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ster×Monster: Nihilism King Arc RAW novel - Chapter 550
몬스터×몬스터: 허무왕 편 (546)
Chapter 110. 스카우트 & 헌트
“베즐!”
팀 멤버 중의 누군가가 리더 베즐에게 뭔가를 요구하는 것처럼 불렀다.
베즐은 그 뒷말 따위는 필요 없다는 듯이 앞으로 나서면서 외친다.
“방진(方陣)! 선을 못 넘게 한다!”
이게 무슨 소리인가, 투란이 어리둥절해서 라펜과 마켈을 보니 둘도 ‘뭐라고’ ‘어쩌라고?’ 하면서 베즐 팀 쪽으로 일단 들러붙듯이 움직이고 있을 뿐이었다. 슬리피는 이미 덤처럼 베즐 팀의 한편에 끼어 있었고!
그래서 투란도 슬쩍 베즐 팀이 랩티드 무리를 향해 세모꼴로 삐죽하게 펼쳐있는 듯한 틈새로 끼려고 하는데…….
치이잇.
희미한 소음(騷音)이었다.
주변의 바람결이 흔들리기만 해도 금세 지워질 듯, 여리고 작은 소리였다.
베즐이 허리춤에서 꺼내 손에 쥔 물건에서 나오는 소리였다.
투란은 그 물건을 보면서 갸웃했다.
‘인힐트……?’
분명히 칼자루 모양이었다.
하지만 거기서 나온 것은 상아탑의 마법으로 만들어진 인힐트 블레이드도, 하클이 정밀한 기계구조로 만들어낸 인힐트 블레이드도 아니었다.
―솔리드 포톤(Solid Photon)! 룬디아크 공방의 광하검(光荷劍)이다!
‘뭐?’
투란이 잠깐 멈칫하면서 의아해 하는 순간, 모든 일이 한꺼번에 벌어지는 듯한 상황이 펼쳐졌다.
베즐의 손에 쥐어진 칼자루에서 빛이 그려내는 칼날이 맺힌 것을 광하검이라고 하는 것인지, 솔리드 포톤이 대체 뭔지 따져 묻지도 못했지만 설명해줄 틈조차 없는 상황이었다.
이쪽 일행과 가장 가까운 랩티드가 큰 턱을 벌린 채로, 앞으로 돌출된 채로 계속 나아가는 베즐을 물어뜯기 위해 쏜살같이 달려들었고 베즐은 그 아래로 미끄러지면서 빛의 칼날을 휘둘렀다.
소리도 없이 랩티드의 머리부터 꼬리까지, 작정한 듯이 수직으로 가르는 궤적을 남기며 빛의 칼날이 스쳐가자마자 랩티드는 두 쪽이 났다. 좌우로, 수직으로 머리부터 몸통이 꼬리까지 갈라지면서 균형을 잃고 나뒹굴다가 베즐 팀이 선 자리의 좌우로 거칠게 미끄러진 것이다.
베즐은 빠르다는 랩티드의 발아래를 몸을 완전히 누인 것처럼 미끄러지다가 벌떡 일어섰고, 몸을 회전하면서 좌에서 우로 빛의 칼날을 휘둘렀다. 빛의 원판처럼 남겨진 잔상 속에서 베즐의 좌우로 스쳐가던 랩티드 두 마리가 동강났다.
두 마리는 목 언저리를 잘렸는데, 뜀박질하며 좌우로 걸음을 내딛는 흔들림에 의해 머리 둘이 좌우로 떨궈지는 와중에도 두 다리가 움직임을 멈추지 않았다. 결국 머리가 잘린 꼴이 된 두 마리는 베즐 팀의 진형 좌우로 갈라지며 멀리 가다가 엎어지고 말았다.
그러는 사이, 베즐은 랩티드 무리 속으로 난입했고…… 빛의 칼날이 바람결을 가르는 거친 소리를 울리며 춤을 추게 했다.
팀 리더가 그렇게 혼자 몬스터 무리 속으로 쳐들어간 사이, 베즐 팀의 칼잡이 카엘은 아예 뒤로 돌아서 팀의 후방을 바라보는 채로 라펜과 마켈의 어깨를 잡아끌고 있었다. 딱 자신과 같은 방향을 보고 서자는 그 손짓에 라펜과 마켈이 엉겁결에 따르면서도 둘의 눈길은 랩티드 무리를 동강내고 있는 베즐을 흘깃거릴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베즐에게 달려드는 동족을 내버려 둔 채로, 가만히 서 있는 베즐 팀 쪽이 더 맛있다는 듯이 멀리 돌아 달려드는 랩티드 한 마리는…….
퍼억!
목덜미에 빛의 화살이 꽂혀 부푸는 듯한 광경과 함께 터졌다.
깔끔하게 절단되는 대신에 목과 머리 사이에 꽂힌 화살이 기둥처럼 굵어지면서 터져 나간 꼴이었다.
그 빛의 화살은 활잡이 카엘이 내민 주먹, 그 팔뚝에 펼쳐진 검은 날개 사이에서 쏘아져 나간 것이었다.
‘아니, 저건 또 뭔!’
―솔리드 포톤, 볼트다.
‘등에 건 활은 장식이었냐고!’
―그걸로는 저지할 수 없잖아.
투란은 한 손을 어깨 너머 칼자루에 올리는 시늉을 하면서, 슬그머니 마켈의 방패 곁으로 붙을까 말까 하는 태도로 어정쩡하게 뭘 해야 모르겠다는 몸짓을 드러내면서 베즐 팀을 둘러봐야 했다.
베즐이 두어마디 남긴 채로 혼자 돌격해나간 다음, 베즐 팀은 각자 한자리씩 맡으면서 개별적으로 진형 속에서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활잡이 카엘처럼 뭔가 기괴한 것을 드러내려는 듯했지만 실제로 사용은 하지 않는 모습이었다. 애초에 사용할 기회가 없는 상황이기도 했고…… 그나마 특이한 자세와 태도로 뭔가 꺼낸 모습이 분명한 이는 후방을 향한 칼잡이 카엘이었다. 베즐의 칼자루와는 조금 다른, 칼자루라기보다는 주정뱅이 패기 딱 좋게 생긴 짧은 방망이같은 막대를 두 손으로 쥐고 한쪽 무릎만 땅에 댄 채로 뒤에서 뭐가 뛰쳐나오면 바로 뛰어나갈 자세, 칼잡이 카엘은 그런 모습으로 좌우에 라펜과 마켈을 대기시키고 있었다.
그런 칼잡이 카엘 덕분에 투란은 방진이란 말의 의미를 알 수 있었다.
앞으로 뛰어나간 베즐, 뒤로 돌출된 카엘이 마름모의 양끝을 맡았고 나머지 팀 멤버들이 좌우로 펼쳐진 자리를 잡고 있었다. 그 속에서 뭔가 하는 것처럼 보이는 이는 활잡이 카엘이었으나, 랩티드 무리 중에서 베즐을 내팽개치고 이쪽으로 달려오는 다른 놈은 없어서 어느새 구경하는 꼴이 된 채였다.
그리고 오래지 않아 상황이 끝났다.
베즐이 나머지 랩티드를 몽땅 베고 동강내서 끝낸 것이다.
투란에게는 다소 어처구니없는 결과였다.
라펜과 마켈도 투란처럼 어처구니없는 모양이었다.
“이걸 혼자서……?”
“징징대는 소리는 뭐였어, 대체!”
이에 대해 활잡이 카엘이 짧고 굵게 한소리 한다.
“나도 한 마리 잡았거든?”
퍼뜩 라펜과 마켈이 활잡이 카엘, 활카엘의 팔뚝을 노려봤고 투란도 눈을 부릅뜨면서 날개를 접는 그 팔뚝을 바라봤다.
거뭏한 쇠토시, 무늬도 없고 장식도 없는 그저 튼튼하고 단단해 보이기만 했던 그 쇠토시가 펼쳤던 날개에서 쏘아졌던 빛의 화살 한 방! 그렇게 쉽게 잊을 수 있는 것이 아니잖은가.
슬리피에게는 그게 보다 더 깊은 충격이었는지 손에 든 슬링스톤(Slingstone), 몬스터의 몸에 박히면 폭발한다는 은전 한 닢짜리를 다시 챙겨 넣지도 못하고 있었다. 슬리피는 자기 팔뚝에서 두 갈래로 일어선 철제 가지 사이에서 팽팽하게 당겨진 채 뭘 할지 모르는 끈처럼, 우두커니 활카엘의 팔뚝을 바라보는 중이었다.
라펜이 참을 수 없다는 듯, 저쪽에서 랩티드를 보다 확실하게 쪼개고 있는 베즐을 흘깃거리면서 으르렁거리는 소리를 지른다.
“겨우 턱걸이 상급 헌터라며! 이게 뭐냐고! 너네 대체……!”
“그게 삼 년 전…… 아니, 거의 사 년 전 이야기를 지금 하냐?”
활잡이 카엘이 핀잔했다.
칼잡이 카엘은 결국 사용하지 않은 막대를 주섬주섬 집어넣고 있었다.
베즐 팀은 진형을 풀었지만 여전히 랩티드 무리가 뛰쳐나온 숲을 경계하면서 멀어지는 쪽으로 움직이려 했다. 랩티드 무리를 쫓아냈던 거미 떼, 그 잔당이 튀어나올 경우까지 대비하는 듯한 모습이었다.
하지만 활잡이 카엘이 다시 눈가에 렌즈를 대고 둘러보고 말하니…….
“없어. 우두머리에게 달라붙었던 거미 말고는 모조리 돌아갔나 봐. 랩티드한테 영역을 침범당해서 반격한 것뿐인 모양인데…… 들러붙었으니 끝장을 내려 한 거고…… 이제 정리하면 되겠어.”
베즐 팀은 긴장을 푼 것처럼 조금 느슨하게 숨을 돌리고 있었다.
그사이에 투란은 멀뚱거리면서, 대체 뭐라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듯이 바쁘게 눈알을 굴리며 지켜보는…… 구경꾼으로서의 자세를 확실하게 갖췄다! 뇌리 한편으로는 드라고니아에게 던진 물음에 대한 답을 듣고 있는 채로.
―솔리드 포톤은 빛을 결정화시키는 기술이고, 소재다. 거기에 형상을 부여해서 도구를 만들어내는 거지. 마법으로 강철의 칼날을 숨길 것도, 정교한 기술로 파편화된 칼날의 조각을 다시 조립할 것도 없다. 빛을 뿜어내는 순간에 이미 형체가 이뤄지니까. 룬디아크 공방의 초대 마스터, 룬디아크가 남긴 유산 중에서 최고라고 꼽히는 것이기도 하지만…… 솔리드 포톤의 제조법은 룬디아크 공방 최고의 기밀이야. 봐서 알겠지만, 저 날카로움은 어지간한 몬스터 블레이드라도 견주기 힘들어. 화살의 형태로 저렇게 쏘아내 변화를 일으킨 것도 엄청난 것이고…….
‘그 공방이 대단하긴 하지만, 베즐이나 활카엘도 굉장해. 랩티드의 속도를 제대로 따라잡았다고, 둘 다.’
투란은 베즐이 품은 헌터스 배너가 대체 어느 정도인가 궁금했다.
카엘도, 활잡이와 칼잡이 두 카엘도 분명히 헌터스 배너를 품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오러 마크를 품었다고 저런 수준의 기량을 발휘할 수는 없다.
똑같은 오러 사인을 품은 오러 윌더 사이에서도 기량 차이가 드러나듯, 베즐이 헌터스 배너를 어느 수준까지 확장 각인을 했든 간에 저 기량은 어지간히 단련해서는 나올 수가 없었다. 당장 투란만 해도 헌터스 배너만으로는 저런 식으로 싸울 자신이 없었다. 완전히 확장된 헌터스 배너의 기능으로도, 베즐처럼 랩티드의 속도를 가로지르면서 동강질 낼 수는 없었다. 비록 샤벨투쓰의 이빨이 솔리드 포톤의 칼날처럼 날카롭다고 해도!
활잡이 카엘의 겨냥 역시 허투루 볼 수는 없었다.
싸움이 시작되고, 눈에 렌즈를 낄 틈도 없는 상황에서 카엘은 쏘아낸 화살보다 빨리 달리는 것처럼 보이는 랩티드를 쏴 맞혔다. 대충도 아니고 정확하게 한발로 끝장낼 자리에 꽂아넣은 것이다. 덕분에 베즐이 모조리 끝장낸 것은 아니게 되었지만…….
―선을 넘지 않았다. 이 녀석들, 랩티드가 먹이 주변을 맴돌며 덤벼드는 상황을 피할 작정이면서도 한 명은 후방배치를 했어. 결국 칼잡이가 할 일은 없기는 했지만 방진의 수평선을 랩티드가 아예 못 넘게 차단했다.
드라고니아가 베즐의 처음 외침을 되새긴 듯이 말하고 있었다.
투란도 확신할 수 있었다.
랩티드 무리가 베즐을 팽개치고 포위에 나섰다 해도, 전멸은 결정된 일이었다.
이 베즐 팀, 일곱은 랩티드 스무 마리 정도는 가볍게 이긴다!
‘어라, 잠깐! 그럼 우린 진짜 짐덩이였네?’
투란은 문득 길드 창구에서 베즐이 징징거리고 베즐 팀 멤버들이 피곤하고 짜증난 표정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던 것을 되새겼다. 팀 멤버들 이외에 다른 누군가가 끼어 있으면 이 팀의 잘 조합된 움직임, 미리 정해진 싸움의 방식에 분명히 방해가 된다!
설마 칼잡이 카엘은 그걸 막기 위해서 움직인 것인가!
새삼 짐덩이가 된 기분이 묘한데, 이는 투란만의 느낌은 아닌 모양이었다.
라펜이 울컥한 채로, 마켈이 짙게 그늘진 표정으로…… 슬리피는 살짝 졸음이 가셨는지 반짝거리는 눈망울로 베즐 팀을 바라보고 있었다. 어딘가 투란에게 공감이라도 하는 것처럼.
베즐의 우렁찬 외침이 복잡한 기분을 흔들듯이 울려 퍼진다.
“테란! 갈무리! 랩티드 다리, 이빨은 나름대로 쓸 만할 거야! 가죽이나 힘줄도 질기니까…… 챙길 수 있는 대로 전부 챙겨! 서둘러!”
“그러지…… 야, 좀 도와줘.”
테란이 바로 장비를 뒤적이며 대꾸했고, 베즐 팀 멤버들이 함께 움직였다.
활카엘은 렌즈를 떼어내기는 했지만 한쪽에 서면서 주변 경계를 서는 모습이었고, 칼카엘도 그 한편에 간격을 둔 채로 서서 경계를 돕는 듯했다. 그 사이에 테란이 넙적한 칼을 배낭 안에서 꺼냈고, 둥근 봉에 감긴 가죽 두루마리를 꺼내 펼치면서 랩티드의 유체(遺體)를 향해 움직였다.
―저건 부처스 에지(Butcher’s Edge)잖아. 허, 카고 스크롤(Cargo Scroll)까지. 제대로 갖췄구만.
드라고니아가 테란이 꺼낸 두 가지 물품에 대해 바로 간파한 듯이 중얼거렸다.
투란에게도 낯익게 느껴지는 마법 도구의 명칭이었다.
‘그거야? 그건 룬디아크 공방이 아니더라도…… 마법사들이 만드는 거잖아? 몬스터 해체할 때 쓴다던데…….’
―저건 룬디아크 공방에서 제작한 거다. 마법을 기반으로 했지만 룬디아크 공방의 기술로 처리한 거지. 마법이 어떤 상황에서든 작용하도록 말이야. 달루스 팀의 장비처럼.
‘그래? 이 팀, 돈 많구만!’
투란이 눈을 깜박이면서 말로만 듣던 마법의 푸줏간 도끼칼을 바라봤다.
매끈하고 넓적하던 칼날이 톱니처럼 갈라졌고, 단도처럼 짧았던 칼날이 톱날 사다리를 연상시킬 정도로 길어졌다. 목이 잘린 랩티드의 허리가 동강났고, 꼬리와 다리 쪽으로 도끼칼이 기울어지니 랩티드의 꼬리와 다리가 사라졌다. 도끼칼은 펼쳐진 가죽 두루마리 안으로 쿡 박혔다 빠졌고, 다시 다른 랩티드를 토막 내기 위해 움직였다.
테란이 꼬리와 다리를 그렇게 토막 내 챙겨 담는 동안, 다른 팀 멤버들도 잘려나간 랩티드의 머리를 각자 꺼낸 가죽 두루마리로 덮어 담고 있었다. 펼쳐진 가죽 두루마리가 덮어 씌워지면 휭하니 랩티드 머리가 사라지는 광경은 과연 마법이란 생각이 저절로 들게 했다.
투란은…… 어느새 곁에서 함께 멀뚱대는 꼴이 된 라펜, 마켈과 함께 이 광경을 그냥 지켜보는 구경꾼이 될 수밖에 없었다. 뭔가 끼어들면 심심해서 귀찮게 하는 어리광처럼 보일 것이 뻔해 보이니까.
“이거 좋은 건데, 바꾸지 않을래?”
어느새 활카엘 곁에 붙은 슬리피는 자신의 슬링스톤과 팔에 찬 슬링샷을 들어 보이면서 나름대로 친근한 목소리를…… 그나마 반쯤 깨어난 듯한 목소리를 내면서 교환신청을 하고 있다?
잠깐 투란은 자신이 뭘 보고 있는가 의아했다.
활잡이 카엘 역시 자신이 뭘 들었는가 한 번 더 생각하는 듯했다!
라펜과 마켈은 헛웃음조차 잊은 듯이 맹하니 슬리피를 바라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