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ster×Monster: Nihilism King Arc RAW novel - Chapter 565
몬스터×몬스터: 허무왕 편 (561)
Chapter 113. 엘데인, 난투 속으로
“너무하잖아요!”
“우리 사이에 이럴 수가 있나!”
“어이, 데람 촌장! 거기 데람 사람들! 얼굴 좀 내밀어 봐!”
“자네들, 우리 처지를 알면서 그럴 수 있나!”
“사제님, 신의 은총을 베풀어야 할 분이 뭔 소리입니까!”
“우리 마을에서 함께 싸워 준 사제님은 그딴 소리 안 했어!”
와글와글.
결국 참을 수 없게 된 듯한 켈타 마을 사람들이 목책 아래에 가까이 붙으면서 비명처럼 고함을 질러 대고 있었다. 사제는 목책 위에서 그런 켈타 마을 사람들을 향해 다시 크게 울려 대는 소리로 인간으로서의 의무와 덕목이 뭔가에 대해 열변을 토해 내며, 데람 마을 목책 안으로 들어설 수 없다는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그사이에 투란은, 저 시끄러운 소리가 귀를 울리는 상황 속에서 베즐과 칼잡이 카엘, 라펜과 마켈…… 어느 틈엔가 슬그머니 다가온 베즐 팀 멤버 몇을 향해 이야기를 해야 했다.
“……라는 얘기예요. 그러니까 지금 저렇게 목책 위에 버티고 있는 경우에는 별 쓸모가 없겠지요?”
적당히 오러클 아저씨가 저질렀던 일을 떠들고 나서 투란은 이 상황에서 어찌할 것이냐고 슬그머니 묻는 소리로 얘기를 매듭지었다.
라펜이나 마켈은 ‘과연…….’ 하면서 조금 곤란하다는 듯한 표정을 짓고는 베즐부터 쳐다보는데, 베즐은 칼잡이 카엘과 눈을 마주치면서 묻고 있다.
“내가 할까? 아니면…….”
“내가 해야지. 내가 카엘이니까. 이런 기회를 놓칠 수는 없잖아?”
투란이 갸웃하면서 라펜과 마켈을 바라봤다.
둘 또한 투란처럼 ‘어?’ 하며 눈을 껌벅거리는 채로 베즐을 바라보면서 ‘뭘?’ 하며 입술을 달싹이는데, 칼잡이 카엘이 다가와 고개를 들이민 채로 귀를 쫑긋거리는 테란을 보며 말한다.
“끌어내리는 거는 네가 해. 베즐은 리더잖아, 일단 책임져야 하는 입장이니까.”
테란이 바로 고개를 끄덕했다.
덕분에 투란은 라펜, 마켈과 함께 눈을 깜박이면서 ‘어쩌려고?’ 하는 의문을 가득 품을 수밖에 없는데, 칼잡이 카엘이 투란의 어깨를 가볍게 툭 치며 히죽 웃지 않는가.
“좋은 거 가르쳐 줬어! 이번에야말로 내가 신전 악당들에게 갚을 때야!”
“에……? 예?”
투란이 ‘이게 대체 뭔 소리인가 모르겠다!’라며 어리둥절해하는데, 라펜이 ‘음?’ 하다가 중얼거린다.
“저 사제가 네 이름 갖고 투덜대던 그 사제는 아닌데 말이지…….”
“억울하면 그 사제 찾아가서 따지든가 하겠지! 어느 신전 사람이든, 카엘이란 이름만 들으면 눈살 찌푸려 대는 꼴을 맨날 보는데 뭐, 어때! 나도 신전 악당들한테 당한 만큼 갚아 줘야지!”
칼잡이 카엘은 흐흣 하는 괴상한 소리와 함께 쓰윽 몸을 돌리면서 목책 쪽으로 움직였다. 발끝으로 툭툭 땅을 차고, 엉겨 붙은 진흙을 파내면서 확실하게 뭘 찾는 빠른 눈길을 흘리는 채였다. 테란이 바로 그 곁으로 붙으면서 함께 땅바닥을 훑으면서, 젖은 흙과 그 속에 헤매고 있을 뭔가를 찾는 태도를 확실히 드러냈다.
덕분에 투란은 저 둘이 진짜로 옛날 오러클 워리어가 샤오콴 마을에서 했던 짓을 저질러 볼 작정인 것을 알 수 있었다. 상황이 다르지만 뭘 어떻게 하든, 진짜로 해볼 작정인 것이니…….
“베즐, 괜찮겠어요? 이거 잘돼도 나중에…….”
투란은 일단 팀 리더인 베즐에게 약간 걱정하는 말투로 물었다.
베즐은 픽 하고 웃고 목책 쪽을 흘겨보며 대답한다.
“다시 볼 일이 아마 없을걸? 길드에서는 신전에서 헌터에 대해 수배 거는 경우에는 철저히 캐묻기부터 하니까, 수배하려고 해도 못 할 거야. 지금 여기서 저러고 있었다는 것부터 씨부려야 할 테니까!”
라펜과 마켈이 쓴웃음을 지었고, 투란은 ‘그래요?’라고 대충 한마디 하고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저쪽의 소란 속으로 들어선 칼잡이 카엘과 테란은…….
“야, 이 나쁜 놈아! 사제면 다냐!”
“뭣! 어떤 놈이 감히 신의 은총을 전하는 내게 나쁜 놈이라 했어!”
사제는 귀를 쫑긋하다가 발끈했고, 켈타 마을 사람들은 흠칫하면서 입을 다문 채로 자기네 틈새에 끼어 고함을 친 사람을 바라봤다. 불평과 불만을 목책 앞에서 마구 떠들고 있기는 했지만, 아직 켈타 마을 사람 중에서는 누구도 사제를 향해 욕까지 하지는 않은 채였다. 이 아쉬운 상황에서 욕을 퍼붓기 시작한다면 데람 마을과는 아예 결별한다는 의지를 드러내는 것이고, 이는 켈타 마을 쪽에서 지금 가능한 피해야 하는 결말로 이어진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었다. 그야말로 마지막의 마지막 순간까지는 호소하며 어떻게든 해 봐야 한다고, 의논 없이 서로 눈치만으로 지키는 선이었던 셈인데…… 그걸 갑자기 누가 깼다!
“내가 그랬다, 이 카엘 님이 한 말이 마음에 안 드냐!”
뒤이어 목책 위를 향한 외침이 이어졌고, 이제는 목책 위의 사제와 켈타 마을 사람들 모두가 칼잡이 카엘을 주목했다.
곧바로 사제가 성난 얼굴에 눈꼬리를 치켜올리면서 목책 아래를 향해 고개를 빼는 자세로 으르렁거린다.
“네 이놈! 저주받아 마땅한 이름을 쓰면서 반성을 하지 않고 감히 신의 은총을 전하는 나를……!”
“닥치고 이거나 받아랏!”
칼잡이 카엘이 냉큼 찰진 흙덩이를 던졌다.
사제는 고개를 내민 탓에, 재빠른 헌터의 손놀림을 미쳐 알아차리지 못한 탓에 흙덩이를 고스란히 낯짝에 처맞고 말았다.
퍽!
사제보다 먼저 목책 위에서 사제 곁에 있던 이가 당황해서 ‘어억? 야, 뭔 짓이야!’라고 칼잡이 카엘을 내려다보면서 입술만으로 말했다. 목책 너머에서 희미하게 ‘뭐야?’ ‘사제님, 무슨 일이죠?’라는 소리가 울리는 것으로 봐서는 고개 내밀다가 사제가 흙덩이에 맞은 상황을 가능한 늦게 전하거나, 아예 덮으려는 태도로 보였다. 그러기 위해서 잽싸게 사제의 얼굴을 닦아 주려고 팔뚝을 내밀고 있는데…….
“어, 그러지 마! 카엘, 사제님 얼굴에 지렁이가…… 사제님, 목덜미에 지렁이 들러붙고 있잖아요! 얼른 떼 내세요! 옷깃 안으로 들어가면……. 어? 저거 지렁이 맞나?”
목책 아래에서 칼잡이 카엘을 말리는 시늉을 하면서 테란이 목을 쥐어짜 내듯이, 목책 위에 선 둘에게만 제대로 들리도록 외치고 있었다.
사제는 사제대로, 그 곁에 선 헌터는 헌터대로 ‘지렁이?’ ‘뭐라는 거야!’라고 의아함과 함께 칼잡이 카엘을 말리는 척하는 테란을 보면서 ‘누구냐, 넌?’이란 의문을 드러냈다.
그리고 말리는 손길에 끌리는 척하면서 칼잡이 카엘이 더욱 목소리를 높이는 척하면서, 그저 목책 위에만 닿을 정도로 외치는데…….
“지렁이라니, 갑자기 뭔 소리야? 매드독이 날뛰는 곳에 지렁이가 있을 리가…… 어, 잠깐! 아니, 저게 뭐야! 으앗, 아니야! 이, 이봐요! 사제님, 그거 내가 일부러 그런 거 아니거든요! 난 그냥 흙덩이만 던졌을 뿐이라고! 그런 게 섞였을 줄 몰랐다고!”
갑자기 엄청 놀라서 책임 회피하며 뒷걸음치는 묘한 꼴로 말을 맺고 있잖은가.
사제는 한층 더 어리둥절했고, 그 곁의 헌터는 또 헌터대로 ‘뭐?’라고 하면서 급히 사제의 얼굴과 목 언저리에 들러붙은 흙덩이를 쓸어 내며 저렇게 놀랄 뭔가 있는가를 찾아보려 했다.
욕을 퍼부으려던 녀석이 갑자기 왜 저러는가, 당연히 의심할 수밖에 없으므로.
그리고 그 순간에 테란이 3, 4미터의 목책을 냅다 밟으며 뛰어올랐다. 두어 걸음 수직으로 디디며 한 손으로 냉큼 위쪽을 잡아 시원하게 치솟은 테란은 아래쪽에서 ‘아냐, 일부러 그런 게 아니라고!’라는 소리를 외치며 뒷걸음칠 때, 사제의 턱과 목 아래를 한 손으로 후비듯이 긁었다.
“크엑, 뭘!”
긁는 동작이 거칠었기에 사제는 콜록거리는 기침과 함께 테란의 손길에서 벗어나려고 몸을 기우뚱거렸고, 함께 목책에 서 있는 헌터에게 기댔다. 그러는 사이, 테란은 긁어 낸 흙덩이를 높이 쥐고 손가락으로 문지르며 외친다.
“젠장! 진짜 카니페잖아! 사제님, 아무것도 못 느끼겠어요? 지금 목덜미에 핏방울 맺힌 구멍 났는데! 반 토막밖에 못 잡아냈어요! 사제님, 괜찮아요?”
기대는 사제를 몸으로 받쳐 주던 헌터는 어리둥절했다.
사제도 어리둥절해하는 듯했는데…….
“뭐? 카니페? 지렁이라더니 무슨…… 카, 카니페!”
곧장 놀란 눈길로 테란을 보면서, 그 손에서 진흙 덩이랑 함께 문질러지다가 조각난 지렁이 반 토막이 아래로 내던져지는 것을 보면서 자지러지는 듯한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
테란은 흙투성이가 된 얼굴로 잔뜩 놀란 사제 옆으로 내려서면서, 그 어깨 너머로 ‘뭐야? 그게 뭔데?’라고 놀라고 있는 헌터를 흘깃하면서 재빨리 사제의 얼굴을 팔뚝으로 쓱쓱 닦아 내면서 말한다.
“그냥 지렁이일 수도 있어요! 그냥 몸통에 붉은 줄이 가 있고, 한쪽 귀퉁이가 퍼릇하다고 그게 꼭 카니페일 리는 없잖아요? 자, 그러니까…….”
“야, 이 저주받을 놈아! 그거 카니페잖아아!”
“성스러운 힘만 쓰지 않으시면, 그냥 지렁이랑 똑같다잖아요! 그러니까 진정하시고 일단 차분히……!”
“이 미친놈아! 사제의 몸에는 그냥 신성한 은총이 깃든 채라고! 이걸 어쩔……!”
“아, 진정 좀 하시고! 뭐 느껴지시는 거 없으세요?”
“뭐, 느껴! 젠장, 아무것도 안 느껴져! 썩을! 진짜 카니페잖아앗!”
어느 틈엔가, 테란과 사제는 갖은 소란을 몸으로 표현하면서 함께 방방 뛰고 있었고 원래 사제와 함께 있던 목책 위의 헌터는 테란과 쌍을 이룬 사제에게서 두어 걸음 떨어진 채로 ‘이게 뭐야? 대체 왜 이래?’라고 당황하고 있었다.
그런 광경을 목책 아래, 데람 마을의 안과 밖의 모두가 ‘저게 뭐야?’ ‘왜 저런데?’라고 어리둥절한 채로 목책 위의 소란을 지켜봐야 했다.
베즐이 우렁찬 목소리로 나선 것은 그 소란이 살짝 소리를 낮췄을 때였다.
“야, 카엘! 너 미쳤어? 사제한테 카니페를 던졌단 말이야! 너랑 무슨 원수진 사제였냐? 아니야? 아닌데 대체 왜 그랬어!”
뒷걸음치는 칼잡이 카엘의 덜미를 잡아 앞으로 밀어내면서 베즐은 목책 아래에 선 채로 더 큰 목소리로 이어 말한다.
“테란! 사제님 살갗에 닿기 전에 떼어 내지 않았어? 흙이랑 섞여 있었잖아! 잘 닦아 내 봐! 흔적이 남아 있는지 잘 살펴보라고!”
“없어! 아무 흔적도 없다고!”
테란이 냉큼 아래를 향해 외쳤고…….
“이 망할 놈! 내게 뭔 짓을……!”
사제는 아직 흙 자국이 남은 얼굴로 아래를 내려다보면서 비명 같은 괴성을 질러 댔다. 그야말로 신에게 기도해서 저주라도 할 듯이 일그러진 표정이었고, 칼잡이 카엘에 아래에서 마주 소리친다.
“누가 알고 그랬냐고요! 아니, 사제라면 이런 곳에 그런 게 있는가는 미리 살펴 뒀어야잖아요! 사제만 노리는 몬스터를 사제가 조심해야지!”
책임 회피하는 이 외침은 주변에 분명하게 상황을 전한 듯했다.
“사제만 노리는 몬스터?”
“흙 속에 있었다는 거야?”
“그래서 저 난리라니…….”
“근데, 그럼 어떻게 되는 거래?”
의아한 소리가 베즐의 주변에서 잔뜩 어리둥절한 낌새로 흘러나왔다.
베즐이 그 소리를 슬쩍 누르듯이 목책 위를 향해 외친다.
“사제님! 일단 신전으로 귀환하시면 되는 거 아닌가요? 신전에 가시면 어떻게든 신의 은총으로……!”
“안 돼! 카니페를 몸에 달고 귀환할 수 없어! 그건 신전을…….”
목책 아래를 향해 외치던 사제의 목소리가 잦아들었다.
그러나 여전히 확대된 채로 쩌렁쩌렁 울리는 목소리였기에, 다들 집중해서 사제를 올려다보는 중이었기에 목책 밖의 모두가 알 수 있었다. 사제가 신전이란 말 다음에 ‘오염’이란 한마디를 뱉으려다가 흐렸다고!
웅성거림이 바로 목책 아래에서 번져 갔다.
“오염……?”
“사제가 오염되었다는 거야?”
“그게 무슨 몬스터라고?”
“카니? 카니페?”
“잠깐, 사제만 노리니까 우린 괜찮은가?”
이 주고받는 소리를 들은 듯, 목책 위에서 사제와 함께 서 있던 헌터가 급한 목소리를 낸다.
“사제님! 그거…… 사제 아닌 사람에게는 괜찮은……? 사제님?”
부들거리면서 사제가 잔뜩 일그러진 표정으로 돌아본 탓에 카니페란 몬스터의 영향력에 대해 묻던 헌터는 의아해하고 곤혹스러워 ‘뭐지? 왜 이러세요?’라는 듯이 다시 불러야 했다.
테란이 재빨리 사제의 팔을 잡으면서 속삭인다.
“내려가시죠. 일단…… 내려가서 이야기하지요, 마을 안에…… 계속 있을 수는 없잖습니까?”
사제는 부들부들 떨면서도 심호흡을 하며 목젖을 손으로 어루만졌고, 더 이상 확대되지 않은 목소리로 대답이 나온다.
“내려가자. 그런데 내려가면 뭔 수가 있는 거냐?”
테란은 사제의 눈길이 자신의 팔을 더듬는 것을 금방 알 수 있었다.
카니페에 당한 사제의 몸에 거침없이 팔짱 끼듯이 잡는 것이 뭘 알아서 그러는 것인지 아는 게 없어서 그런 것인지 궁금해하는 눈길이었다.
이는 바로 기다리던 물음이었으니…….
“우리 팀은…… 이전에 잠깐 본 적이 있어요. 오러클…… 어느 신전분인지 모르겠지만, 오러클 소리 듣는 높으신 분이…….”
“뭐? 오러클! 어, 어떻게 했는데?”
“일단 내려가서…… 좀 과격하거든요. 얘기 먼저 들어 보셔야 해요. 근데, 정말 아무것도 못 느끼세요? 뭐라도 조금 느낄 수 있으면…….”
테란은 마지막까지 희망을 품는다는 듯이 중얼거렸고, 사제는 다시 한번 목덜미를 만지작거리면서 고개를 저었다.
카니페가 깃들어도 느낄 수 있는 것이 없다고 알고 있는 몸짓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