 때문에 이어질 수가 없었다.
‘어?’
먼저 웨어울프가 붉은 털을 휘날리면서 옆으로 비스듬히 껑충 뛰는 모습이 보였다.
허우적대는 듯하면서도 망치처럼 휘둘러지는 그랑츄의 주먹이 그 비어 버린 자리에 꽂히다가 강제로 당겨지는 동작으로 다시 웨어울프를 찍으려 움직였다. 그러면서 훤하게 벌린 입으로 침과 괴성을 함께 끄륵대는 그랑츄.
주먹질을 하는 놈과 마주 보며 웨어울프를 잡으려 달려드는 두 마리 그랑츄까지 놓고 보면, 이미 세 방향으로 둘러싸며 포위한 꼴이었다. 그리고 세 마리가 함께 달려드는 그 광경이 투란에게 느리게 보였다.
웨어울프의 검은 가죽 손바닥, 붉은 털을 휘날리는 왼손이 그 앞에서 주먹질하는 그랑츄의 입으로 쑥 들어가며, 웨어울프가 도약했다. 주먹을 휘두르던 그랑츄가 강제로 입을 열어젖히는 꼴이었고, 어느 순간에 그 입가가 찢어졌다.
‘저거…… 설마!’
저런 식으로 완전히 찢긴 결과물을 투란은 이미 봤고, 그 시체를 줍지 않았던가!
그게 저 웨어울프였을까?
그워어어!
그랑츄의 반사적인 동작이 입이 찢어지는 것을 막았다.
그랑츄가 자기 입에 들어온 웨어울프의 왼쪽 손목을 잡고 두 발을 날려 그 팔을 감아 버린 것이다. 그 바람에 갑자기 등짝으로 땅에 뚝 떨궈지는 꼴이 되고 있기는 했지만, 웨어울프도 이 동작에 당황한 듯이 함께 엎어지……다가 말았다.
비슷한 키, 두 배는 더 두꺼운 그랑츄를 웨어울프가 기울어지는 자세인 채로 끝내 버텨 내고 있었다! 더불어 그 입에 넣었던 손을 더 위로 치켜 올리면서 제대로 그랑츄의 입을 찢어 놓을 기세가 훤히 보인다!
‘저놈이었어!’
그 순간 투란은 확신했다.
그가 아는 몬스터에 대한 지식과 다르게, 저 웨어울프는 자기보다 두 배는 더 두꺼워 보이는 그랑츄의 머리를 찢어발긴 것이다!
하지만 당장 투란의 눈앞에서는 그런 일이 벌어지지 않았다.
웨어울프의 허리를 향해 또 한 마리가 무지막지하게 들이쳤다. 세 번째 녀석도 웨어울프의 튕겨 가는 몸을 무시하듯이 그 다리를 잡았고, 입이 쑤셔지고 팔에 매달린 놈까지 힘을 쓰기 시작했다.
한꺼번에 그랑츄 세 마리, 하나같이 자기보다 두 배는 두꺼워 보이는 녀석들을 매달았지만 웨어울프의 도도함은 그대로였다.
크우으으으으크엉!
투란은 개와 늑대가 적당히 섞여 몇 배로 커진 듯이 짖는 소리를 들었다.
느리게 보이는 광경 속에서 분명히 보이기도 했다.
허리와 다리를 완전히 잡힌 듯 보이던 웨어울프가 몸을 회전시켰고, 두 마리 그랑츄는 아직 완전히 웨어울프를 움켜잡지 못한 듯이 그 회전을 막지 못했다. 그래서 한 마리는 발에 차여 뒤로 허리를 꺾으며 뒤집어졌고, 한 마리는 뒷덜미를 잡혀 공중에서 몸을 뒤집으며 늪으로 날려 갔다.
느린 광경 속에서도 날렵하고 빨라 보이는 동작!
도저히 한 마리 그랑츄가 저 웨어울프를 어찌할 수 없다는 것이 투란에게 아주 분명하게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이미 입에 쑤셔 박힌 웨어울프의 손을 그냥 물고, 두 다리로 그 한 팔을 감은 그랑츄는 그런 투란의 예상에서 벗어난 발악을 했다.
우지근!
녀석은 어느새 입에 박힌 손목을 두 손으로 잡아 빼고, 두 다리로 감은 웨어울프의 팔을 꽉 조이며 무슨 격투가의 잡는 기술처럼 꺾어 분질러 버렸다! 그리고 인간 격투가라면 웬만해서는 할 리가 없는 짓도 했다!
콰득, 꽈드득!
팔꿈치가 완전히 바깥으로 꺾여 버린 웨어울프의 팔오금, 그 야들야들한 살을 마구 물어뜯고 씹어 뱉으며 두 손, 두 발에 품은 웨어울프의 왼팔을 절단 내고 있잖은가!
‘늑대를 깨무냐!’
그 광경은 투란을 살짝 질리게 했다
원래 그랑츄는 몬스터, 그러니 되는대로 무는 것까지야 그러려니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조금 전의 멋진, 동료 둘이 나뒹구는 상황에서 자기 위치를 적절히 확인하고 기술을 거는 듯했던 모습의 다음이 저게 뭔가!
게다가 생김새로 봐서 깨물며 날뛸 쪽은 웨어울프, 늑대 머리 쪽이 아닌가!
한데 이런 투란의 넋두리 같은 생각에 호응하듯, 웨어울프도 반격했다.
계속해서 팔을 감고 조이는 그랑츄의 다리를 크게 벌린 늑대 입이 깨물었고, 단숨에 그 굵기를 반 토막으로 줄였다. 두 번째 깨물기도 거침없었고, 그 순간에 그랑츄의 정강이가 끊어졌다. 그런 깨물기가 이어지면서, 팔에 매달린 그랑츄는 순식간에 두 발이 없는 놈이 되고 말았다!
진짜 물어뜯는 게 뭔지 보여 주는 듯한 모습이었다.
‘아, 그래도 무냐!’
투란은 웨어울프의 포악한 꼴보다 그랑츄의 투지에 더 놀랐다.
두 다리가 정강이부터 확확 깨물려 작살나는데, 놈은 기어코 웨어울프의 한 팔을 물어뜯고 씹어 끊어 버린 것이다!
크아앙!
웨어울프가 비명인지 포효인지 알 수 없는 괴성을 냈다.
그랑츄는 늪가의 자갈이 가득한 땅바닥에 나뒹굴었다.
두 다리가 무릎 언저리 아래로 끊어져 더 조이지 못하는 그랑츄, 팔꿈치부분부터 끊어져 나간 웨어울프, 그런 사정으로 인해 둘은 더 이상 붙어 있지 못하게 된 것이다.
주춤대면서 웨어울프가 잘려 나간 제 왼팔을 노려보는데, 그 등 뒤로 아까 차여 나갔던 그랑츄가 달려들었다. 이놈도 코와 얼굴 아래가 완전히 발자국이 남은 채로 으스러진 꼴이었지만, 다리 끊어진 놈만큼 투지가 넘치고 있었다!
하지만 웨어울프는 주춤대던 꼴을 순식간에 벗어 버리고 무서운 속도로 반응했다. 남은 한 팔, 오른손을 달려든 그랑츄의 입에 쑤셔 넣으며 튀어 올라 두 발로 그 어깨를 밟더니 그대로 그랑츄의 머리를 찢어 냈다!
‘뭐 저리 빨라!’
투란은 놀라고 말았다.
등 뒤에서 덤비는 놈을 대체 언제 돌아서서 반격하는 건지, 느리게 보이는 풍경 속에서조차 제대로 파악하기 힘들었다.
웨어울프는 그렇게 찢어 낸 그랑츄의 머리, 입술 위쪽을 경계로 찢어 낸 머리통을 노려봤다. 머리가 뜯긴 채로, 잠깐 그랑츄의 눈알이 꿈틀거리며 주변을 둘러보는 듯한 광경이 멀리서도 보였다.
크아아아아!
웨어울프는 그 찢어 낸 머리통으로 바닥을 기며 달려드는 그랑츄, 자기 팔을 끊어 낸 녀석을 후려치기 시작했다.
쿵, 쾅, 쿵, 콰쾅…… 쩌억!
돌끼리 부딪치는 소리가 격하게 울리다가 단단한 껍질의 열매가 깨지는 소리가 터졌다.
그랑츄의 머리뼈가 깨지고 뭉개진 살가죽이 보였다.
웨어울프는 성난 포효를 한 번 더 터뜨리면서 손에 든 으깨진 머리 조각을 버렸다.
그러고는 노랗게, 어느 순간 황금빛마저 번들거리는 눈알을 굴리면서 투란을 바라보았다.
‘젠장.’
투란은 억세게 운이 좋은 경우가 아닌 것을 뼛속까지 느꼈다.
스쳐 간 그랑츄가 박살 났고, 이제 저 웨어울프랑 서로 마주 볼 거리에 있는 것은 자신뿐이잖은가!
나무껍질을 벗겨 내고 속을 파내던 투란의 손이 바닥을 더듬었고, 두툼하고 큰 돌을 쥐었다. 사람 머리통만 한 작은 바위라 해도 좋은 돌을 꼬옥 쥐면서 투란은 그래도 혹시나 해서 나무에 바싹 등을 기대 봤다. 이 그늘이라면, 저놈이 아무리 황금색 눈깔을 희번덕거려도 보이지 않을 수도 있잖겠나?
투란의 몸짓이 놈에게 읽혔는지, 다음 순간 투란은 웨어울프의 눈매가 미묘하게 찌푸려지며 의아해하는 듯하다고 느꼈다. 그 의아함이 뭔가는 투란도 순식간에 깨달을 수 있었다.
‘내가 그놈들처럼 왜 안 덤비느냐고? 당연하지! 난 몬스터 로드고, 그 녀석들은 그냥 몬스터니까!’
두서없는 생각이 거의 헛소리에 가깝다는 것을 금세 느끼면서, 투란은 조용히 돌을 쥔 손—그랑츄의 손 형상—에 힘을 넣고 한편으로는 한 쌍의 ‘이상한 심장’과 함께 얻은 팔, 그 손톱을 바싹 세우는 것도 잊지 않았다.
자신이 저 웨어울프랑 상대가 안 되는 줄은 알지만, 그렇다고 호락호락 ‘잡아 드세요!’ 해 줄 마음은 전혀 없는 투란의 대처였다.
웨어울프는 투란에게 달려오지 않았다.
그워어어어어!
그륵, 그워어어엉!
거센 그랑츄의 포효가 숲 어디선가 연이어 터지고 있었다.
방금의 셋—그중 늪으로 날려 간 놈은 잠깐 손을 허우적대는 꼴을 보이다가 그냥 가라앉아서 떠오르지 않는 꼴로 처리되었다—과 마찬가지로 저 웨어울프를 쫓는 그랑츄 패거리가 더 있는 것이 분명했다.
크르륵!
웨어울프가 잘려 나간 자신의 팔을 내려다보며 이를 뿌득거렸다.
그리고 곧 투란에게 등을 돌리더니, 껑충 뛰어서는 나무 사이로 사라졌다.
멍하니 그 꼴을 보다가 투란은 깨달았다.
‘저놈, 나무를 밟고 뛰잖아!’
그랑츄가 여기저기 충돌하고 바닥에 파인 흔적을 남기며 쫓는 것이 참 힘든 꼴이었다. 나무 사이를 무슨 잔나비처럼 튕겨 다니는 놈을 쫓아야 하니! 저렇게 움직일 수 있다면, 이 복잡하게 늪과 얽힌 숲이 놈에게는 평지나 마찬가지였다. 쫓는 입장에서는 미로지만!
어이없는 와중에도, 투란은 안도하면서 돌을 쥔 손에서 힘을 뺐다.
조여들며 두근거리던 심장이 가슴 양쪽에서 긴장을 푸는 느낌이 투란을 나른하게 했다. 좀 전의 짤막한 사투가 끝난 늪가로 달빛이 꽤나 밝고 여유롭게 쏟아지는 광경이 고요하게 느껴졌다.
나뭇가지 사이로 올려다보니, 만월이 되지는 못한 달이 그래도 제법 둥글둥글한 꼴로 환하게 빛나고 있었다. 그 빛이 내려앉은 늪가의 노릿하고 흰 돌이 반짝거리는 꼴과 전혀 맑지 않은 늪인데도 살짝 빛 가루가 튕기는 듯한 풍경, 갑자기 평화가 가득해져 버린 듯한 광경이었다.
하지만 투란은 이 평화로운 척하는 풍경 속에서 붉게 흐르는 핏줄기와 잘려 나가 붉은 털 가닥을 번들거리는…….
“헛!”
투란은 무심결에, 두껍고 뾰족한 손톱이 매달린 오른손을 들어 눈을 비볐다. 손바닥의 연한 새싹빛 살로 비벼서 눈꺼풀이 까지는 일은 없었지만, 뒤늦게 푸르스름하다가 검어지는 살갗의 손등을 보며 깜짝 놀라기는 했다.
그러나 지금은 자기 어깨로 이어진 팔 때문에 놀랄 때가 아니었다.
투란은 다시 눈을 부릅뜨다가, 눈매를 가늘게 하며 그랑츄가 죽어 있는 곳에서 질펀하게 번져 있는 핏빛과 다른 붉은 털 가닥이 하늘거리는 팔을 노려봤다.
투지 넘치는 그랑츄가, 그 오금을 깨문 흔적이 여전히 남아 있었다.
잇자국이 붉은 털을 억누른 채로 잘라 낸 곳에 핏물이 아직 마르지 않고 흐르는 팔, 방금 떠난 늑대의 왼팔이 거기 있었다.
투란의 엉덩이가 어느새 둥실 떴고, 시작은 비비적대는 앉은 꼴로 나아가다가 곧 두 발로 쿵쿵거리며 뛰는 꼴이 된 투란의 몸이 잽싸게 움직였다!
‘두고 갔다, 정말 두고 갔어!’
투란의 가슴속에서 두 개의 심장이 제각각 두근거렸다.
악마의 심장은 침착하라고 권하듯이 고요하게, ‘이상한 심장’ 쪽은 격렬하게 이 횡재를 즐기는 듯이 두근거렸다!
“웨어울프는 원래 잇자국 정도로 저주가 싹 옮는 놈이잖아. 완전한 늑대 형상도 아니고, 완전한 사람 꼴도 아니고. 그래서 그런지 다리 한 짝, 팔 한 짝만으로도 그 능력의 절반은 그냥 얻는다던데…….”
은은하고 훤한 달빛을 받아 꿈틀거리는 붉은 털의 팔뚝이 투란에게는 그냥 늑대 한 마리로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