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ster×Monster: Nihilism King Arc RAW novel - Chapter 566
몬스터×몬스터: 허무왕 편 (562)
“무슨 일이야, 대체……?”
활잡이 카엘은 목책 아래로 사제를 끌고 내려온 테란을, 그 앞에 모이면서 나직하게 뭔가 떠들고 있는 베즐과 팀 멤버들을 향해 다가가면서 묻지 않을 수가 없었다. 슬리피와 함께 켈타 마을 사람들 틈새에 끼어 있는 사이, 뭔가 앞뒤로 왔다 갔다 하면서 수군거리는가 싶더니 칼잡이 카엘이 괴상한 짓을 하고 저 모양이었다. 아무래도 제대로 듣지 않은 활잡이 카엘과 슬리피로서는 더 이상 켈타 마을 사람들 중간에 서서 함께 궁금해하기도 힘드니 나서서 묻는 것이다. 한데…….
“가까이 오지 마!”
베즐이 척 손을 내밀며 소란스럽게 외치잖는가.
그 순간, 활잡이 카엘과 슬리피는 켈타 마을 사람들이 속닥대는 소리를 훤히 들을 수 있었다.
“오, 오염됐어!”
“사제가 오염됐나 봐!”
목책 가까이 있다가 사제가 내려오면서 후다닥 물러선 이들의 입에서 나온 말이었다. 말과 함께 더 뒤로 물러서고 있는 모습으로…….
활잡이 카엘은 슬리피를 흘깃했고, 슬리피가 약간 구긴 낯으로 살짝 고개를 끄덕이는 꼴을 봤다. 역시 중간에 끼어서 얼핏 들은 것이 잘못 들은 것이 아닌 듯했다.
정말로 조금 전까지 목책 위에서 오염된 켈타 마을 사람들에게 데람 마을에 들어올 생각 말라고 외치던 사제가 오염되었다고 한다!
‘어떻게?’
활잡이 카엘은 의문을 품고 칼잡이 카엘을 봤지만, 왠지 풀죽은 시늉을 한 녀석이 당장 대답해 줄 것 같지 않다. 그리고 베즐과 함께 사제에 붙어서, 다른 팀 멤버들이 뭔 인간 장막처럼 그 주변을 감싸고 서서 열심히 고개를 끄덕이는 꼴은…….
‘뭔 수작인 거냐!’
오랫동안 함께 지내온 활잡이 카엘에게 음흉한 모략의 냄새를 짙게 느끼게 해 주잖는가!
그렇다면 이 상황의 시작은 분명히 저 뒤에서 몰라라 하고 서 있는 라펜과 마켈, 투란과 관련이 있다!
흘깃, 활잡이 카엘이 뒤돌아봤다.
셋은 켈타 마을 사람들이 물러서는 것에 맞춰 더 멀리 물러서면서 멀뚱거리면서 이쪽을 그냥 구경만 하는 듯하다? 그 꼴이 마치 ‘우리가 사고 치는 것 아니니까, 거리를 두고 지켜만 본다!’라고 외치는 듯하잖나!
슬리피가 활잡이 카엘보다 더 나아가면서, 뒷걸음쳐 대는 켈타 마을 사람들을 흘깃하면서 베즐에게 바싹 붙으며 물으려 했다. 하지만 슬리피는 사제를 중심으로 해서 떠들고 있는 베즐과 테란, 칼잡이 카엘의 낮고 소란스러운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야 했고 열었던 입을 아무 소리도 못 내고 닫아야 했다.
“사제님, 이거 정말 될지 안 될지 모르거든요.”
“우린 그냥 오러클이란 분이 하는 거 구경만 했거든요.”
“성스러운 힘으로…… 신전의 은총으로 어떻게 안 되나요? 웬만하면…….”
“안 된다고! 카니페는 신의 은총이 깃든 몸을 파먹고 신에 봉사하는 자에게 철저히 숨는 능력이 있는 벌레란 말이다! 몇 번을 말하게 하지 말고, 어떻게 했냐고! 오러클이 카니페가 깃든 사제에게 뭘 어떻게 했는지 어서 말해! 그 사제, 살아남기는 했냐? 아니, 사제로서 죽기는 했어? 신에게 귀의한 채로 죽지도 못했나?”
사제가 잔뜩 날이 선 목소리로 나불대는 일행에게 으르렁거리면서도 열심히 묻고 있었다.
베즐이 어깨를 으쓱하면서, 헛기침하며 대답한다.
“죽지는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그거, 있잖습니까. 힘을 다한 신전분들, 휭하니 날아가는 거요. 죽어서 날아가지는 않잖아요?”
“카니페에 오염된 채로 귀환했다고!”
사제가 흠칫 놀라 또 물었다.
이번에는 테란이 고개를 팍팍 저으며 대답한다.
“그런 것 같지는 않았어요. 네, 확실히 그건 아닐 거예요. 오러클이 그런 짓을 시켰겠습니까? 아니겠죠!”
“그, 그렇지. 그래서 뭘 시켰는데?”
사제가 조금 안도하는 듯하다가 다시 급하게 물었다.
칼잡이 카엘이 뭔가 주눅 든 듯한 목소리로 느릿하니 대답한다.
“성스러운 땅을 만들든가…… 그러니까, 에, 부여받은 은총? 그걸 모두 땅에 쏟아부어서 빈 그릇이 된다든가? 뭐, 그런 이야기였던 걸로 기억합니다만…… 사제님, 뭔 소리인가 아시겠어요? 그렇게 해서 그 땅 주변을 안전하게 만든다는 것 같던데…… 그리고 휭! 날아가셨죠.”
사제는 입을 다물었는데, 당황하면서도 놀란 채 눈알을 굴리며 뭔가 가늠하는 듯한 표정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한편으로는 미묘한 망설임이 사제의 태도에서 살그머니 엿보이기도 했다.
베즐이 그 망설임을 후려치듯이 재빨리 말한다.
“그 사제님이 지키던 곳에 은총을 다 쏟아부었다? 그런 것 같았아요. 그게 어떻게 된 일인지 모르겠지만…… 사제님이라면 이 목책 경계 안쪽으로…… 이 마을 사람들이랑 함께 싸우신 것 같으니까, 여기에 힘을 쏟아부으시면…… 어떻게 되지 않을까요? 음, 안 되나요?”
슬그머니 그러라고 재촉하면서도, 결국 신전의 일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고 옆에서 본 것뿐이라 확신은 전혀 할 수 없다고 발뺌하는 이야기였다.
하지만 데람 마을의 목책을 바라보는 사제는 이 이야기가 어느 정도 일리가 있었던 모양이었다. 잠시 사제의 눈길이 목책을 주욱 둘러봤고, 가라앉은 목소리가 나지막하게 흘러나온다.
“홀리 바운드라면…… 내게 부여된 은총을 바닥까지 끌어내고 이 마을을 수호하는 경계를 형성시킬 수 있을 거야. 하지만…… 은총이 이 목책에 집중되게 하려면, 내가 집중하는 사이에 이 목책에만 밀착되어 있어야 하는데…… 저 위쪽 난간에 서는 것은 홀리 바운드를 흐리게 할 테니까…….”
어딘가 홀로 중얼거리는 듯한 분위기였다.
칼잡이 카엘이 슬쩍 고개를 내밀면서, 진지하게 귀를 기울였기에 생각났다는 듯이 불쑥 말한다.
“목책에 매달아 드릴까요? 딱 붙게…… 그건 안 되려나요?”
“딱 붙게? 매달아 줄 수 있어?”
사제가 솔깃한 표정으로 되물었다.
칼잡이 카엘은 테란을 봤고, 테란은 냉큼 고개를 끄덕였다.
“조금 과격하지만…… 일단 붙어 보실래요? 아닌 것 같으면 바로 내려 드릴게요.”
“좋아, 해 봐야겠지! 카니페에게 더 시간을 줄 수 없으니까!”
사제가 결심했다.
“뭐여?”
“왜 저래……?”
켈타 마을 사람들 사이에서 멍한 소리가 나왔다.
베즐 팀이 사제를 널찍한 보자기에 싸서 목책 중간에 못 박아 놓고 있는 광경을 보며 나온 소리였다. 그야말로 뭔가 죄지은 작자를 기둥에 매달아 늘어뜨린 것이나 마찬가지인 괴상한 상황…… 조금 전까지 목책 위에서 당당하던 사제를 갑자기 저 몰골로 만들고 있는데, 사제가 불평하지 않으니 뭔가 이해할 수가 없는 탓이었다.
도대체 무슨 이야기가 오갔기에 저러는가?
하지만 그런 의문 속에서도 켈타 마을 사람들은 사제 앞으로, 목책 앞의 헌터들 앞으로 다가가 묻거나 엿들어 볼 낌새는 전혀 드러내지 않았다. 사제가 오염되었다는 듯한 이야기를 듣고 나서는 결코 가까이할 마음이 없다는 듯!
그렇게 베즐 팀이 사제를 매단 다음에 우르르 몰려나오는 순간, 사제의 주변이 훤하게 밝아졌다. 목책이 보다 선명해졌고, 이해할 수 없지만 경건하게 느껴지는 기척이 번져 나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 광경을 보고 켈타 마을 사람들이, 베즐 팀을 비롯한 일행이 모두 잠시 눈을 껌벅이면서 성스러운 힘을 느꼈고…….
“어흠! 이제 가야겠어요. 데람, 저 마을은 이제 사제님의 은총에 의해 보호될 겁니다. 우리는…… 음, 그러니까 여러분은 저 사제님이 아마 안으로 들여놓지 않을 거 같군요. 그러니…….”
베즐이 헛기침을 하며 말을 꺼내는데…….
“저 사제, 오염되었다면서? 그런 오염된 사제가 지키는 마을에 왜 들어가! 우린…… 엘데인으로 가겠어!”
켈타 마을 쪽에서 아주 차가운 대답이 나왔다.
곧이어 몇 사람이 몇 마디씩 더하는데…….
“미친 사제잖아.”
“오염된 주제에 무슨 짓이야!”
“흥, 저딴 마을에 누가 머문다고!”
뭔가 아까의 울분을 풀어내는 듯한, 입장이 바뀌었기에 똑같이 앙갚음한다는 듯한 말이었다.
베즐은 입을 다물었다.
더 뭐라 할 말이 없다는 듯, 알아서 하라는 듯.
베즐 팀 멤버들은 그런 리더에게 맡겼다는 듯이 가만히 있었다.
곧 슬리피가 슬쩍 나서면서 일행을 둘러보며 말한다.
“아직 해가 길어요. 어떻게든 엘데인 가까이 가는 편이 좋고…… 어쩌면 해 질 무렵에는 엘데인에 한 발 걸칠 수 있을지도 모르죠. 갈까요?”
“가야지!”
“그래, 가자고!”
우르르, 켈타 마을 사람들은 데람의 목책을 등지며 바로 돌아섰다.
슬리피는 그 뒤를 가만히 쫓으면서 베즐에게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뭔 짓을 했는가 내막은 모르겠지만, 아무튼 이 상황을 어떻게든 돌파하게 된 셈이니 한숨 돌렸다는 듯한 태도였다.
베즐이 바로 팀을 향해 소리친다.
“가자. 위치 잡아! 칼카! 선두 좀 맡아 줘! 활카! 중간에 자리 잡고. 어서 가자고!”
베즐 팀이 움직였고, 그사이에 베즐은 슬그머니 라펜과 마켈, 투란의 틈새로 끼어들면서 아주 낮은 소리로 말한다.
“이거, 어디 가서 떠들지 말자. 그게 좋겠지?”
라펜과 마켈이 고개를 끄덕이면서 투란을 봤다.
투란은 쓴웃음으로 표정을 구기는 채로 대꾸한다.
“난 모르는 일이에요. 그냥 구경만 했으니까. 난 아무 말도 안 했다고요.”
라펜과 마켈이 입가를 실룩였고, 베즐은 피식 웃음을 흘렸다.
“그래, 우리도 아무것도 못 들었어. 자, 가자고. 얼른…….”
키득거리는 채로 라펜과 마켈이 앞장섰고, 베즐은 투란이 흘깃 뒤돌아보는 모습을 보면서 함께 걷기 위해 잠깐 기다렸다.
투란은 목책에 깃드는 성스러운 힘을 느끼면서 돌아섰다.
이번에는 베즐이 맨 뒤를 맡은 채로 일행은 엘데인을 향해 걸음을 재촉했다.
그러는 사이, 투란의 뇌리에는 드라고니아의 중얼거림이 맺혀 들고 있었다.
―인간의 태도란, 참으로 흥미롭군.
‘어? 뭔 말이야?’
―자신들이 그리핀이 피에 물든 것을 알면서도 목책 아래에서 탄원하더니, 막상 사제가 오염되었다니까…… 냉큼 돌아서잖아.
‘흠? 그게 뭐?’
―사제가 자신들에게 했던 이야기, 그걸 불공평하다고 옳지 않다고 하더니 막상 사제가 오염되었다니까 고스란히 똑같은 태도를 보였잖나. 아니, 사제는 저렇게 자신을 매달 각오라도 하겠지만, 이 켈타 쪽 일행은 그럴 마음도 전혀 없다. 그런데도 뭔가 아주 당당해하는 것이 흥미로워.
‘그래? 흐흠…… 드라코눔에서는 보기 힘든가? 사람 사는 곳에서는 흔한 일인데 말이지.’
―흔하다고?
‘응. 상황에 따라 이랬다저랬다 하고…… 남한테는 이래라저래라 하면서 자기는 전혀 지키지 않는 경우, 꽤 많아. 그런 인간은 절대로 믿으면 안 되는 거라고 배웠지!’
―배웠냐?
‘어. 고무쇠 아저씨가 좋은 거 가르쳐 준다더니 그랬어. 뭐, 그 아저씨도 그리 잘 지키지는 못해서 이랬다저랬다 하는 것 같기는 했지만.’
문득 추억 속의 몬스터 로드를 떠올리면서 투란은 입술 사이로 웃음이 새어 나가는 것을 느꼈다. 고무쇠의 몬스터 로드, 그가 이랬다저랬다 하는 상황은 주로 내기했다가 졌을 때였고…… 굉장히 한심하다는 것을 스스로가 먼저 알고 얼굴이 벌게진 채로 하는 짓이었다.
바탕은 착한데, 나쁜 물이 좀 심하게 들었다고 샤오덴 할배가 비웃기도 했다.
―괴상한 인간이었군? 자기도 못 지키면서 가르치다니…….
‘그러니까 흔하다고.’
―저 몬스터 헌터 패거리 같은 경우는?
‘응? 베즐 팀? 착하지만…… 짓궂다고 해야겠지?’
―아니, 저 뒤에 따라오는 몬스터 헌터들 말이다.
‘뭐? 뒤에?’
잠깐 숨을 깊이 들이쉬면서, 투란은 쓰윽 뒤에 서 있는 베즐을 구경하겠다는 듯이 발을 살짝 멈추고 돌아섰다. 베즐이 ‘왜?’ 하며 갸웃하는데 투란은 그 어깨 너머로 바로 눈길을 보냈고, 일단 말을 꺼내 봤다.
“누굴까요?”
베즐도 투란의 눈길에 바로 돌아보고는, 눈을 가늘게 해서 아예 오러까지 이용해 멀리 보며 중얼거렸다.
“음? 저건…… 목책 위에서 사제랑 같이 있던 작자잖아? 데람 마을에서 나온 모양이네? 아니, 그런데 왜 우릴 따라와?”
투란이 냉큼 묻는다.
“혹시 전에 알던 사람?”
베즐이 단호하게 고개를 젓는다.
“처음 봤어. 우리랑 전혀 모르지. 어이, 라펜! 너는 아냐?”
어느새 멈춰서 돌아보던 라펜이 고개를 저었다.
그 앞쪽에서 마켈이 묻는다.
“기다려 보나, 그냥 가나?”
베즐은 휘파람을 불어 앞쪽으로 신호하고, 대답한다.
“일단 멈춰 줘야지. 괜히 무시하고 있다가 뒤통수 맞기는 싫잖아. 무슨 일인가, 상냥하게 일단 이야기는 해 보자고.”
그렇게 일행은 일단 쫓아오는 데람 마을의 헌터들을 기다렸다.