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ster×Monster: Nihilism King Arc RAW novel - Chapter 560
몬스터×몬스터: 허무왕 편 (556)
Chapter 112. 엘데인으로 가는 길
“뭐가 문제라는 거예요?”
베즐이 마을 사람 대표로 나선 이를 향해, 슬리피를 흘깃하면서 물었다.
슬리피는 졸려서 잘 모르겠다는 듯이 눈을 반쯤 감고 베즐의 눈길을 싹 외면했다.
마을 사람의 대표, 뒤에 줄줄이 길 떠날 준비를 한 마을 사람들 앞에 선 이가 굳은 표정으로 베즐에게 말한다.
“문제가 아니라, 우리는 엘데인이 아니라 거기 가까운 이웃 마을로 가겠다는 말이네. 우리 마을이랑 그동안 교류도 있었던 곳이니까……. 자네들이 정한 길은 곧바로 엘데인으로 가는 거잖나. 그러니…….”
“그러니까 그게 뭐가 문제라는 거냐고요! 엘데인으로 바로 가서, 정리할 것 정리하고 그 마을로 이주하면 되잖아요! 굳이 거기 들렀다가 엘데인으로 갈 필요가 없단 말입니다!”
베즐은 머리를 벅벅 긁적이면서 답답해하며 말했다.
마을 사람의 대표가 한숨을 쉬었다.
“자네 이야기는 알겠는데…… 우리가 엘데인으로 이주하려는 게 아니란 말이네. 거기 가서 따로 정리할 것도 없고…… 우린 헌터가 아니니까. 그저 살려고 옮겨 가는 것뿐이고, 목적지는 이웃 마을이란 말이네. 엘데인이랑 그냥 가깝기만 한…….”
“아, 그러니까아! 일단 엘데인으로 들러서 처분할 것 처분하고, 필요한 것 구해서 이주를 해야 할 것 아니냐고요! 지금 그 몰골로 얹혀살겠다고 하지 말고요!”
베즐이 슬슬 으르렁거리듯이 말하고 있었다.
어쩐지 대화가 점점 격해질 듯한 분위기였는데…….
베즐 팀 멤버들은 팀 리더가 하는 대화에 별 관심도 없는 듯, 떠날 준비를 하면서 장비를 점검하고 있었다.
그 꼴이 희한해서 투란이 흘깃 옆을 보니 라펜이나 마켈도 심드렁하니 마을 사람들과 베즐이 어떻게 타협을 보든 말든 별 관심 없는 태도가 또렷했다.
‘어라?’
어이없어 투란이 가만히 다시 보니, 마을 사람들과 이러쿵저러쿵 친하다는 슬리피도 저 대화에는 전혀 끼어들 생각이 없어 보이잖는가? 그야말로 베즐과 마을 대표 사이의 옥신각신 말다툼일 뿐이다!
분명히 대화의 내용은 앞으로 갈 길에 대한 의논일 텐데…….
투란의 의문에 답하듯, 테란이 외치고 있었다.
“리더! 베즐, 마킹 끝났어. 이제 출발해도 되겠어. 어, 뭐 잊은 거 없다 다들 잘 챙기고 출발하자고요!”
투란은 눈을 깜박이며 둘러봤고, 다투던 베즐과 마을 대표가 동시에 테란을 바라보면서 ‘아직 우리 얘기 안 끝났는데?’라는 표정을 짓는 꼴을 봤다.
테란은 그 둘 앞을 쓱쓱 지나치면서 혼잣말처럼 몇 마디 더 남기는데…….
“엘데인으로 곧장 가든 마을에 들러가든…… 사흘 동안 가는 길은 똑같잖아. 가다가 쉬면서 천천히 의논하라고. 이 마을에 더 오래 있으면서 독부리 그리핀 냄새를 더 맡고 싶지 않으니까, 굳이 의논 끝나고 가겠다면야…… 우리 먼저 갈게!”
곧 베즐 팀 멤버들이 팀 리더 베즐을 향해 아예 손을 흔들면서 테란 뒤를 졸졸 따라가는 태도를 보였다! 그러면서 멀뚱거리고 선 마을 사람들에게도 손짓하며 ‘일단 떠나요!’라고 이끄니, 마을 사람들도 잠깐 주춤하다가 테란의 말이 맞다는 듯이 엉거주춤하니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뭔가 상큼한 베즐 팀의 움직임…… 리더인 베즐만 얼굴 붉히면서 울컥한 채로 투덜대는 꼴이 된 듯한 상황에 투란은 입가에서 웃음이 실실 새는 것을 어쩔 수가 없었다. 곁에서 라펜과 마켈 또한 피식거리는데…….
“그럴 줄 알았다.”
“뭐, 베즐이 그렇지…….”
마치 베즐이 괜한 걱정으로 나중에 말 꺼내도 될 일을 미리 꺼내 번거롭게 군다는 낌새가 역력하잖나!
투란은 곧 라펜과 마켈이 성큼성큼 내딛는 뒤를 따라 냉큼 쫓았다.
결국 베즐과 마을 사람을 대표하던 둘만…… 왠지 괜한 분란을 일으켜 남겨진 듯한 몰골로 서로를 봤고…….
“가, 가면서 이야기하자고요.”
“그, 그러게나.”
붉어진 얼굴을 확인하면서 일단 의논을 접고 출발해야 했다.
* * *
이틀 동안, 인원이 늘어난 일행은 별다른 만남 없이 길을 걸었다.
마을 사람들을 중간에 놓고, 활잡이 칼잡이 두 카엘이 마을 사람들의 맨 뒤에 서고 그 뒤로 라펜과 마켈, 투란이 따르면서 맨 앞에는 베즐과 테란을 비롯한 베즐 팀이 빠르게 나아가며 정찰을 지속하는 진형을 유지한 채였다.
끼니때가 되면 각자 먹고 마실 것을 꺼내 간단히 때우고 죽죽 나아가다가 밤이 내려앉으면 바로 간단한 경계용 덫을 준비해 놓고 야영을 해서, 밤에 주로 활동하는 짐승과의 충돌을 최대한 피하는 이동이었다.
어딘가 심심한 도보 여행인 듯한 분위기였지만, 그사이에 투란은 마을 사람들…… 약초꾼 켈타란 이가 거점을 잡고 키웠다 해서 켈타 마을이라 불렀던 마을의 사람들이 묘한 약초를 반복해서 복용하는 것을 엿볼 수 있었다.
끼니를 때울 목적이 아닌 묘한 약초였고, 드라고니아는 하루 만에 그 약초가 사람들 몸에 어떤 작용을 하는가 파악했다.
―스태미나 보강제(補强劑)야. 체력을 더 크게 해 주지는 않는데, 더 오래 지속해 주는 효과야. 어린아이도 있고 아이만큼이나 쇠약해진 사람도 있다만, 저걸 복용해서 몬스터 헌터들의 움직임에 보조를 맞추고 있다. 재미있군.
‘재미……?’
―오래 복용하게 되면 체력의 총량이 줄어든다. 즉, 몸이 점점 약해진단 말이지.
‘어? 아, 저게 달빛꽃 줄기를 달여 만든다는 그건가.’
―음? 달빛꽃? 그건 그냥 각성 효과만 있는 거 아니냐?
‘졸음도 쫓아 주고…… 오래 움직이게도 해 준다던데? 어쨌든, 오래 복용하게 되면 네 말처럼 근력이 결국 전체적으로 약화되는 거라서 사흘 정도 먹으면 하루나 이틀 정도는 끊는 약물이야.’
―인간에게는 달빛꽃이 그런 식으로 작용하나 보군.
소리 없이 드라고니아와 이야기하며, 투란은 마을 사람들이 복용하는 약초에 대해 그들의 몸 상태에 대해 관찰했다. 한편으로는 켈타 마을에 남겨진 그리핀에 대해 조금 아쉬워하며 라펜, 마켈과 이야기도 했는데…….
“돈 안 되는 거예요?”
“음? 돈? 아, 그리핀?”
“그렇게 많이 잡았는데…….”
“조금이겠지만, 돈 좀 받을 수 있을걸.”
“다 두고 왔는데요?”
“테란이 마킹 해 뒀잖아. 길드 임무로 나왔으니까…… 나중에 길드에서 어느 정도 계산해서 계정에 넣어 줄걸. 어차피 뒤처리도 해야 할 테니까.”
“헤에…… 좋군요!”
투란이 라펜과 쑥덕거리며 히죽 웃을 때, 마켈이 한마디 보탠다.
“정말 조금 나올 테니까, 기대하다 실망하지 마. 길드에서 부여한 순찰 중에 멋대로 사냥감 쫓는 바보들 덕분에 진짜 조금 줘.”
“아예 안 나오는 거는 아니잖아요.”
실망한 표정을 드러내기는 했지만, 투란은 그래도 희망을 섞은 대꾸를 했다.
이 대화에 대해서 드라고니아는 이모저모로 궁금해했고, 투란은 대답해 줘야 했다.
길드 헌터가 순찰 중에 만난 몬스터를 잡을 경우에 남기는 마크…… 테란이 남긴 그 마크를 나중에 길드에서 찾아와 회수하고 점검한다는 것과 그로 인해 사냥 보상금이 나온다는 것.
길드에서 부여한 임무를 팽개치고 사냥이나 해 대려는 멍청이들 덕분에 그 임무 중에 사냥해 노획한 것에 대해서는 매우 저렴한 가격을 매겨 임무에 충실하도록 반쯤 강요하는 분위기라는 것.
투란에게는 오래전에 얼핏 스쳐 지나간 이야기였고, 오늘에서야 직접 경험하는 실제 상황이었다. 이야기로 들었던 것을 실제로 겪는다는 점이 투란에게 새삼스럽고 신기했다.
드라고니아 또한 이리저리 건너 듣던 인간의 이야기, 그 한복판을 헤맨다는 것이 몹시 신기해하고 있었다.
그렇게 이틀이 훌렁 지나가고 사흘째 아침이 밝았을 때, 일행은 평온하지 못한 이상한 것들을 보게 되었다.
* * *
크르릉, 웡!
새빨갛게 물든 눈알에는 눈동자 따위가 전혀 없는 것처럼 보였다.
입술을 훌렁 까고 드러낸 이빨은, 아래위 따질 필요 없이 전부 송곳니처럼 보였다.
축 늘어진 귀가 볼을 따라 팔랑거리는 개가 몬스터로서 지닌 특징은 딱 그 정도에 불과했다.
하지만 매드독은 이름 그대로의 단순한 광견(狂犬)이 아니었다.
몸길이가 기껏해야 1미터 안팎인 서너 마리가 몸길이 3미터에 가까운 물소를 뼈까지 씹어 먹고 있는 광경이 보통 개랑은 완연히 다르다는 것을 증명하는 듯했다. 거의 상처가 없는 물소는 덤불 가까이 고인 웅덩이에서 습격당한 듯한데, 네 다리가 물려 끊어진 다음에 바로 먹히기 시작한 모양이었다. 딱히 저항도, 반격도 없이 먹히고 있는 이빨 자국만 가득한 채로 겨우 숨이 끊어진 듯했으니…….
“야, 어젯밤에 없던 놈들이잖아?”
잠에서 깨어난 베즐이 물었다.
베즐이 경계를 마치고 잠들 때까지 없던 것이 아침에 나타나 물소를 자빠뜨려 놓고 뜯어 먹다가 깨어난 일행을 향해 나눠 줄 수 없다는 듯이 이를 드러내는 광경에 대한 감상 같은 물음이었다.
투란도 일행을 흘깃하면서 드라고니아에게 소리 없이 묻고 있었다.
‘언제 왔냐, 저 갈색 물소는 언제 왔고 저 미친개는 또 언제 왔어?’
―한 시간 정도…… 이쪽 일행에게는 전혀 관심이 없는 놈들이라서 널 깨우지 않았다만…….
‘관심이 없어? 미친개가? 몬스터 매드독이 싱싱한 인간 살을 외면한다고?’
―그리 싱싱하지는 않잖아.
‘어?’
투란이 의아해할 때, 곁에서 라펜이 똑같은 의문을 품은 것처럼 중얼거린다.
“저게 왜 덤비지 않고 우릴 구경만 하지?”
이에 대해 아침까지, 새벽부터 아침까지 마지막 경계 당번인이었던 칼잡이 카엘이 대꾸를 한다.
“그러니까 말이야…… 저 물소가 나타났고, 그 뒤를 바로 저 녀석들이 덮쳤는데…… 그리고는 저렇게 물소만 뜯어 먹더라고. 그래서 깨우지 않고 구경만 했는데 말이지. 이게 무슨 일이래?”
이렇게 헌터 일행이 주섬주섬 일어나며 의아해할 때, 켈타 마을 사람 중 한 명이 어흠 하는 헛기침 소리를 내며 살짝 목소리를 높여 말한다.
“약초를 갈아서 뿌려 놨다오. 들개라든가, 들개 닮은 몬스터는 그 냄새를 싫어해서 가까이 오지 않으니까. 갈기산맥 기슭의 약초꾼이라면 다들 몇 포기씩 준비해 갖고 다니는 거라오.”
이에 대해 베즐부터 그 팀 멤버가 모두 눈을 깜박였고, 슬리피나 마켈, 라펜은 ‘그려? 그런 수가 있었나?’라고 갸웃했다.
그사이에 투란은 드라고니아의 차가운 부정(否定)을 들어야 했다.
―효과 없다. 그 약초는…… 효과가 있었다면 이렇게 시야 거리에 저놈들이 보이지도 않았을 거야.
‘그럼……?’
―광견이라 불리기는 하지만, 저놈들도 피하는 게 있지. 이빨 대고 뜯어 먹으면 바로 죽는다고 아는 경우. 상당히 멍청해서 일단 먹어 보고 죽는 경우가 많다만…… 무리 중의 몇이 그렇게 죽은 다음에는 그 고기를 피한다.
‘그 말은?’
―저 광견 떼는 이 일행을 잡아먹으면 자기네가 죽는다고 확신하는 거야. 즉, 이 일행에게서 먹으면 안 되는 뭔가의 조짐을 확실히 파악하고 있단 거지. 아, 냄새로 아는 거는 아닐 거야. 매드독은 냄새로 뭘 파악하지 못하니까. 생긴 거랑 다르게 저놈들은 맛을 보고 사물을 분별하는 녀석들이라.
‘우리를 먹으면 죽는다?’
투란은 일행을 가만히 둘러봤다.
느릿하고 차분하게, 매드독에 대해서 어떤 기분들을 품고 있는가 티 나지 않게 더듬는 척하면서!
대체 어째서 매드독이 잡아먹으면 죽는다고 확신해 다가오질 않는가?
“아오오! 저 개시키들! 애써 물가에 자리 잡았더니 물을 망쳐 놓네!”
활잡이 카엘이 성난 소리를 토해 냈다.
그 소리에 투란은 서너 마리 매드독이 물소를 깨물고 씹던 입으로 물웅덩이를 핥는 꼴을 다시 봤다. 입가에서 번져 나오는 진한 핏빛이 물웅덩이 색깔을 싹 바꾸고 있었다. 그냥 살짝 입에 묻은 핏기가 번지는 것과는 수준이 달랐다.
덕분에 활잡이 카엘의 말이 무슨 뜻인가, 아주 명확하게 알 수 있었다.
이를 알아채지 못한 듯, 켈타 마을의 누군가 말한다.
“정화하는 약초가 좀 있으니까 물통에 섞어서 마시면…….”
“미쳐요. 죽지 않고 그냥 미치니까 관둬요. 쟤네가 매드독이라 불리는 까닭은 쟤네가 미쳐서가 아니고, 쟤네 이빨에 물리면 미치니까 그런 거라고요. 저 침이 섞인 물을 마셔도 미치고…….”
딱 잘라 말하는 이는 슬리피였다.
투란도 어렴풋이 겨우 기억해 냈다.
매드독은 미친개처럼 보이지만, 몬스터로서 지닌 능력은 물어서 대상을 미치게 한다는 것…… 자기는 미친 척하고, 실상은 습격 대상을 미치게 한다는 것!
으적대는 소리에 이어 할짝대는 소리까지 흘린 다음, 서너 마리 매드독은 일행을 한번 흘깃하고는 가 버렸다. 역시나 이쪽 일행은 자신들과 무관하다는 듯한 태도가 묘하게 또렷했다.
일행이 사라진 몬스터 매드독의 자취를 보며 맹한 사이, 베즐이 중얼거리는 소리가 선명하게 퍼진다.
“저거…… 산속의 미친개 아니었어? 이런 들판까지 기어 나오기도 하는 거였나? 몇 년 떠난 사이에 몬스터란 것들이 성질을 바꾼 거야?”
이모저모로 묘한 의문이 새롭게 투란의 마음에 피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