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ster×Monster: Nihilism King Arc RAW novel - Chapter 554
몬스터×몬스터: 허무왕 편 (550)
‘뭔 일이야? 어째 신전 전사가 눈이 돌아가서 저런데!’
투란은 놀라고 당황스러웠다.
샤오콴 마을에서 오러클 워리어랑 대강 2년 정도 함께 사는 동안에 알게 된 신전에 속한 전사, 기사라 불리는 부류의 가장 큰 특징이 뭐냐 하면…… 언제나 정신상태가 말짱하다는 점이었다.
목숨이 날아갈 정도의 위기에서 어쩔 줄 몰라서 당황하더라도 정신줄 놓는 일은 없다. 그러면서 진짜 목숨이 날아갈 듯하면, 죽지 않고 어딘가로 혼자 신의 가호를 통해 날아가버리니 몬스터 헌터 사이에서는 같이 파티를 꾸며 사냥 가기 싫은 첫 번째로 꼽히는 것이다.
절대로 저렇게 괴상한 몰골을 보이지 않는다!
베즐이, 베즐 팀 멤버가 모두 어이없어 하고 당황스러워 하는 것이 아주 당연했다!
라펜이나 마켈 역시 ‘팔라딘?’ ‘그런 게 미치기는 하냐?’라는 소리를 중얼거리고 있는 중이었다.
분명히 저 앞에서, 성스러운 힘을 터뜨리며 다시 몰려든 그리핀과 싸움질을 하는 이는 분명히 팔라딘이라 불릴 만해 보였다. 다만 눈알을 희번덕거리면서 주변이 보이지 않는 듯한, 그리핀과 누가 먼저 죽는가를 내기하듯이 싸우는 저 몰골은 제대로 미친 걸로 보이고 있으니!
―환각에 빠져 있는 거야.
‘뭐?’
―몰랐냐? 신의 힘을 빌리는 녀석들은 현실에 대한 인식을 뒤틀어놓는 경험을 필요로 하지. 그 때문에 신전에서 신관으로 키울 대상에게 환각(幻覺)을 일으키는 약물을 사용하는 경우가 있어…… 그러니까 몸을 해롭게 하는 독극물에는 성스러운 신력으로 저항을 해도, 몇 계통의 약물은 제대로 통한단 말이지. 그런 약물 때문에 환각에 빠진 상태라고.
‘지금 헛것을 보고 들으면서 그리핀이랑 싸운다고? 겨냥이 정확하잖아?’
투란은 한층 더 의아하고 이상해서 물어야 했다.
미쳤는지 미치지 않았는지 알 수 없는 팔라딘, 그는 손발을 여전히 그리핀을 향해 휘두르고 있었고 그때마다 그 손끝 발끝에서 하얀 광채가 맺혀 퍼지고 있었다. 가까이 붙어가며 부리와 이빨을 들이대던 그리핀이 그 빛의 흐릿한 경계에 닿을 때마다 움찔거렸고, 간혹 팔라딘의 손끝 발끝에 거의 닿는 순간에는 아예 몸이 굳어진 것처럼 멈칫거렸다. 때문에 그리핀은 팔라딘의 손발을 가능한 피하면서 파고들려 하지만, 손발을 휘두르는 팔라딘은 그리핀의 움직임에 맞춰 대응하는 동작을 드러내고 있었다. 알기 쉽게 보면, 팔라딘의 주먹질 발길질에 그리핀이 움찔움찔 멈칫거리다가 제대로 맞는 광경이 틀림없다!
헛것을 보고 움직이는 것이라면 저렇게 맞을 리가 없잖은가?
―신관이 겪는 환각은 현실의 뒤틀린 풍경이다. 어떤 환상을 보고 있든지 그 뒤틀린 풍경에 닿으려고 손발을 뻗으면, 현실에서도 얼추 맞을 수밖에 없지. 다만…… 자기가 뭘 보고 들으면서 어떻게 움직였는지 전혀 알지 못하지. 어쩌면 지금 환각 속에서는 즐거운 만찬을 즐기는 중인데 현실에서는 저러고 있는 것일 수 있거든.
‘뭔 소리를 하는 거야! 그게 바로 미친 거잖어!’
투란이 눈알을 두어 번 굴리면서, 일행의 움직임에 어울리면서 드라고니아의 말을 듣고 미친 걸로 여겨지는 팔라딘의 괴상한 행동을 지켜본 것은 잠깐이었다.
활잡이 카엘이 그사이에 렌즈를 끼고 제자리에서 한 바퀴 맴돌고 나서 재빨리 말문을 열고 있으니…….
“파닥대고 날고 있는 것만 삼, 사십 마리는 된다! 마을 곳곳에서 어기적거리고 쓰레기통 뒤지는 몇 마리가 합쳐지면…… 대강 오십 마리라고 보면 될 것 같은데! 젠장, 왜 남쪽 깊은 곳에서 놀아야 할 놈들이 여기까지 나와 있는 거냐고!”
얌전히 있지 않는 그리핀의 수를 세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이 그 말투 속에서 선명하게 우러나오고 있는 듯했다.
칼잡이 카엘과 테란이 이 소리를 들으면서 몇 마디씩 중얼거린다.
“한두 마리 잘못 잡으면 주변 몇십 미터가 일이 년 오염되잖아?”
“몇 마리만 잡아도 이 마을을 몇년동안 사람이 못살걸.”
일행은 곤혹스럽게 경계를 하면서 베즐을 흘깃거렸다.
아무래도 이 상황에서 결정을 내려야 하는 의무는 팀 리더에게 있다는 듯…….
베즐이 결국 짜증 난 목소리로 넋두리하듯 외친다.
“이럴 수 있다고 미리 얘기를 해주든가! 아무 말도 없이 덜렁 이리로 보내놓으면 어쩌자는 거야!”
새삼 길드 창구에서 툭탁거린 일이 떠오른 듯한 말이었다.
베즐 팀 멤버들이 어이없어했고, 라펜이 거기 보태듯이 투덜거린다.
“어째 이상하다 했어. 룬디아크 공방까지 다녀온 헌터 팀이랑 묶어주면서 왜 쉬운 길로 보내나 제대로 확인을 하고 따라왔어야 했는데…….”
베즐이 이에 격하게 반응한다.
“야! 그런 얘기는 성벽 나오기 전에 했어야지! 젠장! 테란, 우리에게 부여된 임무를 어떤 식으로 해석해야 하는 거냐! 길드 수칙에 따라서 정리 좀 해봐! 난 짜증 나서 머리가 안 돌아간다!”
“해석은 무슨…… 스카우트, 그리고 헌트. 수색하다 만나면 사냥해버리란 거잖아! 돈 안 되는 놈이든 아니든 무조건!”
테란이 우울한 목소리로 답했다.
잠시 그리핀의 날갯짓이 험하게 울렸고, 팔라딘이 다시 강렬하게 외치는 소리가 하얀 빛과 함께 퍼졌다.
“홀리 가드!”
그리고 투란은 그 광채에 눈살을 찌푸린 채로 드라고니아의 의아한 말을 들어야 했다.
―저건 확실히 이상한데? 왜 저렇게 소모를 하는 거지? 아무리 성스러운 힘이라 해도 통로 역할을 하기 위해 소모되는 체력이 적지 않을 텐데? 저 정도면 거의 생명력을 소모하는 수준인데 대체 왜 저러지?
‘못 알아듣겠어! 알기 쉽게 말해봐! 저 팔라딘, 저러면 어떻게 되는데?’
―어떻게 되긴…… 탈진해서 죽는다. 약물 때문에 현실을 제대로 인식 못하는 중이라 해도 저 정도로 소모한다면 정신 차리든가, 저런 짓을 멈추든가 한다고. 저렇게 되풀이해서 같은 힘을 계속 소모하지 않아!
‘근데 여기 마을 사람들이 또 나와서 그리핀 때려잡잖아? 협력하느라 저러나?’
―죽을 때까지 싸울 작정이라고? 아, 잠깐…… 저 안에서 다른 팔라딘이라도 있는 모양이다. 희미하지만 성스러운 가호를 발휘하려는…… 응? 뭐야, 안에 있는 것도 미쳤나?
‘아, 진짜…… 답답하게! 제대로 파악 안 되는 거냐?’
―프로브도 활용 않고 순수한 마력으로 감지하는 중이니 그렇지!
드라고니아가 퉁명스럽게 투란의 탓이라고 대꾸했다.
때문에 투란은 조심스럽게 프로브를 띄워야 하는가 살짝 고민하는데, 베즐의 성난 외침이 터진다.
“몰라! 일단 다 쏴 잡아버리자! 저것들, 나름대로 겁이 많으니까 반쯤 쳐 죽이면 알아서 도망가든가, 더 열심히 달려들 거야! 다들, 쏘고 던질 수 있는 거는 모조리 다 퍼부어! 칼카, 달려드는 놈은 네가 맡아! 쇠뇌는 나한테 넘기고!”
칼잡이 카엘이 자신에게 다가와 손을 내미는 베즐을 보며 어이없어 하면서도 일단 쇠뇌와 전통(箭桶)을 넘기기는 했다. 다만 한마디 덧붙이는 것도 잊지 않으니…….
“다음에는 꼭 사서 챙겨 갖고 오는 거야!”
“알았다고!”
쇠뇌를 넘기는 손에 들어간 칼잡이 카엘의 힘을 느낀 듯, 베즐이 시무룩한 말투로 대꾸했다. 칼잡이 카엘은 그다음에 허리춤에서 막대를 꺼내 두 손으로 쥔 채, 일행 앞으로 나서면서 우뚝 섰다. 마치 방벽이라도 되려는 듯한 태도였다.
베즐 팀은 그렇게 선두에 칼잡이 카엘을 세우고, 둥글게 자리를 잡으면서 마을사람들이 버티는 곳을 향해 조금씩 나아가면서 맹렬하게 그리핀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이제부터는 달라붙는 녀석만 상대하지 않는다는 것을 분명히 드러내는 움직임이었다.
투란은 그런 움직임에 맞춰 라펜과 마켈이 방어태세를 갖추는 것을 봤다. 둘은 다가오는 것만 상대하겠다는 의도를 분명히 드러낸 셈이었다. 손으로 던지는 단검이나 꼬챙이로는 아무래도 그리핀을 맞혀 떨구기 어려우니 일리가 있는 선택이기는 했다. 그리고 둘은 투란을 중심으로 서는 듯했으니…….
“잘 맞혀.”
“열심히 쏘라고.”
사수(射手)를 지키는 역할을 아예 입으로 확인시켜주고 있었다.
물론 갑자기 보호받는 사수가 된 투란은 많이 불편했다!
쏘는 거야 어렵지 않지만, 맞히기가 어려우니…… 과연 사수 노릇을 얼마나 잘 해야 하는가?
―뭘 고민하는 거냐? 너라면 전부 적중시킬 수 있잖아? 벡터 칼크 걸어줘?
‘야, 다 맞혀도 이상하다고! 젠장, 적당히 해야 한다니까!’
투란의 고민은 조금 이상한 쪽이었다.
드라고니아가 이를 뒤늦게 알아차린 듯…….
―아직도 적당히 할 생각이냐? 그러다 저 안에 있는 인간들…….
‘우리 오기 전에 한바탕 정리된 거라고! 아직 버티고 있는 사람들, 그렇게 쉽게 죽지 않아!’
투란은 단호하게 말했다.
팔라딘이 미쳤는가 어쨌는가 여전히 알 수 없지만 저렇게 날뛰고 있는 중이고, 저 엉성한 울타리 안쪽에는 또 누군가 중심이 되고 있다면…… 이제부터 베즐 팀을 중심으로 일행이 그리핀 떼를 공략하는 것만으로 더 이상 누가 죽는 일은 확실히 막을 수 있다고 확신하는 투란이었다.
―꽤 냉정하네? 뭐, 좋은 일이기는 하군. 어디, 지켜봐주마.
‘그래, 구경해봐라!’
투란은 시위를 한껏 당기고, 화살 끝을 빙빙 돌리면서 바라보는 방향도 맴돌며 바꾸다가 손을 풀었다.
피잉!
투란이 쏘아낸 화살은 팔라딘의 머리 위 높이 지나쳤고 마을 중심의 홀, 그 지붕 위도 훌쩍 지나치듯이 날아갔다. 산뜻하면서도 선명한 소리도 남기면서…….
뭘 노렸다기보다는 그냥 멀리 쏘아낸 듯한 모양이었는데, 이는 지붕 위에서 맴도는 그리핀 떼를 분명히 자극한 모양이었다. 넓은 지붕 위를 맴돌며 지붕을 찢기 위해 잠깐씩 내려앉던 그리핀 몇 마리가 훌쩍 날아올랐고, 지나가는 화살을 보며 갸웃거릴 정도였다.
그렇게 갸웃하는 그리핀 몇 마리에게 빛의 화살이 꽂혔고, 슬링샷이 무시무시하게 들이박혔다.
빛의 화살은 그리핀 몸 안에서 빛의 꼬챙이를 뿜어냈고, 슬링샷은 그리핀의 목 언저리를 맞혀 머리를 끊어놓을 정도로 거세게 파고들어 터졌다.
마치 투란이 유인하고, 활잡이 카엘과 슬리피가 기다렸다가 호응한 듯했다.
―노린 거냐?
참을 수 없는 듯, 드라고니아가 물었다.
투란이 뭐라 하지도, 저 둘이 어떤 신호도 보내지 않았는데 제대로 연계가 된 광경이 이상하다는 듯!
‘노렸다기보다는 기대한 거야. 중급 이상의 헌터라면…… 해야할 때는 한다는 말이지. 굳이 말로 미리 맞추지 않아도 말이야.’
투란은 다시 화살을 재고, 어디를 쏠지 스스로도 모르는 것처럼 맴돌다가 그리핀 떼가 날갯짓하는 허공을 적당히 겨냥해서 시위를 놓았다. 어설프게 구경하다가 맞는다면 그리핀의 날개든 몸이든 제대로 꽂힐 위력의 화살이었고, 그리핀 몇 마리가 아예 멀어지겠다는 듯이 허공에서 움직이다가 다시 빛의 화살, 슬링샷과 몇 발의 쇠뇌살에 적중되었다.
그리고 투란을 향한 물음이 베즐 팀의 누군가에게서 터져 나온다.
“이봐, 투란! 너, 하울링 애로우나 볼트는 없는 거냐?”
“비싼 거잖아요! 내가 쓸 일도 없는 것 같았고…….”
“아, 그건 그런가. 그럼, 이걸 받아!”
투란은 테란이 던져주는 전통을 봤다.
마켈이 중간에서 대신 받아 팔뚝에 걸고는 투란에게 내민다. 방패로 다가오는 놈을 막으면서 투란의 화살통 노릇이라도 하겠다는 듯한 자세였다.
다른 말 하지 않고 투란은 그 전통에서 화살 하나를 꺼내 재고, 재빠르고 힘차게 쏘아 올렸다.
피이이— 쌔에에엑!
화살이 요란한 소리를 내면서, 제대로 신경 긁는 소리를 내면서 그리핀 떼가 나는 허공을 관통하며 날아갔다.
너무 요란한 그 소리에 그리핀 떼가 거의 참을 수 없다는 듯한 소리를 내면서 지나가는 화살을 향해 욕이라도 하는 듯한 순간, 빛의 화살이 허공을 소나기처럼 메우면서 쏘아졌다.
끼이! 퍼억, 투드득.
비명에 이어 슬링샷의 타격음, 날개가 꺾이고 접히면서 신음하는 듯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투란은 그리핀 떼의 한 귀퉁이가 잘린 것처럼 우스스 떨어지는 광경을 흘깃하면서 다시 마켈이 내미는 전통에서 하울링 애로우 하나를 뽑아 시위에 걸었다.
“이번에는 저쪽!”
활잡이 카엘이 투란에게 턱짓으로 방향을 알렸다.
투란은 베즐 팀이 활잡이 카엘, 슬리피를 중심으로 방벽태세를 갖춘 것을 봤고, 주변에 내려앉아 어슬렁거리면서 들개 혹은 늑대처럼 달려들 기회를 노리는 그리핀 십여 마리를 셀 수 있었다. 저 앞에서 달려든 그리핀은 칼잡이 카엘이 막대기를 휘둘러 뽑아낸 빛의 칼날에 동강나서 튕기고 있는 중이기도 했다.
‘아, 내가 잉여(剩餘)로구만!’
문득 알아차린 듯, 투란이 쓴웃음부터 짓고 활잡이 카엘이 지정한 방향으로 화살…… 하울링 애로우를 쏘아 올렸다.
이미 조직된 팀의 멤버들이 정해진 자리에서 제 역할을 하려 할 때, 예상하지 못해 모자란 부분을 채워주는 덤의 역할이 필요한 경우가 있었다.
지금 베즐 팀은 투란에게 그 덤으로서 역할을 맡긴 셈이었다.
라펜과 마켈은 투란을 지키고 베즐 팀은 활잡이 카엘을 지키며 최대한 지상에 내려앉아 달려들 그리핀의 수를 줄인다, 이것이 지금 일행이 선택한 방법이었다.
몬스터를 찾아냈으니, 사냥을 하기 위해 즉각적인 대처를 하며 협력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