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ster×Monster: Nihilism King Arc RAW novel - Chapter 555
몬스터×몬스터: 허무왕 편 (551)
Chapter 111. 약탈자란
검은 빛깔의 독부리 그리핀 떼와의 전투는 잔뜩 긴장한 채로, 일행이 시선을 끄는 사이에 활잡이 카엘이 쏘아 떨어뜨리는 과정의 되풀이처럼 지속되었다. 빛의 화살을 맞히면 확실히 그리핀을 떨구고 쓰러뜨리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돌을 던지든가 소리를 지르든가 하며 잡다한 방식으로 그리핀의 눈길을 돌려놔야 한다는 것이 조금 소란스러운 전투 광경을 낳고 있었다.
그렇게 베즐 팀을 중심으로 한 일행은 서두르지 않고 끈질기게, 노려보는 그리핀 떼를 아주 천천히 한 마리씩 떨구며 몰살시키겠다는 듯이 그 공세를 되풀이했다.
그러는 사이에 팔라딘을 미끼 삼아 그리핀을 유혹하고 성스러운 힘으로 버티면서 몇 마리씩 때려잡던 마을 사람들의 움직임은 둔해지다가 멈추고 있었다. 마치 새로 마을에 온 일행의 활약에 안심했다는 듯, 모두 맡기겠다는 듯한 분위기였다. 그러나 팔라딘은 눈이 돌아간 것이 확실하게 제정신이 아닌 것을 증명하듯이 계속 성스러운 힘을 흘려 내면서 싸웠다. 때문에 팔라딘의 상황은 조금 이상하게 돌아가고 있었으니…….
“저 신전 아저씨, 저대로 둬야 하나요?”
문득 오러클 워리어를 떠올리면서 투란이 묻는 소리를 터뜨렸다.
이에 대해 들었다는 듯, 베즐이 큰 목소리를 낸다.
“진형 유지해! 그리핀이 먼저 나가떨어지든가, 저 팔라딘이 먼저 쓰러지든가…… 아니면 우리가 지쳐 쓰러지든가! 끈기 싸움이다!”
이 단호한 결정에 투란은 입을 다물었다.
팔라딘의 상태가 어떤가에 대해서는 일행이 올 때까지 방패이자 미끼로 내세웠던 마을 사람들조차 관심 없는 듯했고, 일행이 싸우는 광경을 보고는 그냥 저 허술한 울타리 안에서 몸 사리는 채로 구경만 하는 듯했다.
이 마을 사람들은 아까까지는 어쩔 수 없이, 마지못해 싸웠지만 이제는 그럴 필요가 없다고 여기는 것인가?
‘거참, 뭔 상황인지 모르겠네.’
일행의 움직임에 방해를 주지 않기 위해서, 괜히 나서서 설치다가 헌터 파티에 불필요한 피해를 가하지 않으려 한다고…… 나름대로 최대한 긍정적인 방향에서 생각해 볼 수 있기는 했지만, 그렇다면 팔라딘 역시 저렇게 멀뚱거리면서 계속 그리핀의 공세 앞에 세워 둘 필요는 없었다. 조금 정신이 어떻게 된 것 같지만 그래도 여태 함께 싸웠으니 울타리 안으로 끌어당겨 진정시킬 수도 있어 보이는데…….
쐐애애키이이잉!
머릿속의 생각이 조금 헝클어진 상태기는 했지만 투란의 손은 쉬지 않고 하울링 애로우를 쏘아 냈다. 대강 여기저기 얼굴 들이대는 식으로, 조금 정신 사납게 악악거리면서 내려앉아 다가오는 놈들이랑 날아서 가까이 올까 말까 망설이는 녀석들이랑 눈길 마주치며 어중간하게 쏘아 낸 화살이 울부짖는 소리를 내며 쏘아지는 것이다.
그리핀 떼는 한둘도 아니고 투란을 비롯한 여럿이 하는 짓에 고개를 쫑긋거리고 머리를 바쁘게 움직이면서 어떻게든 위협을 회피하려는 듯했지만, 그 유혹에 넘어간 동작을 보이는 사이에 날아든 빛의 화살을 피하지 못해 치명상을 입고 있었다. 그럼에도 피를 흘리는 채로 날개를 퍼덕이면서 허우적거리며 땅 위에서 목젖을 울리는 채로 성난 몰골로 죽을 때까지 싸우겠다는 그리핀도 있었으니, 그런 녀석에게 마지막 한 방을 날리는 것도 칼질은 아니었다.
독이 있다는 부리, 핏방울을 피하느라 더욱 긴장한 상태로 어떻게든 숨통을 끊어 놓는 것도 저격일 수밖에 없었다.
‘아, 이거 피곤하네!’
투란은 잠깐 사이에 느낄 수 있었다.
일방적으로 이기는 것 같지만, 그리핀 떼의 수가 확 줄어들기는 했지만 독부리 그리핀의 위협은 오히려 더 커지고 있었다.
일행 쪽이 오히려 더욱 긴장하며 몸을 사리는 분위기에 휩쓸릴 수밖에 없다!
때문에 라펜과 마켈이 이미 어깨로 거친 숨을 쉬며 지친 듯이 보였고, 베즐 팀도 완고하다 싶을 정도로 꿋꿋한 모습이기는 하지만 이마와 목덜미에 땀이 주렁주렁 매달리고 있었다.
투란도 헌터스 배너를 기반으로 한 오러가 슬슬 한계인 것을, 몸을 축축하게 적셔 오는 땀방울을 통해 알아차리는 중이었다.
그리핀 떼는 동족이 몇 마리가 죽든 말든 전혀 신경도 안 쓰는, 일행과 마을을 잘 지켜보면서 오히려 이기고 있다고 확신이라도 한 것처럼 더욱 거칠고 빠르게 움직이고 있었다.
과연 이럴 때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베즐! 너네, 뭘 할 거면 지금 해라!”
뭔가 투란의 기분에 호응한 듯한 마켈의 외침이었다.
라펜도 한마디 거들듯이 외친다.
“어서 하라고! 우린 가난뱅이라 아직 가슴에 배너도 못 달았다고!”
베즐이 대답을 하는데…….
“지랄! 가난뱅이라서가 아니라 처마시고 노느라 바빠서겠지!”
왠지 라펜과 마켈을 향해 욕이라도 하는 듯하잖나.
이에 대해 라펜이 욱한 듯 대꾸한다.
“놀긴 뭘 놀아! 먹어야 살고 마셔야 사니까!”
그 소리가 마켈이 끄응 하고 이 바쁜 와중에 눈 흘기게 하는 듯했다.
하지만 베즐은 여기에 더 대꾸하는 대신 외치고 있었다.
“활카! 아직이냐?”
라펜과 마켈이 바로 입을 다물었고, 투란은 슬그머니 눈길을 돌려서 활잡이 카엘을 바라봤다. 그 동작과 함께 손은 전혀 다른 방향으로 화살을 날렸는데, 울부짖는 화살이 저쪽에서 한눈팔던 그리핀의 눈알에 제대로 꽂힌 모양이었다.
쐐에에, 키잇, 퍼억! 끼에에!
주변에서 그리핀의 날갯짓이 거친 소리를 울려 냈다.
그사이 투란은 활잡이 카엘이 렌즈를 긴 눈만 부릅뜬 채로, 무슨 외눈박이처럼 고개를 바쁘게 상하좌우로 움직이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뭔가 베즐의 물음에 대한 답을 찾는 듯한데, 곧 대답이 우렁차게 터져 나온다.
“이제 됐어! 시작한다, 모두 움직여! 지금!”
베즐 팀이 즉각 움직였다.
손짓과 턱짓, 짧은 소리로 슬리피나 라펜, 마켈과 투란에게까지 자리를 알려 줬기 때문에 어느 틈엔가 활잡이 카엘을 중심으로 빙 둘러선 진형이 이뤄졌다. 꾸물거림 없이 긴장한 채로 한순간에 활잡이 카엘이 우뚝 선 주변에 몸을 낮춘 채로 인간 방벽을 이룬 셈이었다.
그 틈에 낀 채로, 투란은 일단 활잡이 카엘을 등진 자세로 다가오려는 그리핀 쪽을 노려보는 척했다. 마음속으로는 아주 바쁘게 ‘프로브! 프로브!’라고 외치면서!
―변덕쟁이.
드라고니아는 이 혼란해진 틈을 타서 프로브를 은밀하게 형성하면서도 한마디 핀잔을 잊지 않았다.
그렇게 투란의 호기심을 자극한 활잡이 카엘을 중심으로 한 베즐 팀의 움직임은 그다음에 보다 확실하고 또렷하게 드러났다.
높이, 하늘을 겨냥한 활잡이 카엘의 손끝…… 그 팔뚝에서 펼쳐진 검은 날개가 맹렬하게 퍼덕였고 빛의 티끌이 흩뿌려지는 깃털처럼 날갯짓 사이에 나타났다. 그리고 곧바로 하늘 높이 가는 궤적을 흘리며, 한꺼번에 날아올랐다.
뭘 맞히려는 의도도 없고, 맞아 주는 것도 없이 활잡이 카엘의 손가락 끝이 겨냥한 하늘에 닿겠다는 듯이 날아간 빛 깃털이 높은 곳에서 확산되었다.
―허? 저런 것도 되는 거야?
드라고니아가 놀란 기분을 그대로 투란에게 전해 왔다.
‘응? 뭔데, 뭔……!’
궁금함을 참지 못해 물으려 하던 투란은 곧 곁에서 올려다보는 라펜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저게 무슨!”
얼른 투란도 고개를 돌려봤다.
빛줄기가, 화살처럼 생긴 빛의 가닥이 긴 궤적을 그리면서 쏟아져 내리고 있었다.
흡사 빛의 소나기처럼, 수십 갈래…… 거의 수백 갈래는 간단히 넘을 것처럼 갈라진 빛의 화살이 쏟아지고 있었다.
‘에? 잠깐! 저거 대체 어딜 맞히……!’
―겨냥된 거다. 전부, 제대로 겨냥해서 쏘아진 화살이야.
투란이 화들짝 놀라 움찔하는 순간, 드라고니아가 말했다.
소나기가 내리면, 그늘 아래 들어서지 않는 한 누구나 다 소나기를 맞는다는 상황을 떠올리면서 화살 소나기가 대체 누굴 맞힐 것인가 놀랐던 투란이었지만, 드라고니아의 단호한 말에 냉큼 진정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드라고니아의 말을 전혀 듣지 않은 마켈이나 베즐 팀, 활잡이 카엘 본인부터 시작해서 아무도 저 쏟아지는 화살을 피하자는 움직임이 없었으니 투란도 나름대로 배짱부려 아무렇지도 않은 척해야 하잖나!
퍽, 끼엑!
빛의 화살에 맞은 그리핀이 단말마와 함께 온몸이 빛의 꼬챙이에 꿰인 꼴로 떨어져 내렸다.
퍼퍽! 끼이이!
나름대로 영리하게, 재빠르게 날아드는 화살을 간파해서 피하려던 그리핀은 원래 비켜 가서 맞지 않을 수 있던 화살에 몸과 날개를 들이대는 꼴로 꿰어 버렸다.
푸득, 푸드득!
사방에서 그리핀의 날갯짓이 아까와는 다른 급박한 소리를 울려 냈다.
동족의 죽거나 말거나 별 관심이 없기는 했지만, 그 동족을 죽인 것이 자신에게 덮쳐 오는 상황까지는 외면하지 않는 듯한 그리핀 떼의 움직임이었다.
하지만 활잡이 카엘이 날린 화살을 피한 그리핀보다 피하지 못한 쪽이 훨씬 더 많았다. 거의 반 이상, 어쩌면 열에 일고여덟은 맞혀 떨어뜨린 것처럼 보였다.
이 상황은 결국 그리핀 떼에게 결단을 강요한 모양이었다.
꽥꽥거리고 끽끽거리는 요란한 소리와 함께 마치 다음에 만나면 그냥 두지 않겠다는 것처럼 험악한 눈길도 쏘아붙이면서, 날아갈 수 있는 그리핀 떼가 한꺼번에 솟아올라 마을의 상공을 잠깐 맴돌다가 멀어졌다.
마침내 그리핀 떼를…… 일단 몰아내는 데는 성공한 듯했다.
‘와, 화살이 땅에 닿지 않았지?’
투란은 감동했다.
활잡이 카엘이 쏘아 낸 솔리드 포톤의 화살, 끝내 그리핀을 맞히지 못한 채로 땅바닥에 꽂힐 듯했던 화살이 땅에 닿지 않고 어느 정도 높이에서 저절로 흩어지면서 사라진 광경.
사람 키 높이 정도까지 도달하면 화살로서의 효과를 완전히 지우는 것처럼 사라진 빛의 화살은 실로 신기하잖은가.
―잘못 맞고 죽는 사람이 없도록 배려한 거야. 덕분에 그리핀도 몇 마리 목숨을 건져서 도망쳤지만 말이지.
‘응? 착하구먼!’
투란의 눈길이 새삼스럽게 활잡이 카엘을 흘깃했다.
몬스터를 죽이기 위해서는 옆에서 누가 죽든 말든 상관없는 망가진 헌터랑은 확실히 다른 선택이었다. 아무래도 이는 베즐 팀의 성향인 듯한데…….
베즐이 긴 숨을 몰아 내쉬면서 외친다.
“거기, 팔라딘! 어이, 이제 그만…… 아, 썩을!”
그리핀이 물러가고 우두커니 홀로 선 듯한 팔라딘은 베즐의 부름에 바로 두 손을 올리면서 주먹을 쥔 채로 이쪽을 노려보고 있었다. 그야말로 다음 상대는 너냐라고 묻기라도 하는 자세인데, 눈동자가 완전히 초점 없이 흔들거리는 꼴이 절대로 제정신이 아니라고 외치는 듯했다.
덕분에 베즐이 말 걸다 말고 욕을 한 것인데…….
“이봐! 이제 아무나 나와서 저 아저씨 좀 어떻게 해 보라고! 저 모양이라도 그쪽은 같은 편으로 여기나 본데!”
테란이 더 이어지려는 베즐의 욕을 덮으려는 듯이 우렁차게 외쳤다.
이에 대한 반응이 곧 안에서 나오는데…….
“이 더러운 헌터 새끼들! 몬스터 잡겠다고 앞뒤 안 가리고 마구 쏴붙여? 사람까지 같이 죽일 작정이었지! 이 추잡한 새끼들!”
투란에게는 전혀 납득할 여지가 없는 욕설이 한가득한 말이잖나.
‘저게 뭔 소리여?’
―아하, 저러려고…….
드라고니아는 뭔가 알아차린 듯한데, 거기에 투란이 귀를 기울이기 전에 울타리 틈새로 지팡이를 짚으며 힘겨운 걸음을 디디며 나오는 구부정한 늙은이가 있었다. 허름한 통짜 헝겊 옷을 뒤집어쓰고 허리만 단단히 졸라맨 모습으로 발을 질질 끌며 나오는 늙은이였다.
베즐이 그 늙은이를 보면서 찌푸린 낯으로 묻는다.
“그게 뭔 소리요?”
짜증이 가득 배어 있는 목소리였다.
늙은이는 더 목청을 높이면서 앞으로 나서고 있었다.
“뭔 소리냐고? 뭔지 모르겠다고! 직접 봐라! 네놈들이 쏟아부은 그 화살에 머리 찍힌 사람을 보고 뭔 이야기인지 모르겠다 해 봐!”
늙은이 뒤에서 두 발을 질질 끌리는 모습으로, 겨드랑이를 양쪽 사람에게 꿰인 것처럼 들려 나오는 사람이 있었다. 이마에서 콧등까지 날카롭게 패어서 핏물이 뭉쳐 나오는 듯한 상처가 있었는데, 그 상처 주변에 하얀 빛이 맺혀서 꾸물거리는 모습이 희한했다.
“이 사제님이 아니었다면 이마빡에 화살 꽂히는 순간 죽었을 거다! 이 더러운 헌터 새끼들! 이 일은 길드에 정식으로 항의하겠어! 이 마을 촌장으로서 그냥 넘어가지 않겠다!”
헉헉거리는 모습으로 지팡이를 들어 때리고 싶다는 태도가 역력한 늙은이, 촌장을 향해 베즐 팀이 낯을 구기는데…… 갑작스럽게, 아주 느닷없이 또박또박 섬뜩한 분위기를 띤 목소리가 베즐 팀 멤버 틈새에서 튀어나온다.
“당신, 누구야?”
투란은 슬리피를 봤다.
싸우는 동안에도 줄곧 졸린 낌새였던 슬리피가 잠을 완전히 떨쳐 낸 것처럼, 두 눈을 똑바로 뜨고 촌장을 향해 묻고 있었다.
촌장이 눈꼬리를 치켜뜨며 뭐라 대답하려 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